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페이지 그림(Teaser Figure)의 법칙
학술적 글쓰기의 세계에서 논문의 첫 페이지는 전장(Battlefield)과도 같다. 수천 편의 논문이 쏟아지는 CVPR, ICRA, NeurIPS와 같은 인공지능 및 로보틱스 분야의 탑 티어 학회에서, 독자와 리뷰어의 시선은 무자비할 정도로 빠르고 냉정하게 움직인다. 그들이 논문의 가치를 판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몇 분, 짧게는 몇 초에 불과하다. 이 짧은 찰나의 순간에 승부를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바로 논문의 최상단, 제목 바로 아래에 위치한 **‘티저 그림(Teaser Figure)’**이다.
본 장에서는 “실전 논문 작성 가이드“의 핵심인 3.1절 ’1페이지 그림의 법칙’을 통해, 단순히 보기 좋은 그림을 그리는 것을 넘어, 심리학적 인지 원리와 학계의 트렌드, 그리고 기술적 구현 디테일을 아우르는 티저 그림의 완벽한 설계 전략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이는 단순한 삽화가 아니라, 논문의 운명을 결정짓는 ’시각적 요약문(Visual Abstract)’이자 연구자의 통찰력을 증명하는 지적 설계도다.
1. 티저 그림의 존재론적 위상과 인지 경제학
티저 그림은 논문의 얼굴이다. 텍스트로 된 초록(Abstract)이 논문의 논리적 요약이라면, 티저 그림은 논문의 **‘직관적 요약’**이자 **‘핵심 기여(Key Contribution)의 선언’**이다.1 텍스트 초록이 “우리는 무엇을 했다“라고 서술한다면, 티저 그림은 “이것이 우리가 만든 결과다“라고 시각적으로 증명한다.
1.1 주의 경제(Attention Economy)와 리뷰어의 심리
현대 과학 연구 환경은 극심한 ‘주의 경제(Attention Economy)’ 시스템 내에서 작동한다.3 매일 아카이브(arXiv)에 등록되는 수백 편의 논문들 속에서 연구자들은 자신의 연구가 읽힐 가치가 있음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특히 학회 리뷰어들은 제한된 시간 내에 방대한 양의 논문을 검토해야 하는 인지적 과부하(Cognitive Overload) 상태에 놓여 있다.
이때 티저 그림은 리뷰어에게 ’인지적 완화(Cognitive Easement)’를 제공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1 인간의 뇌는 텍스트보다 이미지를 약 6만 배 더 빠르게 처리한다. 잘 설계된 티저 그림은 리뷰어가 복잡한 텍스트를 해독하기 전에 연구의 전체적인 맥락(Context)과 목표(Goal), 그리고 결과(Result)를 단숨에 파악하게 해준다. 반면, 티저 그림이 없거나 조잡한 경우, 리뷰어는 무의식적으로 “이 저자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명확하게 전달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부정적 편견(Bias)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4
연구에 따르면, 컴퓨터 비전 분야의 논문들은 딥러닝 혁명 이후 시각적 요소가 논문의 ‘광고판’ 역할을 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3 이는 논문이 단순한 지식 전달 수단을 넘어, 연구자의 브랜딩과 후속 연구 유치, 채용 및 승진과 직결되는 경쟁의 도구가 되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티저 그림을 설계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다.
1.2 낚시(Clickbait)와 진정한 예고편(Trailer)의 경계
일부 연구자들은 티저 그림을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한 ‘낚시성’ 도구로 오해하곤 한다. 신문 기사의 헤드라인이나 유튜브 썸네일처럼 정보를 감춤으로써 클릭을 유도하는 방식은 학술 논문에서 철저히 지양해야 한다.5 학술적 티저 그림은 영화의 예고편(Trailer)과 유사하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상업적 예고편은 결말을 숨기지만, 학술적 티저는 결말(Main Result)을 가장 먼저 보여줘야 한다.6
티저 그림은 독자가 논문을 끝까지 읽었을 때 얻게 될 지적 보상을 미리 제시해야 한다. “이 논문을 읽으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약속을 시각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티저 그림은 논문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대표적인 결과를 포함해야 하며, 동시에 그것이 과장이 아닌 과학적 사실임이 드러나야 한다.
2. 시각적 인지 법칙: 3초, 5초, 그리고 10초의 미학
티저 그림의 효율성을 측정하는 척도는 시간이다. 독자가 그림을 보고 내용을 파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짧을수록 좋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시간 법칙들이 존재하는데, 학술적 시각화의 맥락에서 이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2.1 제1법칙: 3초의 법칙 (The 3-Second Rule) - 후킹(Hooking)
티저 그림 설계의 황금률은 **‘3초의 법칙’**이다. 독자가 페이지를 넘기거나 스크롤을 내리며 티저 그림을 마주했을 때, 3초 이내에 그림의 주제와 핵심 메시지가 전달되어야 한다.7 만약 3초가 지나도 독자가 “이게 입력이고 저게 출력인가?”, “이 색깔은 무엇을 의미하지?“라고 고민하게 만든다면, 그 티저 그림은 실패한 것이다.
3초의 법칙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글랜서빌리티(Glanceability)’를 극대화해야 한다.9 스마트워치 화면이나 운전 중의 내비게이션처럼, 아주 짧은 시선(Glance)만으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시각적 복잡도를 낮추고 정보의 밀도를 최적화해야 한다. 이는 3초가 넘어가면 인간의 단기 기억(Working Memory)이 부하를 일으키기 시작하고, 흥미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2.2 제2법칙: 5초와 10초의 법칙 - 이해와 검증
’5초의 법칙’은 흔히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5초 안에 주워 먹으면 안전하다는 속설(물론 과학적으로는 박테리아가 즉시 이동하므로 틀린 말이다11)로 알려져 있지만, 시각화에서는 **‘5초 안에 세부 요소의 관계를 파악하는 단계’**로 해석할 수 있다. 3초 안에 전체 주제를 파악했다면, 이어지는 2초 동안 독자는 범례(Legend)와 축(Axis)을 확인하며 데이터의 신뢰성을 1차적으로 검증한다.
나아가 **‘10초의 법칙’**은 포스터 발표나 더 복잡한 다이어그램에서 적용되는 기준이다.13 티저 그림보다는 조금 더 상세한 Figure 2, Figure 3의 아키텍처 다이어그램 등에 적용되지만, 티저 그림 역시 독자가 10초 이상 머무르게 된다면, 그 시간은 그림의 난해함을 해독하는 시간이 아니라, 그림이 담고 있는 풍부한 통찰을 음미하는 시간이어야 한다.
| 시간 법칙 | 목표 | 독자의 인지 활동 | 디자인 전략 |
|---|---|---|---|
| 3초 (Hook) | 즉각적 인지 | “이 논문은 [주제]에 관한 것이며, [핵심 결과]를 냈구나.” | 강력한 주제부 강조, 텍스트 최소화, 명확한 대비 |
| 5초 (Scan) | 구조 파악 | “입력은 왼쪽, 출력은 오른쪽이군. 파란색이 제안 방법이네.” | 표준화된 레이아웃(좌→우), 일관된 색상 코딩 |
| 10초 (Verify) | 상세 검증 | “기존 방법(SOTA)보다 디테일이 살아있군. 수치가 15% 향상되었네.” | 고해상도 이미지, 읽기 쉬운 폰트, 정량적 수치 표기 |
3. 티저 그림의 구조적 해부학: 입력, 방법, 출력의 시선 흐름
성공적인 티저 그림은 독자의 시선을 강제로, 그러나 부드럽게 이끄는 ’시선 흐름(Visual Flow)’을 가지고 있다. 서구권 및 대부분의 학술계에서는 왼쪽에서 오른쪽(Left-to-Right), **위에서 아래(Top-to-Bottom)**로 읽는 것이 본능적이다.15
3.1 표준 패턴: IPO (Input-Process-Output) 구조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구조는 **입력(Input) → 방법(Method) → 출력(Output)**의 흐름을 따르는 것이다.16
- 왼쪽(Input): 문제 상황을 정의한다. 노이즈가 낀 이미지, 헝클어진 로봇의 상태, 혹은 해결해야 할 복잡한 데이터셋을 배치한다.
- 중앙(Method): 연구의 핵심 아이디어를 상징하는 ’마법의 상자’다. 복잡한 네트워크 구조를 모두 그리기보다는, 핵심 모듈이나 차별화된 메커니즘을 단순화된 아이콘이나 도식으로 표현한다.
- 오른쪽(Output): 입력이 중앙의 방법을 거쳐 얼마나 아름답고 정확하게 변환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이때 출력은 입력보다 시각적으로 더 크거나 강조되어야 한다.
3.2 비교 패턴: SOTA vs. Ours
성능 향상을 강조하고 싶다면 비교(Comparison) 구조를 택한다.
- 상단/좌측: 기존 최고 성능 모델(State-of-the-Art, SOTA)의 결과. 흐릿하거나, 오류가 있거나,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 하단/우측: 제안하는 모델(Ours)의 결과. 선명하고, 정확하며, 자연스러운 모습을 배치하여 대조 효과(Contrast Effect)를 극대화한다.
- 팁: 단순히 나란히 놓는 것을 넘어, 차이가 나는 부분에 확대(Zoom-in) 박스나 화살표를 사용하여 독자가 어디를 봐야 하는지(Attention Guidance) 명확히 지시해야 한다.1
3.3 메타포 패턴: 개념의 시각화
결과물이 이미지가 아닌 시스템이나 이론 논문의 경우, 추상적인 개념을 물리적인 **메타포(Metaphor)**로 치환한다.
- 데이터의 흐름을 수도관의 물 흐름으로, 보안 공격을 방패와 창으로, 혹은 학습 과정을 등산 경로(Loss Landscape)로 비유하여 표현한다.
- 이러한 메타포는 독자가 생소한 개념을 기존의 배경지식(Schema)과 연결하여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1
4. 분야별 티저 그림의 전술적 변주 (Taxonomy of Teasers)
모든 티저 그림이 같은 형태를 띨 수는 없다. 연구 분야(Domain)에 따라 리뷰어들이 기대하는 ’문법’이 존재한다.2 여기서는 컴퓨터 비전, 로보틱스, 그리고 데이터 시각화 분야의 대표적인 티저 패턴을 분석한다.
4.1 ) 컴퓨터 비전 (Computer Vision): 결과의 스펙터클
CVPR, ICCV 논문의 티저 그림은 시각적 품질 자체가 성능의 척도다.
- 고해상도 필수: 픽셀 단위의 디테일이 중요하다. 비트맵 이미지를 사용할 경우 최소 300 DPI 이상을 유지해야 하며, 확대했을 때 깨짐이 없어야 한다.17
- 다양성(Diversity)의 전시: 단 하나의 이미지만 보여주는 것은 “체리 피킹(Cherry-picking, 좋은 것만 골라냄)“의 의심을 살 수 있다. 다양한 시나리오(실내, 실외, 낮, 밤 등)에서의 성공 사례를 콜라주 형태로 보여주어 모델의 강건성(Robustness)을 암시해야 한다.1
- 3D 및 NeRF: 최근 트렌드인 3D 복원 분야에서는 단일 뷰가 아닌, 여러 시점(Multi-view)에서의 렌더링 결과나, 깊이 지도(Depth Map), 노멀 맵(Normal Map)을 함께 보여주어 기하학적 일관성을 증명한다.18
4.2 ) 로보틱스 (Robotics): Sim-to-Real과 동작의 시간성
ICRA, IROS와 같은 로보틱스 학회에서는 물리적 세계와의 상호작용, 그리고 시뮬레이션과 현실의 간극(Sim-to-Real Gap)을 어떻게 극복했는지가 핵심이다.
- Sim-to-Real 시각화: 화면을 분할(Split-screen)하여 왼쪽 절반은 시뮬레이터(Isaac Gym 등) 화면을, 오른쪽 절반은 실제 로봇의 구동 장면을 배치한다. 두 장면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정교하게 합성(Blending)하여, “시뮬레이션에서 학습한 정책(Policy)이 현실에서도 완벽하게 작동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20
- 고스트(Ghost) 효과와 궤적(Trajectory): 정지된 이미지에 로봇의 움직임을 담기 위해, 로봇 팔의 이전 위치들을 반투명하게 겹쳐 그리는 ’고스트 효과’나, 이동 경로를 화려한 선(Streamline)으로 표현하는 기법을 사용한다.22 이는 시간의 흐름을 한 장의 그림에 압축하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 실패와 성공의 대조: 로봇이 물체를 떨어뜨리는(실패) 장면과 안정적으로 파지(Grasping)하는(성공) 장면을 대비시켜 제안 방법의 우수성을 강조한다.
4.3 ) 데이터 시각화 (Visualization) 및 HCI: 상호작용과 인사이트
IEEE VIS나 CHI와 같은 학회에서는 시스템의 인터페이스(UI)나 사용자의 상호작용 흐름이 중요하다.
- 시스템 오버뷰: 사용자가 시스템을 사용하는 화면 캡처(Screenshot)를 중앙에 배치하고, 주변에 확대된 주요 기능이나 데이터 흐름도를 배치하는 ‘상세 설명(Call-out)’ 방식을 사용한다.2
- 사용자 시나리오: “사용자 A가 B 기능을 사용하여 C라는 인사이트를 얻었다“는 스토리텔링을 만화(Comic strip) 형식이나 순서도(Flowchart) 형식으로 구성하여, 시스템의 효용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5. 디자인의 디테일: 색상, 폰트, 그리고 여백의 미학
티저 그림의 퀄리티는 디테일에서 결정된다. “내용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시각적 완성도가 떨어지면 연구의 엄밀성(Rigor)마저 의심받게 된다.4
5.1 색채 심리학과 의미론적 팔레트 (Semantic Color Palette)
색상은 예쁘게 보이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정보를 전달하는 코드다.
- 일관된 의미 부여: 논문 전체에서 ’제안 방법(Ours)’은 항상 파란색, ’비교 방법(Baseline)’은 항상 회색이나 주황색으로 통일해야 한다. 이를 ’의미론적 색상 매핑’이라 한다.1 독자는 무의식적으로 “파란색은 좋은 것“이라고 학습하게 된다.
- 색각 다양성(Accessibility) 고려: 전 세계 남성의 약 8%가 적록색맹이다. 빨간색과 초록색을 단순히 대비시키는 것은 피해야 한다. 대신 빨간색과 파란색을 쓰거나, 명도(Lightness) 차이를 두어 흑백으로 인쇄해도 구분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15 ’ColorBrewer’와 같은 도구를 사용하여 색약자 시뮬레이션을 거치는 것은 기본 예의다.
- 강조색의 절제: 너무 많은 색상은 잡음(Noise)이다. 2~3가지의 주조색(Primary Color)을 정하고, 나머지는 무채색으로 처리하여 중요한 정보가 ‘팝(Pop-out)’ 튀어나오게 해야 한다.25
5.2 타이포그래피(Typography): 가독성의 과학
- 폰트 패밀리: 그림 내의 폰트는 논문 본문의 폰트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보통 캡션이나 본문이 세리프(Times New Roman)라면, 그림 내의 라벨은 가독성이 높은 산세리프(Arial, Helvetica)를 사용하는 것이 현대적인 추세다.17
- 폰트 크기: 그림을 축소했을 때도 글자가 보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그림 내 텍스트는 본문 폰트 크기의 80~100% 수준을 유지해야 하며, 절대 각주(Footnote)보다 작아서는 안 된다. 6포인트 미만의 깨알 같은 글씨는 리뷰어의 짜증을 유발한다.17
- 벡터 그래픽: 텍스트와 선은 반드시 벡터 포맷(PDF, EPS, SVG)으로 저장해야 한다. 래스터화된(Rasterized) 텍스트는 확대 시 흐릿해져 논문의 격을 떨어뜨린다.26
5.3 여백(White Space)의 힘
여백은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정보를 분리하는 벽’이다. 요소들을 빽빽하게 채워 넣는 것은 인지 부하를 높인다. 충분한 여백을 두어 시선이 쉴 곳을 마련하고, 정보 간의 그룹핑(Grouping)을 명확히 해야 한다.7 ’게슈탈트 심리학(Gestalt Psychology)’의 근접성 원리에 따라, 관련된 요소들은 가깝게, 관련 없는 요소들은 멀리 배치하여 자연스러운 의미 덩어리를 형성하게 한다.
6. 도구(Tools)의 선택: Matplotlib을 넘어서
많은 연구자들이 Python의 Matplotlib이나 Excel의 기본 스타일을 그대로 사용하는 실수를 범한다. 이는 “나는 시각화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광고하는 것과 같다.27
- 프로그래밍적 시각화 (Matplotlib/Seaborn/TikZ): 데이터의 정확한 표현을 위해 필수적이다. 단, 기본 스타일(Default Style)을 끄고, 논문 스타일에 맞게 축(Axis), 그리드(Grid), 색상(Color cycle)을 커스터마이징해야 한다. LaTeX 사용자는 TikZ를 통해 수려한 벡터 그래픽을 코드 레벨에서 생성할 수 있다.
- 벡터 그래픽 편집기 (Adobe Illustrator / Inkscape): 생성된 차트나 로봇 사진, 아이콘들을 한곳에 모아 레이아웃을 잡고, 화살표를 그리거나 텍스트를 배치하는 후처리(Post-processing) 작업에 반드시 필요하다. 파워포인트(PPT)는 편리하지만, 정교한 정렬과 인쇄용 벡터 출력(PDF)에서 한계가 있으므로 최종본 제작에는 신중해야 한다.26
- 3D 렌더링 (Blender / Cinema 4D): 최근에는 2차원 논문이라도 시스템 구조도나 개념도를 3D로 렌더링하여 입체감과 전문성을 더하는 것이 트렌드다. 블렌더(Blender)와 같은 도구를 익히면 단순한 박스 다이어그램을 넘어선 ‘작품’ 수준의 티저를 만들 수 있다.29
| 도구 | 용도 | 장점 | 단점 | 추천 대상 |
|---|---|---|---|---|
| Matplotlib | 데이터 플로팅 | 정확성, 자동화 가능 | 기본 디자인이 투박함 | 그래프, 차트 |
| Illustrator | 레이아웃, 후보정 | 완벽한 벡터 제어, 디자인 자유도 | 유료, 학습 곡선 있음 | 최종 조판, 다이어그램 |
| Blender | 3D 개념도, 렌더링 | 압도적인 비주얼, 사실감 | 높은 학습 난이도 | 시스템 구조, 메타포 |
| PowerPoint | 프로토타이핑 | 접근성, 빠른 수정 | 벡터 출력 품질 낮음, 정렬 부정확 | 초기 아이디어 스케치 |
7. 캡션(Caption)의 미학: 그림을 읽게 만드는 내비게이션
그림 하단에 달리는 캡션은 티저 그림의 화룡점정이다. 많은 독자가 그림을 훑어본 후 바로 캡션을 읽는다. 캡션은 본문의 내용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해석(Interpret)**하는 가이드가 되어야 한다.30
- 선언적 제목 (Declarative Title): 캡션의 시작은 **굵은 글씨(Bold)**로 그림의 주제를 명확히 선언해야 한다. “Figure 1: System Overview“처럼 건조한 제목보다는, “Figure 1: Our proposed End-to-End driving policy that handles occlusion robustly.“와 같이 논문의 핵심 주장을 담는 것이 좋다.
- 자립성 (Stand-alone): “See text for details“라는 말은 직무 유기다. 독자가 본문을 뒤적거리지 않고도 캡션만 읽어서 그림의 내용을 90% 이상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약어는 정의하고, 기호의 의미를 명시해야 한다.32
- 구체적 지시: “왼쪽을 보라”, “빨간 박스 안을 주목하라“와 같이 독자의 시선을 구체적으로 안내해야 한다. “Note that the proposed method (right) recovers fine textures compared to the baseline (left).“처럼 비교의 포인트를 짚어주는 것이 리뷰어의 이해를 돕는다.
8. 흔히 범하는 실수와 피해야 할 함정 (Pitfalls)
티저 그림 작성 시 의욕이 앞서 범하기 쉬운 실수들을 경계해야 한다.
8.1 과도한 정보의 늪 (Information Overload)
“이것도 중요하고 저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에 모든 것을 티저에 때려 넣으면, 결국 아무것도 전달되지 않는 ’노이즈’가 된다.
- 복잡한 화살표: 라면 면발처럼 꼬인 화살표는 독자의 뇌를 마비시킨다. 흐름은 단순하고 선형적이어야 한다.
- 작은 그림: 너무 많은 서브 컷(Sub-figures)을 넣어 우표만 한 그림들을 나열하지 마라. 차라리 몇 개를 과감히 버리고 중요한 것을 크게 보여주는 것이 낫다.15
8.2 체리 피킹(Cherry-picking)과 정직성
가장 잘 나온 결과를 보여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이 ‘유일하게’ 성공한 결과여서는 안 된다.
- 대표성: 티저에 실린 결과가 모델의 일반적인 성능을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 특정한 각도나 조명에서만 작동하는 결과를 티저로 썼다가, 실험 섹션에서 그 한계가 드러나면 리뷰어는 배신감을 느낀다.6
- 과장 광고: 3D 렌더링을 너무 화려하게 하여 실제 기술적 기여보다 포장이 과도하면, 오히려 내용의 빈약함을 감추려는 시도로 오해받을 수 있다.
8.3 양식 위반 (Formatting Violations)
- 위치 선정: LaTeX에서
\twocolumn[{...}]명령어를 사용하여 제목과 본문 사이에 티저를 배치해야 하는데, 이를 잘못 사용하여 본문 중간에 둥둥 떠다니게 하거나, 여백을 침범하는 경우가 있다.33 학회의 스타일 가이드(Author Kit)를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 텍스트 깨짐: 폰트를 임베딩(Embedding)하지 않아 다른 컴퓨터에서 볼 때 텍스트가 깨지거나 기본 폰트로 대체되는 사고는 치명적이다. PDF 변환 후 반드시 다른 기기에서 확인해야 한다.
9. 결론: 티저는 연구의 나침반이다
티저 그림은 논문 작성의 마지막 단계에 급조하는 ’포장지’가 아니다. 오히려 연구의 초기 단계부터 “나의 연구를 한 장의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무엇이 될까?“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연구의 방향성이 명확해진다. 티저 그림을 스케치하는 것은 연구의 핵심 가설을 다듬고, 불필요한 가지를 쳐내는 **‘생각의 정제 과정’**이다.
잘 만들어진 티저 그림은 독자에게 보내는 강력한 초대장(Invitation)이다. 그것은 “이 연구는 읽을 가치가 있으며, 당신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이다. 3초 안에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고(Hook), 5초 안에 구조를 이해시키며(Understand), 10초 안에 디테일의 깊이를 증명(Verify)하라. 이 법칙을 따를 때, 당신의 논문은 아카이브의 홍수 속에서도 빛나는 등대처럼 연구자들의 이목을 끌게 될 것이다.
10. 참고 자료
- Figure Creation Tutorial: Making a Figure 1 - Maxwell Forbes, https://maxwellforbes.com/posts/figure-creation-tutorial-making-a-figure-1/
- Teasers That Speak: Exploring the Visual Design of … - ChinaVis 2025, https://www.chinavis.org/2025/papers/Teasers%20That%20Speak%20Exploring%20the%20Visual%20Design%20of%20Teaser%20Images%20in%20Visualization%20Publications.pdf
- Attention is All They Need - Sam Goree, https://samgoree.github.io/2022/09/22/paper_figures.html
- Let Us FIGURE It Out: Why Do Scientists Still Make “Bad” Figures? - PMC - PubMed Central,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12082350/
- Abstract vs. Teaser - Martin Ueding, https://martin-ueding.de/posts/abstract-vs-teaser/
- What are figures for and how do I compose them? - RCDC@SIGGRAPH, https://research.siggraph.org/blog/guides/what-are-figures-for-and-how-do-i-compose-them/
- 10 Essential Data Visualization Best Practices for 2025 - TimeTackle, https://www.timetackle.com/data-visualization-best-practices/
- Tips for Designing Good Data Visualizations - Building Intelligence Together, https://koopingshung.com/blog/tips-for-designing-good-data-visualizations/
- Impact of incidental visualizations on primary tasks - Instituto Superior Técnico, https://web.ist.utl.pt/~daniel.j.goncalves/publications/2023/moreira-et-al-2023-impact-of-incidental-visualizations-on-primary-tasks.pdf
- Glanceable UX: turning information into instant understanding | by Tia Sydorenko, https://uxdesign.cc/glanceable-ux-turning-information-into-instant-understanding-bc2317283ef4
- New Study Takes Bite Out of ‘5-Second Rule’ - PR Newswire, https://www.prnewswire.com/news-releases/new-study-takes-bite-out-of-5-second-rule-83020877.html
- Rutgers Researchers Debunk ‘Five-Second Rule’: Eating Food off the Floor Isn’t Safe, https://www.rutgers.edu/news/rutgers-researchers-debunk-five-second-rule-eating-food-floor-isnt-safe
- Farm to School: A Case Study of Four Rural Nebraska Schools Before Initiating Locally Grown Foods in School Food Service - UNL Digital Commons, https://digitalcommons.unl.edu/cgi/viewcontent.cgi?referer=&httpsredir=1&article=1027&context=nutritiondiss
- A Complete Guide to Digital Signage Content Creation - FTx POS, https://goftx.com/blog/content-for-digital-signage-what-works-in-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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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Best Practices For Creating High-Quality Figures - MDPI Blog, https://blog.mdpi.com/2025/03/20/best-practices-high-quality-figures/
- How to Create Beautiful Research Figures (Complete Tutorial) -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KQ6Zg9B5Mxs
- Unpopular opinion: Matplotlib is a bad library : r/Python - Reddit, https://www.reddit.com/r/Python/comments/u8j6fn/unpopular_opinion_matplotlib_is_a_bad_library/
- Introduction to Matplotlib - Zero to Mastery Data Science and Machine Learning Bootcamp, https://dev.mrdbourke.com/zero-to-mastery-ml/introduction-to-matplotlib/
- How do you make those nice figures in journal papers? : r/GradSchool - Reddit, https://www.reddit.com/r/GradSchool/comments/wif918/how_do_you_make_those_nice_figures_in_journal/
- How to write a figure caption - International Science Editing, https://www.internationalscienceediting.com/how-to-write-a-figure-caption/
- COMPOSING EFFECTIVE FIGURE CAPTIONS IN SCIENTIFIC ARTICLES AND POSTERS - Hixon Writing Center, https://writing.caltech.edu/documents/27629/HWC-FigureCaptionHandout.1-2024.pdf
- Should figure captions include the “take home message” that the figure conveys?, https://academia.stackexchange.com/questions/57836/should-figure-captions-include-the-take-home-message-that-the-figure-conveys
- How do I put a figure* before my abstract? - LaTeX Stack Exchange, https://tex.stackexchange.com/questions/170156/how-do-i-put-a-figure-before-my-abstract
- Input a figure between title and body in twocolumn form - TeX - LaTeX Stack Exchange, https://tex.stackexchange.com/questions/55764/input-a-figure-between-title-and-body-in-twocolumn-f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