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세계를 디지털 정보로 변환하는 것은 현대 과학 기술의 근본적인 과제 중 하나이다. 특히 로보틱스, 컴퓨터 그래픽스, 의료 영상, 자율주행과 같은 첨단 분야에서 3차원 공간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표현은 기술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현실 세계는 무한한 해상도를 가진 연속적인(continuous) 공간이지만, 컴퓨터는 본질적으로 유한하고 이산적인(discrete) 데이터만을 처리할 수 있다. 이러한 근본적인 괴리로부터 3차원 표현 기술의 모든 도전 과제가 시작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수십 년간 다양한 접근법이 제시되었다. 3D 스캐너에서 직접 얻어지는 점들의 집합인 ‘포인트 클라우드(Point Cloud)’, 객체의 표면을 삼각형이나 사각형의 집합으로 근사하는 ‘폴리곤 메시(Polygon Mesh)’, 그리고 공간 좌표를 입력하면 특정 속성 값을 출력하는 함수로 공간을 정의하는 ‘암시적 표현(Implicit Representation)’ 등이 대표적이다. 각각의 방식은 특정 응용 분야의 요구에 맞춰 발전해왔으나, 동시에 명확한 한계점을 지니고 있었다. 예를 들어, 포인트 클라우드는 표면 정보 외에 내부나 공간의 비어있음에 대한 정보를 담지 못하며, 폴리곤 메시는 위상(topology)이 고정되어 있어 동적인 변형이나 복잡한 내부 구조 표현에 취약하다. 이러한 기존 방식들의 한계 속에서, 공간 자체를 데이터 구조로 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게 되었고, 복스필드는 그에 대한 강력한 해답 중 하나로 부상하였다.
복스필드(Voxfield)는 3차원 공간을 일정한 크기의 정육면체 단위, 즉 ‘복셀(Voxel)’로 구성된 균일한 격자(Grid)로 분할하고, 각 복셀에 특정 물리량이나 속성 정보를 저장하는 데이터 표현 방식이다. 복셀이라는 용어는 2차원 이미지의 최소 단위인 ‘픽셀(Pixel, Picture Element)’에 ‘부피(Volume)’의 개념을 더한 ‘Volume Element’의 합성어에서 유래했다 ``. 이는 복스필드의 본질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픽셀이 2D 평면을 채우듯, 복셀은 3D 공간을 채우는 기본 단위가 된다.
복스필드의 핵심 철학은 ‘공간 자체를 데이터 구조로 삼는 것’에 있다. 이는 단순히 객체의 표면 정보만을 다루는 폴리곤 메시와 근본적인 차이를 만든다. 복스필드는 공간 내 모든 지점에 대해 정보를 가질 수 있으므로, 객체의 표면뿐만 아니라 그 내부와 외부, 심지어 ‘비어있음(empty)’이라는 상태까지도 명시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복스필드는 단순한 형상 표현을 넘어, 공간적 점유 상태, 내부 밀도, 온도 분포, 유체의 흐름과 같은 복합적인 볼륨 데이터를 다루는 데 매우 강력한 도구가 된다.
본 보고서는 복스필드라는 3차원 공간 표현 패러다임을 심층적으로 고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먼저 복스필드의 수학적, 전산학적 원리를 명확히 밝히고, 메모리 효율성과 접근 속도라는 상충하는 목표 사이에서 발전해 온 다양한 데이터 구조의 진화 과정을 추적한다. 다음으로, 포인트 클라우드, 폴리곤 메시, 암시적 표현 등 다른 주요 3D 표현 방식과의 다각적인 비교 분석을 통해 복스필드의 상대적인 장단점과 기술적 위상을 조명한다.
나아가 로보틱스, 컴퓨터 그래픽스, 의료 영상 등 주요 산업 및 연구 분야에서 복스필드가 실제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그 실용적 가치를 입증한다. 마지막으로, 복스필드가 현재 직면한 기술적 한계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최신 연구 동향, 특히 딥러닝과의 융합을 통한 미래 발전 가능성을 조망한다. 본 고찰은 단순한 기술 나열을 넘어, 각 기술적 선택이 갖는 의미와 그 이면의 트레이드오프(trade-off)를 분석함으로써, 관련 분야 연구자 및 전문가들에게 복스필드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고자 한다.
복스필드의 구현과 활용은 수학적 변환 관계의 정립과 효율적인 데이터 구조의 선택이라는 두 가지 핵심 기술 요소에 기반한다. 이 섹션에서는 이 두 가지 요소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복스필드를 활용하는 모든 연산의 출발점은 연속적인 실제 세계의 좌표(월드 좌표계)와 이산적인 복셀 그리드의 인덱스(복셀 좌표계) 간의 상호 변환이다. 월드 좌표계의 임의의 점 $\mathbf{p}{world} = (x, y, z)$가 주어졌을 때, 이 점이 속하는 복셀의 정수 인덱스 $\mathbf{v}{voxel} = (i, j, k)$는 다음과 같이 계산할 수 있다.
\(\mathbf{v}_{voxel} = \text{floor} \left( (\mathbf{p}_{world} - \mathbf{O}) / s_{voxel} \right)\)
여기서 $\mathbf{O}$는 복셀 그리드의 원점(Origin)에 해당하는 월드 좌표이며, $s_{voxel}$은 각 복셀의 한 변의 길이, 즉 그리드의 해상도(resolution)를 결정하는 스칼라 값이다. floor() 함수는 각 원소를 내림하여 정수 인덱스를 얻기 위해 사용된다.
반대로, 특정 복셀 인덱스 $\mathbf{v}{voxel}$가 주어졌을 때, 해당 복셀의 중심점에 해당하는 월드 좌표 $\mathbf{p}{world}$는 다음과 같이 계산된다.
\(\mathbf{p}_{world} = \mathbf{O} + ( \mathbf{v}_{voxel} + 0.5 ) \cdot s_{voxel}\)
여기서 0.5를 더하는 것은 인덱스가 복셀의 한쪽 모서리를 가리키는 것을 보정하여 복셀의 중심점을 얻기 위함이다. 이 두 변환 수식은 복스필드 기반의 모든 알고리즘, 예를 들어 센서 데이터를 복셀 그리드에 통합하거나, 복셀화된 환경에서 경로를 탐색하는 등의 작업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핵심 연산이다.
복스필드의 ‘필드(Field)’라는 용어는 각 복셀이 단순한 점유 여부를 넘어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저장되는 데이터의 종류에 따라 복스필드의 응용 분야와 해석이 달라진다.
복스필드의 개념은 직관적이지만, 이를 실제로 구현할 때 가장 큰 장벽은 메모리 사용량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데이터 구조가 제안되었으며, 그 발전 과정은 ‘메모리 효율성’과 ‘데이터 접근 속도’라는 두 가지 상충하는 목표 사이의 끊임없는 타협과 혁신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단순하고 직관적인 데이터 구조는 3차원 배열을 사용하여 공간 내 모든 복셀의 데이터를 직접 저장하는 방식이다. 이 구조의 가장 큰 장점은 특정 복셀 좌표 (i, j, k)가 주어졌을 때, 해당 데이터에 접근하는 시간이 배열 인덱싱을 통해 $O(1)$으로 매우 빠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메모리 사용량이 그리드 해상도의 3제곱($N^3$)에 비례하여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 예를 들어, 해상도가 $512 \times 512 \times 512$이고 각 복셀이 4바이트(float) 데이터를 저장한다고 가정하면, 필요한 메모리는 $512^3 \times 4$ 바이트, 즉 512MB에 달한다. 해상도를 두 배로 높여 $1024^3$이 되면 메모리 요구량은 8배인 4GB로 폭증한다. 대부분의 3D 환경(예: 방 안의 가구, 도시 풍경)은 대부분이 비어있는 ‘희소한(sparse)’ 공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밀집 그리드는 엄청난 양의 메모리를 낭비하게 된다. 이 ‘차원의 저주(Curse of Dimensionality)’ 문제로 인해 밀집 그리드는 저해상도나 매우 작은 공간을 다루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실용적으로 사용되기 어렵다.
밀집 그리드의 메모리 비효율성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대표적인 데이터 구조가 바로 옥트리(Octree)이다. 옥트리는 공간을 8개의 동일한 크기의 자식 노드(octant)로 재귀적으로 분할하는 트리 구조이다. 만약 어떤 노드에 해당하는 공간이 모두 비어있거나(empty) 모두 채워져 있는(solid) 등 균일한 상태라면 더 이상 분할하지 않고 해당 노드를 리프 노드(leaf node)로 만든다. 데이터가 존재하는 불균일한 공간에 대해서만 재귀적으로 분할을 계속한다 ``.
이러한 ‘공간 분할’ 접근법 덕분에 SVO는 희소한 데이터를 매우 효율적으로 저장할 수 있다. 데이터가 없는 광대한 공간은 상위 레벨의 노드 하나로 표현되므로 메모리 낭비가 없다. 그러나 이러한 메모리 효율성은 접근 속도라는 대가를 치른다. 특정 복셀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루트 노드부터 시작하여 해당 복셀이 속한 자식 노드를 따라 트리 구조를 탐색해야 하므로, 접근 시간은 그리드 해상도의 로그에 비례하는 $O(\log N)$이 된다. 또한, 포인터를 통해 자식 노드를 연결하는 전통적인 트리 구조는 메모리 상에 데이터가 흩어져 배치되게 만들어, 현대 CPU 아키텍처의 핵심 성능 요소인 캐시 지역성(cache locality)을 저해하는 문제를 야기한다.
SVO의 캐시 비효효율성과 상대적으로 느린 탐색 속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화 및 시각 효과(VFX) 업계의 Weta Digital에서 개발한 것이 바로 VDB이다. VDB는 SVO와 같이 계층적 구조를 사용하지만, 순수한 트리 구조 대신 넓고 얕은 B+ 트리(B+ Tree) 구조를 채택한 것이 핵심적인 차이점이다 ``.
VDB의 구조는 여러 레벨의 노드로 구성되는데, 최하위 레벨인 리프 노드(leaf node)는 실제 복셀 데이터 블록을 조밀한 배열 형태로 저장한다. 상위 레벨의 내부 노드(internal node)들은 자식 노드를 가리키는 포인터 그리드를 저장한다. 이러한 구조는 두 가지 큰 장점을 제공한다. 첫째, B+ 트리의 특성상 트리 높이가 낮아져 데이터 탐색 속도가 빠르다. 둘째, 가장 빈번하게 접근되는 실제 복셀 데이터가 리프 노드 내에 연속적인 메모리 블록으로 배치되어 캐시 효율성이 극대화된다. 이는 대규모 데이터를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레이 트레이싱(Ray Tracing)이나 물리 시뮬레이션에서 엄청난 성능 향상을 가져온다. VDB는 알고리즘의 이론적 효율성을 넘어, 현대 컴퓨터 하드웨어(CPU 캐시 계층 구조)의 동작 방식을 깊이 고려한 ‘하드웨어 친화적 설계’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후 등장한 NanoVDB는 이러한 구조를 GPU에 더욱 최적화하여, GPU 상에서의 실시간 렌더링 및 조작에 특화된 초경량 고성능 버전을 제공한다 `.
전혀 다른 접근법으로 희소성과 빠른 접근 속도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시도가 복셀 해싱이다. 이 기법은 계층적인 공간 분할 구조를 사용하는 대신, 각 복셀의 3차원 정수 좌표 (i, j, k)를 특정 해시 함수(hash function)에 입력하여 1차원 해시 테이블(hash table)의 인덱스로 직접 매핑한다 ``.
복셀 해싱의 가장 큰 장점은 이론적으로 데이터 접근 시간이 그리드 해상도와 무관하게 $O(1)$이라는 점이다. 또한, 데이터가 존재하는 복셀에 대해서만 해시 테이블에 항목을 생성하므로 희소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저장할 수 있다. 특히, 그리드의 경계가 없는 무한한 공간을 표현하는 데 용이하여, Microsoft의 Kinect Fusion과 같은 실시간 3D 재구성 시스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사용자가 카메라를 들고 움직임에 따라 새로운 공간이 계속해서 시야에 들어오는 동적인 환경에서, 해싱 기법은 새로운 복셀 블록을 빠르고 유연하게 할당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단점도 명확하다. 서로 다른 복셀 좌표가 해시 함수를 통해 동일한 인덱스로 매핑되는 해시 충돌(hash collision)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 해시 테이블 항목을 연결 리스트(linked list)와 같은 구조로 만들어야 하며, 충돌이 빈번하게 발생할 경우 최악의 접근 시간은 $O(N)$으로 저하될 수 있다. 또한, 해시 함수는 공간적 지역성(spatial locality)을 보존하지 않기 때문에, 인접한 복셀들이 메모리 상에서는 멀리 떨어져 위치할 수 있다. 이는 특정 영역 전체를 순회하는 연산(예: 컨볼루션 필터 적용)에서는 캐시 효율성 저하로 인해 SVO나 VDB보다 불리할 수 있다.
이처럼 복스필드 데이터 구조의 발전사는 ‘차원의 저주’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맞서 ‘메모리 효율성’과 ‘접근 속도’라는 상충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치열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초기의 밀집 그리드가 $O(1)$ 접근 속도를 위해 $O(N^3)$ 메모리를 희생했다면, SVO는 메모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접근 속도를 $O(\log N)$으로 타협했다. VDB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하드웨어의 특성을 고려하여 속도와 메모리 효율성을 모두 개선했으며, 복셀 해싱은 동적인 실시간 응용이라는 특정 요구사항에 맞춰 전혀 다른 접근법을 제시했다. 따라서 어떤 데이터 구조가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특성(정적인가 동적인가, 희소한가 밀집한가, 렌더링이 중요한가 물리 연산이 중요한가)에 따라 최적의 선택이 달라지는 것이다.
복스필드의 기술적 특성과 가치를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를 다른 주요 3D 표현 방식과 비교하여 상대적인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섹션에서는 포인트 클라우드, 폴리곤 메시, 그리고 최신 암시적 표현 방식과 복스필드를 다각적으로 비교 분석한다.
객관적이고 다면적인 비교를 위해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핵심 기준을 설정한다.
포인트 클라우드는 3차원 공간상의 점(point)들의 집합으로, 각 점은 위치(x, y, z) 정보와 선택적으로 색상(RGB), 법선 벡터(normal) 등의 속성을 가진다. LiDAR 스캐너나 사진측량(Photogrammetry) 기술을 통해 가장 원시적인 형태로 얻어지는 데이터이다.
폴리곤 메시는 정점(vertices), 이 정점들을 연결하는 엣지(edges), 그리고 엣지로 둘러싸인 면(faces, 주로 삼각형 또는 사각형)의 집합으로 3D 객체의 표면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컴퓨터 그래픽스 분야에서 수십 년간 표준으로 사용되어 왔다.
. 적은 수의 정점과 면으로도 매끄러운 곡면을 표현할 수 있어 메모리 효율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메시는 한번 정의된 정점과 면의 연결 관계, 즉 위상이 고정되어 있어 이를 동적으로 변경하기가 매우 복잡하다. 예를 들어, 두 메시를 합치거나(union) 액체처럼 형태가 계속 변하는 객체를 표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반면, 복스필드는 공간 자체를 다루므로 위상 변화에 매우 유연하다. 두 복셀 모델을 합치는 것은 단순히 두 그리드의 논리합(OR) 연산으로 간단히 수행할 수 있으며, 파괴되거나 변형되는 객체, 복잡한 내부 구조를 가진 볼륨 데이터(예: 스펀지, 뼈)를 표현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암시적 표현은 3D 형상을 직접 저장하는 대신, 공간상의 임의의 점 $\mathbf{p}=(x, y, z)$를 입력받아 특정 속성 값을 출력하는 함수 $f(\mathbf{p})$로 공간 전체를 정의하는 방식이다. 전통적으로는 부호 거리 함수(SDF)가 대표적이었으며, 최근에는 신경망을 함수 $f$로 사용하는 NeRF(Neural Radiance Fields)가 각광받고 있다.
앞선 상세 분석을 종합하여 각 3D 표현 방식의 핵심적인 특성과 트레이드오프를 아래 표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이 표는 특정 응용 분야의 요구사항에 가장 적합한 표현 방식을 선택하는 데 있어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3D 기술을 활용하는 프로젝트에서 표현 방식의 선택은 전체 시스템의 성능과 구현 가능성을 좌우하는 중대한 결정이며, 이 표는 그러한 의사결정을 돕는 분석적 도구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 평가 항목 | 복스필드 (Voxfield) | 포인트 클라우드 (Point Cloud) | 폴리곤 메시 (Polygon Mesh) | 암시적 표현 (NeRF 등) |
|---|---|---|---|---|
| 위상(Topology) 표현 | 매우 유연함 (내부/외부, 연결성 표현 용이) | 위상 정보 없음 | 고정된 위상 (수정 어려움) | 매우 유연함 (연속적 표현) |
| 메모리 효율성 | 해상도에 비례 (희소 구조로 완화 가능) ` | 포인트 수에 비례 (상대적으로 효율적) | 표면 복잡도에 비례 (매우 효율적)` | 네트워크 크기에 비례 (극도로 효율적) `` | ||
| 기하 연산 | 불리언(Boolean) 연산, 경로 탐색 용이 | 근접 이웃 탐색(k-NN) 중심, 복잡 연산 어려움 | 잘 정립된 알고리즘 다수 (CAD) | 필드 값 계산으로 처리, 직접 수정 어려움 |
| 렌더링 품질 | 볼류메트릭 효과(연기, 구름)에 강점, 각진 표면(aliasing) 발생 가능 | 포인트 기반 렌더링, 표면 재구성 필요 | 고품질 실시간/오프라인 렌더링에 최적화 | 특정 시점 렌더링(view synthesis)에 극강점 |
| 데이터 생성/획득 | 볼륨 스캐너(CT/MRI), 깊이 센서 융합 | LiDAR, 3D 스캐너, SfM | CAD, 3D 모델링 소프트웨어 | 다중 시점 2D 이미지 |
| 실시간 상호작용 | 데이터 구조에 따라 가능 (예: Voxel Hashing) | 가능 (단, 복잡한 물리 연산은 제한적) | 매우 용이 (게임 엔진의 기본) | 어려움 (네트워크 추론 속도에 의존) |
복스필드의 이론적 강력함은 다양한 실제 응용 분야에서 그 가치를 입증하며 현실화되고 있다. 이 섹션에서는 로보틱스, 컴퓨터 그래픽스, 3D 재구성, 의료 영상 등 각 분야에서 복스필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되어 핵심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로봇과 자율주행차에게 주변 3차원 환경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 안에서 안전하게 이동하는 것은 가장 근본적인 기능이다. 복스필드는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이상적인 데이터 구조를 제공한다.
컴퓨터 그래픽스와 시각 효과(VFX) 분야에서 복스필드는 눈에 보이지만 명확한 표면이 없는 현상들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시뮬레이션하는 데 필수적인 기술이다.
복스필드는 여러 센서로부터 얻은 불완전한 2.5D 깊이 정보를 하나의 일관된 3D 모델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의료 영상 분야는 복스필드가 가장 본질적인 형태로 사용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복스필드는 로보틱스, 그래픽스, 의료 영상 등 서로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이는 분야들 사이에서 ‘공통 언어(Lingua Franca)’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로봇은 LiDAR 데이터를, 의사는 CT 데이터를, VFX 아티스트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다루지만, 이들 모두 ‘공간적 데이터를 처리한다’는 공통 과제를 안고 있으며, 복스필드를 핵심적인 중간 표현(intermediate representation)으로 채택한다. LiDAR 포인트 클라우드는 복셀화되어 경로 계획에 사용되고, CT 데이터는 그 자체로 복셀이며, 시뮬레이션 결과는 복셀 그리드에 저장된다. 이러한 표준화된 표현 방식 덕분에 한 분야에서 개발된 알고리즘이 다른 분야에 영감을 주거나 직접 적용될 수 있는 기술적 토양이 마련된다. 예를 들어, 의료 영상 분할을 위해 개발된 3D U-Net과 같은 딥러닝 아키텍처는 자율주행 분야의 LiDAR 데이터로부터 도로, 건물, 식생 등을 분할하는 데 성공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이처럼 복스필드는 단순히 데이터를 담는 그릇을 넘어, 이종 기술 간의 융합을 촉진하는 핵심적인 매개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복스필드는 수많은 응용 분야에서 그 강력함을 입증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한계와 도전 과제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과제들은 역설적으로 복스필드 기술의 미래 연구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가 된다.
SVO, VDB, 복셀 해싱과 같은 희소 데이터 구조의 발전은 복스필드의 메모리 문제를 상당 부분 완화시켰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완전한 해결이 아닌, 효율적인 우회에 가깝다. 복스필드의 이산적인(discrete) 본질에서 비롯되는 ‘해상도와 자원 소모량 간의 상충 관계’는 여전히 가장 근본적인 한계로 남아있다 ``.
해상도를 2배 높이면 표현의 정밀도는 향상되지만, 필요한 복셀의 수는 이론적으로 8배($2^3$) 증가한다. 이는 ‘차원의 저주’가 여전히 유효함을 의미한다. 매우 복잡하고 디테일한 기하학적 구조를 표현하거나, 밀집된 볼륨 데이터(예: 고해상도 유체 시뮬레이션)를 다루는 경우, 희소 데이터 구조를 사용하더라도 메모리 및 연산량의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따라서 더 높은 압축률과 더 빠른 처리 속도를 가진 새로운 데이터 구조 및 알고리즘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도 복스필드 분야의 핵심적인 화두가 될 것이다.
현재의 복스필드 기술은 대부분 정적인(static) 환경을 표현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이나 증강현실과 같이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동적(dynamic) 환경을 다루는 것은 훨씬 더 복잡한 문제이다. 도로 위의 다른 차량들, 움직이는 사람들, 열리고 닫히는 문과 같은 동적 객체들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복셀 맵을 갱신하는 것은 매우 높은 계산 비용을 요구한다.
객체가 이동함에 따라 이전에 점유되었던 복셀은 ‘비움(free)’ 상태로, 새로운 위치의 복셀은 ‘점유(occupied)’ 상태로 변경되어야 한다. 이러한 빈번한 업데이트는 SVO나 VDB와 같은 트리 기반 데이터 구조의 재구성(restructuring)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시스템 전체의 성능 병목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동적 객체와 정적 배경을 분리하여 관리하는 기법, 시간적 정보를 포함하는 4D 복셀 필드, 그리고 동적 환경 변화에 강건한 데이터 구조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야 할 영역이다.
최근 몇 년간 딥러닝 기술의 폭발적인 발전은 복스필드 연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딥러닝과의 융합은 복스필드의 기존 한계를 극복하고 그 표현력을 한 차원 높일 수 있는 가장 유망한 방향으로 여겨진다.
super-resolution), 단 한 장의 2D 이미지로부터 그럴듯한 3D 복셀 형상을 추론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복스필드 기반 연산, 특히 3D 컨볼루션과 같은 딥러닝 연산은 막대한 계산량을 요구한다. NVIDIA의 GPU에 탑재된 텐서 코어(Tensor Core)와 같은 특화된 하드웨어는 이러한 행렬 연산을 하드웨어 수준에서 가속하여, 복셀 기반 딥러닝 모델의 훈련과 추론 속도를 비약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다.
미래에는 복셀 데이터의 특정 연산(예: 희소 복셀 순회, 3D 컨볼루션, 레이 마칭)에 더욱 특화된 ASIC(주문형 반도체)이나 FPGA(프로그래머블 반도체)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하드웨어 가속 기술의 발전은 지금까지는 오프라인 렌더링이나 슈퍼컴퓨터에서만 가능했던 고해상도, 대규모 복셀 애플리케이션을 일반 사용자 기기나 실시간 시스템에서도 구현할 수 있게 만들어, 복스필드 기술의 대중화를 이끄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복스필드의 미래는 더 이상 ‘메시’나 ‘포인트 클라우드’와 같은 다른 표현 방식과의 경쟁 구도 속에서 ‘최고의 단일 표현’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각 표현 방식이 가진 고유의 장점을 인정하고, 이를 지능적으로 융합하여 주어진 문제에 최적화된 하이브리드 솔루션을 만드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서로 다른 기술 스택으로 여겨졌던 명시적 그리드(복셀), 연속적 표면(메시), 암시적 함수(신경망)가 이제는 하나의 복합적인 데이터 구조 안에서 공존하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딥러닝은 이질적인 데이터 표현들을 하나로 묶고, 그 사이의 변환을 학습하며, 전체 시스템을 지능적으로 제어하는 ‘강력한 접착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미래의 3D 에셋은 거시적 구조를 위한 복셀 그리드, 표면 디테일을 위한 신경망 필드, 애니메이션을 위한 스켈레탈 메시가 결합된 복합체 형태로 존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본 고찰을 통해 분석한 복스필드의 가장 본질적인 가치는 ‘공간에 대한 완전하고 명시적인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 있다. 이는 단순히 객체의 껍데기, 즉 표면만을 다루는 것을 넘어, 공간의 내부와 외부, 채워짐과 비어있음을 모두 표현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특성은 물리 법칙이 지배하는 세계를 시뮬레이션하고, 로봇이 장애물을 피해 공간을 탐색하며, 인체 내부의 복잡한 구조를 들여다보는 등, 표면 너머의 세계를 이해하고 상호작용해야 하는 모든 응용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강력함을 제공하는 패러다임이다.
반면, 복스필드는 현실의 연속적인 공간을 유한한 격자로 나누는 ‘이산화(discretization)’ 과정에서 비롯되는 근본적인 한계를 내포한다. 표현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해상도를 올리면 메모리와 연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상충 관계는, 데이터 구조의 혁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해야 할 영원한 숙제로 남아있다.
복스필드는 미래 기술 생태계의 핵심적인 구성 요소로서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복스필드는 한때 극심한 메모리 소모량과 계산 비용의 한계로 인해 특정 전문 분야에서만 사용되는 비주류 기술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무어의 법칙을 뛰어넘는 하드웨어 성능의 발전, 옥트리에서 VDB에 이르는 데이터 구조의 끊임없는 혁신, 그리고 최근 딥러닝 기술과의 창의적인 융합을 통해 복스필드는 화려하게 부활하여 3D 기술의 중심으로 다시 나아가고 있다.
이는 단순히 과거 기술로의 회귀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기술적 요구사항과 가능성에 맞춰 근본적으로 진화한 결과이다. 복스필드는 더 이상 고립된 단일 기술이 아니라, 포인트 클라우드, 폴리곤 메시, 암시적 표현 등 다른 표현 방식들과의 적극적인 경쟁 및 협력 관계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있다. 앞으로 복스필드는 이러한 융합과 진화를 거듭하며, 우리가 경험하게 될 3차원 디지털 세계를 구축하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있어 지금보다 훨씬 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