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 4월 AI 및 로봇 연구 동향
1. 서론: 2023년 4월, 기술 지형의 재편
2023년 4월은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기술 지형도에 있어 중요한 변곡점으로 기록될 시점이다. ChatGPT가 촉발한 생성형 AI의 열풍은 단순한 대중적 인기를 넘어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단계로 진입했다.1 동시에, 미국, 중국, 대한민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은 미래 산업의 패권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동력으로 로봇 기술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구체적인 육성 전략을 발표하며 기술 주권 경쟁의 서막을 열었다.2 이는 AI의 지능이 로봇이라는 물리적 실체를 통해 현실 세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체화된 지능(Embodied Intelligence)’ 시대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본 보고서는 이처럼 역동적인 2023년 4월을 기점으로 발표된 핵심 연구, 산업 동향, 그리고 국가 정책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미래 기술의 향방을 조망하고자 한다. 보고서는 총 6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제1장에서는 스탠퍼드 대학의 ‘AI Index 2023’ 보고서를 통해 AI 기술 생태계 전반의 거시적 현황을 진단한다. 제2장에서는 GPT-4와 ’LLaMA Momen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기술의 폭발적 발전과 시장 재편 양상을 분석한다. 제3장에서는 최고 수준의 학술대회인 AISTATS 2023에서 발표된 주요 연구를 통해 AI 기술의 근본적인 진보를 탐색한다. 제4장에서는 대한민국과 중국의 국가 로봇 산업 전략을 비교 분석하여 글로벌 경쟁 구도의 변화를 예측한다. 제5장에서는 로봇 분야 최고 권위 학회인 ICRA 2023 등을 통해 공개된 최첨단 로보틱스 프론티어 기술의 의의를 탐구한다. 마지막으로 제6장에서는 AI 기술의 사회적 확산에 따른 거버넌스 및 윤리적 규제 동향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본 보고서는 기술 개발자, 산업 전략가, 정책 입안자들에게 2023년 하반기 이후의 기술 전략 수립을 위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할 것이다.
2. AI 지형의 현주소 - 스탠퍼드 ‘AI Index 2023’ 심층 분석
2023년 4월 3일, 스탠퍼드 대학 인간중심 인공지능 연구소(Stanford HAI)는 글로벌 AI 생태계의 현주소를 다각도로 분석한 ‘AI Index 2023’ 보고서를 발간했다.3 이 보고서는 연구개발, 기술 성능, 윤리, 경제, 정책 등 8개 부문에 걸쳐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며 AI 기술의 명과 암을 동시에 조명했다.
2.1 AI 기술 성능의 성숙과 정체
지난 10년간 AI 기술, 특히 컴퓨터 비전, 자연어 처리, 음성 인식 등의 분야에서 성능은 인간의 수준을 넘어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러한 성능 향상률이 최근 들어 둔화되는 추세에 있음을 지적했다. 전년 대비 성능 증가율이 미미한 수준에 그치면서, 기존의 데이터 및 모델 규모 확장(scale-up)에 의존하는 방식이 기술적 정점(plateau)에 도달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3
이러한 성능 증가율의 둔화는 AI 연구개발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전환 필요성을 제기한다. 지금까지의 AI 발전이 더 많은 데이터와 더 큰 모델을 통해 성능의 한계를 돌파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성과 부작용을 관리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 따라서 향후 연구개발의 방향은 단순히 성능을 극대화하는 것을 넘어, 더 적은 데이터와 컴퓨팅 자원으로 높은 성능을 내는 효율적인 모델(Efficient AI), 예측 불가능성을 줄이고 결과의 신뢰도를 높이는 모델(Reliable AI), 그리고 사회적 가치에 부합하도록 편향을 통제하는 모델(Trustworthy AI) 개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2.2 윤리적 도전의 심화
보고서는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윤리적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경고했다. AI 모델의 공정성 및 편향성을 측정하기 위한 다양한 지표가 도입되는 등 학계와 산업계의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AI 기술의 오남용과 관련된 사건 및 논란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3
특히, 거대 언어 모델(LLM)의 경우, 모델의 파라미터 수가 증가함에 따라 성능이 향상되는 동시에 유해한 편향성 문제 역시 비례하여 증가하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이는 기술적 성능 향상과 윤리적 통제 사이의 간극이 점차 벌어지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결과다. AI 기술이 사회 시스템에 깊숙이 통합될수록, 이러한 윤리적 문제는 기술의 수용성을 저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2.3 글로벌 경제 및 투자 동향
경제적 측면에서 AI 분야는 여전히 많은 일자리 수요를 창출하고 있지만, 글로벌 투자 환경은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2022년 전 세계 AI 분야에 대한 민간 투자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 추세를 나타냈다.3 이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증대와 더불어, AI 기술이 과대광고(hype) 단계를 지나 실제적이고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증명해야 한다는 시장의 압력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
이러한 전 세계적인 투자 감소 추세 속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이 부상하고 있다. 보편적인 AI 기술에 대한 ‘묻지마’ 식 투자는 위축되는 반면, 특정 국가나 특정 산업 분야로 자본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대한민국의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2021년 세계 10위에서 2022년 6위로 급상승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3 이는 국내 시장의 성장 잠재력과 함께, 정부의 강력한 정책 지원 및 반도체와 같은 기존 주력 산업과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이러한 현상은 향후 각국이 자국의 산업 경쟁력과 연계된 특정 AI 분야(예: AI 반도체, AI 기반 제조업 솔루션)에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AI 기술 블록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2.4 정책 및 거버넌스의 부상
AI 기술의 사회적 파급력이 커짐에 따라, 이를 관리하고 규제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AI 분야와 관련된 법률 제정 건수가 전 세계적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3 이는 AI 기술이 더 이상 순수한 기술의 영역을 넘어 사회 시스템의 핵심 구성 요소로 자리 잡았으며, 각국 정부가 본격적인 제도적 관리 체계 수립에 나섰음을 의미한다.5
아래 표 1은 스탠퍼드 AI Index 2023 보고서의 주요 부문별 핵심 결과를 요약한 것이다.
| 부문 | 핵심 결과 및 동향 | 대한민국 관련 주요 지표 | |
|---|---|---|---|
| 연구개발 | 중국어 데이터가 분석에 추가되었으나, 전반적인 분석 데이터는 전년과 유사함. | - | |
| 기술 성능 | 지난 10년간 인간 수준 이상의 성능으로 성장했으나, 최근 성능 증가율은 둔화됨. | - | |
| 기술 윤리 | 편향성 측정 지표는 다양화되었으나, AI 관련 논란 및 사건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함. LLM의 크기와 편향성 문제가 비례하는 경향을 보임. | - | |
| 경제 | 글로벌 AI 민간 투자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함. | AI 고용 성장 세계 11위. 근로자 AI 역량 보유율 세계 7위. AI 스타트업 투자 유치 순위 세계 6위 (21년 10위에서 상승). | |
| 교육 | 고등교육 중심의 AI 교육이 초중등(K-12) 교육으로 확산되는 추세 (북미 중심). | - | |
| 정책·거버넌스 | AI 관련 법률 제정 건수가 전 세계적으로 큰 폭으로 증가함. | - | |
| 다양성 | AI 분야 내 성별, 인종 불균형이 존재하나 점차 완화되는 추세임. | - | |
| 여론 | AI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우세하나, 부정적 의견도 상당하여 사회적 합의가 필요함. | - |
표 1: 스탠퍼드 AI Index 2023 주요 부문별 핵심 결과 요약 3
3. 생성형 AI의 빅뱅: 기술 동향과 시장 재편
2022년 11월 ChatGPT 출시 이후, 2023년 4월까지 이어진 수개월은 생성형 AI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며 시장의 판도를 뒤흔든 시기였다. 이 기간 동안 발표된 GPT-4, LLaMA, Auto-GPT 등은 AI의 가능성을 재정의하고 새로운 기술 생태계를 창출했다.1
3.1 GPT-4와 멀티모달 AI 시대의 개막
2023년 3월 14일, OpenAI가 발표한 GPT-4는 생성형 AI 기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전 모델들이 텍스트 생성에 국한되었던 것과 달리, GPT-4는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를 입력받아 내용을 이해하고, 분석하며, 관련된 추론을 수행하는 멀티모달(Multi-modal) 기능을 선보였다.1 이는 AI가 인간의 소통 방식과 유사하게 시각, 언어 등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상호작용하는 시대로 본격적으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GPT-4의 등장은 AI의 응용 범위를 단순한 콘텐츠 생성을 넘어 복잡한 문제 해결, 데이터 분석, 교육 등 고차원적인 지적 활동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3.2 ‘LLaMA Moment’: 오픈소스 LLM의 약진과 시장 민주화
GPT-4가 상업용 폐쇄 모델의 정점을 보여주었다면, 2023년 2월 24일 Meta가 발표한 대형언어모델 LLaMA는 오픈소스 생태계에 거대한 파장을 일으켰다. LLaMA의 가중치(weights)가 사실상 공개되면서, 전 세계 개발자들이 이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 사건은 ’LLaMA Moment’라는 신조어를 낳으며 LLM 시장의 판도를 바꾸었다.1
LLaMA 공개 이후, 스탠퍼드 대학의 알파카(Alpaca), UC 버클리 등의 비쿠나(Vicuna)와 같이 적은 비용으로 LLaMA를 미세 조정(fine-tuning)한 고성능 소형언어모델(sLLM)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이는 OpenAI나 구글과 같은 거대 빅테크 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LLM 개발의 진입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계기가 되었다. 학계와 중소 개발자, 스타트업들이 자유롭게 LLM 기술을 연구하고 특정 도메인에 최적화된 모델을 개발할 수 있게 되면서, 기술 혁신의 속도는 유례없이 가속화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AI 시장의 이중 구조화(Bifurcation)를 촉발했다. 시장은 막대한 자본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고의 범용 성능을 추구하는 ‘폐쇄형 파운데이션 모델’ 진영과, 높은 접근성과 맞춤화 유연성을 무기로 특정 분야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오픈소스 생태계’ 진영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는 마치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이 폐쇄적인 iOS와 개방적인 안드로이드로 양분된 것과 유사한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업들은 앞으로 각자의 비즈니스 모델과 데이터 주권 전략에 따라 두 생태계 사이에서 전략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3.3 자율 AI 에이전트의 등장과 AGI를 향한 기대
2023년 3월 말, ChatGPT에 외부 서비스를 연동할 수 있는 ‘플러그인’ 기능이 도입되고, 거의 동시에 Auto-GPT, BabyAGI와 같은 자율 AI 에이전트(Autonomous AI Agent)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LLM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1 이들 에이전트는 사용자로부터 받은 복잡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과업을 세분화하고, 웹 검색, 파일 시스템 접근, 코드 실행 등 외부 도구를 활용하여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이는 LLM이 단순히 질문에 답변하는 ’정보 생성 도구’를 넘어, 다양한 외부 서비스와 데이터를 연결하고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플랫폼’ 혹은 ’운영체제’로 진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스마트폰의 가치가 하드웨어 자체보다 그 위에서 동작하는 앱 생태계에 의해 결정되듯, 미래 LLM의 경쟁력 역시 모델 자체의 성능뿐만 아니라 얼마나 풍부하고 강력한 외부 서비스(플러그인) 및 에이전트 생태계를 구축하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이러한 ’플랫폼으로서의 AI’의 부상은 먼 미래의 개념으로만 여겨졌던 인공 일반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AGI)의 구현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현실로 끌어내리는 계기가 되었다.
3.4 빅테크의 응용 서비스 경쟁
생성형 AI 기술의 발전은 곧바로 빅테크 기업들의 서비스 경쟁으로 이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검색 엔진 Bing과 Office 365 제품군에 GPT-4 기반의 ‘Copilot’ 기능을 전면적으로 통합했으며, 구글 역시 자사의 Workspace에 생성형 AI 기능을 접목하기 시작했다.1 이는 AI 기술이 더 이상 일부 전문가들을 위한 특수 도구가 아닌, 모든 지식 노동자의 일상적인 업무 방식과 생산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임을 예고하는 사건이다. AI가 내장된 생산성 도구의 사용 유무에 따라 개인과 기업의 경쟁력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며, AI 기술이 없는 업무 도구는 점차 시장에서 도태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래 표 2는 2023년 상반기 생성형 AI 시장의 경쟁 구도를 주도한 주요 거대 언어 모델들을 비교 분석한 것이다.
| 모델명 | 개발사 | 파라미터 수 (추정) | 주요 특징 | 출시일 | 핵심 영향 및 의의 | |
|---|---|---|---|---|---|---|
| GPT-4 | OpenAI | 비공개 | 멀티모달 (이미지 입력 가능), 높은 추론 능력 | 2023.03.14 | 멀티모달 AI 시대의 개막, 생성형 AI의 상업적 가능성 입증 | |
| LLaMA | Meta | 7B, 13B, 33B, 65B | 오픈소스 (가중치 공개), 높은 효율성 | 2023.02.24 | ‘LLaMA Moment’ 촉발, LLM 개발 민주화 및 오픈소스 생태계 활성화 | |
| PaLM 2 | 비공개 | 다국어 및 코딩 능력 강화, 추론 능력 향상 | 2023.05.10 (발표) | 구글의 생성형 AI 서비스(Bard 등)의 기반 모델, GPT-4에 대한 본격적 대응 | ||
| Alpaca | 스탠퍼드大 | 7B | LLaMA 기반 미세 조정, 저비용으로 높은 성능 달성 | 2023.03.13 | 오픈소스 sLLM(소형언어모델) 개발의 가능성 제시 | |
| Vicuna | UC 버클리 등 | 13B | LLaMA 기반 미세 조정, GPT-4에 근접한 성능 목표 | 2023.03.30 | 오픈소스 모델 간의 성능 경쟁 본격화, 모델 평가 방식의 중요성 부각 |
표 2: 2023년 상반기 주요 거대 언어 모델(LLM) 비교 분석 1
4. 첨단 AI 학술 연구 동향: AISTATS 2023 주요 논문 분석
2023년 4월 25일부터 27일까지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개최된 제26회 국제 인공지능 및 통계 학회(AISTATS 2023)는 AI 기술의 이론적 기반을 다지고 미래 연구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학술 교류의 장이었다.7 이 학회에서 발표된 주목할 만한 연구들은 AI 기술이 이상적인 실험실 환경을 넘어, 현실 세계에 내재된 근본적인 복잡성과 제약들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었다.8
4.1 인과관계 추론의 진화: ‘BaCaDI’
현실 세계의 많은 과학적 발견은 특정 변수에 인위적인 개입(intervention)을 가하고 그 결과를 관찰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신약 개발 연구에서는 특정 약물을 투여했을 때 유전자 발현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분석한다. 그러나 실제 실험 환경에서는 개입의 대상이나 효과가 불확실한 경우가 많다. AISTATS 2023에서 발표된 ‘BaCaDI: Bayesian Causal Discovery with Unknown Interventions’ 논문은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했다.8
’BaCaDI’는 약물 투여나 유전자 편집처럼 개입의 대상이 명확하지 않고 관찰 데이터가 제한적인 상황에서도 데이터 이면의 인과 구조를 추론할 수 있는 베이즈(Bayesian) 프레임워크다. 이 모델의 핵심은 전체 시스템을 미분 가능한(differentiable) 방식으로 설계하여, 복잡한 인과 구조와 불확실한 개입 대상에 대한 결합 사후 확률(joint posterior)을 효율적인 경사하강법 기반의 변분 추론(variational inference)으로 학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연구의 기술적 의의는 기존의 인과관계 추론 연구들이 통제된 이상적 환경을 가정했던 것과 달리, ’불확실성’과 ’제한된 데이터’라는 현실 세계의 핵심 제약 조건을 정면으로 다루었다는 데 있다. 이는 생물학, 경제학, 사회과학 등 복잡계(complex system)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데 AI를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4.2 데이터 가치 평가의 새로운 기준: ‘Data Banzhaf’
머신러닝 모델의 성능은 학습 데이터의 품질에 크게 좌우된다. 따라서 학습 데이터셋에 포함된 각 데이터 포인트가 모델 성능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정확히 평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Data Banzhaf: A Robust Data Valuation Framework for Machine Learning’ 논문은 이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8
이 연구는 널리 사용되는 확률적 경사 하강법(SGD)과 같은 학습 알고리즘의 내재적 무작위성 때문에, 동일한 데이터셋으로 학습하더라도 실행할 때마다 모델 성능이 미세하게 달라지고, 이로 인해 기존의 데이터 가치 평가 방법(예: 샤플리 값)이 일관성 없는 결과를 내는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협력 게임 이론에서 유래한 ’반자프 가치(Banzhaf value)’를 데이터 평가에 도입했다. 연구진은 반자프 가치가 샤플리 값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가치 평가 방법론 그룹(semivalues) 내에서 학습 과정의 노이즈에 가장 강건한, 즉 가장 큰 ’안전 마진(safety margin)’을 가짐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이 연구는 데이터의 기여도를 잡음 속에서도 일관성 있게 측정할 수 있는 이론적 기반을 제공함으로써, 데이터 중심 AI(Data-centric AI) 분야의 핵심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 이를 통해 고품질 데이터 선별, 노이즈 라벨 탐지, 데이터 공유 생태계에서의 공정한 경제적 보상 체계 설계 등이 더욱 정교하게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다.
4.3 분산 환경에서의 학습: ‘Federated Learning under Distributed Concept Drift’
연합 학습(Federated Learning)은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여러 기기(클라이언트)에 분산된 데이터를 학습하는 기술이다. 그러나 실제 환경에서는 각 기기가 처한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데이터의 통계적 분포 역시 계속해서 변하게 된다(Concept Drift). 특히 이러한 변화가 모든 기기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비동기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 큰 도전 과제였다. ‘Federated Learning under Distributed Concept Drift’ 논문은 이 ‘분산 개념 드리프트’ 문제를 학계 최초로 명시적으로 다루었다.8
연구진은 모든 클라이언트가 단 하나의 글로벌 모델을 공유하는 기존 연합 학습 방식은 이처럼 비동기적으로 발생하는 드리프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음을 실험적으로 보였다. 대신, 데이터 분포가 유사하게 변하는 클라이언트들을 동적으로 그룹화(clustering)하고 각 그룹별로 최적화된 모델을 유지하는 다중 모델 접근법을 제안했다.
이 연구는 시시각각 변하는 실제 엣지 컴퓨팅 및 모바일 환경에서 AI 모델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AI 기술이 실험실을 넘어 수많은 사용자의 실제 기기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종합적으로 볼 때, AISTATS 2023의 주요 연구들은 AI 연구의 초점이 ’현실 세계의 복잡성’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불확실한 개입, 확률적 학습 과정의 노이즈, 비동기적 데이터 변화 등 현실에 내재된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시도는 AI 기술이 상용화와 실용화 단계로 깊숙이 진입하면서, 이론적 성능을 넘어 실제 환경에서의 ’강건성(Robustness)’과 ’신뢰성(Reliability)’이 핵심 연구 주제로 부상했음을 의미한다.
5. 로봇 산업의 재도약: 주요국 정책 및 기술 전략
2023년 상반기는 주요국들이 미래 산업 지형의 핵심인 로봇 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청사진을 제시하며 경쟁에 나선 시기였다. 특히 대한민국과 중국은 각각 자국의 강점과 약점을 고려한 차별화된 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하며, 글로벌 로봇 시장의 새로운 경쟁 구도를 예고했다.
5.1 대한민국 ‘첨단로봇 산업전략 1.0’: 기술 자립과 생태계 강화
대한민국 정부는 국내 로봇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핵심 부품 및 소프트웨어의 해외 의존도를 극복하고, 강력한 기술 기반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첨단로봇 산업전략 1.0’을 발표했다. 이 전략의 핵심은 ’기술-인력-기업’이라는 3대 경쟁력 축을 강화하는 데 있다.2
첫째, 기술 측면에서는 2030년까지 서보모터, 감속기, 그리퍼 등 5대 핵심 하드웨어 부품의 기술 자립화율을 현재 44% 수준에서 8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로봇 제조 원가의 절반 이상(56%)을 차지하는 이들 부품 시장을 일본 기업들이 주도하는 현실을 타파하고, 안정적인 국내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다.2 이와 함께, 로봇의 지능을 좌우하는 3대 핵심 소프트웨어(자율이동, 자율조작, 상호작용) 기술 확보에도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향후 10년간의 구체적인 기술개발 과제와 일정을 담은 R&D 로드맵을 2024년 상반기까지 마련하기로 했다.2
둘째, 인력 양성 측면에서는 로봇 기업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AI 및 소프트웨어 융합 인재를 2030년까지 15,000명 이상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로봇 대학원을 중심으로 기계, 전자, AI 등 유관 학과 간의 융합 교육 과정을 확대하고, 산업계 수요에 기반한 산학 프로젝트를 강화할 예정이다.2
셋째,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요-공급기업 간의 기술 협력 모델을 활성화하고, ’첨단로봇 얼라이언스’를 구성하여 공용 부품 모듈화 개발, 공동 구매 등을 추진한다.2 또한, ’지능형로봇법’을 전면 개편하고 로봇 특화형 보험 제도를 신설하는 등, 로봇이 산업 현장과 일상에 원활하게 도입될 수 있도록 로봇 친화적인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에도 중점을 두었다.2
5.2 중국 ‘로봇+ 응용 행동 실시 방안’: 시장 창출과 산업 융합
중국은 세계 최대의 로봇 시장이라는 강점을 활용하여 산업 성장을 견인하는 ‘응용 중심’ 전략을 선택했다. 2023년 3월, 공업정보화부를 포함한 17개 중앙 부처가 공동으로 발표한 ’로봇+ 응용 행동 실시 방안’은 이러한 전략을 명확히 보여준다.12
이 방안의 핵심 목표는 2025년까지 제조업 근로자 1만 명당 로봇 도입 대수를 의미하는 ’로봇 밀도’를 2020년 대비 2배로 증가시키는 것이다.12 이는 특정 원천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기보다, 로봇을 제조업, 농업, 의료, 물류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 실제로 적용하고 확산시키는 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의미다. 중국 정부는 거대한 내수 시장을 테스트베드로 삼아 로봇 응용 사례를 축적하고, 이를 통해 자국 표준의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며, 궁극적으로는 시장 지배력을 기술 리더십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5.3 로봇 SW의 중요성 증대
대한민국과 중국의 전략은 접근 방식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공통적으로 AI, 클라우드, 빅데이터 기술과 융합된 로봇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로봇 산업의 가치 중심이 하드웨어의 물리적 성능에서 소프트웨어를 통한 지능적 자율 기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실제로 로봇 제조 원가에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23%에서 2023년에는 53%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2 미래 로봇 시장의 경쟁력은 정밀한 하드웨어 제조 기술뿐만 아니라, 로봇을 얼마나 더 똑똑하고 유연하게 만드는가에 달려있음을 양국 모두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양국의 전략은 미래 로봇 산업 경쟁의 본질이 ’공급망’과 ‘소프트웨어 생태계’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한국은 핵심 부품 국산화를 통해 일본이 주도하는 글로벌 공급망 구조에 도전하고 있으며, 중국은 거대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자국 표준의 응용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하려 한다. 이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하드웨어 부품 공급망을 장악한 기업과 운영체제(OS)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장악한 기업이 시장을 양분했던 것과 유사한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 미래 로봇 시장의 패권은 단순히 로봇 완제품 생산 능력이 아닌, 핵심 부품 공급망 장악력과 로봇 운영을 위한 소프트웨어 플랫폼 지배력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아래 표 3은 대한민국 ’첨단로봇 산업전략 1.0’의 핵심 목표와 R&D 로드맵을 정리한 것이다.
| 구분 | 세부 내용 | 2030년 목표 | |
|---|---|---|---|
| 3대 핵심 경쟁력 | 기술 | 8대 핵심 기술 확보 (H/W 5종, S/W 3종) | |
| 인력 | AI·SW 등 로봇 융합인재 양성 | ||
| 기업 | 수요-공급기업 협력 모델 및 생태계 강화 | ||
| 8대 핵심 기술 | H/W (5종) | 1. 감속기, 2. 서보모터, 3. 그리퍼, 4. 센서, 5. 제어기 | |
| S/W (3종) | 1. 자율이동 SW, 2. 자율조작 SW, 3. 상호작용 SW (HRI) | ||
| R&D 로드맵 | 향후 10년간 첨단로봇 기술개발 세부 과제 및 일정 수립 | 2024년 상반기 마련 예정 | |
| 표 3: 대한민국 첨단로봇 산업전략 1.0 핵심 목표 및 R&D 로드맵 2 |
6. 로보틱스 연구의 최전선: ICRA 2023 및 주요 저널 발표 내용
로봇 분야 최고 권위의 학술대회인 IEEE 국제 로봇 및 자동화 학회(ICRA) 2023은 5월 말 영국 런던에서 개최되었지만, 4월 시점에는 이미 채택된 논문 목록과 주요 연구 내용이 사전 공개되며 학계와 산업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13 이들 연구는 로보틱스 기술이 센싱, 구동, 설계 방법론 등 다방면에서 기존의 한계를 돌파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6.1 차세대 센싱 기술: 도플러 라이다를 이용한 강건한 주행 거리 측정
자율주행 로봇이나 차량이 자신의 위치와 자세를 추정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기술이다. 기존의 라이다(LiDAR) 기반 위치 추정 기술은 주로 점-구름 정합(ICP, Iterative Closest Point) 방식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이 방식은 터널, 긴 복도, 특징 없는 평원과 같이 주변 환경의 기하학적 특징이 부족한 ‘기하학적으로 퇴화된(geometrically degenerate)’ 환경에서는 성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한계를 지닌다.
ICRA 2023에서 발표된 ‘Picking up Speed: Continuous-Time Lidar-Only Odometry Using Doppler Velocity Measurements’ 논문은 이 문제에 대한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14 이 연구는 기존 라이다가 거리 정보만 측정하는 것과 달리, 주파수 변조 연속파(FMCW) 라이다가 제공하는 ‘도플러 효과’ 기반의 반사점별 상대 속도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15 도플러 효과를 이용하면 각 측정 포인트가 센서에 대해 얼마나 빨리 가까워지거나 멀어지는지를 직접 측정할 수 있다.
연구진은 측정된 도플러 속도(ydop)가 센서에서 측정점까지의 방향 단위 벡터(u^)와 로봇의 6자유도(6-DOF) 속도 벡터(v)의 내적(dot product)으로 선형적으로 모델링될 수 있음을 보였다. 이는 다음 수식으로 표현된다:
y_{dop} = \hat{\mathbf{u}}^T \mathbf{v} + n_{dop}
여기서 n_{dop}는 측정 노이즈를 의미한다.16 이 선형 모델 덕분에 복잡한 기하학적 정합 과정 없이도 수많은 속도 측정값으로부터 로봇의 속도를 직접 추정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주변 환경의 형태와 무관하게 강건한 위치 추정을 가능하게 하여, 자율주행 및 로봇 내비게이션의 신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다.
6.2 소프트 로보틱스의 진화: 완전 3D 프린팅된 유연한 비행 로봇
전통적인 로봇은 단단한 금속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정밀하고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환경과의 충돌에 취약하고 인간과의 상호작용에 안전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소프트 로보틱스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유연한 소재를 사용하여 환경에 적응하고 충격을 흡수하는 로봇을 연구하는 분야다.
ICRA 2023에서 발표된 ‘SOPHIE: SOft and Flexible Aerial Vehicle for PHysical Interaction with the Environment’ 논문은 소프트 로보틱스 분야의 중요한 진전을 보여주었다.14 연구팀은 전체 구조를 유연한 열가소성 폴리우레탄(TPU) 필라멘트로 3D 프린팅한 소프트 드론 ’SOPHIE’를 개발했다.18 이 드론의 가장 큰 특징은 3D 프린팅 과정에서 재료의 내부 채움 밀도(infill rate)를 조절하여 기체 각 부분의 유연성을 자유자재로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다.20 또한, SOPHIE는 별도의 착륙 장치 없이 유연한 동체 전체를 이용해 파이프라인과 같은 불규칙한 표면을 감싸 안으며 안정적으로 착륙하는 ‘전신 퍼칭(full-body perching)’ 기능을 구현했다.18
이 연구는 로봇의 구조 자체가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물리적 지능(Embodied Intelligence)’ 개념을 탁월하게 구현한 사례다. SOPHIE는 재료 과학, 적층 제조(3D 프린팅), 공기역학, 로봇 제어 기술이 융합된 결과물로서, 향후 안전한 인간-로봇 상호작용, 재난 현장 탐사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는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했다.
6.3 설계와 제어의 통합: 메타 강화학습을 통한 로봇 설계 최적화
로봇 개발은 전통적으로 하드웨어를 먼저 설계하고, 그 후에 설계된 하드웨어에 맞춰 제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순차적인 파이프라인을 따랐다. 그러나 이러한 ‘설계 후 제어(design-then-control)’ 방식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간의 상호작용을 최적으로 고려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ICRA 2023에서 발표된 ‘Meta Reinforcement Learning for Optimal Design of Legged Robots’ 논문은 이러한 전통적인 개발 방법론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제안했다.14 이 연구는 로봇의 하드웨어 설계(다리 길이, 관절 배치 등 운동학적 파라미터, 모터 토크 등 액추에이터 사양)와 소프트웨어 제어 정책을 동시에 최적화(co-design)하는 접근법을 채택했다.21
연구의 핵심 아이디어는 먼저, 다양한 로봇 하드웨어 설계에 빠르게 적응하여 최적의 제어 방식을 학습할 수 있는 ‘메타 강화학습(Meta Reinforcement Learning)’ 정책을 훈련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훈련된 범용 제어 정책을 일종의 ’평가 함수’로 사용하여, 수많은 가상의 하드웨어 설계 후보군 각각의 성능을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평가하고, 가장 뛰어난 성능을 보이는 설계를 찾아낸다. 이 방법론은 특정 임무(예: 험지 고속 주행)에 대해 인간의 직관을 뛰어넘는 혁신적이고 고성능의 로봇 설계를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이들 연구는 로보틱스 분야의 혁신이 개별 컴포넌트의 성능 개선을 넘어, 여러 기술 분야를 ’통합’하여 시스템 전체의 성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센서 데이터와 물리 모델의 통합(도플러 라이다), 재료-구조-기능의 통합(SOPHIE), 하드웨어 설계와 소프트웨어 학습의 통합(메타-RL)은 미래 로봇 기술 발전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7. AI 거버넌스와 윤리: 규제 및 사회적 합의 모색
AI 기술이 사회 전반에 걸쳐 급속도로 확산됨에 따라, 그 잠재적 위험을 통제하고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즉 ’AI 거버넌스’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2023년 4월을 전후하여 주요국 정부와 국제기구들은 추상적인 윤리 원칙 선언을 넘어, 구체적이고 집행 가능한 규제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본격화했다.
7.1 AI 규제 법제화의 가속
AI 기술의 사회적 영향력이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전 세계적으로 AI 관련 법률 제정 움직임이 급증하고 있다.3 이는 AI를 더 이상 순수한 기술 영역이 아닌, 사회 시스템의 일부로 간주하고 명확한 제도적 틀 안에서 관리하려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5 유럽연합(EU)의 ’AI Act’를 필두로 각국은 AI의 위험 등급을 분류하고, 고위험 AI에 대해서는 개발 및 배포 과정에서 엄격한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의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7.2 안전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구체적 조치
AI 거버넌스 논의의 핵심은 ’실행 가능성’이다. 미국 등 주요국에서는 AI 시스템, 특히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자가 정부 기관에 안전성 테스트 결과 공유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24 이는 모델이 시장에 출시되기 전에 잠재적인 위험을 평가하고 완화 조치를 마련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로, 특히 국가 안보나 공공 안전에 중대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는 고성능 모델에 대해서는 더욱 강력한 사전 검토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7.3 차별 및 편향 방지
AI 알고리즘이 인간의 편견을 학습하고 증폭시켜 사회적 차별을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는 AI 거버넌스의 중요한 과제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AI가 채용, 신용 평가, 사회 보장 프로그램 수혜자 선정 등 민감한 영역에서 특정 인종, 성별, 연령 집단에 대한 부당한 차별을 조장하지 않도록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기술적 기준을 수립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5 이는 AI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 기술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전제 조건임을 보여준다.
7.4 혁신과 규제 사이의 균형
각국 정부는 AI 기술의 위험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동시에, 기술 혁신과 산업 경쟁력을 저해하지 않도록 규제와 진흥 사이의 섬세한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혁신 친화적 접근법(innovation-friendly approach)’을 모색하며, 규제 샌드박스와 같은 제도를 통해 새로운 AI 서비스가 안전한 환경에서 테스트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5 또한, 의료, 기후 변화 대응 등 인류 공영에 기여할 수 있는 공익적 AI 연구 개발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확대하고, 중소 개발자와 스타트업에게도 공정한 경쟁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을 병행하여 AI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24
이러한 동향은 AI 거버넌스의 초점이 과거의 추상적인 ‘원칙(Principles)’ 선언에서 벗어나, 이제는 ‘안전성 테스트 의무화’, ‘차별 방지 기준 수립’, ’공공부문 AI 조달 가이드라인’과 같이 구체적이고 집행 가능한 ’규칙(Rules)’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는 AI 규제가 본격적인 ‘법제화’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하며, 이제 기업들은 AI 개발 초기 단계부터 규제 준수(compliance)를 핵심적인 설계 요건으로 고려해야 하는 시대에 직면하게 되었다.
8. 결론: 종합 평가 및 하반기 전망
2023년 4월은 AI와 로보틱스 분야에 있어 기술적 변곡점을 넘어 사회·산업적 변곡점을 맞이한 시기로 평가할 수 있다. 생성형 AI는 GPT-4와 멀티모달 기능의 등장으로 응용 가능성의 한계를 허물었으며, ’LLaMA Moment’로 촉발된 오픈소스 생태계의 폭발적 성장은 기술 민주화와 혁신 가속화라는 긍정적 측면과 함께 기술의 통제 불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낳았다. 로봇 분야에서는 대한민국과 중국을 필두로 한 주요국들이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산업 전략을 제시하며, 핵심 하드웨어 공급망과 지능형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의 본격화를 알렸다. 학술 연구의 최전선에서는 이론적 성능 경쟁을 넘어 현실 세계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해결하기 위한 방향으로 연구가 심화되었으며, AI 거버넌스는 추상적 원칙의 시대를 지나 구체적 법제화로 나아가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
이러한 2023년 4월의 동향을 바탕으로 하반기 및 향후 기술 지형을 다음과 같이 전망한다.
첫째, 기술적 측면에서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과 자율 AI 에이전트 기술은 더욱 정교하게 발전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특정 산업 도메인에 특화된 고효율의 소형언어모델(sLLM)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며, 모든 기업이 각자의 필요에 맞는 맞춤형 AI를 구축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AI 기반의 고품질 시뮬레이션 및 합성 데이터 생성 기술이 로봇 학습의 고질적인 데이터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기술로 부상하여, 로봇의 지능화 속도를 한층 더 가속화할 것이다.25
둘째, 산업적 측면에서 AI 기술이 MS Copilot과 같이 업무 생산성 도구에 보편적으로 통합되면서,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능력, 즉 ’AI 리터러시(AI Literacy)’가 개인과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로봇 산업에서는 각국 정부의 전략적 투자를 바탕으로 핵심 부품 및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기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셋째, 사회적 측면에서 AI 규제에 대한 국제적 논의가 활발해지며, 특히 유럽연합(EU)의 AI Act를 필두로 한 글로벌 표준 수립 노력이 가속화될 것이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에게 새로운 규제 준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AI 기술의 사회적 수용성에 대한 대중적 논의와 신뢰 기반의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는 과정이 기술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떠오를 것이다.3
결론적으로 2023년 4월은 AI와 로보틱스가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닌 현재의 기술로서 우리 사회와 산업의 구조를 재편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기술의 발전 속도에 맞춰 윤리적, 제도적, 사회적 논의를 성숙시켜 나가는 것이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공통의 과제가 될 것이다.
9.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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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Index 2023 주요 내용과 시사점 - 국가전략정보포털 - 국회도서관, https://nsp.nanet.go.kr/plan/main/detail.do?nationalPlanControlNo=PLAN0000038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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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거대 AI 한눈에 보기, http://www.shinkim.com/newsletter/2023/GA/2023_vol210/links/2023_vol210_301.pdf
- 2023 생성형 AI 주요 이슈와 의미, https://www.kisdi.re.kr/report/fileDown.do?key=m2102058837181&arrMasterId=4334696&id=1159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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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PHIE: Soft and Flexible Aerial Vehicle for Physical Interaction …,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62510201_SOPHIE_SOft_and_Flexible_Aerial_Vehicle_for_PHysical_Interaction_With_the_Environment
- SOft and flexible aerial vehicle for PHysical Interaction with the Environment - arXiv, https://arxiv.org/pdf/2205.12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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