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독트린과 3차원 교통망 지하 및 항공 도심 모빌리티 비교

머스크 독트린과 3차원 교통망 지하 및 항공 도심 모빌리티 비교

2025-10-21, G25DR

1. 서론: 3차원으로 향하는 두 가지 길

현대 도시가 직면한 만성적인 교통 체증은 본질적으로 2차원 평면에 갇힌 물리적 제약에서 비롯된다. 제한된 도로망 위에서 무수히 많은 이동 수단이 뒤엉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 선구자들은 수직적 차원, 즉 지하와 공중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 3차원을 활용하려는 접근법은 현재 두 가지 상반된 비전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한편에는 일론 머스크의 독특한 문제 해결 프레임워크에서 비롯된 도심 항공 모빌리티(Urban Air Mobility, UAM)에 대한 깊은 회의론과 그 대안으로 제시된 지하 터널 시스템이 존재한다. 다른 한편에는 수많은 기업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며 기술적 성숙도를 높이고 구체적인 성과를 입증하고 있는 eVTOL(전기 수직이착륙 항공기) 산업이 있다.

본 보고서는 일론 머스크의 논지를 해부하고, 그가 제안한 해결책인 보링 컴퍼니(The Boring Company)의 현실을 심층 분석하며, 그의 비판이 현대 eVTOL 플랫폼의 실증적 데이터 및 공학적 현실과 어떻게 비교되는지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분석은 어느 한쪽의 우위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도시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한 두 가지 근본적으로 다른 패러다임을 비교하여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에 대한 전략적 통찰을 제공하고자 한다.

2. 제1원칙 사고: 도시 교통의 근본적 해체

2.1 머스크의 방법론: 제1원칙 사고(First Principles Thinking)의 이해

일론 머스크의 혁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핵심 사상 체계인 ’제1원칙 사고’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유추적 사고(reasoning by analogy)와 대척점에 있는 문제 해결 방식이다.1 유추적 사고가 기존에 존재하는 것을 약간 변형하거나 개선하는 방식이라면, 제1원칙 사고는 문제를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가장 근본적인 진리(fundamental truths)로 환원한 뒤, 그 지점에서부터 해결책을 재구성하는 접근법이다.2 머스크는 이 방식이 물리학의 문제 해결법과 같다고 설명하며,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고자 할 때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1

이 방법론의 힘은 스페이스X(SpaceX)와 테슬라(Tesla)의 사례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스페이스X 이전의 항공우주 산업은 로켓이 본질적으로 비싸고 일회용이라는 유추적 가정에 갇혀 있었다. 머스크는 이 문제를 “로켓을 구성하는 원자재의 시장 가격은 얼마인가?“라는 제1원칙적 질문으로 환원했다. 분석 결과, 원자재 비용은 로켓 전체 가격의 극히 일부에 불과했고, 나머지 비용은 비효율적인 공급망과 ’로켓은 소모품’이라는 잘못된 가정에서 비롯됨이 드러났다.4 이에 스페이스X는 부품의 80%를 내부에서 직접 생산하는 수직 계열화를 단행하고, 가장 비싼 1단 부스터를 회수하여 재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발사 비용을 10분의 1 수준으로 절감하는 파괴적 혁신을 이뤄냈다.4

2.2 제1원칙을 통한 도시 교통 문제의 재정의

이러한 제1원칙 사고를 도시 교통 문제에 적용하면 머스크가 왜 항공 운송 방식에 회의적인 결론에 도달하는지 논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 그는 도시 교통 문제의 본질을 ’단위 질량을 특정 지점 간에 이동시키는 데 필요한 에너지, 시간, 비용, 안전성’이라는 근본적인 물리학적 변수로 환원한다.

이 프레임워크에서 항공 운송, 특히 eVTOL은 몇 가지 근본적인 물리적 제약에 직면한다. 첫째, 중력을 거슬러 기체를 공중에 띄우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한다. 둘째, 수많은 비행체가 3차원 공간을 자유롭게 날아다닐 경우, 통계적으로 충돌 및 낙하 사고의 확률은 지상 운송에 비해 필연적으로 증가한다. 셋째, 악천후나 결빙 같은 통제 불가능한 기상 변수는 지상보다 공중에서 훨씬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5 넷째, 프로펠러나 로터가 공기를 밀어내는 과정에서 소음 발생은 필연적이다.

따라서 머스크의 관점에서 eVTOL은 기존 헬리콥터를 전기화한 유추적 사고의 산물일 뿐, 에너지 효율, 안전성, 소음이라는 근본적인 물리 법칙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해결책으로 비친다. 그의 성공 방정식인 제1원칙 사고의 논리적 귀결은,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고 기상 조건에 독립적이며, 통제된 환경에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지상 또는 지하 운송이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이는 그의 eVTOL 비판이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그의 성공을 이끈 핵심 철학에서 비롯된 필연적 산물임을 시사한다.

3. 하늘에 대한 비판: eVTOL에 대한 머스크의 명확한 반론

머스크는 제1원칙 사고에 기반하여 eVTOL, 즉 그가 지칭하는 ’플라잉카(flying car)’에 대해 구체적이고 명확한 반론을 제기한다. 그의 비판은 소음, 안전, 그리고 심리적 요인이라는 세 가지 핵심 축으로 구성된다.

3.1 음향적 부담: “허리케인 같은 소음”

머스크의 가장 큰 우려 중 하나는 소음 공해다. 그는 수많은 플라잉카가 도심 상공을 가득 채울 경우 “마치 허리케인처럼 시끄러울 것“이라고 경고한다.6 이는 단순히 데시벨(dBA) 수치를 넘어, 지속적인 소음이 시민들에게 가할 심리적 스트레스와 삶의 질 저하 문제를 포함하는 비판이다. 물리학적으로 로터가 공기를 아래로 밀어낼 때 발생하는 강력한 하강풍(downwash)과 소음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7 특히 빌딩 숲과 같은 복잡한 도시 환경에서는 소리가 반사되고 증폭되어 특정 지역에 소음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그의 주장은 항공 모빌리티가 기술적 실현을 넘어 도시 환경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를 지적한다.

3.2 다모클레스의 검: 안전과 확률적 위험

안전 문제에 대한 머스크의 비판은 매우 직설적이고 강력하다. 그는 “필연적으로 누군가는 자신의 차를 제대로 정비하지 않을 것이고, 그 차에서 떨어진 허브캡이 누군가를 단두대처럼 덮칠 것“이라는 섬뜩한 비유를 사용한다.6 이 발언은 단일 부품의 고장이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단일 장애점(Single Point of Failure)’에 대한 그의 깊은 불신을 드러낸다.

더 나아가 그는 확률론적 위험을 제기한다. 비행체의 수가 ‘수백만(zillions)’ 단위로 늘어날 경우, 개별 비행체의 사고 확률이 아무리 낮더라도 절대적인 사고 건수는 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6 그는 비행체가 존재함으로써 무언가 머리 위로 떨어질 확률이 ’거의 0’에서 ’0보다 큰 어떤 값’으로 바뀐다는 사실 자체를 근본적인 문제로 본다.5 또한 결빙과 같은 악천후는 지상 교통사고와는 비교할 수 없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5

3.3 심리적 부담: 불안감을 유발하는 환경

머스크는 기술적 문제를 넘어 인간 중심적 관점에서도 비판을 제기한다. 그는 “당신 머리 위로 무언가 날아다닌다는 것 자체가 불안감을 줄여주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지적한다.7 이는 기술의 안전성과 효율성과는 별개로, 새로운 기술이 인간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과 사회적 수용성(public acceptance)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안전하다고 증명되더라도, 대중이 일상적인 위협으로 인식한다면 해당 기술이 사회에 성공적으로 통합되기는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흥미로운 점은 머스크의 비판이 고도로 통제되고 인증된 상업용 ’항공기’가 아닌, 개인이 무분별하게 소유하고 조종하는 ’자동차’의 공중 버전을 상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백만 대가到处乱飞(flying all over the place)” 6라는 표현이나 “누군가 정비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것” 6이라는 가정은 중앙 관제 시스템이 부재하고 개인의 책임에 의존하는 혼란스러운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제한다. 이는 실제 UAM 산업이 항공사처럼 전문 기업이 소유, 운항, 정비하고 통합 항공 교통 관리 시스템의 통제를 받는 질서정연한 상업 운항 모델을 지향하는 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결과적으로 그의 이러한 ‘프레이밍’ 전략은 대중의 잠재적 공포를 자극하여 자신의 대안인 지하 터널에 대한 지지를 유도하는 효과적인 수사학적 장치로 기능한다.

4. 지하의 대안: 보링 컴퍼니 심층 분석

eVTOL에 대한 비판과 함께 머스크가 제시한 대안은 도시의 3차원 공간을 아래로 확장하는 것, 즉 지하 터널 네트워크다. 그가 설립한 보링 컴퍼니는 이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한 프로젝트이며, 특히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4.1 운영 현실: 라스베이거스 루프(Vegas Loop) 사례 연구

현재 라스베이거스에서 운영 중인 ’베이거스 루프’는 보링 컴퍼니의 기술과 비전을 보여주는 핵심 사례다. 이 시스템은 현재 8개의 역을 통해 3백만 명 이상의 승객을 수송했으며, 최종적으로는 시간당 최대 9만 명의 승객을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8 특히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C) 내 구간은 시간당 4,500명 이상의 최대 수송 능력을 입증하며 그 효율성을 과시했다.9

루프 네트워크는 LVCC 캠퍼스를 넘어 리조트 월드, 웨스트게이트, 앙코르 등 주요 호텔 및 리조트와 연결되었으며, 향후 해리 리드 국제공항, 얼리전트 스타디움, 다운타운을 포함하는 총 68마일의 터널과 104개의 역으로 확장하는 계획을 시 당국으로부터 승인받았다.8 이 시스템의 효용성은 45분이 걸리던 LVCC 캠퍼스 횡단 시간을 약 2분으로 단축시킨 사례에서 극적으로 나타난다.10

4.2 경제 방정식: 터널링 비용의 혁신

보링 컴퍼니의 가장 큰 혁신은 터널 굴착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 데 있다. 회사는 마일당 약 1,000만 달러의 건설 비용을 주장하는데, 이는 미국 내 전통적인 지하철 건설 비용이 마일당 수억에서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1~10% 수준에 불과한 파격적인 가격이다.13

이러한 비용 절감은 몇 가지 핵심 기술 혁신을 통해 가능해졌다. 첫째, 테슬라 차량에 최적화된 작은 직경의 터널을 채택하여 굴착해야 하는 흙의 양을 기존 지하철 대비 3~4배 줄였다.14 둘째, 터널 굴착기(TBM)의 성능을 개선하여 굴착 작업과 터널 벽 보강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연속 굴착 방식으로 공사 기간을 단축했다.15 셋째, 굴착 과정에서 나온 흙을 현장에서 터널 벽을 구성하는 콘크리트 세그먼트로 재활용하여 자재 비용과 폐기물 처리 비용을 동시에 절감했다.14

4.3 한계와 확장성 문제

혁신적인 비용 구조에도 불구하고 보링 컴퍼니의 루프 시스템은 몇 가지 명확한 한계를 가진다. LVCC 루프가 보여준 시간당 4,500명의 수송 능력은 전통적인 지하철 시스템의 시간당 약 5만 명에 비하면 현저히 낮다.13 이 때문에 ’대중교통’이라기보다는 ‘지하 택시’ 시스템에 가깝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한, 도시 전체를 촘촘하게 연결하기 위해서는 수십, 수백 개의 역이 필요한데, 지하 역 하나를 건설하는 데 2,000만 달러에서 3,800만 달러에 달하는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16 마일당 터널 비용은 저렴할지라도 전체 네트워크 구축 비용은 여전히 막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라스베이거스의 비교적 용이한 지질 조건과 달리, 단단한 암반이나 지하수가 풍부한 다른 도시에서는 터널링 비용과 공사 기간이 크게 증가할 수 있는 지리적 제약도 존재한다.14

이러한 분석을 통해 볼 때, 보링 컴퍼니의 핵심 혁신은 ‘교통 시스템’ 그 자체보다 ’터널링 기술의 비용 파괴’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 루프는 이 저비용 터널링 기술의 가능성을 세상에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킬러 앱(Killer App)’ 또는 실증 프로젝트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이 시스템의 진정한 가치는 현재의 수송 능력이 아니라, 저렴하고 빠르게 터널을 뚫는 ‘능력’ 그 자체에 있으며, 이 기술은 향후 승객 운송을 넘어 수도, 가스, 통신 등 모든 종류의 지하 인프라 건설 방식을 혁신할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다.

5. 산업계의 반론: eVTOL 데이터로 머스크의 비판에 답하다

일론 머스크가 제기한 소음, 안전, 관제 문제들은 eVTOL 산업이 회피하는 장애물이 아니라, 오히려 기술 개발의 핵심 목표가 되어 정면으로 돌파되고 있다. 주요 eVTOL 기업들은 객관적인 데이터와 공학적 설계를 통해 머스크의 비판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제시하고 있다.

5.1 소음 문제 해결: 조비 에비에이션(Joby Aviation)의 음향 프로파일

머스크의 “허리케인 같은 소음” 6 주장에 대해, 조비 에비에이션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의 공동 테스트를 통해 검증된 정량적 데이터를 제시한다. 조비의 eVTOL 기체는 500미터(1,640피트) 상공에서 100노트 속도로 순항 비행 시, 지상에서 측정된 소음 수준이 45.2 dBA에 불과했다.17 이는 “도시의 주변 소음에 거의 인지하기 힘든 수준“으로, 냉장고 소음과 비슷한 정도다.19

가장 시끄러운 이착륙 시에도 100미터(330피트) 거리에서 측정한 소음은 65 dBA 미만으로 기록되었다.17 이는 일반적인 대화나 사무실 소음 수준에 해당하며, 헬리콥터의 굉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하다. 더 중요한 것은 소음의 ’질’이다. 조비 항공기의 소음은 헬리콥터 특유의 날카로운 ‘촙촙’ 소리(tonal content)가 아닌, 백색소음과 유사한 ‘광대역(broadband)’ 특성을 띠어 청각적 불쾌감이 훨씬 덜하다.17

소음원 (Source)측정 소음 수준 (dBA)측정 조건 (Measurement Context)비고 (Notes)
Joby eVTOL (순항)45.2 dBA500m 상공, 100노트 속도 17냉장고 소음과 비슷함 19
Joby eVTOL (이착륙)< 65 dBA100m 거리 17일반 대화 수준 17
일반 헬리콥터80-100+ dBA(비교 데이터)날카로운 ‘촙촙’ 소리 동반
소형 경비행기70-80 dBA(비교 데이터)지속적인 엔진 소음
도심 교통 소음60-70 dBA붐비는 도로변 19타이어 마찰음 및 엔진음
일반 대화60-65 dBA1m 거리기준점

이러한 정량적 데이터는 머스크의 감성적인 비판을 객관적으로 반박하며, eVTOL의 소음 문제가 기술적으로 충분히 관리 가능한 영역에 들어왔음을 보여준다.

5.2 안전 공학: 아처 에비에이션(Archer Aviation)의 ‘미드나잇’ 기체와 다중화 설계

머스크의 “허브캡 단두대” 6 비유는 ’단일 장애점’의 위험을 지적하지만, 아처 에비에이션의 ‘미드나잇(Midnight)’ 기체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다중화(redundancy) 설계를 핵심으로 한다. 이 기체는 ‘분산 전기 추진(Distributed Electric Propulsion, DEP)’ 기술을 기반으로, 12개의 독립된 전기 모터와 이를 구동하는 6개의 독립된 배터리 팩으로 구성된다.20

이 설계의 핵심은 고장 허용(Fault Tolerance) 능력이다. 비행 중 배터리 팩 하나 전체가 고장 나거나, 심지어 모터 2개가 동시에 멈추더라도 기체는 안전하게 비행을 계속하며 예정된 목적지나 비상 착륙 지점까지 도달할 수 있다.20 이는 ‘단일 장애점이 없는(no single critical points of failure)’ 설계 철학을 의미하며, 단일 부품 고장이 치명적 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원천적으로 방지한다.23 또한, 수많은 움직이는 부품으로 구성된 내연기관 엔진과 달리 단순한 구조의 전기 모터는 유지보수가 용이하고 근본적으로 고장 위험이 낮다.23

5.3 인증과 자율비행으로의 길: 위스크 에어로(Wisk Aero)의 전략

머스크가 우려하는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운 비행 환경은 UAM 산업이 추구하는 방향과 정반대다. eVTOL 기업들은 개인이 임의로 운용하는 ’플라잉카’가 아닌, 상업용 항공기와 동일한 수준의 안전성을 검증받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모든 기업은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엄격한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이 절차는 기체 설계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형식 증명(Type Certificate)’, 일관된 품질로 기체를 생산할 능력을 검증하는 ‘생산 증명(Production Certificate)’, 안전한 운항 시스템을 갖췄는지 평가하는 ’운항 증명(Operations Certificate)’으로 구성된다.24

특히 보잉의 자회사인 위스크 에어로(Wisk Aero)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처음부터 조종사가 탑승하지 않는 완전 자율비행 eVTOL 인증을 목표로 하고 있다.24 이는 조종사의 실수를 원천적으로 배제하여 안전성을 극대화하고, 조종사 인건비를 제거하여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이들의 접근 방식은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현대 항공기에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자동 조종 장치(autopilot)와 비행 관제 기술의 자연스러운 연장선상에 있다.25

결론적으로, eVTOL 산업은 머스크가 제기한 문제들을 기술 개발의 핵심 과제로 삼아 체계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그의 강력한 비판이 역설적으로 산업의 기술적 성숙도를 높이고, 투자자와 규제 당국, 대중에게 더 높은 수준의 안전성과 데이터 검증을 요구하게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6. 전략적 종합: 두 경쟁 비전의 조화

일론 머스크의 지하 터널과 eVTOL 산업의 도심 항공 모빌리티는 표면적으로 경쟁하는 비전처럼 보이지만, 각 시스템의 특성과 시장 목표를 깊이 들여다보면 상호 보완적인 생태계를 구축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6.1 시장 성장성과 투자 동향

UAM 시장은 더 이상 공상과학의 영역이 아닌, 막대한 투자가 집중되는 고성장 산업이다. 시장 분석에 따르면, UAM 시장 규모는 2024년 43억 8천만 달러에서 2025년 55억 6천만 달러로 성장하고, 연평균 27.5%의 성장률을 보이며 2029년에는 146억 8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26 이러한 성장은 e-VTOL 기술의 대중화, 지능형 항공 교통 관리 솔루션의 발전, 소음 저감 기술, 그리고 인공지능(AI) 및 자동화 기술의 통합과 같은 주요 트렌드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26

6.2 가치 제안 및 전략적 트레이드오프 비교

두 시스템은 명확히 다른 강점과 약점을 가지며, 이는 각기 다른 가치 제안으로 이어진다.

  • 보링 컴퍼니 루프 시스템: 가장 큰 강점은 날씨와 상관없이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전천후 신뢰성과 지하 운행으로 인한 소음 및 시각 공해가 없다는 점이다.5 하지만 높은 초기 인프라 투자 비용, 한번 건설되면 노선 변경이 어려운 비유연성, 그리고 상대적으로 제한된 수송 능력이 약점으로 꼽힌다. 따라서 루프 시스템은 공항-도심, 주요 환승센터 등 고정된 노선에서 지속적으로 대규모 수요가 발생하는 ‘대동맥’ 역할에 최적화되어 있다.

  • eVTOL 시스템: 지형의 제약을 받지 않고, 버티포트(vertiport) 건설만으로 노선을 유연하게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터널망에 비해 초기 인프라 비용도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기상 조건에 민감하여 운영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고, 소음과 안전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5 따라서 eVTOL은 도시 내 분산된 여러 지점을 연결하거나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의 접근성을 높이는 ‘모세혈관’ 역할에 더 적합하다.

지표 (Metric)보링 컴퍼니 루프 (The Boring Co. Loop)eVTOL 시스템 (eVTOL System)핵심 차이점 (Key Differentiator)
지점 간 속도높음 (최대 150 mph) 6높음 (최대 150-200 mph) 18지상 장애물 유무
수송 능력 (시간당)중간 (4,500명/터널) 10낮음 (수백 명/버티포트)집약적 vs. 분산적 수송
인프라 비용높음 (터널 + 역) 14중간 (버티포트) 29선형 vs. 거점 기반 투자
확장성 모델선형적 (터널 추가)네트워크형 (버티포트 추가)유연성 및 확장 속도
기상 조건 회복력매우 높음 (지하) 5낮음 (항공) 5운영 신뢰성
소음/환경 영향거의 없음 (지하)낮음 (저소음 설계) 17사회적 수용성
안전 패러다임통제된 환경, 충돌 방지다중화, 고장 허용, 공역 관리시스템 복잡성 및 위험 유형

6.3 상호 보완적 생태계의 가능성

두 시스템은 서로를 대체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한 연구에 따르면, 긴급 의약품 배송 시나리오에서 eVTOL은 자동차보다 월등한 속도를 보였지만 운영 비용은 훨씬 높았다.29 이는 각 시스템이 긴급성, 비용 민감도 등 특정 사용 사례에 따라 다른 효용 가치를 가짐을 의미한다.

따라서 미래 도시에서는 두 시스템이 결합된 통합 모빌리티 시나리오를 구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링 컴퍼니의 루프가 공항, 도심, 주요 환승센터 등 대규모 승객을 처리하는 ‘간선’ 역할을 수행하고, 각 지하 허브가 지상의 버티포트와 직접 연결되어 eVTOL이 최종 목적지까지 승객을 실어 나르는 ‘지선’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이러한 통합 교통망은 지상의 교통 체증을 완전히 우회하는 완벽한 3차원 교통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 결국 두 시스템은 직접적인 경쟁 관계라기보다는, 마치 고속철도(KTX)와 택시/버스처럼 서로 다른 스케일의 교통 수요를 담당하는 보완적 관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7. 결론: 3차원의 미래

일론 머스크의 eVTOL에 대한 입장은 그의 핵심 철학인 제1원칙 사고에 기반한 논리적으로 일관된 주장이며, 그가 제시한 지하 터널 솔루션은 특정 응용 분야에서 그 효용성을 명확히 입증했다. 하지만 그의 eVTOL 비판은 산업 초기 개념이나 대중적 이미지에 기반한 ’플라잉카’에 대한 것으로, 현대 eVTOL 산업이 도달한 정교한 공학 기술과 엄격한 항공 인증 과정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인다.

반면, eVTOL 산업은 머스크가 제기했던 소음, 안전, 관제 등의 문제들을 체계적으로 해결하며 기술적, 제도적 성숙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NASA가 검증한 저소음 프로파일, 다중화 설계를 통한 안전성 확보, 그리고 FAA의 엄격한 인증 절차는 eVTOL이 더 이상 공상과학의 영역이 아닌, 가까운 미래의 현실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궁극적으로 미래 도시 교통의 승자는 단일 기술이 아닐 것이다. 지하 네트워크(루프)와 항공 네트워크(eVTOL)는 각자의 장점을 살려 공존하며, 서로 다른 사용 사례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중 모달 시스템(multi-modal system)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두 비전 모두 ’혼잡한 2차원 평면을 넘어서자’는 핵심 전제를 공유하며, 도시의 이동성을 3차원으로 확장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진정한 승자는 어느 한쪽 기술이 아니라, 이 두 시스템을 포함한 다양한 모빌리티 솔루션을 가장 매끄럽게 통합하여 사용자에게 완벽한 이동 경험을 제공하는 생태계가 될 것이다.

8. 참고 자료

  1. Elon Musk: A Framework for Thinking - Farnam Street, https://fs.blog/elon-musk-framework-thinking/
  2. Elon: Reasoning from first principles is a superpower — A Software Development Perspective | by Stalin | Medium, https://medium.com/yavar/elon-reasoning-from-first-principles-is-a-superpower-a-software-development-perspective-940cbff37818
  3. First Principles: Elon Musk’s Method of Thinking -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F5dgivEa_eY
  4. Elon Musk’s First Principles in the Factory: Deconstructing the Cost of Molecules from Rockets to Bioreactors (Drug discovery) | by Ahmet Celebi | Medium, https://medium.com/@ahmet_celebi/elon-musks-first-principles-in-the-factory-deconstructing-the-cost-of-molecules-from-rockets-to-c65088a737af
  5. Why We Don’t Have Flying Cars - Elon Musk -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eq1Fi9O2PIw
  6. Elon Musk says flying cars are a bad idea - Digital Journal, https://www.digitaljournal.com/tech-science/elon-musk-says-flying-cars-are-a-bad-idea/article/522564
  7. Elon Musk Rips the Idea of Flying Cars at TED 2017: “They’ll be quite noisy, the wind-force generated will be very high. And let’s just say that if something’s flying over your head, that is not an anxiety-reducing situation.” : r/Futurology - Reddit, https://www.reddit.com/r/Futurology/comments/686zpl/elon_musk_rips_the_idea_of_flying_cars_at_ted/
  8. Vegas Loop — The Boring Company, https://www.boringcompany.com/vegas-loop
  9. Projects - The Boring Company, https://www.boringcompany.com/projects
  10. LVCC - The Boring Company, https://www.boringcompany.com/lvcc
  11. Las Vegas Convention Center Loop -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Las_Vegas_Convention_Center_Loop
  12. LVCC Loop | Passenger Station Map, Updates & More Info, https://www.lvcva.com/vegas-loop/
  13. Boring Company Will Expand Las Vegas Tunnels to 65-Mile Network | Hacker News, https://news.ycombinator.com/item?id=35815690
  14. Why The Boring Company’s $10 million dollars per mile price tag is a game changer, https://www.teslarati.com/elon-musk-the-boring-company-10-million-dollars-per-mile-price-tag-game-changer/
  15. The Boring Company vs. Traditional Tunneling: Cost, Speed, and Innovation Breakdown, https://www.capitaly.vc/blog/the-boring-company-vs-traditional-tunneling-cost-speed-and-innovation-breakdown
  16. Boring Company tunnel cost calculator now live : r/BoringCompany - Reddit, https://www.reddit.com/r/BoringCompany/comments/j3cs2k/boring_company_tunnel_cost_calculator_now_live/
  17. Findings from NASA and Joby’s first published eVTOL acoustic test …, https://verticalmag.com/features/nasa-first-published-evtol-acoustic-test-data-set-stage-future/
  18. Joby Confirms Revolutionary Low Noise Footprint Following NASA Testing, https://www.jobyaviation.com/news/joby-revolutionary-low-noise-footprint-nasa-testing/
  19. NASA acoustic testing puts real numbers on Joby’s eVTOL noise signature - New Atlas, https://newatlas.com/aircraft/nasa-joby-evtol-noise/
  20. Archer eVTOL Tech | Redundancy - YouTube, https://www.youtube.com/shorts/WvT83Te3weM
  21. Midnight Aircraft - Archer, https://archer.com/aircraft
  22. Archer Midnight eVTOL | Engine Out Explainer Video -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LTyYpgwRe9M
  23. Archer Unveils its Production Aircraft, Midnight, https://investors.archer.com/news/news-details/2022/Archer-Unveils-its-Production-Aircraft-Midnight/default.aspx
  24. FAQ | Wisk - Wisk Aero, https://wisk.aero/faq/
  25. Certifying Autonomous Air Taxis - Wisk Aero, https://wisk.aero/news/blog/certifying-autonomous-air-taxis/
  26. Urban Air Mobility Market Report 2025 - Research and Markets, https://www.researchandmarkets.com/reports/5766791/urban-air-mobility-market-report
  27. Advanced Air Mobility and eVTOL Trends in 2025: Hybrid Power, Global Hubs and Pilot Programs, https://www.autonomyglobal.co/advanced-air-mobility-and-evtol-trends-in-2025-hybrid-power-global-hubs-and-pilot-programs/
  28. Archer Aviation Midnight eVTOL Aircraft Overview - Advanced Air Mobility International, https://www.aaminternational.com/projects/archer-midnight/
  29. COMPARATIVE ANALYSIS OF EVTOL, DRONE AND GROUND …, https://www.icas.org/icas_archive/icas2024/data/papers/icas2024_0700_paper.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