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휴머노이드

1. 휴머노이드의 정의와 본질

1.1 어원과 개념: ’인간을 닮은 존재’의 의미

휴머노이드(Humanoid)라는 용어는 ’인간(human)’과 ‘~의 형태를 한’ 또는 ’~을 닮은’을 의미하는 접미사 ’-oid’의 합성어다.1 이 어원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가장 본질적인 특성, 즉 인간의 신체적 형태를 모방하여 설계되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흥미롭게도 ’휴머노이드’라는 단어 자체는 1867년에 만들어져, 1920년 카렐 차페크(Karel Čapek)의 희곡 ’로섬의 만능 로봇(R.U.R.)’에서 처음 등장한 ’로봇’이라는 용어보다 먼저 존재했다.1 이는 인공적인 인간을 만들고자 하는 인류의 상상력이 로봇 공학이라는 학문이 정립되기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음을 시사한다.

근본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의 신체 형태와 특징을 닮도록 제작된 로봇으로 정의된다.4 여기에는 센서가 탑재된 머리, 몸통, 두 개의 팔, 그리고 두 개의 다리가 포함된다.6 일부 설계는 여기서 더 나아가 인간과 미학적으로 유사하게 만들어지는데, 이를 특별히 안드로이드(Android)라고 칭한다. 안드로이드는 인간의 얼굴 특징이나 피부와 유사한 질감의 재료를 사용하여 외형적 유사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5

1.2 핵심 특징: 형태, 이족보행, 그리고 지능

휴머노이드를 다른 로봇과 구별하는 핵심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인간형 폼팩터(Human Form Factor)**는 단순히 외형적 유사성을 넘어, 로봇 기술의 근본적인 전략적 방향성을 제시한다. 인류 문명의 거의 모든 환경, 즉 건축물(문, 계단, 복도), 도구, 차량 등은 인간의 신체 구조에 맞춰 설계되었다.1 따라서 인간의 형태를 가진 휴머노이드는 이러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별도의 인프라 개조가 필요 없다는 압도적인 장점을 가진다.1 이는 환경을 로봇에 맞게 개조하는 대신(예: 물류 창고의 AMR), 인간을 위해 구축된 기존의 모든 인프라에 즉시 적응할 수 있는 범용 플랫폼을 지향하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로봇이 인간의 환경에 적응하고 인간의 일을 수행하려면 크기, 모양, 기능이 인간과 거의 같아야 한다고 역설하며 이 점을 명확히 했다.8

둘째, **이족보행(Bipedal Locomotion)**은 휴머노이드의 가장 상징적이면서도 기술적으로 어려운 특징이다.3 바퀴나 궤도형 로봇과 달리, 두 발로 걷는 능력은 복잡하고 평탄하지 않은 지형을 통과하고, 계단을 오르며, 장애물을 극복하는 등 뛰어난 지형 적응성을 부여한다.9 그러나 이는 수십 개의 고정밀 관절을 제어하며 끊임없이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극도의 복잡성을 내포하며, 추락의 위험을 항상 안고 있다.1

셋째, **지능과 자율성(Intelligence and Autonomy)**은 현대 휴머노이드의 정체성을 규정한다. 현대의 휴머노이드는 단순히 원격으로 조종되는 기계 인형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지능형 행위자(Intelligent Agent)다. 이를 위해 시각, 청각, 촉각, 관성 센서 등 다양한 센서로부터 얻은 정보를 고도의 인공지능(AI)으로 통합하여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이해하며, 상호작용해야 한다.4 이처럼 휴머노이드는 형태뿐만 아니라 인간과 같은 인식 및 운동 기능을 구현해야 하므로, 모든 로봇 기술이 집약된 가장 고난도의 지능형 로봇이라 할 수 있다.4 따라서 ’휴머노이드’의 정의는 단순히 형태적인 것을 넘어, 행동적, 인지적 측면으로 확장되고 있다.

1.3 휴머노이드와 타 로봇의 분류 및 차이점

휴머노이드의 고유한 위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종류의 로봇과의 비교가 필수적이다.

  • 산업용 로봇(Industrial Robots)과의 차이: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 팔은 고정된 위치에서 정형화된 고정밀 반복 작업을 수행하도록 설계되었다. 반면 휴머노이드는 비정형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인간 중심의 환경에서 이동성과 적응성을 발휘하도록 개발된다.3
  • 모바일 로봇(AMR/AGV)과의 차이: 자율이동로봇(AMR)이나 무인운반차(AGV)는 평평한 바닥에서 물류 운송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바퀴나 궤도를 사용한다.15 휴머노이드는 이러한 이동 효율성을 일부 희생하는 대신, 바퀴형 플랫폼이 접근할 수 없는 계단이나 험지 등 3차원 공간을 탐색할 수 있는 능력을 얻는다.1
  • 안드로이드(Androids)와의 관계: 모든 안드로이드는 휴머노이드에 속하지만, 모든 휴머노이드가 안드로이드는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안드로이드’는 인간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의 미학적 유사성을 추구하는 휴머노이드의 하위 개념이다.5 현재 아틀라스나 옵티머스와 같은 기능 중심의 휴머노이드들은 인간과 유사한 외형보다는 성능과 기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 휴머노이드의 역사: 상상에서 현실로

인간을 닮은 기계를 만들려는 열망은 고대 신화에서부터 시작되어 르네상스 시대의 기계 설계, 20세기의 공학적 구현을 거쳐 오늘날 인공지능과 결합된 형태로 발전해왔다. 이 역사는 기술적 진보가 어떻게 상상을 현실로 바꾸어왔는지를 보여주는 여정이다.

2.1 고대의 꿈과 초기 기계인형 (오토마타)

인공 생명체를 창조하려는 인간의 욕망은 고대부터 존재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청동 거인 탈로스(Talos)는 그 대표적인 예시다.3 이러한 신화적 상상이 기계적 설계로 구체화된 중요한 전환점은 르네상스 시대에 찾아왔다. 천재 예술가이자 과학자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는 1495년경, 최초의 휴머노이드 오토마타 중 하나로 여겨지는 ’기계 기사’를 설계했다. 그의 상세한 스케치에는 도르래와 케이블 시스템을 통해 팔과 턱을 움직일 수 있는 기계 장치가 묘사되어 있으며, 이는 신화에서 공학으로의 개념적 도약을 상징한다.3

2.2 20세기 초, 로봇 공학의 여명기: 에릭과 일렉트로

1920년, 카렐 차페크의 희곡 ’R.U.R.’을 통해 공장에서 일하는 인간형 노동자를 지칭하는 ’로봇’이라는 단어가 탄생했다.2 이후 1928년, 영국의 공학자 윌리엄 리처즈(William Richards)는 초기 휴머노이드 로봇의 대표작인 ’에릭(Eric)’을 제작했다. 에릭은 일어서고 팔을 움직일 수 있었으며, 원격 조작을 통해 목소리를 내며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2

더 큰 기술적 진보는 1939년 뉴욕 세계박람회에서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가 선보인 ’일렉트로(Electro)’를 통해 이루어졌다. 2.1m의 거대한 키를 가진 일렉트로는 음성 명령에 따라 움직이고, 레코드 플레이어를 통해 약 700개의 단어를 말하며, 담배를 피우고 풍선을 터뜨리는 등 더 복잡한 자동화 기능을 선보였다.2 이들 초기 로봇은 비록 조잡했지만, 휴머노이드의 물리적 형태와 상호작용 가능성을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2.3 현대 휴머노이드의 초석: 와세다 대학의 WABOT 프로젝트

현대 휴머노이드 로봇 공학의 역사에서 일본 와세다 대학의 WABOT(WAseda roBOT) 프로젝트는 결정적인 이정표를 세웠다. 1973년에 개발된 WABOT-1은 세계 최초의 실물 크기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널리 인정받는다.17 WABOT-1은 기초적인 일본어로 소통하고, 거리를 측정하며, 손으로 물건을 운반할 수 있었다. 비록 걸음걸이가 느리고 불안정했지만, 사지, 시각, 제어 시스템을 하나의 인간형 플랫폼에 통합한 최초의 시도였다.17

1980년대에 이어진 WABOT-2는 예술적 수행 능력에 특화되었다. 이 로봇은 악보를 시각적으로 인식하고 전자 오르간을 연주할 수 있었는데, 이는 정교한 센서 입력과 미세한 손가락 제어 기술의 발전을 보여주는 사례였다.2 WABOT 프로젝트는 이후 세대의 휴머노이드 연구를 위한 학술적, 공학적 기틀을 마련했다.

2.4 이족보행의 혁신: 혼다 아시모(ASIMO)의 등장과 영향

1980년대부터 수십 년간의 연구 끝에 일본의 혼다(Honda)가 2000년에 공개한 아시모(ASIMO)는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7 아시모는 인간처럼 부드러운 보행과 주행을 선보인 최초의 휴머노이드로, 동적 균형 제어 분야에서 기념비적인 성과를 달성했다.18

아시모는 세대를 거듭하며 계단 오르기, 장애물 회피, 얼굴 및 음성 인식, 심지어 축구공을 차는 능력까지 갖추게 되었다.7 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세계적인 상징이 되었다. 아시모의 성공은 전 세계 휴머노이드 연구의 기폭제가 되었으며, 한국의 KAIST를 포함한 여러 연구 기관이 자체 이족보행 로봇 개발에 착수하는 계기를 제공했다.17 1시간에 불과한 배터리 수명 등 상용화의 한계로 2018년 공식적으로 프로젝트가 종료되었지만, 현대적 동적 이족보행 기술의 개척자로서 아시모의 유산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7

2.5 대한민국 휴머노이드의 자부심: 휴보(HUBO)의 탄생과 발전

아시모에 자극받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오준호 교수 연구팀은 대한민국 최초의 이족보행 로봇 개발에 착수했다. 2002년부터 2003년 사이에 개발된 KHR-1을 시작으로 4, 2004년 공식적으로 ’휴보(HUBO)’가 공개되었다. 휴보는 아시모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동적 보행이 가능한 휴머노이드로 기록되었다.4

휴보의 가장 빛나는 순간은 2015년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최한 로보틱스 챌린지(DRC)에서의 우승이었다. 이 대회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재난 상황에 대응할 로봇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기획되었으며, 휴보는 복잡한 임무들을 완수하며 뛰어난 작업 능력과 안정성을 세계에 입증했다.1 휴보 개발을 통해 축적된 기술은 ‘휴보웨이’, 배달 로봇, 탑승형 로봇 FX 시리즈 등 다양한 파생 기술로 이어지며 한국 로봇 공학의 저변을 넓혔다.1

이러한 발전 과정은 특정 목표를 향한 거대 프로젝트들이 휴머노이드 기술의 도약을 이끌었음을 보여준다. 와세다 대학의 학술적 도전, 혼다의 동적 보행 정복, 그리고 DARPA의 재난 대응이라는 ’그랜드 챌린지’는 각 시대의 기술적 한계를 돌파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현재는 테슬라와 같은 기업들이 주도하는 ’상업적 대량생산’이 새로운 시대의 그랜드 챌린지로 부상하고 있다.

연도 (Year)로봇/사건 (Robot/Event)개발 주체 (Developer)주요 특징 및 의의 (Key Features & Significance)
c. 1495기계 기사 (Mechanical Knight)레오나르도 다빈치 (Leonardo da Vinci)오토마타의 개념적 설계, 인간형 기계에 대한 초기 공학적 접근 16
1928에릭 (Eric)윌리엄 리처즈 (William Richards)최초의 유명 휴머노이드 중 하나, 원격 조작으로 동작 및 음성 구현 2
1939일렉트로 (Electro)웨스팅하우스 (Westinghouse)음성 명령 인식, 700단어 발화 등 복합적 기능 수행, 대중적 관심 증폭 2
1973와봇-1 (WABOT-1)와세다 대학 (Waseda University)세계 최초의 본격적인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시스템 통합의 시초 17
2000아시모 (ASIMO)혼다 (Honda)인간과 유사한 동적 보행 및 주행 최초 구현, 휴머노이드 연구의 기폭제 역할 7
2004휴보 (HUBO)KAIST대한민국 최초의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아시모에 이은 세계적 성과 4
2013아틀라스 (Atlas) 공개보스턴 다이내믹스 (Boston Dynamics)DARPA 지원 하에 재난 대응을 목표로 개발, 유압 기반의 강력한 성능 과시 7
2015휴보, DARPA 로보틱스 챌린지 우승KAIST재난 대응 시나리오에서 뛰어난 작업 수행 능력과 안정성 입증 1
2022옵티머스, 사이버원 공개테슬라, 샤오미 (Tesla, Xiaomi)빅테크 기업들의 범용 휴머노이드 개발 경쟁 본격화 신호탄 17

3. 휴머노이드를 구성하는 핵심 기술 심층 분석

현대 휴머노이드 로봇은 기계공학, 전자공학, 컴퓨터 과학이 융합된 복합 시스템이다. 로봇의 성능은 구동계, 센서, 인공지능, 제어 알고리즘 등 각 핵심 기술의 완성도에 의해 결정된다. 특히 최근 기술 발전은 각 분야가 독립적으로 발전하는 것을 넘어, 서로의 발전을 촉진하는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3.1 구동계 (Actuation): 힘과 움직임의 근원

구동계는 로봇의 ’근육’에 해당하며, 전기 에너지를 물리적인 움직임으로 변환하는 역할을 한다.

유압에서 전동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초기 아틀라스와 같은 고성능 휴머노이드는 유압 시스템을 동력원으로 사용했다. 유압은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어 점프나 백플립과 같은 역동적인 동작에 유리했다.7 그러나 유압 시스템은 복잡하고, 누유 위험이 있으며, 에너지 효율이 낮아 대량생산에 적합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최신 휴머노이드인 완전 전동식 아틀라스, 테슬라 옵티머스, 피규어 로봇 등은 모두 전동식 액추에이터를 채택했다.7 이러한 전환은 효율성, 저소음, 유지보수의 용이성, 그리고 상업적 양산을 위한 확장성 확보를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다.25

액추에이터(Actuators): 액추에이터는 모터, 감속기(기어박스), 제어기/엔코더가 통합된 모듈로, 로봇의 관절 역할을 한다.14 휴머노이드의 성능은 액추에이터의 성능과 직결된다.

모터 기술(Motor Technology): 로봇의 각 관절은 용도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모터를 사용한다.

  • 서보 모터(Servo Motors): 어깨나 팔꿈치처럼 정밀한 위치 제어가 필요한 동적 관절에 주로 사용된다.27
  • 프레임리스 토크 모터(Frameless Torque Motors): 작은 크기에도 높은 토크를 낼 수 있어 어깨나 손목처럼 큰 하중을 견뎌야 하는 관절에 이상적이다. 테슬라 옵티머스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27
  • 코어리스 DC 모터(Coreless DC Motors): 반응 속도가 빠르고 효율이 높아 로봇의 손(그리퍼)과 같이 섬세한 제어가 필요한 부분에 사용된다.27
  • 리니어 모터(Linear Motors): 회전 운동 없이 직접적인 직선 운동을 생성한다. 옵티머스의 발목 관절에 탑재되어 인간의 보행 방식을 모방하는 데 사용된다.28

3.2 센서와 인공지능 (Sensing & AI): 로봇의 감각과 두뇌

휴머노이드는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 인간의 감각 기관과 두뇌에 해당하는 센서 및 AI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인지 센서(Perception Sensors): 로봇은 ’센서 퓨전(Sensor Fusion)’이라는 과정을 통해 여러 센서의 데이터를 통합하여 주변 환경에 대한 포괄적인 모델을 구축한다.10

  • 시각(Vision): 고해상도 카메라는 물체 인식, 경로 탐색, 인간의 제스처 파악 등에 사용되는 가장 핵심적인 센서다.30
  • 라이다(LiDAR): 레이저를 발사하여 주변 환경의 정밀한 3차원 지도를 생성하며, 자율 주행과 장애물 회피에 필수적이다.15
  • 관성 측정 장치(IMU): 가속도계와 자이로스코프를 결합하여 로봇의 자세와 각속도를 측정한다. 이는 이족보행 시 균형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30
  • 힘/토크 센서(Force/Torque Sensors): 관절과 손가락 끝에 장착되어 외부와의 물리적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힘을 측정한다. 계란을 깨뜨리지 않고 집는 것과 같은 섬세한 조작이나 울퉁불퉁한 지면을 안정적으로 걷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32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는 센서 데이터를 처리하고 행동을 결정하는 ‘두뇌’ 역할을 한다.28

  •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AI 알고리즘이 카메라 영상을 분석하여 객체, 사람, 경로 등을 식별한다.30
  • 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 로봇이 미지의 환경에서 지도를 작성함과 동시에 그 지도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추정하는 핵심 알고리즘이다.15
  • 딥러닝 및 강화학습(Deep Learning & Reinforcement Learning): 현대 휴머노이드는 단순히 프로그래밍되는 것을 넘어 훈련을 통해 학습한다. 특히 강화학습은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걷기나 물체 조작과 같은 복잡한 행동을 스스로 터득하게 하는 기술로, 인간 설계자가 만든 것보다 더 강건하고 효율적인 동작을 구현할 수 있게 한다.28
  • 비전-언어 모델(Vision-Language Models, VLM): 언어와 시각 정보를 연결하는 거대 모델의 통합은 최신 기술의 정점이다. 피규어 AI의 로봇이 “먹을 것을 달라“는 음성 명령을 이해하고, 시각적으로 사과를 인식하여 건네주며, “테이블 위의 유일한 음식이라서“라고 그 이유까지 설명할 수 있는 것은 VLM 덕분이다.36 이는 AI가 물리적 실체를 갖는 ’체화된 AI(Embodied AI)’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37

3.3 이족보행 제어 (Bipedal Locomotion): 균형과 이동의 과학

이족보행은 본질적으로 ’제어된 낙하’의 연속으로, 끊임없는 실시간 조정이 필요한 매우 불안정한 과정이다.1 초기에는 로봇의 무게 중심점을 발바닥의 안정된 영역 내에 유지하려는 제어 이론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아틀라스와 같은 최신 로봇은 ‘전신 제어(Whole-Body Control)’ 방식을 사용한다. 이는 다리뿐만 아니라 팔, 몸통 등 28개 이상의 모든 관절을 유기적으로 사용하여 무게 중심과 운동량을 동적으로 제어함으로써, 달리기, 점프, 공중제비와 같은 유연하고 역동적인 움직임을 가능하게 한다.22

3.4 매니퓰레이션 (Manipulation): 인간의 손을 향한 도전

인간의 손은 매우 정교한 도구이며, 이를 모방하는 것은 로봇 공학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다. 로봇의 손은 ’그리퍼(Gripper)’라고 불린다.28 그리퍼의 성능은 얼마나 많은 독립적인 움직임이 가능한지를 나타내는 ’자유도(Degrees of Freedom, DoF)’로 평가된다. 인간의 손은 20개 이상의 자유도를 가지며, 테슬라 옵티머스는 손 하나당 11개의 자유도를 구현하여 정교한 물체 조작을 시도하고 있다.24 또한, 섬세한 작업을 위해서는 손가락 끝에 압력과 질감을 감지하는 촉각 센서가 필수적이다.33

3.5 동력원 (Power Source): 작동 시간의 한계와 배터리 기술

휴머노이드 상용화의 가장 큰 기술적 병목 현상 중 하나는 배터리 수명이다.34 아시모와 같은 초기 모델은 약 1시간 정도만 작동할 수 있었다.7 현대 휴머노이드는 고에너지 밀도 배터리를 필요로 한다. 테슬라는 전기차(EV)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2.3 kWh 용량의 배터리 팩을 옵티머스 몸통에 탑재하여 하루 종일 작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24 NASA의 발키리는 1.8 kWh 배터리로 약 1시간의 구동 시간을 가진다.40 전동 모터로의 전환과 AI를 통한 동작 최적화 등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28

4. 현대 휴머노이드 로봇의 현주소: 주요 플레이어와 대표 모델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단순히 기술력을 과시하는 연구 단계를 넘어, 상업적 대량생산을 목표로 하는 치열한 경쟁 국면에 진입했다. 각 기업은 고유의 기술적 접근 방식과 전략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려 하고 있으며, 이는 크게 고성능 산업용, 대중적 범용, 그리고 극한 환경용이라는 세 가지 전략적 방향으로 분화되고 있다.

4.1 연구와 역동성의 상징: 보스턴 다이내믹스 ‘아틀라스’

지난 10여 년간 유압식 아틀라스는 파쿠르, 백플립, 춤 등 경이로운 움직임으로 로봇의 물리적 능력의 한계를 확장해 온 연구 플랫폼의 상징이었다.3 그러나 2024년 4월,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유압식 모델을 단종하고 완전히 새로운 전동식 아틀라스를 공개하며 상업화를 향한 본격적인 전환을 선언했다.7

새로운 전동식 아틀라스는 기존 모델보다 더 강력하고 민첩하며, 모든 관절이 360도 회전하는 등 인간의 가동 범위를 뛰어넘는 움직임을 보여준다.23 3D 프린팅된 티타늄과 알루미늄으로 제작되어 89kg의 무게에도 높은 강도를 자랑하며 35, 강화학습을 포함한 최첨단 제어 시스템을 통해 전례 없는 기동성을 달성했다.35 현재 현대자동차그룹의 자회사로서, 순수 연구를 넘어 현대차의 제조 공장에 시범적으로 투입되는 등 실제 산업 현장에서의 활용을 모색하고 있다.7

4.2 대량생산과 범용성을 향한 도전: 테슬라 ‘옵티머스’

2021년 처음 공개된 테슬라의 옵티머스(또는 테슬라 봇)는 설계 초기부터 대량생산과 범용성을 목표로 개발되었다.43 옵티머스의 비전은 인간이 기피하는 위험하거나 반복적인 모든 작업을 대신 수행하는 것이다.

2023년 12월에 공개된 2세대 모델은 약 56kg으로 무게를 줄이고 보행 속도를 30% 향상시켰으며, 특히 11자유도의 손가락과 촉각 센서를 통해 계란과 같은 섬세한 물체를 다루는 능력을 선보였다.24 옵티머스의 가장 큰 경쟁력은 테슬라의 자율주행(FSD) 기술에 사용되는 AI 소프트웨어와 맞춤형 반도체 칩을 공유한다는 점이다.44 이는 실제 세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및 컴퓨터 비전 기술에서 막대한 우위를 제공한다. 테슬라는 자체 공장에 수천 대의 옵티머스를 먼저 투입하여 기술을 검증하고, 최종적으로는 “자동차보다 저렴한” 3만 달러 미만의 가격으로 시장에 출시하여 노동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공격적인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24

4.3 AI와의 결합으로 비상하다: 피규어 AI ‘피규어 02’

2022년에 설립된 스타트업 피규어 AI(Figure AI)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테슬라, 구글 딥마인드 출신의 최고 전문가들을 영입하여 놀라운 속도로 성장했다.47 피규어 AI의 핵심 전략은 OpenAI와의 파트너십이다. 이를 통해 자사의 휴머노이드 ’피규어 02’에 세계 최고 수준의 비전-언어 모델(VLM)을 통합했다. 그 결과, 피규어 02는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복잡한 명령을 이해하며, 자신의 행동에 대해 논리적으로 추론하고 설명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37

피규어 02는 키 168cm, 가반하중 20kg, 5시간의 작동 시간을 갖춘 전동식 휴머노이드로, NVIDIA의 고성능 GPU를 탑재하여 온보드 AI 모델을 구동한다.36 피규어 AI는 이미 BMW의 미국 자동차 공장에 로봇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범용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가장 먼저 의미 있는 상업적 성과를 거두었다.47 이는 하드웨어의 기계적 성능 경쟁을 넘어, AI와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미래 휴머노이드 시장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4.4 극한 환경을 위한 개척자: NASA ‘발키리’

NASA의 존슨 우주 센터에서 개발한 발키리(Valkyrie, 또는 R5)는 궁극적으로 달과 화성 탐사 임무에 투입될 ’로봇 우주비행사’를 목표로 한다.40 발키리는 188cm의 키와 약 130kg의 무게를 가진 강력한 전동식 로봇으로, 우주와 같은 극한 환경에서의 내구성과 모듈성을 최우선으로 설계되었다. 즉, 현장에서 쉽게 부품을 교체하고 수리할 수 있다.52

발키리는 44개의 자유도를 가지며, 충격 흡수와 안전한 물리적 상호작용을 위해 ’직렬 탄성 액추에이터(SEA)’라는 특수한 구동 방식을 사용한다.52 발키리의 임무는 대량 노동력 대체가 아닌, 인간 우주비행사를 대신해 우주정거장 외부에서 장비를 점검하거나, 인간이 도착하기 전에 먼저 행성에 착륙하여 기지를 건설하는 등 고도로 전문화된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다.51

4.5 기타 주목할 만한 휴머노이드 로봇들

  • 샤오미 ‘사이버원(CyberOne)’: 2022년 공개된 샤오미의 휴머노이드로, 177cm의 키와 21자유도를 가지며 45가지의 인간 감정을 인식하는 AI를 특징으로 내세웠다.55 그러나 경쟁 모델에 비해 보행 안정성이 부족하고 넘어진 후 스스로 일어나지 못하는 등 기계적 완성도 측면에서 한계를 보였다.57
  • 어질리티 로보틱스 ‘디지트(Digit)’: 역관절 구조의 다리 때문에 전형적인 휴머노이드 형태는 아니지만, 이족보행 물류 로봇으로서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사례 중 하나다. 이미 아마존(Amazon) 물류 창고 등에서 상자 운반 작업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50
항목 (Item)보스턴 다이내믹스 아틀라스 (Electric)테슬라 옵티머스 (Gen 2)피규어 AI 피규어 02NASA 발키리 (R5)
키 (Height)1.5 m 581.73 m 451.68 m (5’6“) 491.88 m (6’2“) 40
무게 (Weight)89 kg 42~56 kg 4560 kg 59~130 kg 52
구동 방식 (Actuation)완전 전동식 (All-Electric) 35완전 전동식 (All-Electric) 24완전 전동식 (All-Electric) 59완전 전동식 (SEA) 40
가반하중 (Payload)N/A20 kg 5920 kg 49N/A
자유도 (DoF)28+ 2228 (Body) + 22 (Hands) 2435+ (Helix) 3644 40
AI/소프트웨어강화학습, 전신 제어 (RL, Whole-Body Control) 35Tesla FSD AI Stack 46OpenAI VLM 통합 47NASA/IHMC 제어 알고리즘 40
주요 특징초인적 기동성, 상업용 전환 (Superhuman agility, commercial pivot)대량생산 설계, 비용 효율성 (Designed for mass production, cost-efficiency)대화형 AI, 빠른 상업화 (Conversational AI, rapid commercialization)극한 환경, 모듈식 설계 (Extreme environments, modular design)

5. 휴머노이드의 활용 분야와 미래 시장 전망

휴머노이드 로봇의 발전은 공상 과학 소설 속 상상을 현실의 산업 현장과 일상생활로 이끌고 있다. 초기에는 정형화된 산업 환경에서 시작하여 점차 공공 서비스, 우주 탐사,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가정 내 개인 서비스로 그 활용 범위가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확산은 기술적 성숙도와 경제적 타당성이 확보되는 단계에 따라 순차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5.1 산업 현장: 제조업, 물류, 그리고 위험 작업 대체

휴머노이드의 1차 적용 시장은 산업 현장이 될 것이다.

  • 제조업: 조립, 품질 검사, 부품 운반 등 기존의 로봇 팔이 수행하던 작업을 넘어 더 유연하고 복합적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피규어 AI가 BMW 공장에 투입되고 테슬라가 자사 공장에 옵티머스를 배치하려는 계획은 이러한 흐름을 명확히 보여준다.24
  • 물류 및 창고 자동화: 휴머노이드는 선반에서 물건을 꺼내 포장하고 트럭에 싣는 등 물류 센터의 전 과정을 자동화할 잠재력을 가진다. 어질리티 로보틱스의 디지트는 이미 아마존과 같은 대형 물류 기업에서 시범 운영되며,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물류 산업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50
  • 위험 작업 대체: 원자력 발전소, 화학 공장, 해양 시추 시설 등 인간에게 위험한 환경에서의 작업은 휴머노이드가 가장 큰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분야다.1 한국 정부는 특히 조선 및 건설 현장에서 중량물 운반과 같은 고위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기술을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하며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5

5.2 공공 서비스: 재난 구조, 의료 및 노인 돌봄

산업 현장을 넘어 사회 인프라를 지원하는 역할 또한 기대된다.

  • 재난 구조: DARPA 로보틱스 챌린지의 근본적인 동기가 되었던 것처럼, 지진으로 붕괴된 건물이나 방사능에 오염된 지역에 투입되어 인명을 구조하고 2차 피해를 막는 임무는 휴머노이드의 중요한 공공 서비스 분야다.10
  • 의료 및 노인 돌봄: 전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에 따라 간병 인력 부족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휴머노이드는 노약자의 이동을 돕고, 일상적인 가사를 보조하며, 약 복용 시간을 알려주는 등 24시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43 골드만삭스는 2035년경에는 휴머노이드가 노인 돌봄 수요의 상당 부분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50 또한, 환자의 재활을 돕는 외골격 로봇(웨어러블 로봇) 역시 휴머노이드 보행 기술에서 파생된 중요한 의료 응용 분야다.29

5.3 우주 탐사와 극한 환경 개척

NASA의 발키리 로봇은 휴머노이드가 인류의 활동 영역을 지구 밖으로 확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인간 우주비행사가 장기간 체류하기 어려운 달이나 화성에 먼저 보내져 기지를 건설하고, 태양광 패널을 유지보수하며, 과학 장비를 설치하는 등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51 이는 인간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우주 탐사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5.4 개인 서비스: 가사 노동과 인간의 동반자

휴머노이드 기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가정으로 진입하여 개인 비서이자 동반자가 되는 것이다. 테슬라와 피규어 AI는 자사 로봇이 미래에 빨래, 설거지, 요리 등 모든 가사 노동을 자율적으로 수행하게 될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49 리얼보틱스의 ’아리아’처럼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인간과 교감하는 소셜 로봇 또한 개발되고 있으나, 이는 동시에 복잡한 윤리적 문제를 제기한다.7

5.5 시장 성장 예측과 경제적 파급 효과

휴머노이드 시장의 잠재력은 막대하다. 골드만삭스와 같은 투자은행들은 향후 10~15년 내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50 시장 성장의 가장 큰 동력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전 세계적인 노동력 부족 문제다.25 휴머노이드는 단순히 기존 노동력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 현재는 경제성이 없거나 위험해서 수행하지 못했던 새로운 종류의 서비스를 창출하며 전 세계 경제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6. 상용화를 향한 과제와 윤리적 고찰

휴머노이드 로봇이 대중화되기까지는 인상적인 시연 영상과 실제 산업 현장에서의 안정적인 운영 사이의 간극을 메워야 하는 수많은 기술적, 경제적, 사회적 과제가 남아있다. 또한, 인간을 닮은 지능형 기계의 등장은 인류에게 깊은 윤리적, 법적 성찰을 요구한다.

6.1 기술적 난제: 신뢰성, 안전성, 그리고 비용 문제

  • 신뢰성: 현재 공개되는 대부분의 영상은 통제된 환경에서 수차례의 시도 끝에 성공한 결과물일 가능성이 높다. 일부 시연에서는 원격 조작이 개입되었음이 공식적으로 인정되기도 했다.25 실제 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99.9% 이상의 신뢰성과 하루 22시간 이상의 가동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여전히 거대한 기술적 과제다.
  • 안전성: 60kg이 넘는 금속 로봇이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잠재적인 안전 위협을 내포한다. 어떠한 돌발 상황에서도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보장하는 고도의 안전 시스템과 제어 알고리즘 개발이 필수적이다.39
  • 배터리 및 에너지: 앞서 언급했듯, 한 번의 충전으로 하루 종일 작동할 수 있는 고효율 에너지 시스템은 상용화의 핵심 전제 조건이다.39
  • 비용: 최첨단 액추에이터, 센서, AI 반도체 등으로 구성된 휴머노이드의 생산 단가는 여전히 매우 높다. 테슬라가 목표로 하는 3만 달러 미만의 가격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부품의 표준화, 모듈화, 그리고 대량생산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이 반드시 필요하다.25

6.2 사회적 수용성과 일자리 대체 문제

  • 일자리 대체: 휴머노이드가 가장 먼저 투입될 제조업, 물류, 건설 등의 분야에서 대규모 일자리 대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는 가장 즉각적인 사회적 과제다.13 이는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노동의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 확충과 재교육 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하다.
  • 사회적 수용성: 인간과 지나치게 닮은 로봇은 소위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현상을 유발하여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39 로봇이 일상에 자연스럽게 통합되기 위해서는 기술적 완성도뿐만 아니라 대중의 심리적 신뢰와 수용성을 확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6.3 법적 책임과 제도적 프레임워크: EU AI Act 사례를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휴머노이드가 사고를 일으켰을 때, 그 법적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제조사, 소유주, 혹은 AI 소프트웨어 개발사 중 누구의 책임인지 기존의 법체계로는 판단하기 어렵다.63

이러한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은 세계 최초의 포괄적인 인공지능 규제법인 ’AI Act’를 제정했다. 이 법은 AI 시스템을 위험 등급별로 분류하고, 공공장소에서 활동하는 자율 휴머노이드와 같이 ’고위험’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은 시스템에 대해서는 안전성, 투명성, 인간의 감독 의무 등 엄격한 규제를 부과한다.64 또한, 개정된 ’제조물 책임 지침(Product Liability Directive)’과 함께 AI로 인한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용이하도록 입증 책임을 완화하는 등 구체적인 법적 프레임워크를 마련하고 있다.64 EU의 이러한 시도는 향후 전 세계 로봇 규제의 표준 모델이 될 가능성이 있다.

6.4 인간-로봇 상호작용의 심리학과 윤리적 딜레마

  • 감정적 애착과 기만: 인간과 교감하도록 설계된 소셜 로봇은 외로움을 느끼는 노인 등 취약 계층이 기계에 대해 비정상적인 정서적 의존을 형성하게 할 위험이 있다. 이는 감정을 흉내 낼 뿐인 기계에 의한 ’정서적 기만’에 해당할 수 있다.67
  • 프라이버시 침해: 가정과 직장에 배치된 휴머노이드는 탑재된 카메라와 마이크를 통해 개인의 사생활을 지속적으로 수집하는 ’움직이는 감시 장치’가 될 수 있다. 수집된 데이터의 보호와 활용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없다면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39
  • 악용 가능성: 모든 강력한 기술과 마찬가지로, 휴머노이드 역시 감시, 통제, 군사적 목적 등 악의적인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68 기술 개발 단계에서부터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려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7. 결론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의 형태를 모방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지능과 행동을 구현하려는 인류의 오랜 꿈과 최첨단 공학 기술이 결합된 산물이다. 그 발전사는 상상 속 오토마타에서 출발하여, 이족보행이라는 기계적 난제를 극복하고, 이제는 인공지능과 융합하여 스스로 학습하고 추론하는 ’체화된 AI’로 진화하는 변곡점에 서 있다.

현재 보스턴 다이내믹스, 테슬라, 피규어 AI와 같은 선도 기업들은 각기 다른 전략적 목표 아래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이는 산업 자동화, 재난 대응, 우주 탐사,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개인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에 걸쳐 혁명적인 변화를 예고한다. 특히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글로벌 노동력 부족 문제에 대한 잠재적 해결책으로서 휴머노이드의 경제적, 사회적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그러나 상용화의 길은 아직 험난하다. 배터리 수명, 안전성, 비용 효율성과 같은 기술적 과제를 해결해야 하며, 대규모 일자리 대체, 개인정보 보호, 법적 책임 소재 등 복잡한 사회적·윤리적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와 제도적 준비가 시급하다.

결론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류에게 막대한 편익을 제공할 잠재력을 지닌 동시에, 인간의 정체성과 사회 구조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기술이다. 따라서 기술 개발과 더불어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고 윤리적, 법적 기틀을 마련하는 다각적인 노력이 병행될 때, 비로소 휴머노이드는 인류와 공존하며 긍정적인 미래를 열어가는 진정한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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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 로봇 기술 불모지 한국에서 ‘대박’ 터트린 한국 과학자, 이족 보행 로봇 개발 성공기 [반복재생] / YTN 사이언스 -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QATld0Sh8SM
  63. Robots and Liability: who is to blame? - Dentons, https://www.dentons.com/en/insights/articles/2018/december/20/robots-and-liability
  64. Artificial intelligence liability directive - European Parliament, https://www.europarl.europa.eu/RegData/etudes/BRIE/2023/739342/EPRS_BRI(2023)739342_EN.pdf
  65. EU Artificial Intelligence Act | Up-to-date developments and analyses of the EU AI Act, https://artificialintelligenceact.eu/
  66. Artificial intelligence and liability: Key takeaways from recent EU legislative initiatives, https://www.nortonrosefulbright.com/en/knowledge/publications/7052eff6/artificial-intelligence-and-liability
  67. Human-robot dynamics: a psychological insight into the ethics of social robotics, https://www.emerald.com/insight/content/doi/10.1108/ijoes-01-2024-0034
  68. [첨단로봇 시대의 과제, 로봇윤리] “왜 굳이 로봇윤리가 필요한가” - 로봇신문, https://www.irobot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3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