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 1월 AI 및 로봇 연구 동향

년 1월 AI 및 로봇 연구 동향

1. 서론

2017년 1월은 인공지능(AI)과 로봇 공학의 역사에서 단순한 시간의 흐름을 넘어, 하나의 뚜렷한 변곡점으로 기록된다. 이 시기는 이론적 성취가 현실 세계의 응용과 강력하게 교차하기 시작한 결정적 순간이었으며, 이로 인해 기술의 발전 방향과 사회적 영향에 대한 전 지구적 논의가 시급하게 촉발되었다. 학계에서는 인공지능의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구체적인 알고리즘으로 결실을 보았고, 산업계에서는 AI가 소비자 제품과 핵심 비즈니스 전략에 깊숙이 통합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기술의 선두주자들과 정책 입안자들은 AI가 가져올 미래에 대한 규범적 틀을 마련하기 위해 전례 없는 노력을 기울였다.

본 보고서는 2017년 1월을 AI 및 로봇 공학 분야의 패러다임 전환이 가시화된 시점으로 규정하고, 당시 발생한 주요 연구 발표와 사건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보고서는 네 개의 핵심 장으로 구성된다. 제1장에서는 미국 아실로마에서 열린 ’유익한 AI 컨퍼런스’와 유럽연합 의회의 ‘전자인간’ 결의안을 중심으로, AI 기술에 대한 윤리적, 법적 규범을 정립하려는 초기 시도들을 분석한다. 제2장에서는 연속 학습, 지식 그래프, 자율 항법 등 AI의 핵심 난제를 다룬 학문적 성과들을 깊이 있게 탐구하며, 특히 DeepMind의 EWC 알고리즘과 AAAI-17 학회에서 발표된 주요 논문들을 조명한다. 제3장에서는 인체와 상호작용하는 미래를 지향하는 소프트 로보틱스의 부상과, Boston Dynamics의 아틀라스 로봇으로 대표되는 하드웨어 로봇 공학의 기술적 진화를 병렬적으로 고찰한다. 마지막으로 제4장에서는 의료, 경제 등 주요 산업 분야에서 AI가 미친 실질적인 파급 효과와 함께, 기술의 투명성 및 설명가능성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어떻게 부상했는지를 분석한다.

이러한 다각적 분석을 통해, 본 보고서는 2017년 1월이 단순한 기술 발전의 연속이 아니라, AI의 잠재력과 책임에 대한 사회적 각성이 동시에 이루어진 중대한 전환점이었음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 이 시기에 제기된 질문들과 도전 과제들은 오늘날까지도 AI 기술의 연구 개발 및 정책 수립의 핵심 의제로 남아있다.

2. 인공지능의 미래를 위한 규범 정립: 아실로마 AI 원칙과 법적 지위

2017년 1월은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가 사회의 이해와 규범을 앞지르기 시작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술의 미래를 위한 기초 규칙을 마련하려는 강력한 움직임이 나타난 시기였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미국과 유럽에서 거의 동시에, 그러나 서로 다른 방식으로 AI 거버넌스에 대한 담론이 형성되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기술 커뮤니티가 주도하는 원칙 기반의 자율적 규제 논의가 시작되었고, 유럽에서는 입법 기관이 주도하는 법적 지위 부여와 규제 중심의 접근법이 구체화되었다. 이 두 흐름은 AI 거버넌스의 역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을 형성하며, 이후 전개될 글로벌 정책 논쟁의 서막을 열었다.

2.1 Beneficial AI 2017 컨퍼런스: 기술과 윤리의 만남

2017년 1월 5일부터 8일까지 캘리포니아 아실로마에서 열린 ‘Beneficial AI 2017’ 컨퍼런스는 AI 기술의 미래에 대한 논의가 새로운 차원으로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1 생명의 미래 연구소(Future of Life Institute)가 주최한 이 행사는 단순히 기술적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AI 분야의 세계 최고 석학들과 산업계 리더, 그리고 기술의 장기적 영향을 고찰하는 사상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AI가 인류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한 길을 모색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1

참석자 명단은 그 자체로 컨퍼런스의 중요성을 대변했다. 요슈아 벤지오, 스튜어트 러셀, 얀 르쿤과 같은 딥러닝의 선구자들부터, 구글의 레이 커즈와일, DeepMind의 데미스 하사비스와 셰인 레그, OpenAI의 샘 알트먼과 같은 주요 기업 연구소의 수장들이 대거 참여했다.1 여기에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옥스퍼드 대학의 닉 보스트롬, 그리고 사상가 샘 해리스와 같은 인물들이 함께하며 기술의 철학적, 윤리적, 사회적 함의에 대한 논의의 깊이를 더했다. 이처럼 AI 시스템의 설계자, 자금 제공자, 그리고 비평가들이 총망라된 구성은, AI 기술의 궤도가 더 이상 순수한 기술적 문제나 시장 논리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되었음을 보여준다.

컨퍼런스의 의제는 당시 AI가 직면한 가장 시급하고 본질적인 질문들로 구성되었다. 자동화가 가져올 경제적 파급 효과, 인간 수준의 범용 인공지능(AGI)으로 가는 경로, 초지능의 잠재적 위험, 그리고 이를 통제하기 위한 법적·윤리적 프레임워크 마련 등이 핵심 주제로 다루어졌다.1 이는 AI 기술의 발전이 특정 임계점을 넘어, 그 사회적 영향에 대한 사전적이고 성찰적인 논의가 필수적인 단계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 과거 다른 변혁적 기술들이 대규모 사회적 문제나 재난이 발생한 후에야 윤리적 논쟁이 뒤따랐던 것과 대조적으로, AI 분야의 리더들은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모여 안전장치를 논의했다. 이러한 자발적이고 예방적인 거버넌스 노력은 AI 기술이 스스로의 파괴적 잠재력을 인지할 만큼 성숙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였다.

2.2 아실로마 AI 원칙: 23개 조항의 심층 분석

Beneficial AI 2017 컨퍼런스의 가장 중요하고 구체적인 결과물은 ’아실로마 AI 원칙(Asilomar AI Principles)’의 수립이었다.1 이 23개 조항의 원칙은 컨퍼런스 참석자들의 심도 깊은 논의와 피드백, 그리고 합의 과정을 거쳐 탄생했으며, AI 연구 개발과 활용에 대한 포괄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 원칙들은 크게 ‘연구 이슈’, ‘윤리와 가치’, ’장기적 이슈’의 세 가지 범주로 구성되어, 단기적인 기술 문제부터 인류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대 담론까지 아우르는 체계적인 구조를 갖추었다.1

‘연구 이슈’ 범주는 AI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가 방향성 없는 지능이 아닌 ’유익한 지능’의 창조에 있어야 함을 천명하며 시작한다. 또한, AI 기술에 대한 투자에는 그것의 유익한 사용을 보장하기 위한 안전성, 경제, 법, 윤리 연구가 병행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이는 기술 개발과 사회적 영향 평가가 분리될 수 없다는 인식을 공식화한 것이다. 더 나아가 연구자들 간의 협력, 신뢰, 투명성 문화를 장려하고 안전 기준을 훼손하는 무분별한 경쟁을 지양할 것을 촉구함으로써, 연구 커뮤니티 내부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삼았다.1

‘윤리와 가치’ 범주는 가장 많은 13개의 원칙을 포함하며, AI 시스템이 사회에 적용될 때 준수해야 할 구체적인 규범들을 다룬다. 시스템의 전 생애주기에 걸친 안전성과 보안, 오작동 시 원인 파악이 가능한 실패 투명성, 사법적 결정에 AI가 관여할 경우 인간이 감사할 수 있는 사법적 투명성 등이 명시되었다. 특히 ‘가치 정렬(Value Alignment)’ 원칙은 고도로 자율적인 AI 시스템의 목표와 행동이 인간의 가치와 일치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AI 윤리 논의의 핵심 개념을 제시했다. 이 밖에도 인간의 존엄성, 권리, 자유 존중, 개인정보 보호, 기술 혜택의 광범위한 공유, 그리고 치명적 자율 무기 개발 경쟁 방지 등 AI가 야기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윤리적 딜레마를 포괄적으로 다루었다.1

‘장기적 이슈’ 범주는 초지능과 같은 미래 AI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근본적인 변화에 대비하는 자세를 다룬다. 미래 AI 능력의 상한선에 대해 섣불리 가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능력 신중성’ 원칙과, 진보된 AI가 지구 생명 역사의 심대한 변화를 의미할 수 있으므로 그에 상응하는 신중함과 자원으로 계획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중요성’ 원칙이 포함되었다. 이는 인류가 마주할 수 있는 실존적 위험에 대한 심각성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책임 있는 준비를 촉구하는 강력한 메시지였다.1

아래 표는 아실로마 AI 원칙 23개 조항을 요약한 것이다.

범주원칙 번호 및 제목핵심 내용 요약
연구 이슈1. 연구 목표AI 연구의 목표는 방향성 없는 지능이 아닌 유익한 지능을 창조하는 것이어야 한다.
2. 연구 기금AI 투자는 안전, 경제, 법, 윤리 등 유익한 사용을 보장하기 위한 연구 자금 지원을 동반해야 한다.
3. 과학-정책 연계AI 연구자와 정책 입안자 간에 건설적이고 건전한 교류가 이루어져야 한다.
4. 연구 문화AI 연구자 및 개발자 간의 협력, 신뢰, 투명성의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5. 경쟁 회피AI 시스템 개발팀은 안전 기준을 훼손하는 경쟁을 피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윤리와 가치6. 안전성AI 시스템은 운영 수명 전반에 걸쳐 안전하고 보안이 유지되어야 하며, 검증 가능해야 한다.
7. 실패 투명성AI 시스템이 해를 끼친 경우, 그 원인을 규명할 수 있어야 한다.
8. 사법적 투명성사법적 의사결정에 자율 시스템이 관여하는 경우, 유능한 인간 권위자가 감사할 수 있는 만족스러운 설명을 제공해야 한다.
9. 책임고급 AI 시스템의 설계자와 제작자는 그 사용, 오용, 행동의 도덕적 함의에 대한 이해관계자로서 책임을 진다.
10. 가치 정렬고도로 자율적인 AI 시스템은 그 목표와 행동이 인간의 가치와 일치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11. 인간의 가치AI 시스템은 인간의 존엄성, 권리, 자유, 문화적 다양성의 이상과 양립 가능하도록 설계 및 운영되어야 한다.
12. 개인 프라이버시사람들은 자신이 생성한 데이터에 접근, 관리, 통제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
13. 자유와 프라이버시개인 데이터에 AI를 적용하는 것이 사람들의 실제 또는 인지된 자유를 부당하게 축소해서는 안 된다.
14. 혜택 공유AI 기술은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고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15. 번영 공유AI가 창출하는 경제적 번영은 모든 인류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널리 공유되어야 한다.
16. 인간의 통제인간이 선택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AI 시스템에 결정을 위임할지 여부와 방법을 인간이 선택해야 한다.
17. 비전복성고도 AI 시스템 통제에 의해 부여된 권력은 사회 건강의 기반이 되는 사회적, 시민적 과정을 존중하고 개선해야 한다.
18. AI 군비 경쟁치명적인 자율 무기에서의 군비 경쟁은 피해야 한다.
장기적 이슈19. 능력 신중성미래 AI 능력의 상한선에 대한 합의가 없으므로, 이에 대한 강한 가정은 피해야 한다.
20. 중요성진보된 AI는 지구 생명 역사에 심대한 변화를 나타낼 수 있으므로, 그에 상응하는 주의와 자원으로 계획하고 관리해야 한다.
21. 위험AI 시스템이 제기하는 위험, 특히 재앙적이거나 실존적인 위험은 예상되는 영향에 상응하는 계획 및 완화 노력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22. 재귀적 자기 개선재귀적으로 자기 개선하거나 복제하도록 설계된 AI 시스템은 엄격한 안전 및 통제 조치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23. 공동선초지능은 하나의 국가나 조직이 아닌, 널리 공유된 윤리적 이상을 위해 그리고 모든 인류의 이익을 위해서만 개발되어야 한다.

2.3 대서양 건너편의 목소리: EU 의회의 ‘전자인간’ 결의안

아실로마에서 AI 커뮤니티의 자율적 규범 논의가 한창이던 2017년 1월 12일, 대서양 건너 유럽에서는 전혀 다른 성격의 움직임이 구체화되었다. 유럽연합(EU) 의회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AI를 탑재한 고도화된 로봇에게 ’전자인간(electronic persons)’이라는 새로운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결의안을 의결했다.2 이 결의안은 AI 로봇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책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제적인 입법적 조치였다.

EU의 접근 방식은 AI 로봇을 단순한 사물이나 도구로 취급하는 기존의 법체계로는 복잡한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예를 들어,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AI 로봇이 손해를 발생시켰을 때, 그 책임을 제조사, 소유자, 사용자 중 누구에게 물을 것인지가 불분명하다. ’전자인간’이라는 법적 인격을 부여함으로써, 로봇 스스로가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되어 특정 상황에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다. 이는 AI의 자율성을 법적으로 인정하려는 혁신적인 시도였다.

결의안은 추상적인 법적 지위 부여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안전장치 마련을 의무화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킬 스위치(kill switch)’의 탑재 의무다.2 이는 AI 로봇이 예측 불가능한 일탈 행위를 하거나 통제를 벗어날 경우, 시스템 작동을 강제로 즉시 중단시킬 수 있는 비상 정지 장치를 의미한다. 또한, AI 로봇을 제작할 때 인류에 기여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설계해야 한다는 윤리적 지침도 포함되었다. 이는 기술 설계 단계에서부터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아실로마 컨퍼런스와 EU 의회 결의안은 거의 같은 시기에 이루어졌지만, AI 거버넌스에 대한 근본적으로 다른 두 가지 철학을 보여준다. 1월 5일에서 8일 사이에 열린 아실로마 컨퍼런스는 연구자, 개발자, 사상가 등 민간 전문가들이 주도한 ‘아래로부터의(bottom-up)’ 접근이었다. 그 결과물인 23개 원칙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연성법(soft law)’의 형태로, 커뮤니티의 자발적인 준수를 통해 영향력을 발휘하고자 했다. 이는 기술의 발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유연하게 윤리적 방향을 제시하려는 시도였다.

반면, 1월 12일 의결된 EU 결의안은 입법 기관이 주도한 ‘위로부터의(top-down)’ 접근이다. 이는 법적 지위 부여, 의무 조항 신설 등 구체적이고 강제적인 ’경성법(hard law)’을 통해 AI를 사회 시스템 안으로 편입시키려는 시도였다. 이는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중시하는 유럽의 전통적인 규제 철학을 반영한다.

이처럼 2017년 1월, 세계의 두 주요 권역에서는 AI라는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통제할 것인가에 대한 서로 다른 해답을 내놓았다. 하나는 내부의 윤리적 성찰을 통한 자율 규제였고, 다른 하나는 외부의 법적 틀을 통한 강제 규제였다. 이 두 가지 상이한 접근법의 동시 등장은, 이후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글로벌 AI 정책 및 규제 논쟁의 근본적인 구도를 형성하는 기원이 되었다.

3. 학계의 지평 확장: 주요 선도 연구 분석

2017년 1월, AI 거버넌스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무르익는 동안, 학계에서는 AI의 근본적인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핵심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이 시기의 연구들은 단순히 기존 모델의 성능을 소폭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인공지능이 보다 범용적이고 강건하며, 인간과 유사한 방식으로 지식을 습득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필요한 근본적인 장벽들을 정면으로 다루었다. 특히, 연속적으로 작업을 학습하는 능력, 구조화된 지식과 비구조화된 텍스트를 통합하는 능력, 그리고 복잡한 실제 환경에서 자율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능력에 대한 연구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이러한 학문적 진보는 아실로마에서 논의되던 미래 AI의 기술적 토대를 마련하는 중요한 과정이었다.

3.1 연속 학습의 난제 해결을 향하여: 탄성 가중치 고정 (EWC) 알고리즘

딥러닝의 눈부신 성공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인공 신경망은 한 가지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파국적 망각(catastrophic forgetting)’ 현상이다. 이는 하나의 작업(예: 작업 A)을 학습한 네트워크가 새로운 작업(작업 B)을 학습하게 되면, 작업 A에 대한 지식을 완전히 잃어버리는 경향을 의미한다. 이는 인간이나 동물이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도 이전에 배운 것을 잊지 않는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진정한 의미의 범용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순차적으로 주어지는 여러 작업을 망각 없이 학습하는 ‘연속 학습(continual learning)’ 능력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DeepMind 연구진은 2017년 1월경 학계에 발표한 논문 “Overcoming catastrophic forgetting in neural networks“를 통해 ’탄성 가중치 고정(Elastic Weight Consolidation, EWC)’이라는 혁신적인 알고리즘을 제안했다.3 EWC는 포유류의 뇌가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면서 기존 기억을 보호하는 ‘시냅스 고정(synaptic consolidation)’ 과정에서 영감을 얻었다. 뇌에서는 특정 기술과 관련된 중요한 시냅스 연결이 강화되고, 이후 다른 학습 과정에서도 이 연결의 가소성(plasticity)이 낮아져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EWC는 이 원리를 인공 신경망에 적용했다.

EWC의 핵심 아이디어는 이전에 학습한 작업에 중요했던 가중치(파라미터)들이 새로운 작업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급격하게 변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다.3 이는 새로운 작업의 손실 함수(loss function)에 이차 패널티(quadratic penalty) 항을 추가함으로써 구현된다. 이 패널티 항은 각 가중치를 이전에 학습이 완료된 시점의 값에 ‘탄성적으로’ 묶어두는 역할을 한다. 마치 용수철이 가중치를 이전의 최적점에서 멀리 벗어나지 못하도록 잡아당기는 것과 같다.

중요한 점은 이 ’용수철’의 강도가 모든 가중치에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전 작업에 더 중요했던 가중치일수록 더 강한 제약을 받는다. EWC는 각 가중치의 중요도를 ’피셔 정보 행렬(Fisher Information Matrix)’의 대각 성분을 이용해 추정한다.3 피셔 정보는 특정 가중치가 모델의 예측 결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나타내는 척도로, 손실 함수의 곡률(curvature)과 관련이 있다. 손실 함수가 급격하게 변하는, 즉 중요한 가중치일수록 피셔 정보 값이 커지고, 더 강한 패널티를 받게 된다.

EWC 알고리즘의 손실 함수는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3:

L(\theta) = L_B(\theta) + \sum_{i} \frac{\lambda}{2} F_i(\theta_i - \theta^*_{A,i})^2
여기서 L(\theta)는 EWC의 전체 손실 함수, L_B(\theta)는 새로운 작업 B에 대한 손실 함수이다. \lambda는 이전 작업과 새 작업의 상대적 중요도를 조절하는 하이퍼파라미터이며, i는 개별 가중치를 의미한다. \theta_i는 현재 가중치 값, \theta^*_{A,i}는 작업 A 학습 후의 최적 가중치 값, 그리고 F_i는 작업 A에 대한 가중치 i의 중요도(피셔 정보)를 나타낸다.

EWC의 등장은 단순한 알고리즘 개선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아실로마에서 논의된 AGI나 초지능과 같은 고등 지능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지식을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통합하는 능력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파국적 망각은 기존 딥러닝 모델이 이러한 능력을 근본적으로 결여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EWC는 생물학적으로 타당하고 계산적으로 효율적인 방식으로 이 핵심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는 평생 학습이 가능한 인공지능 에이전트 개발을 향한 중요한 이론적, 실용적 진일보였으며, 정책 입안자들이 논의하던 미래 AI의 기술적 전제 조건이 학계에서 실제로 구축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었다.

3.2 AAAI-17 주요 발표 논문 분석

2017년 2월 4일부터 9일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제31회 AAAI 인공지능 학회(AAAI-17)는 당시 AI 연구의 최전선을 조망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다.4 1월경에는 이미 채택된 논문 목록이 공개되면서 학계의 주요 관심사와 연구 동향을 미리 엿볼 수 있었다.5 AAAI-17의 발표 예정 논문들은 AI 기술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마주하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었다. 본 절에서는 그중에서도 특히 세 가지 핵심 연구 방향을 대표하는 논문들을 분석한다: 첫째, 구조화된 데이터와 비구조화된 텍스트를 결합하여 더 깊은 의미 이해를 추구하는 연구. 둘째, 통제된 실험실 환경을 벗어나 실제 세계의 복잡성과 역동성에 대응하는 로봇 기술 연구. 셋째, 대규모 레이블링 데이터 없이도 효과적인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약한 지도 학습(weakly supervised learning) 연구가 그것이다.

3.2.1 지식과 텍스트의 융합: SSP 지식 그래프 임베딩 모델

지식 그래프(Knowledge Graph)는 개체(entity)와 그들 간의 관계(relation)를 구조화된 삼중항(triple) 형태, 즉 (머리 개체, 관계, 꼬리 개체)로 표현한 데이터베이스다. 이를 기계가 처리할 수 있는 저차원의 벡터 공간에 표현하는 기술을 ’지식 그래프 임베딩’이라 한다. 당시 대부분의 임베딩 모델은 이러한 구조적 삼중항 정보에만 의존하여 개체와 관계의 벡터 표현을 학습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지식 그래프에 명시적으로 표현되지 않은 풍부한 맥락적, 의미적 정보를 놓치는 한계가 있었다.

“SSP: Semantic Space Projection for Knowledge Graph Embedding with Text Descriptions“라는 제목의 AAAI-17 발표 논문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모델을 제안했다.6 SSP 모델의 핵심은 지식 그래프의 구조적 정보와 함께, 각 개체에 대한 텍스트 설명(textual description)을 동시에 활용하여 임베딩을 학습하는 것이다.7 예를 들어, ’프랭클린 루스벨트’라는 개체에 대해 “미국의 32대 대통령“이라는 텍스트 설명이 있다면, 이 정보를 임베딩 과정에 통합하여 ‘프랭클린 루스벨트’ 벡터가 ’정치인’이나 ’미국’과 관련된 의미 공간에 위치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SSP 모델은 이 통합을 ’의미 공간 투영(Semantic Space Projection)’이라는 독창적인 방법으로 구현했다.7 먼저, 텍스트 설명으로부터 토픽 모델링 등의 기법을 사용해 각 개체의 ’의미 벡터(semantic vector)’를 추출한다. 그리고 삼중항의 머리 개체와 꼬리 개체의 의미 벡터를 조합하여 해당 삼중항이 속해야 할 ’의미 초평면(semantic hyperplane)’을 정의한다. 그 후, 기존의 번역 기반 임베딩 모델(translation-based model)의 손실 벡터를 이 의미 초평면에 투영(projection)하여 손실을 계산한다. 이를 통해 삼중항의 임베딩 학습이 텍스트 정보로부터 정의된 의미적 제약 조건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강제한다.

SSP의 점수 함수 f_r(h, t)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7:

f_r(h, t) = -\lambda\vert\vert e - (s \cdot e)s\vert\vert_2^2 + \vert\vert e\vert\vert_2^2
여기서 e = h + r - t는 번역 기반 모델의 손실 벡터이고, s는 의미 초평면의 법선 벡터(normal vector)이다. 첫 번째 항은 손실 벡터 e를 초평면에 투영시킨 성분의 크기를 나타내며, 이 값이 클수록(즉, 손실 벡터가 초평면 내에 잘 위치할수록) 전체 점수는 낮아진다. \lambda는 두 항의 균형을 맞추는 하이퍼파라미터다.

SSP 모델은 구조화된 기호적 지식과 비구조화된 자연어의 풍부한 맥락을 융합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는 AI가 단순한 패턴 매칭을 넘어, 보다 인간과 유사한 방식으로 깊이 있는 의미를 이해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이러한 연구 흐름은 훗날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 지식 그래프를 결합하거나, 텍스트와 이미지를 함께 이해하는 멀티모달(multi-modal) 모델의 등장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기술적 초석이 되었다.

3.2.2 무인 항공기를 위한 시각 추적 기술

인공지능 연구의 또 다른 중요한 흐름은 통제된 환경을 벗어나 예측 불가능한 실제 세계의 문제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Visual Object Tracking for Unmanned Aerial Vehicles: A Benchmark and New Motion Models” 논문은 이러한 흐름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9 이 연구는 무인 항공기(UAV), 즉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로 특정 객체를 추적하는 기술에 초점을 맞추었다.

드론에서의 객체 추적은 기존의 시각 추적 문제와는 다른 독특하고 심각한 도전 과제들을 안고 있다. 드론은 3차원 공간을 자유롭게 비행하기 때문에 카메라의 움직임이 매우 격렬하고 갑작스럽다. 작은 회전만으로도 영상 속 객체의 위치가 크게 변할 수 있으며, 빠른 이동으로 인한 모션 블러(motion blur)도 심각하게 발생한다.10 기존의 추적 알고리즘들은 대부분 카메라가 고정되어 있거나 완만하게 움직이는 시나리오를 가정했기 때문에, 이러한 드론 환경에서는 쉽게 목표물을 놓치곤 했다.

이 논문의 연구진은 두 가지 중요한 기여를 했다. 첫째, 드론 추적 연구를 위한 새로운 벤치마크 데이터셋을 구축했다.9 총 70개의 고화질 비디오 시퀀스로 구성된 이 데이터셋은 실제 드론으로 촬영되었거나 유튜브 등에서 수집한 영상들로, 격렬한 카메라 움직임, 객체 가림, 시점 변화 등 드론 환경의 특성을 현실적으로 반영하고 있다.10 이러한 표준화된 데이터셋의 제시는 관련 연구를 촉진하고 알고리즘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둘째, 격렬한 카메라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기준(baseline) 동작 모델을 제안했다.9 이 모델의 핵심 아이디어는 추적하려는 객체(전경)가 아닌, 배경의 움직임을 분석하여 카메라 자체의 움직임(ego-motion)을 추정하고 이를 보상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영상에서 배경에 속하는 고정된 특징점(feature points)들을 추출하고, 연속된 프레임 간에 이 특징점들이 어떻게 이동했는지를 분석하여 호모그래피(homography)나 아핀 변환(affine transformation)과 같은 기하학적 변환 행렬을 계산한다. 이 변환 행렬을 이용해 카메라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추적 알고리즘이 객체를 탐색해야 할 영역을 보다 정확하게 지정해 줌으로써 추적 성능을 향상시킨다.10

이 연구는 AI 기술이 이상적인 환경에서의 성능 경쟁을 넘어, 자율 드론, 로봇 내비게이션 등 실제 산업 현장에서 마주하는 ‘지저분하고(messy)’ 역동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는 AI의 실용화와 상업화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며, 이 논문은 그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디딘 사례라 할 수 있다.

3.2.3 약한 지도 학습의 발전: 어휘집 기반 분류

딥러닝의 성공은 대규모의 정답이 달린(labeled) 데이터에 크게 의존한다. 그러나 이러한 데이터를 구축하는 데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최소한의 인간 감독만으로 유용한 모델을 학습시키려는 ‘약한 지도 학습(weakly supervised learning)’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Unsupervised Learning for Lexicon-Based Classification” 논문은 이러한 연구 흐름의 대표적인 예시다.12

이 논문은 ’어휘집 기반 분류(lexicon-based classification)’라는 전통적인 기법에 주목했다. 이는 예를 들어, 긍정 단어 목록(‘훌륭하다’, ‘최고’)과 부정 단어 목록(‘끔찍하다’, ‘실망’)을 미리 만들어두고, 주어진 문서에 각 목록의 단어가 몇 개나 포함되었는지를 세어서 문서의 감성(긍정/부정)을 판단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레이블링된 데이터가 전혀 필요 없고, 비전문가도 어휘집을 수정하며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모든 단어를 동일한 가중치로 취급하는 등 경험적인(heuristic) 한계가 명확했다.13

이 논문은 먼저, 어휘집 기반 분류가 특정 확률적 가정 하에서 ’나이브 베이즈 분류기(Naïve Bayes classifier)’의 특수한 형태로 유도될 수 있음을 수학적으로 증명하여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14 이는 단순한 휴리스틱으로 여겨졌던 기법에 엄밀한 통계적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다.

더 나아가, 논문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휘집에 속한 단어들이 서로 다른 중요도(가중치)를 가질 수 있도록 학습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놀라운 점은 이 가중치 학습 과정에 레이블링된 데이터가 전혀 필요 없다는 것이다. 대신, 레이블링되지 않은 대규모 문서 집합에서 긍정 어휘집의 단어들과 부정 어휘집의 단어들이 함께 나타나는 통계적 패턴(co-occurrence statistics)을 활용한다.12 예를 들어, 어떤 긍정 단어가 부정 단어들과 함께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 단어는 긍정 클래스를 예측하는 데 매우 중요한 단서이므로 높은 가중치를 부여받게 된다.

이 연구는 완전한 지도 학습과 비지도 학습 사이의 실용적인 절충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인간의 지식(어휘집 형태의 약한 감독)과 데이터 기반의 통계적 학습을 결합함으로써, 데이터 구축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단순한 휴리스틱보다 훨씬 높은 정확도를 달성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데이터 효율성에 대한 고민과 약한 지도 학습 방법론은 자원이 부족한 특정 도메인이나 언어에 AI를 적용해야 하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매우 중요한 연구 주제로 남아있다.

4. 로봇 공학의 진화: 하드웨어 혁신과 소프트웨어 융합

2017년 1월의 로봇 공학 분야는 흥미로운 이중적 발전을 보였다. 한편에서는 인간과의 안전한 상호작용과 유연한 움직임을 목표로 하는 소프트 로보틱스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부상하며 미래 로봇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Boston Dynamics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강체(rigid-body) 로봇이 인공지능과의 결합을 통해 민첩성과 지능 면에서 경이로운 도약을 이루어냈다. 이와 동시에, 가정용 로봇 청소기와 같은 소비자 제품에 AI가 본격적으로 탑재되기 시작하면서 로봇 기술이 대중의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현상이 가속화되었다. 이러한 다각적인 발전은 로봇 공학이 다양한 시장과 목적에 맞게 분화하며 성숙해가는 과정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4.1 소프트 로보틱스의 부상

전통적인 로봇은 금속과 같은 단단한 재료로 만들어져 정밀하고 강력한 작업에는 유리했지만,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 적응하거나 인간과 가까이에서 안전하게 작업하는 데에는 본질적인 한계를 가졌다.15 이러한 배경에서, 실리콘 고무와 같이 부드럽고 신축성 있는 재료를 사용하여 생명체의 유연함을 모방하려는 ‘소프트 로보틱스(Soft Robotics)’ 연구가 2017년 1월을 기점으로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당시 발행된 ’소프트 로보틱스 뉴스레터’와 관련 학술 발표들은 이 분야의 연구가 얼마나 다방면에 걸쳐 역동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는지를 보여준다.17 연구의 핵심은 로봇의 구성 요소 전반을 ‘부드럽게’ 만드는 데 있었다.

  • 소프트 액추에이터(Soft Actuator): 로봇의 근육 역할을 하는 구동기 분야에서는 새로운 방식들이 대거 등장했다. 전압을 가하면 수축·이완하는 ‘유전 탄성체 액추에이터(dielectric elastomer actuators)’, 공기압으로 채널을 부풀려 움직임을 만드는 ‘유체 탄성체 액추에이터(fluidic elastomer actuators)’, 그리고 물 속에서 광학적·음향적으로 위장이 가능한 ‘수압 하이드로겔 액추에이터(hydraulic hydrogel actuators)’ 등이 대표적이다.15 이는 기존의 모터와 기어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생체에 가까운 움직임을 구현하려는 시도였다.

  • 소프트 센서(Soft Sensor): 로봇의 피부와 감각기관에 해당하는 센서 기술 또한 중요한 연구 주제였다. 나노 복합재를 이용해 다방향의 변형을 감지하는 센서나, 로봇 전체를 감싸는 대면적 인공 피부(artificial skin) 기술 등이 발표되었다.17 이를 통해 로봇은 주변 환경과의 접촉을 보다 섬세하게 인지하고 반응할 수 있게 된다.

  • 생체 모방 운동(Bio-inspired Locomotion): 자연계 생물들의 움직임은 소프트 로봇의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었다. 참치의 유연한 꼬리 지느러미 움직임을 모사하여 추진 효율을 높이는 연구, 환형동물(annelid)처럼 꿈틀거리며 이동하는 로봇, 그리고 수동적인 유체 저항을 이용해 헤엄치는 로봇 등이 개발되었다.17

  • 의료 분야 응용(Medical Application): 소프트 로보틱스의 가장 유망한 응용 분야 중 하나는 의료였다. 부드러운 재질은 인체 내부에서 안전하게 작동하는 데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위 내부에 삽입하여 부풀리는 방식의 소프트 내시경 캡슐형 체중 관리 기구, 부드럽고 유연한 로봇 팔을 이용한 직장암 절제술, 그리고 심장을 부드럽게 감싸 박동을 보조하는 ‘소프트 로봇 슬리브(soft robotic sleeve)’ 등이 발표되며 실용화 가능성을 높였다.17

아래 표는 2017년 1월경 발표된 주요 소프트 로보틱스 연구들을 정리한 것이다.

연구 분야논문/연구 제목발표 저널/출처주요 기여 내용
액추에이터A survey on dielectric elastomer actuators for soft robotsBioinspiration & Biomimetics소프트 로봇용 유전 탄성체 액추에이터 기술 동향 종합 분석
Bio-inspired annelid robot: a dielectric elastomer actuated soft robotBioinspiration & Biomimetics유전 탄성체를 이용한 환형동물 모방 로봇 개발
Automatic design of fiber-reinforced soft actuators for trajectory matchingPNAS원하는 궤적을 따라 움직이도록 섬유 강화 소프트 액추에이터 자동 설계
센싱Soft nanocomposite based multi-point, multi-directional strain mapping sensorScientific Reports전기 임피던스 단층 촬영을 이용한 나노 복합재 기반 다방향 변형 센서 개발
운동Performance variation due to stiffness in a tuna-inspired flexible foil modelBioinspiration & Biomimetics참치 지느러미 모방 유연 포일의 강성 변화에 따른 성능 분석
의료 응용Total mesorectal excision using a soft and flexible robotic armSurgical Endoscopy부드러운 로봇 팔을 이용한 직장암 절제술의 사체 모델 대상 실현 가능성 연구
Soft robotic sleeve supports heart function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심장 기능을 보조하는 부드러운 로봇 슬리브 개발
제조Printing soft matter in three dimensionsNature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소프트 물질 제작 기술

이러한 연구들의 등장은 단순한 기술적 유행을 넘어, 로봇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를 반영한다. 아실로마와 EU에서 논의되던 ’유익하고 안전한 AI’라는 윤리적, 법적 요구는 로봇의 물리적 형태에도 영향을 미쳤다. 로봇이 공장이라는 통제된 공간을 벗어나 가정, 병원, 공공장소 등 인간의 삶 속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딱딱하고 위험한 기계가 아닌 부드럽고 안전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소프트 로보틱스의 부상은 바로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대한 공학적 해답이었다. 즉, 사회는 로봇에게 적용될 규칙을 만들고 있었고, 공학은 그 규칙을 준수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몸을 창조하고 있었던 것이다.

4.2 하드웨어 로봇의 발전과 AI 통합

소프트 로보틱스가 미래를 향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동안, 전통적인 강체 로봇 분야 역시 AI와의 융합을 통해 놀라운 발전을 거듭하고 있었다. 이 분야의 선두주자인 Boston Dynamics는 2017년 1월경, 자사의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Atlas)의 신형 모델을 공개하며 로봇 업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18

신형 아틀라스의 가장 큰 특징은 구동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였다. 이전 모델들이 강력한 힘을 낼 수 있지만 무겁고 복잡하며 비쌌던 유압(hydraulic) 방식을 사용했던 것과 달리, 신형 모델은 전기 모터 구동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 변화는 로봇의 무게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여, 훨씬 더 민첩하고 역동적인 움직임을 가능하게 했다. 공개된 영상에서 아틀라스는 몸통을 자유자재로 회전시키는 등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고난도의 동작을 선보였다. 이러한 하드웨어의 발전은 새로운 AI 및 머신러닝 제어 도구의 도입과 맞물려 시너지를 일으켰다. 정교해진 AI 알고리즘이 전기 모터의 빠르고 정확한 반응성을 제어함으로써, 아틀라스는 전례 없는 수준의 균형 감각과 운동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18

이러한 최첨단 연구와는 다른 차원에서, AI는 이미 소비자 가전제품 속으로 깊숙이 침투하고 있었다. LG전자는 2017년 1월부터 자사의 로봇 청소기에 딥러닝 알고리즘을 도입하기 시작했다.19 이는 복잡한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아닌, 일상적인 가전기기에 딥러닝이 적용된 선도적인 사례였다. 주목할 점은 별도의 하드웨어 부품 추가 없이, 오직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기존 제품의 주행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것이다. 딥러닝 모델은 수많은 주행 데이터를 학습하여, 이전의 단순한 패턴 기반 알고리즘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웠던 복잡한 실내 환경에서도 더 효율적이고 지능적인 청소 경로를 찾아낼 수 있게 되었다.

한편, 로봇 개발의 근간을 이루는 소프트웨어 생태계 역시 중요한 이정표를 맞이했다. 로봇 운영체제(Robot Operating System, ROS)가 2017년 1월 9일, 탄생 9주년을 맞이한 것이다.20 ROS는 로봇 하드웨어를 추상화하고, 개발에 필요한 다양한 도구와 라이브러리를 제공하는 오픈소스 플랫폼이다. 9년간의 발전을 통해 ROS는 전 세계 로봇 연구자들과 개발자들에게 사실상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는 복잡한 로봇 시스템 개발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혁신을 가속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17년 1월의 이러한 동향들은 로봇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뚜렷하게 세 갈래로 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첫째, Boston Dynamics가 이끄는 최첨단 연구 개발 스트림은 인간의 운동 능력을 뛰어넘는 고성능 로봇을 목표로 하드웨어와 AI의 한계를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다. 둘째, LG전자와 같은 대중 시장 스트림은 특정 기능에 특화된 ’좁은 AI’를 비교적 단순한 하드웨어에 탑재하여, 수백만 대 단위로 판매되는 실용적인 AI 로봇을 만들어내고 있다. 셋째, ROS로 대표되는 기반 소프트웨어 생태계는 이 모든 다양한 로봇 개발을 뒷받침하는 공통의 언어이자 도구로서 그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이처럼 시장이 다각화되고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로봇 산업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신호였다.

5. 산업 및 사회적 파급 효과: 상용화와 법적 고찰

2017년 1월, AI와 로봇 기술은 더 이상 연구실이나 학회에만 머무르지 않고, 병원, 공장, 기업의 회의실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러한 기술의 확산은 특정 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동시에, 데이터 프라이버시, 경제적 불평등, 그리고 기술의 투명성과 같은 근본적인 사회적, 윤리적 질문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 장에서는 당시 AI 기술이 의료 및 경제 분야에 미친 구체적인 영향과, 기술의 발전이 역설적으로 제기한 ’설명가능성’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5.1 의료 분야의 혁신과 도전

의료 분야는 AI 기술이 가장 큰 잠재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는 영역 중 하나였다. 2017년 당시, AI는 만성 질환 관리와 예방 중심의 의료 서비스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핵심 기술로 주목받았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통해 수집된 고혈압, 당뇨병 환자의 생활 습관 데이터나 진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딥러닝과 같은 AI 기술로 분석하여, 질병을 조기에 예측하고 개인 맞춤형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었다.2 이는 기존의 사후 치료 중심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의 사전 예방 및 관리로 의료 서비스의 초점을 이동시키는 혁신적인 접근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장밋빛 전망의 이면에는 심각한 도전 과제가 도사리고 있었다. 바로 구글의 자회사인 DeepMind와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산하 로열프리 병원 간의 협력 사례에서 이 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DeepMind는 급성 신장 손상(AKI)을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는 ’스트림스(Streams)’라는 모바일 앱을 개발하기 위해 로열프리 병원으로부터 약 160만 명의 환자 기록을 제공받았다. 이 협력은 AI를 활용한 의료 혁신의 대표 사례로 홍보되었다.

하지만 2017년 1월 26일 발표된 한 비평 논문은 이 협력의 법적, 윤리적 문제점들을 날카롭게 지적했다.21 논문에 따르면, DeepMind는 AKI 진단이라는 공개된 목적과는 달리, 계약상으로는 훨씬 더 광범위한 연구 목적으로 환자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환자들의 명시적인 동의 없이 방대한 양의 개인 식별이 가능한 의료 기록이 민간 기업으로 이전된 것은 데이터 보호법을 위반했을 소지가 크다는 점이 제기되었다. 공개적으로는 단순한 데이터 인터페이스 앱 개발로 포장되었지만, 실제로는 DeepMind가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확보하여 자사의 머신러닝 연구 역량을 강화하려는 상업적 동기가 더 컸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21

이 사건은 2017년 1월 의료 AI 분야가 마주한 핵심적인 딜레마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한편에서는 AI 기술이 질병을 예방하고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엄청난 잠재력이 존재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그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 필수적인 민감한 개인 데이터의 활용이 프라이버시, 동의, 데이터 소유권과 같은 기본적인 사회적 가치 및 법적 권리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DeepMind와 NHS 사례는 기술의 사회적 수용은 단순히 기술적 성능에만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투명성, 신뢰, 그리고 윤리적 규범 준수에 달려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이는 AI 시대의 혁신과 프라이버시 사이의 불가피한 긴장 관계를 상징하는 표준 사례가 되었다.

5.2 AI의 경제적 영향과 비즈니스 전략

2017년, AI는 기술 담론을 넘어 경제 및 경영 전략의 핵심 의제로 부상했다. 기업 리더들과 경제학자들은 AI가 가져올 파괴적 혁신에 어떻게 대비하고 이를 기회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는 당시 MIT 슬론 경영 리뷰(MIT Sloan Management Review)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아티클들의 주제에 잘 나타나 있다.22

가장 주목받은 주제 중 하나는 ’AI가 창출할 새로운 일자리’였다. 이는 AI가 기존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을 넘어, AI의 도입으로 인해 오히려 새로운 직업군이 생겨날 것이라는 보다 건설적인 논의로의 전환을 의미했다. 예를 들어, AI 시스템을 훈련시키고, 그 성능을 설명하며, 윤리적 기준을 유지하는 역할 등이 새로운 직업으로 제시되었다. 또한, ’AI를 통한 비즈니스 재편’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기업들이 자사의 AI 도입 수준과 목표를 동종 업계와 비교하고, 현실적인 AI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돕는 보고서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22

빅데이터와 AI의 결합이 가져올 시너지 효과 역시 중요한 화두였다. ’빅데이터가 AI와 머신러닝을 대규모로 강화하는 방법’과 같은 아티클들은, 방대한 데이터를 AI 알고리즘의 ’연료’로 사용하여 전례 없는 수준의 통찰력과 비즈니스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음을 역설했다.22 이는 데이터의 양과 질이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경영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논의들은 기업 최고 경영진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AI는 더 이상 연구개발 부서의 먼 미래 기술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업의 경쟁 우위, 인재 관리, 혁신 프로세스, 그리고 장기적인 생존과 직결된 핵심적인 비즈니스 전략의 일부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이전까지의 질문이 “AI란 무엇인가?“였다면, 2017년 1월의 질문은 “우리의 AI 전략은 무엇인가?“로 바뀌었다. 이는 AI가 기술적 가능성의 단계를 지나, 비즈니스의 필수 요소로 전환되는 중요한 변곡점을 통과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5.3 AI의 블랙박스 문제와 설명가능성

딥러닝 기술의 놀라운 성공은 역설적으로 새로운 종류의 근본적인 문제를 낳았다. 바로 ‘블랙박스(black box)’ 문제다. 수백만, 수억 개의 파라미터로 구성된 복잡한 심층 신경망은 특정 입력에 대해 놀랍도록 정확한 출력을 내놓았지만,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그 내부 작동 원리를 인간이 이해하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2017년 1월경, MIT 테크놀로지 리뷰(MIT Technology Review)에 실린 한 영향력 있는 기사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AI의 가장 큰 문제는 그것을 만든 창조자조차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23 이 기사는 우리가 이전에 만든 그 어떤 기계와도 달리, 제작자의 이해 범위를 넘어서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기계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다. 이러한 불투명성은 AI에 대한 신뢰를 저해하고, 오류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들며, 시스템에 내재된 편향을 발견하고 수정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이 문제는 단순한 학문적 호기심이 아니었다. 바로 같은 시기에 유럽연합 의회가 사법적 판단에 AI를 사용할 경우 ’인간이 감사할 수 있는 만족스러운 설명’을 제공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2, 아실로마 원칙에서 ’실패 투명성’을 강조한 것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실질적인 과제였다.1 AI를 사회의 중요한 의사결정 시스템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그 결정 과정을 이해하고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2017년 초, 딥러닝의 블랙박스 문제가 널리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설명가능 AI(Explainable AI, XAI)’라는 새로운 연구 분야가 본격적으로 태동하는 계기가 되었다. 딥러닝의 기술적 성공이 역설적으로 만들어낸 이 새로운 과학적 도전 과제는, 강력하지만 불투명한 시스템을 인간이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기술의 성능을 높이는 것만큼이나, 그 기술을 사회가 책임감 있게 수용하기 위해 필수적인 연구 방향이었다. 고성능 AI에 대한 윤리적, 법적 요구가 설명가능성이라는 구체적인 기술적 연구 의제로 전환되는 순간이었으며, 이 문제는 오늘날까지도 AI 연구의 가장 중요한 난제 중 하나로 남아있다.

6. 결론

2017년 1월은 인공지능과 로봇 공학의 역사에서 뚜렷한 전환점으로 기록될 만하다. 이 한 달 동안 발생한 일련의 사건과 연구 발표들은 개별적인 성과를 넘어, 하나의 거대한 기술 혁명이 임계점을 넘어 성숙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호 연결된 증거들이었다. 기술의 기하급수적인 발전이 마침내 사회 전반에 걸쳐 통제, 윤리, 그리고 목적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도록 강제한 시기였다.

아실로마에서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 AI의 유익한 미래를 위한 원칙을 논의한 것은, 기술 커뮤니티가 스스로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거의 동시에 대서양 건너 EU 의회가 로봇에게 ’전자인간’이라는 법적 지위를 부여하려 한 것은, AI를 기존 사회 시스템에 편입시키려는 제도적 노력이 본격화되었음을 의미했다. 이 두 사건은 이후 전개될 글로벌 AI 거버넌스 논쟁의 두 축, 즉 원칙 기반의 자율 규제와 법률 기반의 강제 규제라는 구도를 확립했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거대 담론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기술적 진보가 이루어졌다. DeepMind의 EWC 알고리즘은 파국적 망각이라는 딥러닝의 고질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연속 학습의 가능성을 열었으며, 이는 범용 인공지능으로 나아가는 데 필수적인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 AAAI-17에서 발표된 연구들은 지식 그래프와 텍스트를 융합(SSP 모델)하여 더 깊은 의미 이해를 추구하고, 드론과 같은 실제 환경의 복잡성에 도전(UAV 추적)하며, 데이터 효율성을 극대화(어휘집 기반 분류)하는 등 AI의 실용적 지평을 넓혔다.

로봇 공학 분야에서는 하드웨어의 진화가 뚜렷했다. 소프트 로보틱스는 인간과의 안전한 공존이라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새로운 물리적 형태를 제시했고, Boston Dynamics의 아틀라스는 AI 제어 기술과 결합하여 강체 로봇의 운동 능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동시에 LG전자의 로봇 청소기 사례처럼, AI는 이미 대중 소비재에 깊숙이 통합되어 일상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눈부신 발전은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드리웠다. 의료 분야에서 AI의 엄청난 잠재력은 DeepMind와 NHS 사례에서 보듯 민감한 데이터 프라이버시 문제와 충돌했다. AI가 비즈니스 전략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경제적 지형을 바꾸는 동안, 그 내부 작동 원리를 이해할 수 없는 ‘블랙박스’ 문제는 기술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의 위기를 야기하며 ’설명가능성’이라는 새로운 연구 과제를 탄생시켰다.

결론적으로, 2017년 1월에 나타난 이론적 돌파구(EWC), 실용적 응용(UAV 추적), 윤리적 성찰(아실로마), 법적 제도화(EU), 하드웨어 혁신(아틀라스, 소프트 로보틱스), 그리고 상업적 확산(LG, MIT SMR)은 모두 분리된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기술 혁명이 사회와 상호작용하며 스스로의 정체성과 나아갈 길을 찾아가는 과정의 다면적 모습이었다. 이 시기에 심어진 씨앗들—거버넌스의 필요성, 연속 학습의 추구, 물리적 안전성의 중요성, 설명가능성에 대한 요구—은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AI 시대의 핵심적인 의제들로 성장했다. 2017년 1월에 제기된 질문들은 여전히 AI 연구자, 개발자, 그리고 정책 입안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이정표로 남아있다.

7. 참고 자료

  1. Beneficial AI 2017 - Future of Life Institute, https://futureoflife.org/event/bai-2017/
  2. 인공지능로봇의료의 도덕형이상학적 모색 - Korea Journal Central, https://journal.kci.go.kr/medethics/archive/articlePdf?artiId=ART002365767
  3. Overcoming catastrophic forgetting in neural networks, https://arxiv.org/pdf/1612.00796
  4. AAAI-17: Thirty-First AAAI Conference on Artificial Intelligence, https://aaai.org/conference/aaai/aaai17/
  5. AAAI Accepted Paper List, https://aaai.org/wp-content/uploads/2023/01/aaai17accepted-papers.pdf
  6. SSP: Semantic Space Projection for Knowledge Graph Embedding with Text Descriptions | Proceedings of the AAAI Conference on Artificial Intelligence, https://ojs.aaai.org/index.php/AAAI/article/view/10952
  7. SSP: Semantic Space Projection for Knowledge … - AAAI Publications, https://ojs.aaai.org/index.php/AAAI/article/view/10952/10811
  8. SSP: Semantic Space Projection for Knowledge Graph Embedding with Text Descriptions,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01877474_SSP_Semantic_Space_Projection_for_Knowledge_Graph_Embedding_with_Text_Descriptions
  9. Visual Object Tracking for Unmanned Aerial Vehicles: A Benchmark and New Motion Models | Proceedings of the AAAI Conference on Artificial Intelligence, https://ojs.aaai.org/index.php/AAAI/article/view/1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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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Soft robotics -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Soft_robotics
  17. January 2017 - Softrobotics.org, http://softrobotics.org/newsletters/january-2017/
  18. 신의 영역까지 넘본다..탄성 터져나온 ‘인간형 AI 로봇’ | 브라보 K-사이언티스트 [반복재생]/YTN 사이언스 -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Vmn8L36cEXQ
  19. 정보의 융합이 딥러닝의 핵심. 영상 결합하니 청소기 똑똑해져 | DBR - 동아비즈니스리뷰, https://dbr.donga.com/article/view/1203/article_no/8182
  20. robot operating system - Latest news & articles from IEEE Spectrum, https://https-spectrum-ieee-org-443.webvpn.ynu.edu.cn/tag/robot-operating-system
  21. Google DeepMind and healthcare in an age of algorithms - ResearchGate,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15112666_Google_DeepMind_and_healthcare_in_an_age_of_algorithms
  22. The 20 Most Popular MIT Sloan Management Review Articles of 2017, https://sloanreview.mit.edu/article/the-20-most-popular-mit-sloan-management-review-articles-of-2017/
  23. There’s a big problem with AI: even its creators can’t explain how it works (MIT technology Review – must read) - Gerd Leonhard, https://futuristgerd.com/2017/04/theres-a-big-problem-with-ai-even-its-creators-cant-explain-how-it-wor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