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반도체 관세 폭탄 (2025-09-27)

트럼프의 반도체 관세 폭탄 (2025-09-27)

0.1 서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기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되어 온 다자주의 기반의 글로벌 무역 질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었다. 이 시기 보호무역주의는 단순한 경제 정책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지정학적 경쟁의 판도를 바꾸는 핵심 도구로 활용되기 시작했다.1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쌀’이자 인공지능(AI), 5G 이동통신, 첨단 방위산업의 근간이 되는 반도체는 미중 패권 경쟁의 가장 치열한 전장(戰場)으로 부상했다.3

이러한 정책 기조의 배경에는 1990년 전 세계 반도체 생산의 37%를 차지했던 미국의 비중이 최근 12%까지 급락하고, 첨단 공정이 대만과 한국 등 동아시아에 편중된 현실에 대한 깊은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3 이러한 맥락 속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반도체 산업을 직접 겨냥해 던진 고율 관세 위협은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섰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내에서 한국의 전략적 위치를 미국의 의도대로 재편하도록 강요하는 실존적 압박이었으며, 한국 경제와 산업에 중대한 질문을 던지는 신호탄이었다.

1.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관세 정책의 전개

이 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의 국제 무역 규범을 우회하며 도입한 새로운 관세 체계의 특징과 법적 기반을 분석하고, 한국이 이러한 압박에 대응하여 치열한 협상을 벌인 과정을 상세히 추적한다.

1.1 새로운 무역 무기의 등장: 상호관세와 보편관세

트럼프 행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나 기존 자유무역협정(FTA)의 제약을 피하고자 이례적인 법적 수단을 동원했다. 특히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과 무역확장법 제232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 이는 대규모 무역적자가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비상사태’라는 논리를 내세워 행정부가 의회 승인 없이 신속하고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조치였다.5 관세가 경제적 조정 수단을 넘어 국가 의지를 관철하는 ’무기’로 변모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2025년 4월 2일, 트럼프 행정부는 포괄적인 관세 시스템 도입을 공식화했다. 이 시스템은 모든 교역 상대국에 **최소 10%의 보편관세(universal tariff)**를 일괄적으로 부과하고, 미국에 상당한 무역적자를 안기는 국가에는 **10%에서 최대 50%에 이르는 차등적인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를 추가로 적용하는 이중 구조를 가졌다.5 이러한 방식은 모든 국가를 잠재적 관세 대상으로 묶어두면서도, 국가별로 압박 수위를 조절하는 유연성을 확보하여 미국의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담겨 있었다. 이 조치에 따라 한국은 최초에 25%의 상호관세 부과 대상국으로 지정되었으며, 이는 2024년 기준 약 566억 달러 규모의 대미 수출품에 적용될 예정이었다.6 이는 한국의 주력 수출 산업 전반에 막대한 충격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1.2 한국을 향한 압박과 ’15% 타결’의 내막

25%라는 고율의 상호관세 부과 위협에 직면한 한국 정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필두로 한 통상교섭단이 미국으로 급파되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과 긴박한 막후 협상을 벌였다.8 협상 과정은 미국의 대규모 투자 요구와 맞물려 순탄치 않았으며, 한때 협상 장기화 가능성까지 거론될 정도로 치열하게 전개되었다.10

수차례의 줄다리기 끝에 2025년 7월 31일, 양국은 극적인 타결에 이르렀다. 핵심 합의 내용은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당초 예고했던 25%에서 15%로 10%p 인하하는 것이었다.8 이는 미국이 앞서 협상을 타결한 일본, 유럽연합(EU)과 동일한 수준의 관세율이었다.8 그러나 이러한 관세 인하에는 막대한 대가가 따랐다. 한국은 이 합의의 조건으로 조선, 반도체, 이차전지 등 미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산업 분야에 총 3500억 달러(약 487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해야만 했다.9

당시 협상에서 반도체 품목이 직접적인 관세 대상으로 명시되지는 않았다. 철강, 자동차 등 기존 품목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협상 결과 발표를 통해 “추후 부과가 예고된 반도체, 의약품 관세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대우, 즉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약속받았다“고 밝혔다.9 이는 당장의 위기는 넘겼지만, 반도체가 언제든 다음 관세 폭탄의 목표물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남기는 대목이었다. 이 협상 과정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무역수지 개선이라는 표면적 목표를 넘어, 대규모 투자 유치와 같은 다른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강력한 ’협상 레버리지’로 사용되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구분미국의 초기 요구/위협최종 합의 내용비고
상호관세율25% 부과15%로 인하일본, EU와 동일 수준 8
자동차 관세25% 부과15%로 인하한미 FTA 무관세 혜택 사실상 무력화 9
철강/알루미늄25% 관세 유지기존 관세 유지이번 협상에서 미논의 9
농축산물쌀, 소고기 등 추가 시장 개방 요구추가 개방 없음한국 측 방어 성공 9
반도체/의약품향후 품목별 관세 부과 가능성 시사최혜국 대우 약속 확보잠재적 위협은 잔존 9
한국의 대미 투자4000억 달러 요구3500억 달러 투자 약속조선, 반도체 등 미국 지정 분야 9

2. ‘100% 반도체 관세 폭탄’: 위협의 실체와 전략적 의도

이 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100% 반도체 관세’ 발언을 중심으로, 이 위협이 단순한 엄포를 넘어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치밀한 전략의 일환이었음을 심층 분석한다.

2.1 트럼프의 발언과 그 파장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애플의 시설 투자 발표 행사라는 상징적인 자리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칩과 반도체에 100%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예고했다.11 구체적인 시행 시기나 방법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이 발언 자체만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과 한국 증시에 즉각적인 충격을 주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급락했고, 시장의 불확실성은 극에 달했다.12

이와 함께, 외국에서 수입하는 반도체 물량을 미국 내 생산 수량과 동일하게 맞추도록 요구하는 소위 ‘1:1 원칙’ 방안도 거론되었다.15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이 구상은 단순한 수입 장벽을 넘어, 해외 기업의 생산량 자체를 통제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었다. 이에 대해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은 국가 및 경제 안보에 필수적인 반도체 제품을 외국 수입에 의존할 수 없다“고 발언의 배경을 설명하면서도, “정부의 공식 발표가 있기 전까지 모든 보도는 추측에 불과하다“며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다.15

2.2 관세와 미국 내 투자의 연계: ‘채찍과 당근’ 전략

’100% 관세’라는 위협은 그 자체로 현실화되기 어려운, 충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선언적 위협’의 성격이 강했다. 중요한 것은 이 위협이 명확한 ’탈출구’와 함께 제시되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반도체 제조 공장을 건설한다면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조건을 명확히 내걸었다.11 이는 관세 정책의 최종 목표가 수입을 막는 것이 아니라, 해외 유수 기업들의 핵심 생산기지를 미국 본토로 이전시키는 ‘리쇼어링(reshoring)’ 혹은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에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이는 상대방에게 선택지를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국이 원하는 행동(대미 투자)을 강요하는 고도의 심리적 압박 전술이었다.

나아가 트럼프 행정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 내 투자에 대한 보조금을 받는 기업의 지분을 미국 정부가 확보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16 당시 미 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라 인텔에 보조금을 출자 전환하는 방식으로 지분 10% 확보를 추진한 사례가 거론되면서, 삼성전자나 TSMC에도 유사한 방식이 적용될 수 있다는 압박이 가해졌다. 이는 단순한 투자 유치를 넘어,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력과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의도였다. 결국 ’100% 관세 폭탄’은 무역수지 개선이라는 경제적 목표를 넘어, 동아시아에 집중된 반도체 생산 능력을 미국의 통제 하에 두려는 지정학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지경학적(geoeconomic) 무기’로 기능했다.

3.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한국 반도체 산업의 딜레마

이 장에서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라는 더 큰 맥락 속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 분석한다. 특히 화웨이 제재와 같은 직접적인 기술 통제 조치가 관세 위협과 결합하여 한국 반도체 기업들을 어떻게 코너로 몰아넣었는지 조명한다.

3.1 화웨이 제재의 직접적 충격

트럼프 행정부는 포괄적인 관세 위협과 동시에 특정 기업을 겨냥한 정밀 타격을 병행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의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에 대한 초강력 제재였다. 미국 상무부는 **수출관리규정(EAR)**을 개정하고, 미국의 기술이나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까지 통제하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확대 적용했다.17 이 조치는 사실상 화웨이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으로부터 완전히 고립되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20년 9월 15일부터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을 전면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19 당시 화웨이는 삼성전자 전체 매출의 약 3.2%, SK하이닉스 매출의 약 11.4%를 차지하는 핵심 고객사였기에, 이 조치는 즉각적인 매출 타격으로 이어졌다.3 연간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약 7조 3,700억 원, SK하이닉스는 약 3조 원에 달하는 매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3 화웨이 제재는 한국 기업들에게 ’미국 기술’과 ‘중국 시장’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신호탄이었으며,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21

3.2 ’칩스법(CHIPS Act)’의 등장과 정책 기조의 연속성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과 공급망 자국화 요구는 정권이 교체된 이후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으로 계승 및 구체화되었다. 칩스법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 투자에 총 527억 달러 규모의 막대한 보조금과 25%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당근’ 정책이다.22 하지만 그 근본적인 목표는 트럼프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공급망의 대미 의존도를 높이고 중국을 견제하는 데 있었다.

흥미롭게도 트럼프 자신은 칩스법을 “엄청난 돈 낭비“라고 비판하며 폐기 가능성까지 시사했다.23 그는 기업들이 보조금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관세 정책을 피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미국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23 이는 ’강제적 압박(관세)’과 ’회유적 유인(보조금)’이라는 두 가지 정책 수단에 대한 미국 내 시각차를 보여주는 동시에, 목표는 같지만 방법론이 다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칩스법에는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향후 10년간 중국 등 ’우려 대상 국가’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을 실질적으로 확장할 수 없도록 막는 ’가드레일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22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존 중국 공장 운영에 심각한 제약을 가하며, 미중 사이에서의 ’줄타기’가 더 이상 불가능해졌음을 의미한다.25

3.3 전략적 모호성의 종말

과거 한국 반도체 산업은 ‘핵심 기술과 장비는 미국에, 거대 시장과 생산기지는 중국에’ 의존하는 구조적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3 이러한 양립 구조는 한국 기업들이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관세 위협과 화웨이 제재, 그리고 이를 계승한 바이든의 칩스법은 이러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을 완전히 없애버렸다.

관세 위협은 ’미국 시장’의 중요성을 재확인시키며 미국 정부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게 만들었고, 동시에 화웨이 제재는 한국 기업들이 사용하는 기술의 근원이 미국에 있음을 상기시키며 기술 접근권이 언제든 차단될 수 있다는 실존적 위협을 가했다. 이 두 가지 압박의 시너지는 한국 기업들이 대미 투자를 통해 미국 중심의 공급망에 편입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를 찾기 어렵게 만드는 ‘이중 포위’ 효과를 낳았다. 이는 단순한 경제 정책을 넘어, 동맹국을 자국의 기술 패권 전략에 편입시키려는 정교한 지정학적 기동이었다.

4. 한국 기업의 대응: 생존을 위한 대미 투자 확대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생존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미국 본토에 대한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이 장에서는 각 기업의 투자 결정 배경과 그 전략적 의미를 분석한다.

4.1 삼성전자, 텍사스 테일러 파운드리 투자

삼성전자는 2021년 11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약 22조 원)를 투자하여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한다고 공식 발표했다.26 이는 삼성전자의 역대 최대 규모 해외 투자로, 이 공장은 4나노미터(nm) 및 향후 2나노 공정 등 최첨단 기술을 적용하여 2024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28

이러한 대규모 투자는 복합적인 배경을 가진다. 첫째, 구글, 아마존, 테슬라 등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주요 고객사이며, AI 칩을 중심으로 한 첨단 반도체 수요가 폭증함에 따라 고객사 인근에 생산기지를 확보할 필요성이 컸다.28 특히 테슬라, 애플 등과의 대규모 수주 계약이 투자 결정에 중요한 동력이 되었다.29 둘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과 공급망 재편 압박이 투자 결정의 중요한 지정학적 배경으로 작용했다.28 이후 바이든 행정부의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64억 달러) 지급 약속은 이러한 결정을 더욱 가속화하는 강력한 유인이 되었다.3 결국 삼성전자의 투자는 시장 수요에 부응하는 동시에,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 미국 중심의 공급망에 편입되어 정치적 리스크를 줄이려는 전략적 선택의 결과물이었다.

4.2 SK하이닉스, 인디애나 HBM 패키징 공장 건설

SK하이닉스는 2024년 4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 7천만 달러(약 5.2조 원)를 투자하여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3 이 공장은 2028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메모리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31

SK하이닉스의 투자는 AI 시장 주도권 확보와 직결된다. HBM 시장의 압도적 1위인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등 핵심 고객사가 위치한 미국에 후공정(패키징) 기지를 구축함으로써 공급망을 최적화하고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31 또한 이 투자는 미국의 ‘프렌드쇼어링’ 전략에 부응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트럼프 행정부 시기부터 이어진 관세 압박에 대응하고, 새 행정부와의 통상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려는 다목적 포석으로 분석된다.32 특히 반도체 공학으로 유명한 퍼듀 대학교와 인접한 부지를 선정한 것은, 현지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공동 연구개발(R&D)을 통해 미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장기적 비전이 담겨 있다.31

이처럼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는 표면적으로는 AI 시장 성장에 대응하기 위한 자발적 경영 판단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트럼프의 ’채찍(관세)’과 바이든의 ’당근(보조금)’이 결합된 미국의 정교한 산업 정책에 의해 유도된 ’합리적 결과’라는 이중적 성격을 띤다.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가장 유리한 선택을 했지만, 그 선택지가 미국 정부에 의해 인위적으로 설계된 측면을 부인하기 어렵다.

기업프로젝트 위치총 투자액주요 생산품/공정목표 가동 시점전략적 의의
삼성전자텍사스주 테일러170억 달러+4nm, 2nm 등 첨단 파운드리 (전공정)2024년 하반기미국 빅테크 고객사 확보,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 공급망 다변화 26
SK하이닉스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38.7억 달러차세대 HBM 어드밴스드 패키징 (후공정)2028년 하반기AI 메모리 공급망 최적화, HBM 시장 리더십 공고화, R&D 협력 강화 3

5. 시장 반응과 경제적 영향 평가

이 장에서는 트럼프의 관세 위협이 한국 금융 시장과 실물 경제에 미친 구체적인 영향을 데이터와 보고서를 통해 계량적으로 분석한다.

5.1 관세 리스크와 주가 변동성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할 때마다, 한국 금융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특히 한국 증시의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관세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급락하며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12 이는 관세 리스크가 투자 심리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였다.

구체적인 부과 시기나 방식이 명확하지 않은 채 위협만 지속되는 상황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극대화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대규모 순매도를 유발하며 주가 하락을 주도하는 패턴으로 이어졌다.33 반대로, 관세 위협이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나 미국 내 공장이 없는 SK하이닉스도 관세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 주가가 일시적으로 반등하는 등 34,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하나하나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이는 실제 관세가 부과되지 않더라도, ‘위협’ 그 자체가 시장에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확실성을 회피하기 위한 기업들의 투자 지연, 금융 시장의 변동성 확대 등은 트럼프식 통상 정책이 낳은 ’보이지 않는 비용’이었다.

5.2 거시 경제적 파급 효과

금융 시장의 단기적 충격을 넘어,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한국 경제 전반에 구조적인 위협을 가했다. 한국무역협회(KITA)를 비롯한 주요 연구기관들은 관세 시나리오별로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잇달아 발표했다.35 특히 모든 교역국에 10%의 보편관세가 부과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은 연간 약 100억 3천만 달러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었다.37

여기에 환율이라는 변수까지 더해져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고율 관세 정책과 함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달러 약세를 유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38 만약 미국의 압박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하락(원화 가치 상승)할 경우, 한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수 있다. 한 분석에 따르면 환율이 10% 하락할 때마다 수출은 0.2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관세와 환율의 이중고가 현실화될 수 있었다.38 결국 현대경제연구원 등 다수의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단기적 충격을 넘어, 자유무역을 근간으로 성장해 온 한국 경제의 기조 자체를 흔드는 구조적 위협이라고 평가했다.1

6. 종합 분석 및 전략적 제언

마지막 장에서는 앞선 분석을 종합하여 트럼프 관세 정책의 본질을 재평가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뉴노멀’ 속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6.1 트럼프 관세 정책의 다층적 평가

트럼프의 반도체 관세 위협은 단순한 보호무역 조치가 아니었다. 이는 미국의 기술 패권을 유지하고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며, 동아시아에 집중된 반도체 공급망의 주도권을 미국으로 가져오기 위한 다목적 지정학적 무기였다. 비록 그 방식이 거칠고 일방적이었지만, 트럼프의 압박 정책은 미국 내에 반도체 공급망 안보의 중요성을 각인시켰고, 결과적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칩스법과 같은 후속 정책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정책적 연속성을 갖는다. 이는 향후 미국 행정부의 성격과 무관하게 ’반도체 자국 중심주의’가 지속될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다.

6.2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뉴노멀: ‘칩스법’ 경쟁

과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은 비용 최소화와 효율 극대화를 위해 설계(미국), 장비(미국·유럽), 제조(한국·대만), 시장(중국) 등으로 최적화된 분업 구조를 가졌다. 그러나 트럼프의 관세 정책과 팬데믹, 미중 경쟁은 이러한 ‘효율성’ 모델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그 결과, 각국은 비용이 더 들더라도 자국 또는 동맹국 내에 필수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효율성(Efficiency)’보다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우선시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미국의 칩스법에 대응하여, 유럽연합(EU) 역시 430억 유로 규모의 **‘유럽 칩스법(EU Chips Act)’**을 발효했다.40 EU는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역내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현재의 두 배인 20%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42 이처럼 주요국들이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하여 자국 내 반도체 생태계 강화에 나서면서, 과거의 글로벌 분업 체계는 붕괴하고 ’안보’와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공급망 블록화가 새로운 표준(뉴노멀)이 되고 있다.43

6.3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 전략

이러한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은 다음과 같은 다층적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첫째, 기술 초격차 유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경쟁이 심화될수록 결국 의존할 것은 압도적인 기술력뿐이다. 메모리 반도체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파운드리 및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격차를 줄이기 위한 과감한 R&D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

둘째, 공급망 다변화 및 리스크 관리가 시급하다. 대미 투자를 통해 미국 중심의 공급망에 안정적으로 편입하는 한편, 중국 내 생산시설에 대한 리스크를 관리하고 EU, 인도, 동남아시아 등 신흥 시장으로의 다변화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1 특정 지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또 다른 지정학적 리스크를 낳을 수 있다.

셋째, 정부의 정교한 통상 외교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정부는 단순한 기업 지원을 넘어, 미국, EU 등 주요국과의 ’반도체 동맹’을 강화하고, 국제 표준 제정 및 무역 규범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국익을 보호해야 한다.1 미래의 생존 전략은 단순히 가장 저렴하게 잘 만드는 것을 넘어, 지정학적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이고 다원화된 공급망을 구축하는 능력에 달려있게 될 것이다.

7. 참고 자료

  1. <특별기고>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와 한국의 대응 전략 - 기후경제타임즈, https://www.kihuetimes.com/207
  2.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경제정책 변화와 한국의 대응 방안, https://www.nrc.re.kr/board.es?mid=a31200000000&bid=0049&act=view&list_no=179568&tag=&nPage=1&issue_cd=45
  3. 미중 기술패권 경쟁과 한국 반도체 산업 동학, https://sejong.org/web/boad/1/egofiledn.php?conf_seq=15&bd_seq=11984&file_seq=38868
  4. [마이더스] 미중 패권 전쟁과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 |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40201177700980
  5. IEEPA에 근거한 트럼프 행정부 관세 조치에 관한 법적 쟁점 검토 - 외교안보연구소, https://www.ifans.go.kr/knda/com/fileupload/FileDownloadView.do;jsessionid=BLLhCDMsskwy100wouXpZ69S.public22?storgeId=c61b04e5-0182-4c75-ad21-828ecacfb855&uploadId=23035881435831276&fileSn=1
  6. 트럼프 2기 상호관세 조치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https://www.kiep.go.kr/galleryDownload.es?bid=0003&list_no=11790&seq=1
  7. 트럼프 행정부, ’모든 무역 상대국’에 대한 ‘최소 10%’ 추가 상호 관세 부과 발표 - KPMG International, https://assets.kpmg.com/content/dam/kpmg/kr/pdf/2025/tp-customs-newsletter/TAX6_News%20letter_%EC%83%81%ED%98%B8%EA%B4%80%EC%84%B8%EB%B6%80%EA%B3%BC_250402%EB%B0%9C%ED%91%9C_250404.pdf
  8. 트럼프, 韓상호관세 ‘25%→15%’ 행정명령 서명…8월7일 발효 - 한국무역협회, https://www.kita.net/board/totalTradeNews/totalTradeNewsDetail.do?no=93887&siteId=1
  9. [한미 관세협상 총정리(1)] 상호관세 15% 타결 배경부터 3500억 달러 …, https://newneek.co/@newneek/article/34492
  10. “韓, 18조 지키려 488조원 주나…차라리 25% 관세가 낫다” |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66746
  11. 프로그램 - 전체 | KTV 국민방송, https://www.ktv.go.kr/issue/home/518586/view/734431
  12. “나 ‘삼전’ 또 물렸니?” 간밤 트럼프에 화들짝…증권가는 목표가 ↑ - Daum, https://v.daum.net/v/20250917112647207
  13. 트럼프 관세 리스크, 이번엔 반도체 습격…삼성·SK하이닉스 주가 출렁 -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stock/11422377
  14. [특징주] 트럼프 관세 예고에 반도체주 약세…삼성전자·하이닉스 동반↓ - 메트로신문, https://www.metroseoul.co.kr/article/20250818500231
  15. 트럼프 정부 반도체 관세 ‘1:1 원칙’ 내세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부담 가중 - 비즈니스포스트, 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413734
  16. 반도체 패권 욕망 노골화한 트럼프 행정부…국내업계 ‘당혹’ - 한국무역협회, https://www.kita.net/board/totalTradeNews/totalTradeNewsDetail.do?no=94374&siteId=1
  17.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화웨이 반도체 수출규제 확대와 전망 | KIEP 세계경제 포커스 | 현안자료, https://www.kiep.go.kr/sub/view.do?bbsId=worldEcoFocus&nttId=208777
  18. 미국의 中 화웨이社 추가제재 주요내용 - 무역안보관리원, https://www.kosti.or.kr/com/file/filedown?_ci=408&_ck=21060244159oKs7x
  19. 국내업체도 中화웨이에 반도체 납품 중단…美 제재 동참 - 한국무역협회, https://www.kita.net/cmmrcInfo/cmmrcNews/cmercNews/cmercNewsDetail.do?pageIndex=1&nIndex=1802143
  20. 9월 화웨이 제재 후, 반도체 살았지만 삼성 특수는 없었다 - 더스쿠프, https://www.thescoop.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461
  21. 트럼프 행정부, 중국 겨냥 기술 수출 통제 대폭 확대 - 글로벌이코노믹, https://www.g-enews.com/article/Global-Biz/2025/03/2025032615034746350c8c1c064d_1
  22. 미국의 2022년 반도체법,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국내 기업에 대한 영향 - Kim & Chang, https://www.kimchang.com/ko/insights/detail.kc?sch_section=4&idx=25624
  23. 트럼프 “반도체법은 엄청난 돈 낭비”…폐기 의지 재차 밝혀(종합) - 뉴스1, https://www.news1.kr/world/usa-canada/5712596
  24. 트럼프, 반도체 지원법 거듭 비판…한국 기업에 미칠 여파 주목 - VOA 한국어, https://www.voakorea.com/a/8005738.html
  25. 미중 반도체 전쟁…“對中 영향 없지만 장비 수출은 타격” - 한국무역협회, https://www.kita.net/board/totalTradeNews/totalTradeNewsDetail.do?no=%2076979&siteId=1
  26.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市에 신규 파운드리 라인 투자 - Samsung Semiconductor Newsroom, https://news.samsungsemiconductor.com/kr/%EC%82%BC%EC%84%B1%EC%A0%84%EC%9E%90-%EB%AF%B8%EA%B5%AD-%ED%85%8C%EC%9D%BC%EB%9F%AC%E5%B8%82%EC%97%90-%EC%8B%A0%EA%B7%9C-%ED%8C%8C%EC%9A%B4%EB%93%9C%EB%A6%AC-%EB%9D%BC%EC%9D%B8-%ED%88%AC%EC%9E%90/
  27. 삼성전자, 美 20조 투자 배경에는…시스템반도체 1위 ‘도전’ - 시사오늘, https://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3801
  28. 공지사항 - 삼성전자와 미국 반도체 패권주의, 제3국 투자론 고개, http://smconsulting.co.kr/zbxe/2061
  29. 삼성전자, 美 테일러 공장 투자 재개…파운드리 회복 신호탄 - 메트로신문, https://www.metroseoul.co.kr/article/20250902500507
  30. 삼성, 美 테일러 파운드리 4조 규모 장비 투자 재개 - 전자신문, https://www.etnews.com/20250829000103
  31. SK하이닉스, 美 인디애나 주와 첨단 후공정 분야 투자협약 체결, https://news.skhynix.co.kr/skhynix-investment-state-of-indiana/
  32. SK하이닉스, 미 HBM 패키징 공장 부지 확정 - 미주 한국일보, http://www.koreatimes.com/article/20250507/1563416
  33. 삼전·하닉 폭락시킨 트럼프…“미국 빅테크에 부메랑” - 연합인포맥스, https://news.einfomax.co.kr/news/articleView.html?idxno=4372448
  34. [공시분석] 트럼프, 반도체 100% 관세 부과 발언…SK하이닉스 주가 영향은 - 인베스팅닷컴, https://kr.investing.com/news/stock-market-news/article-1585844
  35. 상호관세로 수위 올리는 트럼프… 무협 “보편관세 오면 한국 132억 달러 손해” - 한국일보,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0914240001766
  36. 특정 국가 타겟 관세보다 보편관세가 한국의 수출 영향 변곡점 - 쉬핑뉴스넷, https://www.shippingnewsnet.com/news/articleView.html?idxno=63298
  37. 무협 “미국 보편관세 부과 시 한국 총수출 132억달러 감소” - YTN 사이언스, https://science.ytn.co.kr/program/view.php?mcd=0082&key=202502101115342185
  38. 트럼프 2기 달러 약세 시나리오 점검 및 영향 분석 | 국내연구자료 |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https://eiec.kdi.re.kr/policy/domesticView.do?ac=0000197391
  39. 트럼프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 국내연구자료, https://eiec.kdi.re.kr/policy/domesticView.do?ac=0000138720
  40. EU 반도체 법안의 주요 내용 및 진행 경과 < 유럽연합(EU) < 법제동향 < 동향 보고서, https://world.moleg.go.kr/web/dta/lgslTrendReadPage.do?&CTS_SEQ=50456&AST_SEQ=96&ETC=10
  41. 유럽반도체법 주요 내용 및 영향 - KOTRA 무역자료실, https://dl.kotra.or.kr/pyxis-api/1/digital-files/fcf6cfbe-8498-4d88-86d5-60997da515a0
  42. 유럽칩법(European Chips Act) 발효(9.21) … 필라별 주요 내용, https://k-erc.eu/2023/09/europe-trends/16421/
  43. EU 반도체 전략의 주요 내용과 평가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https://www.kiep.go.kr/galleryDownload.es?bid=0004&list_no=9644&seq=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