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의 시선 위기의 미국 (2025-09-27)
1. 서론: ’위대한 미국’의 상실과 MAGA 운동의 태동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MAGA)’ 운동은 단순한 정치 슬로건을 넘어, 현대 미국이 경제적, 문화적, 정치적으로 총체적 쇠퇴를 겪고 있다는 심각한 위기 진단에서 출발한다. 이 운동의 근간에는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위대한 국가의 정체성을 상실했다는 집단적 상실감과 깊은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정책 선호의 문제가 아니라, ’정체성 정치’의 극단적 발현으로 이해해야 한다. 경제적 불만은 표면적 이유이며, 그 기저에는 자신들의 문화적, 인종적 헤게모니가 위협받고 있다는 실존적 공포가 존재한다.
MAGA 지지층, 특히 산업 쇠퇴 지역의 소외된 백인 노동자 계층은 이 위기를 피부로 느낀다. 이들은 세계 무대에서 미국의 위상이 축소되고 국내에서는 백인의 사회적 지위가 하락하고 있다는 공포심을 공유한다.1 과거 부모 세대처럼 고등학교 졸업장만으로 안정적인 중산층의 삶을 영위할 수 있었던 시절에 대한 강한 향수는 현재의 박탈감을 더욱 증폭시킨다.1 이러한 집단적 상처와 불안감은 강력한 심리적 동인으로 작용한다.
도널드 트럼프는 이 상처를 정확히 파고들었다. 그는 이민자, 테러리스트, 부패한 기득권 엘리트와 같은 ’위험한 외부 세력’으로부터 미국을 지키는 수호자를 자처하며 방어기제를 자극했다.1 그의 사업가로서의 성공 신화는 ’아메리칸 드림의 회복’이라는 희망과 동일시되었고, 유권자들에게 트럼프가 상처 입은 미국을 치유할 유일한 구원자라는 강력한 서사를 제공했다.1 이 과정에서 MAGA 운동은 전통적인 정치 이념 지지를 넘어, 트럼프라는 인물에 대한 강한 정서적 유대와 애착을 기반으로 한 ’팬덤(fandom)’으로 진화했다.2 이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간에서 트럼프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커뮤니티 내부의 규율에 따라 정보를 수용하고 소통하는 독특한 정치 문화를 형성했다.2
’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는 구호 자체는 1980년 로널드 레이건이 먼저 사용했지만, 트럼프는 이를 세계화, 불법 이민, 제조업 일자리 감소 등의 문제로 쇠퇴한 미국을 복원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맥락에서 재정의하며 자신의 상징으로 만들었다.2 비판자들은 이 슬로건이 특정 인종 집단을 배제하고 과거의 차별적 질서를 낭만화하는 ‘도그 휘슬(dog whistle)’ 정치라고 비판하지만 3, 지지자들에게 이는 잃어버린 자부심을 되찾으려는 애국심의 순수한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3
2. 경제적 쇠퇴 - 무너진 아메리칸 드림
MAGA 세계관의 핵심에는 모든 것을 승자와 패자의 구도로 인식하는 ‘제로섬(Zero-Sum)’ 논리가 깔려 있다. 무역, 이민, 국제관계 등 모든 영역에서 미국의 ’패배’는 다른 국가(특히 중국)나 다른 집단(이민자)의 ‘승리’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러한 관점은 복잡한 경제 문제를 배신과 약탈이라는 단순하고 강력한 서사로 전환시켜, 소외감을 느끼는 지지층에게 강력한 호소력을 발휘한다. 이는 경제 정책을 국가의 부를 되찾기 위한 도덕적 성전으로 격상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2.1 만성적 무역적자와 제조업의 붕괴
MAGA 관점에서 미국의 가장 심각하고 명백한 경제 위기는 수십 년간 지속된 만성적 무역적자다.4 이는 단순한 회계상의 숫자가 아니라, 미국이 신흥공업국, 특히 중국과 멕시코의 ‘약탈적’ 무역 관행의 희생양이 되어 제조업 기반이 붕괴하고 국가적 부를 상실했음을 의미하는 증거로 간주된다.4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무역적자의 근본 원인이 외국의 높은 관세, 비관세 장벽, 환율 조작 등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있다고 단정한다.6 특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같은 자유무역협정은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를 멕시코로 유출시키는 ’거대한 흡입 소리’를 낸 주범으로 지목된다.5 이는 국익보다 다국적 기업의 이익을 우선시한 글로벌리스트 엘리트들이 미국 노동자를 배신한 결과라는 믿음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MAGA 지지자들은 전통적인 공화당의 자유무역 기조와 결별하고 강력한 보호무역을 선호한다.1
이에 대한 해결책은 명확하고 단호하다. 바로 ’관세 폭탄’을 통한 미국 제조업 기반의 재건이다.1 트럼프는 재임 시절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으며 7, 재집권 시 중국에 50-60%의 관세, 나아가 모든 수입품에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는 전면적인 무역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7 이는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해외로 나간 공장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는(re-shoring) 유일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여겨진다.6 관세 부과 시 미국 소비자들이 결국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는 주류 경제학의 비판은 기득권의 변명으로 치부되며 8, 오히려 관세 수입을 통해 미국민의 세금을 감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9
2.2 국가 부채: 미래를 저당 잡힌 위기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국가 부채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국가적 수모로 이어졌으며 4, 미래 세대의 번영을 앗아가는 시한폭탄으로 인식된다. 현재 36조 달러를 넘어선 부채 수준은 지속 불가능하며,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심각한 금융 위기의 뇌관으로 간주된다.9
MAGA 관점에서는 민주당의 방만한 복지 지출과 ’불필요한 해외 전쟁’에 낭비되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부채 증가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비록 공화당 행정부 하에서의 대규모 감세 정책이 부채 증가에 기여했다는 비판이 존재하지만 11, 이는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불가피한 투자였다는 논리로 방어된다.
해결책은 정부 지출의 과감한 삭감과 규제 완화를 통한 폭발적인 경제 성장에서 찾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정부 효율화 부서(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DOGE)’ 신설을 통해 2조 달러 규모의 정부 지출 삭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9 또한 교육부를 폐지하고 환경 관련 지출을 대폭 삭감하는 등의 구체적인 계획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려 한다.12 궁극적으로는 감세와 규제 완화가 경제 성장을 이끌고, 늘어난 세수를 통해 부채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공급주의 경제학에 기반을 둔다.
2.3 불법 이민: 저임금 노동과 자원의 잠식
불법 이민은 단순한 국경 관리의 실패를 넘어, 미국 블루칼라 노동자의 임금을 하락시키고 일자리를 빼앗는 명백한 경제적 공격으로 규정된다.1 또한, 이민자들이 교육, 의료 등 한정된 공공 서비스에 무임승차하여 미국 납세자에게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운다는 주장이 제기된다.13
불법 이민으로 인해 저숙련 노동 공급이 급증하면서, 특히 흑인을 포함한 미국 태생 저숙련 노동자들의 임금과 고용 기회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다는 인식이 팽배하다.14 이는 경제적 문제를 넘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따라서 MAGA의 핵심 공약은 불법 이민자 추방을 통한 자국 노동자 보호다.1 이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추방 작전을 실행하고, 국경 장벽을 완공하여 불법 입국을 원천 차단하는 강력한 정책으로 구체화된다.15 이민자들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세금을 납부하며, 부족한 노동력을 채운다는 주류 사회의 주장은 17 이민자 옹호론자들이 퍼뜨리는 위험한 거짓말로 일축된다.
3. 문화 전쟁 - 정체성과 가치의 위협
MAGA 운동이 진단하는 미국의 위기는 경제적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더 근본적인 위협은 미국의 정체성과 전통적 가치를 파괴하려는 내부의 문화적 공격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이 ’문화 전쟁’은 단순한 보수적 가치 수호를 넘어, 전문가 집단과 제도적 권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과 저항의 성격을 띤다. 의학(성 정체성), 역사학(비판적 인종 이론), 경제학(무역), 기후과학 등 모든 전문 분야의 합의를 ’좌파 이데올로기’로 재정의함으로써, 객관적 사실의 영역을 정치적 투쟁의 장으로 전환시킨다. 이는 누가 진실을 결정할 권위를 갖는가에 대한 인식론적 전쟁이기도 하다.
3.1 ’워크주의(Wokeism)’와 엘리트주의에 대한 반격
MAGA 지지자들의 시선에서, 현재 미국은 ‘워크주의(Wokeism)’ 혹은 ’문화적 마르크스주의(Cultural Marxism)’라 불리는 급진 좌파 이데올로기의 전면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21 이 이데올로기는 대학, 언론, 대기업, 그리고 정부 기관에 깊숙이 침투하여 미국의 근본 가치를 파괴하려 시도하는 체제 전복적 사상으로 간주된다.
이들의 주요 공격 대상은 명확하다. 첫째, 기업과 정부의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 프로그램은 능력주의를 파괴하고 ’반백인 인종차별’을 조장하는 이념적 도구로 비판받는다.16 MAGA는 이를 ’마르크스주의 관료’를 양산하는 제도로 보고 최우선 제거 대상으로 삼는다.21 둘째, ’비판적 인종 이론(CRT)’은 미국 역사를 억압과 착취의 역사로만 규정하여 학생들에게 죄책감을 심고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훼손하는 세뇌 교육으로 여겨진다.23 셋째, 트랜스젠더 권리 옹호와 같은 ’성 정체성 이데올로기’는 전통적인 가족관과 생물학적 사실을 부정하는 급진적인 사회 실험으로 간주된다.15 디즈니의 영화 <인어공주>에 흑인 배우를 캐스팅한 사례는 24 ‘워크’ 이데올로기가 대중문화까지 오염시킨 대표적인 증거로 제시된다.
이러한 문화적 공격에 대한 반격은 ’Go Woke, Go Broke (깨어 있으면 망한다)’라는 구호로 집약된다. 버드 라이트, 타겟, 크래커 배럴 등 ‘워크’ 정책을 도입한 기업들에 대한 대대적인 불매 운동은 소비자의 힘을 통해 기업의 ’각성’을 강요하는 문화적 저항 운동이다.25 이는 기업들이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면 결국 경제적으로 파산할 것이라는 신념을 강화하고, 다른 기업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
3.2 전통적 가치의 붕괴
MAGA 지지자들은 기득권 엘리트 계층이 인종차별 및 성차별 반대와 같은 의제를 내세우며 도덕적 우월감을 과시하고, 이를 통해 기독교 신앙, 애국심, 전통적 가족관 등 평범한 미국인들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조롱하고 해체하려 한다고 믿는다.1
이러한 가치 전복 시도의 선봉에는 주류 언론이 있다. 이들은 주류 언론이 진실을 보도하는 대신 좌파 이데올로기를 선전하는 ‘가짜뉴스’ 공장으로 전락했으며, 소셜 미디어 기업들은 보수적인 목소리를 의도적으로 검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23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문화적 영토를 되찾고 제도를 통해 전통적 가치를 복원하는 것이다. MAGA 운동은 스스로를 이러한 문화적 공격에 맞서 전통적 미국 가치를 수호하는 ’십자군’으로 여긴다.3 더 나아가, ’프로젝트 2025’와 같은 구체적인 계획을 통해 연방 정부 차원에서 DEI 관료를 모두 제거하고, CRT 교육을 금지하며, 낙태와 피임약 접근을 제한하는 등 기독교 우파의 가치를 법과 제도로 관철하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22
4. 정치 시스템의 붕괴 - 신뢰의 상실
MAGA가 진단하는 정치 위기는 ’시스템의 실패’가 아니라 ’시스템의 배신’이라는 서사를 따른다. 선거, 사법, 행정 시스템이 단순히 고장 난 것이 아니라, 특정 이념(좌파, 글로벌리스트)을 가진 적대적 행위자들, 즉 ’딥 스테이트’에 의해 의도적으로 ’장악’되고 ’무기화’되었다는 것이다. 이 ’배신’의 서사는 정치적 반대파를 민주적 경쟁자가 아닌 국가의 정통성을 찬탈한 불법적 세력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2021년 1월 6일 의사당 점거 사태나 ’프로젝트 2025’와 같은 급진적 계획은, 부패한 시스템을 바로잡기 위한 불가피하고 정당한 저항 행위로 정당화된다.
4.1 ‘딥 스테이트(Deep State)’: 보이지 않는 정부의 저항
MAGA 세계관의 중심에는 ’딥 스테이트’라는 거대한 음모론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미국 정부 내에 선출되지 않은 직업 관료, 정보기관 요원, 법 집행기관으로 구성된 비밀스러운 권력 집단이 존재하며,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MAGA 의제를 좌절시키기 위해 은밀하게 활동한다는 믿음이다.28
이들에게 딥 스테이트는 단순한 관료주의적 비효율을 넘어, 트럼프의 정책을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언론에 기밀 정보를 유출하며, 법무부(DOJ)나 연방수사국(FBI) 같은 국가기관을 ’무기화’하여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을 부당하게 수사하는 ‘정부 갱스터(Government Gangsters)’ 집단이다.21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과 같은 대형 스캔들이 제대로 수사되지 않고 은폐되고 있다는 믿음은 딥 스테이트가 아동 성착취와 같은 끔찍한 범죄에 연루된 글로벌 엘리트들을 보호하고 있다는 의심을 확신으로 바꾼다.32
이에 대한 해결책은 ’행정국가의 해체’라는 급진적인 목표로 이어진다. 보수 싱크탱크들이 주도하는 ’프로젝트 2025’의 핵심 목표 중 하나가 바로 이 딥 스테이트를 파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수만 명의 연방 공무원을 해고하고 그 자리를 트럼프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인물들로 채울 수 있는 ‘스케줄 F(Schedule F)’ 행정명령을 부활시킬 계획을 세웠다.16 FBI 본부 건물을 폐쇄하고 ’딥 스테이트 박물관’으로 만들겠다는 일부 강경파의 주장은 31 이 보이지 않는 정부에 대한 적개심이 얼마나 극단적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4.2 선거 불복과 시스템 불신
2020년 대선은 ’도둑맞은 선거’이며, 이는 민주당과 딥 스테이트가 공모하여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 시스템을 조작한 결과라는 믿음은 MAGA 운동의 핵심 신조가 되었다.2
이 부정선거 음모론의 중심에는 우편 투표와 도미니언(Dominion) 같은 전자 투표 시스템이 있다. MAGA 지지자들은 우편 투표가 본질적으로 부패했으며 대규모 사기를 가능하게 하는 주된 통로라고 굳게 믿는다.34 선거 전문가들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사기 증거가 거의 없다고 반복적으로 반박하지만, 이는 시스템을 옹호하려는 엘리트들의 기만으로 치부될 뿐이다.34 또한, 도미니언과 같은 투표 시스템이 트럼프 표를 바이든 표로 바꾸도록 원격으로 조작되었다는 음모론이 널리 퍼져있다.37 도미니언 사가 이러한 주장을 부인하고 명예훼손 소송에서 승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에 대한 불신은 조금도 해소되지 않았다.
이러한 불신과 분노가 폭발한 사건이 바로 2021년 1월 6일 미국 의회의사당 점거 사태다.38 외부에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폭력적 공격으로 규정되지만, MAGA 관점에서는 도둑맞은 선거 결과를 바로잡고 부패한 시스템에 저항하기 위한 애국적 행동으로 미화된다.
4.3 팬덤 정치와 양극화 심화
트럼프 지지자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강력하게 결집하며, 이는 기존 정당 정치를 우회하는 새로운 형태의 ’팬덤 정치’를 탄생시켰다.2 이 팬덤은 특정 정치인에 대한 강한 정서적 유대를 바탕으로, 외부의 비판에 대해 극도로 방어적이며 내부의 믿음을 강화하는 ’확증 편향’을 특징으로 한다.2
이러한 폐쇄적인 정보 생태계는 가짜뉴스와 음모론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온상이 된다. 엡스타인 사건, 큐어넌(QAnon) 등은 팬덤 내부에서 빠르게 공유되며 딥 스테이트와 글로벌 엘리트의 부패를 입증하는 ’숨겨진 진실’로 받아들여진다.32 주류 언론을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불신하는 이들에게 이러한 음모론은 대안적 진실을 제공하며, 결과적으로 미국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를 극단으로 치닫게 하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2
5. 국제 질서의 재편 - ’미국 우선주의’를 향하여
MAGA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외교 정책은 전통적인 고립주의(Isolationism)와는 구별된다. 이는 세계로부터의 완전한 후퇴가 아니라, 기존의 다자주의적 틀을 파괴하고 모든 국제 관계를 미국의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국익이라는 단일 렌즈를 통해 재구성하려는 ’거래적 일방주의(Transactional Unilateralism)’에 가깝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 온 자유주의 국제 질서는 공유 가치와 장기적 투자를 기반으로 했지만, MAGA는 이 질서 자체를 미국의 관대함을 이용한 사기극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이들은 동맹을 해체하는 대신, 미국이 일방적으로 모든 거래 조건을 결정하는 허브-스포크(hub-and-spoke) 모델로 대체하고자 한다.
5.1 동맹의 ’무임승차론’과 NATO
MAGA의 시선에서, 미국은 지난 수십 년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은 군사 동맹에서 과도한 방위비를 부담하며 ‘세계의 경찰’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 사이 유럽 동맹국들은 안보에 ’무임승차’하며 미국의 희생을 발판 삼아 경제적 번영을 누려왔다는 인식이 팽배하다.43 이는 근본적으로 불공정하고 더 이상 지속 불가능한 시스템으로 규정된다.
이에 트럼프는 NATO 동맹국들이 국내총생산(GDP)의 2%를 방위비로 지출하라는 기존 목표는 ’최소한’의 의무에 불과하며, 이제는 GDP의 5%를 지출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한다.43 이는 단순한 예산 증액 요구가 아니다. 동맹의 책임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고 미국의 과도한 부담을 덜겠다는 ‘미국 우선주의’ 원칙의 핵심적인 표현이다. 더 나아가 트럼프는 방위비 분담 약속을 지키지 않는 동맹국에 대해서는 NATO 헌장 5조에 명시된 상호방위 공약을 이행하지 않을 수 있음을 공공연히 시사하며, 신성시되던 동맹 관계를 철저히 거래적 관계로 재정립하려 한다.45
5.2 고립주의와 불필요한 전쟁의 종식
미국은 수십 년간 중동 등지에서 국익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끝없는 전쟁(endless wars)’에 개입하여 막대한 인명과 재산을 낭비했다는 것이 MAGA의 또 다른 핵심 진단이다. 이러한 개입은 기성 정치 엘리트와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을 뿐, 평범한 미국 국민에게는 아무런 이득도 가져다주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따라서 MAGA의 외교 정책 기조는 전통적인 공화당의 개입주의와 명확히 결별하고, 불필요한 전쟁을 종식하는 비개입주의를 지향한다.1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미국이 직접적인 책임을 지기보다는 유럽이 주도적으로 재정 지원을 감당해야 하며, 미국의 역할은 무기 공급 등으로 제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다.46 이는 미국의 한정된 자원을 해외가 아닌 국내 문제 해결에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한다는 ‘미국 우선주의’ 철학에 따른 필연적인 귀결이다. 다만, 때때로 유럽의 민주주의 후퇴나 이민 정책과 같은 ’내정’에 대해 훈계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47, 동맹을 대등한 파트너가 아닌 미국의 가치와 이익에 복무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는 일방주의적 시각을 드러낸다.
6. 결론: ‘프로젝트 2025’ - 위기 극복을 위한 권위주의적 청사진
MAGA가 진단한 미국의 총체적 위기는 그들이 제시하는 해결책의 급진성을 정당화한다. 만약 국가의 위기가 정부 기관을 장악하고 무기화한 불법적인 내부의 적(‘딥 스테이트’, ‘문화적 마르크스주의자’)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면, 유일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은 그 기관들을 무력으로 탈환하고, 적들을 숙청하며, 그들이 다시는 권력을 잡지 못하도록 권력을 한 곳에 집중시키는 것이다. ’프로젝트 2025’는 바로 이러한 논리의 필연적인 귀결이다. 이는 민주적 절차와 타협이 이미 적에 의해 오염되어 쓸모없어졌다는 전제하에, 국가를 구하기 위해 전시 체제와 같은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담은 작전 계획서다.
’프로젝트 2025’는 헤리티지 재단이 주도하고 100개 이상의 보수 단체가 참여하여 만든 920페이지 분량의 방대한 집권 계획서로, 앞서 논의된 모든 위기에 대한 MAGA의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담고 있다.15 이는 단순한 정책 제안의 모음이 아니라, 연방 정부를 완전히 장악하고 MAGA 의제를 신속하게 관철하기 위한 상세한 작전 계획(blueprint)이다.49
이 계획의 법적, 철학적 기반은 ’단일 행정부 이론(unitary executive theory)’이다.22 이는 행정부 전체가 대통령의 완전한 통제하에 있어야 한다는 급진적 이론으로, 사실상 의회나 사법부의 견제를 무력화하고 대통령에게 제왕적 권력을 부여하려는 시도다. 이 이론을 바탕으로 ’딥 스테이트’로 규정된 수만 명의 직업 공무원들을 트럼프 충성파로 교체하고 16, 법무부를 정치적 반대파를 탄압하는 도구로 사용하며 50, 연방준비제도(Fed)와 같은 독립적인 규제 기관들을 무력화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50
’프로젝트 2025’가 제시하는 정책 로드맵은 미국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의도를 명확히 보여준다. 경제적으로는 대대적인 감세와 복지 축소를, 사회적으로는 전국적인 낙태 금지와 성소수자 권리 제한을, 이민 정책에서는 대규모 추방과 출생시민권 폐지를 목표로 한다. 이는 미국을 백인, 기독교 민족주의에 기반한 국가로 재편하고, 민주주의의 핵심인 견제와 균형 시스템을 파괴하며, 대통령 중심의 강력한 권위주의 체제를 구축하려는 청사진이다.16 MAGA의 관점에서 이는 위기에 빠진 ’위대한 미국’을 재건하기 위한 유일하고 필연적인 경로로 제시된다.
| 표 1: 프로젝트 2025의 핵심 정책 기둥 |
|---|
| 분야 |
| 행정부 권력 |
| 법무/사법 |
| 이민/국토안보 |
| 경제/노동 |
| 사회/문화 |
| 표 2: MAGA의 위기 진단과 해결책 |
|---|
| MAGA가 진단한 위기 |
| 만성적 무역적자와 제조업 붕괴 |
| 통제 불능의 불법 이민 |
| ’딥 스테이트’의 국정 방해 |
| 기업과 사회를 병들게 하는 ‘워크’ 문화 |
| 우편투표 등으로 오염된 부정선거 시스템 |
| 동맹국들의 안보 무임승차 |
7. 참고 자료
- 트럼프의 MAGA 복음과 함께 변화하는 미국 - KB금융그룹, https://www.kbfg.com/kbresearch/cmm/fms/FileDown.do?atchFileId=FILE_000000002001432&fileSn=0
-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 국회입법조사처, https://www.nars.go.kr/fileDownload2.do?doc_id=1OurJKKsB5x&fileName=
- Make America Great Again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https://ko.wikipedia.org/wiki/Make_America_Great_Again
- [시론] 트럼프 MAGA 정책은 위기이자 기회다 -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39665
- NAFTA under Trump—the myths and the possibilities - Brookings Institution, https://www.brookings.edu/articles/nafta-under-trump-the-myths-and-the-possibilities/
- The Trade Deficit Delusion: Why Tariffs Will Not Make America Great Again - Intereconomics, https://www.intereconomics.eu/contents/year/2025/number/4/article/the-trade-deficit-delusion-why-tariffs-will-not-make-america-great-again.html
- Trump trade – back to the future? - flow – Deutsche Bank, https://flow.db.com/trade-finance/trump-trade-back-to-the-future
- Explainer: How do tariffs work and how will they impact the American and global economy?, https://www.hks.harvard.edu/faculty-research/policy-topics/public-finance/explainer-how-do-tariffs-work-and-how-will-they
- Amid soaring US debt, can Trump balance fiscal challenges with campaign promises?, https://www.chathamhouse.org/2025/01/amid-soaring-us-debt-can-trump-balance-fiscal-challenges-campaign-promises
- In Trump’s America, the federal debt forecast is looking dire, https://www.americamagazine.org/short-take/2025/08/29/trump-federal-debt-reduce-forecast/
- The MAGA debt bomb - The Berkshire Edge, https://theberkshireedge.com/the-maga-debt-bomb/
- The Fiscal Impact of the Harris and Trump Campaign Plans | Committee for a Responsible Federal Budget, https://www.crfb.org/papers/fiscal-impact-harris-and-trump-campaign-plans
- 4 myths about how immigrants affect the U.S. economy | PBS News, https://www.pbs.org/newshour/economy/making-sense/4-myths-about-how-immigrants-affect-the-u-s-economy
- The Impact of Illegal Immigration on the Wages - U.S. Commission on Civil Rights, https://www.usccr.gov/files/pubs/docs/IllegImmig_10-14-10_430pm.pdf
- Project 2025, Explained | 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 https://www.aclu.org/project-2025-explained
- Project 2025: What’s At Stake for Civil Rights, https://civilrights.org/project2025/
- Five ways undocumented immigrants are powering the American economy - The ILR School, https://www.ilr.cornell.edu/mobilizing-against-inequality/post/five-ways-undocumented-immigrants-are-powering-american-econ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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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w Undocumented Immigrants Contribute to Our Economy & Pay Higher Tax Rates Than Many Major Corporations, https://americansfortaxfairness.org/undocumented-immigrants-contribute-econ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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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막뉴스] “용납할 수 없는 일” 유럽 격분…트럼프 팀, MAGA 이은 ‘MEGA’ 훈계 / YTN, https://www.youtube.com/watch?v=ZD0W4U9I85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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