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조업 부흥의 구조적 모순과 지정학적 경제학: 이민, 자본, 그리고 국가 안보의 삼각 파도
2026-01-26, G30DR
1. 서론: 안보 논리와 시장 현실의 거대한 괴리
21세기 초반, 미국 경제 정책은 거대한 지각 변동을 겪고 있다. 지난 40여 년간 미국 경제를 지배해 온 ‘워싱턴 컨센서스’의 핵심인 신자유주의적 효율성 추구와 글로벌 분업 논리는 이제 퇴조하고, 그 자리를 ‘국가 안보(National Security)’와 ‘경제적 자립(Economic Self-reliance)’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대체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말기의 제조업 유턴 담론에서 시작하여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인 보호무역주의, 그리고 바이든 행정부의 ‘인베스트 인 아메리카(Invest in America)’ 아젠다에 이르기까지, 미국은 국가 주도의 산업 정책을 통해 제조업 패권을 회복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 왔다. 이러한 흐름은 정권의 성향을 초월하여 미-중 패권 경쟁이라는 지정학적 상수 하에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정치적 수사(Rhetoric)와 정책적 의지에도 불구하고, 미국 제조업의 온쇼어링(On-shoring)과 리쇼어링(Reshoring)은 현장에서 심각한 난관에 봉착해 있다. 이는 단순히 기업의 의지 문제나 일시적인 경기 변동의 문제가 아니다. 본 보고서는 이민 정책, 자본 구조, 그리고 산업 생태계라는 세 가지 핵심 축을 중심으로 미국 제조업 부흥을 가로막는 구조적 모순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특히 ‘이민자 추방을 통한 내국인 일자리 회복’이라는 정치적 논리가 경제적 실증 데이터와 어떻게 충돌하는지, 그리고 금융화된 미국 자본주의가 실물 경제의 재건을 어떻게 방해하고 있는지를 규명한다. 아울러 인구 구조의 변화, 스킬 갭(Skills Gap), 공급망의 붕괴 등 현실적 장벽들을 상세히 진단함으로써, 현재 추진 중인 국가 안보 기반의 산업 정책이 갖는 한계와 과제를 도출하고자 한다.
2. 이민 정책과 제조업 노동 시장의 정치경제학
2.1 저숙련 노동 시장의 공급 과잉과 임금 방어 논리의 해부
미국의 이민 정책, 특히 불법 이민자에 대한 강경한 태도는 표면적으로 내국인 노동자의 임금 방어라는 고전적인 경제 논리를 내세운다. 기본 경제학의 수급 이론에 따르면, 저숙련 이민자의 대규모 유입은 노동 공급 곡선을 우측으로 이동시켜 균형 임금을 하락시킨다. 이는 고졸 이하 학력을 가진 미국 본토 노동자(Native-born workers), 특히 흑인 및 히스패닉계 미국인 남성 노동자들과 직접적인 경쟁 관계를 형성하며, 결과적으로 이들을 제조업 및 서비스업 현장에서 밀어내는 ‘구축 효과(Crowding-out effect)’를 발생시킨다는 것이 전통적인 보호주의의 핵심 논거다.
보르하스(Borjas)의 연구는 이러한 가설을 강력하게 뒷받침해 왔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이민자가 노동 공급을 10% 증가시킬 때 저숙련 내국인의 임금은 약 3~4%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1980년대 이후 급증한 이민자 유입이 미국 내 임금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블루칼라 계층의 정치적 불만을 야기했다는 진단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또한, 기업들이 저임금 이민자 노동력에 의존하게 되면서, 자동화 설비 투자나 내국인 숙련공 양성 프로그램에 대한 유인을 상실했고, 이것이 수십 년간 지속되면서 미국 제조업 현장의 기술 전수 체계가 붕괴되고 숙련도의 공동화(Hollowing out)가 발생했다는 주장 또한 타당성을 얻는다.
따라서 정치적 관점에서 볼 때, 대규모 이민자 추방(Mass Deportation)은 노동 공급을 인위적으로 축소시켜 임금의 하방 경직성을 타파하고, 상승한 임금을 유인책으로 삼아 노동 시장에서 이탈했던 내국인 남성 노동력을 다시 공장으로 불러들이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이는 러스트 벨트(Rust Belt)의 소외된 노동 계층에게 소구하는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이자, ‘미국 노동자를 위한 제조업 재건’이라는 명분을 제공하는 핵심 논리다.
2.2 대체재와 보완재의 역설: 데이터가 입증하는 노동 시장의 실체
그러나 이민자가 내국인 노동자를 단순히 대체한다는 정치적 서사는 복잡한 경제적 현실과 데이터를 마주할 때 힘을 잃는다. 다수의 최신 실증 연구들은 이민자와 내국인 노동자가 완전한 대체 관계가 아닌, **강력한 보완 관계(Complements)**에 있음을 시사한다.
2.2.1. 직무 특화와 생산성 향상 효과 이민자들은 내국인이 기피하는 위험하고, 힘들며, 단순 반복적인 육체노동(3D 업종)이나 야간 교대 근무 등을 주로 수행한다. 이들의 존재는 내국인 노동자들이 언어 능력이 중요하거나, 관리 감독, 고객 응대, 또는 더 복잡한 기술적 판단이 요구되는 상위 직무로 이동할 수 있게 하는 사다리 역할을 한다. 2024년 NBER 보고서 등에 따르면, 저숙련 이민자의 유입은 기업의 생산 규모 확대를 가능하게 하여, 결과적으로 고숙련 내국인 노동자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고 이들의 임금 상승을 견인하는 효과가 관찰된다.
2.2.2. 최근 고용 시장 둔화의 원인 분석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의 2025년 분석은 이민자 감소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미국 고용 증가세의 둔화는 노동 수요 감소뿐만 아니라 이민자 순유입의 급격한 감소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분석에 따르면, 이민자 순유입 감소가 최근 미국 일자리 증가 둔화의 40~60%를 설명한다. 특히 불법 체류 노동자 비중이 높은 주(State)와 산업 섹터에서 오히려 고용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되었다는 점은, 이민자 노동력이 경제 활동의 윤활유 역할을 하며 이들이 사라질 경우 산업 전체의 활력이 저하됨을 방증한다.
2.2.3. 임금 상승 가설의 기각 ‘이민자 추방이 내국인 저소득층의 임금을 상승시킬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2024~2025년 데이터는 이민자 유입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의 실질 임금 상승률이 오히려 둔화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이민자 감소가 노동 공급 부족을 넘어, 기업의 생산 활동 위축과 소비 감소로 이어져 전체적인 노동 수요 곡선 자체를 좌측으로 이동시키는 ‘규모의 축소(Scale Effect)’를 유발했기 때문이다. 즉, 이민자 노동력이 빠져나간 자리를 내국인이 채우는 것이 아니라, 그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거나 기업이 문을 닫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2.3 대규모 추방의 경제적 비용과 산업별 파급 효과
대규모 추방 정책이 실행될 경우 발생할 경제적 비용과 충격은 막대하다. 단순한 행정 비용을 넘어 거시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2.3.1. 거시경제적 손실 추정 약 1,300만 명에 달하는 미등록 이민자를 추방하는 데 드는 직접적인 행정 및 집행 비용만 최소 3,150억 달러로 추산된다. 더 심각한 것은 생산성 손실이다. 이들이 노동 시장에서 일시에 사라질 경우 발생하는 GDP 손실은 4.2%에서 최대 6.8%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경기 침체 폭을 상회하는 수준이며, 미국의 잠재 성장률을 영구적으로 훼손할 수 있다. 펜 와튼 예산 모델(PWBM)의 분석은 대규모 추방이 장기적으로 고숙련 노동자의 임금까지 하락시키고, 국가 재정 적자를 향후 10년간 약 9,868억 달러 증가시킬 것임을 경고한다.
2.3.2. 주요 산업별 타격 시나리오
- 농업 및 식품 가공업: 농업 노동력의 약 22%~50%가 미등록 이민자로 추정된다. 이들의 부재는 수확 포기와 작물 폐기로 이어져 식료품 가격(Food Inflation)의 급등을 초래한다. 이는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감소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 건설업: 건설 현장 노동력의 약 15% 이상을 차지하는 이민자 노동력의 증발은 주택 공급 지연과 건축 비용 상승으로 직결된다. 이는 이미 심각한 미국의 주택난을 가중시키고 주거 비용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다.
- 접객업 및 서비스업: 식당, 호텔, 청소 용역 등 필수 서비스업의 인력난은 서비스 요금 인상으로 이어지며, 이는 전반적인 소비자 물가 지수를 밀어 올리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결과적으로 ‘미국인 일자리 보호’를 명분으로 한 추방 정책은 노동 공급망을 파괴하여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금리 인상 압력을 높여 경기 침체를 가속화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초래한다.
| 구분 | 정치적 논리 (보호주의) | 경제적 현실 (데이터 분석 및 연구 결과) |
|---|---|---|
| 이민자의 역할 | 내국인 노동자의 대체재 (Substitutes) | 내국인 노동자의 보완재 (Complements) |
| 임금 영향 메커니즘 | 노동 공급 과잉 → 임금 하락 | 생산 규모 확대 및 직무 분화 → 생산성 향상 → 임금 유지/상승 |
| 추방의 결과 | 임금 상승 → 내국인 유입 → 고용 회복 | 노동력 부족 → 생산 위축 → GDP 급락 및 인플레이션 |
| 주요 피해 예상 | (언급 없음) | 농업, 건설업, 육가공업 붕괴 및 식료품/주거비 급등 |
3. 자본 구조의 금융화와 제조업 투자의 구조적 실종
3.1 산업 자본의 금융 자본화: 단기주의(Short-termism)의 덫
이민 정책이 노동 공급 측면의 문제라면, 자본 공급 측면에서는 더 심각하고 근본적인 구조적 결함이 존재한다. 미국 제조업의 쇠퇴는 단순히 높은 인건비 문제 때문만이 아니라, 미국 기업 거버넌스(Corporate Governance)와 자본 시장의 구조적 변화인 ’금융화(Financialization)’에서 기인한다. 과거 제너럴 모터스(GM)나 GE로 대변되던 미국의 산업 자본은 이제 월스트리트의 논리에 철저히 종속된 금융 자본으로 변질되었다.
3.1.1. 주주 가치 극대화와 자사주 매입의 중독 1980년대 이후 미국 기업 경영의 지상 과제는 ‘주주 가치 극대화(Shareholder Value Maximization)’였다. 이는 기업이 벌어들인 잉여 현금 흐름을 장기적인 미래를 위한 설비 투자(CapEx)나 R&D에 재투자하기보다, 자사주 매입(Stock Buybacks)과 배당을 통해 주주에게 환원하도록 강요하는 압력으로 작용했다. 데이터에 따르면, S&P 500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2024년 1조 달러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은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당 순이익(EPS)을 인위적으로 부풀리는 ‘금융 공학적’ 기법일 뿐, 기업의 본원적 경쟁력이나 생산 능력을 강화하지 않는다. 경영진의 보상 체계가 스톡옵션 등 주가와 연동되어 있는 구조 하에서, 전문 경영인들은 임기 내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장기 투자를 희생하고 자사주를 매입하는 유혹에 쉽게 빠진다.
3.1.2. 제조업 투자의 매력도 상실 금융 자본의 관점에서 제조업은 매력 없는 투자처다. 반도체 팹(Fab)이나 배터리 공장 하나를 건설하는 데는 수십억에서 수백억 달러가 소요되며, 투자 회수 기간(Payback Period)은 10년 이상 걸린다. 또한, 환경 규제 리스크, 노조 문제,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 등 변수가 많아 기대 수익률 대비 리스크가 너무 크다. 반면, 금융 상품이나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는 자산 회전율이 빠르고 마진율이 높아 단기 수익성을 중시하는 월스트리트의 입맛에 맞다. 결과적으로 자본은 공장 건설 현장이 아닌 자산 시장으로만 쏠리는 ‘자본의 편재’ 현상이 고착화되었다.
3.2 IT 자본의 ‘에셋 라이트(Asset-light)’ 전략과 외주화의 고착
미국 경제를 이끄는 거대 테크 기업(Big Tech)들은 세계 최고의 시가총액을 자랑하지만, 이들의 성공 방정식은 철저한 ‘에셋 라이트’ 전략에 기반한다.
3.2.1. 설계와 제조의 분리
애플, 엔비디아, 퀄컴, AMD 등은 반도체 칩을 설계(Fabless)할 뿐, 실제 생산은 대만의 TSMC나 중국의 폭스콘 등 파운드리와 위탁 생산 업체(EMS)에 전량 의존한다. 이들에게 제조는 직접 소유해야 할 핵심 역량이 아니라, 비용 효율화를 위해 외주화(Outsourcing)해야 할 ‘비용’이자 ‘리스크’로 간주되어 왔다. 이러한 분업 구조는 지난 30년간 기업의 이익률을 극대화하는 데 기여했으나, 결과적으로 미국 내 제조 역량과 관련 생태계를 공동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3.2.2. AI 투자의 착시 현상 최근 AI 붐으로 인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등이 막대한 설비 투자(CapEx)를 집행하고 있다는 뉴스가 들리지만, 이는 전통적인 제조업 공장을 짓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들의 투자는 대부분 데이터 센터 구축, GPU 서버 구매, 그리고 이를 운용할 전력 인프라 확충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산업을 위한 인프라 투자이지, 물건을 만들어내는 제조업 기반 시설 투자가 아니다. 오히려 AI 데이터 센터의 급격한 확장은 전력망과 건설 자재, 전문 인력을 빨아들여 일반 제조업 공장 건설 비용을 상승시키는 ‘구축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3.3 인내 자본(Patient Capital)의 소멸과 벤처 캐피털의 편식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미국의 혁신 자본, 즉 벤처 캐피털(VC) 생태계 역시 제조업 부흥의 구원투수가 되지 못하고 있다.
3.3.1.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죽음의 계곡’ VC 펀드들은 통상 5~7년 내에 투자금을 회수(Exit)해야 하는 구조를 가진다. 따라서 기술 개발부터 시제품 제작, 양산 설비 구축, 인증 획득까지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하드웨어/딥테크(Deep Tech)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꺼린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시제품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양산 단계에서 막대한 스케일업 자금(Scale-up Capital)이 필요한데, 미국 내에는 이러한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을 건너게 해 줄 ‘인내 자본(Patient Capital)’이 사실상 고갈된 상태다.
3.3.2. 투자 자금의 소프트웨어 쏠림 2024년 전 세계 VC 투자의 30% 이상이 소프트웨어 섹터에 집중되어 있으며, 특히 생성형 AI 관련 스타트업으로 자금이 블랙홀처럼 빨려들어가고 있다. 반면, 로보틱스, 신소재, 첨단 제조 장비 등 하드웨어 분야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다. 이는 미국의 혁신이 디지털 세상에만 머물고, 물리적 세상(Atoms)의 혁신으로 연결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4. 온쇼어링을 가로막는 현실적 장벽: 인력, 비용, 그리고 생태계
4.1 노동력의 질적 미스매치와 인구 구조의 함정
이민자를 내보내면 그 자리를 미국인이 채울 것이라는 정치적 가정은 미국의 인구학적, 교육적 현실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현재 미국 제조업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단순한 일손 부족이 아니라, 현대식 공장을 운영할 ‘기술 역량의 실종’이다.
4.1.1. 구조적 인력 부족과 스킬 갭(Skills Gap) 미국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가속화와 저출산으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국면에 진입했다. 딜로이트와 미국제조업협회(NAM)의 보고서에 따르면, 2033년까지 미국 제조업에서 약 380만 명의 신규 인력이 필요하지만, 현재의 인력 양성 추세라면 이 중 절반인 190만 명은 채워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스킬 갭’이다. 자동화된 공장은 단순 조립공이 아니라, 로봇을 제어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며 복잡한 설비를 유지보수할 수 있는 ‘중숙련 기술 인력(Middle-skill Technician)’을 요구한다. 그러나 미국 노동 시장에는 이러한 인력 풀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4.1.2. 교육 시스템의 실패와 문화적 장벽 지난 30~40년간 미국의 교육 시스템은 ‘대학 진학(College for All)’을 목표로 재편되면서, 고등학교 단계의 직업 훈련(Vocational Training)과 도제 교육 시스템을 등한시했다. 그 결과, 청년층은 제조업을 ‘더럽고, 위험하고, 미래가 없는(3D)’ 직종으로 인식하며 기피한다. 반면, 대학 졸업생들은 과잉 공급되어 학력 인플레이션이 심각하지만, 이들은 공장 노동을 거부하고 사무직이나 서비스직을 선호한다. 2010년 이후 대학 등록금 상승과 학자금 대출 부담에도 불구하고 직업 학교 등록률은 획기적으로 늘지 않고 있다. 이는 높은 임금을 줘도 공장에서 일할 젊은 미국인을 찾기 어려운 문화적 장벽을 형성했다.
4.1.3. 사례 분석: TSMC와 인텔의 공장 건설 지연 TSMC의 애리조나 팹 건설 지연 사태는 이러한 인력난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TSMC는 공장 설비를 설치할 숙련된 현장 엔지니어를 미국에서 구하지 못해 대만에서 500명 이상의 기술자를 급파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현지 노조와의 갈등, 미국 노동자들의 숙련도 부족 및 고강도 노동 문화 거부 등이 겹치며 공장 가동 시점은 2025년 이후로 밀렸다. 인텔의 오하이오 프로젝트 역시 인력 부족과 시장 상황 악화로 인해 초기 계획보다 건설이 지연되고 있다. 이는 보조금을 쏟아부어도 ‘사람’이 없으면 공장이 돌아갈 수 없음을 증명한다.
4.2 비용 상승과 인플레이션 역설: “미국산은 비싸다”
온쇼어링의 가장 큰 걸림돌은 결국 압도적인 고비용 구조다. ‘미국에서 생산하라’는 정치적 압박은 경제적 효율성을 무시한 것으로, 이는 결국 기업과 소비자에게 비용 청구서로 돌아온다.
4.2.1. 인건비와 생산 비용의 격차 미국의 제조업 평균 임금은 중국, 멕시코, 베트남 등 주요 생산 기지와 비교할 때 5~10배 이상 높다. 이민자 추방으로 저숙련 노동 공급이 줄어들면 임금 상승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인건비뿐만 아니라 토지 비용, 전력 요금, 물류비용 등 모든 요소 비용이 높다. BCG 등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내 생산 비용은 아시아 주요국 대비 15~20% 이상 높으며, 관세 장벽이 20% 이상 높아지지 않는 한 자발적인 리쇼어링은 경제성이 없다.
4.2.2. 자동화의 딜레마와 고용 없는 리쇼어링 높은 인건비를 상쇄하기 위해 미국에 공장을 짓는 기업들은 필연적으로 고도의 자동화(Automation)를 선택한다. 테슬라의 기가캐스팅(Gigacasting)이나 완전 자동화 라인 도입은 노동력 투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이는 제조업 생산액은 늘어날지 몰라도, 기대했던 만큼의 대규모 고용 창출은 일어나지 않는 ‘고용 없는 리쇼어링(Jobless Reshoring)’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4.2.3. 그린 인플레이션과 프로젝트 좌초 비용 상승 문제는 특히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바이든 행정부가 역점을 둔 해상 풍력(Offshore Wind) 프로젝트들은 최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자재비 및 설치 비용 급등, 고금리로 인한 금융 비용 상승으로 인해 수익성을 상실했다. 이에 따라 오스테드(Ørsted), BP 등 주요 개발사들이 프로젝트를 취소하거나 전력 판매 계약(PPA)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미국 내 공급망 부재와 고비용 구조가 결합되어 정책 목표 달성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사례다.
4.3 산업 생태계의 파괴와 공급망의 사막화
제조업은 단일 공장만으로 가동되지 않는다. 원자재-소재-부품-장비-완제품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생태계(Ecosystem)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 30년간 완제품 조립뿐만 아니라 하위 공급망(Tier 2, Tier 3)까지 통째로 아시아로 이전했다.
4.3.1. 인쇄회로기판(PCB) 산업의 붕괴 PCB는 반도체를 포함한 모든 전자 부품을 연결하는 핵심 기반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 내 PCB 생산 비중은 전 세계의 4% 미만에 불과하며, 중국과 아시아 국가들이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PCB 공장은 환경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특성상 미국 내에서 허가를 받기 어렵고 운영 비용이 매우 높다. 미국 내에 최첨단 반도체 팹을 짓더라도, 생산된 칩을 실장할 기판을 구하기 위해 다시 아시아로 보내야 하는 기형적인 공급망 구조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4.3.2. 제약 산업의 원료 의존도 제약 산업 역시 심각한 해외 의존도를 보인다. 항생제, 해열제 등 국가 필수 의약품의 원료의약품(API) 70% 이상을 중국과 인도에서 수입한다. 팬데믹 당시 겪었던 의약품 부족 사태는 이러한 취약성을 드러냈다. API 공장을 미국 내로 온쇼어링하려는 시도가 있지만, 환경 규제와 가격 경쟁력 부족으로 인해 진척이 더디다. 민간 기업 입장에서 저가 제네릭 의약품 원료를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4.3.3. 중소 제조 기업(SME)의 위기
공급망의 허리를 담당해야 할 중소 제조 기업들은 자금력과 인력 부족으로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대기업 위주의 CHIPS법이나 IRA 보조금 혜택은 이들 하위 협력 업체까지 낙수 효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자동화 설비에 투자할 여력이 없고, 대기업의 납가 인하 압박과 인력 유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뿌리 산업이 튼튼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기업 조립 공장만 들어오는 것은 사상누각이다.
5. 결론: 국가 안보 논리와의 충돌 및 정책적 제언
5.1 시장의 자율적 논리가 아닌 국가 동원 체제
현재 미국이 추진하는 온쇼어링과 제조업 부흥은 시장의 자율적인 선택이나 경제적 효율성에 기반한 것이 아니다. 이는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필수 물자의 공급망 안보를 확보하려는 **‘국가 안보(National Security)’**라는 명분 아래 행해지는 강력한 국가 주도의 인위적 부양책이다. CHIPS법, IRA 등은 신자유주의 시대의 종언을 고하고, 정부가 자원을 배분하고 산업을 육성하는 ‘신(新)중상주의적 산업 정책(Industrial Policy)’의 부활을 의미한다. 그러나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 등의 분석처럼, 안보를 위해 경제적 비효율을 감수하는 비용이 임계점을 넘을 경우, 이는 미국 경제의 기초 체력을 훼손하고 소비자 후생을 감소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 관세 장벽과 보조금은 결국 세금이나 물가 상승의 형태로 국민에게 전가된다.
5.2 이민자 추방의 역설과 노동 시장의 현실
결론적으로, 이민자 추방이 제조업 노동 시장의 토양을 정비하고 내국인 임금을 올리려는 시도라는 정치적 논리는 경제적 데이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민자는 내국인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이며, 이들의 강제 퇴출은 노동 공급 부족을 넘어 생산 생태계의 붕괴와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다. 자본의 성격 변화(금융화), 구조적 인력난(스킬 갭), 그리고 공급망 생태계의 붕괴라는 거대한 삼중 장벽 앞에서, 단순한 국경 통제나 관세 정책만으로 제조업을 부흥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5.3 제조업 강국 복귀를 위한 근본적 제언
미국이 진정으로 제조업 강국으로 복귀하고 지속 가능한 산업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구호를 넘어선 국가 차원의 초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개입이 전제되어야 한다.
- 교육 시스템의 혁명적 개편: 대학 학위 중심의 교육에서 탈피하여, 독일이나 스위스 모델을 벤치마킹한 고등 직업 교육 및 도제 제도(Apprenticeship)를 국가적으로 확립해야 한다. 블루칼라가 아닌 디지털 역량을 갖춘 ‘뉴칼라(New Collar)’ 노동자를 양성하여, 제조업 일자리의 질과 사회적 인식을 동시에 개선해야 한다.
- 금융 자본의 산업 자본화 유도: 단기 차익을 좇는 월스트리트 자본이 장기적인 생산 설비 투자와 R&D로 유입되도록 금융 인센티브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자사주 매입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장기 보유 주식이나 제조업 직접 투자에 대한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통해 ‘인내 자본’을 육성해야 한다.
- 이민 정책의 전략적 유연화: 무조건적인 추방이나 폐쇄가 아닌, 산업 수요에 기반한 정교한 이민 정책이 필요하다. 저숙련 노동력은 합법적인 비자 프로그램(H-2B 등) 확대를 통해 양성화하여 관리하고, 첨단 기술 분야의 고숙련 이민자는 적극적으로 유치하여 인재 공백을 메워야 한다.
미국의 제조업 부흥은 과거의 향수에 기댄 회귀가 아니라, 첨단 기술과 숙련된 인력, 그리고 건강한 자본이 결합된 미래형 산업 국가로의 재창조 과정이어야 한다. 현재의 안보 논리에 매몰되어 경제적 현실을 도외시한다면, 미국은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얻은 ‘텅 빈 공장’들로 인해 장기적인 저성장과 인플레이션의 늪에 빠질 위험이 크다.
| 정책 영역 | 현재 접근 방식 (문제점) | 제언 (개선 방향) |
|---|---|---|
| 이민 | 대규모 추방 및 국경 봉쇄 (노동 공급 쇼크) | 합법적 비자 확대 및 숙련공 유치 (노동 유연성 확보) |
| 자본 | 보조금 살포 (단기적 유인책) | 자사주 매입 규제 및 장기 투자 세제 혜택 (자본 성격 개조) |
| 인력 | 대학 위주 교육 방치 (스킬 미스매치) | 직업 훈련/도제 제도 국가적 확립 (중숙련 인재 양성) |
| 생태계 | 완제품/대기업 중심 지원 (뿌리 산업 고사) |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및 중소기업 집중 지원 (공급망 복원) |
6. 참고 자료
- borjas-economics.pdf - Center for Immigration Studies, https://cis.org/sites/default/files/borjas-economics.pdf
- Immigration can’t explain declining employment growth, https://www.minneapolisfed.org/article/2025/immigration-cant-explain-declining-employment-growth
- What Immigration Means For U.S. Employment and Wages | Brookings, https://www.brookings.edu/articles/what-immigration-means-for-u-s-employment-and-wages/
- Immigration and the Wage Distribution in the United States - PMC,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8612123/
- Slowdown in Immigration, Labor Shortages, and Declining Skill …, https://crawford.anu.edu.au/sites/default/files/2025-01/46_2024_mandelman_yu_zanetti_zlate_0.pdf
- NBER WORKING PAPER SERIES IMMIGRATION’S EFFECT ON US …, https://www.nber.org/system/files/working_papers/w32389/w32389.pdf
- Mass Deportation: Devastating Costs to America, Its Budget and …, https://www.americanimmigrationcouncil.org/wp-content/uploads/2025/01/mass_deportation_report_2024.pdf
- Mass Deportation of Unauthorized Immigrants: Fiscal and Economic …, https://budgetmodel.wharton.upenn.edu/issues/2025/7/28/mass-deportation-of-unauthorized-immigrants-fiscal-and-economic-effects
- The Economic Impact on Citizens and Authorized Immigrants of …, https://carsey.unh.edu/sites/default/files/media/2024-08/economic-impact-mass-deportation-lit-review.pdf
- The Economic Ripple Effects of Mass Deportations, https://sites.utexas.edu/macro/2025/09/09/the-economic-ripple-effects-of-mass-deportations/
- The Deportation Labor Shock - Econlib, https://www.econlib.org/econlog/the-deportation-labor-shock
- Buybacks take backseat as AI drives record US capex spending, https://www.businesstimes.com.sg/companies-markets/buybacks-take-backseat-ai-drives-record-us-capex-spending
- The Buyback Mirage: How EPS Gets a Cosmetic Lift | Real Growth …, https://www.nism.ac.in/the-buyback-mirage-how-eps-gets-a-cosmetic-lift-real-eps-growth-vs-finance-magic/
- Corporate Buybacks and Capital Investment - Federal Reserve Board, https://www.federalreserve.gov/econres/notes/ifdp-notes/corporate-buybacks-and-capital-investment-an-international-perspective-20170411.htm
- The value of share buybacks - McKinsey, https://www.mckinsey.com/~/media/McKinsey/Business%20Functions/Strategy%20and%20Corporate%20Finance/Our%20Insights/The%20value%20of%20share%20buybacks/The%20value%20of%20share%20buybacks.pdf
- TSMC Delays Start of First Arizona Chip Factory, Citing Worker …, https://www.edwardconard.com/macro-roundup/tsmcs-new-arizona-fab-is-pushing-back-the-start-of-production-by-a-year-citing-a-shortage-of-skilled-workers/?view=detail
- The Evolving Landscape Of Family Business Venture Capital …, https://fastercapital.com/topics/the-evolving-landscape-of-family-business-venture-capital.html/1
- Full article: Patient capital, corporate governance and investment in …, https://www.tandfonline.com/doi/full/10.1080/09512748.2025.2483521
- Venture Capital Investment Market Size, Share | Growth [2034], https://www.fortunebusinessinsights.com/venture-capital-investment-market-115137
- Global analysis of venture funding - KPMG agentic corporate services, https://assets.kpmg.com/content/dam/kpmgsites/az/pdf/2025/Q4-2024-Venture-Pulse.pdf
- Study warns U.S. manufacturing could face 3.8 million job openings, https://www.themanufacturer.com/articles/study-warns-u-s-manufacturing-could-face-3-8-million-job-openings/
- Supporting US manufacturing growth | Deloitte Insights, https://www.deloitte.com/us/en/insights/industry/manufacturing-industrial-products/supporting-us-manufacturing-growth-amid-workforce-challenges.html
- US Manufacturing Skills Gap - Susan Poeton - WordPress.com, https://susanpoeton.wordpress.com/2021/05/06/us-manufacturing-skills-gap/
- Fast Facts: Enrollment (98), https://nces.ed.gov/fastfacts/display.asp?id=98
- College Numbers Down, Degrees Up: Understanding the Post-2010 …, https://www.burningglassinstitute.org/bginsights/college-numbers-down-degrees-up-understanding-the-post-2010-enrollment-shift
- TSMC delays Arizona facility opening, citing a lack of specialized labor, https://www.manufacturingdive.com/news/tsmc-semiconductor-labor-shortage-factory-opening-delay-arizona/689091/
- ‘They would not listen to us’: inside Arizona’s troubled chip plant, https://www.theguardian.com/business/2023/aug/28/phoenix-microchip-plant-biden-union-tsmc
- Intel announces it will be ‘further slowing construction’ in Ohio - 10TV, https://www.10tv.com/article/news/local/ohio/intel-delay-in-construction-of-ohio-plant/530-4f3294aa-8075-4b77-9e01-9b8beb289851
- Intel Pushes $20bn Ohio Chip Factory Timeline to Late 2026 Amid …, https://www.electronicsforyou.biz/industry-buzz/intel-pushes-20bn-ohio-chip-factory-timeline-to-late-2026-amid-ongoing-delays/
- Six months in: Are tariffs really rebuilding American manufacturing?, https://www.scmr.com/article/tariffs-us-manufacturing-reshoring-impact-2025
- The New Cost Calculus for Manufacturers | BCG, https://www.bcg.com/publications/2025/new-cost-calculus-for-manufacturers
- The Reshoring Paradox: Why Bringing Factories Home Isn’t Enough, https://www.diracinc.com/resources/the-reshoring-paradox-why-bringing-factories-home-isnt-enough
- Global Offshore Wind Report 2025 - Tethys, https://tethys.pnnl.gov/sites/default/files/publications/Williams-et-al-2025.pdf
- Overcoming Turbulence in the Offshore Wind Sector, https://www.energy-transitions.org/wp-content/uploads/2024/05/ETC-Offshore-Wind-Insights-Briefing.pdf
- Leadership Lost? Rebuilding the U.S. Electronics Supply Chain, https://emails.ipc.org/links/usica-report.pdf
- Q1 2025 Supply Chain Report - Microboard, https://microboard.com/partnership/supply-chain/supply-chain-q1-2025-report/
- How Pharma Companies are Dealing with API Shortages | GEP Blogs, https://www.gep.com/blog/mind/how-pharma-is-dealing-with-api-shortages
- Securing the Future: Onshoring Pharmaceutical Manufacturing and …, https://gmplabeling.com/compliance-insights/onshoring-pharmaceutical-manufacturing/
- Economic Security: Neglected Dimension of National … - NDU Press, https://ndupress.ndu.edu/Portals/68/Documents/Books/economic-security.pdf
- The Return of Industrial Policy - International Monetary Fund, https://www.imf.org/en/publications/fandd/issues/2023/06/the-return-of-industrial-policy-douglas-irwin
- Manufactured Crisis: “Deindustrialization,” Free Markets, and …, https://www.cato.org/publications/policy-analysis/manufactured-crisis-deindustrialization-free-markets-national-secur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