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5 사업장 밖 간주 근로시간제의 적용 요건과 법적 한계
1. 사업장 밖 간주 근로시간제의 법적 기초와 의의
사업장 밖 간주 근로시간제는 근로자가 출장이나 기타 사유로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 근로시간의 객관적 산정이 곤란한 경우에, 실제 근로시간에 관계없이 일정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이다. 대한민국 근로기준법 제58조 제1항 및 제2항은 사업장 밖 간주 근로시간제에 관한 법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동 제도의 입법 취지는 사업장 밖 근로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데 있다. 사용자가 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을 직접 측정하거나 감독할 수 없는 사업장 밖 근로의 경우, 개별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일일이 추적하는 것은 실무상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근로시간의 산정 방식을 간주 근로시간으로 전환함으로써, 사용자의 근로시간 관리 부담을 경감하는 동시에 근로자에게도 예측 가능한 근로시간을 보장하는 제도적 기능을 수행한다.
2. 적용 요건
2.1 사업장 밖 근로의 요건
근로기준법 제58조 제1항의 적용을 받기 위하여는 근로자가 출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야 한다. 여기서 사업장 밖 근로란 근로자가 통상적인 근무 장소가 아닌 외부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출장, 외근, 재택 근로, 외부 고객 방문, 현장 조사 등이 있다. 사업장 밖 근로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해당 근로가 사용자의 직접적 감독 하에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된다.
2.2 근로시간 산정의 곤란성
사업장 밖 간주 근로시간제의 적용을 위한 핵심 요건은 근로시간의 산정이 곤란하다는 점이다. 동 조항은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동 제도를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시간의 산정이 곤란한지 여부는 객관적으로 판단되며,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합리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수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용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동 제도의 적용이 부적절하다.
근로시간 산정의 곤란성 판단 시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가 고려된다. 첫째, 사업장 밖 근로의 지속 시간이다. 단기간의 사업장 밖 근로는 근로시간의 산정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반면, 장기간의 사업장 밖 근로는 산정이 어렵다. 둘째,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연락 가능성이다. 근로자가 사용자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유지하면서 업무를 보고하는 경우에는 근로시간의 간접적 측정이 가능할 수 있다. 셋째, 업무의 성격이다. 업무의 내용이 단순하고 반복적인 경우에는 근로시간의 예측이 용이한 반면, 업무 내용이 가변적인 경우에는 산정이 어렵다. 넷째, 기술적 측정 수단의 가용성이다. 최근에는 GPS,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 기술적 수단을 통한 근로시간 측정이 가능한 경우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수단의 활용 가능성이 산정 곤란성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2.3 산정 곤란성의 판단 경향
대법원과 하급심 판례는 근로시간 산정 곤란성의 판단에 있어 엄격한 태도를 취하여 왔다. 특히 근로자가 정기적으로 사용자에게 업무 상황을 보고하거나, 사용자의 지시를 수시로 받으며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는 산정 곤란성이 부인될 수 있다. 또한 스마트폰 등 통신 수단의 보편화에 따라 근로자의 소재와 업무 수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므로, 과거에 비하여 산정 곤란성의 인정 범위가 좁아지는 경향이 있다.
3. 간주 근로시간의 설정 방식
3.1 소정 근로시간 간주의 원칙
근로기준법 제58조 제1항 본문은 사업장 밖 근로로서 근로시간 산정이 곤란한 경우 소정 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원칙적으로 해당 사업장에서 정한 소정 근로시간이 간주 근로시간이 된다. 예를 들어 소정 근로시간이 1일 8시간으로 설정되어 있는 경우, 사업장 밖 근로에 종사한 근로자는 해당 일에 8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간주된다.
3.2 통상 필요 시간 간주의 예외
근로기준법 제58조 제1항 단서는 해당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통상적으로 소정 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그 업무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해당 사업장 밖 업무의 수행에 소정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근로가 필요한 경우에는, 그 업무 수행에 통상적으로 필요한 시간이 간주 근로시간으로 인정된다.
통상 필요 시간의 판단은 해당 업무를 일반적으로 수행하는 데 객관적으로 필요한 시간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특정 개별 근로자의 작업 속도나 숙련도가 아니라, 평균적 근로자가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의미한다. 통상 필요 시간의 산정을 위하여는 업무의 내용, 이동 거리, 통상적 처리 시간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3.3 서면 합의에 의한 간주 시간의 설정
근로기준법 제58조 제2항은 통상 필요 시간에 관하여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그 합의에서 정하는 시간을 그 업무의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가 서면 합의를 통하여 특정 업무의 통상 필요 시간을 사전에 확정한 경우에는 그 합의 시간이 간주 근로시간이 된다.
이러한 서면 합의는 통상 필요 시간에 관한 분쟁의 예방에 유효한 장치이다. 사후적으로 통상 필요 시간을 산정하는 경우 그 판단이 주관적이거나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으나, 사전 서면 합의에 의하여 간주 시간을 확정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불확실성이 해소된다.
4. 사업장 안팎에서 혼재 근로하는 경우
4.1 혼재 근로의 처리 원칙
근로자가 1일 중 일부는 사업장 내에서 근로하고 일부는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는 혼재 근로의 경우, 근로시간의 산정은 다소 복잡해진다. 사업장 내 근로 시간에 대하여는 실제 근로시간이 측정 가능하나, 사업장 밖 근로 시간에 대하여는 간주 근로시간제가 적용될 수 있다.
4.2 산정 방법
일반적으로 사업장 내 근로 시간은 실제 측정된 시간으로 산정하고, 사업장 밖 근로 시간은 간주 근로시간제에 의하여 산정한 후, 양자를 합산하여 해당 일의 총 근로시간을 산정한다. 다만 구체적인 산정 방식은 해당 업무의 성격과 서면 합의의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5. 법적 한계와 제약
5.1 근로시간 규제의 기본 원칙의 적용
사업장 밖 간주 근로시간제 하에서도 근로기준법의 기본 원칙들은 여전히 적용된다. 간주 근로시간이 법정 근로시간인 1주 40시간 또는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초과 부분에 대하여 연장 근로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며, 가산 수당이 지급되어야 한다. 또한 연장 근로의 한도, 즉 1주 12시간의 상한도 적용된다.
5.2 야간 근로 및 휴일 근로의 처리
사업장 밖 근로가 야간 시간대나 휴일에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야간 근로 가산 수당 또는 휴일 근로 가산 수당이 지급되어야 한다. 재량 근로시간제와 마찬가지로, 사업장 밖 간주 근로시간제는 근로시간의 산정 방식을 전환하는 제도일 뿐 가산 수당 지급 의무를 면제하는 것이 아니다.
5.3 휴게시간 및 휴일의 보장
사업장 밖 근로 중에도 근로기준법상의 휴게시간 부여 의무와 주휴일의 부여 의무는 그대로 적용된다. 근로자가 사업장 밖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도 법정 휴게시간 및 휴일이 보장되어야 하며, 사용자는 이러한 휴식권의 확보를 위한 합리적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5.4 실제 근로시간과의 괴리
사업장 밖 간주 근로시간제 하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간주 근로시간과 실제 근로시간 사이의 괴리이다. 근로자가 실제로는 간주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근로를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간주 근로시간만큼의 임금만을 지급받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괴리는 근로자의 경제적 보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5.5 적용 대상의 제한
재량 근로시간제와 달리 사업장 밖 간주 근로시간제는 업종이나 직무에 관계없이 사업장 밖 근로에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근로시간 산정의 곤란성이라는 요건이 엄격히 해석되는 경향에 따라, 실무상 그 적용 범위가 축소되는 상황이다.
6. 현대적 변화와 제도의 재해석
6.1 통신 기술의 발달과 근로시간 측정
스마트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GPS 등 현대적 통신 및 위치 추적 기술의 발달은 사업장 밖 근로의 근로시간 측정을 가능하게 하였다. 근로자의 출퇴근 시각, 위치, 업무 수행 상황이 실시간으로 파악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됨에 따라, 전통적으로 근로시간 산정이 곤란하다고 인정되던 업무에 대하여도 이제는 객관적 측정이 가능한 경우가 많아졌다.
6.2 재택 근로와 원격 근로의 증가
재택 근로와 원격 근로의 확산은 사업장 밖 간주 근로시간제의 적용 범위에 관한 새로운 쟁점을 제기한다. 재택 근로나 원격 근로는 근로자가 사용자의 물리적 감독 하에 있지 아니하다는 점에서 사업장 밖 근로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으나, 전자적 수단을 통한 업무 관리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근로시간의 산정이 실질적으로 가능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의 재택 근로 가이드라인 등은 재택 근로에 있어서도 원칙적으로 근로시간의 객관적 측정이 이루어져야 하며, 사업장 밖 간주 근로시간제의 적용은 근로시간 산정이 실제로 곤란한 예외적 경우에 한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6.3 판례의 엄격한 해석 경향
최근 판례는 사업장 밖 간주 근로시간제의 적용 요건인 근로시간 산정의 곤란성을 엄격히 해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사용자가 기술적 수단을 통하여 근로시간을 측정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활용하지 아니하면서 사업장 밖 간주 근로시간제의 적용을 주장하는 경우, 판례는 산정 곤란성의 요건이 충족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
7. 위반의 법적 효과
7.1 요건 미충족 시의 효과
사업장 밖 간주 근로시간제의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아니한 경우, 해당 제도의 적용은 효력이 없으며 일반적인 근로시간 산정 방식이 적용된다. 즉, 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이 산정되어야 하며,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하여는 가산 수당이 지급되어야 한다.
7.2 서면 합의의 부재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 없이 통상 필요 시간의 간주를 주장하는 경우, 이는 근로기준법 제58조 제2항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경우 통상 필요 시간은 객관적으로 산정되어야 하며, 사용자가 주장하는 간주 시간이 곧바로 인정되지 아니한다.
7.3 체불 임금의 청구
근로시간의 산정이 사후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 실제 근로시간이 간주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하여 근로자는 체불 임금을 청구할 수 있다. 이는 가산 수당을 포함하여 상당한 금액에 이를 수 있으며, 장기간에 걸쳐 누적된 경우 사용자에게 중대한 경제적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8. 기술 기반 기업의 실무적 함의
8.1 출장 및 외근에 대한 적용
기술 기반 기업에서 사업장 밖 간주 근로시간제의 대표적 적용 사례는 연구원의 학술 출장, 영업 담당자의 고객 방문, 기술 지원 엔지니어의 현장 파견 등이다. 이러한 사업장 밖 근로에 대하여는 사전에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를 통하여 통상 필요 시간을 명시적으로 설정해 두는 것이 분쟁의 예방에 유효하다.
8.2 재택 근로에 대한 적용의 신중한 검토
재택 근로에 대한 사업장 밖 간주 근로시간제의 적용은 신중히 검토되어야 한다. 재택 근로가 근로시간의 객관적 측정이 가능한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동 제도의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아니할 수 있다. 재택 근로에 대하여는 오히려 선택적 근로시간제 또는 재량 근로시간제의 적용을 검토하는 것이 보다 적절할 수 있다.
8.3 서면 합의의 체결과 관리
사업장 밖 간주 근로시간제를 도입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를 체결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여야 한다. 서면 합의에는 적용 대상 업무, 통상 필요 시간, 적용 기간, 업무 수행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야 하며, 정기적으로 재검토되어 업무 환경의 변화에 부응하여야 한다.
8.4 근로자 보호 장치의 마련
사업장 밖 간주 근로시간제 하에서 근로자가 과도한 업무 부담을 지지 아니하도록 보호 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업무량의 합리적 조정, 주기적 업무 점검, 근로자의 건강 상태 확인, 휴식권의 실질적 보장 등이 포함된다. 간주 근로시간제는 근로시간 관리의 편의를 위한 제도일 뿐, 근로자 보호 의무를 면제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여야 한다.
8.5 기록 관리의 지속
사업장 밖 간주 근로시간제를 적용하는 경우에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근로시간의 기록 관리를 지속하는 것이 권장된다. 출퇴근 기록, 업무 보고, 이동 경로 등의 정보를 수집하고 보관함으로써, 사후적 분쟁 발생 시에 객관적 자료로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기록은 간주 근로시간의 적정성 검토에도 활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