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il Jung

솔리드 스테이트 라이다 기술 및 시장에 대한 고찰

자율주행 기술과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의 발전은 자동차 산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주변 환경을 정밀하게 인지하는 센서 기술이 자리 잡고 있다. 그중에서도 라이다(LiDAR, Light Detection and Ranging)는 카메라나 레이더가 제공할 수 없는 고해상도의 3차원 공간 정보를 제공하며, 기계에 인간과 유사하거나 그 이상의 인지 능력을 부여하는 핵심 기술로 부상했다. 그러나 라이다 기술이 상용화의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는 혁신이 필수적이었다. 본 보고서는 이러한 기술 혁신의 정점에 있는 솔리드 스테이트 라이다(Solid-State LiDAR)에 대해 심층적으로 고찰한다. 기계식 라이다의 유산을 되짚어보고, 솔리드 스테이트로의 전환이 갖는 필연적인 의미를 분석하며, 차세대 인지 센서가 열어갈 미래의 패러다임을 조망한다.

초기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은 기계식 라이다의 등장과 그 맥을 같이한다. 센서 상단부가 물리적으로 360도 회전하며 레이저 빔을 조사하고, 반사된 빛을 감지하여 주변 환경에 대한 상세한 3차원 포인트 클라우드(Point Cloud)를 생성하는 이 기술은 자율주행 연구의 ‘개척자’ 역할을 수행했다. 기계식 라이다가 제공하는 풍부한 3D 데이터는 알고리즘 개발과 실증 테스트에 필수적이었으며, 자율주행차가 도로 위를 달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세상에 처음으로 증명해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기계식 라이다는 대중화를 가로막는 명백한 한계를 내포하고 있었다. 가장 큰 장벽은 수만 달러에 달하는 높은 가격이었다. 복잡한 회전 모듈과 정밀한 광학 부품의 조립은 대량 생산에 적합하지 않았고, 이는 비용 절감을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원인이었다. 또한, 물리적인 회전 부품의 존재는 필연적으로 큰 부피와 무게, 그리고 장기적인 내구성 문제를 야기했다. 차량의 디자인을 해치는 투박한 외형과 외부 충격 및 진동에 취약한 구조는 양산형 승용차에 적용하기에는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론적으로 기계식 라이다의 유산은 상업적 성공 모델이 아닌, 시장의 수요를 창출한 ‘개념 증명(Proof-of-Concept)’으로서의 역할에 있다. 기계식 라이다는 자율주행에 필요한 3D 인지 데이터의 표준과 성능 벤치마크를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 산업은 R&D 단계에서 상용화 단계로 넘어가면서, 단순히 최고의 성능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성능, 비용, 신뢰성, 크기’라는 네 가지 요소를 모두 만족시키는 균형 잡힌 솔루션을 요구하게 되었다. 기계식 라이다가 뒤의 세 가지 요소에서 실패함에 따라, 시장에는 강력한 기술적 공백이 발생했다. 바로 이 공백이 솔리드 스테이트 라이다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을 촉발한 직접적인 원동력이 되었다.

솔리드 스테이트 라이다는 기계식 라이다가 남긴 기술적 공백을 메우기 위한 필연적인 진화의 결과물이다. 이 기술의 핵심은 거시적인 물리적 구동계를 마이크로 단위의 미세한 움직임이나 아예 움직임이 없는 방식으로 대체하는 데 있다. 이러한 근본적인 아키텍처의 변화는 반도체 제조 공정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고, 이는 곧 비용, 내구성, 소형화라는 양산차의 핵심 요구사항을 충족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의미했다.

솔리드 스테이트 기술은 라이다 센서를 자동차의 헤드램프, 그릴, 루프라인 등에 미학적으로 완벽하게 통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는 차량의 공기역학적 성능과 디자인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고성능 인지 능력을 부여할 수 있음을 뜻한다. 더 중요한 것은 반도체 기반의 대량 생산을 통해 센서의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의 궁극적인 목표는 로보택시나 최고급 플래그십 모델에 국한되지 않고, 일반 대중이 구매하는 차량에도 탑재 가능한 수준인 개당 500달러 미만의 가격대를 달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환은 단순한 기술의 업그레이드를 넘어, 비즈니스 모델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기계식 라이다가 소량 생산, 고마진의 특수 장비 산업에 가까웠다면, 솔리드 스테이트 라이다는 대량 생산, 저비용의 반도체 및 전자 부품 산업의 모델을 따른다. 이는 마치 과거의 메인프레임 컴퓨터가 개인용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진화한 과정과 유사하다. 따라서 장기적인 경쟁 우위는 라이다 설계 능력 자체뿐만 아니라, 대량 생산을 고려한 설계(DFM, Design for Manufacturability) 능력, 복잡한 반도체 공급망 관리 능력, 그리고 압도적인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능력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최종 승자는 반도체 산업의 성공 방정식을 가장 잘 이해하고 실행하는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표 1: 기계식 라이다 vs. 솔리드 스테이트 라이다 핵심 특성 비교

특성 (Feature) 기계식 라이다 (Mechanical LiDAR) 솔리드 스테이트 라이다 (Solid-State LiDAR)
스캐닝 메커니즘 센서 전체 또는 일부의 거시적 물리적 회전 마이크로 미러, 광학 위상 변조, 또는 플래시 조사 (미세/무구동)
핵심 부품 회전 모터, 고정밀 베어링, 다채널 레이저/수광부 배열 MEMS 미러, 광 위상 배열(OPA) 칩, VCSEL 배열, SPAD/SiPM 어레이
크기 / 무게 크고 무거움 (예: 하키 퍽, 커피 캔 크기) 작고 가벼움 (예: 신용카드, 동전 크기로 소형화 가능)
내구성 / 신뢰성 물리적 구동부로 인해 진동, 충격에 취약하고 수명이 제한적 구동부가 없거나 미세하여 내구성이 높고 수명이 김
비용 (양산 시) 높음 (수천 ~ 수만 달러) 낮음 (수백 달러 이하 목표)
확장성 (Scalability) 수작업 조립 비중이 높아 대량 생산에 한계 반도체 공정 기반으로 대량 생산 및 규모의 경제 달성에 용이
통합 용이성 외부에 돌출 장착 필요, 차량 디자인 저해 차량 그릴, 헤드램프, 범퍼 등 내부에 매끄럽게 통합 가능
주요 적용 분야 R&D용 자율주행차, 로보택시, 매핑 양산형 ADAS, 자율주행차, 산업용 로봇, 스마트 인프라

솔리드 스테이트 라이다의 혁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내부 구조와 작동 원리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물리적 회전 없이 어떻게 넓은 영역을 스캔하고, 어떤 부품들이 상호작용하여 3차원 공간을 인지하는지 분석하는 것은 각 기술 방식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기초가 된다.

모든 라이다의 본질은 레이저 빔을 목표 지점에 보내고, 반사되어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하여 거리를 계산하는 것이다. 기계식 라이다가 센서 전체를 회전시켜 이 문제를 해결했다면, 솔리드 스테이트 라이다는 센서 자체는 고정된 채 ‘빔 스티어링(Beam Steering)’이라는 기술을 통해 레이저 빔의 방향만을 정교하게 제어한다. 즉, 물리적 회전 없이 시야각(FoV, Field of View) 내의 공간을 레이저 펄스로 훑는 것이 핵심 과제다.

이 빔 스티어링 방식은 솔리드 스테이트 라이다 기술을 분류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 단위의 작은 거울을 빠르게 움직여 빔을 반사시키는 방식(MEMS), 빛의 위상을 조절하여 빔의 방향을 전자적으로 바꾸는 방식(OPA), 또는 넓은 영역에 빛을 한 번에 터뜨리는 방식(Flash)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빛을 조종하는 방식의 차이가 각 기술의 성능, 성숙도, 그리고 잠재적 비용 구조를 결정하게 된다. 결국 솔리드 스테이트 라이다의 혁신은 ‘어떻게 더 효율적이고, 더 빠르고, 더 저렴하게 빛의 경로를 제어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솔리드 스테이트 라이다 시스템은 크게 세 가지 핵심 구성 요소로 나눌 수 있다: 빛을 생성하는 ‘광원’, 빛의 방향을 조종하는 ‘빔 스티어링’, 그리고 돌아온 빛을 감지하는 ‘수광부’. 각 요소에서 어떤 기술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라이다의 전체적인 성능과 특성이 결정된다.

1. 광원 (Light Source): 파장의 전쟁

라이다 시스템의 성능을 좌우하는 가장 근본적인 결정 중 하나는 레이저의 파장(Wavelength) 선택이다. 현재 시장은 크게 두 가지 파장을 중심으로 양분되어 있다.

이 파장 선택은 단순한 기술적 선호를 넘어, 기업의 시장 전략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905nm를 선택하는 것은 ‘대중화와 규모의 경제’ 전략을 의미한다. 즉, 성능의 한계를 일부 감수하더라도 즉각적인 비용 경쟁력을 확보하여 L2/L2+ 수준의 ADAS 시장에 빠르게 침투하겠다는 의도다. 이는 대량 생산을 통해 원가 하락 속도가 성능의 한계를 상쇄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것이다. 반면, 1550nm를 선택하는 것은 ‘성능 리더십’ 전략을 표방한다. 최대 탐지 거리와 전천후 성능이 안전과 직결되는 L3 이상의 고급 자율주행 시장이나 트럭킹 시장을 우선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이 전략은 프리미엄 성능으로 플래그십 모델의 디자인-윈(Design-win)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발생하는 매출과 양산 경험을 바탕으로 고가 부품인 InGaAs의 가격을 점차 낮춰나가겠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포함한다. 이처럼 파장의 선택은 각기 다른 공급망 생태계와 리스크 프로파일을 형성하며, 투자자나 파트너사는 라이다 기업 자체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이 의존하는 부품 생태계의 건전성과 확장성까지 함께 분석해야 한다.

2. 빔 스티어링 (Beam Steering)

이는 솔리드 스테이트 라이다의 ‘심장’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앞서 언급한 MEMS 미러, 광 위상 배열(OPA), 플래시(Flash) 방식 등이 여기에 속한다. 각 기술의 상세한 원리와 장단점은 다음 장에서 집중적으로 다룰 것이다.

3. 수광부 (Detector)

수광부는 광원에서 출발했다가 물체에 맞고 반사되어 돌아온 미약한 빛, 즉 광자(Photon)를 포착하는 역할을 한다. 장거리 탐지를 위해서는 극도로 높은 민감도가 요구되며, 이를 위해 단일 광자 애벌랜치 다이오드(SPAD, Single-Photon Avalanche Diode)나 실리콘 광전자 증배관(SiPM, Silicon Photomultiplier)과 같은 고감도 센서 기술이 주로 사용된다. 이들 센서는 단 하나의 광자까지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 멀리 있는 어두운 물체(예: 검은색 차량)도 안정적으로 탐지할 수 있게 해준다.

솔리드 스테이트 라이다 시장은 현재 세 가지 주요 기술 방식을 중심으로 치열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각각의 기술은 고유한 장점과 도전 과제를 안고 있으며, 이는 각 기술을 채택한 기업들의 시장 전략과 직결된다.

MEMS 방식은 현재 솔리드 스테이트 라이다 시장에서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이 기술은 반도체 공정으로 제작된 마이크로미터(µm) 크기의 초소형 거울을 전자기력이나 정전기력을 이용해 매우 빠르게 진동시켜 레이저 빔의 방향을 제어하는 원리다. 엄밀히 말해 미세한 기계적 구동부가 존재하기 때문에 ‘준-솔리드 스테이트(Semi-Solid-State)’ 또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MEMS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기술적 성숙도와 신뢰성이다. 이미 디지털 프로젝터(DLP), 잉크젯 프린터 헤드, 스마트폰의 가속도계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수십 년간 사용되며 그 안정성을 입증받았다. 이는 자동차와 같이 극도의 신뢰성을 요구하는 산업에 진입하는 데 큰 이점으로 작용했다. 또한, 기존 반도체 공정을 활용할 수 있어 대량 생산을 통한 원가 절감 로드맵이 명확하며, 탐지 거리, 해상도, 시야각 등 전반적인 성능에서 우수한 균형을 보여준다.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루미나(1550nm MEMS)와 이노비즈(Innoviz, 905nm MEMS) 같은 기업들은 각각 볼보,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유수의 글로벌 OEM으로부터 대규모 양산 계약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중국의 주요 업체인 허사이(Hesai) 역시 MEMS 기반 기술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MEMS 방식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아무리 작다고 해도 물리적인 구동부가 있다는 점은 ‘완전한’ 솔리드 스테이트 방식(True Solid-State)인 OPA나 Flash에 비해 장기적인 내구성이나 스캔 속도 측면에서 잠재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또한, 미세 거울의 최대 진동 각도에 의해 수평 시야각(Horizontal FoV)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도 기술적 과제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EMS가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이유는 ‘이상’보다 ‘현실’을 택한 자동차 산업의 실용주의적 선택 때문이다. 자동차 OEM들은 통상 5~7년에 달하는 긴 개발 주기를 가지며, 신차가 쇼룸에 전시되기 수년 전에 핵심 부품 기술을 확정해야 한다. 2020년에서 2023년 사이, 2024~2026년형 차량에 탑재할 라이다를 결정해야 했던 시점에서, MEMS는 양산 가능한 샘플과 신뢰성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었던 거의 유일한 솔리드 스테이트 기술이었다. 당시 OPA나 Flash 기술은 아직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어 OEM의 엄격한 요구사항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결국 OEM들은 ‘지금 당장 사용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술을 선택했고, 이로 인해 MEMS 기업들은 시장 선점 효과라는 막대한 이점을 얻게 되었다. 이들은 양산 계약을 통해 매출을 발생시키고, 제조 노하우를 축적하며, OEM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이렇게 확보한 자원과 경험은 차세대 기술 개발에 재투자되어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강력한 기반이 된다.

OPA는 많은 전문가들이 라이다 기술의 ‘성배(Holy Grail)’로 여기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어떠한 기계적 구동부도 없이, 순수하게 전자적인 방식으로 빛의 방향을 조종하는 ‘완전한’ 솔리드 스테이트 기술이다. 마치 위상 배열 레이더(Phased Array Radar)가 전파의 위상을 제어하여 빔을 조종하는 것처럼, OPA는 반도체 칩 위에 배열된 수많은 미세 광학 안테나를 통과하는 빛의 위상을 개별적으로 조절함으로써 레이저 빔을 원하는 방향으로 합성하고 방출한다.

OPA가 실현된다면 가져올 이점은 막대하다. 기계적 관성이 없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거의 즉각적인 초고속 빔 스티어링이 가능하며, 이는 매우 높은 해상도와 유연한 스캔 패턴 설계를 가능하게 한다. 무엇보다 실리콘 포토닉스(Silicon Photonics)라는 반도체 공정을 통해 칩 하나에 광원, 빔 스티어링, 수광부까지 모두 집적할 수 있어, 궁극적으로는 초소형화와 초저가화를 달성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원대한 비전 이면에는 극복해야 할 심각한 기술적 허들이 존재한다. 초창기 OPA 기술의 선구자였던 쿼너지(Quanergy)의 사례는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쿼너지는 저렴하고 작은 완전한 솔리드 스테이트 라이다라는 비전으로 막대한 초기 투자를 유치했지만, 상용화에 실패하고 결국 파산 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OPA 기술의 가장 큰 난제는 낮은 광효율이다. 위상 변조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빛 에너지가 손실되어, 충분한 탐지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매우 높은 초기 출력이 필요하다. 이는 높은 전력 소모와 심각한 발열 문제로 이어진다. 또한, 주된 빔(Main Lobe) 외에 원치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사이드 로브(Side Lobe)’가 발생하여 노이즈나 허상(Ghost object)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쿼너지의 실패는 매력적인 기술적 비전과 혹독한 양산 및 상용화의 현실 사이에 얼마나 큰 간극이 존재하는지를 보여주는 교훈적인 사례다. 딥테크(Deep-tech)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이론적 우아함보다 ‘기술 준비 수준(TRL, Technology Readiness Level)’이 단기적인 성공에 훨씬 더 중요한 지표임을 시사한다. 시장은 혁명적이지만 미완성인 컨셉보다, 다소 투박하더라도 지금 당장 작동하고 양산 가능한 제품을 항상 선호하기 마련이다. OPA 기술이 미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점진적인 개선이 아닌, 실리콘 포토닉스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기술적 돌파구가 필요하다.

플래시 라이다는 솔리드 스테이트 방식 중 구조적으로 가장 단순한 아키텍처를 가지고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마치 카메라의 플래시처럼 넓은 시야각 전체에 한 번의 강력한 레이저 펄스를 동시에 터뜨려 조사하고, 초점면 배열(Focal Plane Array) 형태의 고감도 센서로 반사된 장면 전체를 한 번에 포착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명확하다. MEMS나 OPA와 달리 빔 스티어링을 위한 부품 자체가 없어 구조가 매우 간단하고 견고하며, 고장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요소가 적다. 또한, 장면 전체를 한 번에 포착하기 때문에 스캐닝 방식의 라이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속 이동 물체의 왜곡(Motion Blur) 현상이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단순함은 성능상의 명백한 트레이드오프로 이어진다. 넓은 영역 전체를 밝히면서도 멀리 있는 물체에서 반사된 충분한 양의 광자를 수광부로 되돌려 보내려면, 순간적으로 엄청나게 높은 에너지의 레이저 펄스가 필요하다. 이는 두 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첫째, 눈 안전 규제를 충족시키면서 충분한 출력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다. 둘째, 태양광이 강한 주간 환경에서는 배경 노이즈(태양광)에 신호(레이저 펄스)가 묻혀버려 탐지 거리가 급격히 짧아진다. 이러한 본질적인 한계 때문에 플래시 라이다는 장거리 전방 감지용보다는, 주로 차량의 측후방 사각지대를 감시하는 단거리용이나 실내 로봇, 산업 자동화 등 제한된 범위 내에서 사용되는 용도로 포지셔닝되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일부 기업들은 하이브리드 접근법을 시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에이아이(AEye)는 MEMS의 장거리 스캐닝 능력과 플래시의 넓은 영역 동시 감지 능력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하여 두 기술의 장점을 모두 취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플래시 라이다는 초기에 기대했던 ‘만능 라이다’로서의 역할에서 벗어나, ‘단거리 전문 센서’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며 자신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있다. 이는 전방의 장거리 감지라는 가장 중요한 시장을 두고 MEMS와 직접 경쟁하는 대신, 자신의 강점(단순함, 모션 블러 없음)은 극대화하고 약점(짧은 탐지 거리)은 문제가 되지 않는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현명한 전략적 선회다. 이는 미래의 자동차 센서 시스템이 단 하나의 ‘승자’ 라이다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전방을 감시하는 장거리 MEMS 라이다와 차량 주변 360도를 감싸는 다수의 단거리 플래시 라이다가 조합된 ‘센서 칵테일’ 형태가 될 것임을 시사한다.


표 2: 주요 솔리드 스테이트 라이다 기술 방식 비교 분석

지표 (Metric) MEMS OPA (Optical Phased Array) Flash
원리 마이크로 거울의 기계적 진동으로 빔 스티어링 광학 안테나 배열의 위상 제어로 전자적 빔 스티어링 시야각 전체에 넓은 빔을 한 번에 조사
구동부 유무 있음 (마이크로 단위) 없음 (완전한 솔리드 스테이트) 없음 (완전한 솔리드 스테이트)
핵심 장점 기술 성숙도, 검증된 신뢰성, 성능/비용 균형 초고속 스캔, 높은 내구성, 초소형/저가 잠재력 구조적 단순함, 모션 블러 없음, 견고함
핵심 과제 미세 구동부의 장기 내구성, FoV 한계 낮은 광효율, 발열, 사이드 로브, 기술 미성숙 짧은 탐지 거리, 태양광 간섭에 취약
최대 탐지 거리 장거리 (200m ~ 300m 이상) 중/장거리 (이론적) 단거리 (수십 m ~ 100m)
해상도 높음 매우 높음 (이론적) 상대적으로 낮음
시야각 (FoV) 거울 진동각에 의해 제한적 넓고 유연하게 설정 가능 (이론적) 넓음 (고정)
기술 성숙도 높음 (상용화 및 양산 단계) 낮음 (주로 R&D 단계) 중간 (일부 상용화)
비용 잠재력 (양산 시) 낮음 매우 낮음 (잠재력) 매우 낮음
주요 선도 기업 Luminar, Innoviz, Hesai, Cepton (과거) Quanergy, 다수 R&D 기업 Continental/AEye (Hybrid), 일부 산업용 업체

솔리드 스테이트 라이다 시장은 기술 경쟁을 넘어 치열한 비즈니스 전쟁터로 변모하고 있다. 어떤 기업이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어떤 공급망 구조가 미래의 경쟁력을 좌우할지 분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현재 시장은 몇몇 핵심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각기 다른 기술과 전략으로 경쟁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 구도는 두 가지 중요한 흐름을 보여준다. 첫째는 ‘시장의 통합’이다. 라이다 개발에 드는 막대한 R&D 비용과 긴 영업 주기는 자금력이 부족하거나 확실한 OEM 계약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의 생존을 어렵게 만든다. 쿼너지의 파산이나 벨로다인-아우스터의 합병은 시장이 소수의 강력한 플레이어 중심으로 재편되는 전형적인 성숙기 산업의 특징을 나타낸다.

둘째는 ‘지정학적 분절화’이다. 허사이와 로보센스의 부상은 단순한 경쟁을 넘어 지정학적 리스크를 부각시킨다. 서구권 OEM들은 자율주행의 ‘눈’에 해당하는 핵심 안전 부품을 중국 기업에 의존하는 것에 대한 정치적, 전략적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이는 글로벌 라이다 시장이 ‘중국 생태계(중국산 라이다를 탑재한 중국 자동차)’와 ‘서구권 생태계(서구권 라이다를 탑재한 유럽/미국 자동차)’로 나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디커플링’ 현상은 서구권 기업들에게는 자국 시장에서의 보호막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으로의 접근을 제한하는 족쇄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향후 라이다 기업에 대한 투자나 파트너십 결정에는 지정학적 리스크 분석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라이다 완제품 뒤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치열한 부품 공급망 전쟁이 존재한다. 라이다의 성능과 원가는 결국 레이저(EEL, VCSEL), 수광부(SPAD, SiPM, InGaAs), 그리고 이를 제어하는 프로세싱 칩의 성능과 가격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과거 라이다 기업들은 대부분 외부에서 상용 부품(off-the-shelf)을 구매하여 통합하는 시스템 통합(System Integrator) 역할에 가까웠다. 그러나 시장 경쟁이 심화되면서 성능 최적화와 원가 절감을 위해 핵심 부품을 직접 설계하고 생산하는 ‘수직 계열화(Vertical Integration)’가 중요한 경쟁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예를 들어, 루미나는 1550nm InGaAs 수광부 칩을 개발하는 회사를 직접 인수하여 자체적인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외부 공급업체에 의존하지 않고 자사 라이다에 최적화된 성능의 칩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원가 통제력을 높이고 이익률을 개선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수직 계열화 전략은 막대한 자본 투자가 필요하고 높은 리스크를 수반하지만, 성공할 경우 기술적 해자(moat)를 구축하고 공급망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강력한 무기가 된다. 따라서 특정 라이다 기업의 경쟁력을 평가할 때는 그 기업의 수직 계열화 전략과 핵심 부품 기술에 대한 통제력 수준을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표 3: 솔리드 스테이트 라이다 시장의 주요 기업 및 기술 현황

기업 (Company) 본사 (HQ) 주요 기술 (Primary Tech) 파장 (Wavelength) 주요 자동차 파트너 (Key Partners) 양산 현황/계획 (Production Status) 목표 시장 (Target Market)
Luminar 미국 MEMS 1550nm Volvo, Mercedes-Benz, Nissan, Polestar 양산 중 (Series Production) L3+ 자율주행, 트럭킹
Innoviz 이스라엘 MEMS 905nm BMW, Volkswagen Group (CARIAD) 양산 중 (Series Production) L2+ ADAS, L3 자율주행
Cepton 미국 MMT (MEMS-variant) 905nm General Motors, Ford, Koito 양산 예정 (SOP scheduled) L2+ ADAS, 스마트 인프라
Hesai 중국 MEMS 905nm Li Auto, Jidu, Lotus, 다수 중국 OEM 대량 양산 중 (Mass Production) 로보택시, ADAS (중국 중심)
Robosense 중국 MEMS 905nm BYD, GAC Aion, Great Wall Motor 대량 양산 중 (Mass Production) ADAS, 로보택시 (중국 중심)
Continental/AEye 독일/미국 Hybrid (MEMS+Flash) 1550nm Continental (Tier-1 파트너) 개발 및 샘플링 단계 L3/L4 자율주행, 트럭킹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명확한 응용 분야와 시장 침투 전략이 없다면 성공할 수 없다. 솔리드 스테이트 라이다는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로 그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라이다 기술 개발의 가장 강력한 수요처이자 가장 큰 시장이다. 라이다는 자율주행 레벨에 따라 각기 다른 역할과 가치를 제공하며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솔리드 스테이트 라이다의 응용 분야는 자동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작고, 가볍고, 저렴하며, 견고한 특성은 다양한 비자동차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이러한 비자동차 시장은 라이다 기업들에게 매우 중요한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 자동차 시장은 양산 계약까지의 주기가 길고, 한번 결정되면 변경이 어려워 불확실성이 크다. 반면, 산업용 로봇이나 보안 시장은 영업 주기가 짧고, 특정 성능을 만족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고객들이 존재한다. 라이다 기업들은 이 시장에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즉각적인 매출을 확보하고, 실제 환경에서의 운영 데이터를 축적하며, 대규모 자동차 계약이 본격화될 때까지 생산 라인을 가동하고 규모를 키울 수 있다. 이처럼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것은 변동성이 큰 자동차 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비즈니스 모델의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적인 리스크 관리 전략이다. 자동차와 비자동차 시장 양쪽에서 모두 강력한 입지를 구축한 기업이 장기적으로 더 건강하고 회복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솔리드 스테이트 라이다 기술은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과 새로운 기회들이 존재한다. 기술의 미래, 시장의 변화, 그리고 관련 이해관계자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종합적으로 조망한다.

라이다 산업은 ‘성능(장거리, 고해상도)’, ‘비용(저가)’, ‘신뢰성(차량 등급의 내구성)’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삼각 딜레마(Trilemma)’에 직면해 있다. 이 세 가지 요소는 종종 서로 상충 관계에 있다. 예를 들어, 성능을 높이기 위해 고가의 부품을 사용하면 비용이 증가하고, 복잡한 구조는 신뢰성을 저해할 수 있다.

이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은 기술 혁신과 생산 공학의 결합에 있다. OPA나 Flash와 같은 ‘완전한’ 솔리드 스테이트 기술은 실리콘 포토닉스와 같은 첨단 반도체 공정의 발전을 통해 성능과 비용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MEMS 기술은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든 만큼, 고도의 자동화된 생산 라인 구축과 수율 개선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결국 이 딜레마의 해법은 초기 설계 단계부터 대량 생산을 염두에 둔 ‘규모를 위한 설계(Design for Scale)’ 철학을 내재화하는 데 있다.

미래 인지 시스템의 경쟁력은 단순히 더 좋은 하드웨어 센서를 만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센서가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하느냐가 진정한 가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라이다가 생성하는 원시 데이터인 포인트 클라우드는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는 수많은 점의 집합일 뿐이다. 이 데이터가 ‘정보’가 되기 위해서는 객체를 탐지하고(Detection), 그것이 자동차인지 사람인지 분류하며(Classification), 움직임을 추적하는(Tracking) 고도의 인지 소프트웨어(Perception Software)가 필수적이다.

더 나아가, 가장 강건한 인지 시스템은 단일 센서에 의존하지 않고 라이다, 카메라, 레이더의 데이터를 지능적으로 융합하는 ‘센서 퓨전(Sensor Fusion)’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각 센서의 강점을 활용하여 다른 센서의 약점을 보완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라이다가 정확한 거리와 형태 정보를 제공하면, 카메라는 그 객체의 색상이나 표지판의 글씨를 읽어내고, 레이더는 악천후 속에서도 속도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이는 라이다 산업이 장기적으로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및 솔루션 중심’ 모델로 전환될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라이다 하드웨어 자체가 점차 표준화되고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 하드웨어 스펙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려워지고 이익률은 감소할 것이다. 이때 진정한 경쟁력과 방어 가능한 가치는 포인트 클라우드를 처리하고 다른 센서 데이터와 융합하는 독점적인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에서 나올 것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통합 ‘인지 스택(Perception Stack)’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은 고객에 대한 록인(Lock-in) 효과를 강화하고 가치 사슬의 더 큰 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 이는 마치 GPU라는 하드웨어를 판매하면서도 CUDA라는 강력한 소프트웨어 생태계로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의 전략과 같다. 미래의 라이다 시장 리더는 자체 실리콘을 설계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의 모습을 띠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기술 경쟁 너머에서는 이미 차세대 라이다 기술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솔리드 스테이트 라이다는 자율주행과 첨단 인지 기술의 대중화를 이끄는 핵심 동력이다. 기계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비용, 신뢰성, 통합 용이성 측면에서 혁신을 이루며 자동차 산업의 필수 부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시장은 MEMS 기술의 실용주의적 성공을 바탕으로 상용화가 본격화되고 있으며, OPA와 Flash는 각각 궁극의 반도체 라이다와 단거리 전문 센서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이러한 복잡하고 역동적인 환경 속에서 관련 이해관계자들은 다음과 같은 전략적 접근을 고려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솔리드 스테이트 라이다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기술의 진화, 시장의 통합, 그리고 지정학적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이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명확한 비전과 전략적 유연성을 갖춘 주체만이 미래 모빌리티와 지능형 기계 시대의 진정한 승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