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6 취업규칙의 변경 절차: 유리한 변경과 불이익 변경의 구별
1. 취업규칙 변경 절차의 이원적 구조
대한민국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은 취업규칙의 작성 및 변경 절차에 관하여 이원적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동조 본문은 일반적 변경의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 측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동조 단서는 변경이 근로자에게 불리한 경우에는 근로자 측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취업규칙의 변경이 근로자에게 유리한 것인지 불리한 것인지에 따라 절차적 요건이 달리 적용되는 구조이다. 이러한 이원적 구조는 사용자의 일방적 변경권을 원칙적으로 인정하되, 근로자의 기존 권익을 침해하는 변경에 대하여는 근로자 측의 의사를 실질적으로 반영하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에 해당한다.
2. 유리한 변경과 불이익 변경의 구분 기준
2.1 구분의 필요성
취업규칙 변경 절차에 있어서 가장 근본적인 판단은 해당 변경이 근로자에게 유리한 것인지 불리한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 구분에 따라 사용자가 수행하여야 할 절차적 의무의 내용과 변경의 효력 발생 요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2.2 객관적 판단의 원칙
유리·불이익 여부의 판단은 원칙적으로 객관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즉, 사용자의 주관적 의도나 근로자의 주관적 평가가 아니라, 취업규칙 변경의 내용이 근로자의 권리와 의무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결정된다. 대법원은 취업규칙 변경의 유리·불이익 여부는 변경의 취지와 경위, 해당 조항의 구체적 내용, 변경 전후의 근로 조건의 비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취하여 왔다.
2.3 전체적 평가의 원칙
취업규칙 변경의 유리·불이익 여부는 해당 변경 조항만을 단독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다른 조항과의 관계 속에서 전체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변경된 취업규칙이 일부 조항에서는 근로자에게 유리하고 다른 조항에서는 불리한 경우, 전체적으로 근로자의 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4 혼합적 변경의 취급
근로 조건의 여러 요소가 동시에 변경되는 경우, 일부 요소는 근로자에게 유리하고 다른 요소는 불리한 혼합적 변경이 이루어질 수 있다. 판례는 이러한 혼합적 변경의 경우 변경의 취지와 경위, 각 요소의 중요성, 근로자의 기존 권익에 대한 실질적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전체적으로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일부 유리한 변경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불이익 변경의 성격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2.5 근로자 집단 간의 이해 충돌
취업규칙의 변경이 일부 근로자 집단에게는 유리하고 다른 근로자 집단에게는 불리한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판례는 불이익을 받는 근로자 집단이 존재하면 이를 불이익 변경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대법원 1993. 5. 14. 선고 93다1893 판결 등은 일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결과가 발생하는 변경을 전체적으로 불이익 변경으로 취급한 사례에 해당한다.
3. 유리한 변경의 절차
3.1 의견 청취 의무의 내용
취업규칙의 변경이 근로자에게 유리한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본문에 따라 근로자 측의 의견을 청취하여야 한다. 여기서 근로자 측이란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의미한다.
3.2 의견 청취의 실질성
의견 청취는 형식적인 통지나 설명으로 그쳐서는 아니 되며, 근로자 측이 실질적으로 의견을 형성하고 이를 사용자에게 표명할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변경 내용에 관한 충분한 정보의 제공, 의견 형성을 위한 합리적 기간의 부여, 의견의 서면 수렴 등이 요구된다. 다만 의견 청취의 결과에 사용자가 구속되는 것은 아니며, 사용자는 근로자 측의 의견을 고려하되 최종적 결정 권한을 유지한다.
3.3 의견 청취 의무 위반의 효과
의견 청취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116조 제1항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그러나 의견 청취 의무 위반 자체가 변경된 취업규칙의 효력을 부정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판례의 일관된 입장이다. 즉, 의견 청취 의무 위반은 행정적 제재의 대상일 뿐, 사법적 효력에는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4. 불이익 변경의 절차
4.1 동의 의무의 내용
취업규칙의 변경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 따라 근로자 측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동의 의무의 주체 역시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이다. 동의는 의견 청취와 달리 단순한 절차적 의무가 아니라 변경의 효력 발생을 위한 실질적 요건에 해당한다.
4.2 집단적 동의의 방식
근로자 측의 동의는 집단적 방식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즉, 개별 근로자의 동의를 각각 받는 방식이 아니라 근로자 집단의 의사 결정 과정을 통하여 동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과반수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노동조합의 의사 결정 절차를 거쳐 동의를 표시하며, 과반수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 전체의 회의 방식을 통하여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4.3 회의 방식에 의한 동의 취득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회의 방식으로 취득하는 경우, 판례는 해당 회의가 근로자들의 자유로운 의사 형성 및 표명을 보장하는 형태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1다18322 판결 등은 근로자들이 기구별 또는 단위부서별로 사용자 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서로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 의견을 집약한 후 전체 근로자의 의견을 취합하는 방식이 허용됨을 판시한 바 있다. 즉, 반드시 전체 근로자가 한 장소에 모여 회의를 개최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부서별 회의 및 의견 취합의 방식이 활용될 수 있다.
4.4 사용자의 개입 배제
동의 취득 과정에서 사용자의 부당한 개입이나 간섭이 있었던 경우에는 그 동의의 효력이 부인될 수 있다. 사용자가 회의 개최에 직접 관여하거나, 근로자들에게 특정한 의사 결정을 강요하거나, 찬성 의사 표시를 사실상 강제하는 행위는 동의의 자발성을 훼손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
4.5 동의 미취득의 효과
근로자 측의 동의를 취득하지 아니하고 이루어진 불이익 변경의 취업규칙은 원칙적으로 효력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즉, 변경 전의 취업규칙이 계속하여 적용되며, 변경된 내용은 해당 사업장의 근로자에 대하여 구속력을 갖지 아니한다. 이는 의견 청취 의무 위반과는 달리 사법적 효력의 부정이라는 강력한 제재로 이어진다.
5.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
5.1 법리의 내용
판례는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있어서 근로자 측의 동의를 취득하지 아니하였더라도 해당 변경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법리를 발전시켜 왔다. 이를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라고 한다. 대법원 1978. 9. 12. 선고 78다1046 판결 이래로 확립된 이 법리는 일정한 예외적 상황에서 사용자의 변경 필요성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5.2 합리성 판단의 요소
사회통념상 합리성은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된다. 주요 요소로는 취업규칙 변경의 필요성 및 변경 내용의 상당성, 변경으로 인하여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 변경에 의하여 근로자에게 부여되는 대상 조치의 유무 및 정도, 다른 근로 조건의 개선 여부, 변경에 관한 노동조합 등과의 교섭 경위,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의 일반적 상황 등이 있다.
5.3 법리의 엄격한 적용 경향
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7다35588, 35595 전원합의체 판결은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의 적용에 관하여 엄격한 태도를 재확인하였다. 동 판결은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이 근로자의 기존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라면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 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를 받아야 그 효력이 인정되는 것이 원칙이며,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법리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에 따라 사회통념상 합리성만을 근거로 근로자 측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불이익 변경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은 실무상 매우 어려워졌다.
6. 변경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
6.1 기존 근로자에 대한 효력
불이익 변경이 근로자 집단의 동의를 얻어 유효하게 이루어진 경우, 해당 변경은 사업장의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된다. 동의 절차에 직접 참여하지 아니한 근로자나 개별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근로자에 대하여도 집단적 동의의 효력이 미친다.
6.2 신규 입사자에 대한 효력
취업규칙의 변경 이후에 새로이 입사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변경된 취업규칙이 당연히 적용된다. 신규 입사자는 변경된 취업규칙을 전제로 하여 근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므로, 변경의 유효성 문제가 발생하지 아니한다. 이는 기존 근로자와 신규 근로자 간에 상이한 근로 조건이 적용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나, 판례는 이를 허용되는 것으로 본다.
6.3 변경 절차의 하자와 신규 입사자의 관계
대법원 1992. 12. 22. 선고 91다45165 전원합의체 판결은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이 근로자 집단의 동의 없이 이루어져 기존 근로자에 대하여 효력이 없는 경우에도, 변경 이후에 입사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된다는 입장을 확립하였다. 이에 따라 동일 사업장 내에서 변경 전 취업규칙과 변경 후 취업규칙이 병존적으로 적용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7. 유리한 변경에 관한 주요 쟁점
7.1 유리한 변경의 사후적 불이익화
변경 시점에서는 유리한 변경으로 평가되었으나, 사후적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초래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임금 체계의 변경이 단기적으로는 임금 상승을 가져오지만 장기적으로는 승급 속도를 둔화시키는 효과를 가지는 경우이다. 판례는 이러한 경우에도 변경 시점의 객관적 평가를 기준으로 유리·불이익 여부를 판단하되, 실질적 불이익이 명백한 경우에는 불이익 변경으로 재평가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한다.
7.2 임의 기재사항의 유리한 변경
임의 기재사항의 유리한 변경 역시 취업규칙 변경에 해당하므로 의견 청취 의무가 적용된다. 임의 기재사항이라는 사정은 유리·불이익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8. 기술 기반 기업의 실무적 함의
기술 기반 기업에 있어서 취업규칙의 변경은 조직 성장, 사업 모델의 변화, 근무 형태의 다양화 등에 따라 빈번히 발생하는 사안이다. 특히 연구개발 활동의 특성에 맞는 유연근무제나 재량 근로시간제의 도입, 성과 평가 체계의 개편, 직무발명 보상 규정의 정비, 스톡옵션 관련 규정의 신설 등이 대표적인 변경 사례에 해당한다.
이러한 변경이 근로자에게 유리한 것인지 불리한 것인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변경 절차 설계의 출발점이 된다. 불리한 변경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근로자 집단의 동의 취득이 필수적이며, 동의 취득 과정의 절차적 적법성을 철저히 확보하여야 한다. 특히 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7다35588, 35595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의 적용이 더욱 엄격해진 점을 고려할 때, 불이익 변경의 경우 동의 취득을 생략하는 선택지는 사실상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혼합적 변경의 경우에는 변경의 각 요소를 개별적으로 설명하고 근로자 측의 이해를 구한 후, 전체적 패키지에 대한 동의를 취득하는 방식이 실무상 유효한 접근으로 평가된다. 변경의 필요성, 변경 내용의 구체적 영향, 대상 조치의 내용 등을 투명하게 설명하는 것이 동의 취득의 적법성 확보에 기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