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 9월 26일 국가기간전산망 화재 (2025-09-27)

년 9월 26일 국가기간전산망 화재 (2025-09-27)

1. 2025년 9월 26일 국가기간전산망 마비 사태 개요

1.1 사건의 정의: 국가 디지털 인프라의 심장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NIRS) 화재

본 사건은 2025년 9월 26일, 대한민국 정부의 핵심 전산 자원을 통합 관리하는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National Information Resources Service, NIRS)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국가 핵심 온라인 서비스가 장기간 중단된 국가적 디지털 재난이다.1 국가 전산망의 심장부로 비유되는 시설의 마비는 단순한 기술적 장애를 넘어, 행정, 민원, 안전 등 국가 기능의 일부가 정지되었음을 의미한다.3

화재의 발화 지점은 무정전전원장치(UPS)실에 설치된 리튬이온 배터리로 특정되었다.1 이는 불과 3년 전인 2022년 10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와 동일한 원인을 공유하는 것으로, 반복되는 위험 요인에 대한 국가 핵심 시설의 관리 부실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냈다.5

1.2 피해 규모 요약: 70개 핵심 정부 서비스 중단과 사회적 파장

행정안전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인해 ‘정부24’, ‘모바일 신분증’, ‘국민신문고’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핵심 서비스들이 대거 중단되었다.1 구체적으로 업무 영향도와 파급력이 높은 1등급 12개, 2등급 58개 시스템을 포함하여 총 70개의 정부 시스템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7

피해는 단순 행정 서비스에 국한되지 않았다. 119 문자 및 영상 신고 시스템마저 장애를 일으켜 청각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긴급 신고 수단을 박탈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했다.1 이는 디지털 재난이 물리적 안전망을 직접적으로 훼손할 수 있다는 심각한 현실을 입증한 사례라 할 수 있다.

1.3 사건의 의의: 2022년 카카오 사태를 넘어선 국가적 재난으로의 규정

2022년 SK C&C 화재로 촉발된 카카오 서비스 장애 사태가 민간 플랫폼 기업의 재난 대응 능력 부재와 데이터 이중화의 중요성을 일깨웠다면, 2025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는 국가의 핵심 디지털 인프라 관리 및 재난 대응 체계의 총체적 실패를 입증한 사건이다.5

민간 서비스의 마비가 국민에게 ’극심한 불편’을 초래했다면, 정부 서비스의 마비는 ’국가 기능 마비’와 ’공공 안전 위협’이라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위기를 야기했다. 따라서 본 사건은 대한민국이 추진해 온 디지털 플랫폼 정부 정책의 근본적인 취약점을 노출한 변곡점이자, 국가 디지털 재난 대응 체계의 전면적인 재설계를 요구하는 중대한 경고로 평가되어야 한다. 특히 2022년의 교훈이 국가 핵심 시설의 안전 강화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은, 단발적인 사고 수습을 넘어선 근본적인 제도 개선과 기술 표준 확립에 실패했음을 시사한다. 이는 재난의 원인 분석, 대책 수립, 그리고 현장 적용 사이의 심각한 단절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학습되지 않은 재난’의 반복이라 할 수 있다.

2. 사건의 전개: 발화부터 국가 기능 마비까지

2.1 화재 발생 및 초기 대응: 9월 26일 20시 15분, UPS실 발화와 혼란

2025년 9월 26일 오후 8시 15분경,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5층 전산실에 위치한 무정전전원장치(UPS)실의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최초 발화가 시작되었다.1 화재는 배터리 교체를 위한 사전 작업 중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현장에는 192개의 리튬이온 배터리 팩이 밀집해 있어 화재가 급격히 확산될 수 있는 위험한 환경이었다.1

이 화재로 인해 현장에서 전산실 설비 작업을 하던 40대 외주업체 작업자 1명이 안면부와 팔 등에 1도 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며, 건물 내에 있던 직원 100여 명이 긴급히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1

2.2 진화 작업의 딜레마: 데이터 보존과 화재 진압 사이의 충돌

소방 당국은 현장 도착 후 초기 진화 과정에서 중대한 딜레마에 직면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측이 데이터 장비의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물을 사용하는 대신 이산화탄소(CO2) 소화설비를 이용한 진화를 요청했기 때문이다.11

그러나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의 특징인 ‘열폭주(Thermal Runaway)’ 현상으로 인해, 산소 차단 방식의 CO2 소화설비는 냉각 효과가 없어 화재 진압에 거의 효과를 보지 못했다.1 이러한 부적절한 초기 진화 방식의 선택은 화재 진압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사태를 장기화시키는 결정적 원인이 되었다. 결국 불길이 잡히지 않자, 소방 당국은 데이터 손상 위험을 감수하고 전원을 차단한 뒤 물을 이용한 방수 작업으로 전략을 변경했다.1 이 결정은 화재 확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나, 데이터센터의 전력 공급을 전면 중단시켜 국가 시스템의 완전한 마비를 초래했다. 이는 단기적인 자산(서버) 보호 시도가 장기적인 기능(서비스) 마비를 초래하여 전체 피해 규모를 키우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았으며, 재난 상황에서의 리스크 평가 및 의사결정 체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2.3 서비스 중단 확산과 정부의 공식 발표

화재 발생 직후부터 정부24, 국민신문고 등 주요 정부 서비스에서 접속 장애가 발생하기 시작했다.1 오후 10시 40분경, 행정안전부는 화재로 인해 총 70개의 정부 온라인 서비스가 영향을 받고 있음을 공식 발표했다.15 이와 동시에 정부는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로 격상하고, 행안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위기상황대응본부’를 즉시 가동했다.7

이후 국민권익위원회, 소방청, 법제처 등 관계 부처들은 안전안내문자를 통해 소관 시스템의 장애 상황과 대체 서비스 이용 방법을 국민에게 안내했다.1 하지만 통일된 창구 없이 각 부처에서 파편적으로 정보가 발송되고 내용 또한 상이하여, 국민들의 혼란을 해소하기보다는 오히려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시간 (9/26 ~ 9/27)주요 사건관련 기관 조치
20:15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5층 UPS실 리튬이온 배터리 발화국정원, 소방청 신고
20:20경소방 당국 현장 도착 및 진화 작업 시작소방청, 국정원 요청에 따라 CO2 소화설비 사용
22:4070개 정부 서비스 장애 공식 발표행정안전부, 위기경보 ‘경계’ 발령 및 위기상황대응본부 가동
23:04국민신문고 시스템 접속 불가 안전안내문자 발송국민권익위원회
00:47119 문자·영상 신고 불가, 전화 신고 당부 안전안내문자 발송소방청
미상CO2 진화 실패 후 전원 차단 및 방수 작업으로 전환소방청, 국정원
03:11국가법령정보센터 등 접속 불가 및 대체 사이트 안내 문자 발송법제처
08:30관계 부처 장관 회의 소집, 피해 상황 파악 및 복구 방안 논의행정안전부 주관

3. 화재 원인 심층 분석: 반복되는 리튬이온 배터리 문제

3.1 직접적 원인: 무정전전원장치(UPS) 내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폭주(Thermal Runaway)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와 다수 전문가의 분석을 종합하면, 이번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은 UPS에 전력을 공급하는 리튬이온 배터리 팩 내부에서 발생한 ‘열폭주’ 현상으로 지목된다.13 열폭주란 배터리 셀 내부의 단락(short circuit)으로 인해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연쇄적인 화학 반응이 일어나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열과 가연성 가스를 분출하는 현상이다.17

이러한 현상은 과충전, 외부 충격, 노후화 등 다양한 요인으로 촉발될 수 있으며, 한번 시작되면 자체적으로 산소를 발생시키며 연소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질식 소화 방식으로는 진화가 매우 어렵다.13 이번 국정원 화재의 경우, 배터리 교체를 위한 사전 작업 중 발생한 전기적 충격이나 과전류가 열폭주를 유발했을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되었다.4

3.2 기술적 배경: 데이터센터 환경에서의 관리 문제

현대의 데이터센터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공간 효율성 때문에 과거의 납축전지 대신 리튬이온 배터리를 UPS용으로 도입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13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이점의 이면에는 심각한 화재 위험이 존재한다. 배터리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이 존재하지만,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내부 단락과 같은 이상 징후를 사전에 완벽하게 탐지하는 데에는 기술적 한계가 있다.20

더욱이, 배터리 랙의 과도한 밀집 배치, UPS와 같은 다른 전기 설비와의 물리적 미분리, 부적절한 냉각 시스템 등 데이터센터의 구조적 문제들이 화재 위험을 더욱 증대시킨다.22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역시 배터리 시설의 이중화 및 분산 배치를 일부 추진했으나, 열폭주의 폭발적인 확산력 앞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사실상 무력화되었다.13 이는 단순한 설비 이중화를 넘어, 배터리실 자체의 근본적인 구조적 안전 설계가 부재했음을 시사한다.

3.3 2022년 SK C&C 화재와의 비교: 동일한 원인의 재현과 교훈의 부재

이번 사태의 심각성은 2022년 10월 15일 발생했던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는 점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당시 화재 역시 UPS실에 설치된 리튬이온 배터리의 노후화(경년열화)에 따른 내부 단락이 발화 원인이었다.20

두 사건은 ▲발화 원인(리튬이온 배터리), ▲발화 공간(UPS실), ▲초기 진화의 어려움, ▲전원 차단으로 인한 대규모 서비스 중단이라는 핵심적인 전개 과정이 모두 동일하다.1 이는 카카오 사태 이후 정부와 산업계가 수립했던 각종 재발 방지 대책이 구호에 그쳤거나, 핵심적인 기술 위험 요소를 통제하는 데 완전히 실패했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증거이다. 고효율 신기술의 도입 속도를 안전 관련 법규와 관리 체계가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 지체(Regulatory Lag)’ 현상이 3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고, 결국 국가 핵심 시설에서 더 큰 재난으로 재현된 것이다.

구분2025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2022년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발생 일시2025년 9월 26일 20:152022년 10월 15일 15:19
장소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SK C&C 판교 데이터센터
발화 원인UPS실 리튬이온 배터리 (작업 중 발화 추정)UPS실 리튬이온 배터리 (경년열화로 인한 단락)
주요 피해정부24, 모바일 신분증 등 70개 정부 시스템카카오톡, 다음 등 카카오 서비스 및 네이버 일부
서비스 중단복구 완료까지 장시간 소요카카오톡 메시지 기능 복구에 10시간 이상 소요
초기 진화CO2 소화설비 사용 후 전원 차단 및 방수할로겐 가스 분사 후 전원 차단
대응 주체정부 위기상황대응본부 가동민간 기업(SK C&C, 카카오) 중심 대응

4. 국가 시스템 마비가 초래한 충격과 혼란

4.1 대국민 행정 서비스 마비와 사회적 혼란

‘정부24’ 서비스의 전면 중단은 국민의 일상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었다. 주민등록등본 발급, 각종 수당 신청 등 약 1,300여 항목에 달하는 핵심 전자 민원 서비스가 마비되면서, 부동산 계약, 금융 대출, 법원 서류 제출 등 사회 경제 활동 전반에 연쇄적인 차질이 발생했다.26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 장애는 디지털 신원 인증 체계의 취약성을 그대로 노출했다. 공항 국내선 탑승, 금융기관 비대면 계좌 개설, 공공기관 출입 등 모바일 신분증을 활용하던 모든 절차가 중단되었고, PASS 앱과 연동된 서비스마저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1 이는 효율성을 위해 추진된 디지털 플랫폼 정부의 핵심 서비스들이 단일 데이터센터에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단일 장애점(Single Point of Failure)이라는 치명적인 취약점으로 변질되었음을 보여준다. 견고한 분산 및 백업 체계 없이 진행된 디지털화가 오히려 사회 전체의 회복탄력성을 저해하는 역설을 낳은 것이다.

4.2 긴급 대응 체계의 공백: 119 신고 시스템 장애와 국민 안전 위협

이번 사태에서 가장 심각하고 치명적인 문제점은 119 다매체(문자, 영상, 웹) 신고 시스템이 마비된 것이다.1 이는 음성 통화가 불가능한 청각 장애인이나 위급 상황에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신고자의 유일한 구조 요청 수단을 박탈한 행위와 다름없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최후의 보루인 국가 핵심 재난 대응 인프라가 데이터센터 화재라는 단일 사고에 의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사실은 국가 위기관리 시스템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음을 드러낸다. 이는 단순한 서비스 불편을 넘어, 실제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공백이었다.

4.3 경제 및 산업계에 미친 파급 효과 분석

직접적인 정부 서비스 외에도, 정부 시스템과 데이터를 연동하여 운영되는 수많은 민간 금융 및 상거래 서비스 역시 간헐적인 오류를 일으키며 피해가 확산되었다.26 2022년 카카오 사태 당시 관련 계열사의 주가가 폭락하며 약 2조 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던 사례는 이번 사태가 국가 디지털 인프라 전반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10 이는 장기적으로 관련 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국가 디지털 경쟁력을 저하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최근 5년간 리튬이온 배터리 관련 화재로 인한 재산 피해액이 1343억 원에 달한다는 통계는 이번 국정원 화재의 직접적인 자산 피해 규모 역시 막대할 것임을 시사한다.28

서비스 등급서비스 명주요 기능 및 사회적 영향장애 발생 시각
1등급정부24주민등록등본 등 각종 민원 서류 발급, 수당 신청2025.09.26. 20:15~
1등급모바일 신분증공항, 금융기관, 공공기관 등에서의 디지털 신원 인증2025.09.26. 20:15~
1등급국민신문고대국민 온라인 민원 및 제안 접수 창구2025.09.26. 20:15~
1등급119 다매체 신고문자, 영상, 웹을 통한 긴급 구조 및 화재 신고2025.09.26. 20:15~
2등급국가법령정보센터법령, 판례 등 법률 정보 조회2025.09.26. 20:15~
2등급인터넷 우체국우편, 택배, EMS 등 우정 서비스 신청 및 조회2025.09.26. 20:15~
기타주요 부처 홈페이지정부 정책 및 공지사항 안내2025.09.26. 20:15~

5. 정부의 재난 대응 및 위기관리 능력 평가

5.1 초기 대응의 적절성: 위기경보 발령과 대응본부 가동

정부는 화재 발생 약 2시간 30분 만인 오후 10시 40분경, 위기경보 ‘경계’ 단계를 발령하고 행정안전부 주관의 ’위기상황대응본부’를 가동하는 등 절차적 대응에 착수했다.7 김민석 국무총리는 가용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여 신속한 화재 진압과 시스템 복구를 지시했고,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역시 현장 대응을 지휘했다.6 이는 서류상으로는 재난 대응 체계가 존재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5.2 대국민 소통 및 정보 제공의 한계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의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은 총체적으로 실패했다. 초기 정부 발표는 “일부 서비스 영향“과 같이 피해 규모를 축소하려는 경향을 보였으며, 전체 피해 시스템 목록이나 예상 복구 시간에 대한 투명하고 일관된 정보 제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각 부처에서 개별적으로 발송한 안전안내문자는 내용이 통일되지 않고 발송 시점도 제각각이어서 국민의 혼란을 가중시켰다.1 이는 2022년 카카오가 초기 대응 미숙과 불투명한 정보 공개로 비판받았던 실패를 정부가 그대로 반복했음을 의미하며, 통합된 재난 정보 제공 채널의 부재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5.3 부처 간 협조 체계 및 복구 프로세스 평가

실제 현장에서의 대응은 더욱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소방 당국과 데이터센터 관리 주체인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사이에서 초기 진화 방식을 두고 이견이 발생하여 ’골든타임’을 허비한 것은 부처 간 협조 체계의 미흡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11 데이터 보호와 화재 진압이라는 상충하는 목표 사이에서 신속한 합의를 도출하고 일사불란하게 현장을 지휘할 컨트롤 타워가 사실상 부재했던 것이다.

또한, 국가 시스템 마비라는 초유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관계부처 장관 회의가 다음 날인 9월 27일 오전에야 소집된 것은 심야에 발생한 재난에 대한 즉각적인 범정부적 의사결정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1 이는 재난 대응 매뉴얼은 존재했지만, 이를 실제 위기 상황에서 유기적으로 작동시킬 수 있는 리더십, 훈련, 그리고 부처 간 협력 문화와 같은 핵심 ’실행 역량’은 총체적으로 부재했음을 증명한다.

6. 드러난 구조적 문제점과 근본적 원인

6.1 디지털 인프라의 중앙 집중화 리스크: 단일 장애점(Single Point of Failure)

이번 사태의 가장 근본적인 구조적 원인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이라는 단일 물리적 공간에 70개에 달하는 국가 핵심 시스템이 집중되어 있었다는 점이다.3 이는 효율성과 관리 용이성을 위해 ‘모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물리적 재난 발생 시 국가 기능 전체가 마비될 수 있는 치명적인 ‘단일 장애점’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었다.

6.2 재난 대비 체계의 허점: 데이터 이중화 및 백업 시스템의 실효성 문제

2022년 카카오 사태 당시에도 서버 이중화 미비가 핵심 문제로 지적되었으나, 3년이 지난 후에도 정부 핵심 시설의 재해복구(DR) 체계는 여전히 미흡했음이 드러났다.30 설령 다른 곳에 백업 데이터가 존재하더라도, 주 데이터센터의 전원 공급이 중단되면 백업 센터로 서비스를 전환하는 작업 자체가 지연되거나 불가능해질 수 있다.

이번 사태는 기존의 재난 대비 패러다임이 데이터를 잃지 않는 ’데이터 복구(Data Recovery)’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데이터가 안전하더라도 서비스 자체가 중단되면 사회적 재난이 발생한다는 교훈은, 재난 대비의 목표가 ’데이터의 생존’을 넘어 중단 없는 ‘서비스 연속성(Service Continuity)’ 확보로 전환되어야 함을 명확히 했다. 성공적인 재난 대비는 ’데이터를 살렸는가’가 아니라 ’서비스 중단 시간을 얼마나 최소화했는가’로 평가되어야 한다.

6.3 안전 규제의 사각지대: 진화하는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법규와 제도

반복되는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진화하는 기술을 법규와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안전 규제의 사각지대’가 존재함을 명백히 보여준다. 데이터센터의 방화 기준, 전력 설비의 물리적 분리 규정, 소화 설비 설치 기준 등이 리튬이온 배터리와 같은 현대 IT 인프라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19 예를 들어, 배터리실 내부에 UPS 등 다른 고전압 전기 설비나 주 전력선을 함께 배치하는 관행은 화재 위험을 기하급수적으로 키우는 대표적인 규제 공백이다.23

7.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 대책 및 제언

7.1 기술 및 인프라 부문: 물리적 방화벽 구축

  • UPS실 구조적 안전성 강화: 배터리실 내 UPS 등 타 전기설비 및 전력선 포설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배터리 랙 간 이격거리를 최소 1m 이상 확보해야 한다. 또한 내화 격벽으로 공간을 분리하여 구획당 설치 가능한 배터리의 총용량을 제한하는 등 구체적인 건축 및 소방 기준을 신설해야 한다.23

  • 데이터센터의 물리적 분산 및 다중화 의무화: 국가 중요도 1, 2등급 시스템은 의무적으로 지리적으로 분리된 2개 이상의 데이터센터에서 상호 백업이 가능한 ‘Active-Active’ 또는 이에 준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이는 단일 장애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안이다.31

  • 전력 및 소화 설비 고도화: 데이터센터 내 전력 차단 구역을 서버 랙 단위로 세분화하고, 재난 현장에 직접 진입하지 않고도 원격으로 전력을 차단하거나 우회 공급할 수 있는 지능형 전력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23 또한,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에 특화된 자체 소화약제 내장 배터리 도입을 장려하고, 가연성 가스 배출을 위한 급속 배기 장치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23

7.2 정책 및 제도 부문: 관리적 방화벽 구축

  • ’디지털서비스 안정성 강화 방안’의 전면 재검토 및 법적 구속력 강화: 2022년 카카오 사태 이후 마련된 대책들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단순 권고 사항이 아닌 법적 의무 사항으로 강화해야 한다.23 특히 재난관리 의무 대상 사업자 선정 기준을 확대하고, 이행 여부를 상시 점검하는 독립적인 감독 기구 설립을 검토해야 한다.35

  • 국가 핵심 데이터센터 특별 관리: 국가정보자원관리원과 같은 핵심 시설은 ’국가중요통신시설’로 지정하여,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엄격한 방재 기준과 재해복구 체계(DR) 구축 및 정기적인 전환 훈련을 의무화해야 한다.35

  • 민관 합동 국가 통합 재난 대응 훈련 정례화: 데이터센터 사업자, 입주 기업, 소방, 경찰, 지자체가 모두 참여하는 실전적인 통합 재난 대응 훈련을 분기별로 정례화하여, 매뉴얼의 실효성을 검증하고 부처 간 실질적인 협력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33

7.3 장기적 관점: 미래를 위한 투자

  • 디지털 주권 확보를 위한 국가 AI 및 클라우드 인프라 투자 확대: 이번 사태는 국가 디지털 인프라의 안정성이 곧 국가 안보와 직결됨을 보여주었다. 안정적인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CSP)를 육성하고, 국가 AI 컴퓨팅 인프라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확대하여 해외 기술 의존도를 낮추고 디지털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36

  •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에 디지털 재난 부문 강화: 현재 추진 중인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에 디지털 재난을 사회 재난의 핵심 유형으로 명시하고, 예측-대비-대응-복구 전 단계에 걸친 과학적 관리 체계를 구체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38

결론적으로, 이번 재난은 완벽한 사고 예방은 불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사고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하고 핵심 기능을 신속히 복원하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국가 인프라 설계와 정책 수립의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분산, 다중화, 자율 복구 능력을 체화하는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한다. 향후 대책은 ’어떻게 하면 화재를 막을까’를 넘어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어떻게 서비스 중단을 10분 이내로 막을 수 있을까’를 목표로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비용이 아닌, 디지털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필수적인 보험이다.

8. 참고 자료

  1.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건 - 나무위키, https://namu.wiki/w/%EA%B5%AD%EA%B0%80%EC%A0%95%EB%B3%B4%EC%9E%90%EC%9B%90%EA%B4%80%EB%A6%AC%EC%9B%90%20%ED%99%94%EC%9E%AC%20%EC%82%AC%EA%B1%B4
  2. 국정자원관리원 화재…70개 정부 온라인 서비스 먹통 -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50926/132475689/1
  3. 정부 서비스 대거 먹통‥화재 피해 규모는? - MBC 뉴스, https://imnews.imbc.com/replay/2025/nwtoday/article/6760395_36807.html
  4. [종합] 정부 70개 서비스 멈추자, 국가는 위기경보를 울렸다 - 디지털데일리, https://www.ddaily.co.kr/page/view/2025092701450566258
  5. ‘행정망 마비’ 초래한 리튬이온 전지, 3년전 카카오 사태 때도 원인 - Daum, https://v.daum.net/v/20250927003649945
  6. 국가 전산망 심장부에 화재… 정부24·모바일신분증 ‘먹통’ 됐다 - ZUM 뉴스, https://m.news.zum.com/articles/101185002/%EA%B5%AD%EA%B0%80-%EC%A0%84%EC%82%B0%EB%A7%9D-%EC%8B%AC%EC%9E%A5%EB%B6%80%EC%97%90-%ED%99%94%EC%9E%AC-%EC%A0%95%EB%B6%8024%EB%AA%A8%EB%B0%94%EC%9D%BC%EC%8B%A0%EB%B6%84%EC%A6%9D-%EB%A8%B9%ED%86%B5-%EB%90%90%EB%8B%A4?
  7. 행안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위기상황대응본부’ 가동 - Daum, https://v.daum.net/v/20250927000302509
  8. 리튬 배터리 화재, 정부 ‘IT 허브’ 타격…119 문자신고 불가·등본 발급 차질 -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21009.html
  9.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정부 서비스 70개 차질 / YTN -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HAOjEkqkcRs
  10. SK C&C 데이터 센터 화재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https://ko.wikipedia.org/wiki/SK_C%26C_%EB%8D%B0%EC%9D%B4%ED%84%B0_%EC%84%BC%ED%84%B0_%ED%99%94%EC%9E%AC
  11.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배터리 화재…“데이터 피해 줄이려 물도 못뿌려” - 지디넷코리아, https://zdnet.co.kr/view/?no=20250927024623
  12.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사건 - 나무위키, https://namu.wiki/w/%EA%B5%AD%EA%B0%80%EC%A0%95%EB%B3%B4%EC%9E%90%EC%9B%90%EA%B4%80%EB%A6%AC%EC%9B%90%20%ED%99%94%EC%9E%AC%EC%82%AC%EA%B1%B4
  13. 리튬이온 열폭주에 정부 서비스 셧다운…’설비 이중화’도 무력 - 전자신문, https://m.etnews.com/20250927000002?obj=Tzo4OiJzdGRDbGFzcyI6Mjp7czo3OiJyZWZlcmVyIjtOO3M6NzoiZm9yd2FyZCI7czoxMzoid2ViIHRvIG1vYmlsZSI7fQ%3D%3D
  14. 정부 전산 관리 기관에 불… 신문고·모바일 신분증 먹통 됐다 -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5/09/26/Q6CDMXPKF5AFHAXWSLFM5HSEKQ/
  15. 행안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70개 정부 온라인 서비스 영향” -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5/09/26/JXL65A57MBA6JHLLYS2I37AAEU/
  16. 리튬이온배터리의 특성 및 발생 가스 분석 - 한국화재보험협회, https://www.kfpa.or.kr/webzine/202202/sub/disasters6.html
  17. 리튬이차전지의 화재위험성조사 - 한국화재보험협회, https://www.kfpa.or.kr/webzine/202211/sub/insurance1.html
  18. (화재의배터리②)’미궁’ 속 화재 원인…규명 왜 어렵나 - 뉴스토마토, https://www.newstomato.com/readNewspaper.aspx?no=1041864
  19. [SK C&C 데이터센터 화재②] ‘안정성 논란’ UPS 배터리 사용…전문가 “후진국형 참사”, http://www.hansbiz.co.kr/news/articleView.html?idxno=635864
  20. “카톡 먹통 유발 SK데이터센터 화재 ‘배터리 내부발화’ 가능성” - 모바일한경, https://plus.hankyung.com/apps/newsinside.view?aid=202212298598Y&category=&sns=y
  21. 디지털서비스 안정성 강화방안 브리핑, https://www.korea.kr/briefing/policyBriefingView.do?newsId=15656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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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디지털서비스 안정성 강화 방안” 관련 주요 내용 - Kim & Chang | 김·장 법률사무소, https://www.kimchang.com/ko/insights/detail.kc?sch_section=4&idx=27128
  24. 국과수,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원인 ‘배터리 내부 발화 가능성’ 지목 - 더퍼블릭, https://www.thepublic.kr/news/articleView.html?idxno=94228
  25. “카톡 먹통 유발 SK데이터센터 화재 ‘배터리 내부발화’ 가능성” |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21229065500061
  26. 2023년 국가행정망 전산마비 사태 - 나무위키, https://namu.wiki/w/2023%EB%85%84%20%EA%B5%AD%EA%B0%80%ED%96%89%EC%A0%95%EB%A7%9D%20%EC%A0%84%EC%82%B0%EB%A7%88%EB%B9%84%20%EC%82%AC%ED%83%9C
  27. 연일 장애 또 장애…이번엔 모바일신분증 발급서비스 마비 - 글로벌이코노믹, https://www.g-enews.com/article/General-News/2023/11/202311241802295750b01c25ad71_1
  28.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 화재…소방 6시간째 진화 중(종합) - 뉴스1, https://www.news1.kr/local/moi/5926939
  29. [단독]최근 5년간 리튬이온배터리 화재 2400여건…재산피해 1343억 달해 - ZUM 뉴스, https://m.news.zum.com/articles/101185698/%EB%8B%A8%EB%8F%85-%EC%B5%9C%EA%B7%BC-5%EB%85%84%EA%B0%84-%EB%A6%AC%ED%8A%AC%EC%9D%B4%EC%98%A8%EB%B0%B0%ED%84%B0%EB%A6%AC-%ED%99%94%EC%9E%AC-2400%EC%97%AC%EA%B1%B4-%EC%9E%AC%EC%82%B0%ED%94%BC%ED%95%B4-1343%EC%96%B5-%EB%8B%AC%ED%95%B4?
  30.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인터넷 서비스 장애 사건 - 나무위키, https://namu.wiki/w/SK%20C%26C%20%ED%8C%90%EA%B5%90%20%EB%8D%B0%EC%9D%B4%ED%84%B0%EC%84%BC%ED%84%B0%20%ED%99%94%EC%9E%AC%EB%A1%9C%20%EC%9D%B8%ED%95%9C%20%EC%9D%B8%ED%84%B0%EB%84%B7%20%EC%84%9C%EB%B9%84%EC%8A%A4%20%EC%9E%A5%EC%95%A0%20%EC%82%AC%EA%B1%B4
  31.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 한국화재보험협회 웹진 103호, https://www.kfpa.or.kr/webzine/202304/disaster6.html
  32. [속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데이터센터 화재로 정부 시스템 상당수 마비 - 아이티데일리, http://www.itdaily.kr/news/articleView.html?idxno=235524
  33. 데이터센터 화재와 카카오 먹통 사태 분석, 재발방지 위해 어떤 대책 마련되나 - 데일리시큐, https://www.dailysecu.com/news/articleView.html?idxno=141997
  34. 과기정통부, ‘디지털서비스 안정성 강화 방안’ 발표 - 보안뉴스, https://m.boannews.com/html/detail.html?idx=116713
  35. “제2데이터센터 화재 막는다”…디지털안전3법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의결 - 충청타임즈, https://www.cctimes.kr/news/articleView.html?idxno=757078
  36. 2025년 디지털경제연합 정책제안서 - 한국인터넷기업협회, https://www.kinternet.org/plf_file/174520011560711.pdf
  37. 2025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요 정책방향 발표 - 부처 브리핑, https://www.korea.kr/briefing/policyBriefingView.do?newsId=156670089
  38. 국가안전시스템개편 종합대책 - 행정안전부, https://www.mois.go.kr/frt/sub/a05/reSafetySystem/screen.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