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 경업 금지 약정(Non-compete Agreement)의 유효 요건과 판례 동향

19.9 경업 금지 약정(Non-compete Agreement)의 유효 요건과 판례 동향

1. 경업 금지 약정의 개념과 법적 성질

경업 금지 약정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체결되는 특약으로, 근로자가 재직 중 또는 퇴직 후 일정 기간 동안 사용자와 경쟁 관계에 있는 사업을 영위하거나 경쟁 사업체에 취업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합의를 의미한다. 이러한 약정은 사용자가 보유한 영업비밀, 고객 관계, 인적·물적 투자의 결과물을 보호하기 위한 사적 자치의 산물에 해당하며, 동시에 근로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 및 영업의 자유라는 헌법상 기본권과 충돌할 가능성을 본질적으로 내포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5조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으며, 민법 제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를 무효로 한다. 경업 금지 약정은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 원칙적으로 그 효력이 인정되나, 근로자의 직업 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경우 위 헌법 규정과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그 효력이 부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채권 계약과 구별되는 특수성을 가진다.

2. 유효 요건의 판단 기준

대법원은 경업 금지 약정의 유효성을 판단함에 있어 단일한 절대적 기준을 제시하기보다, 복수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이익형량적 접근을 취하여 왔다.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경업 금지 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와 근로의 권리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판시하였다. 동 판결은 유효성 판단 요소로서 다음과 같은 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2.1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경업 금지 약정이 유효하기 위한 첫째 요건은 사용자에게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이 존재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이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서 규정하는 영업비밀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그 정도에는 이르지 아니하였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와의 사이에 비밀로 유지할 신뢰관계가 형성된 것을 포함한다. 또한 고객 관계, 영업상의 노하우, 거래처와의 거래 관계 유지 등도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으로 인정될 수 있다. 다만 단순히 일반적인 지식이나 경험에 해당하는 것은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

2.2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근로자가 사용자의 핵심적 영업비밀이나 고객 정보에 직접 접근할 수 있었던 지위에 있었는지가 중요하게 고려된다. 일반 사무직 또는 단순 노무직 근로자에게 경업 금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그 보호 이익에 비하여 근로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과도한 것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연구개발 책임자, 핵심 기술자, 영업 총괄 임원 등 사용자의 보호 이익에 본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던 지위에 있던 자에 대하여는 경업 금지 약정의 효력이 인정될 여지가 크다.

2.3 경업 제한의 기간, 지역 및 대상 직종

경업 금지 약정의 제한 기간이 합리적인 범위 내에 있어야 하며, 그 제한 지역 및 대상 직종이 사용자의 보호 이익을 실현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로 한정되어야 한다. 제한 기간이 지나치게 길거나, 제한 지역이 전국 또는 전 세계로 광범위하게 설정되거나, 대상 직종이 근로자의 종전 업무와 무관한 영역까지 포괄하는 경우에는 약정의 유효성이 부인될 수 있다.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은 1년의 경업 금지 기간을 적정한 것으로 평가한 바 있으며, 이후 다수의 하급심 판결에서도 1년 내외의 기간을 합리적 범위로 보는 경향이 형성되어 있다.

2.4 근로자에 대한 대상(代償) 조치

경업 금지 약정에 의하여 근로자가 받게 되는 직업 활동상의 제약에 대한 대가로서 일정한 보상이 지급되었는지가 중요한 판단 요소이다. 별도의 보상금, 퇴직금의 가산 지급, 위로금의 지급 등 대상 조치가 존재하는 경우 약정의 유효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아무런 대가 없이 일방적으로 경업 금지 의무만을 부과한 경우에는 그 효력이 부인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된다.

2.5 근로자의 퇴직 경위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퇴직한 경우와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퇴직하게 된 경우를 구별하여야 한다. 근로자가 사용자의 귀책사유에 의하여 해고당한 경우에는 경업 금지 약정의 효력을 그대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판례의 일반적 태도이다.

2.6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경업 금지 약정이 자유 경쟁의 질서를 지나치게 제약하여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지 여부, 해당 산업의 특성, 근로자가 새로이 취업하고자 하는 사업의 성격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3. 약정의 부존재 또는 무효의 경우

경업 금지에 관한 명시적 약정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경업 금지를 청구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판례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한 영업비밀 침해 금지 청구권의 행사 또는 신의칙에 기한 보호 의무의 인정 여부를 통하여 일정한 한도에서 보호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그러나 명시적 약정 없이 일반적인 경업 금지 의무를 인정하는 것에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또한 경업 금지 약정의 일부 조항이 무효로 판단되는 경우, 법원은 약정 전체를 무효로 보지 아니하고 합리적인 범위로 그 효력을 제한하는 이른바 합리적 축소 해석을 시도하기도 한다. 다만 이러한 축소 해석은 약정의 본질적 내용을 변경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된다.

4. 위반 시의 법적 효과와 구제 수단

경업 금지 약정을 위반한 근로자에 대하여 사용자는 다음과 같은 법적 구제 수단을 행사할 수 있다.

4.1 경업 행위의 금지 청구

사용자는 약정에 기하여 경업 행위의 금지를 구하는 본안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이와 병행하여 또는 이에 선행하여 가처분 신청을 통한 임시 구제를 도모할 수 있다. 가처분의 인용을 위하여는 피보전권리의 존재와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되어야 한다.

4.2 손해배상 청구

사용자는 경업 금지 약정 위반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손해액의 산정에 있어서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상의 손해액 추정 규정이 유추 적용될 수 있는지가 문제되며, 일반적으로는 민법상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의 일반 법리에 따라 산정된다.

4.3 위약금 약정의 효력

경업 금지 약정과 함께 위약금 또는 위약벌 조항이 부가되는 경우, 그 효력은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손해배상의 예정으로 추정되며, 부당히 과다한 경우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 한편 근로기준법 제20조는 사용자가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으나, 이는 근로계약의 존속 자체를 강제하기 위한 위약금 약정을 금지하는 취지이며, 영업비밀 보호 등 사용자의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경업 금지 약정에 따른 위약금 약정에는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아니한다는 것이 다수의 견해이다.

5. 판례 동향의 변화

대한민국 법원의 판례 동향을 살펴보면, 초기에는 경업 금지 약정의 유효성을 비교적 폭넓게 인정하던 경향에서 점차 근로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두텁게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동하여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5.1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동 판결은 경업 금지 약정의 유효성 판단 기준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선도적 판결로 평가된다. 본 판결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대상 직종, 대상 조치의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등을 유효성 판단의 종합적 고려 요소로 제시하였으며, 이후의 하급심 판결들이 동 판결의 판단 기준을 일관되게 원용하고 있다.

5.2 대법원 2003. 7. 16. 자 2002마4380 결정

본 결정은 영업비밀 침해 금지 가처분 사건에서 경업 금지 의무의 인정 범위에 관하여 판단한 사례로서, 영업비밀 보호와 경업 금지의 관계를 정리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5.3 하급심 판결의 경향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 등 하급심에서는 대상 조치의 부재, 제한 기간의 과도성,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의 부재 등을 이유로 경업 금지 약정의 효력을 부인하거나 그 적용 범위를 축소 해석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된다. 특히 정보통신 산업, 연구개발 집약 산업 등 인력의 유동성이 높고 기술 변화가 빠른 분야에서는 1년을 초과하는 장기간의 경업 금지 기간을 인정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6. 비교법적 고찰

경업 금지 약정의 규율 방식은 국가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미합중국의 경우 주(州)별로 입법 태도가 상이하며, 캘리포니아주는 California Business and Professions Code Section 16600에 따라 원칙적으로 경업 금지 약정을 무효로 취급하는 반면, 다른 다수의 주에서는 합리성 기준에 따라 그 유효성을 판단한다. 독일은 상법(Handelsgesetzbuch) 제74조 이하에서 상업사용인에 대한 경업 금지 약정의 효력 요건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특히 약정 기간 중 보수의 1/2 이상에 해당하는 보상금의 지급을 유효 요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판례 동향은 명문 규정이 부재한 상태에서 민법 제103조와 헌법상 기본권 규정을 매개로 이익형량적 접근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미법계 국가의 합리성 기준과 유사한 측면이 있으나, 대상 조치의 유무를 핵심 요소로 고려한다는 점에서 독일법의 영향도 함께 확인된다.

7. 기술 기반 기업에서의 실무적 함의

기술 기반 기업에 있어서 경업 금지 약정은 영업비밀 보호 수단으로서의 의미와 함께 핵심 인력 유출 방지의 기능을 수행한다. 다만 판례의 동향을 고려할 때, 무차별적이고 일률적인 경업 금지 약정의 체결은 그 효력 자체가 부인될 위험이 높다. 따라서 약정 체결 시에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하여야 한다.

첫째, 경업 금지 의무의 부과 대상을 핵심 영업비밀이나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근로자로 한정하여야 한다. 둘째, 제한 기간을 1년 내외의 합리적 범위로 설정하고, 제한 지역 및 대상 직종을 사용자의 보호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범위로 한정하여야 한다. 셋째, 경업 금지 의무에 대한 대상 조치로서 별도의 보상금 지급 등을 명시적으로 약정하여야 한다. 넷째, 경업 금지 약정과 별도로 비밀유지의무 약정 및 영업비밀 보호 조치를 병행하여 다층적 보호 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다섯째, 위약금 조항을 부가하는 경우 그 액수를 사용자의 예상 손해와 균형을 이루는 합리적 수준으로 설정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