데이터센터 액침 냉각 기술

데이터센터 액침 냉각 기술

1. 데이터센터 열 관리의 패러다임 전환

1.1 AI 시대와 데이터센터의 발열 문제: 공랭식 냉각의 한계 도달

인공지능(AI), 머신러닝(ML), 고성능 컴퓨팅(HPC) 기술의 발전은 전례 없는 규모의 데이터 처리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워크로드의 폭발적 증가는 그래픽 처리 장치(GPU), 중앙 처리 장치(CPU) 등 고성능 반도체의 전력 소비와 그에 따른 발열량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았다.1 반도체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열을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할 경우, 시스템은 성능을 의도적으로 저하시키는 써멀 스로틀링(thermal throttling) 현상을 겪거나 영구적인 장비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1

데이터센터는 일반 건축물 대비 40배에서 100배에 달하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시설이며, 이 중 냉각 시스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전력의 40%에 육박한다.3 이는 수십 년간 데이터센터 열 관리의 표준으로 자리 잡아 온 공랭식(air cooling) 냉각 방식의 효율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공랭식은 공기의 낮은 열전도율과 열용량이라는 물리적 특성으로 인해 열 제거 능력에 본질적인 한계를 지닌다.4 특히 랙(rack)당 전력 밀도가 30~40kW를 초과하는 고밀도 컴퓨팅 환경에서는 더 이상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5 또한, 공기 중의 먼지나 습기 같은 오염 물질에 서버가 직접 노출되어 오작동 및 부식의 위험이 상존하는 문제점도 내포한다.1

이러한 기술적 한계는 액침 냉각 기술 도입의 동인이 과거의 ‘운영비 절감을 위한 효율성 개선’ 차원에서 현재의 ’고밀도 AI 워크로드 구동을 위한 기술적 필수 요건’으로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변곡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 액침 냉각은 전력효율지수(PUE) 개선을 통한 전기 요금 절감, 즉 운영비용(OpEx) 절감을 위한 경제적 ’선택’의 문제로 인식되었다.6 그러나 엔비디아(NVIDIA)의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와 같이 랙당 수백 kW에 달하는 전력을 소비하며 극심한 발열을 동반하는 차세대 AI 가속기의 등장은 공랭식으로는 감당 불가능한 열적 장벽을 만들었다.5 따라서 최신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그 성능을 온전히 활용하려는 사업자에게 액침 냉각은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닌, 시스템의 안정적 운영과 성능 보장을 위한 ‘필수’ 기술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1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향후 수년간 관련 기술의 도입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다.

1.2 액침 냉각의 부상: 차세대 열 관리 솔루션으로서의 필요성

액침 냉각(Immersion Cooling)은 서버를 포함한 IT 장비 전체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비전도성(dielectric) 액체에 직접 담가 열을 제거하는 혁신적인 열 관리 방식이다.4 이 기술은 공기보다 월등히 높은 열전달 효율을 바탕으로 기존 냉각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9

액침 냉각의 도입은 단순히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이는 차세대 AI 반도체의 잠재적 성능을 제약 없이 온전히 구현하고, 동시에 데이터센터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기술로 평가받는다.1 폭증하는 전력 수요와 환경 규제 강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한 데이터센터 산업에 있어 액침 냉각은 기술적, 경제적, 환경적 측면 모두에서 가장 유력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2. 액침 냉각 기술의 원리 및 분류

2.1 액침 냉각의 기본 원리: 열전달 메커니즘 분석

액침 냉각의 핵심 원리는 열역학 제2법칙과 유체 역학에 기반한다. 서버의 주요 발열 부품인 CPU, GPU, 메모리 등에서 발생한 열은 대류(convection) 현상을 통해 주변을 감싸고 있는 비전도성 액체로 직접 전달된다.4 액체는 공기와 비교할 때 열전도율이 약 22.4배(물 기준), 체적 기준 열용량은 약 3,400배 높아 열을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흡수하고 전달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4

열을 흡수하여 뜨거워진 액체는 밀도 차에 의한 자연 대류(natural convection) 또는 펌프를 이용한 강제 순환(forced circulation)을 통해 이동한다. 이 순환 과정에서 액체는 열 교환기(heat exchanger)로 보내지며, 이곳에서 건물 외부의 냉각수(facility water) 회로와 열을 교환하여 다시 냉각된다. 냉각된 유체는 다시 서버가 담긴 탱크로 돌아와 열을 흡수하는 사이클을 반복한다.12 이 과정은 열원(heat source)과 냉각 매체(cooling medium) 사이의 열 저항을 최소화하여 극도로 높은 냉각 효율을 달성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2.2 단상(Single-Phase) 액침 냉각

2.2.1 작동 원리 및 시스템 구성 요소

단상 액침 냉각(Single-Phase Immersion Cooling, 1-PIC)은 냉각 유체가 순환 과정 내내 액체 상태를 유지하는 방식이다.3 유체가 끓는점에 도달하지 않으므로 기체로의 상변화(phase change)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IT 장비가 잠기는 밀폐형 탱크(tank), 냉각된 유체를 탱크로 공급하고 더워진 유체를 회수하는 냉각수 분배 장치(Coolant Distribution Unit, CDU), 유체와 외부 냉각수 간의 열을 교환하는 열 교환기, 그리고 유체를 강제로 순환시키는 펌프(pump)로 구성된다.12 이 방식은 구조가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제어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2.2.2 사용 유체(광유, 합성유)의 특성 및 장단점

단상 액침 냉각에는 주로 탄화수소 계열의 광유(mineral oil)나 합성유(synthetic oil)가 사용된다.15 이러한 유체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화학적으로 안정되어 있으며, 취급이 비교적 용이하다는 장점을 가진다. 그러나 이상 방식에 사용되는 불소계 화합물에 비해 열전달 효율이 낮고, 점도가 높아 유지보수를 위해 서버를 꺼냈을 때 부품 표면에 유분이 남는다는 단점이 있다.16 이 잔여 유분은 후속 작업을 번거롭게 만들 수 있다.

2.3 이상(Two-Phase) 액침 냉각

2.3.1 상변화(Phase Change)를 이용한 냉각 원리

이상 액침 냉각(Two-Phase Immersion Cooling, 2-PIC)은 액체의 상변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잠열(latent heat)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서버 부품에서 발생하는 열이 비등점(boiling point)이 낮은 특수 냉각 유체에 전달되면, 유체는 칩 표면에서 직접 끓어(boil) 기체로 변한다.3 이 기화 과정에서 액체는 엄청난 양의 열에너지를 흡수하여 매우 높은 냉각 효율을 달성한다.

발생한 증기는 밀도가 낮아 탱크 상부로 자연스럽게 이동하며, 그곳에 설치된 응축기 코일(condenser coil)과 만나 다시 액체로 응축된다. 액화된 유체는 중력에 의해 아래로 떨어져 순환하는 수동적(passive) 냉각 사이클을 형성한다.12 이 방식은 펌프 없이도 유체 순환이 가능하여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2.3.2 사용 유체(불소계 화합물)의 특성 및 장단점

이상 액침 냉각에는 주로 3M사의 Novec™이나 Fluorinert™와 같은 불소계 화합물(fluorocarbon-based liquid)이 사용된다.16 이 유체들은 매우 높은 냉각 성능과 낮은 점도를 가지며, 증발이 빨라 유지보수 시 부품이 오염 없이 깨끗하게 유지된다는 큰 장점이 있다.16 그러나 가격이 매우 비싸고, 증발로 인한 유체 손실을 막기 위해 완벽하게 밀폐된 시스템 설계가 요구된다. 이는 시스템의 복잡성과 초기 투자 비용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16

2.4 기술 유형별 심층 비교 분석

단상과 이상 액침 냉각 방식의 선택은 단순한 기술적 우위를 따지는 문제를 넘어, 데이터센터의 구체적인 목표, 즉 비용, 전력 밀도, 유지보수 용이성 등에 따라 결정되는 복합적인 전략적 트레이드오프(trade-off) 관계에 있다.

성능 측면에서, 열전달 계수(W/m2⋅K)를 비교하면 두 방식의 차이는 명확하다. 공랭식의 열전달 계수가 10~200 수준인 반면, 단상 액침 냉각은 500~5,000, 이상 액침 냉각은 10,000~100,000 이상으로, 이상 방식은 공랭식 대비 수백에서 수천 배 높은 압도적인 냉각 성능을 보인다.5 따라서 랙당 전력 밀도가 100kW를 초과하는 극한의 HPC 또는 AI 클러스터 환경에서는 이상 방식의 채택이 필수적일 수 있다.5

반면, 비용과 운영 측면에서는 단상 방식이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 단상 방식은 냉각 유체와 시스템 구축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여 총소유비용(TCO) 관점에서 이점을 가질 수 있다.15 특히 기존 데이터센터를 개조하거나, 비용에 민감한 엣지 컴퓨팅 환경에서는 단상 방식이 더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19 또한, 시스템 구조가 상대적으로 단순하여 유지보수가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이상 방식은 고가의 유체 손실을 막기 위한 완벽한 밀폐 구조와 시스템 복잡성으로 인해 전문적인 유지보수 인력과 높은 관리 비용을 요구한다.16

결론적으로,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은 단일 기술로 통일되기보다, ’최고 성능을 추구하는 하이엔드 시장’은 이상 방식을, ’비용 및 운영 효율성을 중시하는 메인스트림 시장’은 단상 방식을 채택하는 형태로 양분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솔루션 제공업체들이 두 가지 방식의 포트폴리오를 모두 갖추거나, 특정 시장에 전문화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함을 시사한다.

표 1. 단상 vs. 이상 액침 냉각 심층 비교

구분단상(Single-Phase) 액침 냉각이상(Two-Phase) 액침 냉각
냉각 원리액체 상태 유지, 현열(Sensible Heat) 전달상변화(기화/응축), 잠열(Latent Heat) 전달 3
열전달 계수 (W/m2⋅K)500 ~ 5,000 510,000 ~ 100,000+ 5
주요 사용 유체광유, 합성 탄화수소계 오일 15불소계 화합물 (예: 3M Novec) 16
시스템 복잡성낮음 (펌프, 열 교환기 등 단순 구성) 6높음 (완벽한 밀폐, 응축기 등 필요) 16
유체 비용상대적으로 저렴 16매우 고가 16
유지보수시스템 단순, 유체 점도로 인한 잔여물 발생 가능 16시스템 복잡, 유체 증발로 부품은 깨끗함 16
에너지 효율 (PUE)약 1.03 15약 1.02 15
주요 장점낮은 초기 비용, 시스템 단순성, 검증된 신뢰성최고의 냉각 성능, 높은 공간 효율성, 수동적 순환 가능
주요 단점이상 방식 대비 낮은 냉각 성능, 유체 점도높은 초기 비용, 시스템 복잡성, 유체 관리의 어려움
적합한 적용 분야일반 데이터센터, 엣지 컴퓨팅, 비용 민감 환경초고밀도 HPC, AI 클러스터, 최첨단 연구 시설

3. 액침 냉각의 정량적 효용성 분석

액침 냉각 기술의 도입은 데이터센터의 운영 효율성과 경제성, 성능 전반에 걸쳐 측정 가능한 혁신을 가져온다. 이러한 효용성은 개별적인 장점들의 단순한 합을 넘어, 각 요소가 서로 유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가치를 증폭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는 데 그 본질이 있다.

3.1 에너지 효율성: PUE(전력효율지수)의 획기적 개선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성을 평가하는 가장 보편적인 지표는 전력효율지수(Power Usage Effectiveness, PUE)로, 데이터센터 총 사용 전력량을 IT 장비 사용 전력량으로 나눈 값이다. 1.0에 가까울수록 이상적인 효율을 의미한다.11

전통적인 공랭식 데이터센터의 PUE는 통상 1.5에서 2.0 수준에 머무른다. 이는 IT 장비가 1kW의 전력을 사용할 때, 냉각 및 기타 인프라에 0.5kW에서 1.0kW의 전력이 추가로 소모된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냉각 시스템은 데이터센터 전체 전력 소비의 30%에서 40%를 차지하는 가장 큰 전력 소비원 중 하나다.1

반면, 액침 냉각 시스템은 PUE를 1.03이라는 경이적인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1 이는 냉각에 소모되는 전력 비중을 전체의 3% 수준까지 극적으로 줄일 수 있음을 의미하며 1, 기존 공랭식 대비 냉각 에너지 소비를 최대 95%까지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온다.6 이러한 에너지 효율의 증가는 직접적인 운영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

3.2 경제성: 총소유비용(TCO) 절감 효과 (CapEx 및 OpEx 분석)

액침 냉각은 초기 투자 비용(Capital Expenditures, CapEx)과 운영비용(Operational Expenditures, OpEx) 양쪽 모두에서 상당한 경제적 이점을 제공한다.

  • 운영비용(OpEx) 절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앞서 언급한 전력 비용 절감이다. 1M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기준으로, 전통적인 공랭식(CRAC & Chiller) 대비 액침 냉각은 연간 최대 75만 달러(약 10억 원)의 전력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22 또한, 서버 팬 제거로 인한 서버 자체의 전력 소비 감소(10~20%)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6

  • 자본비용(CapEx) 절감: 액침 냉각은 컴퓨터실 항온항습기(CRAC/CRAH), 대형 칠러, 가습/제습기, 이중마루(raised floor) 등 고가의 공조 설비가 필요 없거나 대폭 축소되는 효과를 가져온다.6 이는 초기 인프라 투자 비용을 크게 감소시킨다. 또한, 공기 순환을 위한 높은 층고가 필요 없어 건물 층고를 낮출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건축 비용을 약 3%에서 최대 30%까지 절감할 수 있다.23

3.3 성능 및 신뢰성: 서버 성능 극대화 및 부품 수명 연장

  • 성능 향상: 액침 냉각은 공랭식 환경 대비 CPU 온도를 20°C 이상 더 낮고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다.22 예를 들어, 32°C의 공기로 냉각할 때 85°C까지 올라가는 CPU 온도를 34°C의 액체로 냉각 시 65°C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22 이는 써멀 스로틀링 없이 칩 본연의 성능을 96% 이상 안정적으로 발휘하게 하여, 고가의 IT 자산 활용률을 극대화한다.12

  • 신뢰성 및 수명 연장: 서버 고장의 주요 원인인 열, 진동, 먼지, 습기로부터 IT 장비를 원천적으로 보호한다. 서버 팬을 제거하여 미세 진동을 없애고, 산소와 먼지가 차단된 밀폐 환경을 제공하여 부품의 산화, 부식, 오염을 방지한다.6 이러한 효과는 하드웨어 고장률을 현저히 감소시키고, 서버의 평균 수명을 약 30%가량 연장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15

3.4 공간 효율성 및 고밀도 집적: 데이터센터 상면적 활용도 증대

액침 냉각은 데이터센터의 공간 활용도를 혁신적으로 개선한다. 서버 내부에 부피가 큰 히트싱크와 팬이 불필요해져 부품을 더 조밀하게 설계할 수 있다.12 데이터센터 레벨에서는 공기 흐름을 위해 필수적이었던 뜨거운 통로/차가운 통로(Hot Aisle/Cold Aisle) 구성을 위한 공간이 필요 없어져 랙을 매우 높은 밀도로 배치하는 것이 가능해진다.15 이를 통해 동일한 물리적 공간에 더 많은 서버를 집적하거나, 전체 데이터센터의 물리적 공간(footprint)을 최대 60%까지 축소할 수 있다.12 이는 도심과 같이 부지 비용이 비싼 환경에서 특히 강력한 장점이 된다.

3.5 지속가능성: 물 사용량 절감 및 소음 저감 효과

  • 물 사용량 절감: 공랭식 데이터센터는 냉각탑(Cooling Tower)에서 증발을 통해 열을 방출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물을 소비한다. 이상 액침 냉각을 도입한 36MW 데이터센터의 경우, 연간 최대 825만 갤런의 물을 소비하는 공랭식과 달리 물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Zero Water Usage) 것으로 분석되었다.1 이는 물 부족 문제에 직면한 지역에서 데이터센터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 소음 저감: 데이터센터 소음의 주원인은 수많은 서버 팬과 대형 공조기 팬이다. 액침 냉각은 이러한 소음원을 대부분 제거함으로써 데이터센터의 운영 소음 수준을 50dB 이하의 조용한 사무실 수준으로 현저히 낮춘다.17 이는 작업자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도심형 데이터센터의 소음 민원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이러한 개별적 효용성들은 서로 맞물려 데이터센터의 가치를 증폭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첫째, 에너지 효율성 증대는 냉각에 사용되던 전력의 급감을 가져온다.6 둘째, 이렇게 확보된 잉여 전력(Stranded Power)은 IT 장비에 재할당되어 동일한 전력 인프라 내에서 더 높은 컴퓨팅 성능을 구현하게 한다.1 셋째, 불필요해진 공조 설비 공간을 IT 공간으로 전환하고 랙 밀도를 높여, 더 적은 물리적 공간과 건축 자본으로 동일한 컴퓨팅 용량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23 마지막으로, 안정적인 온도 관리와 무진동/무산소 환경은 서버 고장을 줄이고 성능을 최대로 끌어올려, 투자한 IT 자산의 투자수익률(ROI)을 극대화한다.12 이처럼 액침 냉각은 단순한 냉각 솔루션을 넘어, 데이터센터의 자산 가치와 운영 효율성 전반을 혁신하는 ’플랫폼 기술’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4. 기술 도입의 과제와 해결 방안

액침 냉각 기술이 제공하는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한 도입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기술적, 경제적, 운영적 과제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장벽들은 기술 자체의 결함이라기보다, 기존 데이터센터 운영 방식의 깊은 관성과 아직 성숙하지 않은 산업 생태계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4.1 기술적 과제: 하드웨어 호환성, 유지보수 절차, 개조(Retrofit)의 복잡성

  • 하드웨어 호환성: 현재 시장에 출시된 대부분의 서버는 공랭식 환경을 기준으로 설계되었다. 따라서 액침 냉각 환경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일부 부품의 수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CPU와 히트싱크 사이에 도포된 서멀 인터페이스 물질(TIM)을 액체 환경에 적합한 것으로 교체하고, 불필요한 냉각 팬을 제거하는 등의 작업이 수반될 수 있다. 일부 제조사는 액침 냉각 전용 서버를 출시하고 있지만, 아직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아 특정 벤더에 종속될 위험이 있다.19

  • 유지보수 절차의 복잡성: 서버 부품 교체나 업그레이드 시, 장비를 액체가 담긴 탱크에서 물리적으로 들어내야 한다. 이 과정은 공랭식 환경에서의 작업보다 더 복잡하고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특히 단상 방식에 사용되는 광유는 점도가 높아 서버를 꺼냈을 때 표면에 기름막이 남아 작업 편의성을 저해할 수 있다.16 이러한 새로운 작업 절차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운영 인력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이 필수적이다.20

  • 개조(Retrofit)의 복잡성: 신규 데이터센터 구축(Greenfield)이 아닌, 이미 운영 중인 공랭식 데이터센터를 액침 냉각 방식으로 전환(Retrofit)하는 것은 상당한 어려움을 동반한다. 액체로 채워진 탱크의 막대한 무게를 지탱하기 위한 바닥 하중 보강 공사가 필요할 수 있으며, CDU와 탱크를 연결하는 새로운 배관 시스템을 설치해야 한다. 이는 대규모 인프라 변경을 수반하여 신규 구축보다 더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19

4.2 경제적 과제: 높은 초기 도입 비용 및 냉각 유체 관리 비용

  • 높은 초기 도입 비용: 액침 냉각 시스템은 특수 제작된 밀폐형 탱크, CDU, 그리고 고가의 비전도성 냉각 유체 등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구성 요소들로 인해 초기 투자 비용(CapEx)이 전통적인 공랭식 시스템보다 높게 형성될 수 있다.19 장기적인 운영비용 절감 효과를 고려하면 TCO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지만, 높은 초기 비용은 기업의 도입 의사결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 냉각 유체 관리 비용: 냉각 유체는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주기적인 품질 모니터링, 필터링, 그리고 필요시 보충 및 교체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운영 비용이 발생한다.19 특히 이상 방식에 사용되는 고가의 불소계 유체는 미세한 누수나 증발로 인한 손실이 발생할 경우, 그 비용 부담이 상당할 수 있다.17

4.3 운영 및 환경적 과제: 유체 누수 위험, 폐기 규정, 표준화 부재

  • 유체 누수 위험: 모든 액체 기반 시스템은 누수라는 잠재적 위험을 안고 있다. 비전도성 유체이므로 누수가 직접적인 전기 합선을 유발하지는 않지만, 고가의 IT 장비를 오염시키고 데이터센터 운영을 중단시킬 수 있다. 따라서 누수를 방지하기 위한 정교한 탱크 설계, 실시간 누수 감지 센서, 그리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봉쇄 조치(containment measures)가 필수적이다.19

  • 환경 및 규제: 사용된 냉각 유체를 폐기할 때는 관련 환경 규제를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19 특히 일부 불소계 유체(HFC 계열 등)는 지구 온난화 지수(GWP)가 높아 국제적으로 사용이 제한되는 추세에 있어, 친환경적인 대체 유체의 개발 및 선택이 중요하다.21

  • 표준화 부재: 액침 냉각 기술은 아직 업계 전반에 걸쳐 표준화된 규격이나 가이드라인이 부족한 상태다. 이는 서로 다른 제조사의 탱크, 서버, CDU 간의 상호 운용성을 저해하고, 특정 벤더에 대한 기술적 종속성(vendor lock-in)을 심화시킬 수 있다.19 표준의 부재는 ’불확실성’을 의미하며, 이는 보수적인 성향의 기업들이 기술 도입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이러한 과제들은 액침 냉각의 확산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한다. 데이터센터 운영팀은 수십 년간 공랭식 환경에 최적화된 프로세스와 전문성을 축적해왔다. 액체를 다루는 새로운 유지보수 절차, 안전 규정, 인력 교육은 기존의 운영 관성에 대한 큰 변화 저항을 야기한다. 또한 서버, 랙, DCIM 소프트웨어 등 데이터센터 공급망 전체가 공랭식에 맞춰져 있어, 이들이 액침 냉각에 최적화된 제품과 솔루션을 충분히 공급하지 않으면 기술 도입은 더딜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술 제공업체들은 단순히 제품의 성능을 홍보하는 것을 넘어, 운영자 교육 프로그램 제공, 파트너사와의 공동 인증 생태계 구축, 산업 표준화 활동 주도 등 생태계 전반의 관성을 극복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병행해야만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5. 글로벌 및 국내 시장 생태계 분석

액침 냉각 시장은 기술의 잠재력을 인식한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진입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은 크게 냉각 시스템 전체를 설계하고 공급하는 ’시스템 제공사’와 핵심 소재인 비전도성 유체를 개발, 생산하는 ’냉각 유체 제공사’로 구분할 수 있다.

5.1 글로벌 선도 기업 분석

5.1.1 시스템 제공사

  • GRC (Green Revolution Cooling): 2009년 미국에서 설립된 액침 냉각 전문 기업으로, 시장의 개척자로 평가받는다. 다수의 핵심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단상 액침 냉각 솔루션인 ‘ICEraQ’ 시리즈가 널리 알려져 있다.1

  • Submer: 스페인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 모듈형 단상 액침 냉각 솔루션 ‘SmartPod’ 시리즈를 주력으로 한다. 지속가능성과 사용 편의성을 강조하며, 플러그 앤 플레이 방식의 간편한 설치를 장점으로 내세운다.29

  • LiquidStack: 이상 액침 냉각 기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이다. 고밀도 탱크형 솔루션 ’DataTank’와 컨테이너형 모듈러 솔루션을 통해 하이퍼스케일 및 HPC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18

  • Vertiv & Schneider Electric: 전통적인 데이터센터 인프라(전력, 냉각) 분야의 글로벌 강자들이다. 이들은 자체 기술 개발과 더불어 GRC, Iceotope, Motivair 등 전문 기업과의 파트너십 및 M&A를 통해 액침 냉각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장하며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14

5.1.2 냉각 유체 제공사

  • The Chemours Company, FUCHS SE, The Lubrizol Corporation, 3M: 이들은 전통적인 글로벌 화학 및 윤활유 기업들이다. 자사가 수십 년간 축적해 온 화학 공학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성능 유전체 냉각 유체를 개발하여 공급망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3M의 Novec™과 Fluorinert™는 이상 액침 냉각 유체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29

5.2 국내 시장 동향 및 주요 기업 분석

국내에서도 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증가에 발맞춰 액침 냉각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특히 정유화학 대기업들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5.2.1 시스템 및 솔루션 기업

  • GST: 국내에서 유일하게 액침 냉각 원천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으며, 칠러 및 스크러버 분야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에 진출했다. 최근 LG유플러스와 협력하여 기술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39

  • 데이터빈: ’스마트박스(SmartBox)’라는 자체 액침 냉각 솔루션을 개발하여 국내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 공공기관에 납품 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물산, 신성이엔지 등과 협력하여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24

5.2.2 냉각 유체 개발 기업

국내 액침 냉각 유체 시장은 정유 4사가 모두 참여하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탈탄소 기조 속에서 전통적인 정유 사업의 대안을 모색하던 기업들이 자사의 핵심 역량인 고급 윤활기유 및 화학제품 생산 기술을 활용하여 고부가가치 신소재 시장에 진출하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이들의 시장 진입은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 공급자로서의 변모를 의미하며, 국내 액침 냉각 생태계의 안정화와 기술 자립도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 SK엔무브: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자회사로, 국내 기업 중 가장 발 빠르게 시장에 진입했다. 2022년 GRC에 지분 투자를 단행하고, SK텔레콤과 데이터센터용 액침 냉각유 실증 사업을 완료했다. 데이터센터뿐만 아니라 ESS, 전기차 배터리 등 다양한 열 관리 분야로 사업 확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8

  • GS칼텍스: 자체 개발한 액침 냉각유 ’Kixx Immersion Fluid S’를 출시하고 제품 라인업을 4종으로 확대했다. LG유플러스 평촌 데이터센터, 삼성SDS 등에 제품을 공급하며 상용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13

  • S-OIL & HD현대오일뱅크: 각각 ‘S-OIL e-Cooling Solution’ 출시와 자체 제품 개발을 통해 후발주자로 시장에 진출하며 본격적인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8

5.2.3 도입 및 실증 기업

  • SK텔레콤, LG유플러스, 삼성SDS: 국내 주요 IT 서비스 및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이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내외 솔루션 기업들과 협력하여 기술 검증 및 실증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대기업들의 실증 사례는 기술의 신뢰성을 높이고 시장 확산을 촉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13

표 2. 국내외 주요 액침 냉각 솔루션 기업 및 제품

구분기업명주요 제품/솔루션특징
글로벌 시스템GRC (미국)ICEraQ (단상)액침 냉각 시장의 선구자, 다수의 특허 보유 1
Submer (스페인)SmartPod 시리즈 (단상)모듈형, 플러그 앤 플레이, 지속가능성 강조 30
LiquidStack (네덜란드)DataTank (이상), 모듈러 솔루션이상 액침 냉각 기술 선도, 초고밀도 HPC 시장 타겟 33
Vertiv (미국)Vertiv CoolCenter, Liebert VICM&A 및 파트너십 기반 포트폴리오 확장 34
Schneider Electric (프랑스)Motivair by Schneider ElectricMotivair 인수, 칩-칠러 통합 솔루션 제공 35
국내 시스템GST액침 냉각 시스템국내 유일 원천 기술 보유 주장, LG유플러스와 협력 40
데이터빈스마트박스 (SmartBox)자체 개발 솔루션, 국내 공공/민간 납품 실적 보유 24
국내 유체SK엔무브Thermal FluidsGRC 지분 투자, SKT와 실증 완료, 사업 다각화 8
GS칼텍스Kixx Immersion Fluid S자체 개발, LG유플러스/삼성SDS 등 공급 레퍼런스 확보 13
S-OILS-OIL e-Cooling SolutionESS, 데이터센터 등 열 관리 솔루션 시장 공략 46
HD현대오일뱅크(개발 중)GRC ‘Electrosafe’ 인증 획득, 글로벌 시장 진출 준비 40

6. 주요 도입 사례 심층 연구 (Case Studies)

액침 냉각 기술의 이론적 장점을 실제 운영 데이터로 입증하는 성공적인 실증 사례들은 잠재 고객의 기술 도입에 대한 불확실성과 위험 인식을 낮추고 시장 확산을 가속하는 결정적인 촉매 역할을 한다. 국내외에서 수행된 주요 사례들은 기술의 실효성과 경제적 파급 효과를 명확히 보여준다.

6.1 해외 사례

  • KDDI & MHI (일본): 일본의 통신사 KDDI와 미쓰비시중공업(MHI) 등은 액침 냉각 시스템의 실효성을 검증하기 위한 선도적인 실증 테스트를 수행했다. 12피트 컨테이너형 데이터센터에 50kVA급 서버를 탑재한 테스트에서는 기존 공랭식 모델 대비 43%의 전력 소비 감소와 PUE 1.07을 달성했다.50 더 나아가, 100kVA급 서버를 실제 데이터센터 환경에 구축한 대규모 실증에서는 냉각에 소비되는 에너지를 94% 절감하고 PUE 1.05라는 경이적인 결과를 입증했다. 이는 액침 냉각 기술이 최고 등급(Tier 4)의 데이터센터에서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50

  • LiquidStack & Hyperscale Client (2022 Case Study): 이상 액침 냉각 기술의 선도 기업인 LiquidStack은 가상의 36MW 규모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를 대상으로 전통적인 공랭식과 자사의 이상 액침 냉각 방식을 비교하는 심층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 결과, 이상 액침 냉각 방식은 공랭식 대비 ▲연간 물 소비 제로(Zero Water Usage) ▲총 에너지 소비 40.3% 절감 ▲데이터센터 건물 크기 60% 축소 ▲총 프로젝트 비용 1억 2,350만 달러 절감이라는 압도적인 이점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되었다.26 이 사례는 대규모 신규 데이터센터 구축 시 액침 냉각이 가져올 수 있는 막대한 경제적, 환경적 파급 효과를 정량적으로 제시한다.

  • Microsoft: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액침 냉각 기술의 잠재력을 일찍부터 탐색해왔다. 해저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나틱 프로젝트(Project Natick)’ 외에도, 자사의 지상 데이터센터에 이상 액침 냉각 시스템을 도입하여 기술의 신뢰성과 효율성을 검증하고 있다.24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업계 리더의 기술 채택은 시장 전반에 강력한 신뢰의 신호를 보내며, 다른 기업들의 도입 의사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

6.2 국내 사례

  • LG유플러스 평촌2센터: LG유플러스는 자사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인 ’평촌2센터’에 국내 시스템 기업 GST의 액침 냉각 장비와 GS칼텍스의 냉각유를 도입하여 실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고성능 AI 서버를 실제 운영 환경에서 테스트하며 냉각 효율, 시스템 안정성, 운영 편의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13 국내 대기업이 주도하는 이 실증 사례의 성공 여부는 향후 국내 시장의 본격적인 개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데이터빈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 국내 솔루션 기업 데이터빈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전산실에 자사의 ‘스마트박스’ 액침 냉각 시스템을 공급했다. 도입 이전, 전산실 온도는 40°C까지 상승하여 서버의 성능이 50% 수준으로 제한되는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었다. 그러나 스마트박스 도입 후 전산실 온도는 26~28°C로 안정적으로 관리되었고, 기존에 활용하지 못했던 서버를 100% 가동할 수 있게 되었다.24 이 사례는 대규모 데이터센터뿐만 아니라, 열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규모 전산실에서도 액침 냉각이 즉각적이고 확실한 효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국내외 성공 사례들은 액침 냉각의 이론적 장점을 실제 운영 데이터로 뒷받침하며 기술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고 있다. 잠재 도입 기업들이 가지는 ‘우리 환경에서도 정말 그 성능이 나올까?’, ’유지보수는 감당할 수 있을까?’와 같은 현실적인 의문에 대해, 구체적인 성공 데이터는 가장 강력하고 설득력 있는 답변이 된다. 따라서 초기 시장을 개척하는 솔루션 제공업체에게 성공적인 레퍼런스 확보는 최고의 영업 및 마케팅 전략이며, 유력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강력한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이 시장 선점의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7. 결론: 미래 데이터센터와 액침 냉각의 전망

7.1 기술 발전 동향 및 시장 성장 예측

액침 냉각 기술은 데이터센터 열 관리의 미래를 재정의하고 있다. 글로벌 액침 냉각 시장은 연평균 20% 이상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2031년에는 약 2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52 더 장기적으로는 2040년에 전체 데이터센터 열 관리 시장의 22%를 차지하며, 일부 고밀도 영역을 넘어 주류 기술 중 하나로 확고히 자리 잡을 것으로 예측된다.8

향후 기술 발전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첫째, 냉각 유체의 성능 개선이다. 더 높은 열전도율과 비열을 가지면서도 인체와 환경에 무해한 친환경 유체 개발이 가속화될 것이다. 둘째, 시스템의 표준화 및 모듈화이다. OCP(Open Compute Project)와 같은 오픈소스 하드웨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서버, 탱크, CDU 간의 표준 규격이 정립되어 상호 운용성이 높아지고, 플러그 앤 플레이 방식의 모듈형 솔루션이 보편화될 것이다. 셋째, 지능형 운영 관리이다. AI 기반의 자동화된 모니터링 및 제어 시스템과 결합하여, 실시간 부하에 따라 냉각 성능을 최적화하고 잠재적인 문제를 사전에 예측하는 지능형 열 관리 시스템으로 진화할 것이다.

7.2 AI 및 HPC 워크로드에 대한 기술적 함의

액침 냉각은 단순히 기존의 열을 식히는 기술을 넘어, 미래 반도체 기술 발전의 기반을 제공하는 근본적인 플랫폼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현재의 공랭식 냉각 방식은 칩 설계자들에게 ’열 설계 전력(TDP)’이라는 강력한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액침 냉각은 사실상 무한에 가까운 ’열적 여유 공간(thermal headroom)’을 제공함으로써, 칩 설계자들이 공랭의 제약에서 벗어나 더 높은 클럭, 더 많은 코어를 집적하며 성능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게 만드는 기술적 기반이 된다.

또한, 액침 냉각의 도입은 서버 및 데이터센터 설계 자체의 근본적인 혁신을 촉발할 것이다. 팬과 거대한 히트싱크가 사라진 서버는 완전히 새로운 폼팩터로 진화할 수 있으며, 데이터센터는 공기 순환을 위한 복잡한 구조 없이 컴퓨팅 밀도만을 극대화하는 형태로 재설계될 것이다. OCP와 같은 표준화 기구에서는 이미 액침 냉각에 최적화된 새로운 서버 및 랙 아키텍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7.3 데이터센터 산업의 지속가능성에 미치는 영향 및 제언

액침 냉각은 데이터센터 산업이 ’전기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벗고 지속가능한 디지털 인프라로 나아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53 전력 및 물 소비를 극적으로 줄임으로써 데이터센터의 환경 발자국을 최소화하고, 폐열을 회수하여 지역 난방이나 스마트팜 등에 재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러한 긍정적 미래를 현실화하기 위한 투자는 단순히 현재의 운영 비용을 절감하는 것을 넘어, 향후 수 세대에 걸친 IT 하드웨어의 발전을 수용할 수 있는 ’열적 헤드룸’을 확보하는 미래지향적 전략 투자로 인식되어야 한다. 데이터센터의 건물, 전력, 냉각 인프라는 최소 10년 이상 사용되는 장기 자산이다. 현재의 공랭식 인프라는 불과 5년 뒤에 출시될 서버의 발열량을 감당하지 못해 조기에 노후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금 액침 냉각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미래의 기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며, 이는 인프라의 수명을 연장하고 장기적인 자산 가치를 극대화하는 ’미래 보장(future-proofing)’의 가치를 지닌다.

성공적인 기술 확산과 생태계 조성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적, 산업적 노력이 병행될 것을 제언한다.

  • 산업계 표준화 컨소시엄 구성: 주요 시스템 및 유체 제조사, 서버 제조사, 데이터센터 운영사가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국내 실정에 맞는 액침 냉각 관련 표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 개발: 액체 기반 시스템의 설계, 구축, 운영, 유지보수에 특화된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체계적인 교육 및 자격 인증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확산시켜야 한다.

  • 정부 차원의 친환경 데이터센터 인센티브 제공: 액침 냉각과 같은 고효율 기술을 도입하는 데이터센터에 대해 세제 혜택, 전력 요금 할인, 용적률 완화 등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초기 시장 창출을 지원해야 한다.

액침 냉각 기술은 AI 시대의 도래와 함께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기술적 과제를 극복하고 성숙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통해, 액침 냉각은 대한민국이 글로벌 AI 인프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지속가능한 디지털 미래를 열어가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8.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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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AI 데이터센터 패러다임 전환…공랭식 냉각 한계, 액체 냉각방식 부상 …, https://www.hvacrj.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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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전기 먹는 하마를 식히는 미래기술! 액침 냉각에 주목하는 이유 -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itn3CdHF7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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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High Performance Computing (HPC) Liquid Cooling - LiquidStack, https://liquidstack.com/industries/hpc
  19. 데이터 센터 침수 냉각과 관련된 과제는 무엇입니까? - 소식, https://ko.vrcoolerar.com/news/what-are-the-challenges-associated-with-data-c-74514048.html
  20. What Are The Challenges Associated With Data Center Immersion Cooling? - News, https://www.vrcoolertech.com/news/what-are-the-challenges-associated-with-data-c-7451158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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