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4 기술 기업의 프리랜서 계약과 근로자성 판단 기준의 실무 적용
1. 프리랜서 계약의 법적 구조와 기술 기업에서의 활용 실태
프리랜서 계약이란 특정 업무의 완성 또는 용역의 제공을 목적으로 독립적 지위에 있는 개인과 체결하는 계약을 말하며, 법적으로는 민법상 도급 계약(제664조) 또는 위임 계약(제680조)의 성격을 가진다. 프리랜서는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아니하고 자신의 재량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 독립 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로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는 구별된다.
기술 기반 기업에서 프리랜서 계약은 소프트웨어 개발, UI/UX 디자인, 데이터 분석, 기술 자문, 프로젝트 기반 연구 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기술 기업이 프리랜서를 활용하는 주된 이유는 인력 운용의 유연성 확보, 인건비의 절감(4대 사회보험료, 퇴직금, 연차 유급휴가 등의 비용 회피), 특정 기술 역량의 일시적 확보 등에 있다.
그러나 프리랜서 계약의 형식을 취하였더라도 근로 제공의 실질이 사용종속관계에 해당하는 경우, 해당 프리랜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며 이에 따른 모든 법적 보호를 받게 된다. 이 경우 사용자는 4대 사회보험의 소급 적용, 퇴직금 지급, 미사용 연차 수당 지급, 부당 해고 구제 등의 법적 의무를 부담하게 되어 상당한 법적·재무적 리스크에 직면한다.
2. 근로자성 판단의 법리적 기준
2.1 대법원의 판단 기준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계약의 형식이 아닌 근로 제공 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이 제시하는 근로자성 판단의 주요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는지의 여부이다. 근로자는 사용자가 지시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반면, 독립 계약자는 계약에서 정한 업무의 범위 내에서 자신의 재량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다.
둘째, 취업규칙 또는 복무 규정 등의 적용을 받는지의 여부이다. 사용자의 취업규칙, 인사 규정, 복무 규정 등이 적용되는 자는 근로자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의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의 여부이다. 이는 근로자성 판단의 가장 핵심적인 기준으로서, 업무 수행의 방법, 시간, 장소 등에 관하여 사용자의 구체적 지시를 받고 이에 구속되는지를 검토한다.
넷째, 근무 시간과 근무 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되는지의 여부이다. 출퇴근 시간이 정하여져 있고 사용자의 사업장에 출근하여 근무하여야 하는 경우 근로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다섯째, 비품, 원자재, 작업 도구 등의 소유 관계이다. 업무 수행에 필요한 장비와 도구를 사용자가 제공하는 경우 근로자성이 긍정되는 방향으로 고려된다.
여섯째,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對償的) 성격을 가지는지, 일의 결과에 대한 보수인지의 여부이다. 정기적으로 일정액의 보수가 지급되는 경우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방향으로 작용하며, 업무의 완성에 대하여 일시금이 지급되는 경우 독립 계약의 성격이 강화된다.
일곱째,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의 여부와 근로소득세의 원천 징수 여부이다. 다만, 소득세의 원천 징수 형태(근로소득세 또는 사업소득세)는 계약 당사자의 선택에 의한 것일 수 있으므로, 이를 결정적 기준으로 삼지는 아니한다.
여덟째,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專屬性)의 유무이다. 상당 기간에 걸쳐 특정 사용자에게 전속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경우 근로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아홉째, 사회보장 제도에 관한 법령 등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지의 여부이다.
2.2 판단 기준의 종합적 고려
대법원은 위의 기준들을 개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근로자성을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어느 하나의 기준만으로 근로자성의 인정 또는 부정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전체적인 근로 제공의 실질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야 한다.
특히 대법원은 “경제적·사회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용자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형태의 계약을 체결하도록 사실상 강제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계약의 형식에 구애되지 아니하고 실질적인 근로 제공 관계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3. 기술 기업의 프리랜서 계약에서 근로자성이 쟁점이 되는 전형적 유형
3.1 상주 프리랜서 개발자
기술 기업이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프리랜서 계약의 형식으로 채용하면서, 해당 개발자에게 사용자의 사업장에 출근하여 정해진 근무 시간 동안 근무할 것을 요구하고, 사용자의 프로젝트 관리 시스템(JIRA, Asana 등)에 의한 업무 지시를 받으며, 사용자가 제공하는 장비(컴퓨터, 서버 접근 권한 등)를 사용하여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해당 개발자의 근로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유형에서는 계약의 명칭이 “용역 계약” 또는 “업무 위탁 계약“으로 되어 있고 사업소득세를 원천 징수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더라도, 근로 제공의 실질이 사용종속관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
3.2 프로젝트 기반 계약 개발자
특정 프로젝트의 수행을 위하여 일정 기간 동안 계약하는 프리랜서 개발자의 경우, 프로젝트의 범위와 납기가 정하여져 있으나 업무 수행의 방법과 시간에 관하여 상당한 재량이 인정되고, 자신의 장비를 사용하며, 동시에 다른 클라이언트의 업무도 수행하는 경우에는 독립 계약자로서의 지위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프로젝트 기간 중 사용자의 사업장에 상주하면서 일상적인 지휘·감독을 받거나, 프로젝트의 범위를 초과하는 추가 업무를 지시받는 경우에는 근로자성이 긍정되는 방향으로 판단될 수 있다.
3.3 기술 자문(Technical Advisor) 계약
기술 기업이 외부 전문가와 기술 자문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자문의 빈도, 구속력,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 등에 따라 근로자성의 인정 여부가 달라진다. 주 1~2회 정도의 비정기적 자문을 제공하고, 자문의 내용에 관하여 독립적 판단을 행사하며, 다수의 클라이언트를 동시에 보유하는 경우에는 독립 계약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4. 근로자성 인정 시의 법적 효과
프리랜서로 계약하였던 자의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는 다음의 법적 의무를 소급하여 부담하게 된다.
첫째, 4대 사회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소급 가입 및 보험료의 소급 납부 의무가 발생한다. 이는 사용자 부담분과 근로자 부담분 모두를 포함하며, 미가입 기간에 대한 가산금이 부과될 수 있다.
둘째, 퇴직금 지급 의무가 발생한다. 1년 이상 계속 근로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는 퇴직급여제도에 따른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셋째, 연차 유급휴가 및 미사용 연차 수당의 지급 의무가 발생한다. 근로 기간 중 부여하지 아니한 연차 유급휴가에 대한 미사용 수당을 소급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넷째, 근로기준법상 근로 시간 규제의 적용을 받게 되며, 연장 근로, 야간 근로, 휴일 근로에 대한 가산 수당의 지급 의무가 발생한다.
다섯째, 계약의 종료가 해고에 해당하는 경우, 정당한 사유의 존재와 해고 절차의 적법성이 요구되며, 이를 충족하지 못한 경우 부당 해고로서 구제 신청의 대상이 된다.
5. 기술 기업의 프리랜서 계약 관리를 위한 실무적 지침
기술 기반 기업이 프리랜서 계약을 활용함에 있어 근로자성 인정에 따른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하여는 다음의 사항을 준수하여야 한다.
첫째, 프리랜서에게 업무 수행의 방법, 시간, 장소에 관한 실질적 재량을 보장하여야 한다. 출퇴근 시간을 지정하거나 사업장 상주를 요구하는 것은 근로자성 인정의 주요 근거가 되므로, 가급적 원격 근무 및 자율적 시간 관리를 허용하여야 한다.
둘째, 프로젝트의 범위, 납품물(deliverables), 기한, 보수 등을 계약서에 명확히 규정하고, 프로젝트의 완성이라는 결과에 대한 보수를 지급하는 구조로 설계하여야 한다. 월정액의 정기적 지급은 근로자성 인정의 근거가 될 수 있으므로, 마일스톤(milestone) 기반의 보수 지급 구조가 바람직하다.
셋째, 프리랜서가 자신의 장비(컴퓨터,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등)를 사용하도록 하고, 불가피하게 사용자의 장비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이에 대한 사용료를 별도로 정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프리랜서의 전속성을 요구하지 아니하여야 한다. 프리랜서가 동시에 다른 클라이언트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은 전속적 사용종속관계를 추정하게 하는 요소가 된다.
다섯째, 프리랜서 계약의 기간이 장기화되는 것을 경계하여야 한다. 동일한 프리랜서와 반복적으로 계약을 갱신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것은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을 인정하게 하는 근거가 된다. 장기적 인력 수요가 있는 경우에는 프리랜서 계약이 아닌 정규 고용 또는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법적으로 안전하다.
여섯째, 프리랜서에 대하여 사용자의 취업규칙, 인사 규정, 복무 규정 등을 적용하지 아니하여야 한다. 프리랜서를 사내 조직도에 편입시키거나, 사내 교육에 의무적으로 참여하게 하거나, 인사 고과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사용종속관계를 인정하게 하는 근거가 된다.
이러한 지침의 준수에도 불구하고, 근로 제공의 실질이 사용종속관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근로자성이 인정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용자는 프리랜서의 활용이 진정한 독립 계약에 해당하는지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실질적으로 근로자에 해당하는 인력에 대하여는 적법한 고용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