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 경영상 해고(정리해고)의 법적 요건과 실무 절차

19.31 경영상 해고(정리해고)의 법적 요건과 실무 절차

1. 경영상 해고의 법적 의의

경영상 해고(經營上 解雇)란 사용자가 경영상의 필요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을 말하며, 정리해고(整理解雇)라고도 칭한다. 이는 근로자의 귀책 사유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 측의 경영상 사정에 의한 해고라는 점에서 통상 해고 및 징계 해고와 구별된다. 근로기준법 제24조는 경영상 해고의 실체적 요건과 절차적 요건을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충족하지 못한 경영상 해고는 부당 해고로서 무효이다.

경영상 해고 제도는 기업의 존속과 고용 안정이라는 두 가지 상충하는 가치를 조화시키기 위한 법적 장치이다. 사용자에게 경영 악화 시 인력 구조 조정의 길을 열어 주되, 엄격한 요건과 절차를 부과함으로써 근로자의 고용 안정을 최대한 보호하는 것이 그 취지이다.

2. 경영상 해고의 실체적 요건

2.1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근로기준법 제24조 제1항은 경영상 해고의 첫 번째 요건으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규정한다. 대법원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대하여, 반드시 기업의 도산을 회피하기 위한 경우에 한정되지 아니하며, 장래에 올 수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하여 인원 삭감이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2. 7. 9. 선고 2001다29452 판결).

다만,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는 사용자의 주관적 판단만으로는 충족되지 아니하며,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에 기초하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다음의 사정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첫째, 매출액의 현저한 감소, 계속적인 영업 적자, 재무 구조의 악화 등 경영상의 어려움이 실제로 존재하거나 임박하여야 한다. 일시적인 수익 감소만으로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인정되기 어렵다.

둘째, 사업의 양도, 인수, 합병 등 기업 구조 조정의 필요가 있는 경우에도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인정될 수 있다. 대법원은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작업 형태의 변경, 신기술의 도입이나 기술 혁신에 따른 산업 구조의 변화 등“도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셋째, 기술 기반 기업의 경우 주요 기술의 진부화(陳腐化), 핵심 제품의 시장 퇴출, 정부 보조금이나 연구 과제의 중단, 투자 유치의 실패 등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구성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사유가 일시적인 것인지 구조적인 것인지를 구별하여야 하며, 일시적 자금난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로 인정되기 어렵다.

2.2 해고 회피 노력

근로기준법 제24조 제2항은 “사용자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해고 회피 노력이란 경영상 해고라는 최후 수단에 이르기 전에 사용자가 고용 유지를 위하여 취할 수 있는 모든 합리적 조치를 강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판례상 인정되는 해고 회피 노력의 구체적 유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경비 절감 조치이다. 임원 보수의 삭감, 경영진의 상여금 반납, 복리후생비의 축소, 외주 비용의 절감 등 인건비 이외의 경비를 먼저 줄이기 위한 노력이 이에 해당한다.

둘째, 근로 조건의 조정이다. 근로 시간의 단축, 교대제의 변경, 임금의 삭감(근로자의 동의를 전제로 한다) 등이 이에 해당한다. 다만, 일방적인 임금 삭감은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므로 별도의 법적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셋째, 신규 채용의 중단 및 배치 전환이다. 해고 대상 직무 이외의 부서에 결원이 존재하는 경우 배치 전환을 통하여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여야 한다.

넷째, 희망 퇴직의 모집이다. 경영상 해고에 앞서 자발적 퇴직을 희망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퇴직 위로금 등 우대 조건을 제시하여 희망 퇴직을 모집하는 것은 해고 회피 노력의 대표적 유형이다.

대법원은 해고 회피 노력의 이행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사용자가 취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반드시 강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당해 기업의 규모, 업종, 경영 환경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범위 내의 노력을 다하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4두37528 판결).

2.3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 기준의 설정

근로기준법 제24조 제2항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을 정하고, 이에 따라 그 대상자를 선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해고 기준의 합리성과 공정성은 경영상 해고의 적법성을 판단하는 핵심적 요소이다.

합리적인 해고 기준이란 객관적이고 일관된 기준에 의하여 해고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다음의 기준이 고려된다.

첫째, 직무 관련 기준이다. 폐지 또는 축소되는 직무에 종사하는 근로자, 전환 배치가 곤란한 근로자 등이 우선적 해고 대상이 될 수 있다.

둘째, 근속 연수, 부양 가족 수, 연령 등 사회적 기준이다. 근속 연수가 짧은 근로자를 우선적으로 해고 대상에 포함하거나, 부양 가족이 적은 근로자를 우선 대상으로 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다만, 연령을 유일한 기준으로 삼는 것은 연령 차별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셋째, 근무 성적 및 업무 능력 기준이다. 객관적인 인사 평가 결과에 기초하여 근무 성적이 상대적으로 낮은 근로자를 해고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합리적 기준으로 인정될 수 있다. 다만, 주관적이거나 자의적인 평가에 기초한 해고 기준은 공정성을 결여한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

공정한 해고 기준의 적용이란 위와 같이 설정된 기준을 편파적이거나 차별적으로 적용하지 아니하고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특정 근로자를 해고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부당 노동 행위에 해당한다.

2.4 근로자 대표와의 성실한 협의

근로기준법 제24조 제3항은 “사용자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에 관하여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에게 해고를 하려는 날의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요건은 경영상 해고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적 요건이다. 협의의 내용에는 해고의 필요성, 해고 회피 방안, 해고 기준, 해고 대상자의 선정, 해고 근로자에 대한 지원 방안 등이 포함된다.

대법원은 성실한 협의의 의미에 대하여, 사용자가 근로자 대표의 의견을 반드시 수용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나, 형식적인 통보에 그쳐서는 아니 되며 실질적인 의견 교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협의 없이 행한 경영상 해고는 절차적 요건을 결여한 것으로서 무효이다.

50일 전 통보의 기산점은 해고의 효력이 발생하는 날을 기준으로 하며, 통보는 서면 또는 구두의 방법으로 할 수 있으나 입증의 편의를 위하여 서면 통보가 권장된다.

3. 경영상 해고의 절차적 이행 사항

3.1 고용노동부 장관에 대한 신고 의무

근로기준법 제24조 제4항은 “사용자가 1개월 동안에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인원을 해고하려면 최초로 해고하는 날의 30일 전까지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신고 대상은 상시 근로자 수에 따라 구분되는바, 상시 근로자 수가 99명 이하인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는 10명 이상, 100명 이상 999명 이하인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는 상시 근로자 수의 10퍼센트 이상, 1,000명 이상인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는 100명 이상을 해고하려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 신고 의무는 행정적 감독의 편의를 위한 것으로서, 신고를 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유만으로 경영상 해고가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신고 의무 위반에 대하여는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3.2 해고 서면 통지의 이행

경영상 해고의 경우에도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른 서면 통지 의무가 적용된다. 사용자는 해고 대상 근로자에게 해고 사유(경영상의 이유)와 해고 시기를 서면으로 개별 통지하여야 한다. 서면 통지에는 경영상 해고의 구체적 사유가 기재되어야 하며, 단순히 “경영상의 이유“라고만 기재하는 것은 충분하지 아니하다.

3.3 해고 예고 또는 해고 예고 수당의 지급

경영상 해고의 경우에도 근로기준법 제26조에 따른 해고 예고 의무가 적용된다. 사용자는 해고일 30일 전까지 예고하거나,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해고 예고 수당으로 지급하여야 한다.

4. 경영상 해고 후의 법적 의무

4.1 재고용 의무

근로기준법 제25조 제1항은 “경영상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한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한 날부터 3년 이내에 해고된 근로자가 해고 당시 담당하였던 업무와 같은 업무를 할 근로자를 채용하려고 할 경우 경영상의 이유로 해고된 근로자가 원하면 그 근로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재고용 의무는 경영상 해고의 특수성에 기인한 것이다. 경영상 해고는 근로자의 귀책 사유가 아닌 사용자 측의 사정에 의한 것이므로, 경영 상황이 호전되어 채용이 재개되는 경우 해고된 근로자에게 우선적 복귀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공평의 원칙에 부합한다.

재고용 의무의 이행을 위하여 사용자는 경영상 해고 대상 근로자의 인적 사항, 연락처, 담당 업무 등을 기록·보존하여야 하며, 해당 업무에 대한 채용 계획이 수립되는 경우 해고된 근로자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여야 한다.

4.2 퇴직 위로금 및 전직 지원 서비스

법률상 의무는 아니나, 경영상 해고의 실무에서는 해고 근로자에 대한 퇴직 위로금(특별 퇴직금)의 지급이 통상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해고 회피 노력의 일환으로 희망 퇴직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제시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해고의 사회적 정당성을 보강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아울러 고용보험법에 따른 재취업 지원 서비스의 제공도 고려되어야 한다. 고용보험법 제23조의2는 대규모 기업 변동 등으로 이직하는 근로자에 대하여 사업주가 재취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5. 기술 기반 기업의 경영상 해고에서의 실무적 쟁점

기술 기반 기업에서 경영상 해고가 문제되는 전형적 상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핵심 기술의 시장성 상실 또는 기술 진부화로 인한 사업 부문의 폐지이다. 이 경우 해당 사업 부문에 종사하는 연구원 및 개발자에 대한 경영상 해고의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다. 다만, 사용자는 타 사업 부문으로의 전환 배치, 재교육 등 해고 회피 노력을 다하였음을 입증하여야 한다.

둘째, 투자 유치 실패 또는 자금 조달의 중단으로 인한 인력 구조 조정이다. 기술 스타트업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 상황에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자금 고갈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것임을 객관적으로 입증하여야 한다. 단순히 투자 유치 라운드의 지연만으로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인정되기 어렵다.

셋째, 해고 기준의 설정에 있어 기술 역량의 평가가 쟁점이 된다. 기술 기업에서 근무 성적 및 업무 능력을 기준으로 해고 대상자를 선정하는 경우, 해당 평가 체계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엄격히 심사된다. 코드 리뷰 결과, 특허 출원 실적, 프로젝트 기여도 등 다양한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되, 평가 기준이 사전에 공지되어 있어야 하고 일관되게 적용되어야 한다.

넷째, 소규모 기술 스타트업에서는 근로자 대표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선정하여 협의 절차를 이행하여야 하며, 근로자 과반수 대표의 선정 절차 자체의 적법성도 확보하여야 한다.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지명한 자는 적법한 근로자 대표로 인정되지 아니한다.

경영상 해고는 기업의 존속을 위한 불가피한 수단이 될 수 있으나, 그 법적 요건의 충족 여부는 극히 엄격하게 심사된다. 기술 기반 기업의 사용자는 경영상 해고를 단행하기에 앞서 법적 요건의 충족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고, 특히 해고 회피 노력과 근로자 대표와의 협의 절차를 철저히 이행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