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쇼 기술인가 예술인가
2025-10-24, G25DR
1. 서론: 밤하늘의 캔버스,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묻다
수백, 수천 개의 빛나는 로봇이 밤하늘에 정교한 이미지를 그려내는 드론 쇼는 경이로운 광경을 선사한다. 이는 첨단 기술의 총체적 과시인가, 아니면 21세기에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예술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본 보고서는 드론 쇼를 단순히 기술이나 예술 어느 한쪽으로 규정하는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고대 그리스어 ’테크네(Techne)’가 기술과 예술을 모두 의미했듯, 드론 쇼는 기술적 정교함이 곧 예술적 표현력이 되고 예술적 상상력이 다시 기술적 한계를 밀어내는 ’테크네’의 현대적 재현으로 볼 수 있다.1
본 보고서는 드론 쇼의 본질을 다각적으로 해부하기 위해 총 3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제1장에서는 드론 쇼를 물리적으로 구현하는 핵심 기술—군집 비행, 정밀 측위, 실시간 통신—을 심층 분석한다. 제2장에서는 이 기술이 어떻게 예술적 표현, 즉 시각적 연출과 스토리텔링의 도구로 전환되는지를 탐구하고, 인접 예술 장르와 비교한다. 마지막 제3장에서는 구체적 사례를 통해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비평적으로 고찰하고, 드론 쇼의 현재적 위상과 미래적 가능성을 조망한다.
2. 드론 쇼의 기술적 해부 - 정밀 제어와 군집 지능의 구현
드론 쇼의 예술적 장관은 견고하고 정밀한 기술적 기반 위에서만 성립한다. 이 기반은 크게 세 가지 핵심 기술, 즉 군집 비행 알고리즘, 정밀 측위 시스템, 그리고 안정적인 통신 네트워크로 이루어진다. 이 세 요소는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어느 하나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예술적 표현은 불가능해진다. 이는 드론 쇼라는 예술 형태가 기술에 얼마나 깊이 의존하는지를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2.1 군집 비행(Swarm Flying): 자연 모방 알고리즘과 분산 제어 시스템의 원리
드론 쇼의 핵심은 수백에서 수천 대에 이르는 드론이 마치 하나의 유기체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군집 비행 기술에 있다.3 이는 단순한 중앙집중식 원격 조종을 넘어, 각 드론이 자율적인 판단 능력을 갖춘 분산 제어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5
이 기술의 근원은 자연에서 찾을 수 있다. 벌, 개미, 혹은 물고기 떼가 리더 없이도 복잡하고 지능적인 패턴을 형성하는 ’집단 지능(Swarm Intelligence)’을 공학적으로 모방한 것이다.5 각 드론은 주변 드론의 위치와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사전에 프로그래밍된 단순한 규칙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결정한다. 이러한 개별적 판단이 모여 전체적으로는 정교하고 복잡한 군무를 형성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군집 지능 알고리즘이 적용된다. 대표적으로 개미가 최단 경로를 찾는 원리를 모방한 ’개미 군집 최적화(Ant Colony Optimization)’나 새 떼의 움직임을 모델링한 ‘입자 군집 최적화(Particle Swarm Optimization)’ 등이 드론 간의 협력, 경로 최적화, 그리고 충돌 방지를 위해 사용된다.5 특히 충돌 회피는 군집 비행의 안전을 담보하는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시스템은 드론 간의 예상 경로, 거리, 도달 시간을 지속적으로 계산하여 충돌 가능성을 예측한다. 위험이 감지되면, 사전에 정의된 규칙, 예를 들어 ’지금까지 정지 비행(hovering) 횟수가 더 적거나, 횟수가 같다면 일련번호가 더 큰 드론이 양보한다’는 식의 알고리즘에 따라 자율적으로 회피 기동을 수행한다.7
그러나 현재 상업적 드론 쇼에서 ’군집’은 예술적 환상에 가깝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대부분의 공연은 3D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를 통해 각 드론의 비행 경로를 사전에 개별적으로 프로그래밍하는 방식을 따른다.4 즉, 드론들이 실시간으로 협력하여 창의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각본에 따라 개별적으로 움직이면서 마치 협력하는 것처럼 보이게 연출하는 것이다.2 여기서 군집 지능 알고리즘은 창조적 역할보다는 충돌 방지라는 안전장치로서 기능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예술적 표현의 자율성보다는 통제의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현재 기술 단계의 특징을 보여준다.
2.2 센티미터 단위의 정밀성: RTK-GPS의 작동 원리와 드론 쇼에서의 역할
드론 쇼가 밤하늘에 선명한 이미지를 그려내기 위해서는 각 드론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위치에 자리 잡아야 한다. 일반적인 GPS는 위성 신호가 대기권을 통과하며 발생하는 왜곡 등으로 인해 수 미터(m) 수준의 오차를 내포하고 있어, 정밀한 이미지 구현에는 부적합하다.11
이 한계를 극복하는 기술이 바로 ‘실시간 이동 측위(Real-Time Kinematic, RTK)’ GPS다.12 RTK 시스템은 정확한 좌표를 이미 알고 있는 ’고정 기지국(Base Station)’과 비행 중인 ‘로버(Rover)’, 즉 각각의 드론으로 구성된다.13 기지국은 위성으로부터 수신한 신호와 자신의 실제 위치를 비교하여 GPS 신호의 오차를 실시간으로 계산한다. 이후 이 보정 데이터를 무선 통신을 통해 비행 중인 모든 드론에 전송한다. 각 드론은 수신한 보정값을 자신의 GPS 데이터에 적용함으로써 위치 오차를 센티미터(cm) 단위까지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13
이 cm급 정밀도는 드론 쇼의 예술적 품질과 직결된다. 각 드론이 하나의 ’움직이는 픽셀(Dynamic Pixel)’로서 기능하기 때문에, 이 픽셀들이 정확한 좌표에 위치해야만 전체 군집이 왜곡 없이 선명한 형상과 부드러운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낼 수 있다.5 만약 RTK 기술이 없다면, 정교한 로고나 섬세한 인물 묘사는 불가능하며, 드론 쇼는 그저 흐릿하고 불분명한 빛의 덩어리로 전락할 것이다.
2.3 끊김 없는 통신망: UAAN과 EVAN을 통한 실시간 데이터 교환 및 충돌 회피
수백, 수천 대의 드론이 정밀하게 제어되기 위해서는 이들 사이의 데이터 교환이 끊김 없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기존의 와이파이(Wi-Fi)는 통신 거리가 짧고 다수 기기 연결 시 품질이 저하되며, LTE는 고도가 높아지면 통신이 불안정해지고 비용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18 무엇보다 이들 통신 방식은 중앙 관제소와 드론 간의 1:N 통신을 전제로 설계되어, 드론 간(Drone-to-Drone) 직접 통신을 지원하지 않아 능동적인 충돌 회피에 한계가 명확했다.18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해 국제 표준으로 제정된 ’무인기 통신 네트워크(UAAN, Unmanned Aerial Vehicle Application Ad-hoc Network)’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19 UAAN은 드론끼리 직접 통신하며 서로의 위치와 상태 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하는 애드혹(Ad-hoc) 네트워크 기술이다. 이를 통해 중앙 서버를 거치지 않고도 드론들이 자율적으로 충돌을 예측하고 회피할 수 있어 안전성과 반응 속도를 크게 높였다. 또한, 별도의 통신료 없이 LTE급의 고품질 통신을 제공하여 경제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했다.18
UAAN의 기반이 되는 통신 시스템은 ’진화된 무선 애드혹 네트워크(EVAN, Evolved Wireless Ad-hoc Network)’다. EVAN은 수많은 드론이 동시에 신호를 보내는 혼잡한 상황에서도 신호 충돌을 허용하면서 원활한 통신을 보장하는 ‘초연결’ 기술이다.18 이는 드론 쇼와 같이 대규모 기기가 밀집된 환경에서 데이터 병목 현상 없이 안정적인 제어와 정보 공유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이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드론 쇼의 화려한 시각적 결과물은 군집 비행 알고리즘, RTK-GPS, 그리고 UAAN/EVAN 통신 기술이라는 세 개의 다리가 서로를 지탱하는 ‘기술적 삼각대’ 위에 서 있다. 정밀한 위치 정보 없이는 군집 알고리즘이 무용지물이 되고, 안정적인 통신 없이는 위치 보정과 군집 제어 모두 불가능해진다. 이처럼 드론 쇼의 예술은 기술의 완벽한 통합과 안정성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극도로 섬세하고 복잡한 공학의 산물이다.
3. 드론 쇼의 예술적 발현 - 빛과 움직임으로 쓰는 공중 서사
제1장에서 분석한 첨단 기술들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예술적 표현을 위한 도구로 기능할 때 비로소 드론 ’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기술은 밤하늘이라는 무한한 캔버스에 빛과 움직임으로 새로운 서사를 쓰는 붓과 물감이 된다. 이 장에서는 드론 쇼가 가진 독특한 미학적 언어를 분석하고, 이를 미디어 아트의 넓은 맥락 속에서 조명함으로써 그 예술적 위상을 탐구한다.
3.1 동적 픽셀(Dynamic Pixels)로서의 드론: 3차원 공간의 시각적 연출과 안무
드론 쇼는 전통적인 공연 예술의 공간적 제약을 뛰어넘는다. 지상의 스크린이나 무대와 달리, 360도 모든 방향에서 관람이 가능한 3차원 공간인 밤하늘을 캔버스로 사용한다.21 이는 관객에게 압도적인 공간감과 함께 공연의 일부가 되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하는 핵심적인 특징이다.23
이 거대한 캔버스 위에서 각각의 드론은 40억 가지 이상의 색상 조합이 가능한 LED를 탑재한 ’동적 픽셀’의 역할을 수행한다.4 이 픽셀들은 3D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를 통해 정교하게 설계된 비행 경로(Path File)를 따라 움직이며 특정 형상, 글자, 그리고 역동적인 애니메이션을 구현한다.4 이는 단순히 이미지를 공중에 띄우는 것을 넘어, 빛의 움직임 자체가 중요한 표현 요소가 되는 ’공중 안무(Aerial Choreography)’라 할 수 있다.21
성공적인 드론 쇼의 연출은 2차원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에서 시작한다. 관객이 어느 위치에서 보더라도 왜곡 없는 입체감과 형태를 느낄 수 있도록 모든 이미지는 3D 공간을 전제로 설계되어야 한다.23 이러한 3차원적 연출은 드론 쇼가 다른 미디어 아트와 차별화되는 독창적인 시각 언어를 구축하는 기반이 된다. 그러나 이 무한해 보이는 캔버스는 역설적으로 엄격한 제약 속에 존재한다. 약 20분 내외의 짧은 배터리 시간, 바람과 비 등 기상 조건에 대한 극도의 취약성, 그리고 높은 운영 비용은 예술적 표현의 시간을 극도로 제한한다.4 따라서 드론 쇼 안무가의 진정한 예술성은 이 광활한 공간을 채우는 능력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기술적 제약이라는 감옥 안에서 자유의 환상을 창조하는 능력에 있다.
3.2 밤하늘의 스토리텔링: 음악, 서사 구조, 그리고 감성적 몰입의 창출 과정
성공적인 드론 쇼는 기술의 경이로움을 넘어 관객에게 감성적인 경험을 선사해야 한다. 이는 예술적인 이미지와 음악, 그리고 스토리가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룰 때 가능하다.23 기술은 서사를 전달하는 매개체이며,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없다.
이를 위해 대부분의 드론 쇼는 명확한 주제와 서사 구조를 바탕으로 기획된다. 공연은 통상 5분에서 10분 정도의 시간 동안 기승전결을 갖춘 이야기로 구성된다.24 예를 들어, 한 역사적 인물의 일대기를 시간 순서대로 그리거나 28, 특정 도시의 상징적인 건축물과 문화를 차례로 보여주는 방식이다.29 이러한 서사 구조는 관객이 단순히 화려한 빛의 움직임을 보는 것을 넘어, 이야기에 몰입하고 감성적으로 동화되도록 유도한다. 동원되는 드론의 수와 허용된 비행 시간은 서사의 디테일과 복잡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24
음악은 이러한 감성적 몰입을 완성하는 핵심 요소다. 쇼 기획 단계부터 주제와 분위기에 맞는 음악이 선정되며, 드론의 모든 움직임과 빛의 변화는 음악의 리듬, 멜로디, 그리고 극적인 변주에 맞춰 정교하게 동기화된다.23 음악은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때로는 시각 정보가 없는 공백을 채우며 공연 전체의 통일성과 감성적 깊이를 부여한다. 결국 관객이 기억하는 것은 수백 대의 드론이 날았다는 기술적 사실이 아니라, 음악과 함께 밤하늘에 펼쳐진 한 편의 감동적인 이야기다.
3.3 새로운 미디어 아트로서의 위상: 인접 예술 장르와의 비교 분석
드론 쇼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공연 예술로서, 인접한 다른 장르와의 비교를 통해 그 독자적인 위상을 명확히 할 수 있다. 특히 야간에 빛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장르인 불꽃놀이, 미디어 파사드와 비교할 때 그 차이점은 두드러진다.
표 1: 드론 쇼와 인접 야간 공연 예술 장르 비교 분석
| 구분 | 드론 쇼 (Drone Show) | 불꽃놀이 (Fireworks) | 미디어 파사드 (Media Facade) |
|---|---|---|---|
| 캔버스 (Canvas) | 3차원 허공 | 찰나의 폭발 지점 | 2차원 건물 외벽 |
| 표현 매체 (Medium) | 제어된 빛과 움직임 | 화학적 연소와 폭발 | 투사 또는 LED 빛 |
| 서사 전달 능력 (Narrative Capability) | 높음 (정교한 형상, 애니메이션 가능) | 낮음 (추상적, 상징적 표현) | 중간 (영상 콘텐츠 재생) |
| 환경 영향 (Environmental Impact) | 낮음 (무소음, 무공해) | 높음 (소음, 연기, 화학물질) | 낮음 (빛 공해 가능성) |
| 반복성/재사용성 (Reusability) | 높음 (프로그램 변경으로 재공연) | 불가능 (일회성 소모) | 높음 (콘텐츠 변경으로 재사용) |
| 주요 제약 조건 (Key Constraints) | 기상 조건, 배터리, 비용 | 화재 위험, 안전거리, 소음 | 건물 구조, 설치 제약 |
불꽃놀이와 비교했을 때, 드론 쇼는 ’현대의 불꽃놀이’라 불리며 그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21 가장 큰 차이점은 환경적 영향과 표현의 정교함에 있다. 드론 쇼는 불꽃놀이의 고질적인 문제인 폭음, 매연, 화재 위험, 유해 화학물질 배출이 없는 지속가능한 공연 방식이다.26 예술적 측면에서는 일회성 폭발로 순간적인 감흥을 주는 불꽃과 달리, 드론 쇼는 정교한 형상과 텍스트, 애니메이션을 통해 구체적인 메시지와 서사를 전달할 수 있다는 압도적인 장점을 가진다.28
미디어 파사드는 건물의 외벽이라는 고정된 2차원 캔버스를 활용하지만, 드론 쇼는 경계가 없는 3차원 공간 전체를 활용한다.34 이 차이는 표현의 역동성과 공간감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만들어낸다. 미디어 파사드가 거대한 스크린에 영상을 상영하는 개념에 가깝다면, 드론 쇼는 공간 자체를 조각하고 그 안에서 움직이는 거대한 설치 미술에 가깝다.
이러한 특징은 드론 쇼를 ‘움직임’ 자체를 예술의 본질로 삼는 키네틱 아트(Kinetic Art)의 한 형태로 규정하게 한다.10 수백 개의 개별 조각(드론)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움직이는 조형물을 형성하는 과정은 키네틱 아트의 개념과 정확히 일치한다. 드론의 경로를 3D로 설계하는 ‘형상화 패턴 설계’ 과정은 키네틱 아티스트가 작품의 움직임을 구상하고 기계적으로 설계하는 창작 과정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10
4. 기술과 예술의 융합과 그 비평적 고찰
드론 쇼가 기술의 경이로움을 넘어 진정한 예술 장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성취와 예술적 표현의 융합을 비평적으로 고찰할 필요가 있다. 이 장에서는 드론 쇼의 역사적 전환점이 된 사례를 분석하고, 현재 제기되는 예술성에 대한 논쟁과 상업적 한계를 검토하며, 미래의 가능성을 조망한다.
4.1 사례 연구: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드론 쇼의 기술적 성취와 예술적 가능성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서 인텔(Intel)이 선보인 1,218대의 드론 쇼는 전 세계에 드론 쇼의 기술적, 예술적 잠재력을 각인시킨 역사적 사건이었다.21 이 공연은 드론 쇼의 발전 과정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분수령으로 평가받는다.
기술적 측면에서, 이 쇼는 단 한 대의 컴퓨터와 한 명의 조종사로 1,218대의 ‘슈팅 스타’ 드론을 완벽하게 제어하며 당시 ‘최다 무인기 동시 비행’ 부문 기네스 세계 기록을 경신했다.25 스노보더가 슬로프를 내려오는 모습과 올림픽의 상징인 오륜기 등 복잡하고 역동적인 형상을 한 치의 오차 없이 구현하며 군집 제어 기술의 정점을 세계에 과시했다.
예술적 측면에서는 기술이 어떻게 감동적인 메시지와 서사를 전달하는 도구가 될 수 있는지를 증명했다. 올림픽 정신을 상징하는 오륜기와 평화의 비둘기 형상이 밤하늘에 장엄하게 그려졌을 때, 관객들은 단순한 기술 시연이 아닌, 기술로 구현된 하나의 예술 작품을 경험했다.38
그러나 이 기념비적인 공연은 드론 쇼가 가진 본질적인 한계 또한 명확히 드러냈다. 당시 평창의 혹독한 추위와 강한 바람 등 예측 불가능한 기상 변수와 안전 문제로 인해, 공연은 생방송이 아닌 사전 녹화된 영상으로 송출되었다.27 이는 제2장에서 논의된 ‘캔버스 패러독스’, 즉 무한해 보이는 예술적 공간이 실제로는 엄격한 기술적, 환경적 제약 아래에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이 쇼를 구현한 기술이 국내 기술이 아닌 미국 인텔의 것이었다는 점은 국내 관련 업계와 연구계에 기술 자립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강력한 자극제가 되었다.39
4.2 기술 과시인가, 예술적 창조인가: 예술성에 대한 논쟁과 상업적 한계
드론 쇼가 대중화되면서 그 예술성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가장 빈번하게 제기되는 비판은 콘텐츠의 획일성이다. 전국의 축제와 행사에서 드론 쇼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면서, 대부분의 공연 구성이 특정 로고나 상징물을 나열하는 수준에 그쳐 비슷하고 독창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21 이는 기술적 구현 능력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깊이 있는 예술적 고민과 창의적 연출이 부족함을 시사한다.
일부 비평가들은 현재의 드론 쇼가 아직 독자적인 예술적 ’아우라(Aura)’를 형성하거나 새로운 차원의 의미를 전달하는 단계에 이르지 못했으며, 대부분 기술력 홍보나 기업 이벤트의 볼거리로 소비되는 ’상업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한다.10 진정한 예술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드론만이 할 수 있는 예술의 특징’을 활용하여 다른 매체가 줄 수 없는 고유한 의미와 성찰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포천 한탄강 세계드론제전’의 실패 사례는 이러한 논의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 행사는 ’세계’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공연 규모가 축소되고 지역적 특색이 부재했으며, 교통 및 주차 문제 등 미흡한 운영으로 관람객들의 혹평을 받았다.41 이는 드론 쇼의 성공이 기술적 완성도만으로 보장되지 않으며, 콘텐츠의 독창성, 서사의 깊이, 그리고 관객 경험을 고려한 총체적인 기획과 연출이라는 예술적 요소가 얼마나 결정적인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4.3 불꽃놀이의 대안을 넘어: 지속가능성과 표현의 확장성 평가
이러한 비판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드론 쇼는 미래의 공연 예술로서 중요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가장 큰 강점은 지속가능성이다. 탄소 중립과 환경 보호가 전 지구적 과제가 된 시대에, 드론 쇼는 소음, 매연, 폐기물 배출이 없는 친환경적인 공연 양식으로서 기존의 불꽃놀이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26 이는 단순한 기술적 대체를 넘어, 축제 문화를 보다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전환시키는 시대적 흐름에 부합한다.
또한 드론 쇼는 표현의 확장성 측면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단순히 밤하늘에 그림을 그리는 것을 넘어, 다른 문화 콘텐츠와 적극적으로 융합하며 새로운 장르를 창출하고 있다. 한국의 전통 연날리기와 드론 쇼를 결합하여 하늘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거나 42, K-POP 공연의 무대 배경으로 활용되고 43, 인기 캐릭터를 밤하늘에 구현하는 등 43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드론 쇼가 독립된 공연일 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 장르와 결합하여 시너지를 창출하는 강력한 플랫폼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발전 과정은 드론 쇼가 하나의 ’예술적 성숙 곡선’을 따라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평창 올림픽이 기술적 역량을 과시하는 ’장관(Spectacle)’의 단계였다면, 현재의 상업적 쇼들은 구체적인 이야기를 전달하는 ’서사(Narrative)’의 단계에 와 있다. 앞으로 드론 쇼가 진정한 예술 장르로 도약하기 위한 과제는, 이 단계를 넘어 인간의 복잡한 감정이나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주제적 공명(Thematic Resonance)’의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5. 결론: 테크네(Techne)의 현대적 재현 - 드론 쇼의 미래와 전망
드론 쇼는 기술인가, 예술인가? 보고서의 분석을 종합하면, 이 질문은 잘못된 이분법에 기초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드론 쇼의 본질은 기술과 예술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서로가 서로의 존재 조건이 되는 융합 그 자체에 있다. 고대 그리스어 ’테크네(Techne)’가 기예, 기술, 예술을 포괄하는 개념이었듯 2, 드론 쇼는 기술적 정교함이 곧 예술적 표현의 수준을 결정하고, 예술적 상상력이 다시 기술 개발의 목표를 제시하는 ’테크네’의 현대적 재현이다.
결론적으로 드론 쇼는 군집 비행, RTK-GPS, UAAN 등 첨단 기술의 집약체이자, 밤하늘을 캔버스로 삼아 빛과 움직임으로 서사를 쓰는 새로운 미디어 아트다. 기술은 예술을 위한 ’붓’이고, 예술은 기술에 ’영혼’을 불어넣는다.1 따라서 드론 쇼는 기술이나 예술 어느 한쪽으로 환원될 수 없는, 둘의 본질적 융합체라고 정의하는 것이 타당하다.
미래를 전망할 때, 기술은 더욱 발전하여 더 긴 비행시간, 악천후 극복,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아름다움을 창조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자율 군집 비행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가 창의적인 예술가 및 연출가들의 손에 쥐어질 때, 드론 쇼는 현재의 상업적 한계와 표현의 획일성을 넘어설 것이다. 그때 드론 쇼는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도시의 밤을 변화시키고,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며, 시대를 대표하는 새로운 예술 장르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것이다.
6. 참고 자료
- 드론쇼, 기술과 예술의 절묘한 만남 -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https://snuac.snu.ac.kr/2015_snuac/wp-content/uploads/2015/07/asiabrief_3-51.pdf
- [파블로항공] 드론으로 예술을 그리다, https://www.kdrm.kr/news/articleView.html?idxno=500916
- 외신들로부터 극찬 받은 드론 쇼, 300대를 혼자 조종하는 걸까?(군집드론) -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lRGYClj4dSQ
- 부산 밤하늘을 수놓은 BTS 얼굴, 드론쇼 원리는?|주간동아, https://weekly.donga.com/3/all/11/3714127/1
- [항톡] 수백 대 드론이 하나처럼···‘군집드론’ 기술의 비밀 - 이뉴스투데이, http://www.enews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31972
- 새떼처럼 스스로 교통 상황 판단하는 드론…대규모 비행 성공 - YTN 사이언스, https://science.ytn.co.kr/program/view.php?mcd=0082&key=202410251141241055
- 다수의 무인비행체 시스템과 군집 지능을 사용한 현실 3d 공간 탐색 시스템 및 방법, https://patents.google.com/patent/KR102010568B1/ko
- 충돌 방지 알고리즘에 기반한 군집 비행 제어 시스템 및 그 방법 - Google Patents, https://patents.google.com/patent/KR102300324B1/ko
- 드론 쇼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해 줄 사람? : r/answers - Reddit, https://www.reddit.com/r/answers/comments/1fsqj93/can_someone_explain_how_they_do_drones_shows/?tl=ko
- 드론 쇼가 예술이야?! - 서울대저널, http://www.snujn.com/news/60264
- 드론 RTK의 모든 것 [20분 완전정복] All of the Drone RTK - YouTube, https://m.youtube.com/watch?v=PepTBjYexKs
- 드론 포지셔닝 시스템 탐색 : GPS, GNSS, RTK 및 PPK - RCDrone, https://rcdrone.top/ko/blogs/%EC%A1%B0%ED%95%AD/%EB%93%9C%EB%A1%A0-%ED%8F%AC%EC%A7%80%EC%85%94%EB%8B%9D-%EC%8B%9C%EC%8A%A4%ED%85%9C-gps-gnss-rtk-%EB%B0%8F-ppk-%ED%83%90%EC%83%89
- RTK GPS란 무엇인가요? - SINSMART, https://www.sinsmarts.com/ko/blog/what-is-rtk-gps/
- RTK 란 무엇입니까? GPS와 RTK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https://ko.gnscomponent.com/news/what-is-an-rtk-what-is-the-difference-between-26035519.html
- 방송과 정밀측위기술, 그리고 자율주행 시대, https://www.kibme.org/resources/journal/20200810172201012.pdf
- 방송과 정밀측위기술 - 그리고 자율주행 시대, http://tech.kobeta.com/wp-content/uploads/2020/07/29503.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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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으로 소환된 ’2018 평창’의 아련함… “드론쇼, 역대급 ICT, https://m.ddaily.co.kr/page/view/2022020516230079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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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올림픽 수놓은 외산 드론···국내 科技는? - 헬로디디, https://www.hellodd.com/news/articleView.html?idxno=64147
- “고생도 즐겁게”… ‘드론 축제’ 포천시 대응에 시민들 뿔났다 - Daum, https://v.daum.net/v/20251017160212231
- 전통과 기술이 만든 하늘의 예술, 드론쇼와 연날리기의 융합, https://jenna-trip.tistory.com/32
- 한강 가을 밤하늘, 드론 라이트 쇼 - 서울특별시 - 분야별정보, https://news.seoul.go.kr/culture/archives/530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