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미세 공정 명칭 해부 및 기술 경쟁력 비교 분석

파운드리 미세 공정 명칭 해부 및 기술 경쟁력 비교 분석

1. 나노미터 시대의 종언과 새로운 비교 패러다임

1.1 ‘나노’ 숫자의 의미 변화

과거 반도체 공정에서 ‘나노미터(nm)’ 단위는 트랜지스터 게이트의 물리적 길이(Gate Length)를 직접적으로 지칭하는 명확한 기술 지표였다. 90nm, 65nm, 45nm 공정 등은 이 명명법에 따라 기술 세대의 발전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였다.1 그러나 업계가 22nm 이하 공정으로 진입하며 핀펫(FinFET)과 같은 3차원(3D) 트랜지스터 구조를 도입하면서, 게이트 길이라는 단일 물리적 치수와 공정 노드의 숫자 간 직접적인 연관성은 사라졌다.1

10나노 이하 세대부터 ’나노’라는 숫자는 실제 물리적 크기를 반영하기보다는, 이전 세대 대비 기술적 진보를 상징하는 마케팅적 명칭(Marketing Node)으로 변질되었다.2 이는 각 기업이 기술적 우위를 강조하기 위해 더 작은 숫자를 내세우는 ’숫자 경쟁’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1.2 숫자 경쟁의 함정

이러한 마케팅 중심의 명명법은 시장에 상당한 혼란을 야기했다. 예를 들어, 동일한 ‘4나노’ 공정으로 발표된 제품이라도 실제 제조사인 삼성 파운드리와 TSMC의 기술적 세부 사항과 성능은 상이했다. 심지어 일부 경우에는 실제 물리적 치수가 이전 세대인 5나노와 거의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마케팅 목적으로 ’4나노’로 명명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3

이러한 상황의 대표적인 피해자는 인텔이었다. 인텔은 자사의 10나노 공정이 트랜지스터 밀도 측면에서 경쟁사인 TSMC나 삼성의 7나노 공정과 동등하거나 오히려 우월했음에도 불구하고, ’10’이라는 숫자가 ’7’보다 크다는 이유만으로 기술적으로 뒤처진다는 시장의 오해를 받았다.1 이처럼 명목상의 숫자가 실제 기술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심화되자, 인텔은 결국 ‘나노미터’ 표기를 폐기하고 새로운 명명 체계를 도입하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1

1.3 새로운 분석 프레임워크의 필요성

결론적으로, 현대 반도체 산업에서 인텔, TSMC, 삼성전자의 공정 노드를 단순히 숫자만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심각한 오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본 보고서는 각 기업의 공정 명명법 이면에 숨겨진 전략적 의도를 해독하고, 명목상의 숫자를 넘어 기술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다차원적이고 객관적인 비교 분석 프레임워크를 제시하고자 한다. 이 프레임워크는 PPA(Performance, Power, Area), 트랜지스터 밀도, 그리고 GAA(Gate-All-Around), BSPDN(Backside Power Delivery Network)과 같은 차세대 핵심 기술 도입 현황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이를 통해 각 기업의 현재 기술적 위치를 정밀하게 진단하고 미래 기술 패권의 향방을 전망한다.

2. 공정 명명법 해독: 기업별 기술 언어 가이드

2.1 로직 파운드리 3사: 전략적 브랜딩으로서의 명명법

반도체 기업의 공정 명칭은 단순한 기술 지표를 넘어, 시장에서의 기술 리더십, 고객 전략, 그리고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담은 ’선언’과 같다. 각 기업의 명명법 변화를 추적하면 그들의 전략적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2.1.1 TSMC (N-시리즈)

TSMC는 자사 공정 노드에 ’N’이라는 접두사(Node)를 붙여 N7, N5, N3와 같이 세대를 구분한다.1 TSMC 전략의 핵심은 하나의 주력 노드에서 다양한 파생 공정을 제공하여 시장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3나노 세대에서는 초기 고밀도 버전인 N3B, 수율과 비용을 개선한 범용 버전 N3E, 성능을 더욱 향상시킨 N3P, 고성능 컴퓨팅(HPC)에 특화된 N3X, 그리고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한 N3C에 이르기까지 세분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5 이는 Apple과 같은 특정 핵심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더 넓은 고객층을 대상으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려는 시장 지배자로서의 정교한 전략을 보여준다.

2.1.2 삼성 파운드리 (SF-시리즈)

삼성 파운드리는 ’SF(Samsung Foundry)’라는 접두사를 사용하여 SF8, SF5, SF4 등으로 공정을 명명한다. 삼성의 명명법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기술적 이정표를 공정명에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기술 선도 이미지를 강조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3나노 공정에서 세계 최초로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GAA(Gate-All-Around)를 도입하며 초기 버전을 SF3E(Early), 양산 버전을 SF3로 명명했다.8 이는 GAA 도입 과정의 기술적 난이도와 안정화 단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신기술을 상용화했다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2.1.3 인텔 파운드리 (Intel X & XA-시리즈)

인텔은 과거 수년간의 공정 개발 지연으로 훼손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가장 급진적인 명명법 변경을 단행했다. 기존의 10나노 슈퍼핀 공정을 ’Intel 7’으로, 7나노 공정을 ’Intel 4’로 재정의한 것은 트랜지스터 밀도라는 객관적 지표를 기준으로 경쟁사와 동등한 선상에 있음을 강력하게 주장하기 위함이다.1

더 나아가, 인텔은 2나노급 공정부터 ’나노미터’의 10분의 1 단위인 ’옹스트롬(Angstrom, Å)’을 도입하여 ‘Intel 20A’, ‘Intel 18A’ 등으로 명명했다.10 이는 단순한 단위 변경을 넘어선다. 후면전력공급(BSPDN)과 같은 혁신 기술을 세계 최초로 도입하며, 경쟁사들이 겨루는 ‘나노’ 경쟁의 판을 넘어 ’옹스트롬’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자사가 선도하겠다는 선언적 의미를 담고 있다. 경쟁의 장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인 것이다.

2.2 메모리 반도체: SK하이닉스와 DRAM 공정의 특수성

SK하이닉스는 인텔, TSMC, 삼성 파운드리가 경쟁하는 로직(Logic) 반도체 시장이 아닌, DRAM과 낸드플래시로 대표되는 메모리(Memory) 반도체 시장의 강자다. 따라서 SK하이닉스의 공정 단위를 로직 파운드리의 ‘나노’ 단위와 직접 비교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무의미하다.

로직 반도체가 복잡한 연산을 수행하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트랜지스터를 고도로 집적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반면, DRAM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다. DRAM의 기본 단위인 ’셀(Cell)’은 ’1개의 트랜지스터와 1개의 커패시터(1T1C)’라는 매우 단순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11 DRAM 공정의 핵심 과제는 이 단순한 셀 구조를 최대한 좁은 면적에, 최대한 높게 쌓아 올려 데이터 저장 용량(밀도)을 극대화하는 것이다.12

이러한 구조적, 목표적 차이로 인해 DRAM 업계는 독자적인 명명법을 사용한다. 10나노급 공정의 물리적 한계에 도달하면서, 업계는 10나노대 공정을 다시 여러 세대로 미세하게 구분하는 ‘1x(1세대)’, ‘1y(2세대)’, ‘1z(3세대)’, ‘1a(4세대)’, ‘1b(5세대)’, ’1c(6세대)’와 같은 명칭을 도입했다.13 예를 들어, 1a 공정은 약 14nm급, 1b 공정은 약 12-13nm급, 1c 공정은 약 11nm급 기술에 해당한다.14 이는 수평적 회로 선폭 미세화보다는 수직적 구조 혁신과 공정 최적화가 더 중요해진 DRAM 산업의 기술적 특성을 반영한다.

로직과 메모리 공정 명명법의 이러한 분화는 ’무어의 법칙’으로 대표되는 반도체 집적도 향상이 더 이상 단일한 미세화 경로에 의존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각 분야의 기술적 특성과 한계에 맞춰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는 각자의 기술 언어(명명법)를 통해 명확히 드러난다.

3. 객관적 비교를 위한 핵심 프레임워크: PPA와 트랜지스터 밀도

명목상의 공정 숫자가 신뢰를 잃은 현시점에서, 파운드리 기술의 실질적인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보다 객관적이고 다차원적인 분석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 이 프레임워크의 핵심은 PPA(Performance, Power, Area)와 트랜지스터 밀도다.

3.1 PPA (Performance, Power, Area): 반도체 가치의 세 가지 축

PPA는 반도체 공정의 우수성을 평가하는 가장 근본적인 3대 요소다.16

  • 성능 (Performance): 칩이 얼마나 빠르게 연산을 처리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클럭 속도(GHz)로 측정된다.

  • 전력 (Power): 동일한 성능을 내기 위해 얼마나 적은 전력을 소모하는지를 나타내는 에너지 효율 지표다. 모바일 기기의 배터리 수명과 데이터센터의 운영 비용에 직결된다.

  • 면적 (Area): 칩의 물리적인 크기를 의미하며, 이는 웨이퍼 한 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칩의 수량, 즉 생산 비용과 직결된다. 면적이 작을수록 비용 효율성이 높다.

이 세 가지 요소는 일반적으로 상충 관계(Trade-off)에 있다. 성능을 높이면 전력 소모가 증가하고, 면적을 줄여 집적도를 높이면 발열 및 전력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따라서 우수한 공정이란 단순히 어느 한 요소를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애플리케이션의 요구에 맞춰 이 세 가지 요소를 최적으로 균형 잡는 기술을 의미한다.

파운드리 기업들은 새로운 공정을 발표할 때, 이전 세대 공정 대비 PPA가 얼마나 개선되었는지를 백분율(%)로 제시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자사의 3나노 1세대(SF3E) 공정이 5나노 핀펫 공정 대비 전력 소모는 45% 감소하고, 성능은 23% 향상되었으며, 면적은 16% 축소되었다고 발표했다.5 이러한 상대적 개선 수치를 비교하면 각 기업의 기술 발전 속도를 가늠할 수 있다.

그러나 이 PPA 개선율 발표에는 ’기준점의 함정’이 존재한다. 기업들은 종종 자사에 가장 유리한 이전 세대 공정을 비교 기준으로 선택한다. 예를 들어, 삼성은 3나노(SF3)의 PPA 개선치를 4나노(SF4)가 아닌 5나노(SF5)와 비교하여 발표하기도 했다.17 이는 실제 한 세대 발전의 폭보다 더 큰 개선이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 따라서 PPA 개선율은 참고 자료로 활용하되, 어떤 공정을 기준으로 비교했는지, 어떤 조건 하에서 측정된 값인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3.2 트랜지스터 밀도 (MTr/mm2): 공정 기술의 객관적 척도

‘나노’ 숫자를 대체하여 공정 기술 수준을 가장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핵심 정량 지표는 바로 ’트랜지스터 밀도(Transistor Density)’다.4 이는 단위 면적(1 제곱밀리미터,

mm2)당 얼마나 많은 수백만 개의 트랜지스터(Million Transistors, MTr)를 집적했는지를 나타낸다 (MTr/mm2). 트랜지스터 밀도가 높을수록 더 작고, 더 강력하며, 더 전력 효율적인 반도체 칩을 만들 수 있다.18

다만 트랜지스터 밀도 계산은 단순하지 않다. 반도체 칩은 연산을 담당하는 로직(Logic) 셀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임시 저장하는 SRAM 셀, 그리고 아날로그(Analog) 회로 등 다양한 구성 요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요소의 밀도는 서로 다르다. 따라서 전체 칩의 밀도는 이들 요소가 어떤 비율로 구성되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이 때문에 전문 분석 기관들은 일반적으로 표준 셀(Standard Cell) 라이브러리 중 가장 집적도가 높은 고밀도(High-Density, HD) 셀 또는 성능에 초점을 맞춘 고성능(High-Performance, HP) 셀을 기준으로 로직 밀도를 계산하여 공정 간 기술 수준을 비교한다.19

3.3 물리적 측정치: 현미경으로 본 미세화 수준

트랜지스터 밀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실제 물리적 치수들도 중요한 비교 지표가 된다. 이러한 수치는 주로 TechInsights와 같은 전문 분석 기관이 실제 양산된 칩을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하여 측정, 공개한다.3

  • 게이트 피치 (Gate Pitch): 인접한 트랜지스터의 게이트(Gate) 중심 간의 거리를 의미한다. CPP(Contacted Poly Pitch)라고도 불린다.4

  • 메탈 피치 (Metal Pitch): 트랜지스터들을 서로 연결하는 배선층 중 가장 미세한 금속 배선(Metal Line) 간의 거리를 의미한다. MMP(Minimum Metal Pitch)라고도 한다.4

  • 셀 높이 (Cell Height): 표준 로직 셀의 수직 높이를 의미한다. 셀 높이가 낮을수록 동일 면적에 더 많은 셀 행(Row)을 배치할 수 있어 집적도 향상에 기여한다.19

이러한 물리적 치수들이 작을수록 더 높은 트랜지스터 밀도를 달성할 수 있으며, 이는 공정 기술의 실제 미세화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4. 심층 비교 분석: 인텔 vs TSMC vs 삼성

앞서 제시한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인텔, TSMC, 삼성 파운드리 3사의 최신 및 차세대 공정을 정량적으로 비교하고, 각 사의 전략적 위치를 분석한다.

4.1 핵심 지표 비교 분석 (표)

아래 표는 각 사의 주요 공정별 핵심 지표를 요약한 것이다. 이는 현재 기술 구도를 한눈에 파악하고 미래 경쟁력을 전망하는 데 핵심적인 데이터를 제공한다.

<표 1. 주요 로직 파운드리 공정별 핵심 지표 비교>

지표 구분공정 노드 (세대)Intel (인텔 파운드리)TSMCSamsung (삼성 파운드리)데이터 출처
트랜지스터 밀도5/4nm급Intel 4: ~123MTr/mm2N5: ~138MTr/mm2SF4: ~140MTr/mm219
(MTr/mm2, 고밀도 기준)3nm급Intel 3: ~140MTr/mm2N3E: ~216MTr/mm2SF3: ~175MTr/mm25
2/1.8nm급 (예상)18A: ~184MTr/mm2N2: ~236MTr/mm2SF2: >218MTr/mm219
트랜지스터 구조3nm급FinFETFinFET (N3/E/P)GAA (MBCFET)5
2nm급GAA (RibbonFET)GAA (Nanosheet)GAA (MBCFET)1
후면전력공급 (BSPDN)도입 공정 및 시점Intel 20A (2024년)A16 (2026년 하반기)SF2Z (2027년)1

4.2 분석 및 해석

4.2.1 TSMC의 현재 우위

표에서 명확히 드러나듯, 현재의 3나노 세대 경쟁에서는 TSMC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TSMC의 N3E 공정은 트랜지스터 밀도 측면에서 삼성의 SF3와 인텔의 Intel 3를 크게 앞선다.5 이는 TSMC가 기존 핀펫(FinFET) 기술을 극한까지 최적화하는 데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술적 우위와 안정적인 양산 수율은 Apple, Nvidia, AMD와 같은 대형 팹리스 고객사들이 TSMC에 물량을 집중시키는 핵심적인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9 TSMC는 2나노 세대에서도 업계 최고 수준의 밀도를 목표로 하며 선두 자리를 유지하려 하고 있다.19

4.2.2 삼성의 GAA 선점 전략과 과제

삼성은 3나노에서 세계 최초로 GAA 구조를 도입하는 기술적 도약을 감행했다.8 GAA는 이론적으로 핀펫보다 우수한 PPA를 제공하는 차세대 기술이다.8 그러나 신기술을 최초로 양산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초기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는 대형 고객사 확보에 난항을 겪는 결과로 이어졌다.24 하지만 2나노 세대부터는 모든 경쟁사가 GAA 구조를 채택할 예정이므로, 삼성이 3나노 공정에서 먼저 축적한 양산 경험과 노하우는 향후 경쟁에서 중요한 자산으로 작용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9

4.2.3 인텔의 ‘옹스트롬’ 시대 역습

인텔은 가장 공격적인 로드맵을 통해 기술 리더십의 재탈환을 노리고 있다. 18A 공정의 예상 트랜지스터 밀도는 TSMC의 N2보다 낮을 수 있으나 19, 인텔의 전략은 단순한 밀도 경쟁을 넘어서 있다. 인텔은 세계 최초로 후면전력공급 기술인 ’파워비아(PowerVia)’를 상용화함으로써 PPA, 특히 성능과 전력 효율 측면에서 경쟁사를 압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1 이는 트랜지스터를 더 작게 만드는 경쟁에서 벗어나, 칩의 아키텍처 자체를 혁신하여 게임의 판도를 바꾸려는 시도다.

이러한 분석을 종합하면, 2나노 시대의 경쟁 구도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사 모두 GAA 아키텍처를 사용하게 되면서 트랜지스터 구조 자체의 차별성은 사라진다. 따라서 경쟁의 핵심은 ’누가 더 안정적으로 GAA 공정의 높은 수율을 확보하는가’와 ’누가 더 성숙한 BSPDN 기술을 제공하는가’의 조합으로 이동할 것이다. 삼성이 3나노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2나노 수율을 조기에 안정시킨다면 TSMC와의 격차를 좁힐 기회를 잡을 수 있다.28 여기에 인텔은 BSPDN이라는 강력한 변수를 추가했다. 인텔이 18A에서 PowerVia를 성공적으로 구현하고 높은 수율을 달성한다면, 밀도가 다소 낮더라도 종합적인 PPA 성능에서 경쟁사를 앞설 가능성이 있다. 결국 2나노 시대의 승자는 단순히 가장 작은 트랜지스터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GAA와 BSPDN이라는 두 가지 핵심 신기술을 가장 성공적으로 조합하고 양산하는 회사가 될 것이다.

5. 미래 기술 패권의 향방: GAA와 BSPDN

반도체 기술 경쟁의 무게 중심은 이제 핀펫의 한계를 넘어 GAA와 BSPDN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기술 축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두 기술의 성숙도와 구현 능력에 따라 향후 수년간의 파운드리 시장 패권이 결정될 것이다.

5.1 게이트올어라운드(GAA): 3나노의 승부수, 2나노의 기본값

5.1.1 기술 원리

GAA(Gate-All-Around)는 트랜지스터 구조의 근본적인 혁신이다. 기존 핀펫 구조가 전류가 흐르는 채널(Channel)의 3개 면을 게이트가 ’지느러미(Fin)’처럼 감싸는 형태였다면, GAA는 채널의 4면 전체를 게이트가 완전히 둘러싸는 구조다.8 채널과 게이트의 접촉 면적이 극대화되면서 게이트가 채널 내 전류의 흐름을 훨씬 더 정밀하고 강력하게 제어할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해 트랜지스터가 꺼져 있을 때 불필요하게 새는 전류(누설 전류)를 최소화하고, 켜져 있을 때 더 많은 전류를 흘려보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동일 전압에서 더 높은 성능을 내거나, 동일 성능을 더 낮은 전압으로 구동하여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

5.1.2 구현 방식과 전략적 함의

현재 3사의 GAA 기술은 모두 채널을 얇고 넓은 종이(Sheet) 형태의 나노시트(Nanosheet)로 구현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삼성은 이를 MBCFET(Multi-Bridge Channel FET), 인텔은 리본펫(RibbonFET)이라 부르며, TSMC 역시 2나노부터 나노시트 기반 GAA를 도입한다.1 나노시트 방식은 시트의 폭과 개수를 조절하여 고객의 요구에 따라 성능과 전력 특성을 유연하게 최적화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삼성이 3나노에서 GAA를 선점한 것은 TSMC의 핀펫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한 과감한 전략적 베팅이었다. 비록 단기적으로는 수율 문제로 고전했지만, 이 과정에서 쌓은 양산 경험과 데이터는 2나노 경쟁에서 귀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9 반면 TSMC는 가장 안정적인 핀펫 기술로 3나노 시장을 완벽하게 장악한 후, 충분한 연구개발을 거쳐 2나노에서 GAA로 전환하는 안정적인 경로를 택했다.

5.2 후면전력공급(BSPDN): 2나노 시대의 게임 체인저

5.2.1 기술 원리

BSPDN(Backside Power Delivery Network)은 칩의 전력 공급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혁신 기술이다. 기존 반도체 칩에서는 데이터를 전달하는 신호선(Signal Line)과 전력을 공급하는 전력선(Power Line)이 모두 웨이퍼 전면(Frontside)의 복잡한 금속 배선층에 함께 얽혀 있었다. 이는 마치 좁은 도로에 일반 차량과 대형 트럭이 뒤섞여 정체를 유발하는 것과 같다. BSPDN은 이 중 전력 공급망 전체를 웨이퍼의 후면(Backside)으로 분리, 재배치하는 기술이다.30 신호선은 전면에, 전력선은 후면에 전용 도로를 만들어주는 것과 같다.

5.2.2 PPA 개선 효과와 경쟁 구도

BSPDN이 가져오는 PPA 개선 효과는 막대하다.

첫째, 전력 효율이 극적으로 향상된다. 전력 공급 경로가 트랜지스터까지의 최단 거리로 짧아지면서 저항이 줄고, 이로 인한 전압 강하(IR Drop) 현상이 크게 개선된다. 이는 칩의 성능과 작동 안정성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31

둘째, 면적이 감소하여 트랜지스터 밀도가 향상된다. 전면 배선층에서 전력선이 차지하던 막대한 공간이 사라지면서, 이 공간을 신호선 배치 최적화나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하는 데 활용할 수 있게 된다.31

이 기술의 패권은 인텔이 쥐고 있다. 인텔은 ’파워비아(PowerVia)’라는 이름으로 20A 공정(2024년 양산 목표)에 세계 최초로 BSPDN을 도입하며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1 반면, TSMC는 ’슈퍼 파워 레일(Super Power Rail)’이라는 이름으로 A16 공정(2026년 하반기 양산 목표)에, 삼성은 SF2Z 공정(2027년 도입 목표)에 적용할 계획이다.7 인텔이 경쟁사 대비 약 2~3년 앞서 이 기술을 상용화하는 것이다. 이 ’시간 격차’가 실제 시장에서 유의미한 기술 우위로 이어질지가 향후 파운드리 시장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BSPDN의 등장은 반도체 경쟁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지금까지의 경쟁이 주로 트랜지스터 자체를 더 작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전공정(FEOL, Front-End-Of-Line)’ 기술에 집중되었다면, BSPDN은 트랜지스터를 연결하고 전력을 공급하는 배선(Interconnect) 구조를 혁신하는 ‘후공정(BEOL, Back-End-Of-Line)’ 기술이다. 이는 미래 반도체 기술 패권이 단순히 가장 작은 트랜지스터를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전공정과 후공정, 그리고 첨단 패키징 기술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여 최적화하는 ‘시스템즈 파운드리(Systems Foundry)’ 10 역량을 갖춘 기업에게 돌아갈 것임을 시사한다. 인텔의 BSPDN 선제 도입은 바로 이 시스템즈 파운드리 비전을 구현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라 할 수 있다.

6. 종합 결론: 전략적 전망 및 제언

6.1 현재 기술 리더십 구도 요약

  • TSMC: 안정적인 수율, 검증된 기술, 그리고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현존 최강자다. 핀펫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며 3나노 시장을 석권했으며, 2나노 GAA 전환에서도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 삼성: GAA 기술 선점을 통해 기술적 반전을 노렸으나, 수율 안정화와 고객 신뢰 회복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2나노 경쟁에서 3나노 GAA 양산 경험을 어떻게 경쟁력으로 전환시키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다.

  • 인텔: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BSPDN과 같은 파괴적 혁신 기술에 모든 것을 걸고 가장 공격적인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전략이 성공할 경우 단숨에 기술 리더십을 회복할 수 있지만, 실패할 경우의 리스크 또한 가장 크다.

6.2 향후 경쟁 구도 전망

단기적으로는 TSMC의 독주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2025년부터 2027년에 이르는 기간은 2나노 GAA 공정의 수율 안정화 속도와 BSPDN 기술의 상용화 성패에 따라 3사 간의 기술 격차가 급격히 변동할 수 있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인텔의 18A 공정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삼성이 2나노에서 안정적인 수율을 증명한다면, TSMC의 독점적 지위는 흔들릴 수 있다.

또한, 주요 팹리스 고객사들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안정을 위해 더 이상 한 파운드리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 각 공정의 PPA 특성, 가격, 공급 안정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급망을 다변화(Dual Sourcing)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할 것이다.29 이는 기술력과 수율을 입증하는 삼성과 인텔에게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6.3 최종 제언: 공정 노드 비교를 위한 가이드라인

결론적으로, 인텔, TSMC, 삼성, SK하이닉스의 미세 공정을 올바르게 비교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가이드라인을 따를 것을 제언한다.

  1. 숫자를 잊어라 (Forget the Number): 공정 노드의 숫자(7나노, 3나노 등)는 마케팅적 브랜딩일 뿐, 절대적인 기술 수준을 의미하지 않는다. 특히 로직(인텔, TSMC, 삼성)과 메모리(SK하이닉스) 공정의 숫자는 비교 대상이 아니다.

  2. 밀도를 확인하라 (Check the Density): 트랜지스터 밀도(MTr/mm2)는 공정 기술의 집약도를 보여주는 가장 객관적인 정량 지표다. 이를 통해 각 공정의 실제 미세화 수준을 가늠하라.

  3. PPA를 분석하라 (Analyze the PPA): 기업이 발표하는 PPA(성능, 전력, 면적) 개선율을 비교하되, 어떤 세대 공정을 기준으로 한 수치인지, 어떤 조건 하에서 측정된 값인지 비판적으로 검토하라.

  4. 핵심 기술을 주시하라 (Watch the Key Technologies): 현재는 GAA 트랜지스터 구조의 양산 수율, 그리고 미래에는 BSPDN 기술의 성숙도가 기술 패권을 결정할 핵심 변수임을 인지하라.

  5. 시스템으로 이해하라 (Understand it as a System): 이제 반도체 경쟁은 트랜지스터 하나를 잘 만드는 것을 넘어, 전공정(트랜지스터), 후공정(배선), 그리고 첨단 패키징을 아우르는 시스템 전체를 최적화하는 역량의 싸움임을 이해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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