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 11월 AI 및 로봇 연구 동향
1. 서론
2017년 11월은 인공지능(AI)과 로봇공학 분야에서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전환과 미래 기술 지형의 재편을 예고하는 중요한 변곡점이었다. 이 시기는 학계의 혁신적인 이론 제시, 새로운 학문 분야의 공식적 출범, 산업계의 대규모 전략적 투자, 그리고 기술 발전에 따른 사회적·윤리적 성찰이 동시에 분출된 결정적 순간으로 기록된다. 과거의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던 AI 연구는 이 시점을 계기로 구조적 혁신, 물리 세계와의 상호작용, 산업 생태계의 재편, 그리고 윤리적 책임이라는 다층적 과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본 보고서는 2017년 11월을 수놓은 네 가지 핵심 축을 중심으로 심층 분석을 진행한다. 첫째,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이 제안한 ’캡슐 네트워크(Capsule Networks)’가 기존 컨볼루션 신경망(Convolutional Neural Networks, CNN)의 아성에 도전하며 제시한 구조적 혁신을 탐구한다. 이는 이미지 인식의 패러다임을 특징 탐지에서 구조적 이해로 전환하려는 시도였다. 둘째, 제1회 로봇 학습 컨퍼런스(Conference on Robot Learning, CoRL)의 출범을 통해 로봇 학습이 독립된 학문 분야로 성숙하는 과정을 추적하고, ’Sim-to-Real’과 같은 핵심 난제를 조명한다. 이는 지능이 가상 공간을 넘어 물리적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체화된 지능(Embodied AI)’ 연구의 본격화를 의미했다. 셋째,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등 거대 기술 기업들의 전략적 재편을 통해 AI 기술이 산업의 근간을 어떻게 바꾸고 있었는지 분석한다. 이는 AI 경쟁이 알고리즘을 넘어 하드웨어와 글로벌 R&D 생태계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의 경고와 유엔(UN)의 ‘킬러 로봇’ 논의를 통해 기술 발전의 이면에 부상한 윤리적 담론을 고찰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본 보고서는 2017년 11월이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 AI 및 로봇 기술의 발전 궤적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기원(origin)임을 논증하고자 한다. 이 시기에 제시된 이론, 시작된 논의, 그리고 단행된 투자는 현재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거대 언어 모델(LLM) 경쟁,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 AI 거버넌스 논쟁의 씨앗이 되었다. 따라서 2017년 11월에 대한 심층적 이해는 미래 기술의 향방을 전망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지적 토대를 제공할 것이다.
2. 신경망 아키처의 혁신: 제프리 힌튼의 캡슐 네트워크
2017년 11월, 딥러닝의 대부 제프리 힌튼과 그의 연구팀이 발표한 캡슐 네트워크는 당시 컴퓨터 비전 분야를 지배하던 컨볼루션 신경망(CNN)의 근본적인 한계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며 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는 단순한 성능 개선을 넘어, 기계가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 자체를 재고하려는 철학적 시도였다.
2.1 기존 CNN의 한계와 문제의식
컨볼루션 신경망(CNN)은 이미지넷(ImageNet) 대회에서 압도적인 성능을 보인 이래로 이미지 인식 분야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계층적으로 특징을 추출하는 구조는 매우 효과적이었으나, 그 핵심 구성 요소인 ‘풀링(pooling)’ 계층은 본질적인 한계를 내포하고 있었다. 맥스 풀링(Max-Pooling)과 같은 풀링 연산은 특정 영역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 값만을 남기고 나머지 정보를 버림으로써, 객체의 부분들 간의 정밀한 공간적 관계나 계층 구조(spatial hierarchies) 정보를 소실시키는 문제를 야기했다.1
이러한 정보 손실은 CNN이 시점(viewpoint) 변화에 취약하게 만드는 주된 원인이었다. 예를 들어, 얼굴 이미지에서 눈, 코, 입의 존재를 각각 탐지할 수는 있지만, 이들의 상대적인 위치나 방향이 뒤바뀌어도 CNN은 여전히 얼굴로 인식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힌튼은 이러한 현상이 인간의 시각 인지 과정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깊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3 인간은 단순히 특징의 유무를 넘어, 부분들이 모여 전체를 이루는 구조적 관계를 이해함으로써 객체를 인식한다. 힌튼의 문제 제기는 ’인식’이라는 과업을 통계적 패턴 매칭에서 구조적 장면 이해(structural scene understanding)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었다.
2.2 캡슐 네트워크의 핵심 개념: 개체(Entity)의 벡터 표현
캡슐 네트워크(CapsNet)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캡슐(capsule)’이라는 새로운 기본 단위를 도입했다.4 캡슐은 단일 스칼라 값을 출력하는 기존의 뉴런과 달리, 여러 뉴런으로 구성된 그룹으로서 하나의 활동 벡터(activity vector)를 출력한다. 이 벡터는 두 가지 핵심 정보를 동시에 인코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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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터의 길이(Length): 벡터의 크기, 즉 노름(norm)은 캡슐이 표현하는 특정 개체(예: 눈, 코, 얼굴과 같은 객체 또는 객체의 부분)가 입력 데이터에 존재할 확률을 나타낸다. 길이는 0과 1 사이의 값으로 정규화된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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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터의 방향(Orientation): 벡터의 방향은 해당 개체의 다양한 인스턴스화 매개변수(instantiation parameters)를 표현한다. 여기에는 객체의 위치, 크기, 방향, 기울기, 색상 등 다양한 속성이 포함될 수 있다.1
이러한 벡터 표현 방식은 CNN이 풀링을 통해 공간 정보를 버리는 것과 대조적으로, 객체의 속성 정보를 보존하고 상위 계층으로 전달할 수 있게 한다. 이는 정보를 ’장소 코딩(place-coding)’에서 ’비율 코딩(rate-coding)’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개념적 도약이다.7 CNN이 특정 특징의 존재를 특정 뉴런의 활성화 ’위치’로 표현했다면, 캡슐은 하나의 벡터 안에 존재 확률과 속성을 동시에 압축하여 표현함으로써 훨씬 풍부하고 강건한(robust) 정보 표현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힌튼이 궁극적으로 추구한 ‘역그래픽스(inverse graphics)’ 비전, 즉 2D 이미지로부터 3D 세계의 구조적 정보를 재구성하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구성 요소였다.3
2.3 동적 라우팅 알고리즘 분석 (Analysis of the Dynamic Routing Algorithm)
캡슐 네트워크의 혁신성을 구현하는 핵심 메커니즘은 ’합의에 의한 라우팅(routing-by-agreement)’이라 불리는 동적 라우팅 알고리즘이다.2 이 알고리즘은 하위 계층의 캡슐이 자신의 출력을 어느 상위 계층 캡슐로 보낼지를 데이터 자체의 내용에 기반하여 동적으로 결정하는 과정이다.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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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벡터 생성: 하위 계층의 각 캡슐 i는 상위 계층의 모든 가능한 부모 캡슐 j에 대해, 자신의 출력 벡터 u_i에 고유한 변환 행렬 W_ij를 곱하여 예측 벡터 \hat u_{j|i}를 생성한다. 이 예측 벡터는 하위 캡슐 i가 “만약 내가 부모 캡슐 j에 속한다면, 부모 캡슐의 출력은 \hat u_{j|i}와 같을 것이다“라고 예측하는 것과 같다.6
\hat{\mathbf{u}}_{j|i} = \mathbf{W}_{ij}\mathbf{u}_i -
결합 계수 초기화: 처음에는 하위 캡슐 i가 어느 상위 캡슐 j에 속할지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으므로, 모든 결합 계수 c_ij를 균등하게 초기화한다. 이는 라우팅 로짓 b_ij를 0으로 설정하고 소프트맥스 함수를 적용하여 구현된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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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적 합의 과정 (Routing by Agreement): 정해진 횟수(r)만큼 다음 과정을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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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중 합 계산: 상위 캡슐 j의 총 입력 s_j는 모든 하위 캡슐 i로부터 온 예측 벡터 \hat{\mathbf{u}}_{j|i}들을 현재의 결합 계수 c_ij로 가중 합하여 계산한다.7
\mathbf{s}_j = \sum_{i} c_{ij}\hat{\mathbf{u}}_{j|i} -
스쿼싱(Squashing): 계산된 s_j를 비선형 ‘스쿼싱’ 함수에 통과시켜 상위 캡슐 j의 최종 출력 벡터 v_j를 얻는다. 이 함수는 벡터의 방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길이를 0과 1 사이로 압축하여 확률적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1
\mathbf{v}_j = \frac{\Vert \mathbf{s}_j \Vert^2}{1 + \Vert \mathbf{s}_j \Vert^2} \frac{\mathbf{s}_j}{\Vert \mathbf{s}_j \Vert}
- 합의 측정 및 결합 계수 업데이트: 하위 캡슐 i의 예측 \hat{\mathbf{u}}_{j|i}와 상위 캡슐 j의 실제 출력 v_j 간의 스칼라 곱(scalar product) \hat{\mathbf{u}}_{j|i} \cdot v_j를 계산하여 ‘합의’ 정도를 측정한다. 이 값이 클수록 두 캡슐의 예측이 일치함을 의미한다. 이 합의 값을 라우팅 로짓 b_ij에 더해줌으로써, 합의가 잘 이루어진 경로의 가중치를 높인다. 이후 소프트맥스 함수를 통해 결합 계수 c_ij를 다시 계산한다.5
b_{ij} \leftarrow b_{ij} + \hat{\mathbf{u}}_{j|i} \cdot \mathbf{v}_j
이 반복적인 라우팅 과정은 맥스 풀링의 고정된 ‘승자독식(winner-take-all)’ 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정보의 흐름이 네트워크 구조에 의해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입력 데이터의 부분-전체 관계(part-whole relationship)에 따라 동적으로 결정된다. 이는 여러 객체가 겹쳐 있는 복잡한 장면에서 특정 특징이 어떤 객체에 속하는지를 명확히 구분하는 ‘설명 소거(explaining away)’ 효과를 자연스럽게 구현하며, 네트워크가 이미지의 구조를 학습하도록 유도한다.4
2.4 실험 결과 및 의의
2017년 11월 7일에 최종 수정된 논문 “Dynamic Routing Between Capsules“에서 제프리 힌튼 연구팀은 캡슐 네트워크의 개념적 우수성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6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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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IST 성능: 캡슐 네트워크는 비교적 얕은 3계층 구조만으로 필기체 숫자 데이터셋인 MNIST에서 0.25%라는 매우 낮은 테스트 오류율을 달성했다. 이는 당시 최고 수준의 성능으로, 캡슐과 동적 라우팅의 효율성을 입증했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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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친 숫자 인식: 여러 숫자가 겹쳐진 이미지로 구성된 MultiMNIST 데이터셋에서 캡슐 네트워크는 기존 CNN 모델보다 월등히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이는 동적 라우팅 메커니즘이 겹쳐진 객체를 효과적으로 분할(segmenting)하고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음을 시사한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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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핀 변환에 대한 강건성: 회전, 크기 조절, 기울임 등 아핀 변환(affine transformations)이 적용된 affNIST 데이터셋에서도 캡슐 네트워크는 일반적인 CNN보다 훨씬 높은 정확도를 기록했다. 이는 캡슐이 객체의 포즈 정보를 명시적으로 인코딩함으로써 뷰포인트 변화에 더 강건하다는 것을 보여준다.6
MNIST에서의 성공은 캡슐 네트워크가 단순 분류 성능을 넘어, 뷰포인트 변화에 대한 불변성(invariance) 대신 등변성(equivariance)을 학습하고, 복잡한 시각적 장면을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비록 당시 CIFAR10과 같은 더 복잡한 자연 이미지 데이터셋에서는 인상적인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지만 8, 캡슐 네트워크의 등장은 컴퓨터 비전 연구 커뮤니티에 ‘CNN 이후(Post-CNN)’ 시대를 상상하게 하는 강력한 지적 자극제가 되었다.
캡슐 네트워크의 등장은 딥러닝의 주류 패러다임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이었다. CNN이 대규모 데이터에서 통계적 패턴을 학습하는 데 탁월했다면, 캡슐 네트워크는 이미지에 내재된 기하학적, 구조적 관계를 네트워크 아키텍처 수준에서 명시적으로 모델링하려는 시도였다. 이는 AI가 이미지 안에 ’무엇이 있는가(what)’를 넘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how)’를 이해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철학적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이 개념적 차이는 아래 표에 요약되어 있다.
Table 1: 캡슐 네트워크와 CNN의 주요 특징 비교
| 특징 (Feature) | 컨볼루션 신경망 (CNN) | 캡슐 네트워크 (CapsNet) |
|---|---|---|
| 기본 단위 | 뉴런 (Neuron) | 캡슐 (Capsule) - 뉴런 그룹 |
| 출력 형태 | 스칼라 (Scalar) - 특징의 존재 확률 | 벡터 (Vector) - 존재 확률 ( \Vert\mathbf{v}\Vert ) 및 속성 (방향) |
| 공간 정보 처리 | 맥스 풀링 (Max-Pooling) - 정보 손실 발생 | 동적 라우팅 (Dynamic Routing) - 부분-전체 관계 보존 |
| 변환 처리 | 불변성 (Invariance) 학습 | 등변성 (Equivariance) 학습 |
| 핵심 아이디어 | 계층적 특징 탐지 (Hierarchical Feature Detection) | 부분-전체 계층 구조 모델링 (Part-Whole Hierarchy Modeling) |
제2장: 로봇 학습의 새로운 지평: 제1회 로봇 학습 컨퍼런스(CoRL 2017)
캡슐 네트워크가 AI의 내부 아키텍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면, 같은 달 열린 제1회 로봇 학습 컨퍼런스(CoRL)는 AI가 외부의 물리 세계와 어떻게 상호작용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학문적 지평을 열었다. CoRL 2017은 로봇 학습이 독립적인 연구 분야로서 공식적으로 출범했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2.1. CoRL의 출범과 학문적 위상
2017년 11월 13일부터 15일까지 구글 본사가 위치한 마운틴뷰에서 개최된 제1회 CoRL은 로봇공학, 머신러닝, 제어 이론의 경계를 허무는 융합 연구의 장을 열었다.10 이전까지 로봇 관련 학습 연구는 ICRA, IROS와 같은 전통적인 로봇 학회나 NIPS, ICML과 같은 머신러닝 학회에 분산되어 발표되었다. CoRL의 출범은 ‘데이터로부터 학습하여 물리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로봇에 대한 연구가 임계 질량을 넘어섰으며, 독자적인 문제 정의와 방법론을 갖춘 핵심 분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했다.
학회의 위상은 기조연설자들의 면면에서도 드러났다. Yann LeCun, Rodney Brooks와 같은 AI 및 로봇공학 분야의 거장들이 참여하여 이 새로운 학문 분야의 중요성을 역설했다.10 학회에서 발표된 논문들은 Proceedings of Machine Learning Research (PMLR) 78권으로 출판되어 학문적 성과로서 공식적으로 기록되었다.10 CoRL의 등장은 AI 연구의 중심축이 순수한 데이터 처리와 패턴 인식을 넘어, 물리적 세계의 제약과 불확실성 속에서 행동하는 ’체화된 지능(Embodied AI)’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신호였다.
2.2. 핵심 연구 주제 심층 분석
CoRL 2017에서 발표된 연구들은 당시 로봇 학습 분야가 직면한 가장 중요하고 도전적인 문제들을 다루었다. 특히 시뮬레이션과 현실의 간극을 메우는 문제, 자율주행 연구를 위한 표준 플랫폼, 그리고 인간과의 물리적 상호작용을 통한 학습은 핵심적인 주제로 부상했다.
2.2.1. Sim-to-Real 이전 학습: 현실과 가상의 간극을 넘어서
강화학습은 로봇이 시행착오를 통해 복잡한 기술을 학습할 수 있는 강력한 패러다임이지만, 막대한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샘플 비효율성(sample inefficiency)’ 문제를 안고 있다. 실제 로봇으로 수백만 번의 시도를 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 안전 측면에서 거의 불가능하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부상한 것이 바로 ‘Sim-to-Real’ 접근법, 즉 데이터 수집이 용이한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정책을 학습한 후, 그 지식을 실제 로봇으로 이전하는 방식이다.12
CoRL 2017에서 DeepMind가 발표한 “Sim-to-Real Robot Learning from Pixels with Progressive Nets“는 이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아키텍처를 제시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15 이 연구의 핵심은 ’프로그레시브 넷(Progressive Nets)’이라는 구조를 사용하여 시뮬레이션에서 얻은 지식과 실제 로봇에서 얻은 지식을 효과적으로 결합하는 것이다. 프로그레시브 넷은 새로운 태스크(예: 실제 로봇 환경)를 학습할 때, 이전에 학습된 네트워크(예: 시뮬레이션 환경)의 가중치를 ’동결(freeze)’시킨다. 그리고 새로운 네트워크 ’열(column)’을 추가하여, 이전 열의 각 계층으로부터 새로운 열의 해당 계층으로 ’측면 연결(lateral connections)’을 통해 정보를 전달받는다.16
k번째 태스크(열)의 i번째 계층 활성화 h_i^{(k)}는 다음과 같이 수학적으로 표현될 수 있다.
\mathbf{h}_i^{(k)} = f(\mathbf{W}_i^{(k)}\mathbf{h}_{i-1}^{(k)} + \sum_{j<k} \mathbf{U}_i^{(k:j)}\mathbf{h}_{i-1}^{(j)})
여기서 W는 k번째 열 내부의 가중치 행렬이고, U는 이전 열 j로부터 현재 열 k로 지식을 전달하는 측면 연결 가중치 행렬이다.18 이 구조는 이전에 학습된 유용한 특징(feature)들을 재사용하면서도, 새로운 태스크에 특화된 새로운 특징들을 학습할 수 있는 용량을 추가적으로 제공한다. 이로 인해 기존 지식이 새로운 학습으로 인해 파괴되는 ‘파국적 망각(catastrophic forgetting)’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16 이 연구는 픽셀 형태의 원본 시각 정보만을 입력으로 사용하여 end-to-end 방식으로 실제 로봇 팔의 조작 과업을 성공적으로 학습시킨 선구적인 사례로서, ’현실 격차(reality gap)’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16
2.2.2. 자율주행 시뮬레이션: 연구의 민주화
자율주행 기술은 로봇 학습의 가장 복잡하고 중요한 응용 분야 중 하나이지만, 실제 도로에서의 테스트는 막대한 비용과 위험을 수반한다. 따라서 사실적이고 통제 가능한 시뮬레이션 환경은 연구에 필수적이다. CoRL 2017에서 발표된 “CARLA: An Open Urban Driving Simulator“는 이러한 필요에 부응하며 자율주행 연구 생태계에 혁신을 가져왔다.11
CARLA는 최신 게임 엔진인 Unreal Engine 4를 기반으로 하여, 현실에 가까운 고품질 그래픽 렌더링과 물리 시뮬레이션을 제공한다.21 확장 가능한 클라이언트-서버 아키텍처를 채택하여, 다수의 클라이언트가 동시에 시뮬레이션에 접속하여 여러 차량이나 보행자를 제어하는 복잡한 시나리오를 구현할 수 있다.22 사용자는 파이썬 API를 통해 카메라, LiDAR, RADAR 등 다양한 센서를 차량에 자유롭게 부착하고 설정할 수 있으며, 날씨, 조명, 시간 등 환경 조건 또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25
CARLA의 가장 중요한 기여는 코드와 방대한 디지털 자산(도시 레이아웃, 건물, 차량 모델 등)을 모두 오픈소스로 공개하여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21 이는 자율주행 연구의 ’민주화’를 촉발했다. 이전까지 고품질 시뮬레이터는 소수의 대기업이나 부유한 연구기관의 전유물이었으나, CARLA의 등장은 전 세계의 학계 연구자들과 스타트업들에게 표준화되고 강력한 실험 도구를 제공했다.22 이를 통해 모방 학습, 강화 학습 등 다양한 AI 기반 주행 정책을 안전하고, 저렴하며, 반복 가능한 방식으로 검증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렸다.21
2.2.3. 물리적 인간-로봇 상호작용(pHRI): 교섭을 통한 학습
인간과 로봇이 같은 공간에서 협력할 때, 물리적 접촉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전통적인 로봇공학에서는 이러한 인간의 물리적 개입을 로봇의 정상적인 작동을 방해하는 ’외란(disturbance)’으로 간주하고, 이를 최대한 빨리 제거하거나 무시하려 했다. 그러나 Andrea Bajcsy 등이 CoRL 2017에서 발표한 “Learning Robot Objectives from Physical Human Interaction“은 이러한 관점을 180도 전환했다.15
이 연구는 인간의 의도적인 물리적 개입을 ’정보(information)’로 재해석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27 예를 들어, 로봇이 컵을 너무 높이 들고 옮기자 사람이 로봇 팔을 아래로 누르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이 연구의 관점에서 이 힘은 단순한 방해가 아니라, “컵을 더 낮게 옮겨야 한다“는 인간의 선호도를 담고 있는 중요한 신호이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로봇이 최적화해야 할 실제 목표 함수(objective function)의 미지의 파라미터 \theta를 추정하는 문제로 정형화했다. 여기서 인간이 가하는 힘 u_H는 숨겨진 상태 \theta에 대한 ’관찰(observation)’로 간주된다.27
이 문제는 \theta가 숨겨진 상태인 ’부분 관찰 마코프 결정 과정(Partially Observable Markov Decision Process, POMDP)’으로 모델링될 수 있다.27 로봇은 인간의 개입이라는 관찰이 주어질 때마다 베이즈 추론을 통해 \theta에 대한 자신의 믿음(belief)을 업데이트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정책을 수정하여 인간의 의도에 더 부합하는 행동을 생성한다. 실시간 상호작용을 위해 QMDP 근사, 최대 사후 확률(MAP) 추정 등의 기법을 사용하여 계산 복잡도를 낮췄다.27 이 연구는 로봇이 수동적인 도구를 넘어, 인간과의 능동적인 물리적 교섭을 통해 의도를 파악하고 행동을 수정하는 협력적 파트너로 발전할 수 있는 견고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 이는 단순히 안전한 상호작용을 넘어, ’학습’이 일어나는 상호작용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30
Table 2: CoRL 2017 주요 발표 논문 및 핵심 기여
| 논문 제목 (Paper Title) | 핵심 기여 (Core Contribution) | 학문적 의의 (Academic Significance) |
|---|---|---|
| CARLA: An Open Urban Driving Simulator | Unreal Engine 4 기반의 고품질 오픈소스 자율주행 시뮬레이터 공개 | 자율주행 AI 연구의 민주화 및 표준화된 실험 환경 제공 |
| Sim-to-Real Robot Learning from Pixels with Progressive Nets | 시뮬레이션 지식을 실제 로봇으로 이전하는 ‘프로그레시브 넷’ 아키텍처 제안 | 강화학습의 샘플 비효율성 문제 해결 및 ‘현실 격차’ 극복을 위한 구체적 방법론 제시 |
| Learning Robot Objectives from Physical Human Interaction | 물리적 인간 개입을 목표 함수에 대한 ’관찰’로 해석하는 POMDP 프레임워크 제안 | 인간-로봇 상호작용을 ’방해’에서 ’학습’의 기회로 전환하는 패러다임 제시 |
제3장: 제31회 신경정보처리시스템학회(NIPS 2017) 연구 동향
CoRL이 로봇 학습이라는 새로운 분야의 탄생을 알렸다면, 같은 시기에 열린 제31회 신경정보처리시스템학회(NIPS, 현 NeurIPS)는 AI 연구의 주류가 얼마나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그 연구 지형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3.1. NIPS 2017 개요: AI 연구의 폭발적 성장
2017년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개최된 NIPS는 AI, 특히 딥러닝 분야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정점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지표였다. 이 해에 제출된 총 논문 수는 3,240편에 달했으며, 이는 전년도의 2,425편에 비해 무려 33% 이상 급증한 수치이다. 이 중 691편의 논문이 채택되어 21.3%의 채택률을 기록했다.31 이러한 양적 팽창은 AI 분야가 일부 전문가들의 학문적 탐구 영역을 넘어, 전 세계의 인재와 자본이 몰려드는 거대한 산업적 흐름으로 변모했음을 시사했다. NIPS는 명실상부 AI 분야의 최상위 학회로서, 당시 연구의 스케일과 방향성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바로미터였다.32
3.2. 글로벌 연구 지형도: 기업 연구소의 부상
NIPS 2017의 채택 논문 저자들의 소속 기관을 분석한 통계는 당시 AI 연구 생태계의 권력 이동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논문 기여도 상위 기관은 구글(60편), 카네기 멜런 대학(48편), MIT(43편), 마이크로소프트(40편), 스탠포드 대학(39편) 순이었다. 특히 구글의 자회사인 딥마인드(31편)의 성과를 합치면 구글 진영은 총 91편의 논문을 발표하여 다른 모든 기관을 압도하는 영향력을 과시했다.33
이러한 통계는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드러낸다. 첫째, 전통적인 학계의 강자인 대학들이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거대 기술 기업의 연구소가 이들과 대등하거나 혹은 능가하는 연구 역량을 갖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둘째, AI 연구의 패러다임이 순수 이론 탐구에서 막대한 자본, 방대한 데이터, 그리고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공학적 문제 해결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업 연구소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들을 영입하고, 이들에게 학계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의 자원을 제공하며, 실제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구를 선도하는 ‘산업-학문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었다.
NIPS 2017에서 나타난 이러한 현상은 학계와 산업계의 관계가 단순한 협력을 넘어 공생과 경쟁이 뒤섞인 복잡한 양상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기업들은 학회의 주요 스폰서이자 가장 많은 논문을 발표하는 주체로서 연구 의제 설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러한 기업 주도의 연구 환경은 대규모 데이터와 컴퓨팅 파워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연구의 무게 중심을 이동시켰다. 이와 동시에, 바로 그 달에 CoRL과 같은 새로운 전문 학회가 출범한 것은 NIPS가 포괄하지 못하는 특정 분야, 즉 샘플 효율성과 물리적 상호작용이 중요한 ‘체화된 지능’ 분야에서 학계가 새로운 정체성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는 AI 연구 생태계 전체의 권력 지형이 재편되고, 연구의 다양성이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었던 역동적인 과정이었음을 시사한다.
제4장: 산업계의 전략적 재편과 기술 상용화
2017년 11월, 학계의 혁신적인 연구 발표와 더불어 산업계에서도 AI 기술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한 중대한 전략적 움직임들이 나타났다. 이는 AI 경쟁의 무대가 알고리즘 개발을 넘어 하드웨어, 글로벌 R&D 네트워크, 그리고 실제 시장에서의 상용화로 다각화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4.1. AI 하드웨어 경쟁의 서막: SK텔레콤의 NPU 개발 선언
2017년 11월, SK텔레콤은 국내 최초로 AI 반도체, 즉 신경망 처리 장치(NPU, Neural Processing Unit)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34 이는 통신 서비스 기업이 자체적으로 AI 연산에 특화된 하드웨어를 개발하겠다는 이례적인 발표로,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사건의 전략적 함의는 매우 크다. 당시 딥러닝 연산은 대부분 엔비디아(NVIDIA)의 GPU에 의존하고 있었다. GPU는 범용적인 병렬 연산에 강점을 보이지만, 특정 AI 서비스(예: 음성인식, 영상분석)에 최적화된 전용 칩(ASIC)은 훨씬 높은 성능과 전력 효율을 달성할 수 있다. SK텔레콤의 NPU 개발 선언은 AI 서비스를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알고리즘뿐만 아니라 그 기반이 되는 하드웨어에 대한 통제권이 필수적이라는 전략적 판단을 보여준다. 이는 AI 기술 스택의 수직 계열화를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는 시도였으며, 이후 구글의 TPU(Tensor Processing Unit), 애플의 뉴럴 엔진(Neural Engine)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AI 칩 개발에 뛰어드는 거대한 흐름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4.2. 글로벌 R&D 허브 구축 경쟁: 삼성전자의 기초 연구 투자
같은 달, 삼성전자는 AI 분야의 장기적인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대규모 조직 개편 및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의 DMC연구소와 소프트웨어센터를 통합하여 ’삼성 리서치(Samsung Research)’를 출범시키고, 한국의 AI 총괄센터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 연구 거점을 구축하는 청사진을 제시했다.35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영국 케임브리지, 캐나다 토론토, 러시아 모스크바 등 AI 연구의 핵심 지역에 글로벌 AI 센터를 신설하고, 세계적인 석학들을 영입하여 연구를 이끌게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케임브리지 AI 센터는 마이크로소프트 케임브리지 연구소장을 역임한 앤드류 블레이크(Andrew Blake) 박사가, 토론토 AI 센터는 음성인식 분야의 권위자인 래리 헥(Larry Heck) 전무가 이끌게 되었다.35 이는 단기적인 제품 개발을 위한 응용 연구를 넘어, AI 분야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기초 및 원천 기술 연구에 집중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었다. 이 움직임은 NIPS 2017에서 나타난 기업 연구소의 부상과 정확히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AI가 개별 제품의 부가 기능이 아닌, 기업의 미래 생존과 성장을 좌우하는 핵심 경쟁력 그 자체로 인식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였다.
4.3. 시장 동향 및 상용화 사례
이러한 거시적인 전략 변화와 더불어, 2017년 11월 전후로 AI 및 로봇 기술의 상용화 성공과 실패 사례가 뚜렷하게 나타나며 시장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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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AI의 성공 (루닛 인사이트): 2017년 11월 처음 공개된 국내 의료 AI 스타트업 루닛의 ’루닛 인사이트’는 흉부 X선 영상을 수 초 내에 분석하여 폐 결절과 같은 병변의 존재 가능성을 높은 정확도로 제시하는 솔루션이다. 이 솔루션은 공개 직후부터 서울대학교병원을 비롯한 국내외 주요 의료기관에 성공적으로 도입되며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했다.36 이는 딥러닝 기술이 복잡하고 규제가 심한 의료 분야에서 실제 의사들의 진단을 보조하며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준 중요한 상용화 성공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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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산업의 전환 (협동 로봇): 2017년 ‘로보월드’ 전시회에서는 한화테크윈, 두산로보틱스 등 국내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협동 로봇(Collaborative Robot)을 선보였다.37 이는 과거 서비스 로봇에 집중되었던 국내 로봇 산업의 무게 중심이, 공장 자동화 등 명확한 수요가 존재하는 산업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협동 로봇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시장의 요구와 성장 잠재력을 고려한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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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로봇의 부침 (지보): 반면, MIT 미디어랩에서 분사하여 큰 기대를 모았던 소셜 로봇 ’지보(Jibo)’는 2017년 11월 출시 직후부터 냉혹한 현실에 직면했다. 타임지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선정되는 등 기술적 혁신성은 인정받았지만, 비싼 가격과 불분명한 사용 가치로 인해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결국 회사는 출시 직후부터 잇따른 직원 해고와 구조조정을 겪으며 어려움을 드러냈다.38 이는 혁신적인 기술과 매력적인 컨셉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만들기 어렵다는 교훈을 남긴 사례이다.
2017년 11월의 산업계 동향은 AI 및 로봇 기술의 상용화 경로가 두 갈래로 명확히 나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쪽은 ’루닛 인사이트’나 ’협동 로봇’처럼, ‘의료 영상 판독’, ’공장 자동화’와 같이 명확하게 정의된 문제를 해결하며 즉각적인 투자 대비 수익(ROI)을 창출하는 ‘특화된(Narrow) AI/Robotics’ 경로이다. 다른 한쪽은 ’지보’처럼 인간과의 광범위하고 일반적인 상호작용을 목표로 하는 ‘일반(General) AI/Robotics’ 경로로, 높은 기술적 난이도와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고전하고 있었다. 이 시점을 계기로 산업계의 투자는 점차 전자의 경로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게 되었으며, 이는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중요한 흐름이다.
Table 3: 2017년 11월 주요 기업 AI/로봇 전략 발표 요약
| 기업명 (Company) | 주요 발표 내용 (Key Announcement) | 전략적 함의 (Strategic Implication) |
|---|---|---|
| 삼성전자 (Samsung Electronics) | 글로벌 AI 센터 설립 및 ‘삼성 리서치’ 출범 | 제품 중심 R&D에서 AI 기초·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장기 투자로 전환 |
| SK텔레콤 (SK Telecom) | AI 반도체(NPU) 개발 및 시장 진출 선언 | AI 경쟁의 무대를 알고리즘에서 하드웨어로 확장, 서비스-하드웨어 수직 계열화 시도 |
| 두산로보틱스/한화테크윈 | 협동 로봇 신제품 공개 (로보월드) | 국내 로봇 산업의 주력 분야가 서비스 로봇에서 산업용 협동 로봇으로 이동 |
제5장: 기술 발전의 그림자: 사회적·윤리적 담론의 부상
2017년 11월은 AI 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산업적 확산에 대한 낙관론이 팽배했던 시기였지만, 동시에 그 기술이 가져올지 모를 어두운 미래에 대한 깊은 우려와 성찰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던 시기이기도 했다. 과학계의 거두가 던진 경고와 국제 사회의 공식적인 논의 시작은 기술 발전의 이면에 드리운 그림자를 직시하게 만들었다.
5.1. 지능 폭발에 대한 과학계의 경고
2017년 11월 6일,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한 컨퍼런스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의 완전한 개발은 인류의 종말을 의미할 수 있다“며, “인공지능이 인류 문명사에서 최악의 사건이 될 수 있다“고 강력하게 경고했다.39 그의 경고는 AI가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특이점(singularity)에 도달했을 때, 인류의 통제를 벗어나 스스로의 목표를 추구하며 인류의 생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근원적인 우려에 기반하고 있었다.
호킹과 같은 세계 최고 지성의 경고는 AI의 잠재적 위험성에 대한 논의를 학계와 기술 커뮤니티의 울타리를 넘어 대중과 정책 결정자들의 영역으로 확산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는 AI 기술 개발의 속도에 비해, 그 기술을 안전하게 통제하고 사회적으로 수용하기 위한 윤리적, 법적, 사회적 안전장치에 대한 논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이 경고는 AI 개발자들에게 단순히 더 똑똑한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을 넘어, 그 기술이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한 깊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무거운 과제를 던졌다.
5.2. ’킬러 로봇’과 국제 규범: UN에서의 논의 시작
같은 달, 스티븐 호킹의 철학적 경고는 국제 외교 무대에서 구체적인 현실 문제로 다루어지기 시작했다. 2017년 1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유엔(UN)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CCW)의 틀 안에서 ‘치명적 자율무기시스템(LAWS, Lethal Autonomous Weapons Systems)’, 즉 ’킬러 로봇’에 대한 첫 공식 정부 전문가 회의가 열렸다.40
이 회의는 인간의 직접적인 개입 없이 무기 시스템이 스스로 표적을 탐색, 식별, 결정하고 공격까지 수행하는 기술의 개발 및 사용에 대한 국제적 규범을 마련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41 킬러 로봇의 등장은 전쟁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동시에 심각한 윤리적, 법적 문제를 야기한다. AI의 판단 오류로 인한 민간인 희생, 인간의 존엄성 훼손, 전쟁 범죄 발생 시 책임 소재의 불분명성, 그리고 국제 안보 불안정 심화 등 수많은 난제가 산적해 있다.
UN에서의 공식 논의 시작은 AI 기술의 군사적 활용이 더 이상 공상과학 소설의 영역이 아니라, 시급하게 다루어야 할 국제 안보 및 외교 문제로 부상했음을 전 세계에 알린 사건이었다. 이는 AI 기술의 ‘블랙박스’ 문제, 즉 AI의 의사결정 과정을 인간이 완전히 이해하고 통제할 수 없는 문제가 현실적인 위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회의는 기술 발전의 속도와 국제 규범 형성 사이의 거대한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에 대한 전 지구적 논의의 시작을 알렸다.
2017년 11월은 이처럼 기술적 낙관론과 윤리적 성찰이 극명하게 교차한 시점이었다. 캡슐 네트워크와 CoRL에서 보여준 기술적 진보의 눈부신 가능성은, 바로 그 기술의 힘 때문에 스티븐 호킹의 경고와 킬러 로봇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이 두 담론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과 같다. AI 기술이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 여겨졌던 ’인지’와 ’결정’의 영역으로 깊숙이 들어올수록, 그 기술의 통제권과 책임, 그리고 잠재적 오용에 대한 사회적 불안과 성찰 요구는 필연적으로 증폭된다. 2017년 11월은 이러한 기술-윤리 연계(coupling) 현상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된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결론: 2017년 11월의 유산과 미래 전망
본 보고서에서 분석한 바와 같이, 2017년 11월은 인공지능 및 로봇 분야의 다층적인 변혁이 하나의 시점에 응축되어 나타난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이 시기는 단순한 연대기적 사건들의 나열이 아니라, 미래 기술의 향방을 결정지은 중요한 아이디어와 전략, 그리고 사회적 담론이 서로 충돌하고 융합하며 새로운 길을 열었던 변곡점이었다.
학문적으로, 제프리 힌튼의 캡슐 네트워크는 CNN의 지배적인 패러다임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기계가 세상을 ‘구조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같은 시기, 제1회 CoRL의 성공적인 출범은 AI 연구의 중심이 가상 세계의 데이터 처리를 넘어 물리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체화된 지능’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공식화했다. 산업적으로,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의 전략적 행보는 AI 경쟁이 알고리즘을 넘어 전용 하드웨어와 글로벌 기초 연구 생태계 구축으로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AI가 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했다. 동시에 사회적으로, 스티븐 호킹의 경고와 UN의 킬러 로봇 논의는 기술 발전의 눈부신 이면에 존재하는 윤리적 도전에 대한 공식적인 성찰을 시작하게 했다.
2017년 11월의 유산은 현재 기술 지형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캡슐 네트워크가 제기했던 부분-전체 관계와 뷰포인트에 대한 문제의식은, 이후 트랜스포머 아키텍처의 어텐션 메커니즘이 관계성을 모델링하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데 철학적 영감을 주었다. CoRL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된 Sim-to-Real 문제와 물리적 상호작용을 통한 학습은 현재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과 인간-로봇 협업 연구의 핵심 주제로 계승되고 있다. 기업들의 AI 기초 연구 및 하드웨어 투자 경쟁은 현재의 거대 언어 모델(LLM) 개발 경쟁과 자체 AI 칩 전쟁으로 격화되었다. 그리고 킬러 로봇에 대한 윤리적 논의는 AI의 편향성, 투명성, 책임성을 포괄하는 AI 거버넌스와 규제에 대한 전 세계적인 논쟁으로 확산되었다.
따라서 2017년 11월을 되돌아보는 것은 단순히 과거를 복기하는 행위를 넘어선다. 이는 현재 우리가 직면한 기술적, 산업적, 사회적 과제들의 뿌리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이 시기에 뿌려진 혁신의 씨앗, 전략적 선택, 그리고 윤리적 질문들이 지난 몇 년간 어떻게 발아하고 성장하여 현재의 복잡한 생태계를 형성했는지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미래 AI 및 로봇 기술의 발전 방향을 더 깊이 있게 전망하고, 더 책임감 있게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2017년 11월은 미래를 향한 문이 활짝 열린, 그야말로 새로운 시대의 서막이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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