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3 취업규칙의 법적 지위와 단체협약, 근로계약과의 효력 관계

19.13 취업규칙의 법적 지위와 단체협약, 근로계약과의 효력 관계

1. 취업규칙의 개념과 법적 성질

취업규칙이란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임금, 근로 시간, 휴일, 휴가, 징계, 해고 등 근로 조건과 복무 규율에 관한 준칙을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을 의미한다.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은 제93조 이하에서 취업규칙의 작성·신고·변경 등에 관한 사항을 규율하고 있으며, 동법 제97조는 취업규칙을 위반하는 근로계약의 효력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취업규칙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는 학설상 여러 견해가 대립되어 왔다. 주요 학설로는 취업규칙을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제정하는 사업장 내 자치규범으로 파악하는 법규범설, 근로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되는 계약의 일부로 파악하는 계약설, 양자를 절충하는 절충설 등이 있다. 대법원의 판례는 취업규칙을 원칙적으로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작성하는 것이나 그것이 근로자의 근로 조건을 규율하는 규범으로서 기능한다는 점을 인정함으로써, 사실상 법규범설에 가까운 입장을 취하여 왔다. 대법원 1977. 7. 26. 선고 77다355 판결 이래로 취업규칙의 규범적 효력을 인정하는 판례가 확립되어 있다.

2. 취업규칙의 법적 지위

2.1 근로 조건 규율 규범으로서의 지위

취업규칙은 사업장 내에서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근로 조건을 통일적으로 규율하는 규범으로 기능한다. 이는 개별 근로계약을 일일이 체결하지 아니하고도 다수 근로자의 근로 조건을 동일하게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에 해당한다. 취업규칙은 해당 사업장에 근무하는 모든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며, 개별 근로자의 동의 없이도 근로 조건의 기준으로서의 효력을 발휘한다.

2.2 근로기준법의 하위 규범으로서의 지위

취업규칙은 근로기준법 기타 노동관계 법령의 하위 규범이며, 상위 법령에 위반되는 내용을 담을 수 없다. 근로기준법 제96조 제1항은 취업규칙은 법령이나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 적용되는 단체협약과 어긋나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취업규칙 중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부분은 근로기준법 제15조 제1항에 따라 무효가 되며, 무효로 된 부분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기준에 의한다.

2.3 행정적 감독의 대상

취업규칙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감독 대상이 된다. 근로기준법 제96조 제2항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어긋나는 취업규칙의 변경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행정적 감독 권한은 취업규칙의 합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기능한다.

3. 단체협약과의 효력 관계

3.1 단체협약의 우위

단체협약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 단체가 체결하는 집단적 계약으로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의하여 규율된다. 동법 제33조 제1항은 단체협약에 정한 근로 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에 위반하는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의 부분은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무효로 된 부분은 단체협약에 정한 기준에 의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단체협약의 규범적 효력 또는 강행적 효력이라고 한다.

즉,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의 내용이 상충하는 경우에는 단체협약이 우선 적용되며, 취업규칙 중 단체협약에 위반되는 부분은 그 효력을 상실한다. 이는 단체협약이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의 집단적 합의에 의하여 체결된다는 점에서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작성하는 취업규칙보다 근로자의 의사가 더욱 충실히 반영된 규범이라는 점에 근거한다.

3.2 유리 원칙의 적용 여부

단체협약이 취업규칙보다 불리한 근로 조건을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도 단체협약이 우선 적용되는지, 아니면 근로자에게 유리한 취업규칙이 우선 적용되는지에 관하여 학설상 대립이 있다.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단체협약이 취업규칙에 우선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근로자에게 불리한 변경이라는 사정만으로 단체협약의 효력을 부정하지는 아니하고 있다. 다만 단체협약의 체결이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하거나 조합원의 의사에 현저히 반하는 경우에는 그 효력이 제한될 수 있다.

3.3 단체협약의 비조합원에 대한 확장 적용

원칙적으로 단체협약은 해당 노동조합의 조합원에게만 적용된다. 다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5조 및 제36조는 일반적 구속력과 지역적 구속력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어,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 단체협약이 비조합원에게도 확장 적용될 수 있다. 일반적 구속력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상시 사용되는 동종의 근로자 반수 이상이 하나의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게 된 경우에 적용되며, 지역적 구속력은 일정 지역 내의 동종의 근로자 3분의 2 이상이 하나의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게 된 경우에 관할 행정관청의 결정으로 적용될 수 있다.

4. 근로계약과의 효력 관계

4.1 취업규칙의 최저 기준 효력

근로기준법 제97조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 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관하여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 경우 무효로 된 부분은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의한다. 즉, 취업규칙은 개별 근로계약에 대한 최저 기준으로서의 효력을 가지며, 취업규칙에 미달하는 근로계약의 해당 부분은 취업규칙의 기준으로 대체된다.

4.2 근로자에게 유리한 근로계약의 효력

근로계약에서 취업규칙보다 근로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정한 경우에는 해당 근로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한다. 이는 취업규칙이 최저 기준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지 최고 기준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근거한다. 즉, 취업규칙은 일률적 기준 설정의 기능을 수행하되, 개별 근로자에게 보다 유리한 조건을 약정하는 것을 금지하지는 아니한다.

4.3 취업규칙 규정과 근로계약 규정의 경합

동일한 사항에 대하여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이 각각 규정하는 경우의 효력 관계는 유리 원칙에 따라 판단된다. 근로자에게 더 유리한 조건을 규정한 것이 우선 적용되며, 이는 취업규칙이 개별 근로계약의 자유를 제약하는 상한(上限)이 아니라 최저 보장선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 기인한다.

5. 규범 간 위계질서의 종합

5.1 일반적 위계질서

노동법 체계 내에서 근로 조건을 규율하는 규범의 일반적 위계질서는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상위 규범부터 나열하면, 헌법,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 법령,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의 순서이다. 하위 규범은 상위 규범에 위반될 수 없으며, 위반되는 부분은 무효가 되고 상위 규범의 기준에 의하여 대체된다.

5.2 유리 원칙의 적용

다만 이러한 위계질서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의 위반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이며, 근로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는 하위 규범이 상위 규범을 초과할 수 있다. 즉, 근로계약이 취업규칙보다 근로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정한 경우, 취업규칙이 단체협약보다 근로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정한 경우 등에는 하위 규범이 유효하게 존속한다. 이를 노동법상 유리 원칙이라고 한다.

5.3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의 예외적 관계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의 관계에서는 유리 원칙의 적용 여부에 관하여 학설상 대립이 있다. 일부 견해는 단체협약의 규범적 효력을 강조하여 취업규칙이 단체협약보다 근로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정한 경우에도 단체협약이 우선 적용된다고 본다. 반면 다른 견해는 유리 원칙을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의 관계에도 적용하여 근로자에게 유리한 취업규칙이 우선 적용된다고 본다. 판례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판단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단체협약의 체결 경위 및 조합원의 의사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6. 취업규칙의 규범적 효력의 한계

취업규칙의 규범적 효력은 무제한적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며, 다음과 같은 한계 하에서 작용한다.

첫째, 취업규칙의 내용이 상위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위반되는 경우에는 해당 부분이 무효가 된다. 둘째, 취업규칙의 제정 또는 변경 시 근로기준법이 요구하는 절차, 특히 근로자의 의견 청취 또는 불이익 변경의 경우 근로자 집단의 동의 절차가 준수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효력이 인정되지 아니할 수 있다. 셋째, 취업규칙이 근로자의 기본권이나 사회 질서에 반하는 내용을 담은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가 될 수 있다. 넷째, 취업규칙이 사용자의 자의적 재량을 과도하게 확대하거나 근로자의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경우에는 그 효력이 제한될 수 있다.

7. 기술 기반 기업의 실무적 함의

기술 기반 기업에 있어서 취업규칙의 설계는 연구개발 활동의 특수성과 근로자의 창의적 역할을 반영하여야 한다. 일반 사무직이나 생산직을 기준으로 설계된 표준적 취업규칙은 연구개발 직군의 업무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으므로, 유연근무제, 재량 근로시간제, 직무발명 보상 등에 관한 특별 규정을 취업규칙에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취업규칙과 단체협약, 개별 근로계약의 관계를 고려하여 각 규범 간의 일관성을 유지하여야 하며, 특히 핵심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개별 근로계약의 특약 조항이 취업규칙의 일반 기준과 모순되지 아니하도록 설계하여야 한다. 개별 근로계약의 특약이 취업규칙보다 근로자에게 유리한 경우에는 유리 원칙에 따라 해당 특약이 우선 적용되므로, 핵심 인력에 대한 차별적 처우의 근거로서 개별 근로계약의 특약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