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도입 요건과 의무적 핵심시간 설계

19.23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도입 요건과 의무적 핵심시간 설계

1.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개념과 법적 기초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일정한 정산 기간을 평균하여 1주 간의 근로시간이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근로자가 업무의 시작 및 종료 시각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시간 제도이다. 대한민국 근로기준법 제52조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도입 요건, 운영 방식, 근로자 보호 장치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본질적 특성은 근로시간 배분의 결정권이 사용자가 아닌 근로자에게 부여된다는 점에 있다. 이는 사용자가 근로일별 또는 주별 근로시간을 사전에 확정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명확히 구별되는 특징이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근로자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정산 기간을 평균한 근로시간이 법정 한도를 초과하지 아니하도록 함으로써 근로자 보호와 사용자의 업무 관리를 조화시키는 제도이다.

2. 도입 요건

2.1 취업규칙에 의한 근거 설정

근로기준법 제52조 제1항은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도입 요건으로서 취업규칙(취업규칙에 준하는 것을 포함)에 업무의 시작 및 종료 시각을 근로자의 결정에 맡긴다는 취지의 규정을 둘 것을 요구하고 있다. 즉, 사용자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도입을 위하여 먼저 취업규칙에 이에 관한 근거 규정을 설정하여야 한다. 이러한 취업규칙 규정은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대상 근로자, 적용 방식, 주요 운영 원칙 등을 포함하여야 한다.

2.2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

동조 제1항은 또한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 사이의 서면 합의를 도입 요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 서면 합의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정하여야 한다. 첫째, 대상 근로자의 범위이다. 다만 15세 이상 18세 미만의 근로자는 제외된다. 둘째, 정산 기간으로서, 1개월 이내의 기간이다. 다만 신상품 또는 신기술의 연구개발 업무의 경우에는 3개월 이내의 기간으로 할 수 있다. 셋째, 정산 기간의 총 근로시간이다. 넷째, 반드시 근로하여야 할 시간대를 정하는 경우 그 시작 및 종료 시각이다. 다섯째, 근로자가 그의 결정에 따라 근로할 수 있는 시간대를 정하는 경우 그 시작 및 종료 시각이다. 여섯째, 표준 근로시간(유급 휴가 등의 계산 기준으로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가 합의하여 정한 1일의 근로시간)이다.

2.3 이중 요건의 의미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도입을 위하여는 취업규칙의 근거 규정과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라는 두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이 두 요건 중 어느 하나라도 결여되는 경우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적법하게 도입된 것으로 평가되지 아니한다. 이러한 이중 요건은 제도의 도입이 사용자의 일방적 결정에 의하여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근로자 측의 참여와 동의를 거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3. 정산 기간의 설정

3.1 일반적 정산 기간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 기간은 원칙적으로 1개월 이내로 설정되어야 한다. 정산 기간을 평균하여 1주 간의 근로시간이 법정 근로시간인 40시간을 초과하지 아니하여야 하며, 이 기준을 충족하는 범위 내에서 근로자는 근로시간을 자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

3.2 신상품·신기술 연구개발 업무의 특례

2021년 1월 5일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하여 신상품 또는 신기술의 연구개발 업무에 대하여는 정산 기간을 최대 3개월까지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가 도입되었다. 이는 연구개발 업무의 특성상 장기간에 걸친 집중적 업무 수행과 이후의 휴식 기간을 유연하게 배분할 필요가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52조 제2항은 연구개발 업무에 대한 3개월 정산 기간 제도에 관하여 추가적인 근로자 보호 장치를 규정하고 있다. 첫째, 정산 기간이 1개월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근로일이 끝난 후 다음 근로일의 시작 전까지 근로자에게 11시간 이상의 연속 휴식 시간을 부여하여야 한다. 둘째, 정산 기간을 평균하여 1주간에 40시간을 초과한 경우 초과된 시간에 대하여는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셋째, 사용자는 신상품 또는 신기술의 연구개발 업무에 해당하는 근로자에 한하여 이 특례를 적용할 수 있다.

4. 근로시간 결정 권한의 배분

4.1 근로자의 자율적 결정권

선택적 근로시간제 하에서 근로자는 업무의 시작 및 종료 시각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즉, 근로자는 정산 기간 중 자신의 근로시간을 자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으며, 특정 일에는 장시간 근무하고 다른 일에는 단시간 근무하는 방식의 운영이 가능하다.

4.2 총 근로시간의 제약

근로자의 자율적 결정권은 정산 기간 중 총 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행사된다.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의 서면 합의에 의하여 정산 기간의 총 근로시간이 확정되며, 근로자는 이 총량의 한도 내에서 각 근로일의 근로시간을 결정한다. 정산 기간의 총 근로시간은 해당 정산 기간의 주 수에 40시간을 곱한 값을 상한으로 하여 설정될 수 있다.

4.3 시간대 제한의 가능성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는 서면 합의를 통하여 근로자가 근로할 수 있는 시간대를 제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와 같이 근로 가능 시간대를 설정하는 경우, 근로자는 이 범위 내에서 업무의 시작 및 종료 시각을 결정하여야 한다. 이러한 시간대 제한은 업무의 성격, 사업장의 운영 시간, 협업의 필요성 등을 고려하여 설정될 수 있다.

5. 핵심시간(의무 근로 시간대)의 설계

5.1 핵심시간의 개념

핵심시간이란 선택적 근로시간제 하에서 근로자가 반드시 근로하여야 할 시간대를 의미하며, 흔히 “코어 타임(core time)“이라고도 지칭된다. 근로기준법 제52조 제1항 제4호는 “반드시 근로하여야 할 시간대를 정하는 경우 그 시작 및 종료 시각“을 서면 합의의 임의적 기재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핵심시간의 설정 자체는 필수가 아니며,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가 필요에 따라 합의하여 설정할 수 있는 선택 사항이다.

5.2 핵심시간 설정의 목적

핵심시간이 설정되는 주요 목적은 업무의 협업 수요를 확보하는 데 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하에서 각 근로자가 완전히 자율적으로 근로시간을 결정하는 경우, 근로자 간의 업무 조정, 회의 개최, 상호 협력이 어려워질 수 있다. 핵심시간의 설정을 통하여 모든 대상 근로자가 공통적으로 근무하는 시간대를 확보함으로써 이러한 협업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5.3 핵심시간의 합리적 설계

핵심시간의 설계에 있어서는 다음과 같은 고려 사항이 적용된다. 첫째, 핵심시간의 길이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유연성을 본질적으로 훼손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설정되어야 한다. 지나치게 긴 핵심시간은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 둘째, 핵심시간은 업무상 필요한 시간대에 배치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업무의 협업과 회의가 집중되는 오전 중반부터 오후 초반까지의 시간대가 핵심시간으로 설정되는 경우가 많다. 셋째, 핵심시간의 설정은 근로자의 개인적 사정과 생활 패턴의 다양성을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5.4 유연시간과의 구별

핵심시간 이외의 시간은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근로 여부와 근로시간을 결정할 수 있는 유연시간에 해당한다. 유연시간은 핵심시간의 앞뒤에 배치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근로자는 이 시간대에 업무의 시작과 종료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5.5 핵심시간 미준수의 효과

근로자가 합의된 핵심시간에 정당한 사유 없이 근무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근무 태만으로 평가될 수 있으며, 징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정당한 사유, 예를 들어 개인적 건강상의 이유, 가족 돌봄의 긴급한 필요 등이 있는 경우에는 핵심시간의 준수 의무가 면제되거나 완화될 수 있다.

6. 표준 근로시간의 개념과 역할

6.1 표준 근로시간의 정의

근로기준법 제52조 제1항 제6호는 표준 근로시간을 “유급 휴가 등의 계산 기준으로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가 합의하여 정한 1일의 근로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표준 근로시간은 선택적 근로시간제 하에서 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이 매일 달라지는 점을 고려하여, 유급 휴가 등의 산정 기준이 되는 기준 근로시간을 사전에 확정하기 위한 개념이다.

6.2 표준 근로시간의 활용

표준 근로시간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활용된다. 첫째, 연차 유급휴가의 사용 시 해당 일에 대한 임금 산정의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표준 근로시간이 8시간으로 설정되어 있는 경우, 연차 유급휴가 1일에 대하여는 8시간분의 통상임금이 지급된다. 둘째, 주휴일 수당의 산정 기준이 된다. 셋째, 기타 유급 휴가 및 휴일의 임금 산정 기준이 된다.

6.3 표준 근로시간의 합리적 설정

표준 근로시간은 일반적으로 1일 8시간으로 설정되나, 사업장의 특성과 근로자의 근로 패턴을 고려하여 다른 값으로 설정될 수도 있다. 표준 근로시간이 지나치게 짧게 설정되는 경우 근로자가 유급 휴가 사용 시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므로, 합리적이고 공정한 수준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7. 근로자 보호 장치

7.1 적용 제외 대상

근로기준법 제52조 제1항은 15세 이상 18세 미만의 근로자를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는 연소 근로자의 신체적·정신적 발달을 보호하기 위한 특별 규정이다. 또한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에 대하여는 일반적 근로시간 제한이 적용되므로, 선택적 근로시간제 하에서도 해당 제한이 그대로 적용된다.

7.2 연속 휴식 시간

3개월 이내 정산 기간 연구개발 업무 특례의 경우, 근로기준법 제52조 제2항은 11시간 이상의 연속 휴식 시간 부여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는 장기 정산 기간 하에서 근로자의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이다.

7.3 정산 기간 초과 근로의 가산 수당

선택적 근로시간제 하에서 정산 기간을 평균하여 1주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가 발생한 경우에는 그 초과 부분에 대하여 가산 수당이 지급되어야 한다. 연구개발 업무 특례의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52조 제2항 제2호에 따라 초과된 시간에 대하여 통상임금의 50% 이상의 가산분이 명시적으로 요구된다.

8.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비교

8.1 결정권의 귀속

양 제도의 가장 본질적 차이는 근로시간 결정권의 귀속 주체에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에서는 사용자가 근로일별 또는 주별 근로시간을 사전에 확정하며, 근로자는 이에 따라 근로를 제공한다. 반면 선택적 근로시간제에서는 근로자가 업무의 시작 및 종료 시각을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8.2 업무 특성과의 적합성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업무량이 시기별로 변동하는 사업장, 즉 특정 주 또는 특정 일에 업무가 집중되는 사업장에 적합하다. 반면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각 근로자의 업무 자율성이 높고 상호 협업보다는 개별적 업무 수행이 중심이 되는 사업장, 특히 연구개발 직군에 적합하다.

8.3 도입 요건의 차이

탄력적 근로시간제 중 2주 이내 단위 제도는 취업규칙만으로 도입이 가능하나, 3개월 이내 단위 및 3개월 초과 6개월 이내 단위 제도는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를 요구한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원칙적으로 취업규칙 규정과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의 두 요건을 모두 요구한다는 점에서 도입 요건이 가장 엄격한 제도에 해당한다.

9. 기술 기반 기업의 실무적 함의

9.1 연구개발 직군에 대한 적용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연구개발 직군에 특히 적합한 제도이다. 연구개발 업무는 업무의 창의성과 집중력이 중요한 특성을 가지며, 근로자 개인의 생체 리듬과 작업 방식에 따라 생산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이러한 업무 특성을 반영하여 근로자가 자신의 가장 생산적인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업무의 질과 효율성을 동시에 제고할 수 있다.

9.2 3개월 정산 기간 연구개발 특례의 활용

2021년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하여 도입된 3개월 정산 기간 연구개발 특례는 기술 기반 기업의 장기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특히 유용하다. 프로젝트의 특정 단계에 업무가 집중되고 다른 단계에는 업무량이 감소하는 연구개발 업무의 특성을 반영하여, 3개월의 장기 정산 기간 내에서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배분할 수 있다. 다만 이 특례의 적용에는 11시간 연속 휴식 시간 부여, 초과 근로에 대한 가산 수당 지급 등의 추가적 의무가 수반된다는 점을 고려하여야 한다.

9.3 핵심시간의 전략적 설계

핵심시간의 설계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운영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업무의 협업 수요와 근로자의 자율성 욕구를 균형 있게 반영하여야 하며, 지나치게 긴 핵심시간은 제도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1일 3시간 내외, 예를 들어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의 범위에서 핵심시간을 설정하는 것이 업무 협업과 자율성의 균형을 도모하는 데 유효하다는 평가가 있다.

9.4 근로시간 기록 관리 체계

선택적 근로시간제 하에서는 각 근로자의 근로시간이 매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정확한 근로시간 기록 관리가 더욱 중요해진다. 전자적 출퇴근 기록 시스템, 업무 관리 도구와의 연동 등을 통하여 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기록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이러한 기록은 정산 기간 총 근로시간의 관리, 가산 수당의 산정, 법 위반 여부의 확인 등에 필수적이다.

9.5 근로자 교육과 자율적 관리 문화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성공적 운영을 위하여는 근로자의 자율적 시간 관리 능력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제도의 도입 시에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을 실시하여, 제도의 취지, 운영 방식, 근로자의 권리와 의무, 자율적 관리의 필요성 등을 명확히 전달하여야 한다. 또한 자율적 관리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조직 차원의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