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수소 내연기관
2025-10-20, G25DR
1. 내연기관의 재탄생, 수소 시대를 향한 토요타의 도전
배터리 전기차(BEV)가 미래 모빌리티의 유일한 해답으로 여겨지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사 토요타는 독자적인 길을 걷고 있다. 바로 100년 이상 자동차 산업의 심장이었던 ’내연기관’을 수소로 재점화하려는 시도이다. 이는 과거 기술로의 회귀가 아닌, ’멀티 패스웨이(Multi-Pathway)’라는 거대 전략 아래 추진되는 미래 지향적이고 현실적인 대안 모색 과정이다.1
토요타의 수소 내연기관(Hydrogen Internal Combustion Engine, H2-ICE) 개발은 단일 기술에 종속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회피하고, 각 지역의 에너지 인프라, 시장 상황, 그리고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전 세계 모든 지역이 동일한 속도와 방식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없다는 현실적 인식에서 출발한 이 전략은, 하이브리드, 전기차, 연료전지차와 더불어 수소 엔진이라는 또 하나의 강력한 선택지를 포트폴리오에 추가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의 다각화를 추구한다.4
본 보고서는 토요타 수소 내연기관의 기술적 원리와 수소 연료전지차(FCEV)와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심층적으로 비교 분석한다. 또한, 모터스포츠라는 극한의 환경을 통해 기술을 단련하는 토요타만의 독특한 개발 과정과 그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적 성과를 상세히 추적한다. 나아가 ’멀티 패스웨이’라는 거시적 전략 속에서 수소 엔진이 차지하는 위상과 필요성을 규명하고, 상용화 가능성과 글로벌 경쟁 구도를 분석하여 미래 모빌리티 지형에서 수소 내연기관이 가질 수 있는 객관적인 위상을 조망하고자 한다.
2. 수소 동력원의 두 갈래 길: 수소 내연기관(H2-ICE)과 연료전지(FCEV) 기술 심층 비교
수소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수소를 직접 태워 동력을 얻는 ’수소 내연기관(H2-ICE)’과 수소의 화학 반응으로 전기를 만들어 모터를 구동하는 ’수소 연료전지차(FCEV)’가 그것이다. 토요타는 이미 ’미라이’를 통해 FCEV 기술력을 입증했음에도 불구하고 H2-ICE 개발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이는 두 기술이 본질적으로 다른 특성을 가지며,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2.1 작동 원리의 근본적 차이: ‘연소’ vs. ‘전기화학 반응’
수소 내연기관(H2-ICE)은 기존 가솔린 엔진의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연료 공급계와 분사 장치를 수소에 맞게 개조하여, 실린더 내에서 수소를 직접 연소시켜 발생하는 폭발력으로 피스톤을 움직여 기계적 동력을 얻는다.5 이는 100년 이상 축적된 내연기관 기술과 생산 인프라를 상당 부분 계승하고 활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7 기술적, 산업적 전환 비용을 최소화하며 탄소중립으로 나아가는 ’점진적 혁신’의 경로를 택한 것이다.
반면, 수소 연료전지차(FCEV)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에 속한다. 차량에 탑재된 연료전지 스택에서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전기화학적으로 반응시켜 전기를 생성하고, 이 전력을 이용해 전기모터를 구동한다.5 에너지 변환 과정에 연소가 개입하지 않으며, 구동 방식 측면에서 배터리만 탑재한 전기차(BEV)의 파생형 기술로 볼 수 있다.9 이는 새로운 생산 설비와 공급망, 그리고 전혀 다른 방식의 엔지니어링 노하우를 요구하는 기술적 단절을 동반한다.
2.2 성능 및 주행 특성 분석: ’엔진의 고동’을 지키다
두 기술의 근본적인 작동 원리 차이는 운전자가 체감하는 주행 경험의 차이로 직결된다. H2-ICE는 기존 내연기관차와 마찬가지로 변속기를 사용하며, 엔진의 회전 질감, 특유의 배기음, 그리고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진동 등 내연기관 고유의 기계적 감성을 그대로 유지한다.10 전문가들은 이를 ’파워풀한 주행’과 ’차를 조작하는 즐거움’으로 표현하며, H2-ICE의 주요한 장점으로 평가한다.7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감성적 만족감을 주는 제품이라는 관점에서, H2-ICE는 탄소중립 시대에도 내연기관의 감성을 선호하는 ‘드라이빙 애호가’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유효한 카드이다.
이에 반해 FCEV는 전기모터로 구동되므로, BEV와 유사하게 거의 소음이 없고 진동이 적으며, 부드럽고 선형적인 가속감을 제공한다. 이는 정숙하고 안락한 주행 환경을 선호하는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요소다. 결국 두 기술은 서로 다른 주행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미래 친환경차 시장이 단일한 특성으로 수렴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에 따라 분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2.3 효율성과 내구성의 상보적 관계
에너지 효율성 측면에서 두 기술은 뚜렷한 상보적 관계를 보인다. H2-ICE와 같은 내연기관은 엔진에 부하가 많이 걸리는, 즉 더 힘들게 작동하는 ‘고부하(heavy-load)’ 운행 조건에서 가장 높은 효율을 발휘하는 경향이 있다.5 반대로 FCEV는 모터 구동의 특성상 ‘저부하(low-load)’ 조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효율을 보인다.5
이러한 특성은 두 기술의 최적 적용 분야가 다름을 암시한다. 예를 들어, 무거운 화물을 싣고 장거리를 운행하는 대형 트럭이나 건설기계와 같이 대부분의 시간을 고부하 상태로 운행하는 상용차 영역에서는 H2-ICE가 더 효율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내구성 측면에서도 H2-ICE는 잠재적 우위를 가진다. FCEV의 핵심 부품이자 가장 비싼 부품 중 하나인 ’연료전지 스택’은 백금 촉매를 사용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능이 저하되는 내구성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10 H2-ICE는 이 스택이 필요 없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더 견고하고 장기적인 운영 비용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수십만 km 이상의 운행이 필수적인 상용차 시장에서 높은 내구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경쟁력이며, 이는 토요타가 FCEV와 별도로 H2-ICE를 개발하는 핵심적인 기술적 근거가 된다.
2.4 배출가스 및 환경 영향 평가: NOx라는 아킬레스건
환경 영향 측면에서 FCEV는 완벽한 무공해 차량(Zero Emission Vehicle, ZEV)이다. 전기화학 반응의 유일한 부산물은 순수한 물(H2O)뿐이기 때문이다.8
반면 H2-ICE는 ’탄소중립’에는 기여할 수 있으나 ’완전 무공해’는 아니다. 수소(H)와 산소(O)가 반응하므로 원리적으로 이산화탄소(CO2)는 배출되지 않지만, 엔진 윤활유가 미량 연소되면서 극소량의 CO2가 발생할 수 있다.5 더 중요한 과제는 질소산화물(NOx)이다. 엔진 실린더 내부의 고온·고압 환경에서 공기 중의 질소(N2)와 산소(O2)가 반응하여 NOx가 생성되기 때문이다.5 이는 H2-ICE가 극복해야 할 가장 큰 기술적, 환경적 허들이다.13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요타를 비롯한 개발사들은 희박 연소(Lean-burn) 기술, 배기가스 재순환(EGR) 장치, 그리고 촉매를 이용한 후처리 장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5 결국 H2-ICE의 성패는 NOx 배출량을 규제 기준 이하로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의 완성도와 비용에 달려있다. 이는 토요타가 H2-ICE를 ’무공해차’가 아닌 ’탄소중립 내연기관’으로 포지셔닝하는 이유이며, 내연기관 기술력의 최종 시험대가 될 것이다.
2.5 표 1: H2-ICE vs. FCEV 기술 비교 분석
| 구분 항목 | 수소 내연기관 (H2-ICE) | 수소 연료전지차 (FCEV) |
|---|---|---|
| 작동 원리 | 수소 직접 연소 (기계 동력) | 전기화학 반응 (전기 생성) |
| 에너지 변환 | 열에너지 → 운동에너지 | 화학에너지 → 전기에너지 → 운동에너지 |
| 주요 부품 | 엔진, 변속기, 연료분사장치 | 연료전지 스택, 모터, 배터리 |
| 효율성 | 고부하 조건에서 우수 | 저부하 조건에서 우수 |
| 주행 성능 | 내연기관 특유의 고동감, 사운드 |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 부드러운 가속 |
| 내구성 | 스택 불필요, 구조적 내구성 잠재력 높음 | 스택의 수명 및 성능 저하 문제 존재 |
| 배출가스 | H2O, 미량의 CO2, NOx (후처리 필요) | H2O (순수한 물) |
| 연료 요구사항 | 상대적으로 낮은 순도의 수소로도 작동 가능 5 | 고순도 수소 필요 |
| 기술 계승성 | 기존 내연기관 인프라 활용도 높음 | 새로운 생산 설비 및 공급망 필요 |
3. 극한의 담금질: 모터스포츠를 통해 진화하는 토요타 수소 엔진
토요타는 “길이 차를 단련하고, 사람이 차를 만든다“는 고유의 철학을 바탕으로, 수소 엔진 기술을 연구실이 아닌 가장 가혹한 환경인 모터스포츠 현장에서 개발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마케팅 활동을 넘어, 기술의 한계를 시험하고 진화시키는 혁신적인 R&D 방법론이다.
3.1 후지 24시간 내구 레이스: 기술 실증의 최전선
토요타는 2021년부터 수소 엔진을 탑재한 ’코롤라 H2 컨셉’과 ‘GR 야리스 H2’ 프로토타입 차량으로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내구 레이스인 ’슈퍼 다이큐 시리즈 후지 24시간 레이스’에 지속적으로 참가하고 있다.7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극한의 주행을 반복하는 이 레이스는 일반 도로 주행 수만 km에 해당하는 부하를 단시간에 차량에 가한다.
이곳에서 발생하는 예측 불가능한 문제들, 예를 들어 부품의 마모, 열화, 예상치 못한 고장 등은 연구실 환경에서는 결코 발견하기 어려운 실증 데이터다. 토요타는 이 과정을 통해 부품의 내구성, 연비, 출력 등 모든 측면에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즉각적으로 개선점을 찾아낸다. 특히 토요다 아키오 회장이 ’모리조(MORIZO)’라는 가명으로 직접 레이스에 참가하는 것은 이 프로젝트가 최고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 하에 추진되고 있음을 상징하는 동시에, 운전자의 시각에서 차량의 한계를 직접 체감하고 개발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16 토요타에게 모터스포츠는 단순한 홍보 무대가 아니라, 기술의 한계를 시험하고 진화시키는 ’움직이는 연구소’인 셈이다.16
3.2 기술적 진보의 이정표: 액체수소로의 전환
레이스를 통한 담금질은 구체적인 기술적 진보로 이어졌다. 초기 개발 단계에서 가장 큰 난제 중 하나는 연료 펌프의 내구성이었다. 액체수소를 고압으로 만들어 엔진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펌프는 극저온과 고압을 견뎌야 하므로 마모와 열화가 발생하기 쉬웠고, 이로 인해 작년 레이스에서는 2회나 펌프를 교체해야 했다.20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요타는 크랭크의 양쪽 끝에서 모터 토크를 입력하여 균형 있게 피스톤을 움직이는 ‘듀얼-드라이브(Dual-Drive)’ 크랭크 메커니즘을 새롭게 도입했고, 그 결과 펌프의 내구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다.21
더욱 중요한 진보는 연료 저장 방식의 전환이다. 초기에는 70MPa의 고압 기체수소(GH2)를 사용했으나, 부피당 에너지 밀도가 낮아 항속거리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9 이를 극복하기 위해 토요타는 극저온(-253℃)의 액체수소(LH2)로 전환했다. 액체수소는 기체수소보다 압력이 낮아 탱크의 형태를 비교적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토요타는 이 점을 활용해 기존의 ‘원통형’ 탱크를 차량 내부 공간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타원형’ 탱크로 개량했다. 그 결과, 탱크 용량이 1.5배 증가하여 항속거리를 획기적으로 연장할 수 있었다.21 기체수소를 사용하던 시기와 비교하면 2배 이상의 수소를 탑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액체수소 기술의 성숙도는 장거리 운행이 필수적인 상용차 시장 진출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열쇠이며, 토요타는 레이싱이라는 극한 환경을 통해 이 핵심 기술을 선점하고 있다.
3.3 데이터가 이끄는 개발 로드맵: ‘후지산 4부 능선’
토요타는 수소 엔진 개발 단계를 ’후지산 등반’에 비유하며 현재의 기술적 위치와 미래 로드맵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2022년 6월 기준, 토요타는 스스로 ’4부 능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22 이는 배기가스, 즉 NOx를 저감하기 위한 연소 조건 최적화 및 후처리 장치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단계를 의미한다.
이후의 등반 계획 또한 구체적이다. 5부 능선은 ‘기능 신뢰성 및 내구성 개선’, 6부 능선은 ‘탱크의 소형화’, 그리고 7부 능선은 ’실증 평가’로 이어진다.22 이처럼 개발 단계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기술 개발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는 동시에, 부품 공급사, 인프라 사업자, 정부 등 관련 생태계 참여자들에게 ’우리는 이 길로 갈 것이니 함께 준비하자’는 명확한 신호를 보내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다. 이는 수소 엔진 생태계 조성을 유도하고 미래 비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고도의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4. 토요타의 큰 그림: ‘멀티 패스웨이’ 전략과 수소 엔진의 역할
토요타의 수소 내연기관 개발은 단일 기술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멀티 패스웨이’라는 기업의 거시적 전략이라는 더 넓은 캔버스 위에서 이해해야 한다. 이 전략은 토요타의 독자적인 환경 철학과 미래 시장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4.1 ’전기차 올인’을 넘어선 전방위 전략
‘멀티 패스웨이’ 전략은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배터리 전기차(BEV), 수소 연료전지차(FCEV), 그리고 수소 내연기관차(H2-ICE)에 이르기까지 가능한 모든 동력원을 개발하고, 각 시장의 상황과 고객의 필요에 맞춰 최적의 솔루션을 유연하게 제공하겠다는 전방위적 접근법이다.1
이 전략의 기저에는 전 세계 모든 국가와 지역이 처한 현실이 다르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국가별로 에너지 수급 상황,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전력망의 안정성, 충전 인프라 보급 속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단 하나의 기술(BEV)이 모든 곳에서 최적의 해답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24
더 나아가 토요타는 차량 운행 단계에서 배출가스가 없는 것(Tank-to-Wheel)만을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에너지를 생산하는 단계부터 차량을 제조하고 폐기하는 전 과정(Well-to-Wheel)에서의 총 탄소 배출량을 고려하는 생애주기평가(LCA)를 강조한다.24 이 관점에서는, 화석연료 발전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 운행되는 BEV는 전력 생산 과정에서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므로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차라고 보기 어렵다. 반면,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그린수소’를 사용하는 수소 엔진차는 LCA 관점에서 BEV보다 더 우월한 친환경 대안이 될 수 있다. 멀티 패스웨이 전략은 이처럼 단순한 시장 대응을 넘어, LCA에 기반한 토요타의 깊이 있는 환경 철학을 반영한다.
4.2 수소 엔진, 전략적 포트폴리오의 핵심 축
멀티 패스웨이 전략 안에서 수소 엔진은 여러 가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첫째, 기존 자산의 가치를 극대화한다. H2-ICE는 기존 내연기관 생산 설비, 수많은 부품 공급망, 그리고 수십 년간 축적된 엔지니어링 인력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7 이는 BEV로의 급진적 전환이 초래할 수 있는 막대한 신규 투자 부담과 기존 산업 생태계의 붕괴라는 충격을 완화하는 현실적인 방안이다.
둘째, 특정 시장을 정조준하는 강력한 무기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며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디젤 엔진의 강력한 대체재로서, 장거리·고부하 운행이 필수적인 상용차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유지하고 확장하려는 전략적 목표를 가지고 있다.25 이처럼 H2-ICE는 BEV 전환으로 인해 좌초자산이 될 위기에 처한 내연기관 인프라를 지키는 ‘방어적’ 성격과, BEV가 쉽게 공략하기 어려운 탄소중립 상용차 시장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공격적’ 성격을 동시에 띤다. 과거의 영광과 미래의 기회를 잇는 가장 현실적인 다리인 셈이다.
4.3 하이브리드 기술과의 융합: 시너지 극대화
토요타는 자사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한 하이브리드 기술을 수소 엔진과 융합하는 전략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그 구체적인 결과물이 세계 최초의 수소 엔진 하이브리드(HV) 프로토타입인 ’하이에이스’다.1 이 차량은 수소 엔진 단독 탑재 모델과 비교해 항속거리가 20% 이상 늘어났고, 가속 성능 또한 개선되었다.1
이러한 성능 향상은 각 동력원의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극대화하는 정교한 제어 기술 덕분이다. 구조적으로 수소 엔진은 저속·저회전 구간에서 토크가 부족할 수 있는데, 이는 출발과 동시에 최대 토크를 발휘하는 전기모터로 완벽하게 보완할 수 있다. 반대로, 전기모터의 효율이 떨어지는 고속·고부하 주행 구간에서는 수소 엔진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며 주행을 담당한다. ‘수소 엔진 + 하이브리드’ 조합은 단순히 두 기술을 합친 것을 넘어, 각 기술의 단점을 상쇄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적 융합이다. 이는 토요타가 수십 년간 쌓아온 하이브리드 제어 기술이 있기에 가능한 최적의 조합이며, 경쟁사들의 수소 엔진 대비 토요타가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차별화된 경쟁 우위가 될 것이다.23
5. 미래 전망 및 시장 분석: 수소 내연기관의 상용화 가능성과 경쟁 구도
토요타의 수소 내연기관 기술이 연구실과 레이스 트랙을 넘어 실제 도로 위를 달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이제 기술적 가능성을 넘어 시장의 현실성과 경쟁 환경 분석으로 넘어가고 있다.
5.1 상용화 로드맵과 남은 과제
토요타는 수소 엔진차의 구체적인 시판 시기를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상용차 ‘하이에이스’ 프로토타입을 제작하여 호주에서 공공도로 실증 주행을 계획하는 등 상용화를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1 업계에서는 빠르면 2027년경 상용차 시장을 중심으로 첫 모델이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26
그러나 상용화까지는 여러 가지 거대한 과제가 남아있다. 첫째, 절대적으로 부족한 인프라다. 특히 액체수소 기술을 핵심으로 삼는 토요타에게 극저온 설비가 필요한 액체수소 충전소의 부재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25 둘째, 연료의 경제성 문제다. 현재로서는 재생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만드는 그린수소의 생산 비용이 매우 높아, 기존 디젤 연료와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27 셋째, 기술적 완성도다. 레이스를 통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지만, 일반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항속거리 확보와 NOx 배출가스의 완벽한 제어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1
결론적으로 토요타는 엔진 자체의 기술적 문제들은 빠른 속도로 해결하고 있지만, 차량의 성공은 차량 자체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연료의 안정적이고 저렴한 공급, 그리고 편리한 충전 인프라라는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H2-ICE 차량도 시장에 안착할 수 없다. 이는 토요타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며, 정부와 에너지 기업들의 전폭적인 협력이 필수적이다.
5.2 글로벌 시장 동향 및 성장 잠재력
수소 내연기관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성장 잠재력을 주목받고 있다. 한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글로벌 수소 내연기관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33억 9천만 달러에서 연평균 14.3%의 성장률을 보이며 2032년에는 12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29
다만 이 수치를 해석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현재 ‘수소차’ 시장에 대한 대부분의 장밋빛 전망은 수소 연료전지차(FCEV)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예를 들어, 전체 글로벌 수소연료전지차 시장은 2035년까지 1,339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도 존재한다.30 H2-ICE 시장은 아직 본격적으로 형성되지 않았으므로, FCEV 시장의 높은 성장률 전망을 H2-ICE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H2-ICE 시장의 잠재력은 전체 수소차 시장 데이터와는 별도로, 상용차 및 산업용 엔진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5.3 경쟁의 서막: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동향
초기에는 토요타의 독자 행보처럼 보였던 수소 내연기관 개발은 이제 글로벌 경쟁 구도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이는 H2-ICE가 특정 시장, 특히 상용차 분야에서 유효한 탄소중립 기술이라는 공감대가 업계 전반에 형성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유럽에서는 BMW가 과거 ‘하이드로젠 7’ 6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대형 트럭에 H2-ICE를 적용하는 ‘HyCET’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볼보 트럭 역시 2030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HICE 트럭을 개발하고 있다.14 심지어 슈퍼카 브랜드인 페라리마저 수소 내연기관 관련 특허를 출원하며 기술적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13 미국의 엔진 전문 기업 커민스(Cummins)는 15리터급 대형 수소 엔진 ’X15H’를 개발하여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32, 한국의 HD현대인프라코어는 11리터급 ‘HX12’ 수소 엔진을 개발, 2025년 본격 양산을 계획하며 가장 빠른 상용화 주자 중 하나로 부상했다.32
이러한 경쟁 구도는 기술 발전을 가속화하고 시장 확대를 촉진하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앞으로는 단순히 엔진을 개발하는 단계를 넘어, 연료 분사 방식, 탱크 규격 등 기술 ’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 간의 치열한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5.4 표 2: 주요 자동차 제조사별 수소 내연기관 개발 현황 비교
| 기업명 | 국가 | 주요 개발 모델/엔진 | 대상 차종 | 개발 단계/특징 | 상용화 목표 |
|---|---|---|---|---|---|
| 토요타 | 일본 | GR 코롤라/야리스, 하이에이스 HV | 레이싱카, 상용차 | 액체수소, 하이브리드 기술 접목 | 미정 (2027년 이후 추정) |
| BMW | 독일 | HyCET 프로젝트 트럭 | 대형 트럭 | 기존 디젤 트럭 구조 활용 | 실증 테스트 진행 중 |
| HD현대인프라코어 | 한국 | HX12 엔진 (11L급) | 버스, 트럭, 건설기계 | 국책과제, 직접분사식 | 2025년 |
| 커민스 | 미국 | X15H 엔진 (15L급) | 대형 트럭 | 엔진 전문 기업, 테렉스와 협력 | 2027년 |
| 볼보 | 스웨덴 | HICE 트럭 | 대형 트럭 | 2026년 도로 테스트 예정 | 2030년 내 |
| 페라리 | 이탈리아 | 직렬 6기통 엔진 | 슈퍼카 | 특허 출원 단계 | 미정 |
6. 결론: 지속가능한 모빌리티를 위한 현실적 대안인가?
토요타의 수소 내연기관 개발은 배터리 전기차 일변도의 미래 모빌리티 담론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는 ’멀티 패스웨이’라는 거대 전략의 핵심축으로서, 기술적 타당성과 전략적 필연성을 입증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 모터스포츠를 통한 극한의 담금질은 기술적 완성도를 빠르게 높이고 있으며, 특히 장거리·고부하 운행이 필수적인 상용차 시장에서 디젤 엔진을 대체할 강력한 잠재력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수소 내연기관이 가진 기회는 명확하다. 기존 내연기관 인프라 활용을 통한 전환 비용 최소화, 토요타의 독보적인 하이브리드 기술과의 시너지를 통한 성능 극대화, 그리고 배터리 전기차가 쉽게 공략하기 어려운 특정 시장에 대한 현실적 대안이라는 점이다. 반면, 연료전지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에너지 효율, NOx 배출이라는 환경적 과제, 그리고 무엇보다 그린수소 생산 및 충전 인프라 구축이라는 거대한 허들은 명백한 한계로 존재한다.
결론적으로, 수소 내연기관이 미래 승용차 시장의 주류가 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아 보인다. 그러나 탄소중립이라는 인류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단 하나의 정답은 존재하지 않으며, 다양한 기술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토요타의 수소 내연기관은 모든 것을 대체하는 ’만능 열쇠’가 아니라, 특정 영역의 문을 열 수 있는 ’특별한 열쇠’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이다. 특히 상용 모빌리티 부문에서 탄소중립을 향한 현실적인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궁극적인 성공은 기술 자체의 완성도를 넘어, 사회 전체가 수소 경제로 전환하려는 의지와 속도에 달려있을 것이다.
7. 참고 자료
- 日도요타, 수소엔진 하이브리드 시제품 첫 공개 - 데일리포스트, https://www.thedaily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107530
- ‘전기차 지각생’ 토요타가 살아남을 전략은 [서평] -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7233686i
- [momo톡] 토요타의 ‘멀티 패스웨이’ 전략이 뭐길래 이 난리? - 머니S, https://www.moneys.co.kr/article/2024041117143051426
- 토요타 2025 핵심 전략: SDV와 멀티 패스웨이 | “이야기처럼 듣는 자동차 인사이트” -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6yHGroG62FM
- 수소 내연 기관 및 수소 연료 전지 | 커민스(Cummins Inc.), https://www.cummins.com/kr/news/2022/01/27/hydrogen-internal-combustion-engines-and-hydrogen-fuel-cells
- [김필수 칼럼] 수소 먹는 내연기관, 미래차 산업 한 몫 할까? - 여성경제신문, https://www.womaneconom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0494
- 日 도요타, 수소연료 전용엔진 개발 - 가스신문, https://www.gas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5833
- KISTI DATA INSIGHT 수소차 글로벌 기술시장경쟁력 비교분석, https://repository.kisti.re.kr/bitstream/10580/18304/1/%EB%8D%B0%EC%9D%B4%ED%84%B0%EC%9D%B8%EC%82%AC%EC%9D%B4%ED%8A%B8_22%ED%98%B8.pdf
- 수소자동차 - 나무위키, https://namu.wiki/w/%EC%88%98%EC%86%8C%EC%9E%90%EB%8F%99%EC%B0%A8
- 토요타, 넥쏘와 다른 ‘수소연소차’ 개발 중···수소전기차보다 나을까 - 시사저널e, https://www.sisajournal-e.com/news/articleView.html?idxno=300736
- 수소연료전지차 정책 및 시사점 - ETRI 지식공유플랫폼, https://ksp.etri.re.kr/ksp/article/file/11593.pdf
- [보고서]수소엔진의 최신 기술동향, https://scienceon.kisti.re.kr/srch/selectPORSrchReport.do?cn=KAR2007027085
- [기획] 국내외 수소연소엔진 기술개발 동향BMW·페라리 등 자동차제조사들 수소연소엔진 개발 본격화, http://www.h2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3856
- [기획] 국내외 수소연소엔진 기술개발 동향BMW·페라리 등 자동차제조사들 수소연소엔진 개발 본격화 - 가스신문, https://www.gas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9486
- 수소엔진 자동차의 개발동향, https://www.reseat.or.kr/portal/cmmn/file/fileDown.do?menuNo=200019&atchFileId=f54dc086937347d9af8d1fb83b7abcd0&fileSn=1&bbsId=
- “더 좋은 차를 위한 극한의 도전” 토요타 GR, 세계가 열광하는 이유있다, http://www.automorning.com/news/article.html?no=47002
-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토요타, 수소 엔진 탑재한 GR코롤라로 24시간 내구레이스 달린다, https://www.auto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9767
- 가주레이싱 중무장한 토요타 자동차…“GR 스포츠 라인업 달린다” - 지피코리아, https://www.gpkorea.com/news/articleView.html?idxno=85898
- ‘회장님의 질주’ 토요타 GR야리스 수소차, WRC 시험주행 - 모터그래프, https://www.motorgraph.com/news/articleView.html?idxno=30527
- 토요타의 끊임없는 도전으로 완성되는 수소 엔진 - 모터매거진, https://www.motormag.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576
- 토요타 ‘GR 코롤라’ 신형 액체수소 엔진 달고 24시간 내구 레이스 출전 …, https://m.cnet.co.kr/view/?no=20240524223945
- 일경오토모티브_2022/10_도요타, 수소 엔진차의 시판화 日経Automotive, https://hjtic.snu.ac.kr/node/12916
- 토요타, 당장 전동화보다 내연기관 투자확대..수소 엔진 핵심 - 카가이, https://www.carguy.kr/news/articleView.html?idxno=49861
-
- 토요타 멀티패스웨이와 수소 엔진, 그리고 모토마치 공장 : 다나와 …, https://auto.danawa.com/news/?Tab=F5&Work=detail&no=5597914
- 토요타, 디젤 엔진을 수소 엔진으로 대체하는 길을 개척하기로 결심? - Vietnam.vn, https://www.vietnam.vn/ko/toyota-quyet-mo-duong-thay-the-dong-co-diesel-bang-hydro
- ‘H₂ICE(수소엔진)탑재 상용차’ 빠르면 2027년 상용화 전망 - 에너지데일리, http://www.energy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1334
- 수송부문 수소사용 활성화 방안 연구 - 에너지경제연구원, https://www.keei.re.kr/pdfOpen.es?bid=0001&list_no=82093&seq=1
- 왜 수소 연료 전지가 자동차에서 수소 기반 연소 엔진을 사용하는 것보다 더 선호되는 거야?, https://www.reddit.com/r/askscience/comments/2zb6fy/why_are_hydrogen_fuel_cells_preferrable_to_using/?tl=ko
- www.gasnews.com, https://www.gas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9486#:~:text=%EB%B9%84%EC%A6%88%EB%8B%88%EC%8A%A4%EB%A6%AC%EC%84%9C%EC%B9%98%EC%97%90%20%EB%94%B0%EB%A5%B4%EB%A9%B4%20%EA%B8%80%EB%A1%9C%EB%B2%8C,CAGR%EC%9D%84%20%EB%82%98%ED%83%80%EB%82%BC%20%EA%B2%83%EC%9C%BC%EB%A1%9C%20%EB%B3%B4%EC%9D%B8%EB%8B%A4.
- 수소연료전지차 시장 규모, 점유율, 성장 및 추세 분석 2035, https://www.researchnester.com/kr/reports/hydrogen-fuel-cell-vehicle-market/3616
- 미래의 자동차는 수소자동차? - 정책브리핑, https://www.korea.kr/briefing/pressReleaseView.do?newsId=155307066
- 내연기관 대체제 ‘수소연소엔진’ 국내외 상용차업계 … - 상용차신문, https://www.cvinfo.com/news/articleView.html?idxno=26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