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 AI 및 로봇 연구 동향
0.1 서론: 2005년, 인공지능과 로봇 공학의 변곡점
2005년은 인공지능(AI)과 로봇 공학의 역사에서 단순한 한 해를 넘어, 이론적 발전이 현실 세계에서의 명백한 실행 가능성으로 전환되기 시작한 중대한 변곡점으로 기록된다. 이 시기는 실용적 도전 과제(예: DARPA 그랜드 챌린지)가 기초 학술 연구를 검증하고 가속화하는 한편, 성숙기에 접어든 산업 기반이 이 새로운 기술을 다양한 시장으로 견인하기 시작하는 강력한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 해였다.
본 보고서는 2005년을 특징짓는 핵심적인 흐름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첫째, 실용적인 자율주행 기술의 서막을 연 DARPA 그랜드 챌린지의 성공은 AI 기술이 실험실을 벗어나 비정형 환경에서 작동할 수 있음을 증명한 상징적 사건이었다. 둘째, 북미 로봇 산업의 기록적인 성장은 자동차 산업을 넘어 생명 과학, 제약 등 새로운 분야로의 확장을 통해 기술의 유연성과 정밀성이 향상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셋째, NIPS, ICML 등 최고 권위의 학술대회에서는 기계학습 이론이 한층 더 깊이를 더했으며, 이는 훗날 딥러닝 혁명의 이론적 토대가 되었다. 넷째, ICRA, IROS와 같은 로봇 공학 학회에서는 인식(SLAM), 상호작용(HRI), 운동 지능(이족 보행) 등 핵심 분야의 연구가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 마지막으로, AAAI 심포지엄을 중심으로 기계 윤리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기술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싹트기 시작했다.
본 보고서는 이러한 다각적인 현상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분석한다. 먼저 세상을 놀라게 한 현실 세계의 응용 사례인 DARPA 그랜드 챌린지를 시작으로, 그 기반이 된 학술적 이론의 심층 분석으로 나아가고, 다시 광범위한 산업 및 사회적 영향으로 돌아오는 구조를 통해 2005년이 AI와 로봇 공학의 미래 경로를 어떻게 설정했는지 명확히 밝히고자 한다.
1. 자율주행의 여명: 2005 DARPA 그랜드 챌린지
2005년은 자율주행 기술의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해로,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가 주최한 그랜드 챌린지는 인공지능과 로봇 공학의 가능성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이 대회는 단순한 기술 경연을 넘어,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현실 세계에서 자율 시스템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를 제시했다.
1.1 사막을 횡단한 최초의 로봇들: 챌린지의 의의와 성과
2005년 10월 8일,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에서 열린 두 번째 DARPA 그랜드 챌린지는 자율주행 기술의 극적인 도약을 보여주었다.1 이 대회의 목표는 인간의 개입 없이 132마일(약 212km)의 험난한 사막 코스를 완주하는 것이었다.2 이는 불과 18개월 전인 2004년 첫 대회에서 단 한 대의 차량도 전체 코스의 5% 이상을 주행하지 못하고 실패했던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3
2005년 대회에서는 총 23개 팀이 경쟁하여 무려 5개 팀이 코스를 완주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는 당시 기술 수준을 고려할 때 경이로운 성과였다.1 스탠포드 대학 레이싱 팀이 개발한 ’스탠리(Stanley)’는 6시간 53분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200만 달러의 상금을 차지했다.1 이 성공은 자율주행차가 더 이상 공상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 공학적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임을 입증한 ’탄생의 순간(birth moment)’으로 평가된다.1
DARPA 그랜드 챌린지라는 대회 형식 자체가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중요한 동력이었다. 2004년의 처참한 실패는 문제의 극심한 난이도를 부각시키며 연구자들에게 명확한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반해 2005년의 성공은 단일 팀의 성과가 아닌 다수 팀의 동반 성공이었으며, 이는 ’그랜드 챌린지’라는 모델이 가진 촉매 효과를 방증한다. 명확하고 야심 찬 목표, 그리고 상당한 상금이 걸린 경쟁 형식은 전 세계의 혁신가, 엔지니어, 학생, 심지어 아마추어 발명가들까지 끌어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5 이러한 경쟁적 환경은 전통적인 연구비 지원 방식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속도로 기술 발전을 가속화했으며, 향후 자율주행차 산업의 핵심을 이룰 인재 풀과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기반이 되었다.
1.2 우승자 ’스탠리’의 기술적 해부: 아키텍처와 센서 융합
스탠리의 성공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정교한 결합을 통해 이루어졌다. 차량은 폭스바겐 투아렉 R5 디젤 모델을 기반으로 개조되었으며, 다양한 센서와 강력한 컴퓨팅 시스템을 탑재했다.1
스탠리의 핵심 센서 시스템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었다 1:
- LIDAR (Light Detection and Ranging): 차량 지붕에 장착된 5개의 SICK 레이저 거리 측정기는 전방 지형의 3차원 형상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역할을 했다. 이는 단거리 및 중거리 장애물 감지와 지형 분석에 핵심적인 데이터를 제공했다.
- 카메라: 컬러 카메라는 장거리의 도로 질감, 색상, 차선 등을 인식하여 LIDAR가 감지하기 어려운 정보를 보완했다.
- RADAR: 두 개의 레이더 장치는 악천후나 먼지가 많은 환경에서도 전방 물체를 탐지하는 데 사용되었다.
- GPS 및 IMU (관성 측정 장치): 고정밀 GPS와 IMU는 차량의 위치, 속도, 자세를 지속적으로 추정하는 데 사용되었다.
이러한 다중 모드 센서 구성은 상호 보완적인 데이터 스트림을 제공하여 시스템의 강건성(robustness)을 극대화했다. 예를 들어, LIDAR는 정밀한 기하학적 정보를, 카메라는 의미론적(semantic) 정보를 제공하며, GPS/IMU는 안정적인 위치 정보를 보장했다.
스탠리의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는 6개의 주요 기능 그룹으로 모듈화되어 있었다 3:
- 센서 인터페이스 (Sensor Interface): 모든 센서로부터 데이터를 수신하고 타임스탬프를 기록한다.
- 인식 (Perception): 센서 데이터를 융합하여 주변 환경 모델을 생성하고, 주행 가능 영역과 장애물을 식별한다.
- 제어 (Control): 인식 모듈의 정보를 바탕으로 차량의 조향, 가속, 제동을 결정한다.
- 차량 인터페이스 (Vehicle Interface): 제어 명령을 차량의 물리적 구동계(drive-by-wire)로 전달한다.
- 사용자 인터페이스 (User Interface): 시스템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제어한다.
- 글로벌 서비스 (Global Services): 프로세스 제어, 데이터 로깅 등 시스템 전반의 기능을 지원한다.
이러한 모듈식 구조는 센서 데이터 입력부터 차량의 물리적 움직임에 이르기까지 안정적인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구축하여, 복잡한 자율주행 과업을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했다.
1.3 스탠리의 두뇌: 머신러닝과 확률적 추론의 적용
스탠리의 성공은 단순히 뛰어난 하드웨어의 결과가 아니었다. 그 핵심에는 머신러닝과 확률적 추론에 기반한 최첨단 AI 소프트웨어가 있었다.3 스탠포드 AI 연구소장인 세바스찬 스런(Sebastian Thrun)이 이끈 팀은 당시 학계를 지배하던 확률론적 AI 접근법을 실제 문제에 성공적으로 적용했다.
머신러닝의 활용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4:
- 오프라인 학습 (Offline Learning): 파라미터 튜닝과 모델 학습에 사용되었다. 개발팀은 사람이 직접 차량을 운전하면서 수집한 방대한 양의 센서 데이터에 수동으로 레이블을 부착했다. 예를 들어, 차량이 지나간 경로는 ’주행 가능(drivable)’으로, 그 주변 영역은 ’장애물(obstacles)’로 레이블링했다.4 이 데이터를 이용해 주행 가능 영역을 판별하는 분류기(classifier)를 학습시켰다. 이 방식은 비정형적인 사막 도로의 특징을 시스템이 스스로 학습하게 하여, 규칙 기반(rule-based) 시스템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했다.
- 온라인 적응 (Online Adaptation): 주행 중 실시간으로 지형에 적응하는 데 사용되었다. 시스템은 현재 인식하고 있는 지형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행 파라미터를 동적으로 조정하여, 변화하는 도로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했다.4
확률적 추론은 센서 데이터의 불확실성을 다루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차량의 위치와 상태를 추정하기 위해 **무향 칼만 필터(Unscented Kalman Filter, UKF)**가 사용되었다.4 UKF는 GPS, IMU, 휠 오доmetrry 등 여러 센서로부터의 측정값을 확률적으로 융합하여, 각 센서가 가진 노이즈와 오차를 효과적으로 보정했다. 이를 통해 일시적으로 GPS 신호가 끊기는 상황에서도 차량의 위치를 강건하고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었다.
스탠리의 성공은 2000년대 초반 학계를 주도하던 확률론적 기계학습 패러다임이 현실 세계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결정적 사례였다. NIPS, ICML과 같은 학회에서 활발히 논의되던 베이즈 필터링, 통계적 학습 등의 이론이 2톤에 달하는 차량을 위험한 환경에서 고속으로 제어하는 데 성공적으로 사용된 것이다. 이는 그랜드 챌린지가 학계의 이론과 산업계의 실용적 요구를 잇는 강력한 다리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이 대회를 통해 얻어진 방대한 데이터와 새로운 도전 과제들은 다시 학계의 연구를 촉진하는 자양분이 되었다.
1.4 그랜드 챌린지의 유산과 기술적 파급 효과
2005년 그랜드 챌린지는 자율주행 기술 발전의 ’티핑 포인트’로 작용하여, 이후 상업적 투자와 연구 개발의 폭발적인 증가를 이끌었다.1 스탠포드 팀의 핵심 멤버였던 세바스찬 스런, 마이크 몬테메를로 등은 이후 구글(현 웨이모)의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이끌며 기술 상용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1
이 대회의 성공은 단순히 기술적 성과에 그치지 않았다. 이는 자율주행 기술의 가능성을 대중과 산업계에 명확히 보여줌으로써, 막대한 투자와 인재 유입을 촉진했다. 또한, DARPA는 그랜드 챌린지의 성공 모델을 본떠 로봇 공학, 사이버 보안 등 다른 분야에서도 유사한 방식의 경진대회를 개최하여 혁신을 유도했다.5 군사적으로는 위험한 보급 임무를 자동화하여 인명 손실을 줄이려는 초기 목표를 넘어 1, 민간 부문에서는 교통사고 감소, 이동 시간의 생산적 활용 등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기술의 초석을 다졌다. 2005년 모하비 사막의 먼지 속에서 시작된 도전은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자율주행 시대의 서막을 연 역사적인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2. 산업 지형의 변화: 로봇 공학의 양적·질적 팽창
2005년은 자율주행 기술의 극적인 발전과 더불어, 산업용 로봇 시장이 양적, 질적으로 크게 팽창한 해였다.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한 기록적인 성장세는 로봇 기술이 기존의 주력 시장을 넘어 새로운 응용 분야로 확산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이는 글로벌 경쟁 심화라는 거시적 환경 속에서 자동화의 전략적 가치가 재평가되었음을 시사한다.
2.1 2005년 북미 로봇 산업의 기록적 성장 분석
2005년 북미 로봇 산업은 역사적인 호황을 맞았다. 로봇산업협회(Robotic Industries Association, RIA)의 통계에 따르면, 북미 지역 제조 기업들은 총 18,228대의 로봇(11억 6천만 달러 규모)을 주문했으며, 이는 2004년 대비 수량 기준 23% 증가한 수치다.10 이로써 1999년의 호황기에 세워졌던 종전 최고 기록을 마침내 경신하게 되었다.10 북미 외 지역의 주문까지 포함하면 총 19,445대의 로봇(12억 2천만 달러 규모)이 주문되어 전년 대비 21%의 성장을 기록했다.10
출하량 기준으로는 더욱 극적인 성장이 관찰되었다. 북미 지역에 출하된 로봇은 19,594대(11억 8천만 달러 규모)였으며, 북미 외 지역을 포함한 전체 출하량은 20,906대(12억 4천만 달러 규모)로, 수량 기준 45%, 금액 기준 28%라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10 이러한 성장에 힘입어 2005년 기준 미국 내에 설치된 산업용 로봇은 약 158,000대로 추정되었으며, 이는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의 규모였다.10
그러나 이러한 기록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업계 지도자들은 신중한 전망을 내놓았다. RIA의 도널드 빈센트 부회장은 2005년 4분기 신규 주문이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한 점을 지적하며 단기적인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10 특히 로봇의 최대 수요처인 자동차 산업의 부진 가능성과 북미 제조업의 중국 등 해외 이전 추세는 2006년 전망을 조심스럽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10 이는 2005년의 호황이 정점에 달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전환점에 놓여 있었음을 보여준다.
2.2 자동차 산업을 넘어선 다각화 동향
2005년 로봇 산업 성장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자동차 산업 의존도를 벗어나 응용 분야를 다각화했다는 점이다. 물론 자동차 제조업체와 부품 공급업체는 여전히 가장 큰 고객으로, 2005년 신규 로봇 주문의 70%를 차지했다.10 자동차 제조업체의 주문은 전년 대비 49%나 급증했다.10
하지만 진정한 변화는 비자동차 부문에서 나타났다. 특히 생명 과학, 제약, 바이오메디컬 산업에서의 로봇 도입이 30%나 급증하며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부상했다.10 이 외에도 식품 및 음료, 소비재, 플라스틱, 의료기기, 농업, 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 도입이 확산되었다.12
이러한 다각화는 로봇 기술의 질적 발전을 의미했다. 과거 자동차 공장의 용접이나 도장과 같은 무겁고 반복적인 작업에 주로 사용되던 로봇이, 이제는 훨씬 더 정교하고 유연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전자 및 의료 분야의 소형화(miniaturization) 추세는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했다. 미세 부품 조립과 같은 작업은 사람의 손보다 로봇이 훨씬 높은 정확도를 제공하기 때문에 로봇 도입이 필수적이었다.12 이는 로봇이 단순한 노동력 대체를 넘어,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정밀성과 일관성을 제공하는 고부가가치 솔루션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2.3 글로벌 경쟁 환경과 자동화의 역할 증대
2005년 로봇 산업의 팽창은 기술적 성숙뿐만 아니라, 심화되는 글로벌 경쟁이라는 거시 경제적 배경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당시 북미 제조업계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중국을 비롯한 저임금 국가로의 생산기지 이전, 즉 오프쇼어링(offshoring)이었다.10 이러한 상황에서 로봇 자동화는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부상했다.
업계 리더들은 로봇 도입이 해외의 저렴한 노동력과 경쟁할 수 있는 비용 구조를 만들어준다고 강조했다.12 로봇 자동화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품질을 안정시키면, 인건비 격차를 상쇄하고 북미 내에 생산기지를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이는 운송 시간 지연, 환율 변동, 정치적 리스크 등 오프쇼어링에 내재된 다양한 위험을 회피하는 효과도 가져왔다.12
이러한 관점의 전환은 로봇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로봇은 더 이상 일자리를 빼앗는 위협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 속에서 국내 일자리를 지키고 제조업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투자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즉, 2005년의 로봇 산업 붐은 단순히 기술이 발전하고 수요가 늘어난 현상을 넘어, 로봇 자동화가 국가 경제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하는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이 시기에 형성된 ’자동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라는 담론은 이후 ’Industry 4.0’과 스마트 팩토리 시대를 여는 사상적 기반이 되었다.
3. 기계학습의 지평 확장: 주요 학회 발표 심층 분석
2005년은 기계학습 분야가 이론적 깊이를 더하고 응용의 폭을 넓히며 학문적 성숙을 이룬 해였다. Neural Information Processing Systems (NIPS, 현 NeurIPS), International Conference on Machine Learning (ICML), AAAI Conference on Artificial Intelligence (AAAI) 등 최고 권위의 학회들은 당시 연구의 최전선을 보여주는 중요한 발표들로 가득했다. 이들 학회에서는 베이즈 이론, 서포트 벡터 머신(SVM), 강화학습 등 핵심 분야의 연구가 심화되었고, 비음수 텐서 인수분해(NTF)와 같은 새로운 방법론이 등장했으며, 기계 윤리와 같은 미래지향적 주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아래 표는 2005년 주요 AI/ML 학회에서 다루어진 핵심 연구 분야와 대표적인 논문들을 요약한 것이다.
| 학회 | 핵심 연구 분야 | 대표 논문 및 저자 | 주요 기여 |
|---|---|---|---|
| NIPS 2005 | 베이즈 이론 및 확률 모델, 강화학습, 신경망 이론, 차원 축소 | - Infinite latent feature models and the Indian buffet process (Zoubin Ghahramani, Thomas L. Griffiths) - Learning vehicular dynamics, with application to modeling helicopters (Pieter Abbeel, Varun Ganapathi, Andrew Y. Ng) - Convex Neural Networks (Yoshua Bengio et al.) - Sensory Adaptation within a Bayesian Framework for Perception (Alan A. Stocker, Eero P. Simoncelli) | - 무한 차원의 잠재 특징을 모델링하는 비모수 베이즈 방법론 제시 - 복잡한 동역학 시스템(헬리콥터) 제어를 위한 강화학습 및 모델 학습 기법 - 신경망의 최적화 문제를 볼록 최적화 관점에서 분석 - 인간의 감각 적응 현상을 베이즈 추론 프레임워크로 모델링 |
| ICML 2005 | 서포트 벡터 머신(SVM), 커널 방법, 비음수 텐서 인수분해(NTF), 강화학습, 준지도 학습 | - A Support Vector Method for Multivariate Performance Measures (Thorsten Joachims) **** - Non-negative tensor factorization with applications to statistics and computer vision (Amnon Shashua, Tamir Hazan) - Exploration and Apprenticeship Learning in Reinforcement Learning (Pieter Abbeel, Andrew Y. Ng) - Harmonic mixtures: combining mixture models and graph-based methods for inductive and scalable semi-supervised learning (Xiaojin Zhu, John Lafferty) | - 단순 정확도를 넘어선 다변량 성능 척도를 직접 최적화하는 SVM 방법론 제시 - 비음수 행렬 인수분해를 다차원 텐서로 확장하여 데이터의 구조적 정보 보존 - 전문가 시연으로부터 보상 함수를 학습하는 역강화학습의 초기 형태 제시 - 그래프 기반 준지도 학습을 위한 새로운 모델 제시 |
| AAAI 2005 | 기계 윤리, 발달 로봇 공학, 지식 표현 및 추론, 다중에이전트 시스템 | - AAAI Fall Symposium on Machine Ethics (Various Authors) - AAAI Spring Symposium on Developmental Robotics (Various Authors) - Reports on Knowledge Collection from Volunteer Contributors (AAAI Spring Symposium) | - 기계에 윤리적 이론(공리주의, 의무론)을 구현하는 방법에 대한 공학적 논의 시작 - 인간의 발달 과정에서 영감을 받아 로봇이 자율적으로 학습하는 방법론 탐구 - 위키피디아와 같은 자발적 참여자 기반 지식 수집의 원리와 활용 방안 연구 |
3.1 NIPS 2005: 베이즈 이론, 강화학습, 그리고 신경망의 심화
NIPS 2005는 기계학습의 이론적, 특히 신경과학 및 확률론적 기반을 탐구하는 최고 권위의 학회로서, 베이즈 통계학에 기반한 정교한 모델들이 주를 이루었다. 이는 불확실성을 원리적으로 다루고 데이터로부터 복잡한 구조를 학습하려는 당시 연구의 흐름을 명확히 보여준다.13
주요 연구 흐름 중 하나는 비모수 베이즈 모델(Nonparametric Bayesian Models)의 확장이었다. Zoubin Ghahramani와 Thomas Griffiths가 발표한 “Infinite latent feature models and the Indian buffet process“는 데이터에 적합한 잠재 특징의 수를 미리 정할 필요 없이, 데이터가 증가함에 따라 모델의 복잡도가 자동으로 확장될 수 있는 새로운 확률 과정을 제시했다.13 이는 기존의 고정된 파라미터 수를 가정하는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로, 이후 토픽 모델링과 같은 분야에 큰 영향을 미쳤다.
강화학습 분야에서는 Andrew Ng 연구 그룹의 연구가 두드러졌다. “Learning vehicular dynamics, with application to modeling helicopters“는 전문가의 조종 데이터로부터 헬리콥터의 복잡한 비선형 동역학을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난도의 곡예비행을 수행하는 제어기를 학습하는 데 성공했다.13 이는 복잡한 실제 로봇 시스템에 강화학습을 적용하여 인간 전문가의 능력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중요한 사례였다.
신경망 연구에서는 Yoshua Bengio 등이 발표한 “Convex Neural Networks“가 주목할 만하다.13 이 연구는 특정 구조를 가진 신경망의 목적 함수가 볼록(convex) 함수가 되도록 설계하여, 경사 하강법을 통해 항상 전역 최적해(global optimum)를 찾을 수 있음을 보였다. 이는 당시 딥러닝 이전 시대에 신경망 학습의 어려움으로 지적되던 지역 최솟값(local minima) 문제를 이론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였다. 비록 이 접근법이 일반적인 딥러닝 모델로 확장되지는 않았지만, 신경망의 최적화 지형(optimization landscape)을 이해하고 제어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훗날 딥러닝 혁명의 이론적 기반을 다지는 데 기여했다.
또한, Alan Stocker와 Eero Simoncelli의 “Sensory Adaptation within a Bayesian Framework for Perception“은 인간의 시각 시스템이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현상을 베이즈 추론의 관점에서 성공적으로 모델링하여, 기계학습과 계산 신경과학의 융합 연구의 좋은 예를 보여주었다.14
3.2 ICML 2005: SVM, 가우시안 프로세스, 그리고 비음수 텐서 인수분해
ICML 2005는 NIPS보다 더 넓은 범위의 기계학습 알고리즘과 응용을 다루는 학회로, 당시 가장 강력한 분류기로 평가받던 서포트 벡터 머신(SVM)과 관련된 연구가 활발히 발표되었다.15
서포트 벡터 머신(SVM) 연구의 심화:
1960년대에 이론적 기반이 마련되고 1990년대에 Vapnik 등에 의해 널리 알려진 SVM은 2005년 당시 분류 문제의 표준적인 해결책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17 SVM의 핵심 아이디어는 주어진 데이터를 두 클래스로 나누는 결정 경계(decision boundary), 즉 초평면(hyperplane) 중에서 두 클래스와의 거리가 가장 먼, 즉 마진(margin)이 최대가 되는 최적의 초평면을 찾는 것이다.20
선형적으로 분리 가능한 경우, 이 문제는 다음과 같은 제약 최적화 문제로 공식화된다. 주어진 훈련 데이터셋 \{ (\mathbf{x}_i, y_i) \}_{i=1}^N에 대해, 여기서 \mathbf{x}_i \in \mathbb{R}^d는 특징 벡터이고 y_i \in \{-1, 1\}는 클래스 레이블이다.
\min_{\mathbf{w}, b} \frac{1}{2} \|\mathbf{w}\|^2
\text{subject to} \quad y_i(\mathbf{w}^T \mathbf{x}_i + b) \ge 1, \quad \forall i=1, \dots, N
여기서 \mathbf{w}와 b는 초평면 \mathbf{w}^T \mathbf{x} + b = 0을 정의하는 파라미터이며, 마진의 크기는 \frac{2}{\|\mathbf{w}\|}에 비례하므로 \|\mathbf{w}\|^2을 최소화하는 것은 마진을 최대화하는 것과 같다.22
이 원문제(primal problem)는 라그랑주 승수법(Lagrange multipliers)을 통해 다음과 같은 쌍대 문제(dual problem)로 변환될 수 있다.
\max_{\boldsymbol{\alpha}} \sum_{i=1}^N \alpha_i - \frac{1}{2} \sum_{i=1}^N \sum_{j=1}^N \alpha_i \alpha_j y_i y_j (\mathbf{x}_i^T \mathbf{x}_j)
\text{subject to} \quad \sum_{i=1}^N \alpha_i y_i = 0 \quad \text{and} \quad \alpha_i \ge 0, \quad \forall i=1, \dots, N
이 쌍대 문제의 해 \boldsymbol{\alpha}를 구하면, \alpha_i > 0인 데이터 포인트 \mathbf{x}_i가 바로 서포트 벡터(support vectors)가 된다. 이 쌍대 공식의 중요한 특징은 훈련 데이터가 오직 내적(dot product) \mathbf{x}_i^T \mathbf{x}_j의 형태로만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 덕분에 내적을 커널 함수 K(\mathbf{x}_i, \mathbf{x}_j)로 대체하는 ’커널 트릭(kernel trick)’을 사용하여 비선형 분류 문제로 손쉽게 확장할 수 있다.22
ICML 2005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한 Thorsten Joachims의 “A Support Vector Method for Multivariate Performance Measures“는 이러한 SVM의 프레임워크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켰다.16 이 연구는 전통적인 분류 정확도(accuracy)를 넘어 F1-score, AUC 등과 같은 더 복잡한 다변량 성능 척도를 직접 최적화할 수 있는 구조적 SVM(Structural SVM) 방법론을 제안하여, 실제 응용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평가 기준에 맞춰 모델을 학습시킬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비음수 텐서 인수분해(NTF)의 등장:
Amnon Shashua와 Tamir Hazan이 발표한 “Non-negative tensor factorization with applications to statistics and computer vision“은 당시 큰 주목을 받던 비음수 행렬 인수분해(Non-negative Matrix Factorization, NMF)를 고차원으로 확장한 중요한 연구였다.15 NMF는 데이터 행렬을 두 개의 비음수 행렬의 곱으로 분해하여 데이터의 ‘부분 기반(parts-based)’ 표현을 학습하는 기법이다. 하지만 이미지나 비디오와 같은 다차원 데이터를 NMF에 적용하려면 이를 긴 벡터로 펼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데이터가 가진 고유한 공간적, 시간적 구조가 파괴되는 문제가 있었다.25
NTF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n차원 배열, 즉 텐서(tensor)를 직접 분해한다. n차원 텐서 \mathcal{G}를 k개의 랭크-1(rank-1) 텐서의 합으로 근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모든 인수(factor)들은 비음수 제약을 가진다.
\mathcal{G} \approx \sum_{j=1}^k \mathbf{u}_j^{(1)} \otimes \mathbf{u}_j^{(2)} \otimes \dots \otimes \mathbf{u}_j^{(n)}
여기서 \otimes는 외적(outer product)을 의미하며, 모든 인수 벡터 \mathbf{u}_j^{(m)}의 원소는 0 이상이다.24 이 방법은 데이터의 다차원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의미 있는 부분(part)들을 추출할 수 있어, 희소 이미지 코딩(sparse image coding), 통계적 잠재 클래스 모델링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음을 보였다.24
ICML 2005에서 나타난 이러한 연구 동향은 기계학습 분야의 중요한 발전 동역학을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SVM과 같이 이미 강력하고 범용적인 방법론을 더 복잡하고 현실적인 문제에 적용하기 위해 ’일반화’하려는 노력이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 방법론이 잘 다루지 못하는 특정 데이터 구조(예: 텐서)를 위해 ‘특화된’ 새로운 방법론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동시에 이루어졌다. 이처럼 일반화와 특성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역동성은 건강하게 발전하는 학문 분야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3.3 AAAI 2005: 기계 윤리와 발달 로봇 공학의 대두
AAAI 2005는 전통적인 AI 주제인 지식 표현, 추론, 계획뿐만 아니라, 미래 AI 기술의 사회적, 인지적 측면을 탐구하는 선구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특히 ’기계 윤리(Machine Ethics)’와 ’발달 로봇 공학(Developmental Robotics)’이라는 두 가지 주제가 심포지엄을 통해 본격적으로 다루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기계 윤리에 대한 공학적 접근의 시작:
2005년 AAAI 가을 심포지엄은 ’기계 윤리’라는 주제에 온전히 할애되었다.28 이는 AI 윤리가 더 이상 철학이나 공상 과학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공학적 문제로 다루어지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 심포지엄에서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에 대한 재검토부터, 공리주의(Utilitarianism)나 의무론(Deontology)과 같은 고전적인 윤리 이론을 실제 로봇에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알고리즘과 아키텍처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28
이러한 논의가 2005년에 본격화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바로 그해에 DARPA 그랜드 챌린지를 통해 자율 시스템이 복잡한 현실 세계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가 피할 수 없는 사고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와 같은 현실적인 윤리적 딜레마가 더 이상 가상적인 질문이 아니게 된 것이다. AAAI 기계 윤리 심포지엄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대한 학계의 첫 번째 공식적인 응답이었다. 의무 논리(deontic logic)를 기계화하거나 공리주의적 계산을 로봇에 탑재하려는 시도들은 28, ’윤리의 공학화’라는 새로운 연구 분야의 시작을 알렸으며, 이는 오늘날 AI 윤리 및 거버넌스 논의의 중요한 뿌리가 되었다.
발달 로봇 공학의 부상:
AAAI 봄 심포지엄에서는 ’발달 로봇 공학’이 주요 주제로 다루어졌다.29 이 분야는 미리 프로그래밍된 지식에 의존하는 대신, 인간이나 동물이 유아기부터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점진적으로 학습하고 발달하는 과정에서 영감을 얻는다. 목표는 로봇이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지식과 기술을 자율적으로 습득하게 하는 것이다.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연구들은 다양한 발달적 학습 메커니즘을 탐구했다. 예를 들어, 인간의 음성 명령을 듣고 점진적으로 행동을 학습하는 로봇, 시각적 경험을 통해 단어의 의미를 학습하는 언어 기반(language grounding) 연구, 그리고 순환 신경망(recurrent neural network)을 이용해 다른 에이전트의 행동을 예측하는 능력이 어떻게 발달하는지를 모델링하는 연구 등이 발표되었다.30 이는 당시 주류였던 통계적 기계학습과는 다른, 장기적이고 연속적인 학습 과정을 강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4. 로봇 공학 핵심 연구 동향: 인식, 상호작용, 그리고 운동 지능
2005년은 로봇 공학의 핵심 기술들이 중요한 진전을 이룬 해였다. IEEE International Conference on Robotics and Automation (ICRA)와 IEEE/RSJ International Conference on Intelligent Robots and Systems (IROS)와 같은 최고 로봇 공학 학회에서는 로봇의 자율 이동을 위한 핵심 기술인 SLAM, 인간과 로봇의 협업을 위한 HRI, 그리고 인간과 같은 운동 능력을 구현하기 위한 이족 보행 로봇 연구가 활발하게 발표되었다.
4.1 ICRA & IROS 2005: SLAM 기술의 발전과 시각 기반 접근법
2005년 로봇 공학 연구의 가장 뜨거운 주제 중 하나는 단연 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 동시적 위치 추정 및 지도 작성)이었다.31 SLAM은 로봇이 미지의 환경을 탐사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추정하고 동시에 주변 환경의 지도를 작성하는 기술로, 자율 이동 로봇의 필수적인 기능이다.
이 시기의 중요한 기술적 흐름은 기존의 레이저 거리 측정기(LIDAR) 중심의 SLAM에서 저렴한 카메라를 주 센서로 사용하는 **시각 기반 SLAM (Visual SLAM, vSLAM)**으로의 전환이었다.31 ICRA 2005에서는 “The vSLAM Algorithm for Robust Localization and Mapping” (Karlsson et al.), “Vision SLAM in the Measurement Subspace” (Folkesson et al.) 등 vSLAM에 관한 다수의 중요 논문이 발표되었다.31
Karlsson 등의 vSLAM 알고리즘은 단일 카메라에서 얻은 이미지와 바퀴 엔코더 등에서 얻은 주행 거리 측정(odometry) 데이터를 확률적으로 융합하는 강건한 시스템을 제안했다.34 이 시스템은 세 가지 주요 모듈로 구성된다. 첫째, ’시각 프론트엔드(Visual Front-end)’는 이미지에서 특징점을 추출하고 이를 이전에 관찰된 시각적 랜드마크와 비교하여 로봇의 상대적 위치 변화를 계산한다. 둘째, ’전처리 필터(Pre-filter)’는 시각적 측정값의 신뢰도를 평가하여 노이즈가 심한 데이터를 걸러낸다. 마지막으로, ’SLAM 백엔드(Back-end)’는 신뢰할 수 있는 시각 측정값과 주행 거리 측정 데이터를 파티클 필터(particle filter) 기반의 확률적 프레임워크 내에서 융합하여, 로봇의 전체 경로와 랜드마크의 위치를 포함하는 지도를 지속적으로 갱신한다.34
vSLAM으로의 연구 중심 이동은 기술적, 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2차원 LIDAR는 정확한 거리 정보를 제공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순수한 기하학적 정보만을 제공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카메라는 매우 저렴하고, 색상, 질감 등 훨씬 풍부한 환경 정보를 담고 있어 데이터 연관(data association) 문제 해결에 유리했다.35 vSLAM 연구의 활성화는 로봇 기술이 고가의 연구용 플랫폼을 넘어,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가정용 로봇 청소기나 서비스 로봇과 같은 대중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었다. 저렴한 센서로 복잡하고 동적인 실제 환경에서 강건하게 작동하는 SLAM 기술을 개발하려는 이러한 노력은 이후 로봇 상용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4.2 인간-로봇 상호작용(HRI)과 사회적 로봇 연구의 본격화
2005년은 인간-로봇 상호작용(Human-Robot Interaction, HRI)이 로봇 공학의 중요한 하위 분야로 자리매김한 시기였다.36 이 시기 연구들은 로봇을 단순히 작업을 수행하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공존하고 협력하는 파트너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사회적 로봇(social robot)’이라는 개념이 구체화되고, 그 행동 양식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었다.
연구자들은 로봇의 사회적 능력을 여러 차원으로 정의하고 분류하기 시작했다.37
- Socially Evocative (사회적 감정 유발): 로봇 자체는 사회적 지능이 없지만, 그 형태나 움직임이 인간으로 하여금 의인화(anthropomorphism)를 통해 사회적 감정을 느끼게 하는 유형.
- Socially Situated (사회적 상황 인지): 로봇이 사회적 환경 내에 존재하며, 다른 에이전트(사람 등)를 객체와 구별하고 그에 맞춰 반응할 수 있는 유형.
- Sociable (사교적): 로봇이 내부적인 사회적 동기(예: 소속감, 인정 욕구)를 가지고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주도적으로 추구하는 유형.
- Socially Intelligent (사회적 지능): 인간의 사회적 인지 모델을 명시적으로 내장하여, 인간과 유사한 방식으로 사회적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수행하는 유형.
이러한 개념적 틀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HRI 연구들이 진행되었다. 인간-로봇 근접학(proxemics), 즉 로봇이 인간의 개인 공간을 어떻게 존중하며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인간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로봇의 이동 경로 계획 문제로 이어졌다.39 또한, 인간에게 편안함과 수용성을 주는 로봇 행동 규범, 이른바 ’로보티켓(robotiquette)’을 개발하려는 연구도 수행되었다.37 더 나아가, 자폐 아동을 위한 치료 및 교육용 도구로서 로봇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연구들은 HRI가 사회적 약자를 돕는 기술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37
이러한 연구들은 로봇 설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했다. 과거에는 인간을 로봇의 작업 공간에서 피해야 할 ’장애물’로 간주했다면, 2005년의 HRI 연구들은 인간을 이해하고, 예측하고, 정중하게 상호작용해야 할 ‘사용자’ 또는 ’파트너’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는 미래의 서비스 로봇, 협동 로봇, 동반자 로봇 개발에 필수적인 기초를 닦는 과정이었다.
4.3 이족 보행 로봇의 동역학적 제어와 생체모방
인간과 같은 자유로운 이동성을 구현하기 위한 이족 보행 로봇 연구 역시 2005년에 중요한 진전을 이루었다. ICRA 2005에서는 이족 보행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제어 전략들이 발표되었다.
주목할 만한 연구 방향 중 하나는 생체모방(bio-mimicry) 접근법이었다. “Dynamic Control of a Bipedal Walking Robot actuated with Pneumatic Artificial Muscles”(Vanderborght et al.) 연구는 인간의 근육과 유사한 특성을 가진 공압 인공 근육(pneumatic artificial muscles)을 구동기로 사용하여, 충격 흡수와 유연한 움직임에 유리한 로봇을 개발했다.31 또한 “Further Steps Toward More Human-like Passive Bipedal Walking Robots”(Olensek & Matjacic) 연구는 모터의 힘에만 의존하지 않고, 로봇 다리의 기계적 구조와 중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수동적 동역학 보행(passive dynamic walking)에 대한 탐구를 심화했다.31
이러한 연구들은 기존의 주류였던 ZMP(Zero Moment Point) 제어 방식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였다. ZMP 제어는 로봇이 넘어지지 않도록 발바닥에 가해지는 압력의 중심점을 안정된 영역 내에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안정성은 높지만, 에너지 소비가 크고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운 단점이 있었다. 반면, 2005년에 발표된 연구들은 로봇의 자연스러운 동역학을 활용하고, 더 유연한 구동기를 사용하는 등, 인간과 동물의 보행 원리에서 영감을 얻어 더 효율적이고 자연스러운 운동 지능을 구현하고자 했다. 이는 로봇이 통제된 실험실 환경을 넘어, 예측 불가능한 실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보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연구 방향이었다.
5. 결론: 2005년의 성과와 미래를 향한 제언
2005년은 인공지능과 로봇 공학이 이론적 탐구를 넘어 현실 세계의 복잡성을 해결하는 실용적 학문으로 도약한 분수령이었다. 본 보고서에서 분석한 바와 같이, 이 해에는 학술, 산업, 그리고 응용 분야 전반에 걸쳐 미래 기술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성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났다.
핵심 발견의 종합
2005년의 가장 큰 특징은 이론, 응용, 산업 수요의 강력한 융합이었다. NIPS와 ICML 같은 기계학습 학회에서 심화된 확률 모델과 최적화 이론은 자율 시스템의 ’두뇌’를 제공했다. ICRA와 IROS 등 로봇 공학 학회에서 발전한 SLAM, HRI, 운동 지능 연구는 시스템의 ’몸’과 ’감각’을 구현하는 기반이 되었다. 북미 로봇 산업의 기록적인 성장은 이러한 기술을 현실에 적용하려는 강력한 경제적 동기를 부여했다. 그리고 이 모든 요소가 결집하여 그 잠재력을 폭발시킨 무대가 바로 DARPA 그랜드 챌린지였다. 이 대회는 학계의 이론이 실제 세계에서 작동함을 증명하는 결정적인 ’실증 사례(proof-of-concept)’가 되었고, 이는 다시 학계와 산업계에 새로운 영감과 도전 과제를 던져주었다.
미래의 씨앗들
2005년에 나타난 주요 흐름들은 이후 10년간 AI와 로봇 공학을 지배하게 될 거대한 트렌드를 직접적으로 예고했다.
- 스탠리의 성공과 자율주행 시대: DARPA 그랜드 챌린지의 성공은 구글의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촉발시켰고, 이는 오늘날 웨이모, 테슬라, 크루즈 등이 경쟁하는 수백조 원 규모의 상업적 자율주행차 산업으로 직접 이어졌다. 2005년은 이 거대한 변화의 명백한 시작점이었다.
- 학술 연구와 딥러닝 혁명의 전조: NIPS와 ICML에서 논의된 대규모 최적화, 확률 모델, 그리고 초기 신경망 연구는 2012년을 기점으로 폭발한 딥러닝 혁명의 이론적 토양을 마련했다. 특히 비모수 베이즈 모델과 같은 정교한 확률 모델링 연구는 딥러닝 시대에 확률론적 접근법을 결합하려는 최근 연구 흐름의 뿌리가 되었다.
- 산업 다각화와 Industry 4.0: 자동차 산업을 넘어 생명 과학, 전자, 소비재 등 다양한 분야로 로봇이 확산된 현상은 생산 공정의 유연성과 지능화를 강조하는 ‘Industry 4.0’ 패러다임의 초기 단계였다.
- 기계 윤리의 부상: AAAI에서 시작된 기계 윤리에 대한 공학적 논의는 이제 AI 기술 개발의 핵심 고려사항이자, 사회 전체가 직면한 중대한 과제가 되었다. 자율 시스템의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과 투명성, 공정성에 대한 요구는 2005년의 선구적인 논의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결론적으로, 2005년은 AI와 로봇 공학이 가능성의 시대를 지나 실현의 시대로 진입했음을 알린 해였다. 이 시기에 이루어진 이론의 심화, 응용의 성공, 그리고 산업의 팽창은 서로를 추동하며 기술 발전의 속도를 기하급수적으로 높였다. 2005년에 뿌려진 씨앗들은 이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능형 자율 시스템의 시대를 열었으며, 그 영향력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확장될 것이다.
6.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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