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퇴보하고 있는가 - 쇠퇴론(Déclinisme) 의 신화와 실체

프랑스는 퇴보하고 있는가 - 쇠퇴론(Déclinisme) 의 신화와 실체

1. 서론: 프랑스 쇠퇴론, ‘데클리니즘(Déclinisme)’의 부상

프랑스 사회에는 국가가 전반적으로 쇠퇴하고 있다는 비관적 담론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는 ‘데클리니즘(déclinisme)’이라 불리는 현상으로, 단순한 비관주의를 넘어 과거의 영광에 대한 향수와 미래에 대한 체계적인 부정적 전망이 결합된 하나의 이데올로기적 경향으로 자리 잡았다.1 이 담론은 프랑스의 외교적 위상, 문화적 영향력, 경제적 활력, 그리고 국내의 사회 통합 능력 등 국가의 거의 모든 측면에 걸쳐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2 데클리니즘은 프랑스가 21세기의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역사적으로 지녀왔던 고유의 가치들을 상실하고 있다는 위기감을 내포한다.

본 보고서는 프랑스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데클리니즘 담론의 허구성과 실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프랑스는 퇴보하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본 보고서는 다각적인 접근법을 취한다. 첫째, 쇠퇴론의 지적 계보와 역사적 맥락을 추적하여 이 담론이 현대에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프랑스 역사 속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하나의 문화적 각본임을 밝힌다. 둘째, 에릭 제무어와 미셸 우엘벡과 같은 현대 쇠퇴론의 주요 주창자들의 핵심 논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그들이 진단하는 ‘프랑스의 병’이 무엇인지 명확히 규명한다. 셋째, 이러한 쇠퇴론자들의 주장을 객관적인 사회적, 경제적, 지정학적 데이터와 비교 검증하여 담론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분석을 종합하여 ‘쇠퇴’라는 프레임이 프랑스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실질적인 도전 과제들을 어떻게 왜곡하고 있는지를 규명하고, 프랑스의 현주소에 대한 보다 균형 잡힌 결론을 도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본 보고서는 감성적 비관론을 넘어 프랑스의 진정한 위기와 잠재력을 식별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2. 쇠퇴 담론의 지적 계보와 역사적 맥락

프랑스의 쇠퇴 담론, 즉 데클리니즘은 최근의 현상이 아니라 프랑스 지성사에 깊이 뿌리내린 오랜 전통이다. 이는 특정 시기의 위기에 대한 반응으로 주기적으로 부상하며 프랑스 사회의 자기 인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역사적 고찰은 데클리니즘이 단순히 현실에 대한 수동적 관찰이 아니라, 국가적 위기 시기에 동원되어 상실감을 표현하고 정치적 변화를 요구하는 능동적이고 반복적인 이데올로기적 틀임을 보여준다.

2.1 쇠퇴론의 기원: 18세기부터 ‘세기의 끝(Fin-de-Siècle)’까지

프랑스에서 국가의 쇠퇴를 선언하는 서적과 담론의 전통은 멀리 1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1 루이 15세의 통치 기간 동안, 대외 정책에서의 국익 방기 및 전제적 통치 행태로 인해 군주제의 정통성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당시 동시대인들은 이를 국가적 쇠퇴의 명백한 징후로 인식했다.3 이처럼 쇠퇴에 대한 인식은 군주정의 실패와 같은 정치적 위기와 맞물려 처음으로 구체적인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쇠퇴론이 하나의 뚜렷한 지적·문화적 흐름으로 결정적인 형태를 갖춘 것은 19세기 말, 소위 ‘세기의 끝(fin de siècle)’ 시기였다.1 이 시기는 권태(ennui), 냉소주의, 비관주의가 팽배했으며, 문명이 필연적으로 퇴폐(decadence)로 이어진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었다.1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서구 문명 전체의 쇠퇴에 대한 광범위한 불안감을 조성했다. 프랑스 내부에서는 드레퓓스 사건을 둘러싼 지식인 사회의 극심한 분열이 이러한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진실과 정의의 수호자를 자처해야 할 지식인 대다수가 드레퓌스를 악마의 섬에 계속 가두려 했던 사실은 지식인의 역할과 사회적 권위에 대한 깊은 회의론을 낳았고, 이는 곧 국가의 지적·도덕적 쇠퇴라는 담론으로 이어졌다.2

2.2 20세기 비관주의와 전후(戰後) 경제 성장의 종언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쇠퇴론은 더욱 구체적인 이론적 토대를 갖추게 된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의 참상 이후 출간된 독일 역사학자 오스발트 슈펭글러(Oswald Spengler)의 기념비적 저작 『서구의 몰락(The Decline of the West)』(1918)은 당대의 비관적인 시대정신을 포착하며 쇠퇴론에 강력한 지적 권위를 부여했다.1 슈펭글러는 모든 문명은 유기체처럼 탄생, 성장, 쇠퇴, 소멸의 주기를 겪으며, 서구 문명 역시 피할 수 없는 쇠퇴의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저서는 ‘쇠퇴’라는 개념을 대중적으로 각인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는 ‘영광의 30년(Trente Glorieuses)’이라 불리는 미증유의 경제 성장과 사회적 안정을 경험하며 쇠퇴론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1973년 오일 쇼크를 기점으로 30년간의 고도성장기가 막을 내린 1970년대 후반부터 쇠퇴론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1 경제적 활력의 상실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하고 현재의 문제를 비관적으로 진단하는 쇠퇴 담론이 다시금 설득력을 얻는 토양이 되었다.

2.3 현대적 부활: 2008년 경제 위기와 민족주의의 결합

현대 프랑스에서 데클리니즘이 다시금 강력한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부활한 결정적 계기는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였다.5 우파 민족주의에 뿌리를 둔 쇠퇴론은 경제 위기라는 새로운 현실을 해석하고 이에 반응하는 유력한 틀로 재소환되었다. 최근의 쇠퇴론 텍스트들은 2008년 위기를 프랑스가 점진적으로 주변화되고, 국제적 지위를 잃으며, 문화적 통합성이 파괴되는 지속적인 국가 쇠퇴 서사의 새로운 장으로 해석한다.5

특히 2008년 이후의 쇠퇴론은 1990년대의 그것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1990년대의 쇠퇴론자들이 프랑스의 병폐에 대한 만병통치약으로 경제 자유화를 제시했던 반면, 2008년 이후의 쇠퇴론자들은 개방을 거부하고 외부 위협에 맞서 국경을 강화하려는 ‘반동적 민족주의(reactionary nationalism)’ 성향을 특징으로 한다.5 이들은 역사가 미셸 위녹(Michel Winock)이 지적한 ‘악마적 인과관계(causalité diabolique)’의 논리를 반복하는데, 이는 경제 위기라는 객관적 상황을 자신들의 이념적 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조작하는 것을 의미한다.5 이러한 담론은 외국인을 악마화하고, 국가를 찬양하며, 악의적인 외부 세계로부터 프랑스를 방어해야 한다는 위험한 민족주의적 정서를 자극한다.5 이처럼 쇠퇴 담론은 세기의 끝에 유행했던 문화적·철학적 비관주의에서 출발하여, 21세기 초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구체적인 정치적 프로그램을 가진 우파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로 그 성격이 뚜렷하게 변화했다.

3. 현대 쇠퇴론의 주창자들: 에릭 제무어와 미셸 우엘벡을 중심으로

현대 프랑스 쇠퇴론은 정치 평론과 문학이라는 두 가지 주요 영역에서 강력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치 저널리스트 에릭 제무어는 직설적인 정치적 선언을 통해, 소설가 미셸 우엘벡은 냉소적인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프랑스 사회의 위기를 진단한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방식을 취하지만, 공통적으로 68혁명 이후 프랑스가 전통적 가치(가족, 국가, 종교)를 상실하면서 정신적·도덕적 공허 상태에 빠졌으며, 이것이 쇠퇴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그들에게 쇠퇴는 일차적으로 경제적인 현상이 아니라 문명적인 현상이다.

3.1 에릭 제무어(Éric Zemmour)와 ‘프랑스의 자살’

정치 평론가이자 극우 정치인인 에릭 제무어는 현대 프랑스 쇠퇴론의 가장 급진적이고 논쟁적인 주창자이다. 그의 주장은 2014년에 출간되어 5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프랑스의 자살(Le Suicide français)』에 집약되어 있다.1 이 책에서 제무어는 샤를 드골의 죽음 이후 프랑스가 지속적으로 쇠퇴의 길을 걸어왔으며, 그 결정적 분기점은 1968년 5월 혁명이라고 단언한다.6 그에게 68혁명은 전통적인 가치와 권위를 모두 해체하고 개인주의와 쾌락주의를 만연시켜 프랑스 사회를 ‘자살’로 이끈 원죄이다.

제무어의 쇠퇴론은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주장들로 구성된다.

  • 반(反) 68혁명: 그는 68혁명이 가져온 문화적 자유화가 프랑스 사회의 모든 전통적 구조를 파괴했다고 본다. 페미니즘, 동성애 권리 운동, 미투 운동 등은 그에게 전통적 가족 질서를 붕괴시키고 심지어 ‘인간 박멸’로 이어지는 위험한 흐름으로 인식된다.6

  • 이민과 동화: 제무어는 ‘대규모 이민이 무슬림 지배로 이어질 것’이라는 극단적인 주장을 펼치며, 특히 이슬람에 대해 매우 적대적인 입장을 취한다.2 그는 이민자에 대한 완전한 동화주의를 요구하며, 이민자 가족 재결합 시 유전자 검사 의무화와 같은 극단적인 정책을 지지한다.6 또한 그는 인종이 단순히 사회적 구성물이 아니라 생물학적으로 실존하는 실체라고 주장하며 인종주의적 시각을 드러낸다.8

  • 반(反)자본주의/신자유주의: 제무어의 보수주의는 경제적 측면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가 오직 시장 시스템의 효율성을 위해 가족, 공동체, 국가와 같은 전통적인 사회 구조를 파괴한다고 맹렬히 비판한다.6 이러한 그의 입장은 반세계화, 고립주의, 유럽연합 탈퇴(프랑화 복귀) 주장으로 이어진다.8 이는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좌파적 비판이 아니라, 근대성이 전통적 정체성과 공동체를 침식하는 것에 대한 문화적·문명적 불안감에 기반한다.

이처럼 제무어의 담론은 프랑스가 직면한 복잡한 문제들을 68혁명, 이민, 자본주의라는 세 가지 ‘적’으로 단순화한다. 이러한 단순 명쾌한 진단은 많은 대중에게 호소력을 갖지만, 학계에서는 그가 전통적인 의미의 지식인이라기보다는 피에르 부르디외가 비판했던 ‘문화적 패스트푸드’를 제공하는 ‘패스트 싱커(fast-thinkers)’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직면한다.2

3.2 미셸 우엘벡(Michel Houellebecq)의 문학적 디스토피아

현대 프랑스 문단을 대표하는 가장 논쟁적인 작가 미셸 우엘벡은 그의 소설을 통해 서구 문명의 내적 공허와 자멸 과정을 집요하게 탐구한다. 그의 작품은 제무어의 정치적 선동과는 다른 차원에서, 현대인의 심리적 풍경을 파고들며 쇠퇴의 문제를 제기한다. 1998년 작 『소립자(Les Particules élémentaires)』에서 그는 68혁명 이후 성 해방의 물결 속에서 인간관계가 파편화되고 사랑의 가능성이 사라져가는 과정을 그리며 ‘서구의 자멸’을 해부했다.10

우엘벡의 쇠퇴론적 상상력의 정점은 2015년 작 『복종(Soumission)』에서 나타난다. 이 소설은 2022년 프랑스를 배경으로, 온건 이슬람 정당인 ‘이슬람박애당’의 후보 모하메드 벤 아베스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가상의 미래를 그린다.11

  • 줄거리와 정치적 설정: 소설 속에서 프랑스는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의 집권을 막기 위해 사회당과 우파연합 등 기성 정치 세력이 결선 투표에서 이슬람박애당 후보를 지지하는 ‘공화국 연대’를 형성한다. 그 결과, 프랑스 역사상 최초의 무슬림 대통령이 탄생한다.11 이는 폭력적인 혁명이나 정복이 아니라, 민주적 절차를 통해, 그리고 기존 엘리트들의 기회주의적 선택을 통해 이루어진다.

  • 이슬람 정권 하의 사회 변화: 벤 아베스 대통령의 집권 이후 프랑스 사회는 역설적인 안정을 되찾는다. 실업률은 극적으로 감소하는데, 이는 여성들이 노동 시장에서 배제되고 가정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일부다처제가 도입되고, 소르본 대학은 이슬람 대학으로 바뀌며 사우디아라비아의 막대한 자금 지원을 받는다.11

  • 지식인의 ‘복종’: 소설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40대 문학 교수 프랑수아는 이러한 변화에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는다. 그는 세속적이고 자유주의적인 사회에서 어떤 의미나 가치도 찾지 못하는 정신적 공허 상태에 빠져 있다. 그는 결국 안정적인 교수직과 젊은 아내들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이슬람으로 개종하고 새로운 체제에 ‘복종’하는 길을 선택한다.14

우엘벡의 『복종』은 단순한 이슬람 혐오 소설이 아니다. 이 작품의 핵심은 외부의 위협보다 서구 사회 내부의 동력 상실에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은 강압에 의해 이슬람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유주의와 개인주의가 남긴 정신적 공허와 무의미를 견디지 못하고, 질서와 안정, 그리고 삶의 의미를 제공하는 새로운 권위에 자발적으로 복종한다.15 즉, 우엘벡이 그리는 쇠퇴는 이슬람의 힘이 강해서가 아니라, 서구의 정신이 너무나 약해졌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서구 문명이 스스로의 가치를 더 이상 믿지 않게 되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냉소적이고 신랄한 풍자이다.16

4. 프랑스 사회의 균열: 쇠퇴의 징후인가, 변혁의 진통인가?

현대 프랑스 사회는 이민자 통합 문제, 정치적 양극화, 그리고 대규모 사회 저항 운동 등 심각한 내적 균열을 경험하고 있다. 쇠퇴론자들은 이러한 현상들을 프랑스 공화국 모델의 실패와 국가적 쇠퇴의 명백한 징후로 해석한다. 그러나 이러한 균열들은 단순한 쇠퇴의 증상이라기보다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적 압력 속에서 프랑스 고유의 사회 모델을 재정립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격렬한 변혁의 진통으로 볼 수도 있다.

4.1 이민자 통합 모델의 위기와 라이시테(Laïcité)의 역설

프랑스는 유럽의 대표적인 이민국가로서 오랜 이민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대규모로 유입된 북아프리카 마그레브 출신 무슬림 이민자 및 그 후손들의 사회 통합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난제로 남아있다.17 프랑스 사회는 이들 이민자 후손들에 대한 인종차별, 사회·경제적 불평등, 그리고 이로 인한 긴장 관계를 지속적으로 경험해왔다.18 2005년 파리 교외 소요 사태부터 최근의 샤를리 엡도 테러, 니스 트럭 테러, 그리고 경찰의 총격으로 알제리계 청소년이 사망한 사건에 이르는 일련의 폭력 사태들은 프랑스의 이민자 통합 실패가 낳은 비극적 결과로 지적된다.18

이러한 실패의 근본 원인 중 하나로 프랑스의 강력한 ‘동화주의(assimilation)’ 통합 모델이 지목된다. 동화주의는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적 정체성을 버리고 프랑스 공화국의 가치를 전적으로 내면화하여 주류 사회에 완전히 흡수될 것을 요구하는 정책이다.18 그러나 이 모델은 이주민들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그들을 문화적으로 열등한 존재로 취급함으로써, 오히려 이들을 사회로부터 소외시키고 ‘2등 시민’으로 전락시켜 사회 분열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18

이러한 맥락에서 프랑스 공화국의 핵심 가치인 ‘라이시테(Laïcité, 정교분리 및 세속주의)’는 심각한 역설에 부딪혔다. 본래 라이시테는 특정 종교(가톨릭)의 특권을 배제하고 모든 종교와 신념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다양한 배경을 가진 시민들을 통합하기 위한 원리였다.21 그러나 20세기 후반 무슬림 이민자 인구가 증가하면서, 라이시테는 공공장소에서 종교적 상징물을 금지하는 논리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1989년의 ‘히잡 논쟁’을 시작으로 2004년 공립학교 내 히잡 착용 금지법, 2010년 공공장소 부르카 착용 금지법 등이 제정되었다.21 이러한 법안들은 표면적으로는 모든 종교에 적용되는 중립적인 원칙에 근거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무슬림 여성들의 복장을 주된 규제 대상으로 삼았다. 그 결과, 사회 통합을 목표로 했던 라이시테가 오히려 특정 종교 집단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수단으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는 ‘라이시테의 역설’이라 불리며, 통합의 도구가 분열의 원인이 되는 현상을 통해 프랑스 공화국 모델의 근본적인 위기를 드러낸다.21

4.2 정치적 양극화와 사회적 저항

현대 프랑스는 극심한 사회 갈등과 정치적 양극화에 시달리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의 정치적 갈등과 종교 갈등의 심각도는 조사 대상 17개국 중 1위를 기록했으며, 도농 갈등과 인종·민족 갈등 역시 최상위권에 속했다.23 과거 프랑스의 정치적 양극화가 군주제 대 공화제와 같은 정치체제를 둘러싼 거대 이념 갈등의 형태를 띠었다면, 오늘날의 양극화는 이민, 정체성, 경제 정책 등 구체적인 정책 이슈를 둘러싼 갈등으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이슈 갈등은 각 정당이 지지층을 결집하고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정치적 전략에 의해 더욱 증폭되는 경향을 보인다.24

이러한 사회적 분열과 분노가 폭발적으로 표출된 대표적인 사례가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 시기에 발생한 대규모 사회 저항 운동들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집권 이후 부유세 인하, 노동 시장 유연화, 긴축 재정 등 친기업적,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추진했는데, 이는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기득권 엘리트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격화시켰다.25

  • 노란 조끼(Gilets jaunes) 운동 (2018년): 이 운동은 정부의 유류세 인상 계획에 대한 반발로 시작되었지만, 순식간에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로 확산되었다.26 시위 참가자들은 대부분 대도시 외곽이나 농촌 지역에 거주하며 생업을 위해 자동차 운행이 필수적인 서민층이었다.28 그들에게 유류세 인상은 수십 년간 누적된 경제적·문화적 소외, 구매력 하락, 그리고 파리의 엘리트 정치인들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과 분노를 터뜨리는 도화선이었다.29 노란 조끼 운동은 특정 이념이나 조직의 주도 없이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조직되었으며, 프랑스 사회의 중심부와 주변부 사이의 깊은 균열을 드러냈다.

  • 연금 개혁 반대 시위 (2023년): 마크롱 정부가 연금 재정 고갈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법정 정년을 기존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하는 연금 개혁안을 추진하자, 프랑스 전역에서 수백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파업과 시위가 발생했다.31 시위대는 개혁안이 평생 힘들게 일해 온 노동자들의 삶을 더욱 고단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육체노동의 비중이 높아 기대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은 직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과 지방 거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다.32 정부가 의회 표결을 생략하고 헌법 특별 조항을 발동하여 개혁안을 통과시키자, 시위는 더욱 격화되었고 이는 프랑스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논쟁으로까지 번졌다.33

이러한 대규모 저항 운동들은 프랑스 사회가 단순히 쇠퇴하고 무기력에 빠진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오히려 이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도전에 맞서 프랑스 고유의 사회 모델(높은 수준의 사회 보장, 노동권 존중 등)을 지키려는 시민들의 격렬한 저항이자, 국가의 미래 방향을 둘러싼 치열한 사회적 투쟁의 과정으로 해석될 수 있다.

5. 객관적 지표로 본 프랑스의 현주소: 경제와 삶의 질

쇠퇴론 담론은 종종 프랑스의 경제적 부진과 삶의 질 하락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객관적인 거시경제지표와 삶의 질 관련 데이터를 면밀히 살펴보면, 프랑스의 현실은 쇠퇴론자들이 주장하는 단선적인 비관론보다 훨씬 복잡한 양상을 띤다. 프랑스는 분명 구조적인 약점을 안고 있지만, 동시에 다른 선진국들이 부러워할 만한 강력한 강점과 높은 회복탄력성을 지니고 있다.

5.1 거시 경제 성과: 쇠퇴인가, 안정적 저성장인가?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의 국제기구 데이터는 프랑스 경제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경제 회복 과정에서 프랑스는 주요 경쟁국인 독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보였다. 예를 들어, 2025년 2분기 유로존 전체가 0.1% 성장에 그치고 독일은 -0.3%의 역성장을 기록한 반면, 프랑스는 0.3%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선방했다.35 이는 내수 중심의 경제 구조가 외부 충격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한 결과로 분석된다.37

그러나 프랑스 경제의 구조적 약점 또한 명백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110%를 넘어서는 높은 수준의 공공부채는 재정 운용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38 또한 실업률은 2025년 기준 7.6%로, 4.7%인 영국이나 3.4%인 독일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40 이는 프랑스 노동 시장의 경직성과 구조적 문제를 반영하는 지표로, 쇠퇴론의 주요 근거 중 하나로 제시된다.

아래의 표는 주요 선진국의 거시경제지표를 비교하여 프랑스의 경제적 위치를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표 1: 주요 선진국 거시경제지표 비교 (2022-2025)

지표연도프랑스독일영국유로존
실질 GDP 성장률 (%)20222.51.84.33.4
20230.9-0.30.10.5
2024 (f)0.70.20.50.8
2025 (f)1.31.01.51.5
공공부채 (% of GDP)2022111.966.5101.990.8
2023110.663.7101.188.6
2024 (f)110.062.599.487.4
2025 (f)113.062.9104.387.3
실업률 (%)20227.33.03.86.7
20237.33.14.26.5
2024 (f)7.43.44.15.9
2025 (f)7.6-4.7-

주: (f)는 전망치(forecast). 데이터는 여러 출처의 정보를 종합하여 대표적인 값으로 구성함.

출처: 36

결론적으로 프랑스 경제는 ‘쇠퇴’나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표현으로 규정하기 어렵다. 오히려 높은 부채와 실업률이라는 만성적인 질환을 앓고 있지만, 동시에 위기 상황에서 일정한 안정성과 회복력을 보여주는 ‘안정적 저성장’ 국면에 있다고 평가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5.2 프랑스 경제의 강점: 글로벌 선도 기업과 혁신 생태계

쇠퇴론 담론은 종종 프랑스 경제가 지닌 강력한 경쟁력과 미래 성장 동력을 간과한다. 프랑스는 다수의 글로벌 초일류 기업을 보유한 산업 강국이다. 럭셔리 산업의 절대 강자인 LVMH 그룹, 보잉과 함께 세계 항공 시장을 양분하는 에어버스(Airbus), 그리고 원자력 에너지 분야의 선두주자인 오라노(Orano) 등은 각자의 영역에서 세계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44 이러한 기업들은 프랑스 경제의 견고한 버팀목이자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의 상징이다. 제조업 분야에서도 프랑스는 2000년대에 급등했던 노동 비용을 안정시키고 높은 생산성 향상을 통해 독일과의 경쟁력 격차를 점차 줄여나가고 있다.48

더욱 주목할 점은 프랑스의 역동적인 혁신 생태계이다. 프랑스 정부는 ‘라 프렌치 테크(La French Tech)’라는 국가 브랜드를 내걸고 스타트업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외국인 창업가, 투자자, 기술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프렌치 테크 비자(French Tech Visa)’와 같은 적극적인 정책에 힘입어 프랑스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50 그 결과 프랑스는 유럽에서 3번째, 세계에서는 8번째로 강력한 스타트업 국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30개가 넘는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을 배출했다.50 이러한 혁신의 중심에는 파리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캠퍼스 ‘스테이션 F(Station F)’가 있다. 이곳은 1,000개 이상의 스타트업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의 프로그램을 유치하며 프랑스 혁신의 심장부 역할을 하고 있다.51

이러한 혁신 역량은 탄탄한 연구개발(R&D) 투자에 의해 뒷받침된다. 2022년 기준 프랑스의 R&D 지출은 GDP 대비 2.23%로 EU 평균(2.26% 수준)에 근접하며, 독일(3.13%)보다는 낮지만 이탈리아(1.45%)나 스페인(1.44%)보다는 월등히 높다.53 연구 인력 규모 면에서도 프랑스는 46만 명 이상으로 세계 4위를 기록하는 등, 미래 성장을 위한 혁신 잠재력이 매우 풍부함을 알 수 있다.55 쇠퇴론자들이 간과하는 이러한 경제적 강점들은 프랑스가 여전히 세계 경제의 핵심 플레이어임을 명백히 보여준다.

5.3 삶의 질과 문화적 활력

경제 지표만으로는 한 국가의 상태를 온전히 평가할 수 없다. 국민들이 실제로 느끼는 삶의 질 역시 중요한 척도이다. OECD가 발표하는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는 주거, 소득, 고용, 공동체, 교육, 환경, 건강, 삶의 만족도, 안전 등 11개 영역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삶의 질을 가늠하게 해준다. 이 지표에서 프랑스는 복합적인 모습을 보인다. 소득 및 부, 주택, 건강 상태, 일과 삶의 균형, 개인 안전, 시민 참여 영역에서는 OECD 평균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기대 수명은 82세로 OECD 평균(80세)보다 2년 길고, 장시간 근로자 비율은 8%로 평균(13%)보다 현저히 낮아 일과 삶의 균형 측면에서 강점을 보였다.56

그러나 주관적 웰빙(삶의 만족도), 환경의 질, 사회적 연결, 교육 및 기술, 직업 및 소득 영역에서는 평균 이하의 평가를 받았다. 프랑스인들이 스스로 평가한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4점으로 OECD 평균(6.5점)과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56 이는 높은 수준의 사회 보장 시스템이 제공하는 객관적인 삶의 조건과 국민들이 느끼는 주관적인 행복감 사이에 괴리가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표 2: OECD 더 나은 삶 지수 비교: 프랑스 vs. OECD 평균

영역프랑스 지표/점수OECD 평균상대적 성과
소득 (가구 가처분 소득)USD 31,137USD 30,563평균 이상
고용 (고용률)65%67%평균 이하
주택 (방 개수/인, 주거비)1.8개/인, 소득의 21%1.8개/인, 소득의 20%평균 수준
건강 상태 (기대수명)82세80세평균 이상
일과 삶의 균형 (장시간 근로율)8%13%평균 이상
삶의 만족도 (0-10점)6.4점6.5점평균 수준
안전 (피습률)4.0%4.0%평균 수준
시민 참여 (투표율)75%69%평균 이상
환경 (대기오염 PM2.5)13.4 µg/m³13.9 µg/m³평균 수준
교육 (고등교육 이수율)78%74%평균 이상
공동체 (사회적 지원)88%89%평균 수준

출처: 56

한편,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하는 인간개발지수(HDI)에서 프랑스는 2023년 기준 0.920점을 기록하여 ‘매우 높음’ 그룹에 속하며 세계 26위를 차지했다.59 이는 프랑스가 전반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문화적 활력 측면에서 프랑스의 위상은 여전히 독보적이다. 프랑스는 연간 1억 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하며 세계 1위 관광 대국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61 팬데믹으로 큰 타격을 입었으나, 2023년에는 관광객 수가 1억 명을 돌파하며 팬데믹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고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62 루브르 박물관, 에펠탑과 같은 상징적인 명소뿐만 아니라 프랑스 고유의 미식, 예술, 라이프스타일은 전 세계인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소프트파워의 원천이다. 또한 영화, 출판, 음악, 비디오 게임 등을 포함하는 문화·창조 산업(CCI)은 프랑스 경제의 약 2%를 차지하며, 연간 321억 유로의 수출 수입을 창출하는 핵심 성장 동력이다.63 특히 프랑스 영화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며, 출판은 가장 큰 문화 수출 산업이다.63 이러한 문화적 자산은 쇠퇴론이 간과하는 프랑스의 지속적인 활력과 매력을 증명한다.

6. 변화하는 세계 속 프랑스의 위상: 지정학적 영향력의 재편

쇠퇴론의 핵심 주장 중 하나는 프랑스가 국제 무대에서 과거의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통적인 영향권이었던 아프리카에서의 위상 약화와 군사적 개입의 한계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주요 근거로 제시된다. 그러나 동시에 브렉시트 이후 유럽연합(EU) 내에서 프랑스의 역할이 재조명되는 등 지정학적 영향력의 복합적인 재편 과정이 진행 중이다. 따라서 프랑스의 국제적 위상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쇠퇴의 측면과 재편의 측면을 모두 고려하는 균형 잡힌 분석이 요구된다.

6.1 군사력과 개입주의의 한계: 사헬 지역의 교훈

프랑스는 여전히 세계적인 군사 강국이다. GDP 대비 2%가 넘는 국방비를 꾸준히 지출하고 있으며, 그 총액은 세계 10위권 이내를 유지하고 있다.65 핵무기 보유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프랑스는 독자적인 군사 작전 수행 능력을 갖춘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이다. 이러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프랑스는 특히 아프리카 사헬 지역에서 테러리즘에 맞서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군사 작전(세르발, 바르칸 작전 등)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10년에 걸친 사헬 지역 개입은 결국 실패로 귀결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프랑스군의 개입은 초기에는 말리 북부를 점령했던 지하디스트 세력을 몰아내는 등 전술적 성공을 거두었으나, 장기적으로는 이 지역의 안보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못했다.67 오히려 지하디스트 세력은 말리 중부와 인근 국가인 부르키나파소, 니제르 등으로 확산되었다.69 이러한 군사적 실패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첫째, 프랑스는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군사적 목표에만 치중했을 뿐, 분쟁의 근본 원인인 빈곤, 부패, 부족 갈등 등을 해결하기 위한 명확하고 일관된 정치적 전략을 제시하지 못했다.67 둘째, 과거 식민 종주국으로서의 프랑스의 개입은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 신식민주의적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반프랑스 감정을 격화시키는 요인이 되었다.68 결국 현지 군부와의 갈등 끝에 프랑스군은 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에서 순차적으로 철수해야만 했다.70 사헬에서의 실패는 프랑스의 전통적인 군사 개입주의 모델이 21세기의 복잡한 비대칭적 위협에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음을 보여주는 뼈아픈 교훈이 되었으며, 프랑스의 국제적 신뢰도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6.2 ‘프랑카프리크(Françafrique)’의 종언과 영향력 쇠퇴

사헬 지역에서의 군사적 실패는 프랑스가 아프리카의 옛 식민지 국가들에 대해 유지해 온 비공식적 영향력 체제, 즉 ‘프랑카프리크(Françafrique)’의 종언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2020년 이후 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 등에서 연이어 군사 쿠데타가 발생하고, 새롭게 집권한 군부 정권들이 노골적으로 반프랑스 노선을 표방하며 프랑스군을 축출하고 러시아 등 새로운 파트너와 손을 잡는 현상이 나타났다.71

이러한 급격한 영향력 쇠퇴의 배경에는 수십 년간 누적된 구조적 문제들이 자리 잡고 있다. 첫째, 식민 지배의 역사적 상처와 독립 이후에도 지속된 프랑스의 후견주의적 태도는 아프리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강력한 반감을 형성했다.74 둘째, 프랑스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부패하고 비민주적인 아프리카 독재 정권들을 지원해왔다는 ‘이중 잣대’ 외교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76 셋째, 프랑스군의 대테러 작전이 실질적인 안보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프랑스의 군사적 능력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69 넷째, 프랑스와 유럽의 엄격한 이민 및 비자 정책은 아프리카 청년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주며 프랑스를 ‘닫힌 국가’로 인식하게 만들었다.76 이러한 상황 속에서 러시아는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허위 정보 유포 등을 통해 반프랑스 감정을 적극적으로 부추겼고, 중국은 막대한 경제적 지원을 앞세워 영향력을 확대하며 프랑스가 남긴 공백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69 프랑카프리크의 붕괴는 프랑스 외교의 중대한 좌절이며, 이는 프랑스가 더 이상 아프리카의 ‘특별한 파트너’가 아님을 명백히 보여준다.

6.3 브렉시트 이후 유럽연합(EU) 내 리더십의 재편

아프리카에서 전통적 영향력을 상실한 것과 대조적으로, 유럽 내에서 프랑스의 위상은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이후 오히려 강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EU 내에서 자유 시장과 대서양 동맹을 중시하며 프랑스의 통합 심화 구상에 종종 제동을 걸었던 영국이 사라지면서, 프랑스는 독일과 함께 EU의 명실상부한 핵심축(Franco-German axis)으로 부상했다.78

특히 안보 및 국방 분야에서 프랑스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브렉시트 이후 프랑스는 EU 내 유일한 핵보유국이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독보적인 전략적 위상을 갖게 되었다.78 이를 바탕으로 프랑스는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을 강력하게 주창하며, 항구적 안보 국방 협력체제(PESCO) 창설 등 EU의 국방 통합을 주도하고 있다.79

그러나 프랑스의 EU 내 리더십이 도전 없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첫째, 유로존의 재정 정책, 에너지 정책, 대러시아 전략 등 핵심 현안을 둘러싸고 독일과의 입장 차이가 여전히 존재한다.80 프랑스가 정치적 통합과 연대를 강조하는 반면, 독일은 재정 건전성과 경제적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어 양국 간의 조율이 항상 순조롭지만은 않다. 둘째, 프랑스와 독일의 주도에 대한 다른 회원국들의 견제도 존재한다. 특히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한 재정 보수 성향 국가들의 모임인 ‘한자동맹(Hanseatic League)’은 유로존 통합 심화에 대한 프랑스의 구상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며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79

결론적으로, 프랑스의 지정학적 영향력은 아프리카에서는 명백한 쇠퇴를 겪고 있지만, 유럽 내에서는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이는 프랑스의 영향력이 일방적으로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중심축이 탈식민주의적 영향권에서 유럽 대륙으로 이동하는 전략적 재편 과정에 있음을 시사한다. 프랑스의 미래 국제적 위상은 이러한 새로운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독일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EU 내 리더십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7. 결론: 쇠퇴라는 신화, 그리고 프랑스가 직면한 실질적 도전 과제

본 보고서는 프랑스가 퇴보하고 있다는 ‘데클리니즘’ 담론의 역사적 계보, 현대적 주장, 그리고 그 객관적 실체를 다각적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프랑스가 ‘쇠퇴’하고 있다는 단선적인 주장은 현실의 복잡성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하나의 ‘신화’에 가깝다는 결론에 이른다. 쇠퇴론자들은 프랑스 사회가 겪고 있는 사회적 갈등의 심화, 일부 경제 지표의 부진, 그리고 전통적 영향권의 축소와 같은 현실의 특정 단면들을 선택적으로 부각하고 과장하여 총체적인 국가적 쇠퇴라는 비관론을 구성한다. 그들의 주장은 종종 과거의 이상화된 영광에 대한 향수와 현재의 변화에 대한 불안감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객관적 지표들은 쇠퇴론이 간과하거나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프랑스의 강력한 저력과 회복탄력성을 명백히 보여준다. 프랑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보편적 의료보장 시스템을 포함한 견고한 사회안전망을 통해 높은 수준의 삶의 질을 유지하고 있다. LVMH, 에어버스 등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초일류 기업들과 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약진하는 혁신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는 프랑스 경제의 역동성을 증명한다. 또한, 세계 1위 관광 대국의 지위와 막강한 문화·창조 산업은 프랑스가 여전히 강력한 소프트파워를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이러한 강점들은 프랑스가 쇠퇴하는 국가가 아니라, 심대한 도전에 맞서 싸우며 스스로를 재창조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국가임을 시사한다.

따라서 ‘쇠퇴’라는 허구적이고 비생산적인 프레임에서 벗어나, 프랑스가 실제로 직면한 구조적이고 실질적인 도전 과제들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 보고서의 분석을 통해 도출된 핵심 과제는 다음과 같다.

  1. 사회 모델의 지속가능성 확보: 프랑스의 가장 큰 자산이자 동시에 가장 큰 부담인 관대한 사회 모델을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만들 것인가의 문제이다. 높은 수준의 복지와 사회적 연대를 유지하면서도, 만성적인 공공부채를 관리하고 글로벌 경제 환경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 계약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연금 개혁과 같은 고통스러운 구조 개혁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관리하고 국민적 합의를 형성하는 능력을 요구하는 과제이다.

  2. 정치적 분열과 사회 통합: ‘노란 조끼’ 운동과 각종 시위에서 표출된 중심부와 주변부, 엘리트와 대중 간의 깊은 정치적·사회적 균열을 봉합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공화주의 이념의 핵심인 라이시테가 통합의 원리가 아닌 배제의 기제로 작동하는 역설을 극복하고, 이민자 배경의 시민들을 진정한 공동체의 일원으로 포용할 수 있는 새로운 통합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는 프랑스 공화국의 정체성 자체를 재정립하는 근본적인 과제이다.

  3. 국제적 역할의 재정의: 탈식민주의 시대의 도래와 지정학적 질서의 재편 속에서 프랑스는 자신의 국제적 역할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아프리카에서는 과거의 후견주의적 관계를 청산하고, 상호 존중과 이익에 기반한 수평적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유럽 내에서는 브렉시트 이후 강화된 위상을 바탕으로 독일과의 협력과 경쟁을 현명하게 조율하며, 분열된 유럽을 이끌 수 있는 실질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전략적 과제를 안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대 프랑스는 ‘쇠퇴(decline)’하는 것이 아니라, 심대한 내·외부적 환경 변화에 직면하여 고통스러운 ‘전환(transformation)’의 시기를 겪고 있다. 데클리니즘은 이러한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진통과 불안을 비관적으로 해석하는 하나의 이데올로기적 반응에 불과하다. 프랑스의 미래는 쇠퇴라는 신화에 갇히지 않고, 위에 제시된 실질적인 도전 과제들에 얼마나 창의적이고 용기 있게 대응하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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