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쌍둥이 위기 - 재정 절벽과 산업 공동화의 구조적 분석과 미래 전망

미국의 쌍둥이 위기 - 재정 절벽과 산업 공동화의 구조적 분석과 미래 전망

1. 미국의 쌍둥이 위기 - 재정과 제조업의 현주소

2025년 현재, 미국 경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례없는 수준의 국가 부채와 수십 년간 지속된 산업 기반 약화라는 두 가지 구조적 위기에 동시에 직면해 있다. 이 두 위기는 독립적인 현상이 아니라 상호작용하며 미국의 장기적 경제 성장 잠재력과 글로벌 리더십을 위협하는 복합적인 문제다. 본 보고서는 이 두 위기의 현황을 진단하고, 그 근본 원인을 다층적으로 분석하며, 현재 진행 중인 정책적 대응의 유효성을 평가하고, 미래를 위한 전략적 제언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위기의 규모는 각종 지표를 통해 명확히 드러난다. 재정 측면에서, 2025년 9월 기준 미국의 총 국가 부채는 37.51조 달러를 돌파했으며 1,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23%에 달하는 수치다.1 2025 회계연도 재정 적자는 1.8조 달러로 예상되며 3, 부채에 대한 순이자 비용만으로 연간 1.124조 달러를 지출하여 국방 예산을 초과하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1 이는 국가 재정이 지속 불가능한 경로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동시에 제조업은 장기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이후 급격히 감소한 제조업 고용은 2025년 8월 기준 약 1,272만 명 수준에서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5, 산업 설비 가동률은 76.8%로 장기 평균을 하회하며 유휴 생산 능력이 존재함을 보여준다.7 특히 반도체와 같은 핵심 전략 산업의 생산 기반이 해외로 이전되면서 공급망 취약성이 드러났고, 이는 단순한 경제 문제를 넘어 국가 안보의 문제로까지 비화되었다.9

본 보고서는 미국의 재정 위기가 인구 고령화와 의료비 상승이라는 내생적 요인과 반복적인 감세 및 확장적 재정 지출이라는 정책적 요인이 결합된 필연적 결과임을 밝힌다. 동시에 제조업 위기는 기술 발전과 세계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단기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기업 전략과 미래를 위한 공공 투자의 상대적 위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임을 논증한다. 최종적으로, 심각한 재정적 제약 하에서 추진되고 있는 현재의 산업 정책(반도체 및 과학법,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갖는 잠재력과 내재적 한계를 심층 분석하고, 미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통합적 정책 프레임워크를 제시하고자 한다.

2. 심화되는 재정의 늪: 부채와 적자의 구조적 분석

2.1 부채의 산: 2025년 국가 부채 현황 정량 분석

2025년 미국 국가 부채의 규모는 역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2025년 9월 기준, 총 국가 부채는 37.43조 달러에서 37.51조 달러 사이를 기록하고 있다.1 이 수치는 2024 회계연도 GDP 28.83조 달러를 크게 상회하는 규모로, GDP 대비 부채 비율은 123%에 달한다.1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기록했던 역사적 최고치를 넘어선 것으로, 국가 경제 규모에 비해 과도한 빚을 지고 있음을 의미한다.2

미국 국가 부채는 크게 ’공공 부채(Debt Held by the Public)’와 ’정부 내 부채(Intragovernmental Holdings)’로 구성된다. 정부 내 부채는 사회보장 신탁기금 등 정부 기관이 보유한 채권으로 정부 내의 거래인 반면, 공공 부채는 국내외 개인, 기업, 외국 정부 등이 보유한 채권으로 실질적인 국가의 빚으로 간주된다. 문제의 핵심은 공공 부채의 폭발적인 증가세에 있다. 공공 부채는 2015년 13.12조 달러에서 2025년 29.97조 달러로 불과 10년 만에 128% 급증하며 전체 부채 증가를 주도했다.1 이러한 급증의 배경에는 2008년 금융위기 대응과 더불어,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가계와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단행된 전례 없는 규모의 재정 지출이 자리 잡고 있다.1

표 1: 미국 국가 부채 및 재정 적자 핵심 지표 (2024-2025년)

지표수치출처
총 국가 부채 (2025년 3분기 기준)약 37.5조1
공공 부채 (2025년 3분기 기준)약 30.0조1
정부 내 부채 (2025년 3분기 기준)약 7.3조1
GDP 대비 부채 비율 (2024 회계연도)123%1
2025 회계연도 예상 재정 적자1.8조4
2025 회계연도 예상 순이자 비용1.124조1
총 연방 지출 대비 이자 비용 비중17%1

2.2 적자의 구조: 지출과 수입의 만성적 불균형

재정 적자는 지출이 수입을 초과할 때 발생하며, 누적된 적자가 국가 부채를 형성한다. 2025년 미국의 재정 구조는 지출과 수입의 만성적 불균형이 고착화되었음을 보여준다. 2025 회계연도 첫 11개월(2024년 10월 ~ 2025년 8월) 동안 연방 정부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6%(3,910억 달러) 증가한 반면, 수입은 7%(2,990억 달러) 증가에 그쳐 지출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4

지출 증가는 일시적 요인이 아닌 구조적 요인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의무지출(Mandatory Spending) 항목이다. 사회보장(Social Security), 메디케어(Medicare), 메디케이드(Medicaid) 등 3대 복지 프로그램 지출이 2025 회계연도 지출 증가분의 44%를 차지했다.3 이는 인구 고령화로 인한 수혜자 증가와 1인당 의료비의 지속적인 상승이라는, 단기적인 정책으로 제어하기 어려운 거시적 흐름에 기인한다.12

여기에 더해, 최근 급격히 부상한 위험 요인은 이자 비용의 폭증이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인해 국가 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24년 평균 이자율은 3.32%였으며 1, 2025년 8월 기준 연간 순이자 비용은 1.124조 달러에 달해 전체 연방 지출의 17%를 차지하게 되었다.1 이는 사상 처음으로 국방 예산 지출을 상회하는 규모로, 국가 재정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나 공공 서비스가 아닌, 과거의 빚을 갚는 데 막대한 자원을 소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2

수입 측면에서는 개인 소득세 및 급여세 징수가 경제 활동 재개에 힘입어 일부 증가했으나 3, 2017년 감세 등의 여파로 법인세 수입은 감소하는 등 세입 기반이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3 결국 지출은 구조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수입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불일치가 심화되면서 적자는 만성화되고 있다.12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여, 의회예산국(CBO)은 2025 회계연도 전체 재정 적자를 1.8조 달러로 전망했다. 이는 연방 학자금 대출 프로그램의 회계 방식 변경으로 인한 약 1,300억 달러의 지출 감소 예상이 반영된 수치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막대한 규모다.4

2.3 위기의 동학: 장기 동인과 단기 충격

현재의 재정 위기는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장기적 구조 요인과 특정 시점에 발생한 단기적 충격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장기적 구조 동인(Long-term Structural Drivers)의 핵심에는 인구 구조와 의료 시스템이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사회보장 및 메디케어 수급자 수가 급증하고 있으며, 미국의 고비용 의료 시스템은 1인당 의료비를 지속적으로 상승시키고 있다. 이는 해당 프로그램들의 지출을 구조적으로 증가시키는 가장 근본적인 요인으로, 향후 수십 년간 재정 압박을 가중시킬 것이다.12 근본적으로 미국의 조세 시스템은 이러한 지출 증가를 감당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CBO는 현재의 지출 증가 추세가 계속될 경우, 2025년 GDP의 23.3% 수준인 연방 지출이 2055년에는 26.6%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지만, 세입은 그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한다.12 이러한 구조적 불일치가 재정 위기의 근원이다.

이러한 만성적인 문제 위에 단기적 정책 충격(Short-term Policy Shocks)이 더해지며 부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9/11 테러 이후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전쟁,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은 부채를 급증시킨 3대 외부 충격이었다.1 특히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연방 정부 지출은 약 50%나 폭증했다.1 또한, 대규모 감세 정책과 1.9조 달러 규모의 미국 구조 계획(American Rescue Plan)과 같은 경기 부양책은 세입을 감소시키거나 지출을 직접적으로 늘려 재정 적자를 극적으로 확대시켰다.1

과거 제2차 세계대전과 같은 일시적 위기로 인해 부채가 급증했을 때에는, 전쟁 종료 후 국방비 지출이 급감하는 ’평화 배당(peace dividend)’과 높은 경제 성장률을 통해 부채를 관리할 수 있었다.1 그러나 현재의 부채 증가는 전쟁과 같은 일시적 사건이 아닌, 고령화와 의료비라는 영구적이고 구조적인 요인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이는 과거의 해법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평화 배당’과 같은 재정적 여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지출 압력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거세질 것이기 때문에 현재의 부채 경로는 본질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른다.12

2.4 재정 위기의 파급 효과: 단순한 숫자를 넘어선 위협

막대한 국가 부채와 만성적인 재정 적자는 단순히 회계장부상의 숫자를 넘어 미국 경제와 국제 질서에 실질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첫째, 경제적 측면에서 ’구축 효과(Crowding Out)’가 발생한다. 정부가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대규모 국채를 발행하면, 한정된 자본 시장에서 민간 부문과 자금 조달 경쟁을 벌이게 된다. 이는 시중 금리를 상승시켜 기업의 설비 투자와 기술 혁신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투자가 감소하면 장기적으로 생산성 향상이 둔화되고, 이는 결국 노동자의 실질 임금 정체로 이어진다.12 또한, 과도한 재정 지출은 총수요를 과도하게 자극하여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인다. 실제로 2021년 미국 구조 계획(ARP) 법안 통과 이후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0년 만에 최고치로 급등한 것은 확장적 재정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2

이러한 상황은 위험한 재정-통화 정책의 악순환을 만들어낸다. 확장적 재정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금리 인상이라는 긴축적 통화 정책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2 그러나 높아진 금리는 이미 막대한 규모의 국가 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을 폭증시켜 재정 적자를 더욱 악화시킨다.1 악화된 재정은 다시 국채 발행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재정 정책이 통화 정책의 효과를 상쇄하고 발목을 잡는 현상은 ’재정 지배(Fiscal Dominance)’의 초기 단계로 볼 수 있으며, 중앙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 달성 능력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

둘째, 지정학적 및 금융적 위험이 증대된다. 국내외 투자자들이 미국 정부의 부채 상환 능력과 의지에 대한 신뢰를 상실할 경우, 미국 국채에 대한 투매가 일어나 금리가 급등하고 달러 가치가 폭락하는 ’재정 위기(Fiscal Crisis)’가 발생할 수 있다.2 더 나아가, 지속적인 재정 악화와 부채 한도 상향 조정을 둘러싼 반복적인 정치적 대립은 달러의 기축 통화 지위를 근본적으로 위협한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 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9년 70% 이상에서 2024년 58%까지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급격히 상승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19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듯, 국제 신용평가사 Fitch는 2023년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부채 증가와 정치적 불안정성을 핵심 이유로 지목했다.19

마지막으로, 이 문제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은 한 강대국의 부채 이자 비용이 국방비를 초과하기 시작하면 그 패권이 쇠퇴할 위험에 처한다는 ’퍼거슨의 법칙’을 제시한 바 있다.20 2025년 미국은 연간 이자 비용(1.124조 달러)이 국방 예산을 넘어서면서 바로 이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1 이는 국가의 재원이 미래를 위한 투자나 국방력 유지가 아닌, 과거의 빚을 청산하는 데 우선적으로 소모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재정 위기는 더 이상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국가적 역량과 국제적 지위를 잠식하는 실존적 위협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3. 흔들리는 산업 기반: 미국 제조업 쇠퇴의 다층적 원인과 결과

3.1 제조업 현황 진단: 2025년의 성적표

수십 년간의 쇠퇴를 겪은 미국 제조업은 2025년 현재, 일부 긍정적 신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구조적인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생산, 고용, 생산성 등 주요 지표들은 제조업 기반이 활력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생산 및 설비 가동률 측면에서, 2025년 8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1% 증가라는 미미한 성장을 보였고, 그중 제조업 생산 증가율은 0.2%에 그쳤다.7 더 중요한 지표인 제조업 설비 가동률은 76.8%를 기록했는데, 이는 장기 평균인 78.2%를 밑도는 수치다.7 이는 공장 설비와 자본이 100% 활용되지 못하고 유휴 상태에 있음을 의미하며, 산업 전반의 수요가 생산 능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고용 시장은 더욱 우려스러운 신호를 보내고 있다. 2025년 5월 1,275만 3천 명에 달했던 제조업 고용자 수는 3개월 연속 감소하여 8월에는 1,272만 2천 명으로 줄어들었다.5 같은 기간 제조업 실업률은 3.8% 수준을 기록했으며 5, 신규 일자리 공고(Job openings)와 실제 채용(Hires) 건수 역시 정체 상태를 보여 노동 시장의 활력이 저하되었음을 나타낸다.5

생산성과 비용 측면에서는 상반된 모습이 나타난다. 2025년 2분기 제조업 노동생산성은 2.5% 증가하며 효율성 개선의 가능성을 보였지만, 동시에 단위 노동 비용(Unit labor costs) 역시 2.0% 증가했다.22 이는 임금 상승 압력이 생산성 향상으로 얻은 이익의 상당 부분을 상쇄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기업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국제 경쟁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표 2: 미국 제조업 주요 고용 및 생산 지표 (2025년)

지표2025년 현황장기 추세 및 함의출처
산업생산지수: 제조업 (2017=100)100.3 (8월)2017년 수준에서 정체, 성장 동력 미약7
설비 가동률: 제조업76.8% (8월)장기 평균(78.2%) 하회, 수요 부족 시사7
총 제조업 고용자 수 (계절 조정)1,272.2만 명 (8월)3개월 연속 감소, 고용 회복세 둔화5
제조업 실업률3.8% (8월)전체 실업률과 유사, 안정적이나 활력 부족5
노동 생산성 변동률 (연율)+2.5% (2분기)효율성 개선 신호22
단위 노동 비용 변동률 (연율)+2.0% (2분기)임금 상승이 생산성 향상 효과 일부 상쇄22

3.2 쇠퇴의 원인: 세계화(Globalization) vs. 기술(Technology)

미국 제조업, 특히 고용의 장기적 쇠퇴 원인을 둘러싼 논쟁은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요약된다. 하나는 자동화와 로봇 기술로 대표되는 기술 발전이 원인이라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저임금 국가와의 무역, 즉 세계화가 주범이라는 주장이다.

기술 발전을 주된 원인으로 보는 시각은 제조업 생산량은 꾸준히 증가했지만, 더 적은 노동력으로 동일한 생산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고용이 감소했다는 논리에 기반한다. 실제로 볼 주립대학교(Ball State University)의 한 연구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0년 사이 사라진 제조업 일자리의 85%는 생산성 향상(자동화 등)에 기인한 반면, 무역으로 인한 감소는 13%에 불과했다고 분석했다.23 또한, 로봇 도입이 용이한 산업일수록 1990년 이후 고용 감소 폭이 더 컸다는 연구 결과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24

반면, 세계화, 특히 ’차이나 쇼크(China Shock)’를 핵심 원인으로 지목하는 연구들도 강력한 증거를 제시한다. 이들은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미국의 관세 불확실성이 제거되자, 미국 기업들이 대규모로 생산 기지를 중국으로 이전했다고 주장한다. 데이비드 오터(David Autor) 등의 저명한 연구에 따르면, 중국산 수입품과의 경쟁에 더 많이 노출된 미국 내 지역일수록 제조업 고용이 급격히 감소하고 임금이 하락하는 등 심각한 경제적 충격을 겪었다.24

그러나 이 두 요인을 대립적인 것으로 보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단순화하는 것이다. 최근의 분석들은 기술과 세계화가 독립적으로 작용한 것이 아니라, 서로를 강화하며 시너지를 일으켰다고 본다. 즉, 정보통신기술(ICT)의 혁신적 발전은 기업들이 설계, 부품 조달, 조립, 마케팅 등 복잡한 생산 공정을 지리적으로 분해하여 전 세계에 분산시키는 것을 기술적으로 가능하게 만들었다.24 이러한 기술적 기반 위에서, 1980년대 이후 금융 시장의 압력을 받은 미국 기업들은 비용 절감과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생산 기지를 중국과 같은 저임금 국가로 이전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채택했다. 결국 기술 발전은 세계화를 ’가능하게 한 요인(enabler)’이었고, 세계화는 기술 발전이 가져온 변화를 극대화하는 ‘가속기(accelerator)’ 역할을 한 것이다. 또한, 일부 연구는 컴퓨터 및 전자제품 산업의 이례적인 생산성 증가가 통계적 착시를 일으켜 전체 제조업의 생산성 향상을 과대평가하게 만들었으며, 이 효과를 제거하고 나면 무역의 부정적 영향이 훨씬 더 두드러진다고 지적하기도 한다.27

3.3 역사적 맥락: 금융화와 기업 전략의 변화

미국 제조업 쇠퇴의 뿌리를 더 깊이 파고들면, 1980년대에 시작된 미국 자본주의의 구조적 변화와 마주하게 된다. 당시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기, 주주 가치 극대화라는 이데올로기가 확산되면서 금융 시장은 기업들에게 단기 이익을 창출하라는 강력한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26

이러한 압력 속에서, 과거 포드(Ford)社처럼 원자재부터 최종 조립까지 모든 생산 단계를 내부화했던 ‘수직적 통합(vertical integration)’ 모델은 비효율적인 것으로 간주되었다. 대신 기업들은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핵심 역량(디자인, R&D, 마케팅 등)에만 집중하고, 생산과 조립 같은 ‘비핵심’ 부문은 외부 업체에 맡기는 아웃소싱(outsourcing) 및 해외 이전(offshoring) 전략을 적극적으로 채택했다.26

이러한 흐름은 ’공장 없는 제조업체(factory-less manufacturer)’라는 새로운 기업 모델을 탄생시켰다. 애플(Apple)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애플은 제품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개발, 글로벌 마케팅은 캘리포니아 본사에서 수행하지만, 아이폰과 같은 핵심 제품의 생산은 전량 중국의 폭스콘(Foxconn)과 같은 협력업체에 의존한다. 애플의 경이적인 성공은 다른 많은 미국 기업들에게 이 모델을 따르도록 부추겼다.26 이 과정에서 제조업 생산 활동과 그에 수반되는 일자리는 더 이상 기업의 핵심 자산이 아닌, 비용 절감의 대상이자 저임금 국가로 이전되어야 할 ’미숙련 노동’으로 치부되었다.26

이러한 기업 전략의 변화는 장기적인 투자 패턴에도 영향을 미쳤다. 기업들은 벌어들인 이익을 새로운 공장을 짓거나, 설비를 현대화하거나, 노동자들을 재교육하는 데 투자하기보다,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을 통해 단기적으로 주가를 부양하는 데 더 많은 자원을 할애했다. 공공 부문 역시 인프라, 기초 과학, 직업 훈련에 대한 투자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다. 이러한 민간과 공공 부문의 투자 위축은 결국 미국 제조업의 생산 기반과 인적 자본을 약화시켜 장기적인 경쟁력 저하를 초래했다.9

3.4 ’러스트 벨트’의 유산: 탈산업화의 사회경제적 비용

제조업의 쇠퇴는 미국 전역에 균일하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라, 특정 지역에 집중적인 타격을 가했다.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미시간, 일리노이 등 중서부와 북동부에 걸쳐 있는 전통적인 공업 지대는 한때 ’제조업 벨트(Manufacturing Belt)’로 불리며 미국의 번영을 이끌었지만, 이제는 버려진 공장의 녹슨 철을 상징하는 ’러스트 벨트(Rust Belt)’라는 오명을 얻게 되었다.

공장과 광산의 연쇄적인 폐쇄는 해당 지역에 즉각적이고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이는 대량 실업, 소득 감소, 빈곤율 증가로 직결되었다.28 일자리를 찾아 젊은 세대와 숙련 노동자들이 남부의 ’선 벨트(Sun Belt)’나 서부 해안 지역으로 떠나면서, 러스트 벨트 지역은 인구 공동화 현상을 겪었다. 예를 들어, 클리블랜드의 인구는 1960년 약 87만 명에서 1990년 약 50만 명으로 급감했다.29

이러한 탈산업화는 곧바로 지역의 재정 위기를 촉발했다. 기업들이 문을 닫고 고소득 근로자들이 지역을 떠나면서, 법인세, 재산세, 소득세 등 지방 정부의 핵심적인 세수 기반(tax base)이 붕괴되었다.28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지방 정부들은 경찰, 소방, 공교육, 사회 기반 시설 유지보수 등 필수적인 공공 서비스에 대한 예산을 삭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다시 삶의 질을 악화시키고, 새로운 기업이나 주민의 유입을 가로막아 지역 쇠퇴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만들어냈다. 이처럼 제조업 위기는 국가적 차원의 재정 문제와 별개로, 지역 단위에서 심각한 재정 위기를 직접적으로 유발하며 쌍둥이 위기의 연결고리를 보여준다.

더욱 근본적으로, 탈산업화는 미국 사회의 근간을 이루던 경제 모델 자체를 붕괴시켰다. 과거 제조업의 황금기에 공장 일자리는 단순히 생계 수단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강력한 노동조합을 기반으로 한 이 일자리들은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중산층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안정적인 고임금, 평생 고용에 가까운 직업 안정성, 퇴직 후를 보장하는 확정급여형 연금(defined-benefit pension), 그리고 가족 전체를 위한 건강보험 혜택을 제공했다.29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중산층을 떠받치던 ’고용 기반 사회 안전망(employment-based security system)’의 핵심이었다. 제조업의 몰락은 이러한 안전망의 붕괴를 의미했다. 그 자리는 저임금, 비정규직, 그리고 혜택이 거의 없는 서비스 부문 일자리로 대체되었다.9 이는 단순한 일자리 감소를 넘어, 수많은 미국인들에게 안정적인 중산층으로 진입할 수 있는 사다리를 걷어차 버린 것과 같았으며, 오늘날 미국 사회가 겪고 있는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갈등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4. 위기의 교차점과 정책적 대응: 재정 제약 속 산업 재건의 길

미국은 재정 악화와 산업 기반 약화라는 두 위기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대대적인 산업 정책으로의 회귀라는 역사적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은 이러한 정책적 의지를 상징하는 양대 축이다. 그러나 이 정책들은 막대한 재정적 제약 속에서 추진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딜레마를 안고 있으며, 그 실효성에 대한 치열한 논쟁을 낳고 있다.

4.1 정책적 전환: CHIPS Act와 IRA를 통한 산업 정책의 부활

수십 년간 ‘자유 시장’ 원리를 강조해 온 미국이 정부 주도의 산업 정책으로 선회한 배경에는 반도체 등 핵심 품목의 공급망 불안과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 심화가 있다.

**반도체 및 과학법 (The CHIPS and Science Act)**은 이러한 위기의식의 직접적인 산물이다. 이 법의 핵심 목표는 해외, 특히 대만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반도체 생산 능력을 미국 본토로 되가져오고, 차세대 기술 개발을 주도하여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는 것이다.10 이를 위해 총 2,800억 달러 규모의 예산을 승인했으며, 그중 527억 달러를 반도체 산업에 직접 투입한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내에 반도체 제조 시설(팹)을 건설하는 기업에 390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장비 투자에 대해 25%의 투자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또한,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 및 인력 양성을 위해 130억 달러를 지원한다.10

**인플레이션 감축법 (The Inflation Reduction Act, IRA)**은 기후 변화 대응과 제조업 부흥, 그리고 재정 건전성 강화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복합적인 법안이다.37 제조업 측면에서, 이 법은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전기차 배터리 등 청정에너지 기술 관련 제품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거나 관련 시설에 투자하는 기업에 막대한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핵심 수단은 생산량에 비례해 세금을 감면해주는 생산세액공제(PTC)와 초기 투자 비용의 일정 비율을 공제해주는 투자세액공제(ITC)다.39 동시에 IRA는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한 장치도 포함하고 있다. 연간 10억 달러 이상의 이익을 내는 대기업에 대해 15%의 최저한세를 도입하고, 기업의 자사주 매입에 1%의 소비세를 부과하며, 국세청(IRS)의 세무 집행 인력과 예산을 대폭 확충하여 세수 탈루를 막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향후 10년간 3,000억 달러 이상의 재정 적자를 감축할 것으로 기대된다.37

표 3: CHIPS Act와 IRA의 핵심 조항 및 예산 분석 비교

정책 영역반도체 및 과학법 (CHIPS and Science Act)인플레이션 감축법 (IRA)
주요 목표반도체 리더십 확보, 공급망 안보 강화, 대중국 기술 경쟁청정에너지 전환 가속화, 제조업 부흥, 재정 적자 감축
총 예산/재정 효과약 2,800억 달러 승인 (이 중 약 770억 달러 직접 지출/세액공제), 재정 적자 증가향후 10년간 약 3,000억 달러 이상 재정 적자 감축
핵심 정책 수단직접 보조금 지급, 투자세액공제(ITC)생산세액공제(PTC), 투자세액공제(ITC)
대상 산업반도체, 첨단 과학기술 R&D청정에너지(태양광, 풍력), 전기차, 배터리, 수소
주요 조건보조금 수혜 기업의 향후 10년간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시설 투자 제한미국 내 생산, 특정 부품 비율 충족, 임금 및 고용 요건(Prevailing Wage & Apprenticeship)

4.2 공급망 재편의 현실과 한계

미국의 새로운 산업 정책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비중을 줄이고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명확한 의도를 담고 있다. 실제 데이터는 이러한 변화가 일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의 대중국 수입 비중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가 시작된 이후 꾸준히 감소하여 2017년 22%에서 2022년 16%까지 하락했다.41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공급망 재편의 복잡한 현실과 한계가 드러난다. 첫째, 중국을 대체하는 공급망은 여러 국가로 다변화되기보다는 베트남, 멕시코 등 특정 국가로 생산 기지가 이전되는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 1)’ 전략의 양상을 띠고 있다.41 멕시코와 같이 지리적으로 인접한 국가로 생산 기지를 옮기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의 증거는 일부 나타나지만, 생산 시설이 미국 본토로 완전히 돌아오는 ’리쇼어링(reshoring)’의 뚜렷한 증거는 아직 부족하다.41

둘째, 가장 중요한 점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간접적인 형태로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은행(World Bank)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미국으로의 수출이 급증한 베트남, 멕시코와 같은 국가들은 역설적으로 중국의 공급망에 더욱 깊숙이 편입된 국가들이다.41 이는 미국이 중국에서 직접 수입하던 최종재 대신, 중국산 부품과 중간재를 수입하여 조립한 제품을 제3국을 통해 우회적으로 수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즉, 공급망의 최종 조립 단계만 바뀌었을 뿐, 핵심적인 부품과 소재에 대한 중국 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간접 의존(indirect dependence)’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공급망 재편이 진정한 의미의 ’탈중국화(de-risking)’로 이어지지 않고, 단지 공급망을 더 복잡하고 길게 만들어 비용만 증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4.3 정책적 딜레마와 비판

미국의 야심 찬 산업 정책은 여러 가지 딜레마와 비판에 직면해 있다.

첫째, 재정 부담과 인플레이션 재발 위험이다. CHIPS Act는 막대한 재정 지출을 수반하는 전형적인 적자 재정 정책으로, 이미 심각한 국가 부채를 더욱 악화시키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42 IRA는 공식적으로는 적자 감축 법안이지만, 청정에너지 보조금(특히 세액공제)이 예상보다 훨씬 많은 기업에 의해 활용될 경우, 실제로는 재정 부담이 예측치를 크게 상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44 이처럼 제조업 위기를 해결하려는 정책이 재정 위기를 심화시키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현재 미국 정부가 재정 확장(CHIPS Act)과 재정 긴축(IRA)이라는 상반된 철학의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는, 일관된 거시 경제 전략의 부재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둘째, 산업 정책 자체의 효율성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이다. 헤리티지 재단(Heritage Foundation)과 같은 보수 진영에서는 정부가 반도체나 청정에너지와 같은 특정 산업을 ’승자’로 지목하여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비효율과 낭비를 낳는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정부가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고 올바른 승자를 고를 능력이 없으며, 차라리 법인세 인하, 규제 완화 등 모든 산업에 공평하게 적용되는 친(親)기업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성장 전략이라고 본다.42 또한 이들은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해당 자금을 미국 내 투자 대신 기존의 중국 내 사업을 확장하는 데 사용하는 ‘자금의 대체 가능성(fungibility)’ 문제를 제기하며,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한다.42

셋째, 정책 실행 과정에서의 현실적인 난관이다.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 등은 수천억 달러의 자본 투자가 성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숙련된 노동력, 효율적인 인프라, 그리고 혁신적인 중소기업 생태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36 그러나 현재 미국은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운영할 엔지니어와 기술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36, 복잡하고 더딘 인허가 절차는 프로젝트를 수년씩 지연시키는 고질적인 문제로 남아있다.47 특히, 새로운 산업 정책은 과거 탈산업화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러스트 벨트’와 같은 낙후 지역을 되살리는 ‘장소 기반(place-based)’ 전략을 표방하고 있다.48 하지만 이는 역설적인 딜레마를 낳는다. 이 지역들은 수십 년간의 인재 유출과 공공 투자 부족으로 인해 새로운 첨단 산업이 뿌리내리는 데 필요한 인적 자본과 제도적 역량이 가장 취약한 곳이기 때문이다.30 대규모 자본 투자만으로는 과거 산업 쇠퇴 과정에서 파괴된 지역의 자산(숙련 노동력, 공급망 네트워크, 공공 서비스)을 복원하기 어려우며, 인력 양성과 지역사회 역량 강화에 대한 병행 투자가 없다면 정책이 실패할 위험이 크다.10

5. 결론: 미국의 경제적 미래를 위한 제언

5.1 위기 진단 요약 및 함의

본 보고서는 미국 경제가 직면한 재정과 제조업의 쌍둥이 위기를 다층적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미국의 재정은 고령화와 의료비라는 구조적 지출 압력과 만성적인 세입 부족으로 인해 지속 불가능한 경로에 진입했으며, 이는 장기 경제 성장과 국가 안보 모두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임이 확인되었다. 동시에, 미국 제조업은 수십 년에 걸친 기술 변화, 세계화, 그리고 단기 이익 중심의 기업 전략으로 인해 공동화되었으며, 최근의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건 과정에서 막대한 재정적, 인적 자본의 제약에 직면해 있다. 이 두 위기는 분리된 문제가 아니라, 서로의 원인이자 결과로서 미국의 장기적 번영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5.2 지속 가능한 재정 건전성 확보 방안

장기적인 재정 건전성 회복 없이는 어떠한 경제 정책도 지속 가능할 수 없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과감한 조치가 요구된다.

  • 지출 구조 개혁 (Expenditure Reform): 재정 지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사회보장 및 메디케어의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초당적 논의를 즉시 시작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혜택을 삭감하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인 은퇴 연령 조정, 소득 연계 수혜 자격 조정, 의료 서비스 전달 체계의 효율성 제고 등 모든 가능한 방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포함해야 한다.12

  • 세입 기반 합리화 (Revenue Rationalization): 지출 개혁과 병행하여 세입 기반을 확대하고 조세 제도를 단순화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법인세나 고소득층에 대한 세율을 조정하는 것을 넘어, 경제적 왜곡을 초래하고 특정 이익 집단에만 혜택을 주는 복잡한 세금 감면(tax expenditures) 조항들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정비하는 작업을 포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조세 제도의 공평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안정적인 세입을 확보해야 한다.12

5.3 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의 실효성 제고

CHIPS Act와 IRA로 시작된 산업 정책의 부활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자본 투자를 넘어선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 인적 자본에 대한 대대적 투자 (Human Capital Investment): 첨단 제조업의 성패는 결국 숙련된 인력 확보에 달려있다. 반도체 팹과 배터리 공장은 고도로 숙련된 엔지니어, 기술자, 과학자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단기적인 시설 투자 보조금을 넘어, 기초 과학부터 응용 기술에 이르는 STEM 교육 강화, 지역 전문대학과 연계한 맞춤형 직업 훈련 프로그램 확대, 그리고 전 세계의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숙련 인력 이민 제도의 과감한 확대 등 인적 자본에 대한 장기적이고 대대적인 투자가 병행되어야 한다.36

  • 규제 환경 현대화 (Regulatory Modernization):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공장과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가 수년에 걸친 인허가 절차에 발목이 잡히는 것은 국가적 낭비다. 환경 보호와 지역사회 의견 수렴이라는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중복적인 규제를 통합하고 심사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연방 및 주 정부 차원의 ‘원스톱’ 행정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규제 환경을 현대화해야 한다.47

  •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 (Allied Cooperation):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미국 혼자만의 힘으로 이룰 수 없다. 과도한 보호주의는 동맹국과의 마찰을 유발하고 비용을 상승시킬 뿐이다. 대신,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 협력하여 핵심 기술과 원자재에 대한 공동의 공급망을 구축하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공급망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동시에, 미국의 외교적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길이 될 것이다.10

5.4 최종 제언: 통합적 국가 전략의 필요성

미국이 직면한 쌍둥이 위기는 재정 정책과 산업 정책을 더 이상 별개의 영역으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산업 기반의 재건을 위한 전략적 투자는 단기적으로는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지만, 장기적으로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혁신을 촉진하여 경제 성장의 과실을 넓히고 세수 기반을 확대함으로써 재정 건전성에 기여할 수 있다. 반대로, 재정 건전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미래 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공공 투자는 불가능하며, 국가는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국에게 필요한 것은 두 위기를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단기적 처방이 아니라, 재정의 지속 가능성과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하나의 틀 안에서 조망하는 통합적이고 장기적인 국가 경제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초당적인 정치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21세기 중반 미국의 경제적 미래를 결정할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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