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복을 넘어선 기술-안보 패권 경쟁

미국 보복을 넘어선 기술-안보 패권 경쟁

1. 서론: 갈등의 재정의 - 무역 분쟁에서 기술-안보 패권 경쟁으로

미국의 대중국 기업 제재는 중국이 선행한 무역 장벽에 대한 ’단순 보복’으로 규정할 수 없다. 이는 2018년 ‘무역(Trade)’ 중심의 1단계 분쟁이 2020년 이후 ‘기술-안보(Techno-Security)’ 중심의 2단계 분쟁으로 **진화(Evolution)**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최근의 화웨이, SMIC, 틱톡 등에 대한 기업 제재는 과거의 무역 관행에 대한 보복 차원을 넘어, ’국가 안보’와 ’미래 기술 패권’을 명분으로 한 새로운 차원의 전략적 공세로 분석된다.

본 보고서는 미중 갈등을 뚜렷한 두 단계로 구분하여 분석한다.

  1. 1단계 (2018-2019):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 1에 대한 미국의 ‘관세 보복’ 2 시기이다. 이 시점에서는 사용자의 가설(보복)이 상당 부분 유효했다.

  2. 2단계 (2020-현재):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특정 기술 기업(화웨이, SMIC, 틱톡)의 공급망과 기술 접근을 차단하는 ‘기술 전쟁’ 3 시기이다.

본 분석의 핵심은 미국의 제재 ’명분’이 어떻게 ‘경제적 공정성’(Economic Fairness)에서 ‘군사적 위협’(Military Threat) 및 ‘데이터 안보’(Data Security)로 변화했는지, 그리고 제재 ’수단’이 ‘관세’(Tariffs)에서 ‘수출 통제’(Export Controls) 및 ‘거래 제한’(Entity Lists)으로 어떻게 정교화되었는지 입증하는 데 있다.

2. 1단계 분석: 중국의 무역 장벽과 미국의 관세 보복 (2018-2019)

사용자 질의의 전제인 ’중국이 먼저 실행한 무역 장벽’의 실체와 이에 대한 미국의 1차 대응은 명백한 ’보복’의 성격을 띠었다.

2.1 II-1. 미국이 식별한 중국의 선행 무역 장벽

2018년 ’관세 전쟁’이 발발하기 이전부터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의 광범위한 불공정 무역 관행을 지적해왔다.1 미국이 문제 삼은 핵심 장벽은 다음과 같다.

  • 강압적 기술 이전 요구: USTR은 중국이 시장 접근을 미끼로 미국 기업들에게 기술 이전을 강요하는 체계를 운영한다고 판단했다.2

  • 지식 재산권(IP) 침해: 미국의 지식 재산권에 대한 광범위한 침해 및 불법 취득이 만연하다고 보았다.1

  • 차별적 산업 정책: ’중국제조 2025’와 같은 산업 육성책이 10대 첨단제조업 분야에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하고, 중국 내 개발 지식재산권에 특혜를 주어(자주 혁신 정책) 외국 기업을 차별한다고 비판했다.2

  • 시장 접근 제한 및 비관세 장벽: 인터넷 검열, 불투명한 규제 등 다양한 비관세 장벽을 통해 미국 기업의 공정한 시장 접근을 제한한다고 지적했다.1

USTR은 이러한 관행들을 미국이 ’기술 도둑질(Technology Theft)’로 규정하는 핵심 근거로 삼았다.2

2.2 II-2. 미국의 1차 대응: ‘무역법 301조’ 기반의 관세 부과

트럼프 행정부는 상기한 중국의 불공정 관행을 징벌하기 위해 ’무역법 301조’를 발동했다. 2018년부터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것이 그 결과이다.2

USTR은 이 301조 관세 조치가 “중국의 기술 이전 강요 체계를 해결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명시적으로 밝혔다.2 즉, 2018-2019년의 ’관세 전쟁’은 중국의 ’무역 장벽’이라는 원인에 대한 미국의 ’관세 보복’이라는 인과관계가 명확히 성립한다.

이 시기의 갈등은 본질적으로 ’경제적’이며 ’상호주의적’이었다. 미국의 요구는 ’공정한 운동장’을 만드는 것이었으며, 주된 수단은 무역 흐름을 조절하는 전통적 경제 도구인 ’관세’였다. 이는 2단계에서 나타나는 중국의 특정 기술 발전을 원천 봉쇄하려는 ‘질식(Chokehold)’ 전략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 방식이었다.

3. 2단계 분석: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한 기업 제재 (2020년 이후)

2020년 이후의 기업 제재는 1단계의 ’무역 보복’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이는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한 ’기술 전쟁’의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3.1 III-1. 사례 연구 1: 반도체 공급망 차단 (화웨이 & SMIC)

미국 제재의 핵심은 중국의 기술 굴기를 상징하는 반도체 공급망을 직접 타격하는 것이었다.

화웨이(Huawei) 제재 (2020년 9월 발효)

2019년 5월 화웨이가 1차 거래제한 기업 리스트(Entity List)에 등재된 이후, 2020년 8월(발표) 및 9월(발효) 제재가 치명타가 되었다.4

  • 핵심 조치: “미국의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생산된 반도체“는 전 세계 어느 기업이든 미국 정부의 승인 없이는 화웨이에 공급할 수 없도록 원천 봉쇄했다.4

  • 영향: 이 조치는 미국 기업뿐 아니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모든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에 적용되어, 화웨이의 반도체 수급을 사실상 마비시켰다.4

  • 명분: 미국의 공식 명분은 ’불공정 무역’이 아니었다. 제재의 목표는 “중국 ICT 기업을 글로벌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것이었다.4

SMIC 제재 (2020년 12월 공식화)

미국은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 역시 제재 대상에 올렸다.3

  • 핵심 조치: SMIC와 그 계열사 11곳을 거래제한 기업 리스트에 추가했다.3

  • 제재 목표: 윌버 로스 당시 상무장관은 “SMIC가 10nm 이하 반도체 생산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허가를 거부하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혔다.3

  • 명분: 상무부는 제재 이유로 ‘인권 침해’, ’남중국해 문제’와 더불어 SMIC가 중국의 **‘군사 현대화(Military Modernization)’**에 기여하고 있다고 명시했다.3 또한 SMIC가 “중국의 국방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는 의심과 “미국 측의 기밀 정보가 중국 측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4

이 두 사례는 1단계와의 명백한 차이를 보여준다. 제재의 공식 명분에서 ’과거의 IP 침해에 대한 보복’이라는 논리는 사라지고, ’현재와 미래의 국가 안보 위협’이 전면에 등장했다.

이는 미국이 중국의 ‘군민 융합(Military-Civil Fusion)’ 전략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시사한다.7 즉, SMIC 같은 ‘민간’ 기업이 확보한 첨단 반도체 기술(AI, 10nm 이하 공정)이 중국 인민해방군(PLA)의 군사력 증강에 직접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이다.3 따라서 10nm 이하 기술처럼 군사적 우위에 직결되는 특정 기술 노드를 정확히 타격한 것은, 1단계의 포괄적인 ’관세 보복’과는 완전히 다른 ‘외과수술식 기술 거세(Technological Strangulation)’ 전략이다.

3.2 III-2. 사례 연구 2: 데이터 및 플랫폼 통제 (틱톡)

반도체와 하드웨어 기술을 넘어, 미국의 ‘국가 안보’ 개념은 데이터와 플랫폼 영역까지 확장되었다.

  • 틱톡(TikTok) 금지법 (2024년 의결): 이 법안은 틱톡의 중국 모회사인 바이트댄스(ByteDance)에게 미국 내 사업권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 앱스토어에서 틱톡 다운로드를 금지(서비스 중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5

  • 미국의 공식 명분: 이 제재의 명분 역시 ’무역 장벽’이나 ’경제적 불공정’이 아니다. 5에 따르면 공식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데이터 안보(Data Security): 중국 정부가 틱톡을 통해 미국인의 민감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우려.

  2. 영향력 안보(Influence Security): 중국이 틱톡을 통해 미국 내 여론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

틱톡 사례는 미국이 정의하는 ’국가 안보’가 전통적인 군사 안보(SMIC 사례)를 넘어, ’데이터 주권’과 ’인지 영역(Cognitive Domain)’의 안보까지 확장되었음을 보여준다. 2018년의 갈등이 ’상품’과 ’돈’의 문제였다면, 2020년의 제재는 ’기술’과 ’군사’의 문제였고, 2024년의 제재는 ’데이터’와 ’영향력’의 문제가 되었다. 이는 1단계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보복’이라는 렌즈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차원의 갈등이다.

3.3 III-3. 전략적 선택성: 알리바바(Alibaba) 사례

미국의 제재가 ’모든 중국 기업’에 대한 무차별적 보복이 아니라는 점은 알리바바 사례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화웨이, SMIC, 틱톡이 집중 타격을 받는 동안, 알리바바는 상대적으로 제재에서 자유로웠다.8

이는 미국이 (1) 해당 기업이 ‘군민 융합’ 또는 ’데이터 안보’에 미치는 ‘핵심 위협’ 여부, (2) 제재의 실효성, (3) 동맹국 및 자국 자본에 미칠 영향을 정밀하게 계산하여 타격 대상을 선정함을 보여준다.

  • 낮은 안보 위협: 알리바바의 핵심 사업(온라인 쇼핑)은 반도체(SMIC)나 통신장비(화웨이)처럼 미국의 군사적 우위에 직접적 위협이 되지 않는다.8

  • 내수 중심 및 제재 실효성: 알리바바 매출의 87%가 중국 내수에서 발생하여(2020년 2분기 기준), 해외 의존도가 높은 화웨이나 틱톡과 달리 미국의 제재 효과가 제한적이다.8

  • 복잡한 자본 구조: 최대 주주가 일본 소프트뱅크(24.9%)이며, 바이두 역시 미국 소유권이 70.26%에 달하는 등 8, 미국 및 동맹국 투자자의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

만약 제재의 목적이 2에 언급된 ’과거의 무역 장벽’에 대한 보복이었다면, 중국 경제의 상징인 알리바바가 1순위 타겟이 되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알리바바는 타겟이 아니었다. 이는 제재의 동기가 ’과거의 보복’이 아닌 ’미래의 위협 제거’에 있음을 명백히 입증한다.

4. 중국의 반론 및 상호 보복 (Tit-for-Tat)

미국의 이러한 ‘국가 안보’ 명분에 대해 중국은 강력히 반발하며, 이는 새로운 ‘상호 보복’ 사이클을 촉발시켰다.

4.1 IV-1. 중국의 공식 입장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기술 제재와 관세 인상이 ’국내 정치적 이유’에 근거하며,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화, 도구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9 또한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이 **‘국가 안보를 가장(Guise of National Security)’**하여 **“무역과 기술을 무기화(Weaponizing Trade and Technology)”**하고 있다고 본다.10

4.2 IV-2. 새로운 상호 보복: 핵심 광물

중요한 점은 2단계 국면에서 중국의 보복 수단 역시 1단계와 달라졌다는 것이다.

  • 1단계(관세 전쟁)에서 중국은 ’맞불 관세’로 대응했다.2

  • 2단계(기술 전쟁)에서 미국이 반도체 장비와 기술을 통제하자 3, 중국은 자국이 독점적 지위를 가진 **‘핵심 광물(Critical Minerals)’**로 보복했다.

CSIS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엄격한 단속을 감행하자 이에 대한 직접적 보복 조치로 갈륨(Gallium), 게르마늄(Germanium)의 수출을 통제했으며, 이후 흑연(Graphite)까지 통제를 확대한 것으로 분석된다.10

이는 사용자의 질의(‘중국의 선행 -> 미국의 보복’)와는 다른 인과관계를 보여준다. 2단계 기술 전쟁 국면에서는 ‘미국의 선행 기술 제재 -> 중국의 보복 광물 통제’ 10라는 새로운 인과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즉, 현재의 갈등은 ’기술-안보 패권 경쟁’의 상호 보복(Tit-for-Tat) 단계에 명백히 진입했다.

5. 결론: 제재의 본질 - 보복을 넘어선 패권 경쟁

미국의 대중국 기업 제재가 중국의 선행 무역 장벽에 대한 보복인지에 대한 질의의 답은 시점에 따라 다르다.

  1. 절반의 진실 (1단계): 2018-2019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는 중국의 ‘무역 장벽’(강제 기술 이전, IP 침해 등)에 대한 ‘보복’ 조치가 맞다.2

  2. 진화된 진실 (2단계): 그러나 2020년 이후 화웨이 4, SMIC 3, 틱톡 5 등에 가해진 ’기업 제재’는 과거의 무역 장벽에 대한 보복이 아니다.

이 제재들의 진정한 동기는 ’경제적 공정성’을 넘어선 ‘국가 안보’ 문제이다. 미국은 중국의 ‘군민 융합’ 전략 3이 미국의 첨단 기술(AI, 반도체)을 흡수하여 7 자국의 군사적 우위를 위협하는 것을 막으려 하며, 동시에 중국이 데이터를 수집하고 여론을 조작할 가능성 5을 차단하려는 ‘데이터 안보’ 및 ’영향력 안보’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대중국 제재는 ’무역 보복’이라는 1단계를 거쳐, 이제는 미래 기술 패권과 국가 안보가 걸린 **‘기술-안보 패권 경쟁(Techno-Security Hegemonic Competition)’**이라는 2단계로 완전히 진입했다. 현재의 기업 제재는 이 새로운 전쟁의 ’전략적 무기’이며, 과거 무역 분쟁의 연장선상에 있는 ‘보복’ 조치로 해석하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축소하는 것이다.

5.1 표 1: 미-중 갈등의 진화: 1단계(무역 전쟁) 대 2단계(기술-안보 전쟁)

구분1단계: 무역 전쟁 (2018-2019)2단계: 기술-안보 전쟁 (2020-현재)
미국의 주요 조치• 무역법 301조 기반 고율 관세 부과 2• 수출 통제 (화웨이 반도체 공급망 차단) 4
• 특정 기술 접근 차단 (SMIC 10nm 이하) 3
• 강제 매각/서비스 금지 (틱톡) 5
미국의 공식 명분• 불공정 무역 관행 1
• 강제 기술 이전 및 IP 침해 2
• ’중국제조 2025’의 차별성 2
• 중국의 군사 현대화 기여 (SMIC) 3
• 군민 융합 전략 7
• 데이터 수집 및 여론 조작 우려 (틱톡) 5
• ‘국가 안보’ 위협 [3, 5, 10]
갈등의 본질경제적 공정성 (Economic Fairness)기술/군사 패권 (Techno-Security Hegemony)
중국의 주요 반론• 맞불 관세 2• “무역과 기술의 무기화” 10
• “경제 문제의 정치화” 9
중국의 보복 조치• 맞불 관세 2• 핵심 광물(갈륨, 게르마늄 등) 수출 통제 10

6. Works cited

  1. 통 상 백 서 - KOCHAM.org, accessed November 5, 2025, https://kocham.org/wp-content/uploads/2022/07/2021-2022-%ED%86%B5%EC%83%81%EB%B0%B1%EC%84%9C-.pdf
  2. 美 “中 산업정책이 무역장벽…기술탈취로 ‘중국제조2025’ 추진” | 연합 …, accessed November 5, 2025, https://www.yna.co.kr/view/AKR20190401118400009
  3. 美, SMIC 제재 공식화 “10nm 이하 생산 기술 접근 차단” < 반도체 …, accessed November 5, 2025, https://www.kipost.net/news/articleView.html?idxno=206703
  4. [TF초점] 美 정부 ‘화웨이 내몰기’ SK하이닉스, 득일까 실일까 - 경제 …, accessed November 5, 2025, https://news.tf.co.kr/read/economy/1812007.htm
  5. 틱톡, 미국내 서비스 중단…트럼프 “틱톡금지법 90일 유예 가능성 커”, accessed November 5, 2025,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1178643.html
  6. 미국의 화웨이(Huawei) 제재로 인한 중국 “반도체 굴기” 영향 - 징검다리 - 티스토리, accessed November 5, 2025, https://jury-heart.tistory.com/11
  7. The United States’ Strengthened National Security Review Of …, accessed November 5, 2025, https://digitalcommons.wcl.american.edu/cgi/viewcontent.cgi?article=2191&context=auilr
  8. 화웨이, 틱톡, 위챗 망가지는데… 美 제재 ‘무풍지대’ 중국 기업은 - 조선일보, accessed November 5, 2025,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0/09/30/WVKIV4SXVNHNNNX7QQD4ZQTN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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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China Imposes Its Most Stringent Critical Minerals Export … - CSIS, accessed November 5, 2025, https://www.csis.org/analysis/china-imposes-its-most-stringent-critical-minerals-export-restrictions-yet-amid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