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5 파견 근로와 도급 계약의 법적 구분 및 위장 도급 리스크

19.35 파견 근로와 도급 계약의 법적 구분 및 위장 도급 리스크

1. 파견 근로와 도급 계약의 법적 개념

1.1 파견 근로의 정의와 법적 구조

파견 근로란 파견 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 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 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 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파견 근로에서는 고용 관계와 사용 관계가 분리되는 삼면적 법률관계가 형성된다. 즉, 근로자는 파견 사업주와 고용 계약을 체결하고, 사용 사업주의 사업장에서 사용 사업주의 지휘·감독을 받아 업무를 수행한다.

파견 근로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에 의하여 규율되며, 파견 사업의 영위에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허가가 필요하다. 파견법은 파견 대상 업무, 파견 기간, 파견 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

1.2 도급 계약의 정의와 법적 구조

도급 계약이란 당사자 일방(수급인)이 어느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도급인)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이다(민법 제664조). 도급 계약에서 수급인은 독립적 지위에서 자신의 책임과 재량 하에 업무를 수행하며, 도급인은 일의 결과에 대한 보수를 지급할 뿐 수급인의 업무 수행 과정에 대하여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행사하지 아니한다.

도급 계약에서는 수급인의 근로자가 수급인의 지휘·감독 하에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도급인은 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하여 직접적인 고용 관계나 지휘·감독 관계를 가지지 아니하며, 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한 노동법적 의무는 수급인이 부담한다.

2. 파견 근로와 도급 계약의 구분 기준

2.1 대법원의 판단 법리

파견 근로와 도급 계약의 구분은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이 아닌 근로 제공의 실질에 따라 판단된다. 대법원은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해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 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 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2.2 구체적 판단 요소

파견 근로와 도급 계약을 구분하는 구체적 판단 요소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도급인(사용 사업주)의 지휘·명령권의 행사 여부이다. 도급인이 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하여 업무 수행의 방법, 순서, 시간 등에 관하여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지시를 하는 경우, 이는 파견 근로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도급인이 일의 결과에 대하여만 관여하고 업무 수행의 과정에는 관여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도급 관계로 인정된다.

둘째, 수급인의 사업 경영상의 독립성 유무이다. 수급인이 자신의 고유한 기술, 장비, 인력 조직을 보유하고, 도급인과 독립하여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 도급 관계가 인정된다. 반면, 수급인이 단순히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만을 수행하고 독자적인 기술력이나 사업 체계를 갖추지 못한 경우 파견 관계로 판단될 수 있다.

셋째, 수급인 근로자의 도급인 사업 편입 여부이다. 수급인의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도급인 소속 근로자와 혼재하여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거나, 도급인의 조직 체계에 편입되어 있는 경우 파견 관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넷째, 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한 인사·노무 관리의 독립성 여부이다. 근로자의 채용, 해고, 교육 훈련, 징계 등 인사·노무 관리가 수급인에 의하여 독립적으로 행하여지는 경우 도급 관계가 인정된다. 반면, 도급인이 수급인 근로자의 근무 평가, 교육, 배치 등에 직접 관여하는 경우 파견 관계로 판단될 수 있다.

다섯째, 업무의 전문성과 기술성의 정도이다. 수급인이 도급인이 보유하지 못한 전문적 기술이나 노하우를 가지고 있고, 이를 활용하여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도급 관계의 실질이 인정된다. 반면, 수급인이 수행하는 업무가 단순 노무의 제공에 불과한 경우 파견 관계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여섯째, 보수의 산정 방식이다. 일의 완성에 대한 대가로서의 보수(도급 대금)가 지급되는 경우 도급 관계가 인정되나, 투입 인력의 수와 근로 시간에 비례하여 보수가 산정되는 경우(이른바 인력 단가 계약)에는 파견 관계로 판단될 수 있다.

3. 위장 도급의 개념과 법적 리스크

3.1 위장 도급의 의의

위장 도급(偽裝都給)이란 실질적으로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파견법의 규제를 회피하기 위하여 도급 계약의 형식을 취하는 것을 말한다. 위장 도급은 파견법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업종이나 기간에 대하여 실질적 파견을 행하거나, 파견 사업의 허가 없이 파견을 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3.2 기술 기업에서 위장 도급이 발생하는 전형적 유형

기술 기반 기업에서 위장 도급이 문제되는 전형적 상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소프트웨어 개발 외주이다. 기술 기업이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와 도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수급인 소속 개발자를 기술 기업의 사업장에 상주시키고, 기술 기업의 프로젝트 관리자가 직접 업무를 지시하며, 기술 기업 소속 개발자와 동일한 개발 팀에 편입시켜 공동 작업을 수행하게 하는 경우이다.

둘째, IT 인프라 운영 및 유지보수 도급이다. 서버 관리, 네트워크 운영, 시스템 모니터링 등의 업무를 도급 계약의 형식으로 외부 업체에 위탁하면서, 실제로는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도급인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경우이다.

셋째, 연구 개발(R&D) 용역이다. 기술 기업이 연구 개발 업무의 일부를 외부 업체에 도급하면서, 수급인의 연구원을 기술 기업의 연구소에 상주시키고, 기술 기업의 연구 책임자가 직접 연구 방향과 세부 업무를 지시하는 경우이다.

3.3 위장 도급의 법적 효과

위장 도급이 인정되는 경우, 해당 계약 관계는 실질적 근로자파견으로 재규정되며, 다음의 법적 효과가 발생한다.

첫째, 파견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파견법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업종에서의 파견이거나 파견 기간을 초과한 경우, 사용 사업주에게 직접 고용 의무가 발생한다.

둘째, 파견 사업의 허가 없이 파견을 행한 것에 해당하므로, 파견법 제43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된다.

셋째, 파견 기간이 2년을 초과한 경우, 사용 사업주는 파견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하는 의무를 부담한다(파견법 제6조의2). 이에 위반하여 직접 고용하지 아니하는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넷째, 근로자가 사용 사업주에게 직접 고용을 청구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사용 사업주의 근로 조건은 사용 사업주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의 근로 조건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어야 한다.

4. 도급 계약과 파견 근로의 구분에 관한 실무적 판단 체계

기술 기업이 도급 계약을 활용함에 있어 위장 도급으로 판단될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하여는, 다음의 요소들을 체계적으로 점검하여야 한다.

4.1 지휘·명령 관계의 분리

도급인은 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하여 업무 수행의 방법, 순서, 시간 등에 관한 직접적 지시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도급인이 수급인의 근로자에게 전달하여야 할 사항이 있는 경우, 수급인의 관리 책임자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전달하여야 한다. 기술 기업에서 프로젝트 관리 도구(JIRA, Confluence 등)를 사용하는 경우, 도급인이 수급인의 근로자에게 직접 작업을 할당(assign)하거나 업무 지시를 하는 것은 지휘·명령 관계의 존재를 추정하게 하는 근거가 되므로, 수급인의 관리자를 경유한 업무 전달 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4.2 작업 공간과 인력의 분리

수급인의 근로자는 가급적 도급인의 근로자와 물리적으로 분리된 공간에서 업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불가피하게 동일한 사업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도, 수급인의 근로자가 도급인의 조직 체계에 편입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 수급인의 근로자를 도급인의 조직도에 포함하거나, 도급인의 사내 메신저 그룹에 편입시키거나, 도급인의 사내 행사에 참여하게 하는 것은 사업 편입의 근거가 될 수 있다.

4.3 수급인의 독립적 사업 수행 능력의 확보

수급인은 도급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독자적인 기술력, 장비, 인력 관리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수급인이 단순히 인력만을 공급하고 독자적인 사업 수행 능력이 없는 경우, 해당 도급 계약은 실질적 파견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4.4 보수 산정 방식의 적정성

도급 대금은 일의 완성이라는 결과에 대한 보수로서 산정되어야 한다. 투입 인력의 수와 근로 시간에 비례하여 도급 대금을 산정하는 이른바 “인월(man-month) 계약“은 파견 관계를 추정하게 하는 요소가 되므로, 가급적 산출물(deliverables) 기반의 보수 산정 방식을 채택하여야 한다.

4.5 계약서의 적정한 작성

도급 계약서에는 업무의 범위, 완성의 기준, 납기, 검수 방법, 하자 담보 책임, 도급 대금의 산정 방법 등을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한다. 계약서의 내용이 도급의 실질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 계약서의 존재만으로 도급 관계가 인정되지 아니한다.

기술 기반 기업의 사용자는 도급 계약의 형식적 요건뿐만 아니라 업무 수행의 실질적 양태가 도급의 본질에 부합하는지를 주기적으로 점검하여야 한다. 위장 도급이 적발되는 경우의 법적·재무적 리스크는 직접 고용에 비하여 현저히 크므로, 실질적으로 파견에 해당하는 인력 활용에 대하여는 적법한 파견 계약으로 전환하거나, 직접 고용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