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il Jung

지도의 역사, 기술, 그리고 영향력

지도는 인류가 공간을 이해하고, 기록하며, 소통해 온 가장 근본적인 도구 중 하나이다. 단순한 그림을 넘어, 지도는 복잡한 지리적 정보를 체계적으로 담아내는 정교한 언어 체계이자 공간 데이터베이스로서 기능한다. 이 장에서는 지도의 본질적 정의에서 출발하여, 지도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문법 요소들을 해부함으로써 이 특별한 언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탐구한다.

지도의 핵심 정의는 지리적 공간을 일정한 축척에 따라 축소하여, 선택된 지리적 현상과 그 공간적 관계를 약속된 기호 체계를 통해 평면 위에 표현한 것이다.1 이는 지리 정보의 생산자(지도 제작자)와 수요자(지도 이용자)를 연결하는 강력한 소통의 매개체 역할을 수행한다.3

이러한 지도의 개념은 시대와 기술의 발전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과거의 지도가 대부분 종이로 만들어진 정적인 표현물이었다면, 현대의 지도는 항공기나 인공위성에서 취득한 영상 정보를 기반으로 제작된 수치지형도(digital topographic map)나 정사영상지도(orthoimage map)를 포함하며, 특정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제작된 지하 시설물도나 토지 이용 현황도 같은 수치주제도까지 그 범위가 확장되었다.2 한국의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0호는 이러한 현대적 개념을 반영하여 지도를 정의하고 있다.2

지도의 기능에 대한 학문적 이해 역시 심화되었다. 초기 지도학 이론에서는 지도를 공간적 사실을 전달하는 ‘소통 모델(Communication Model)’로 간주했다.4 이 관점은 지도를 제작자가 의도한 정보를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일방향적 매체로 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모델은 이용자의 문화적 맥락이나 지식 수준에 따라 정보가 지식으로 변환되는 복잡한 과정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5 지도에서 얻는 정보의 의미는 궁극적으로 이용자가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5

이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관점이 지도를 ‘지리적 시각화(Geographic Visualization)’의 도구로 보는 것이다. 이 패러다임에서 지도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을 넘어, 이용자가 데이터를 능동적으로 탐색하고 미지의 사실을 발견하며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상호작용적 도구로 재정의된다.5 즉, 지도는 시각화의 결과물인 동시에, 지식 발견을 위한 탐색의 과정 그 자체가 된다. 이러한 변화는 종이 지도 시대에도 존재했던 분석 기능을 디지털 기술을 통해 극대화한 것으로, 현대 지도학의 핵심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지도가 하나의 언어라면, 그 언어를 구성하는 문법이 존재한다. 축척, 투영법, 기호, 방위, 좌표계 등은 지도의 의미를 구성하고 해독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들이다. 이러한 구성 요소들은 단순히 기술적 사양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도 제작자가 공간에 대한 특정하고 목적 지향적인 주장을 구축하기 위해 사용하는 구조화된 도구들이다.

축척은 지도상의 거리와 실제 세계의 거리 사이의 비율을 나타내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다.6 이는 “1:50,000”과 같은 비례식이나 분수, 혹은 그래픽 막대자 형태로 표현된다.6 축척은 지도의 목적과 담을 수 있는 정보의 수준을 결정한다. 1:5,000과 같이 작은 지역을 매우 상세하게 보여주는

대축척지도는 도시 계획이나 세부 설계에 사용되며, 1:1,000,000과 같이 넓은 지역을 개략적으로 보여주는 소축척지도는 국토 종합 계획과 같은 거시적 분석에 활용된다.1 따라서 축척의 선택은 지도가 어떤 ‘이야기’를 얼마나 자세하게 들려줄 것인지를 결정하는 첫 번째 문법적 선택이라 할 수 있다.

투영법은 3차원의 구체(球體)인 지구를 2차원의 평면으로 옮기는 수학적 방법이다.10 이 변환 과정에서 왜곡은 필연적으로 발생하며, 어떠한 투영법도 면적, 형태(각도), 거리, 방향이라는 네 가지 속성을 동시에 완벽하게 보존할 수는 없다.8 지구본만이 유일하게 왜곡 없는 표현물이다.8 지도 제작자는 지도의 목적에 따라 어떤 속성을 보존하고 어떤 속성의 왜곡을 감수할지 결정해야 한다. 투영법은 크게 원통도법(적도 지역에 적합), 원추도법(중위도 지역에 적합), 평면도법(극지방에 적합) 등으로 분류된다.10 투영법의 선택은 지도의 서사적 틀을 결정하며, 때로는 의도치 않은, 혹은 의도적인 세계관을 담게 된다.

기호는 현실 세계의 다양한 지리적 현상(도로, 건물, 강, 지형 등)을 지도 위에 표현하기 위한 시각적 언어이다.6 이는 약속된 아이콘, 선, 색상 등으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저지대는 녹색 계열, 고지대는 갈색 계열, 물은 파란색으로 표현하고, 지표의 높낮이는 등고선(等高線)이라는 선으로 나타내는 것이 일반적이다.1 범례(legend)는 이 기호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독해주는 ‘사전’과 같은 역할을 한다.7 지도에 사용된 모든 기호는 범례에 설명되어야 하며, 이는 지도 제작자가 어떤 정보를 중요하게 선택하여 보여주고 어떤 정보는 생략했는지를 드러내는 편집 행위의 결과물이다.13

방위와 좌표계는 지도상의 위치와 방향을 정의하는 기준 틀을 제공한다. 방위(orientation)는 일반적으로 북쪽을 가리키는 방위표로 표시되며, 방위표가 없는 경우 지도의 위쪽을 북쪽으로 간주하는 것이 관례이다.6 그러나 ‘북쪽’의 개념은 지구의 자전축을 기준으로 하는 진북(True North), 지도 좌표계의 격자선을 따르는 도북(Grid North), 나침반이 가리키는 자북(Magnetic North)으로 나뉘어 복잡성을 띤다.10 지도를 실제 지형과 일치시키는 과정을 지도정치(地圖正置)라고 하며, 이는 독도법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이다.14

좌표계(coordinate system)는 지구상 특정 지점의 위치를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표현하는 체계이다.10 전 지구적으로 사용되는 경위도(Latitude and Longitude) 체계 외에도, 특정 지역을 평면으로 간주하여 미터 단위로 위치를 표현하는 다양한 평면 직각 좌표계가 사용된다. 대표적으로 UTM(Universal Transverse Mercator) 좌표계가 있으며, 대한민국에서는 전국을 여러 구역으로 나누어 표현하는 TM(Transverse Mercator) 좌표계와 전국을 단일 평면으로 표현하는 UTM-K 좌표계 등을 사용한다.10 또한, 지구의 형태를 정의하는 기준인 측지계(datum)의 선택도 매우 중요하다. 과거 일본의 측량 기준을 따랐던 동경측지계에서 국제 표준인 세계측지계로 전환되면서, 한국에서는 약 365m의 위치 차이가 발생하기도 했다.10 이처럼 좌표계와 방위는 지도의 서사를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틀 속에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그 기준의 설정 자체(예: 그리니치 천문대를 본초 자오선으로 정한 것)는 역사적 권력 관계의 산물임을 보여준다.

지도의 역사는 인류가 자신의 세계를 이해하고 지배하려는 욕망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각 시대의 지도는 당시의 과학 기술 수준, 문화적 세계관, 정치/경제적 목표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거울과 같다. 이 장에서는 고대 문명의 실용적 기록에서부터 현대 국가의 과학적 도구에 이르기까지, 지도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그 장대한 여정을 추적한다.

지도의 기원은 기하학과 뿌리를 공유하며,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나일강의 범람 후 토지 경계를 재설정해야 했던 실용적 필요에서 출발했다.15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지도 중 하나로 알려진 기원전 1500년경의 이탈리아 발카모니카 암각화나 기원전 600년경의 바빌로니아 점토판 지도는 마을, 밭, 길과 같은 지역적 요소를 묘사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16 이 초기 지도들은 신화적 세계관을 반영하거나 주변 정황을 표시하는 수준에 머물렀다.16

지도 제작에 과학적, 철학적 원리를 적용한 것은 고대 그리스인들이었다. 피타고라스와 플라톤 같은 학자들은 지구가 기하학적으로 완벽한 형태인 구체(球體)일 것이라 생각했다.3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원정 이후, 그리스인들은 실제 항해와 무역을 통해 얻은 경험적 지식을 바탕으로 지도를 제작하기 시작했다.16 특히 천문학자 에라토스테네스는 지구의 둘레를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계산하고, 처음으로 지도에 경선과 위선을 도입하는 위업을 달성했다.16

고대 지도 제작술의 정점은 기원후 150년경 클라우디오스 프톨레마이오스의 저서 『지리학(Geographia)』에서 이루어졌다. 이 저서는 지도 투영법부터 수천 개 장소의 경위도 좌표 목록에 이르기까지 지도 제작에 필요한 모든 지식을 체계화했다.15 당시의 기술적 한계로 많은 오류를 포함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프톨레마이오스의 과학적 틀은 이후 1,500년 이상 서양 지도학의 절대적인 지침서로 군림하며 대항해시대의 지도 제작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15

한편, 중국에서는 독자적인 지도 제작 전통이 발전했다. 기원전 200년경 전한(前漢) 시대에 이미 지형과 이동 경로를 함께 표기한 지도가 제작되었으며 15, 삼국시대에 사용된 방격법(方格法, grid system)은 유럽의 기술을 능가하는 정확성을 보여주었고 훗날 유럽 지도 제작에도 영향을 주었다.15 이처럼 고대의 지도 제작은 단일한 발전 경로를 따른 것이 아니라, 각 문명권의 필요와 세계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는 양상을 보였다.

한반도에서의 지도 제작은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구려가 당나라에 봉역도(封域圖)를 보냈다는 기록이나, 신라의 김흠순이 지도를 이용해 국경을 살폈다는 기록 등은 지도가 일찍부터 외교 및 행정의 중요한 도구였음을 시사한다.2

고려시대에는 5도양계도(五道兩界圖)와 같은 행정 지도가 제작되어 후대인 조선의 지도 제작에 큰 영향을 미쳤다.2 조선시대에 이르러 한국의 지도 제작술은 절정을 맞이했다. 조선 초기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1402년에 제작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一疆理歷代國都之圖)이다. 현존하는 동아시아 최고(最古)의 세계지도로 평가받는 이 지도는 한국, 중국, 이슬람 세계의 지리 정보를 통합하여 당시로서는 가장 포괄적인 세계관을 담아냈다.2

조선 후기는 과학적 지도 제작의 황금기였다. 지도 제작은 지관(地官), 산사(算士) 등 다양한 전문가들의 협업으로 이루어졌으며, 패철(佩鐵)이라 불리는 나침반과 줄, 기리고차(記里鼓車)와 같은 측량 도구가 사용되었다.19 이러한 과학적 전통의 정점에 있는 인물이 바로 김정호와 그의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이다. 1861년에 완성된 이 지도는 약 1:160,000의 축척으로 한반도 전체를 22첩의 분첩절첩식(分帖折疊式) 형태로 담아냈다. 산맥과 하천의 흐름을 정교하게 묘사하고, 도로망, 읍치, 역원 등을 체계적인 기호(지도표)로 표현하여 실용성을 극대화했다.2 대동여지도는 근대적 측량 기술이 도입되기 이전, 전통적 방식의 지도 제작술이 도달할 수 있었던 최고의 성취였다.

근대로의 전환은 1899년 제작된 대한전도(大韓全圖)에서 시작되었다. 이 지도는 한국에서 제작된 최초로 경위선을 사용한 지도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2 일제강점기에는 일본 총독부가 토지 수탈과 군사적 목적으로 한반도 전역에 대한 1:50,000 및 1:25,000 지형도를 제작했다.2 광복 이후 대한민국 정부는 국가 주권의 상징이자 국토 개발의 필수 기반 시설로서 독자적인 국가기본도 제작에 착수했으며, 국립지리원(현 국토지리정보원)을 설립하여 현대적 지도 제작의 시대를 열었다.2

15세기 유럽에서 프톨레마이오스의 『지리학』이 재발견되고,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이 동방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대양을 건너 새로운 항로와 부를 찾으려는 대항해시대가 막을 올렸다.15 이는 정확한 세계지도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로 이어졌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지도학의 혁명을 이끈 인물이 바로 게라르두스 메르카토르였다. 1569년, 그는 메르카토르 도법(Mercator’s Projection)이라는 새로운 투영법을 적용한 세계지도를 발표했다. 이 도법은 그리스의 구체 지구설과 중국의 방격법적 정확성을 결합한 ‘문명의 결정체’와 같았다.15 메르카토르 도법의 가장 큰 혁신은 지도상의 직선이 나침반의 각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항해할 수 있는 경로, 즉 항정선(rhumb line)을 나타낸다는 점이었다.20 이 실용성 덕분에 메르카토르 지도는 대양 항해에 필수적인 도구가 되었고, 이후 수 세기 동안 가장 보편적인 세계지도로 자리 잡았다.12

지도는 이처럼 대륙 간 교역을 가능하게 한 최초의 기술적 성과였다. 고대 실크로드의 상인들부터 대항해시대의 탐험가들에 이르기까지, 지도는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길을 밝히고, 전 지구적 상업망을 형성하며, 세계를 하나의 경제 단위로 묶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15

각 시대의 지도를 단순히 현대의 정확성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그 본질을 놓치는 것이다. 중세 유럽의 T-O 지도(성서의 세계관을 표현)는 신학적 우주 질서 속에서 인류의 위치를 설명하려는 목적에 충실한 지도였으며 3,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는 조선이라는 국가를 효율적으로 통치하기 위한 행정적 상상력의 산물이었다.2 메르카토르의 지도는 세계를 항해 가능한 상업적 공간으로 재편하려는 제국주의적 상상력을 구현한 것이었다.15 이처럼 지도의 역사는 기술의 진보를 넘어, 각 시대가 세계를 바라보고 조직하던 지배적인 ‘지리적 상상력’의 패러다임 전환 과정 그 자체이다.

시기 (약) 사건 / 발전 주요 인물 / 문명 의의
기원전 1500년 마을과 밭을 묘사한 암각화 발카모니카, 이탈리아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토지 지도 중 하나 16
기원전 600년 세계를 원반으로 묘사한 점토판 지도 바빌로니아 세계 전체를 표현하려는 최초의 의도를 가진 세계지도 16
기원후 150년 『지리학』 저술 프톨레마이오스 (그레코-로만 이집트) 과학적 투영법과 좌표 개념을 체계화, 1500년간 서양 지도학의 기반 15
1402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제작 권근, 이회 (조선) 현존하는 동아시아 최고(最古)의 세계지도로, 동서양의 지리 지식 융합 2
1569년 메르카토르 도법 세계지도 발표 게라르두스 메르카토르 (플랑드르) 항정선을 직선으로 표현하여 대항해시대를 연 항해용 지도의 혁명 15
1861년 대동여지도 완성 김정호 (조선) 한국 전통 지도학의 최고봉, 정밀하고 실용적인 국가 지도 2
1978년 최초의 GPS 위성 발사 미국 국방부 위성 항법 시대의 개막, 지도 제작과 활용의 근본적 변화 예고 22
2005년 구글 맵스 출시 구글 대화형 디지털 지도와 위성 영상을 대중화하여 일상을 변화시킴 8

지도 제작의 핵심에는 근본적인 딜레마가 자리 잡고 있다. 둥근 지구를 평면에 완벽하게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며, 무한한 지리 정보 중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는 필연적으로 제작자의 주관과 목적을 반영하게 된다. 이 장에서는 지도 제작의 기술적, 이론적 핵심인 투영법의 과학과 그 이면에 숨겨진 이데올로기적 함의를 파헤치고, 지도를 목적에 따라 분류하는 체계를 살펴본다.

지도 투영법은 3차원 지구를 2차원 평면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왜곡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지도 제작자는 지도의 목적에 따라 네 가지 기본 속성, 즉 면적(정적도법), 각도(형태)(정각도법), 거리(정거도법), 방위(정방위도법) 중에서 무엇을 정확하게 유지할지 선택해야 하며, 이 모든 것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는 없다.8

투영법은 투영면의 형태에 따라 크게 세 가지 계열로 나뉜다. 원통도법은 지구를 원통으로 감싸 투영하는 방식으로, 적도 부근의 형태를 잘 보존하지만 극지방으로 갈수록 면적 왜곡이 극심해진다.10

원추도법은 원뿔을 씌워 투영하며, 동서로 넓게 펼쳐진 중위도 지역 표현에 적합하다.10

평면도법(방위도법)은 한 지점에서 평면을 접하게 하여 투영하므로, 극지방을 그리거나 특정 지점으로부터의 방향을 정확히 나타낼 때 주로 사용된다.10

이러한 전통적인 도법 외에도, 특정 속성을 완벽하게 보존하는 대신 모든 속성의 왜곡을 적절히 타협하여 시각적으로 균형 잡힌 세계지도를 만드는 절충도법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로빈슨 도법으로, 대한민국은 2011년부터 세계지도 제작에 이 도법을 사용하여 특정 도법이 가진 극단적인 왜곡을 완화하고자 했다.11

지도 투영법의 선택이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 얼마나 첨예한 윤리적, 정치적 논쟁을 낳을 수 있는지는 메르카토르 도법과 갈-페터스 도법의 사례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16세기 항해사들을 위해 고안된 메르카토르 도법은 각도를 정확하게 보존하는 정각도법이다. 지도상의 두 지점을 직선으로 이으면 나침반의 방향을 고정한 채 항해할 수 있는 항정선이 되기 때문에, 대양 항해에 혁명적인 편의를 제공했다.20 그러나 각도를 보존하기 위한 수학적 처리의 대가로, 적도에서 멀어질수록 면적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는 심각한 왜곡이 발생한다.12 이로 인해 실제 면적이 아프리카의 1/14에 불과한 그린란드가 아프리카 대륙과 거의 같은 크기로 보이는 ‘뻥튀기’ 현상이 나타난다.24

이러한 면적 왜곡은 의도치 않게 강력한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낳았다. 북반구의 유럽, 러시아, 북미 대륙을 시각적으로 거대하게 표현함으로써, 이들 국가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과장하고 제국주의적 세계관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비판을 받는다.24 대영제국은 식민지의 광대함을 과시하기 위해 메르카토르 지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며 24, 이는 수 세기 동안 사람들의 머릿속에 왜곡된 세계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1973년, 독일의 역사학자 아르노 페터스는 메르카토르 도법의 제국주의적 편향성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모든 국가의 면적을 실제 비율과 동일하게 표현하는 정적도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19세기 제임스 골이 고안한 도법을 재발견한 것이다.) 페터스는 이 지도가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시아 등 남반구 제3세계 국가들에게 시각적 정의를 되찾아주고, 식민주의적 세계관을 교정하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24

페터스 도법으로 그려진 지도는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거대하게만 보였던 유럽이 실제로는 남미 대륙보다 훨씬 작다는 사실을 시각적으로 확인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도법 역시 면적을 보존하는 대신 국가들의 형태를 심하게 왜곡하여, 아프리카 대륙이 비정상적으로 길쭉하게 보이는 등 익숙하지 않고 어색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한계를 지닌다.24

메르카토르와 페터스 사이의 논쟁은 어떤 지도가 더 ‘정확’한가에 대한 논쟁이 아니다. 두 지도 모두 알려진 원칙에 따라 제작된 유효한 투영법이다. 이 논쟁의 핵심은 평면 세계지도에서 어떤 가치-항해의 실용성인가, 아니면 면적의 공정성인가-를 우선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치적, 윤리적 질문이다. 이는 결국 평평한 지도 위에 전 세계를 표현하는 ‘중립적인’ 방법은 없으며, 모든 투영은 하나의 세계관이자 이데올로기임을 명백히 보여준다.

투영법 유형 보존 속성 주요 왜곡 주요 용도 / 이념적 함의
메르카토르 원통도법 각도 (정각) 고위도 지역의 극심한 면적 왜곡 항해용 (항정선이 직선). 유럽 중심주의, 제국주의적 시각을 강화한다는 비판 20
갈-페터스 원통도법 면적 (정적) 심각한 형태 왜곡 (수직으로 길어짐) 분포도 등 주제도. 탈식민주의적, 공정한 대안으로 제시됨 24
로빈슨 의사원통도법 절충 (완벽 보존 속성 없음) 모든 속성(형태, 면적, 거리, 방향)의 적당한 왜곡 일반용 세계지도, 아틀라스. 시각적으로 균형 잡힌 모습을 목표로 함 11
정거방위도법 평면도법 중심점으로부터의 거리와 방위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형태와 면적 왜곡 항공 노선도, 전파 도달 범위도. UN의 상징으로 사용됨

지도는 담고 있는 내용의 성격에 따라 크게 일반도와 주제도로 나뉜다.

일반도(General Purpose Map)는 지형, 하천, 호수, 도로, 도시 등 다양한 자연적, 인문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표현하는 다목적 지도이다.1 가장 대표적인 일반도가 바로 지형도(topographic map)이다. 지형도는 국토 전역에 대해 통일된 축척과 형식으로 제작되는 국가기본도(national base map)로서, 다른 모든 특수 목적 지도를 제작하는 데 기초 자료로 활용되는 매우 중요한 지도이다.1

주제도(Thematic Map)는 인구 분포, 기후, 지질, 토지 이용, 특정 질병의 발병률 등 단일한 주제의 공간적 분포나 패턴을 강조하여 표현하기 위해 제작된 지도이다.1 주제도는 점묘도(점으로 분포 표현), 등치선도(같은 값을 지닌 지점을 선으로 연결), 단계구분도(구역별로 색이나 음영을 달리하여 표현) 등 다양한 시각화 기법을 사용하여 특정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1 사실상 지표면에서 발생하는 모든 현상은 주제도로 표현이 가능하며, 그 종류는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26

지도는 제작 방법에 따라서도 분류할 수 있다. 실측도(surveyed map)는 현장에서 직접 측량하여 제작한 지도로, 매우 상세하고 정확하다. 대한민국의 1:5,000 지형도가 대표적인 실측도에 해당한다.26 반면, 대부분의 지도는 기존에 있던 지도, 통계 자료, 문헌 등을 편집하여 제작하는 편찬도(compiled map)에 속한다.26

20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디지털 혁명은 지도 제작의 모든 과정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원격탐사(RS), 위성항법시스템(GPS), 지리정보시스템(GIS)이라는 세 가지 핵심 기술은 과거 수백 년간 이어진 지도 제작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복시키고, 지도를 정적인 문서에서 동적인 서비스로 변모시켰다.

원격탐사는 항공기나 인공위성에 탑재된 센서를 이용하여 지표면과 물리적 접촉 없이 지구에 대한 정보를 취득하는 과학 기술이다.27 이 센서들은 지표면에서 반사되거나 방출되는 전자기 에너지를 파장대별로 측정하여 이미지 형태로 기록한다.28

원격탐사 데이터가 지도로 변환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데이터 취득: 랜샛(Landsat), 스팟(SPOT)과 같은 위성이나 항공기가 다양한 분광 대역(spectral bands)에서 영상을 촬영한다.27
  2. 전처리(Preprocessing): 촬영된 원시 영상은 대기 효과, 센서 오류, 기하학적 왜곡 등을 보정하는 전처리 과정을 거친다. 특히, 영상의 각 픽셀을 실제 지표의 좌표와 일치시키는 기하보정(geometric correction) 또는 지리참조(georeferencing) 과정은 단순한 사진을 공간 정보를 담은 데이터로 바꾸는 핵심 단계이다.28
  3. 영상 분석 및 분류: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각 픽셀이 가진 고유한 분광 특성(spectral signature)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토지 피복을 물, 삼림, 도시, 농경지 등 의미 있는 범주로 자동 분류한다.29 이 과정을 통해 원격탐사 데이터는 토지이용도와 같은 주제도로 재탄생한다.
  4. 변화 탐지(Change Detection): 서로 다른 시기에 촬영된 동일 지역의 영상을 비교 분석하여 도시의 팽창, 삼림 파괴, 자연재해 피해 지역 등 시간의 흐름에 따른 지표의 변화를 탐지하고 지도화할 수 있다.30

원격탐사 기술은 광범위한 지역을 주기적이고 객관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함으로써, 기존의 방법으로는 불가능했던 지도 갱신과 환경 모니터링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27

GPS는 미국 국방부가 군사 목적으로 개발하여 운영하는 위성 기반 항법 시스템(정식 명칭: NAVSTAR)이다.22 지구 주위를 도는 최소 24개 이상의 위성 집단이 자신의 정확한 위치와 시각 정보를 담은 신호를 지속적으로 지상으로 송출한다.33

GPS의 작동 원리는 삼변측량(Trilateration)에 기반한다.

  1. 지상의 GPS 수신기는 여러 위성으로부터 신호를 수신한다.
  2. 수신기는 신호가 위성에서 출발한 시각과 자신에게 도달한 시각의 차이를 측정하여, 각 위성까지의 거리를 계산한다 (거리 = 빛의 속도 × 신호 도달 시간).28
  3. 최소 4개 이상의 위성으로부터 거리 정보를 확보하면, 수신기는 3차원 공간에서의 자신의 정확한 위치(위도, 경도, 고도)를 계산할 수 있다.34

일반 민간용 GPS의 정확도는 수 미터 수준이며, 대기층에 의한 신호 지연, 건물 등에 의한 신호 반사(다중경로 오차), 수신기 시계의 미세한 오차 등으로 인해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22 군사용 GPS는 이러한 오차를 보정하는 기술을 통해 훨씬 높은 정밀도를 가진다.35 스마트폰에서는 셀룰러 통신망 정보를 함께 활용하여 초기 위치 결정 시간을 단축하는 A-GPS(Assisted GPS) 기술이 널리 쓰인다.34

GPS 기술은 현대 디지털 지도 서비스의 심장과 같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 화면에 표시되는 ‘파란 점’의 실시간 위치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길찾기(내비게이션), 실시간 교통 정보, 위치 공유 등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모든 위치 기반 서비스를 가능하게 했다.23

GIS는 지표면의 위치와 관련된 모든 종류의 데이터를 수집, 저장, 관리, 분석, 시각화하는 컴퓨터 기반의 정보 시스템이다.27 이는 단순히 지도를 그리는 소프트웨어를 넘어, 공간적 관계를 분석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를 갖춘 ‘지능형 공간 데이터베이스’라 할 수 있다.

GIS의 핵심 개념은 지리 정보를 레이어(Layer) 단위로 관리하는 것이다. 각 레이어는 도로, 하천, 행정구역, 토지 이용, 인구 밀도 등 서로 다른 주제의 정보를 담고 있다. GIS는 이 레이어들을 마치 케이크처럼 겹쳐서 중첩 분석(Overlay Analysis)을 수행할 수 있게 해준다.37

GIS의 진정한 힘은 이러한 공간 분석(Spatial Analysis) 기능에서 나온다.

GIS는 이처럼 원시적인 공간 데이터를 실행 가능한 정보와 지식으로 변환함으로써, 도시 계획, 환경 관리, 공중 보건, 비즈니스 입지 선정, 재난 대응 등 수많은 분야의 의사결정 방식을 혁신했다.37

이러한 디지털 기술의 융합은 지도와 인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역전시켰다. 과거의 인간은 중앙 기관에서 제작한 정적이고 권위적인 지도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존재였다. 그러나 오늘날의 개인은 GPS를 통해 실시간으로 지도 안에 자신의 위치를 생성하고(‘파란 점’), 웹 지도를 통해 정보를 소비함과 동시에 리뷰, 사진 등을 추가하며 데이터를 생산하는 능동적 주체가 되었다.23 지도는 더 이상 완성된 ‘문서’가 아니라, 사용자의 위치와 요구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화하고 개인화되는 ‘서비스’로 진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과거의 지도 제작자가 가졌던 권위가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으로 이전되었음을 의미하며, 개인 위치 정보의 상업화와 프라이버시 문제라는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35

지도는 단순한 지리 정보의 집합체가 아니라, 인간 사회의 질서를 구축하고 권력을 행사하며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을 규정하는 강력한 도구이다. 국경선을 긋고 영토 분쟁의 근거가 되며, 도시를 계획하고 자원을 관리하는 실용적 수단으로 기능한다. 이 마지막 장에서는 앞서 논의된 지도의 역사와 기술을 종합하여, 지도가 인류의 지정학, 통치, 상업 활동에 미치는 심대하고 다층적인 영향을 분석한다.

국경선은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도 위에 그어짐으로써 현실이 되는 정치적 창조물이다. 지도는 국경을 수동적으로 기록하는 도구가 아니라, 국경을 창조하고, 정당화하며, 분쟁의 대상으로 만드는 능동적인 행위자이다. 지도 위의 선 하나가 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중국과 인도 간의 해묵은 국경 분쟁은 제국주의 시대와 탈식민지 시대에 제작된 상충하는 지도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분쟁의 핵심에는 동부 국경의 맥마흔 라인(McMahon Line)과 서부 국경의 악사이친(Aksai Chin) 지역이 있다.42 인도는 1914년 영국령 인도와 티베트가 합의한 맥마흔 라인을 실질적인 국경으로 간주하지만, 중국은 이를 비준한 적이 없다며 아루나찰프라데시주 전체를 ‘남티베트’라 칭하며 영유권을 주장한다.42

양국은 각자의 주장을 담은 지도를 근거로 실질 지배선(Line of Actual Control, LAC)을 설정했지만, 이 두 선은 일치하지 않는다. 이 ‘지도의 전쟁’은 종종 현실의 무력 충돌로 이어진다. 중국이 분쟁 지역인 독람(Doklam) 고원에 도로를 건설하는 행위는 자국의 지도에 부합하는 ‘현실’을 창조하려는 시도였으며, 이는 2017년 양국 군의 심각한 대치 상황을 유발했다.42 2020년 갈완 계곡에서 발생한 유혈 충돌 역시 양측이 해석하는 실질 지배선의 위치가 달랐기 때문에 벌어진 비극이었다.42 이처럼 지도상의 불일치는 단순한 의견 차이가 아니라, 국가의 주권과 자존심이 걸린 지정학적 대결의 최전선이 된다.

에콰도르와 페루의 국경 분쟁은 스페인 식민 시대의 모호한 행정 경계 설정에서 비롯되었다. 식민 모국이 남긴 불분명하고 상충되는 왕령(Real Cédula)들은 독립 이후 두 국가의 영토 범위를 둘러싼 끊임없는 갈등의 원인이 되었다.43 1941년 전쟁 이후 양국은 리우 의정서(Rio Protocol)를 통해 국경선에 합의했지만, 이 조약마저도 부정확한 지리 정보에 기반하고 있었다. 훗날 항공 측량 결과, 조약에 명시된 국경선을 긋는 것이 지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에콰도르는 조약의 무효를 선언했다.43

수차례의 전쟁을 더 치른 후, 이 분쟁은 1998년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해결되었다.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등 4개 보장국(guarantor states)의 법적 구속력 있는 중재를 통해 최종 국경선이 확정되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단순히 분쟁의 선을 긋는 데 그치지 않고, 가장 치열했던 분쟁 지역인 콘도르 산맥 일대를 양국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거대한 비무장 국경 평화 공원(trans-border peace park)으로 지정한 것이다.43 이는 갈등의 공간을 협력과 환경 보전의 상징으로 전환시킨 창의적인 해법으로, 지도가 분쟁의 해결과 평화 구축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분쟁 분쟁 지역 핵심 지도/조약 문제 주요 사건 해결/현황
중국-인도 악사이친, 아루나찰프라데시 중국의 1914년 맥마흔 라인 불인정; 불명확한 실질 지배선(LAC) 1962년 전쟁, 2017년 독람 대치, 2020년 갈완 계곡 충돌 군사적, 외교적 긴장 지속; 최종 해결책 부재 42
에콰도르-페루 아마존 지역 (마이나스, 키호스) 모호한 스페인 식민 시대 행정 경계; 1942년 리우 의정서의 지리적 오류 1941년 전쟁, 1995년 세네파 전쟁 1998년 보장국들의 구속력 있는 중재; 국경 평화 공원 조성 43

지도는 지정학적 갈등의 무대일 뿐만 아니라, 국가를 통치하고 경제 활동을 촉진하는 가장 효율적인 도구 중 하나이다.

도시 계획과 스마트 시티: 현대 도시 계획의 근간은 GIS이다. 정부는 GIS를 이용하여 토지 이용 계획 및 구역 설정(zoning), 도로와 상하수도 같은 기반 시설망 설계, 공공 서비스의 최적 배치를 수행한다.37 특히 현실 도시를 가상 공간에 그대로 복제하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은 고정밀 전자지도를 기반으로 구축되며, 이를 통해 복잡한 도시 문제에 대한 정교한 시뮬레이션과 정책 수립이 가능해진다.45 또한 GIS와 연동된 CCTV 관제 시스템은 ‘안전 도시’ 구축의 핵심 요소로 활용된다.46

자원 및 환경 관리: 지도는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환경 변화를 감시하는 데 필수적이다. 수자원공사는 GIS를 이용해 수자원 잠재력을 평가하고 지하수를 관리하며 41, 농업 분야에서는 위성 영상을 분석하여 작물의 생육 상태를 진단하고 물과 비료 사용을 최적화하는 정밀 농업을 구현한다.37 또한, 빅데이터와 지도를 결합하여 대기오염 확산 경로를 예측하거나, 인공위성 영상으로 해양 쓰레기 분포를 파악하는 등 다양한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다.47

비즈니스와 물류: 기업들은 GIS를 전략적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부동산 업체는 최적의 부지를 선정하고, 유통 업체는 고객 데이터를 지도 위에 시각화하여 상권을 분석하며, 물류 회사는 교통망 분석을 통해 최적의 배송 경로를 결정한다.37

결론적으로, 지도는 객관적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사회의 권력 구조, 이데올로기, 가치를 반영하는 사회적 구성물(social construct)이다.5 어떤 투영법을 선택하고, 어떤 기호를 사용하며, 장소에 어떤 이름을 붙일 것인가는 모두 주관적인 선택의 결과이다.

지도가 가진 이념적 힘의 형태는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메르카토르 도법이 제국주의적 세계관을 강화했다면 24, 오늘날 구글과 같은 플랫폼 기업이 제공하는 동적인 데이터 지도는 새로운 형태의 세계관을 창조한다. 이 세계관은 고도로 개인화되고, 상업화되었으며, 알고리즘에 의해 움직인다. 우리가 보는 지도는 우리의 검색 기록과 현재 위치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공되며, 이는 미묘한 방식으로 우리의 선택과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형태의 ‘지도 권력’으로 작용한다.

여기서 지도의 근본적인 역설이 드러난다. 국가 내부의 질서를 확립하고 이해를 돕는 지도의 강력한 힘은, 국가 외부에서는 갈등과 분열을 낳는 바로 그 힘이 되기도 한다. 한 국가가 자국의 영토를 명확히 정의하기 위해 그린 지도는, 다른 지도를 가진 이웃 국가에게는 침략의 근거로 비칠 수 있다. 대동여지도가 조선 왕조의 효율적인 통치를 도왔던 것처럼 2, 현대 국가의 기본도는 국토 계획의 필수 도구이다.9 이는 ‘우리’와 ‘우리의 땅’을 정의하는 내부적 통합의 과정이다. 그러나 이 과정은 필연적으로 타자와의 경계를 설정하며, 그 경계선에서 갈등이 시작된다. 중국-인도 분쟁은 양국이 각자의 역사적 서사와 정당성을 담은 지도를 고수하기에 발생하는 문제이다.42 지도는 이처럼 동시에 통합하고 분열시키는 양면성을 지닌다.

이 보고서는 지도가 단순한 지리적 재현을 넘어, 하나의 정교한 언어 체계이자 권력의 도구이며, 세계관을 형성하는 사회적 구성물임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고대 문명의 점토판에서 시작하여 프톨레마이오스의 과학적 체계, 김정호의 민족적 대업, 그리고 메르카토르의 제국주의적 상상력을 거쳐, 지도의 역사는 인류가 공간을 이해하고, 조직하며, 지배하려는 욕망의 역사와 함께해왔다.

지도 제작의 기술적 선택, 특히 투영법의 문제는 결코 가치중립적일 수 없음을 확인했다. 메르카토르와 페터스 도법의 논쟁은 모든 지도가 필연적으로 특정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원격탐사, GPS, GIS로 대표되는 디지털 혁명은 지도와 인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지도는 더 이상 권위 있는 기관이 생산하는 정적인 문서가 아니라, 수많은 개인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역동적인 서비스로 진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도시 계획, 자원 관리, 상업 활동 등 사회 전반에 걸쳐 효율성과 편의성을 증대시켰지만, 동시에 국경 분쟁에서 보듯 갈등의 도구가 되기도 하며, 개인 정보의 상업화와 알고리즘에 의한 인식의 편향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제기한다.

미래의 지도는 인공지능, 증강현실(AR), 사물인터넷(IoT) 기술과 결합하여 더욱 우리 삶에 깊숙이 통합될 것이다. 현실 세계와 그 위에 겹쳐진 지도 정보의 경계는 점점 더 희미해질 것이며, 이는 지식, 권력, 그리고 현실 인식에 대한 더욱 근본적인 질문을 우리에게 던져줄 것이다. 결국, 지도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사는 세계와 그 세계를 바라보는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도는 앞으로도 인류의 상상력이 닿는 곳까지 그 영역을 넓히며, 영원히 진화하는 힘으로 우리 곁에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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