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AI 및 로봇
1. 서론: 계산 시대의 여명과 ’생각하는 기계’의 꿈
1950년대는 제2차 세계대전의 기술적 유산 위에서 전자 컴퓨터가 막 태동하던 시기였다.1 이 시기의 컴퓨터는 주로 군사적 목적의 탄도 궤도 계산이나 과학적 연산을 수행하는 거대한 계산기에 가까웠으며,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같은 첨단 기관조차 복잡한 계산을 위해 여성으로 구성된 인간 ‘컴퓨터’ 팀에 의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3 이러한 배경 속에서 ’생각하는 기계’라는 개념은 단순한 고속 계산을 넘어 인간의 지적 활동을 기계가 수행할 수 있다는 혁명적 아이디어였다. 기술적 도구로서 컴퓨터의 물리적 등장은 곧바로 그 존재의 철학적 가능성, 즉 지능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촉발시켰다.
이 시기 ’생각하는 기계’에 대한 지적 탐구는 이미 여러 갈래로 진행되고 있었다. 노버트 위너가 주창한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는 생명체와 기계의 제어와 통신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였고, ’오토마타 이론(Automata Theory)’은 추상적인 계산 기계의 능력을 탐구했다.4 특히, 클로드 섀넌이 정립한 ’정보 이론(Information Theory)’은 정보를 정량화하고 측정 가능한 대상으로 만듦으로써, 불확실성을 줄이는 과정으로서의 통신과 계산을 이해하는 수학적 토대를 제공했다.5 이는 훗날 인공지능이 정보를 처리하고 학습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이론적 기반이 되었다.
한편, 대중문화는 인공지능과 로봇에 대한 사회적 상상력을 자극했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 나는 로봇(I, Robot)(1950)은 ’로봇 3원칙’을 제시하며 인간과 로봇의 윤리적 관계를 탐구했고 7, 영화들은 기계 인간에 대한 기대와 공포를 동시에 그려냈다.9 사회학자 C. 라이트 밀스는 1950년대 대중 사회의 수동성을 비판하며 인간이 ’쾌활한 로봇(cheerful robots)’이 되어간다고 경고하기도 했다.9 이러한 문화적 분위기 속에서 1954년 출시된 장난감 ’로버트 더 로봇(Robert the Robot)’은 자동화된 미래에 대한 대중의 기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10 이처럼 1950년대는 기술적 가능성과 철학적 사유, 그리고 사회문화적 상상력이 서로를 자극하며 폭발적으로 융합되던 시기였다.
본 보고서는 1950년대라는 결정적 시기에 인공지능과 로보틱스 분야를 정의한 핵심적인 철학적 질문, 학문적 정초, 그리고 기술적 돌파구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특히, 전쟁의 유산이었던 기술이 어떻게 평화 시기의 산업 자동화로 전환되었는지, 그리고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된 아이디어가 어떻게 상징주의와 연결주의라는 두 개의 거대한 패러다임으로 분화되었는지를 추적하며, 이 시기의 유산이 현대 기술의 근간을 어떻게 이루게 되었는지 밝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2. 철학적 기원 - 앨런 튜링과 기계 지능의 질문
2.1 “계산 기계와 지능” (1950)
인공지능의 역사는 1950년,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이 철학 학술지 *마인드(Mind)*에 발표한 기념비적인 논문 “계산 기계와 지능(Computing Machinery and Intelligence)“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4 튜링은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는가?(Can machines think?)“라는 도발적인 질문으로 논문을 시작한다.12 그러나 그는 곧바로 ’생각’과 ’기계’라는 단어의 정의가 너무나 모호하여, 이 질문 자체가 의미 있는 토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14 만약 단어의 일상적 용법에 따라 의미를 찾는다면, 이는 여론조사로 답을 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14
튜링의 가장 큰 기여는 ’생각이 무엇인가’라는 풀기 어려운 형이상학적 문제를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을 어떻게 식별할 것인가’라는 공학적이고 실험 가능한 문제로 전환시킨 데 있다. 그는 이 새로운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모방 게임(The Imitation Game)’이라는 실험을 제안했다.12
2.2 모방 게임 (The Imitation Game)
모방 게임은 세 명의 참가자, 즉 남자(A), 여자(B), 그리고 성별에 관계없는 심문자(C)가 참여하는 빅토리아 시대의 파티 게임을 각색한 것이다.4 심문자 C는 다른 두 사람과 분리된 방에 있으며, 텔레프린터를 통해서만 A와 B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다.13 심문자의 목표는 오직 텍스트로 된 답변만을 보고 누가 남자이고 누가 여자인지를 알아맞히는 것이다. 이때 남자 A의 목표는 심문자를 속이는 것이고, 여자 B의 목표는 심문자를 돕는 것이다.13
튜링은 이 게임의 규칙을 바탕으로 자신의 핵심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만약 이 게임에서 A의 역할을 기계가 대신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13 만약 심문자가 기계와 대화할 때의 오판 확률이 인간 남성과 대화할 때의 오판 확률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면, 우리는 그 기계가 ’생각한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4 이것이 바로 ’튜링 테스트’로 알려진 개념의 본질이다.
이 테스트의 철학적 함의는 심대하다. 이는 기계의 지능을 평가하는 기준을 그것의 물리적 외형이나 내부 작동 원리(예: 진공관인지 뇌세포인지)가 아닌, 오직 외부로 드러나는 지적 행동의 결과물에 두었기 때문이다.15 튜링은 기계를 인공적인 살가죽으로 덮어 인간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보았다.14 모방 게임은 이러한 물리적 제약을 무관하게 만듦으로써, 순수한 지적 능력만을 평가의 장으로 끌어들였다. 이는 지능에 대한 기능주의적, 행동주의적 접근을 제시하며, ’의식’이나 ’감정’과 같이 주관적이고 측정 불가능한 요소를 논의에서 효과적으로 배제하는 실용적인 틀을 제공했다.
2.3 가지 주요 반론과 튜링의 재반론
튜링의 천재성은 기계 지능의 가능성을 주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주장에 대해 제기될 수 있는 거의 모든 비판을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논파했다는 점에서 더욱 빛난다. 그는 논문에서 9가지 예상 반론을 제시하고 조목조목 반박함으로써 이후 수십 년간 이어질 인공지능 철학 논쟁의 의제를 스스로 설정했다.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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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적 반론: 생각은 인간의 불멸하는 영혼의 기능이므로, 신이 영혼을 부여하지 않은 기계는 생각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튜링은 이를 우리가 아이를 낳는 행위가 신의 창조 능력을 불경하게 찬탈하는 것이 아니듯, 기계를 만드는 것 역시 신의 의지를 위한 도구일 수 있다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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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속의 머리’ 반론: 기계가 생각하는 결과가 너무나 끔찍할 것이므로, 우리는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믿고 싶다는 감정적 회피다. 튜링은 이것이 위안은 될지언정 논증은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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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적 반론: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와 같은 수학적 정리를 근거로, 형식 논리 체계에 기반한 컴퓨터는 스스로 증명할 수 없는 참인 명제가 존재하므로 그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튜링은 인간 역시 수많은 오류를 저지른다는 점을 지적하며, 기계의 한계만을 부각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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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으로부터의 논증: 1949년 제프리 제퍼슨 경이 제기한 주장으로, 기계가 스스로 생각과 감정을 느껴 소네트를 쓰거나 협주곡을 작곡하기 전까지는 뇌와 동등하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튜링은 이 반론에 답하기 위해 우리가 타인의 의식을 어떻게 확신하는지 되물었다. 우리는 타인의 행동을 보고 그의 의식을 추론할 뿐이며, 기계에게만 더 엄격한 기준을 요구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이는 훗날 ’타인의 마음 문제(other minds problem)’로 알려진 철학적 논증의 핵심을 짚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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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무능력으로부터의 논증: “기계는 결코 X를 할 수 없을 것이다“라는 형태의 주장들이다. (예: 친절하기, 유머 감각 갖기, 사랑에 빠지기, 경험으로부터 배우기 등). 튜링은 이러한 주장들이 대부분 아무런 근거 없이 제시되며, 미래 기계의 잠재력에 대한 순진한 가정에 기반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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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이스 부인의 반론: 19세기 수학자 에이다 러브레이스의 주장으로, 해석기관(Analytical Engine)은 독창성이 없으며 우리가 명령하는 것만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기계는 우리를 ‘놀라게’ 할 수 없다는 의미다. 튜링은 충분히 복잡한 기계의 작동 결과는 프로그래머조차 예측하기 어려우며, 특히 학습하는 기계는 우리를 충분히 놀라게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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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계의 연속성 논증: 인간의 신경계는 연속적인 상태 변화를 보이는 아날로그 시스템인 반면, 디지털 컴퓨터는 불연속적인 상태를 갖는 이산 상태 기계이므로 뇌를 모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튜링은 미분 해석기와 같은 아날로그 컴퓨터도 모방 게임을 수행할 수 있으며, 이산 상태 기계가 연속 시스템을 충분히 근사할 수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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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의 비형식성 논증: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는 명확한 규칙의 집합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규칙 기반으로 작동하는 기계는 인간의 행동을 완전히 모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튜링은 우리가 아직 규칙을 발견하지 못했을 뿐, ’행동 규칙’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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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감각적 지각(ESP) 논증: 만약 인간에게 텔레파시와 같은 초능력이 존재한다면, 튜링 테스트 환경에서 심문자에게 영향을 미쳐 기계가 불리해질 수 있다는 다소 기이한 주장이다. 튜링은 이를 진지하게 고려하며, 만약 ESP가 존재한다면 실험을 위해 ’텔레파시 차단 방’을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재치있게 응수했다.
튜링이 제시한 이 논쟁의 틀은 놀라울 정도로 선구적이어서, 1980년대 존 설의 ‘중국어 방’ 논증은 사실상 ’의식으로부터의 논증’의 정교한 변형이며, 로저 펜로즈의 주장은 ’수학적 반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17 튜링은 기계 지능의 가능성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그 가능성을 둘러싼 지적 전쟁터의 지도를 미리 그려놓은 사상가였다.
3. 인공지능 분야의 탄생 - 1956년 다트머스 워크숍
튜링이 철학적 화두를 던졌다면, 인공지능을 하나의 독립된 학문 분야로 탄생시킨 결정적 사건은 1956년 여름 미국 다트머스 대학에서 열린 워크숍이었다.4
3.1 용어의 탄생과 전략적 브랜딩
워크숍을 주도한 젊은 수학자 존 매카시는 1955년 워크숍 개최를 위한 제안서에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공식 제안했다.18 이 용어의 선택은 단순한 작명이 아니라, 새로운 학문 분야의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전략적 행위였다. 당시 ‘생각하는 기계’ 연구는 노버트 위너가 주도하는 ’사이버네틱스’의 영향력 아래 있었는데, 이는 주로 아날로그 피드백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매카시는 디지털 컴퓨터를 이용한 기호 처리와 논리적 추론에 미래가 있다고 보았고, 기존의 흐름과 거리를 둔 중립적이고 포괄적인 새로운 이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21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는 그렇게 새로운 지적 영토를 선언하는 깃발이 되었다.
3.2 핵심 제안서 (1955년 8월 31일)
매카시는 마빈 민스키(하버드대), 너새니얼 로체스터(IBM), 그리고 정보 이론의 창시자 클로드 섀넌(벨 연구소)과 함께 록펠러 재단에 연구 지원을 요청하는 제안서를 제출했다.18 이 제안서는 인공지능의 역사에서 일종의 ’독립선언문’과 같은 위상을 갖는다.
제안서의 핵심은 대담한 ’가정(conjecture)’에 있었다. “학습의 모든 측면이나 지능의 다른 어떤 특징이라도 원칙적으로는 기계가 그것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도록 매우 정확하게 기술될 수 있다”.3 이는 증명된 사실이 아닌, 앞으로의 연구를 이끌어갈 근본적인 신념의 선언이었다. 이 가정을 바탕으로, 제안서는 2개월간 10명의 연구자가 모여 “기계가 언어를 사용하고, 추상화와 개념을 형성하며, 현재 인간에게만 유보된 종류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스스로를 향상시키는 방법“을 찾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제시했다.4
3.3 주요 연구 주제
제안서는 신생 학문인 인공지능이 탐구해야 할 7가지 핵심 연구 영역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이는 AI 분야의 초기 청사진을 보여준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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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컴퓨터 (Automatic Computers): 당시 컴퓨터의 속도나 메모리 용량의 한계보다, 그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할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인간의 능력이 더 큰 장애물임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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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프로그래밍 (How Can a Computer be Programmed to Use a Language): 인간의 사고가 상당 부분 단어와 규칙의 조작으로 이루어진다는 추측을 바탕으로, 기계의 언어 사용 능력을 탐구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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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런 망 (Neuron Nets): 뇌의 신경세포(뉴런)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개념을 형성하는지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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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 크기 이론 (Theory of the Size of a Calculation): 무작위 탐색과 같은 비효율적인 방법을 제외하고, 문제 해결의 효율성을 측정할 수 있는 이론적 척도를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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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개선 (Self-Improvement): 진정으로 지능적인 기계라면 스스로 학습하고 발전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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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화 (Abstractions): 기계가 감각 데이터와 같은 구체적인 정보로부터 어떻게 일반적인 개념, 즉 추상화를 형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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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위성과 창의성 (Randomness and Creativity): 창의적 사고와 단순한 문제 해결의 차이가 ‘통제된 무작위성’, 즉 직관이나 예감의 도입에 있을 수 있다는 가설을 탐구하고자 했다.
3.4 워크숍의 유산
1956년 여름에 열린 워크숍은 느슨한 브레인스토밍 세션에 가까웠고, 구체적인 연구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21 하지만 이 워크숍의 진정한 유산은 다른 곳에 있었다. 이 자리에 모였던 소수의 참석자들은 이후 각자의 대학과 연구소로 돌아가 인공지능 연구 그룹을 이끄는 리더가 되었고, 이들을 통해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11 이런 의미에서 다트머스 워크숍은 AI 분야의 ’헌법 제정 회의’로 비유되기도 한다.21
제안서에 담긴 대담한 낙관주의와 야망은 이 신생 분야에 대한 연구 자금과 인재를 끌어모으는 강력한 원동력이 되었다.4 하지만 당시 초기 컴퓨터의 제한된 성능을 고려할 때 23, 지능의 모든 측면을 단기간에 정복할 수 있다는 믿음은 다소 성급한 것이었다. 이 과도한 기대는 1970년대에 연구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연구비가 끊기는 ’AI 겨울(AI winter)’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11 이처럼 다트머스 워크숍의 유산은 AI 분야의 빛나는 출발점이자, 동시에 미래의 시련을 잉태한 양면적인 것이었다.
4. 상징주의 AI의 서곡 - 논리 이론가와 범용 문제 해결사
다트머스 워크숍이 인공지능의 ’비전’을 선포했다면, 그 비전을 현실 세계에서 작동하는 코드로 구현한 최초의 기념비적 성공 사례는 앨런 뉴웰, 허버트 사이먼, 그리고 프로그래머 클리프 쇼가 개발한 ’논리 이론가(Logic Theorist)’였다.
4.1 논리 이론가 (Logic Theorist, 1956)
논리 이론가는 다트머스 워크숍이 열렸던 바로 그 해인 1956년에 발표되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25 이 프로그램은 다트머스 제안서가 제시한 “현재 인간에게만 유보된 종류의 문제 해결“이라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실현한 첫 번째 결과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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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와 성과: 논리 이론가의 목표는 인간의 복잡한 문제 해결 과정, 특히 형식 논리에서의 추론 과정을 컴퓨터로 모방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20세기 초 논리학의 기념비적 저작인 버트런드 러셀과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의 *수학 원리(Principia Mathematica)*에 나오는 정리들을 증명하는 과제에 도전했다.25 프로그램은 놀라운 성공을 거두어, 책의 2장에 나오는 첫 52개의 정리 중 38개를 증명해냈다.25 더욱 놀라운 것은, 정리 2.85의 경우 러셀과 화이트헤드가 제시한 증명보다 더 간결하고 우아한 새로운 증명을 발견했다는 사실이다.25 사이먼이 이 새로운 증명을 러셀에게 보여주자 그는 큰 기쁨을 표했다고 전해진다.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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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기술 - 휴리스틱 탐색: 논리 이론가의 성공 비결은 ’휴리스틱 탐색(heuristic search)’이라는 혁신적인 기법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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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론을 탐색으로 간주: 연구팀은 정리 증명 과정을 하나의 거대한 ’탐색 트리(search tree)’로 모델링했다. 주어진 공리가 트리의 뿌리(root)가 되고, 논리 규칙을 적용하여 파생되는 모든 명제들이 가지(branch)를 이룬다. 증명하고자 하는 목표 정리는 이 트리의 어딘가에 위치한 하나의 노드(node)다. 따라서 증명이란 뿌리에서 목표 노드까지 이르는 경로를 찾아내는 ‘탐색’ 문제와 같아진다.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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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적 폭발과 휴리스틱: 그러나 모든 가능한 논리적 연역을 따라가다 보면 탐색 트리의 크기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져(combinatorial explosion) 사실상 탐색이 불가능해진다. 여기서 뉴웰과 사이먼은 인간 문제 해결사의 방식을 모방했다. 인간 수학자는 모든 가능성을 기계적으로 시도하지 않는다. 대신 ’이 길은 가망이 없어 보인다’거나 ’이 방향이 더 유망해 보인다’와 같은 직관적인 ’경험 법칙(rules of thumb)’을 사용한다. 뉴웰과 사이먼은 이러한 경험 법칙을 ’휴리스틱’이라 명명하고, 이를 프로그램에 도입하여 가능성이 낮은 가지들을 과감하게 잘라내는(pruning) 전략을 사용했다.25 이는 인공지능 연구에서 휴리스틱의 중요성을 처음으로 입증한 결정적 사례였다.
- 역사적 의의: 논리 이론가는 기계가 단순히 빠른 계산을 넘어, 창의성, 직관, 추론과 같이 지금까지 인간 고유의 지적 영역으로 여겨졌던 과업을 수행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25 이는 심리학계에 큰 충격을 주었고, 인간의 마음을 정보 처리 시스템으로 이해하려는 ‘정보 처리 심리학’ 또는 ’인지과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의 탄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26 허버트 사이먼은 훗날 “우리는 비수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발명했고, 그럼으로써 물질로 구성된 시스템이 어떻게 마음의 속성을 가질 수 있는가라는 유서 깊은 심신 문제(mind-body problem)를 해결했다“고 선언했다.25 그들의 해답은 명쾌했다. ’생각’이란 본질적으로 ‘형식 규칙에 따른 기호 조작(symbol manipulation)을 통한 정보 처리’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 ’정보 처리 모델’은 이후 수십 년간 인지과학의 지배적인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
4.2 범용 문제 해결사 (General Problem Solver, GPS, 1957-1959)
논리 이론가의 성공에 고무된 뉴웰과 사이먼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논리 증명이라는 특정 영역을 넘어 다양한 종류의 형식화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반적인(general)’ 문제 해결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범용 문제 해결사(General Problem Solver, GPS)’이다.7
GPS의 핵심 기술은 ’수단-목표 분석(Means-Ends Analysis)’이었다.7 이 방법은 먼저 현재 상태(current state)와 목표 상태(goal state) 사이의 ’차이(difference)’를 파악한다. 그리고 그 차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조작자(operator)’ 또는 ’수단(means)’을 찾아 적용한다. 이 과정을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재귀적으로 반복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부산 가기’라는 문제에서 현재 상태는 ‘서울’, 목표 상태는 ’부산’이다. 가장 큰 차이는 ’거리’다. 이 거리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KTX 타기’다. ’KTX 타기’라는 새로운 하위 목표(sub-goal)가 설정되고, 이를 위해 ’서울역 가기’라는 또 다른 하위 목표가 생성되는 식이다. 이 수단-목표 분석은 인간의 목표 지향적 사고 과정을 매우 효과적으로 모델링했으며, 이후 수많은 AI 계획(planning) 시스템의 기초가 되었다.
5. 연결주의의 태동 - 프랭크 로젠블랫의 퍼셉트론
논리 이론가가 인간의 논리적 사고라는 ‘고수준(high-level)’ 인지 기능을 모방하려 했다면, 1950년대 후반에는 완전히 다른 철학에서 출발한 접근법이 등장했다. 이는 뇌의 물리적 구조, 즉 뉴런들의 연결망이라는 ’저수준(low-level)’에서 지능의 비밀을 찾으려는 시도였다. 이 흐름의 선구자는 코넬 항공 연구소의 심리학자 프랭크 로젠블랫과 그의 발명품 ’퍼셉트론(Perceptron)’이었다.
5.1 생물학적 영감과 연결주의
퍼셉트론의 등장은 상징주의 AI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패러다임, 즉 ’연결주의(connectionism)’의 시작을 알렸다. 상징주의가 지능을 논리와 기호 조작으로 본 반면, 연결주의는 지능이 수많은 간단한 처리 장치(뉴런)들의 상호 연결된 네트워크에서 창발하는 현상이라고 보았다.30 로젠블랫은 뇌가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방식, 특히 1949년 도널드 헤브가 제안한 “함께 발화하는 뉴런은 함께 연결된다(cells that fire together wire together)“는 학습 규칙(Hebbian learning)에서 직접적인 영감을 받았다.11 이는 경험을 통해 뉴런 간의 연결 강도(시냅스 가중치)가 변함으로써 학습이 이루어진다는 아이디어다.
5.2 퍼셉트론의 구조와 학습 규칙
로젠블랫은 1958년 발표한 논문 “퍼셉트론: 뇌의 정보 저장 및 조직에 대한 확률적 모델(The Perceptron: A Probabilistic Model for Information Storage and Organization in the Brain)“에서 자신의 모델을 수학적으로 기술했다.31 단층 퍼셉트론의 구조는 비교적 단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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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과 가중치 (Input and Weights): 여러 개의 입력(x_i)은 각각 고유한 ’가중치(w_i)’를 가진 연결을 통해 뉴런으로 들어온다. 이 가중치는 각 입력 신호의 중요도 또는 연결의 강도를 나타내며, 학습을 통해 조정되는 핵심 파라미터다.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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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중합 (Weighted Sum): 뉴런은 모든 입력 신호에 각각의 가중치를 곱한 값을 모두 더하고, 여기에 ’편향(b)’이라는 고정값을 더하여 순 입력(z)을 계산한다. 이는 다음과 같은 선형 결합으로 표현된다.36
z = (\sum_{i=1}^{n} w_i x_i) + b = \mathbf{w} \cdot \mathbf{x} + b -
활성화 함수 (Activation Function): 계산된 순 입력 값 z는 ’활성화 함수’를 통과하여 최종 출력(y')을 결정한다. 초기 퍼셉트론은 특정 임계값(\theta)을 기준으로, z가 임계값보다 크면 1(활성)을, 작으면 0 또는 -1(비활성)을 출력하는 ’계단 함수(step function)’를 사용했다.34
퍼셉트론의 진정한 혁신은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 즉 ’퍼셉트론 학습 규칙’에 있었다. 이는 정답(y)이 주어진 데이터를 이용하는 ‘지도 학습(supervised learning)’ 방식이다.35 학습 알고리즘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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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가중치를 0 또는 임의의 작은 값으로 초기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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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데이터를 하나씩 입력하여 출력값 y'를 계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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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된 출력값 y'이 실제 정답 y와 다를 경우 (즉, 예측이 틀렸을 경우), 다음과 같은 규칙에 따라 가중치를 업데이트한다.35
w_i(t+1) = w_i(t) + \alpha (y - y') x_i
여기서 t는 시간 단계, \alpha는 학습의 보폭을 조절하는 ’학습률(learning rate)’이다. 이 규칙은 직관적이다. 만약 정답이 1인데 0으로 예측했다면(y-y' > 0), 해당 입력에 대한 가중치를 높여 다음에는 1에 가까운 출력이 나오도록 조정한다. 반대의 경우엔 가중치를 낮춘다. 이 과정을 모든 훈련 데이터에 대해 반복하면, 퍼셉트론은 점차 올바른 분류 경계면을 찾아가게 된다.
5.3 성과와 시대를 앞서간 비전
1958년, 로젠블랫은 5톤 무게의 IBM 704 컴퓨터를 이용해 퍼셉트론을 시연했다. 이 기계는 50번의 시행착오 끝에, 펀치 카드에 표시된 기호가 왼쪽에 있는지 오른쪽에 있는지를 스스로 학습하여 구분해내는 데 성공했다.32 이는 기계 학습의 가능성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중요한 사건이었다. 로젠블랫은 “우리는 곧 인간의 훈련이나 통제 없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인지하고, 식별할 수 있는 기계의 탄생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선언하며 장밋빛 미래를 예견했다.32
그러나 단층 퍼셉트론은 ‘선형적으로 분리 가능한(linearly separable)’ 문제만 해결할 수 있다는 치명적인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이는 데이터들을 하나의 직선(또는 고차원 공간의 초평면)으로 완벽하게 나눌 수 있는 경우에만 작동한다는 의미다. AND나 OR 같은 논리 연산은 학습할 수 있었지만, XOR(배타적 논리합)와 같이 선형 분리가 불가능한 간단한 문제조차 해결할 수 없었다.34 이 한계는 1969년, 다트머스 워크숍의 주역이었던 마빈 민스키와 시모어 페퍼트가 저서 퍼셉트론에서 수학적으로 증명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이 책의 영향으로 연결주의 연구에 대한 자금 지원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이는 인공지능 분야의 첫 번째 암흑기, 즉 ’AI 겨울’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로젠블랫의 비전은 틀리지 않았지만, 시대를 너무 앞서갔다. 그가 꿈꿨던 ’객체를 보고 인식하는 기계’는 60년이 지난 후, 수많은 데이터와 강력한 컴퓨팅 파워, 그리고 다층 신경망을 효과적으로 훈련시키는 ’역전파 알고리즘’의 발전에 힘입어 ’딥러닝’이라는 이름으로 비로소 현실이 되었다.32 1950년대에 등장한 퍼셉트론은 AI 연구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분기를 알리는 신호탄이자, 미래에 대한 너무 이른 예고편이었다.
6. 로보틱스의 두 갈래 길 - 자율성과 자동화
1950년대 로보틱스는 인공지능의 이론적 발전과 궤를 같이하면서도, 독자적인 두 개의 뚜렷한 흐름을 형성하며 발전했다. 하나는 생명과 지능의 본질을 탐구하려는 과학적, 철학적 실험으로서의 로봇이었고, 다른 하나는 산업 현장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경제적, 공학적 해결책으로서의 로봇이었다. 이 두 흐름은 각각 ’자율성(autonomy)’과 ’자동화(automation)’라는 키워드로 대표된다.
6.1 사이버네틱스 로봇: 그레이 월터의 ‘거북’
영국의 신경생리학자 윌리엄 그레이 월터가 1948년에서 1949년 사이에 개발한 바퀴 달린 로봇 ’Elmer’와 ’Elsie’는 전자의 대표적인 사례다.11 ’거북(turtles)’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이 로봇들은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탐구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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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구조, 복잡한 행동: ’거북’의 구조는 놀라울 정도로 단순했다. 뇌의 역할을 하는 진공관 2개, 릴레이 2개, 구동 및 조향 모터 2개, 그리고 빛을 감지하는 광센서와 장애물을 감지하는 촉각 센서가 전부였다.40 이는 사실상 2개의 뉴런을 가진 극도로 단순한 신경계를 모델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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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발적 행동 원리: 이 로봇들은 디지털 컴퓨터처럼 명시적인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아날로그 회로를 통해 외부 환경의 자극(빛의 세기, 장애물과의 충돌)과 내부 상태(배터리 잔량)에 실시간으로 반응했다. 이 단순한 상호작용 규칙이 예측하기 어려운 복잡하고 ‘생명체와 유사한(lifelike)’ 행동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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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성(Phototaxis): 보통 세기의 빛을 향해 다가갔지만, 빛이 너무 강하면 회피했다. 배터리가 부족해지면 충전 스테이션에 있는 밝은 빛을 찾아가 스스로 충전했다.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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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물 회피: 껍데기에 달린 촉각 센서가 장애물에 닿으면, 로봇은 잠시 후진하며 방향을 틀어 장애물을 피해 갔다.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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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인식의 발현: 가장 유명한 행동은 거울 앞에서 나타났다. ’거북’은 탐색 모드일 때 자신의 머리에 달린 파일럿 램프를 켰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불빛을 발견하고 다가가면, 목표를 포착했으므로 램프가 꺼졌다. 불빛이 사라지자 다시 탐색 모드가 되어 램프를 켰고, 다시 그 불빛에 이끌렸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로봇은 거울 앞에서 “어색한 나르키소스처럼 깜빡이고, 지저귀고, 흔드는” 복잡한 춤을 추었다.40 이는 프로그래머가 의도하지 않은, 시스템과 환경의 상호작용에서 비롯된 ’창발적 행동(emergent behavior)’의 전형적인 예였다.
그레이 월터의 ’거북’은 지능이 반드시 복잡한 중앙 처리 장치에 깃드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규칙을 따르는 행위자(agent)가 자신의 신체(embodiment)를 통해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발현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는 수십 년 후 로드니 브룩스 등이 주창한 ’행동 기반 로보틱스(behavior-based robotics)’의 철학을 선구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6.2 산업 자동화의 서막: 조지 드볼의 ‘유니메이트’
그레이 월터가 생명의 신비를 탐구하고 있을 때, 미국의 발명가 조지 드볼은 “인간의 노동을 어떻게 대체할 것인가?“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의 발명품은 현대 산업 현장의 풍경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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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산업용 로봇 특허: 1954년, 드볼은 ’프로그램된 물품 이송(Programmed Article Transfer)’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최초의 산업용 로봇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미국 특허 2,988,237, 1961년 등록).43 이 로봇이 바로 ’유니메이트(Unimate)’의 원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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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기술 - 프로그래밍 가능한 자동화: 유니메이트는 ’거북’과 철학적으로 정반대의 지점에 있었다. 유니메이트의 핵심은 환경에 대한 자율적 반응이 아니라, 내부에 저장된 프로그램에 따른 정밀한 반복 작업 능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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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제어와 메모리: 작업 순서는 자기 드럼 메모리(magnetic drum memory)와 같은 매체에 단계별 디지털 명령어로 저장되었다.45 이는 로봇의 동작이 외부 자극이 아닌 내부 프로그램에 의해 결정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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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시-재생 (Teach-and-Repeat): 유니메이트의 가장 혁신적인 기능은 프로그래밍 방식에 있었다. 작업자는 로봇 팔을 수동으로 잡고 원하는 작업을 한 번 수행했다. 로봇은 이때 팔의 각 관절 각도 변화를 시점별로 메모리에 기록했다. ‘재생’ 모드에서 로봇은 기록된 데이터를 그대로 따라 움직이며 작업을 무한정 반복할 수 있었다. 이는 일종의 ’모방 학습’이자, 오늘날 산업용 로봇 프로그래밍의 표준 방식이 되었다.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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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메이션(Unimation) 설립과 산업 현장 도입: 1956년, 드볼은 칵테일 파티에서 만난 사업가 조셉 엥겔버거와 의기투합하여 세계 최초의 로봇 제조 회사인 ’유니메이션(Unimation)’을 설립했다.43 엥겔버거는 이 기술의 상업적 잠재력을 꿰뚫어 보고 ’로봇의 아버지’라 불리게 된다. 마침내 1961년, 최초의 유니메이트 로봇이 제너럴 모터스(GM)의 뉴저지 공장에 설치되었다. 로봇의 임무는 갓 주조되어 나온 뜨거운 다이캐스팅 부품을 집어 옮기고 쌓는, 인간에게는 극도로 위험하고 단조로운 작업이었다.43
’거북’의 지능이 로봇과 환경 시스템 전체에 분산된 외부 지향적인 것이었다면, ’유니메이트’의 지능은 메모리 안에 중앙 집중화된 내부 지향적인 것이었다. 1950년대에 명확히 갈라진 이 두 로보틱스의 길은, 하나는 자율성과 창발성을, 다른 하나는 자동화와 정밀성을 추구하며 현대 로보틱스의 다양한 분야(탐사 로봇, 서비스 로봇, 제조 로봇 등)의 기원이 되었다.
7. 1950년대 AI 및 로보틱스 주요 연구 발표 연표
본 보고서는 1950년대의 주요 발전 사항을 주제별로 심층 분석했다. 그러나 이 시기는 철학,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로보틱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이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하던 역동적인 시대였다. 각 사건의 시간적 선후 관계와 상호 연관성을 한눈에 파악하기 위해, 아래 연표는 1950년대 전체의 조감도를 제공한다. 특히, 1950년 튜링의 철학적 제안에서 시작하여 1956년 다트머스 워크숍을 기점으로 상징주의(논리 이론가)와 연결주의(퍼셉트론)라는 구체적인 결과물이 거의 동시에 나타나는 과정은 이 시대의 역동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 연도 (Year) | 주요 발표 / 사건 (Major Announcement / Event) | 관련 인물 (Key Figures) | 핵심 내용 및 의의 (Key Details & Significance) |
|---|---|---|---|
| 1950 | 논문 “계산 기계와 지능” 발표 | 앨런 튜링 |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하고, 지능을 평가하기 위한 행동주의적 기준 ’튜링 테스트’를 제안함. AI 분야의 철학적 초석을 놓음.4 |
| 1950 | 로봇 쥐 ‘테세우스’ 개발 | 클로드 섀넌 | 전기기계 릴레이를 사용하여 미로를 탐색하고 학습하여 길을 기억하는 로봇. 기계 학습의 초기 사례.49 |
| 1951 | 최초의 신경망 기계 ‘SNARC’ 제작 | 마빈 민스키, 딘 에드먼즈 | 40개의 인공 뉴런으로 구성된 네트워크로, 미로를 통과하는 가상 쥐를 시뮬레이션. 연결주의의 하드웨어적 구현 시도.11 |
| 1951 | 체커 프로그램 개발 | 크리스토퍼 스트레이치 | 페란티 마크 1 컴퓨터에서 실행된 최초의 성공적인 게임 AI 프로그램 중 하나.11 |
| 1952 | 학습 기능이 포함된 체커 프로그램 개발 | 아서 사무엘 | 경험을 통해 학습하고 실력을 향상시키는 기능을 포함. 단순 암기(rote learning)와 일반화를 모두 사용하여 기계 학습의 발전에 기여.50 |
| 1954 | ‘프로그램된 물품 이송’ 특허 출원 | 조지 드볼 | 세계 최초의 산업용 로봇 ’유니메이트’의 기반이 된 디지털 제어 방식의 로봇 팔 특허. 산업 자동화 시대의 개막.43 |
| 1956 | 다트머스 워크숍 개최 | 존 매카시, 마빈 민스키, 클로드 섀넌, 너새니얼 로체스터 | ’인공지능’이라는 용어가 공식적으로 명명되고, AI가 독립적인 연구 분야로 출범하는 계기가 됨.4 |
| 1956 | ‘논리 이론가’ 프로그램 개발 | 앨런 뉴웰, 허버트 사이먼, 클리프 쇼 | 최초로 인간의 추론 과정을 모방하여 수학 정리를 증명한 프로그램. 휴리스틱 탐색을 도입하여 상징주의 AI의 가능성을 입증.18 |
| 1957 | ‘범용 문제 해결사(GPS)’ 개발 착수 | 앨런 뉴웰, 허버트 사이먼 | 특정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일반적인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함. ’수단-목표 분석’이라는 중요한 기법을 도입.7 |
| 1958 | 프로그래밍 언어 ‘LISP’ 개발 | 존 매카시 | 기호 처리에 특화된 언어로, 이후 수십 년간 AI 연구의 표준 프로그래밍 언어로 자리 잡음.7 |
| 1958 | ‘퍼셉트론’ 모델 발표 | 프랭크 로젠블랫 | 뇌의 작동 방식에 영감을 받은 초기 인공 신경망 모델로, 학습 규칙을 통해 패턴을 인식함. 연결주의 패러다임의 시작.18 |
| 1959 | MIT 인공지능 연구소 설립 | 마빈 민스키, 존 매카시 | 세계 최초의 AI 전문 연구 기관 중 하나로, 이후 AI 연구의 중심지 역할을 함.7 |
8. 결론: 1950년대의 유산과 미래를 향한 씨앗
1950년대는 인공지능과 로보틱스가 신화와 상상의 영역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이론, 실험, 그리고 독립된 학문 분야로 자리 잡은 결정적 시기였다. 앨런 튜링의 철학적 질문으로 시작된 ’생각하는 기계’에 대한 탐구는, 1956년 다트머스 워크숍을 통해 ’인공지능’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했다. 그리고 이내 논리 이론가와 퍼셉트론이라는, 지능에 접근하는 두 개의 강력하면서도 근본적으로 다른 패러다임을 탄생시켰다.
이 시기의 가장 중요한 유산은 바로 이 두 패러다임의 형성이다. 뉴웰과 사이먼의 상징주의 AI는 지능을 기호 조작을 통한 논리적 추론으로 보았고, 이는 이후 전문가 시스템과 지식 기반 AI의 근간이 되었다. 반면, 로젠블랫의 연결주의 AI는 지능을 단순한 처리 장치들의 연결망에서 비롯되는 학습과 패턴 인식 능력으로 보았고, 이는 수십 년의 침체기를 거쳐 현대 딥러닝 혁명의 직접적인 조상이 되었다. 이 두 패러다임의 경쟁과 상호작용은 이후 인공지능의 역사를 이끌어가는 핵심적인 서사가 되었다.
로보틱스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두 개의 뚜렷한 경로가 확립되었다. 그레이 월터의 ’거북’은 자율적 행동과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사이버네틱스 로봇의 길을 열었고, 이는 현대의 탐사 로봇이나 서비스 로봇의 철학적 기원이 되었다. 조지 드볼의 ’유니메이트’는 정밀한 반복 작업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하는 산업용 로봇의 시대를 열었고, 이는 오늘날 전 세계 공장의 모습을 바꾸어 놓았다.
결론적으로, 1950년대는 단순히 인공지능의 ’시작’이 아니었다. 이 시기는 인공지능이라는 종(species)의 모든 유전 정보가 담긴 ‘배아(embryo)’ 단계와 같았다. 딥러닝(퍼셉트론의 후예), 기호적 추론(논리 이론가의 후예), 자연어 처리(다트머스 제안서의 목표), 로봇 공학(유니메이트와 거북의 후예) 등 오늘날 인공지능의 모든 주요 분야는 1950년대에 그 원형(archetype)을 찾을 수 있다. 이 시기에 뿌려진 아이디어의 씨앗들은 비록 당시의 기술적 한계에 부딪혀 곧바로 만개하지는 못했지만, 수십 년의 부침을 거쳐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기술 혁명을 이끄는 근본적인 원동력이 되었다. 1950년대는 AI의 ’캄브리아기 대폭발’이었으며, 이후 모든 발전의 청사진은 바로 이때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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