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분열
핵 분열(fission)은 무거운 원자핵이 더 가벼운 원자핵으로 분리되며 에너지를 방출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우라늄-235와 같은 무거운 핵종에서 주로 일어나며, 원자로에서 전력을 생산하거나 핵무기에서 폭발력을 발생시키는 원리이다.
핵 분열의 기본 메커니즘
핵 분열은 중성자와 같은 입자가 무거운 원자핵에 충돌하면서 시작된다. 이 충돌은 원자핵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두 개 이상의 작은 핵으로 쪼개지게 하며, 이때 다량의 에너지가 방출된다. 방출되는 에너지는 주로 운동 에너지와 감마선 형태로 나타난다.
가장 대표적인 핵 분열 반응 중 하나는 우라늄-235의 분열이다. 이 반응은 다음과 같은 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
여기서 \mathrm{^{236}U^*}는 에너지가 높은 상태의 우라늄-236이며, 그 상태에서 두 개의 가벼운 핵종인 바륨-141 (\mathrm{^{141}Ba})과 크립톤-92 (\mathrm{^{92}Kr})로 분열한다. 또한, 3개의 중성자 (n)가 추가로 방출되어 다른 핵 분열을 유도할 수 있다.
에너지 방출 계산
핵 분열에서 방출되는 에너지는 주로 핵의 결합 에너지 차이에 의해 결정된다. 질량-에너지 관계식을 통해 방출되는 에너지를 계산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 등가 원리인 다음 식을 사용한다.
여기서 E는 방출된 에너지, \Delta m은 반응 전후의 질량 차이, c는 빛의 속도이다. 이때, 질량 결손에 의해 나타나는 에너지는 매우 크며, 이로 인해 핵 분열은 매우 효율적인 에너지 방출 과정을 제공한다.
연쇄 반응
핵 분열 반응에서 방출된 중성자는 다른 우라늄-235 원자핵과 충돌하여 새로운 핵 분열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이 과정을 연쇄 반응(chain reaction)이라고 하며, 원자로에서는 이 반응을 제어함으로써 안정적인 에너지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연쇄 반응은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이때 방출된 중성자 3n는 추가적인 분열을 유발하며, 이 과정이 계속되면서 에너지가 지속적으로 방출된다. 그러나 핵무기에서는 이 연쇄 반응이 급격하게 이루어지도록 설계되어 폭발적인 에너지 방출을 초래한다.
핵 융합
핵 융합(fusion)은 두 개의 가벼운 원자핵이 결합하여 더 무거운 원자핵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도 에너지가 방출되며, 이는 태양과 같은 항성에서 일어나는 주요 에너지 생성 메커니즘이다.
핵 융합의 기본 메커니즘
핵 융합은 매우 높은 온도와 압력 하에서 일어나며, 수소 핵종 간의 융합이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 (\mathrm{^2H})와 삼중수소 (\mathrm{^3H})가 융합하여 헬륨 (\mathrm{^4He})을 형성하는 반응은 다음과 같다.
이 반응에서는 헬륨-4 (\mathrm{^4He})과 중성자 (n)가 생성되며, 이 과정에서 다량의 에너지가 방출된다. 핵 융합 반응의 주요 특징은 에너지 방출이 매우 크다는 점이며, 이는 결합 에너지 차이에 기인한다.
융합 반응에서의 에너지 방출
핵 융합에서도 방출되는 에너지는 질량-에너지 등가 원리로 설명된다. 두 개의 가벼운 핵종이 결합하여 더 무거운 핵을 형성할 때, 결합 에너지 차이로 인해 질량 결손이 발생하며, 이로 인해 에너지가 방출된다.
이 식에서 \Delta m은 융합 반응 전후의 질량 차이이다. 융합 반응은 핵 분열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으며, 이는 태양이 오랜 시간 동안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는 원리이기도 하다.
플라즈마 상태와 조건
핵 융합은 매우 높은 온도와 압력에서만 일어난다. 이는 원자핵들이 서로의 전기적 반발력을 극복하고 가까워져 융합할 수 있을 만큼 높은 에너지를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온도는 보통 수백만 도에 달하며, 이러한 온도에서 물질은 플라즈마 상태로 존재하게 된다.
플라즈마는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상태로, 이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매우 강력한 자기장이나 레이저를 사용하여 물질을 가두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는 핵융합 연구의 주요 도전 과제 중 하나이다.
토카막과 자기 가둠
핵 융합 연구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장치 중 하나는 토카막(tokamak)이다. 토카막은 도넛 모양의 자기장을 사용하여 고온의 플라즈마를 가두고, 이를 통해 안정적인 핵 융합 반응을 일으키려는 장치이다. 플라즈마는 매우 고온이기 때문에, 이를 물리적으로 가두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자기장을 이용해 플라즈마를 도넛 형태의 경로로 가두어, 벽에 닿지 않도록 한다.
토카막에서 사용되는 자기장은 두 가지로 나뉜다.
- 폴로이달 자기장: 플라즈마의 축에 수직하게 작용하는 자기장으로, 자기장을 따라 플라즈마가 나선형으로 움직이게 한다.
- 토로이달 자기장: 도넛 모양의 플라즈마 경로를 따라 형성된 자기장으로, 플라즈마의 경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 두 자기장을 조합하여 플라즈마가 토카막 내부에서 안정적으로 가둬지게 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플라즈마가 장시간 동안 유지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질 때, 핵 융합 반응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플라즈마 가둠의 효율
플라즈마를 가두는 효율은 핵 융합 반응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가둠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식으로는 자기 가둠 외에도 관성 가둠(inertial confinement)이 있다. 관성 가둠 방식에서는 매우 강력한 레이저나 입자 빔을 사용해 짧은 시간 동안 고온의 플라즈마를 압축하여 핵 융합 반응을 유도한다.
로슨 기준(Lawson Criterion)은 핵 융합 반응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발생시키기 위한 조건을 수학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로슨 기준은 다음과 같은 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여기서 n은 플라즈마의 밀도, \tau는 플라즈마가 가둬지는 시간, T는 플라즈마의 온도를 나타낸다. 이 값이 일정한 기준을 넘을 때 핵 융합 반응이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음을 나타낸다.
핵 융합 반응의 종류
핵 융합 반응은 융합되는 원자핵의 종류에 따라 여러 형태로 나뉜다. 그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반응은 수소 동위원소 간의 융합이다.
- 중수소-중수소 반응 (D-D 반응):
이 반응은 두 개의 중수소가 융합하여 헬륨-3 (\mathrm{^3He})과 중성자를 방출한다. 또한, 다른 경로로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생성할 수도 있다.
- 중수소-삼중수소 반응 (D-T 반응):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융합하여 헬륨-4와 중성자를 방출하는 반응으로,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가 방출된다. 이 반응은 실용적인 핵 융합 반응 중에서 가장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삼중수소-삼중수소 반응 (T-T 반응):
삼중수소 두 개가 융합하여 헬륨-4와 두 개의 중성자를 방출하는 반응이다. 이는 삼중수소가 매우 희귀하기 때문에 연구에서 다루기 어려운 반응이다.
비전통적 융합 반응
기존의 수소 동위원소를 사용한 융합 반응 외에도, 비전통적 융합 반응이 제안되고 연구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헬륨-3 융합이다. 헬륨-3은 매우 희귀하지만, 이 융합 반응은 방사성 부산물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 반응에서 생성되는 입자는 양성자(proton)이므로, 방사능 문제가 적고 안전한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헬륨-3을 대량으로 확보하는 것이 기술적 과제로 남아 있다.
핵 융합 에너지의 미래
핵 융합은 이론적으로 거의 무한한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는 이상적인 에너지 원천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안정적인 핵 융합 반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물리적 도전 과제가 남아 있다. 특히,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가두는 기술과 경제적으로 융합 반응을 지속시키는 기술이 상용화를 위해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