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조업 르네상스 - 신화인가, 현실인가?
1. 서론: 제조업 부활, 패러다임의 전환
’미국 제조업의 부활’이라는 명제는 21세기 글로벌 경제 지형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로 부상했다. 그러나 이 현상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활’의 개념을 재정의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현재 미국이 추진하는 제조업 부흥은 과거 저임금 노동력에 기반한 대량 생산 체제로의 양적 회귀를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반도체, 전기차(EV), 청정에너지, 바이오 등 첨단 기술과 국가 안보가 밀접하게 결합된 핵심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한 질적 전환이며, 지난 수십 년간 형성된 글로벌 공급망의 근본적인 구조를 재편하려는 거대한 지정학적, 경제적 시도이다.1
본 보고서는 미국 제조업 부활의 가능성을 다각적이고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먼저 미국 제조업이 겪었던 역사적 쇠퇴의 구조적 원인을 진단하고, 최근 정책적 대전환을 이끈 배경을 탐색한다. 이어, 제조업 부활의 핵심 동력으로 작동하는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의 세부 조항과 전략적 함의를 면밀히 분석한다. 또한, 이러한 정책들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떠한 변화를 촉발하고 있는지, 리쇼어링(Reshoring)의 구체적인 사례와 핵심 산업별 동향을 데이터를 통해 살펴본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 이면에 존재하는 구조적 장애물, 즉 만성적인 노동력 부족, 높은 비용 구조, 그리고 자동화가 초래하는 ’고용 없는 성장’의 딜레마 역시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나아가, 인공지능(AI), 3D 프린팅 등 파괴적 기술 혁신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차세대 제조업의 가능성을 어떻게 열어가고 있는지 조망한다.
최종적으로, 이 모든 분석을 종합하여 ’미국 제조업은 부활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그 답은 단순한 ‘예’ 또는 ’아니오’가 아닐 것이다. 본 보고서는 부활의 성격과 형태, 그 성공의 조건과 한계, 그리고 이 거대한 전환이 글로벌 경제와 한국과 같은 주요 동맹국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과 전략적 시사점을 제시할 것이다.
2. 미국 제조업의 쇠퇴와 부활의 서막
2.1 과거의 영광과 쇠락의 구조적 원인
미국 제조업은 한때 세계 경제의 심장이었으나, 20세기 후반을 거치며 점진적이지만 분명한 쇠퇴의 길을 걸었다. 1950년대 미국 민간 부문 고용의 약 35%를 차지했던 제조업의 비중은 현재 10% 미만으로 급락했다.4 이러한 쇠락은 단일 요인이 아닌,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원인들이 장기간에 걸쳐 상호작용한 결과였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글로벌화의 심화와 함께 찾아온 저임금 국가와의 경쟁이었다. 특히 2000년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촉발된 소위 ’중국 쇼크(China Shock)’는 미국 내 노동집약적 제조업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혔다.4 의류, 가구, 장난감과 같은 비내구재 및 경량 내구재 생산기지가 대거 해외로 이전(Offshoring)되면서 수많은 공장이 문을 닫았고, 이는 ’러스트 벨트(Rust Belt)’라는 상징적인 용어를 낳았다.
동시에 미국 경제의 구조 자체가 서비스업과 금융업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었다. 고등 교육이 확산되고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성장이 가속화되면서, 자본과 인재가 제조업에서 이탈하는 현상이 심화되었다.4 거시경제적 요인 또한 제조업 쇠퇴를 부추겼다. 기축통화로서 달러화가 갖는 구조적 강세는 미국산 제품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켰으며, 낮은 저축률과 높은 투자율 사이의 격차(저축-투자 갭)가 만성적인 무역적자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6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생산과 고용의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이다. 제조업 고용 비중은 급격히 감소했지만, 제조업이 창출하는 실질 부가가치(GDP) 자체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자동화와 기술 혁신 덕분에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가치를 생산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미국 제조업 GDP는 2009년 1분기 약 1조 8,000억 달러로 저점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상승하여, 2024년 4분기에는 2조 4,068억 달러라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7 이는 제조업의 ’쇠퇴’가 ’소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와 생산성 향상이 동시에 진행된 복합적인 과정이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현재 논의되는 ’제조업 부활’이 과거와 같은 대규모 고용 창출로 이어지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중요한 전제를 안고 있다.
Table 1: 미국 제조업 핵심 지표 변화 추이 (1950-현재)
| 지표 | 1950년대 | 1980년대 | 2000년대 | 2024년 | 출처 |
|---|---|---|---|---|---|
| 전체 고용 대비 제조업 비중 | 약 35% | 약 20% | 약 13% | 10% 미만 | 4 |
| 제조업 GDP (2017년 불변 달러) | - | 약 1.5조 달러 | 약 2.0조 달러 | 약 2.4조 달러 | 7 |
| 제조업 고용 인구 (천 명) | 약 15,000 | 약 19,000 | 약 17,000 | 약 13,000 | 8 |
| 전체 GDP 대비 제조업 비중 | 약 27% | 약 20% | 약 15% | 약 11% | 3 |
2.2 정책적 전환점: 경제 안보와 공급망 재편의 시대
수십 년간 이어진 제조업 쇠퇴에 대한 정책적 각성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본격화되었다. 규제받지 않는 금융 부문의 과도한 성장이 국가 경제 시스템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과 함께, 금융 및 서비스업 중심의 성장이 양질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9 오바마 행정부는 자동차 산업 구제 금융을 시작으로 제조업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하며 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기 시작했다.10
결정적인 전환점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심화되는 미·중 지정학적 갈등이었다. 팬데믹은 특정 국가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글로벌 공급망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마스크, 인공호흡기 등 필수 의료용품부터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공급망이 마비되면서, 효율성과 비용 절감만을 추구해 온 오프쇼어링 전략의 근본적인 위험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11 이로 인해 제조업 정책의 핵심 목표는 과거의 ’비용 절감’에서 ’공급망 안정성 및 회복탄력성 확보’로 급격히 전환되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경제 안보(Economic Security)’가 국가 안보의 핵심 요소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했다.13 반도체와 같은 첨단 기술이 군사적 우위는 물론 경제 패권과 직결된다는 인식이 확고해지면서, 핵심 산업의 생산 역량을 자국 내에 확보하는 것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은 정치 지형의 변화와 맞물려 증폭되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우며 보호무역주의와 관세 정책을 통해 제조업 부활 담론을 전면에 내세웠다.2 비록 그 방식에 대한 논란은 많았지만, 제조업 공동화 문제에 대한 정치적, 사회적 경각심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러한 기조를 이어받아, 단순한 관세 정책을 넘어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라는 구체적이고 대규모의 산업 정책을 통해 제조업 부활을 국가적 어젠다로 구체화했다.14 결국 2020년대 미국의 제조업 부활 정책은 단순한 경제 정책을 넘어, 경제, 안보, 기술 패권이 융합된 국가 대전략의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3. 부활의 엔진: 반도체법(CHIPS Act)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심층 분석
미국 제조업 부활의 구체적인 청사진과 동력은 2022년 제정된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법안에 담겨 있다. 이 법안들은 막대한 재정적 인센티브를 통해 민간 투자를 유치하고, 특정 전략 산업의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명확한 의도를 담고 있다.
3.1 주요 조항 및 인센티브 구조 분석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ct)**은 총 2,800억 달러 규모의 예산을 통해 미국의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전방위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15 이 중 핵심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직접적인 지원책이다. 총 540억 달러가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조립, 테스트, 패키징 및 R&D 시설 투자에 보조금 형태로 지원된다.15 이와 별도로, 미국에 반도체 생산 시설(Fab)을 건설하는 기업에게는 투자액의 25%에 해당하는 투자세액공제(Advanced Manufacturing Investment Credit, AMIC) 혜택이 주어진다.15 이는 첨단 반도체 제조 공정을 자국 영토 내로 유치하여 공급망의 핵심 고리를 확보하려는 명확한 전략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표면적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를 목표로 하지만, 그 내용은 강력한 제조업 육성책으로 채워져 있다. 약 3,750억 달러가 관련 분야에 투자되며, 특히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풍력 등 청정에너지 산업의 미국 내 제조 생태계 구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15 IRA의 가장 큰 특징은 보조금 지급의 전제 조건으로 공급망의 ’미국화’를 내걸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전기차 구매자에게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해당 차량이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어야 하며, 배터리에 사용되는 ’핵심 광물’과 ’부품’이 일정 비율 이상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조달되어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18 이는 단순한 보조금을 넘어, 완성차 조립부터 배터리 셀, 소재, 원료 채굴에 이르는 공급망 전체를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정교한 설계다.
이러한 대규모 지출에 필요한 재원은 연간 수익 10억 달러 이상 대기업에 대한 15%의 최저 법인세 부과, 자사주 매입에 대한 1%의 세금 부과 등 증세를 통해 마련된다.20 이를 통해 IRA는 향후 10년간 지출(약 4,370억 달러)보다 수입(약 7,370억 달러)이 더 큰 재정 흑자 구조로 설계되어, 법안명 그대로 인플레이션 감축 효과도 의도하고 있다.19
Table 2: CHIPS Act 및 IRA 주요 제조업 지원 내용 비교
| 구분 | 반도체 및 과학법 (CHIPS Act) | 인플레이션 감축법 (IRA) |
|---|---|---|
| 총 예산 규모 | 약 2,800억 달러 | 약 3,750억 달러 (에너지/기후 부문) |
| 주요 지원 산업 | 반도체 (제조, R&D, 패키징 등) | 청정에너지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풍력 등) |
| 핵심 지원 방식 | - 직접 보조금 (540억 달러) - 투자세액공제 (25%) | - 생산세액공제 (AMPC) - 투자세액공제 (ITC) - 소비자 구매 세액공제 (EV Credit) |
| 주요 조건 | 가드레일 조항: 보조금 수혜 시 10년간 중국 등 ‘우려 대상 국가’ 내 첨단 반도체 시설 투자 금지 | 원산지/현지 생산 요건: - EV: 북미 최종 조립 - 배터리: 부품(북미), 핵심광물(미국/FTA) 비율 충족 - FEOC(해외 우려 단체) 조달 배제 |
| 전략적 목표 | 첨단 반도체 제조 역량의 자국 내 확보 및 기술 패권 유지 | 청정에너지 공급망의 탈중국화 및 미국 중심 재편 |
3.2 ‘가드레일’ 조항의 지정학적 함의와 효과
이들 법안의 진정한 파급력은 단순한 인센티브 제공을 넘어, ‘가드레일(Guardrails)’ 조항이라 불리는 강력한 제한 규정에 있다. 이는 미국의 보조금이 결과적으로 경쟁국인 중국의 기술 발전을 돕는 역설적인 상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채찍’에 해당한다.
CHIPS Act의 가드레일 조항은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향후 10년간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 ’우려 대상 국가’에서 28나노미터 이전 세대의 레거시 반도체를 제외한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을 ’실질적으로 확장(materially expand)’하는 거래를 금지한다.15 이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게 “미국의 막대한 지원을 받는 대신, 중국과의 기술 협력 고리는 끊어내라“는 명확한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것이다. 이 조항은 미국의 자본과 기술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기여하는 것을 막는 강력한 방화벽 역할을 한다.
IRA 역시 유사한 전략을 구사한다. 전기차 세액공제 요건에 중국, 러시아 등 ’해외 우려 단체(Foreign Entity of Concern, FEOC)’에서 조달한 배터리 부품(2024년부터) 및 핵심 광물(2025년부터)을 포함할 경우, 혜택 대상에서 전면 배제하는 조항을 명시했다.18 현재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이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는 사실상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직접적인 조치다.
이처럼 두 법안은 ’당근(보조금)’과 ’채찍(가드레일)’을 정교하게 결합하여,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결정을 경제 논리를 넘어 지정학적 구도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는 단순히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수준을 넘어,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기술 동맹 및 공급망 블록을 구축하려는 거대한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다.
3.3 초기 성과와 비용-효과성에 대한 비판적 평가
두 법안의 시행 이후, 가시적인 성과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제조업 관련 건설 투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분석에 따르면, 법안 통과 이전 연간 약 60억 달러 수준이었던 컴퓨터, 전자, 전기제품 제조업 건설 투자는 2024년 3월 기준 연율 1,280억 달러로 20배 이상 급증했다.22 PIIE는 CHIPS Act가 이미 약 1,580억 달러의 민간 투자를 촉발했다고 추산하기도 했다.23
하지만 이러한 성과가 막대한 재정 지출을 정당화할 만큼 효율적인지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PIIE는 “더 많은 미국 내 생산이 투입된 비용 대비 최고의 안보를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하며, 보조금 정책의 높은 비용 문제를 제기했다.22 즉, 동일한 비용으로 다른 안보 강화 수단을 강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조세재단(Tax Foundation)은 IRA와 CHIPS Act가 경제 전반의 투자 환경을 개선하는 전통적인 공급 측면 정책(예: 법인세 인하)과 달리, 특정 산업으로 자원을 인위적으로 재분배하는 ’산업 정책’이라는 점을 지적한다.25 이러한 방식은 특정 분야의 투자를 급증시키는 효과는 있지만, 시장 왜곡을 초래하거나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결국 이 정책들의 최종 성공 여부는 막대한 재정 투입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경제적, 안보적 편익을 장기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4. 리쇼어링(Reshoring) 현황과 핵심 산업 동향
미국 정부의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는 실제 기업들의 투자 결정으로 이어지며 제조업 현장에 가시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반도체, 전기차·배터리, 청정에너지라는 3대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전례 없는 공장 건설 붐과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관측된다.
4.1 귀환하는 기업들: 주요 투자 사례 및 공장 건설 붐
정부의 정책적 노력은 해외로 나갔던 기업들의 자국 복귀, 즉 리쇼어링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총 3,327개의 기업이 미국으로 복귀했으며, 이를 통해 약 34만 7천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 것으로 집계되었다.26
이러한 흐름은 CHIPS Act와 IRA 시행 이후 더욱 거세졌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금리 정책으로 주택 건설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공장 건설 부문은 이례적인 호황을 맞고 있다. 미국 전체 건설업에서 공장 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11% 선까지 치솟으며, 침체 위기에 놓였던 건설업계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될 정도였다.27
글로벌 선도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발표가 이러한 붐을 주도하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인텔이 오하이오주에, 삼성전자가 텍사스주에 각각 수백억 달러 규모의 신규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11 대만의 TSMC 역시 애리조나주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전기차 및 배터리 분야에서는 테슬라가 텍사스에 ’기가팩토리’를 증설하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한국의 배터리 3사도 미국 완성차 업체들과의 합작공장(JV) 형태로 북미 전역에 생산 거점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대규모 투자는 단순히 생산 시설의 이전을 넘어, 지역 경제 활성화, 기술 인력 양성, 관련 협력업체들의 동반 진출 등 막대한 파급 효과를 낳고 있다.11
Table 3: 주요 기업별 미국 내 제조업 투자 현황 (주요 사례)
| 기업명 | 투자 분야 | 투자 지역 (주) | 투자 규모 (추정) | 주요 내용 | 출처 |
|---|---|---|---|---|---|
| Intel | 반도체 | 오하이오, 애리조나 | 1,000억 달러 이상 | 신규 팹(Fab) 건설 및 기존 시설 확장 | 11 |
| Samsung | 반도체 | 텍사스 | 400억 달러 이상 | 첨단 파운드리 공장 건설 | 11 |
| TSMC | 반도체 | 애리조나 | 650억 달러 | 3나노 이하 첨단 공정 팹 건설 | 23 |
| Tesla | 전기차/배터리 | 텍사스, 네바다 | 수십억 달러 | 기가팩토리 건설 및 확장 | 11 |
| Hyundai/LGES | 배터리 | 조지아 | 55억 달러 |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셀 합작공장 | - |
| GM/Samsung SDI | 배터리 | 인디애나 | 30억 달러 | GM-삼성SDI 배터리 합작공장 | - |
4.2 전략 산업 분석 ①: 반도체 패권 경쟁
반도체는 현대 산업의 ’쌀’이자 기술 패권의 핵심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2024년 6,810억 달러에서 2032년 2조 625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15.4%의 고성장이 예상되며, 이 중 미국 시장은 2032년 2,58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29
미국은 반도체 원천 기술과 설계(Fabless) 분야에서 압도적인 세계 1위지만, 정작 생산을 담당하는 제조(Foundry) 역량은 심각하게 약화된 상태였다. 1990년 전 세계 반도체 제조 역량의 37%를 차지했던 미국의 점유율은 2022년 10%까지 추락했으며, 특히 10나노 이하 최첨단 공정의 대부분은 대만과 한국에 집중되어 있다.30 이는 미국 입장에서 심각한 경제 안보상의 아킬레스건이었다.
CHIPS Act는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직접적인 처방이다. 법안의 목표는 2032년까지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역량을 현재의 3배 수준으로 늘리고, 세계 최첨단 반도체의 20%를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것이다.24 이미 28개 주에서 100개가 넘는 관련 프로젝트가 발표되는 등,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인 제조 단계를 자국으로 되돌리려는 노력은 상당한 초기 동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30
4.3 전략 산업 분석 ②: IRA가 재편하는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
전기차 시장은 제조업 부활의 또 다른 핵심 축이다. 미국 전기차 산업 매출은 2023년 888억 달러에서 2028년 1,547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11.7%의 견조한 성장이 예상된다.31 IRA는 이러한 성장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시장의 판도를 미국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IRA의 북미 최종 조립 요건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게 미국 내 생산을 사실상 강제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현대차, 폭스바겐 등 주요 기업들이 미국 내 전기차 및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31
하지만 더 큰 변화는 배터리 공급망에서 일어나고 있다. 2022년 기준 미국이 수입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66%가 중국산일 정도로 중국 의존도는 절대적이다.31 IRA의 FEOC 규정과 핵심 광물·부품 원산지 규정은 이 구조를 직접적으로 겨냥한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제조사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북미와 동맹국 중심의 ‘탈중국’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다만, 정책의 허점도 존재한다. 스탠포드 대학의 분석에 따르면, 상업용 차량(리스, 렌탈 등) 구매 시에는 IRA의 까다로운 원산지 요건이 적용되지 않아, 많은 수입 전기차들이 이 ’루프홀’을 통해 사실상의 보조금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32 이는 정책의 의도와 실제 시장 반응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4.4 전략 산업 분석 ③: 청정에너지 제조 생태계 구축
IRA는 전기차뿐만 아니라 태양광, 풍력 등 청정에너지 산업 전반의 제조 생태계를 미국 내에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국 내 전력 생산에서 태양광과 풍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17%를 기록했으며, 향후 2년간 전력 생산 증가분의 대부분을 이 두 에너지원이 담당할 것으로 예측된다.33
IRA는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dvanced Manufacturing Production Credit, AMPC)’를 통해 태양광 모듈, 인버터, 풍력 터빈, 블레이드 등 핵심 부품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기업에 직접적인 세금 혜택을 제공한다.15 이는 단순히 청정에너지 발전소를 짓는 것을 넘어, 발전소에 들어가는 설비와 부품까지 미국산으로 채우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실제로 정책 시행 이후 태양광 모듈 공장 투자가 급증하여, 2025년 2분기에만 4.3GW의 신규 생산 능력이 추가되어 총 55.4GW에 달했다.35 하지만 공급망의 근간이 되는 업스트림 분야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더디다. 최종 제품인 모듈 조립(다운스트림)과 달리, 기술적 장벽이 높고 막대한 초기 투자가 필요한 폴리실리콘, 잉곳/웨이퍼, 셀(업스트림) 분야의 미국 내 투자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35 이는 공급망 전체를 단기간에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를 보여준다. 완전한 공급망 자립보다는, 핵심적인 일부 단계를 우선적으로 확보하는 ’선택적 자립’이 현실적인 목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5. 제조업 르네상스의 그림자: 구조적 장애물과 한계
미국 제조업 부활을 향한 강력한 정책적 의지와 막대한 자본 투자에도 불구하고, 그 길에는 무시할 수 없는 구조적 장애물과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화려한 공장 착공식 이면에는 인력난, 비용 문제, 그리고 자동화의 역설이라는 깊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5.1 노동력 위기: 고령화, 기술 격차, 만성적 인력 부족
가장 시급하고 심각한 문제는 ’사람’의 문제, 즉 노동력 부족이다. 현재 미국 제조업계에는 약 50만 개의 일자리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내구재 제조업 분야에서만 31만 개 이상의 채용 공고가 미충원 상태로 남아있다.36 이러한 인력난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위기에 가깝다.
첫째, 노동력의 급속한 고령화가 문제다. 현재 제조업 노동자의 4분의 1이 55세 이상이며, 향후 10년간 예상되는 일자리 공백의 75%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대규모 은퇴로 인해 발생할 것이다.36 이는 단순한 인력 감소를 넘어, 수십 년간 현장에서 축적된 귀중한 기술과 노하우의 단절을 의미한다.
둘째, 현대 제조업이 요구하는 역량과 교육 시스템 간의 ’기술 격차(Skills Gap)’가 심각하다. 로봇과 AI로 무장한 오늘날의 스마트 팩토리는 과거의 단순 조립 라인과 달리 고도의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 분석 능력을 요구한다.36 하지만 미국의 교육 시스템, 특히 기술대학과 직업훈련 기관들은 이러한 산업 현장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36
셋째, 제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열악한 근무 조건 역시 인력 유입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2024년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80%는 제조업이 국가 경제에 중요하다고 답했지만, 정작 자신이 공장에서 일하는 것이 개인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25%에 불과했다.36
이러한 노동력 위기는 제조업 부활 프로젝트 전체를 위협하는 아킬레스건이다. 반도체 산업에서만 2030년까지 6만 7천 명의 엔지니어, 기술자, 컴퓨터 과학자가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30 이는 막대한 보조금으로 최첨단 공장이라는 ’하드웨어’를 구축하더라도, 이를 운영할 숙련된 인력이라는 ’소프트웨어’가 부족해 공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5.2 비용 문제와 규제의 장벽
리쇼어링의 근본적인 장애물 중 하나는 여전히 높은 비용 구조다. 중국 등 신흥국과의 인건비 격차는 과거에 비해 상당히 줄어들었지만, 절대적인 수준에서 미국의 높은 인건비는 기업들에게 여전히 큰 부담이다.12 정부 보조금이 이러한 비용 격차를 일시적으로 상쇄해 줄 수는 있지만, 보조금 없이도 자생할 수 있는 근본적인 비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비용 문제는 인건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해외에 구축된 정교한 공급망을 포기하고 미국 내에서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에는 막대한 시간과 자본이 필요하다.14 부품을 조달할 현지 협력업체를 발굴하고, 물류 네트워크를 새로 짜는 과정은 수년에 걸쳐 이루어지는 복잡한 과제다.
또한, 복잡한 규제 환경도 잠재적인 장벽으로 작용한다. 주마다 다른 노동법, 엄격한 환경 규제, 그리고 식품, 의약품, 화학 등 특정 산업에 적용되는 까다로운 규정들은 기업 활동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추가적인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36
5.3 ’고용 없는 성장’의 딜레마와 자동화의 역설
제조업 부활 정책이 내세우는 가장 중요한 명분 중 하나는 양질의 중산층 일자리 창출이다. 그러나 현대 제조업의 본질적인 특성은 이러한 정치적 목표와 충돌한다. 높은 인건비와 노동력 부족 문제에 직면한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하는 가장 합리적인 해법은 바로 ’자동화’다.
반복적이고 정밀한 공정은 점차 로봇으로 대체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제조업 부활을 위한 투자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38 브루킹스 연구소는 제조업의 미래적 가치가 대규모 고용 창출 능력이 아닌, 국가 전체의 혁신과 생산성 성장을 견인하는 능력에 있다고 강조한다.39 따라서 제조업 부활의 성공을 단순히 일자리 수의 증감으로 측정하려는 시도는 시대착오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국 제조업은 생산량과 부가가치 측면에서는 성공적으로 ’부활’하더라도, 고용 측면에서는 과거와 같은 영광을 재현하기 어려운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의 형태를 띨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제조업 부활 정책의 성공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그리고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정책의 정치적 수사(일자리 창출)와 제조업의 경제적 현실(자동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 사이의 충돌은 피할 수 없는 딜레마다.
6. 기술 혁신이 여는 미래: 차세대 제조업의 가능성
앞서 제기된 높은 비용 구조와 노동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한계는 극복 불가능한 장벽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AI), 자동화, 3D 프린팅으로 대표되는 파괴적 기술 혁신은 이러한 제약을 뛰어넘어 미국 제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방정식을 바꾸고 있다. 기술은 단순히 기존 공정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 생산의 패러다임 자체를 전환하며 리쇼어링의 경제적 타당성을 창출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6.1 AI와 자동화: 비용 한계 극복과 생산성 혁명
제조업 리쇼어링의 가장 큰 걸림돌인 인건비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할 수 있는 열쇠는 자동화 기술의 발전, 특히 로봇 공학의 확산에 있다. 산업용 로봇의 가격은 지난 수십 년간 극적으로 하락했으며, 이제 고도로 자동화된 미국 공장의 시간당 생산 비용이 중국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보다 저렴해지는 변곡점에 가까워지고 있다.40 로봇은 24시간 쉬지 않고 일관된 품질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으며, 임금 인상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여기에 AI 기술이 결합되면서 생산성 혁명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딜로이트(Deloitte)의 연구에 따르면, AI와 머신러닝 기술은 2025년까지 제조업 분야의 노동 생산성을 최대 40%까지 향상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40 AI는 제조업의 가치사슬 전반에 깊숙이 침투하여 전통적인 생산 방식을 재정의하고 있다.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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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설계: AI는 수천, 수만 가지 설계 옵션을 자동으로 생성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디자인을 찾아낸다.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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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유지보수: 공장 설비의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고장을 사전에 예측하고, 생산 라인의 갑작스러운 중단을 방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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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 관리: 컴퓨터 비전 기술을 통해 미세한 불량까지 실시간으로 검출하여 품질 관리의 정확도와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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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최적화: 수요를 예측하고 재고를 최적화하며, 가장 효율적인 물류 경로를 찾아낸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값싼 노동력이 아닌, 우수한 기술과 혁신을 통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미국의 새로운 제조업 전략의 핵심 기반이 된다.40
6.2 3D 프린팅과 스마트 팩토리: 생산 패러다임의 전환
3D 프린팅(적층 제조) 기술은 AI와 결합하여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맞춤형 생산’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AI 기반의 ‘생성형 디자인(Generative Design)’ 소프트웨어는 설계자가 원하는 성능과 제약 조건을 입력하면, AI가 스스로 최적의 구조를 찾아내 설계안을 제시한다.41 이렇게 만들어진 복잡하고 유기적인 형태의 디자인은 전통적인 절삭 가공 방식으로는 제작이 불가능하지만, 3D 프린팅 기술을 통해 현실화될 수 있다. 이는 항공우주 부품의 경량화나 개인 맞춤형 의료기기 제작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43
또한, AI는 3D 프린팅 공정 자체의 신뢰도를 극적으로 향상시킨다. 프린팅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온도 변화나 노즐 막힘과 같은 오류를 센서와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감지하면, AI가 이를 분석하여 출력 조건을 자동으로 보정한다.42 이를 통해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재작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45
이러한 스마트 팩토리 기술들은 최소한의 인력으로 24시간 무인 가동이 가능한 ’소등 공장(Lights-out manufacturing)’의 현실화를 앞당기고 있다.45 이는 제조업의 입지 조건에서 저임금 노동력의 중요성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킨다. 즉, 기술 혁신은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미국 내 생산’의 총소유비용(TCO)을 ’해외 생산’보다 낮출 수 있는 잠재력을 제공한다. 이는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종료된 이후에도 리쇼어링이 지속 가능할 수 있는 강력한 경제적 기반을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과거 제조업 경쟁력이 대량생산을 통한 ’규모의 경제’에서 나왔다면, 이제는 AI와 3D 프린팅이 주도하는 ’속도와 유연성의 경제’가 새로운 경쟁 우위의 원천이 되고 있는 것이다.
7. 종합 평가 및 전망: 미국 제조업은 부활할 수 있는가?
지금까지의 분석을 종합해 볼 때, ’미국 제조업은 부활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이다. 그러나 이는 조건부 긍정이며, ’부활’의 의미를 명확히 재정의할 때에만 유효하다. 미국 제조업의 미래는 과거의 영광을 양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맞춰 질적으로 변모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7.1 ’부활’의 재정의: 양적 회귀가 아닌 질적 전환
미국 제조업의 성공적인 부활은 20세기 중반처럼 전체 GDP에서 제조업 비중이 다시 30%에 육박하고, 수백만 개의 전통적인 공장 일자리가 돌아오는 형태로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39 오히려 그 모습은 다음과 같은 ’전략적이고 선택적인 부활’에 가까울 것이다.
첫째, 국가 안보와 미래 산업 경쟁력에 필수적인 핵심 분야에 자원과 정책이 집중될 것이다. 반도체, 첨단 배터리, 바이오 의약품, 청정에너지 기술 등 소수의 고부가가치 산업이 부활의 중심축을 이룰 것이다.1 모든 제조업을 미국으로 되돌리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비효율적이다. 대신, 가장 중요하고 대체 불가능한 기술과 생산 역량을 자국 영토 내에 확보하고, 이를 외부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요새화된 첨단 기술 허브(Fortified High-Tech Hub)’를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다.
둘째, 성공의 척도가 바뀔 것이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제언처럼, 미래 제조업의 성공은 고용된 노동자의 수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혁신 역량, 생산성 향상, 그리고 만성적인 무역수지 적자를 개선하는 능력으로 평가되어야 한다.3 자동화와 AI가 주도하는 첨단 제조업은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Table 4: 미국 제조업 부활의 기회 요인과 위협 요인 분석 (SWOT 분석)
| 구분 | 내부 요인 | 외부 요인 |
|---|---|---|
| 강점 (Strength) | - 세계 최고 수준의 R&D 및 기술 혁신 역량 - 거대한 내수 시장과 자본 조달 능력 - 첨단 기술 인력 풀 (절대 규모) | 기회 (Opportunity) |
| 약점 (Weakness) | - 고질적인 높은 인건비 및 운영 비용 - 만성적인 숙련 노동력 부족 및 인력 고령화 - 복잡한 규제 환경 및 지역별 격차 | 위협 (Threat) |
7.2 단기적 성과와 장기적 지속가능성 평가
단기적으로 CHIPS Act와 IRA는 의심할 여지 없이 성공적인 출발을 보였다. 막대한 규모의 민간 투자를 유치하고, 관련 분야의 공장 건설 붐을 일으키며, 침체된 건설 경기를 부양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다.22 이는 정책적 의지가 시장을 움직일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그러나 장기적인 성공과 지속가능성은 여러 변수에 달려 있다. 첫째, 앞서 지적한 만성적인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교육 시스템 개혁과 직업 훈련 프로그램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36 둘째, 막대한 정부 보조금이 축소되거나 종료된 이후에도 기업들이 자생할 수 있는 근본적인 비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AI와 자동화 기술의 성공적인 도입 여부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40 마지막으로, 정권 교체와 같은 정치적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차기 행정부가 기존 정책을 폐기하거나 급격히 수정할 경우, 현재의 투자 붐은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리스크가 상존한다.23
7.3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과 전략적 시사점
미국의 제조업 부활 정책은 단순히 자국 경제의 문제를 넘어, 글로벌 경제 질서의 근본적인 재편을 촉발하고 있다.47 가장 큰 변화는 글로벌 공급망이 효율성 중심의 단일 체제에서 안보와 가치 중심의 다중 블록 체제로 분절화되는 현상이다. ’미국 중심’의 공급망과 ‘중국 배제’ 공급망으로의 이원화가 가속화될 것이다.
이는 한국과 같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들에게 거대한 도전이자 기회다. 한편으로는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유지하기 위해 값비싼 현지 생산 투자를 강요받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중심의 공급망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창이 열리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미국 제조업은 과거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더 작지만 더 강력하고, 더 자동화되었으며, 더 전략적인 형태로 부활의 길을 걷고 있다. 이 거대한 전환의 흐름 속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지도는 다시 그려지고 있으며, 모든 경제 주체들은 이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기 위한 전략적 재정비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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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와 3D 프린팅: AI가 3D 프린팅에 미치는 영향 - Sungplastic, https://sungplastic.com/ko/how-ai-affects-3d-pr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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