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로보틱스 개발 패러다임에서 시뮬레이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과거 로봇 개발이 주로 하드웨어 프로토타이핑과 물리적 테스트에 의존했다면, 오늘날 인공지능(AI), 특히 머신러닝과 강화학습에 기반한 자율 로봇 시스템의 등장은 시뮬레이션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시뮬레이션은 단순히 개발 비용을 절감하고 위험을 감소시키는 차원을 넘어, 로봇 지능을 탄생시키고 검증하는 핵심적인 훈련장으로 기능하고 있다.1
시뮬레이션의 핵심 이점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비용 및 위험 절감이다. 고가의 로봇 하드웨어를 실제로 제작하거나 구매하기 전에 가상의 환경에서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테스트함으로써, 프로토타이핑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또한, 예측 불가능한 소프트웨어 오류로 인해 로봇이나 주변 환경이 손상될 수 있는 물리적 위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1 둘째,
개발 주기 단축이다. 시뮬레이터를 활용하면 하드웨어(기계, 전자) 개발과 소프트웨어 개발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실제 로봇이 조립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가상의 로봇을 통해 알고리즘을 테스트하고 디버깅할 수 있어 전체 개발 기간을 크게 단축시킨다.1 셋째,
테스트 환경의 다양성 확보이다. 연구실 환경에서는 완벽하게 작동하던 로봇이 실제 현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오류를 일으키는 경우는 흔하다. 시뮬레이션은 조명, 날씨, 지형, 장애물 등 수없이 다양한 환경 조건을 가상으로 생성하여 로봇이 마주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시나리오에 대한 테스트를 가능하게 한다.1
마지막으로,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시뮬레이션은 AI 모델을 위한 필수적인 학습 플랫폼을 제공한다. 자율 주행, 객체 조작 등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최신 로봇 AI는 수백만, 수천만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학습해야 한다. 이러한 방대한 양의 학습 데이터를 현실 세계에서 수집하는 것은 시간적으로나 비용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시뮬레이션은 완벽하게 레이블링된 대규모 합성 데이터(synthetic data)를 생성하고, 실패에 대한 비용 없이 ‘무한 반복’ 훈련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AI 모델 개발의 전제 조건이 되었다.2 이처럼 시뮬레이션은 단순한 테스트 도구를 넘어, 현대 로보틱스 연구 개발의 핵심 동력으로 진화했다.
전통적으로 로보틱스 시뮬레이션 분야는 Gazebo, V-REP(현재 CoppeliaSim), MuJoCo 등 과학 및 공학 연구를 목적으로 개발된 전문 시뮬레이터들이 주도해왔다. 이들은 물리 엔진의 정확성, 로봇 운영체제(ROS)와의 긴밀한 통합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로보틱스 커뮤니티의 표준 도구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전혀 다른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는데, 바로 비디오 게임 개발을 위해 탄생한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 이하 UE)이다.
게임 엔진 기술이 건축, 자동차, 영화 등 비게임 산업으로 확산되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로보틱스는 그 새로운 개척지 중 하나가 되었다.5 게임 산업에 투입된 막대한 연구개발 자원은 실시간 3D 렌더링 기술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이렇게 탄생한 강력한 도구들이 이제 과학적 시뮬레이션 목적으로 전용(co-opted)되고 있는 것이다.7
UE가 로보틱스 분야에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사진과 같은 사실적인 렌더링(photorealistic rendering) 능력이다. 특히 카메라, 라이다 등 인식(perception) 센서에 크게 의존하는 현대 로봇에게 시뮬레이션 환경의 시각적 충실도(visual fidelity)는 ‘현실과의 격차(sim-to-real gap)’를 줄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3 전통적인 시뮬레이터들이 물리적 정확성에 집중하느라 상대적으로 시각적 표현이 단순했던 반면, UE는 극사실적인 조명, 재질, 환경을 실시간으로 구현하여 로봇의 인식 알고리즘을 훨씬 더 현실에 가까운 조건에서 훈련하고 검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이는 단순한 미학적 장점을 넘어, 시뮬레이션의 실효성을 높이는 핵심적인 기능적 이점으로 작용한다.
본 보고서는 이처럼 로보틱스 시뮬레이션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 언리얼 엔진에 대한 심층적이고 비판적인 고찰(a critical examination)을 목적으로 한다. 본 보고서는 UE를 단독으로 평가하는 것을 넘어, Gazebo, NVIDIA Isaac Sim과 같은 주요 경쟁 도구 및 AirSim, CARLA와 같은 UE 기반 특수 플랫폼과의 비교 분석을 통해 로보틱스 시뮬레이션 생태계 전반의 맥락 속에서 그 위치를 조명할 것이다.
분석은 다음과 같은 다층적 구조로 진행된다. 첫째, UE의 핵심 아키텍처를 로보틱스 관점에서 해부한다. 극사실적 렌더링의 이점과 함께, 게임을 위해 설계된 Chaos 물리 엔진의 한계, ROS 및 URDF와 같은 표준 로보틱스 프레임워크와의 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술적 과제들을 심도 있게 다룬다. 둘째, 디지털 트윈, 심투리얼(sim-to-real) 전이,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인간-로봇 상호작용(HRI) 등 UE가 활용되는 최첨단 응용 분야와 방법론을 탐구한다. 마지막으로, 하드웨어 요구사항, 개발자 생태계, 그리고 과학적 연구 도구로서 UE가 가지는 근본적인 한계 등 현실적인 측면을 가감 없이 평가한다.
궁극적으로 본 보고서는 로보틱스 연구자, 시뮬레이션 엔지니어, 그리고 기술 관리자들이 언리얼 엔진을 로보틱스 프로젝트에 도입하고자 할 때, 그 잠재력과 한계를 명확히 이해하고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깊이 있고 균형 잡힌 분석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언리얼 엔진의 아키텍처를 로보틱스 개발자의 시각으로 해부하면, 그 강력한 잠재력과 동시에 명백한 한계가 드러난다. UE는 본질적으로 게임 개발을 위해 설계되었기에, 로보틱스 응용에 있어서는 그 구조적 특성을 명확히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 본 장에서는 UE의 핵심 구성 요소인 렌더링 파이프라인, 물리 엔진, 그리고 외부 로보틱스 프레임워크와의 연동 메커니즘을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UE가 로보틱스 시뮬레이션 분야에서 가지는 가장 독보적인 경쟁력은 바로 실시간 포토리얼리즘이다. 이는 단순히 시각적 만족감을 넘어, 특히 컴퓨터 비전 기반의 인식(perception) 시스템을 개발하고 검증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기능적 가치를 지닌다. UE5에 도입된 나나이트(Nanite)와 루멘(Lumen) 기술은 이러한 장점을 극대화한다.
나나이트(Nanite)는 가상화된 지오메트리 시스템으로, 수백만, 수십억 개의 폴리곤으로 구성된 영화 품질의 3D 에셋을 실시간으로 렌더링할 수 있게 해준다.9 전통적인 렌더링 파이프라인에서는 폴리곤 수와 성능이 반비례 관계에 있어, 개발자들은 항상 디테일과 프레임레이트 사이에서 타협해야 했다. 나나이트는 이러한 제약을 사실상 제거함으로써, 로봇이 탐색하고 상호작용할 가상 환경을 기하학적으로 매우 복잡하고 정교하게 구축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차량이 주행할 도시 환경이나, 매니퓰레이터가 작업할 공장 내부를 실제와 거의 동일한 수준의 기하학적 디테일로 구현할 수 있다.9
루멘(Lumen)은 완전한 동적 전역 조명(Global Illumination) 및 반사 시스템이다.10 이는 광선이 물체 표면에서 반사되고 상호작용하며 만들어내는 간접광과 그림자, 반사 효과를 실시간으로 계산한다. 기존의 정적인 ‘베이크된(baked)’ 조명 방식과 달리, 루멘은 광원이나 물체가 움직일 때 조명과 그림자가 즉각적으로 반응하여 자연스럽게 변화한다. 로봇의 비전 알고리즘은 실제 세계의 다양한 조명 조건(예: 시간대에 따른 태양광의 변화, 실내 조명의 위치 변화)에 강건해야 한다. 루멘은 이러한 복잡하고 동적인 조명 환경을 매우 사실적으로 시뮬레이션하여, AI 모델이 다양한 광원 조건에 대응하는 능력을 훈련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3
이러한 기술들은 로보틱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고품질 렌더링은 미학적 요소가 아니라, 시뮬레이션과 현실 간의 시각적 격차를 줄여 심투리얼 전이(sim-to-real transfer)의 성공률을 높이는 기능적 요구사항이다.3 객체 탐지, 의미론적 분할(semantic segmentation) 등 카메라 데이터에 의존하는 인식 모델을 훈련시킬 때, 시뮬레이션 이미지가 현실과 유사할수록 모델은 실제 환경에서도 더 나은 성능을 보인다. UE의 렌더링 파이프라인은 빛과 재질의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시뮬레이션함으로써, 이러한 고충실도 합성 데이터(high-fidelity synthetic data)를 대량으로 생성하는 데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3
UE의 강력한 렌더링 능력과 달리, 물리 시뮬레이션은 로보틱스 분야에서 논쟁의 중심에 있다. UE는 4.23 버전부터 기존에 사용하던 NVIDIA의 PhysX 엔진을 에픽게임즈가 자체 개발한 카오스(Chaos) 물리 엔진으로 대체하기 시작했다.12 카오스는 대규모 파괴 효과, 유체, 옷감, 차량 물리 등 게임 환경에서 시각적으로 인상적인 물리 현상을 고성능으로 구현하기 위해 설계되었다.12 로보틱스와 관련된 기능으로 조인트 구속 조건, 충돌 속성, 물리 재질(마찰, 반발력 등) 설정 등을 지원하여 기본적인 로봇 모델링이 가능하다.13
그러나 카오스 엔진은 로보틱스 응용에 있어 성능과 정확도 양면에서 비판에 직면해 있다. 첫째, 성능 문제이다. 커뮤니티 포럼과 개발자들의 피드백에 따르면, 특정 조건에서 카오스는 이전의 PhysX에 비해 현저한 성능 저하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된다. 특히 다수의 강체(rigid body)가 상호작용하는 시나리오에서 PhysX 대비 수십 배 느려지는 사례가 공유되기도 했다.15 이는 수많은 객체가 동시에 움직이는 군집 로봇 시뮬레이션이나 복잡한 조작 환경 시뮬레이션에서 심각한 병목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
둘째, 그리고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확도이다. 학술 연구에서는 카오스가 ‘게임 물리(game physics)’에 최적화되어 있어, 과학적 정밀도를 요구하는 로보틱스 응용, 특히 부드러운 접촉 모델링(soft-contact modeling)이나 다자유도 시스템의 정밀한 조인트 동역학을 처리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한다.16 게임 물리 엔진은 종종 계산 효율성을 위해 물리 법칙을 단순화하거나 ‘그럴듯해 보이는’ 결과를 만드는 데 집중하는 반면, 로보틱스 연구는 예측 가능하고 반복 가능한 정밀한 물리적 상호작용을 요구한다.17 이러한 철학의 차이는 로봇의 파지(grasping), 보행, 미세 조작과 같이 접촉 동역학(contact dynamics)이 중요한 작업에서 시뮬레이션과 현실 간의 극복하기 어려운 격차를 만들어낼 수 있다. 반면, MuJoCo와 같은 로보틱스 전용 엔진은 처음부터 정확한 접촉 동역학 계산을 목표로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16
이러한 UE 아키텍처의 이중성은 로보틱스 개발자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UE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식(perception-first) 렌더링 파이프라인을 제공하지만, 이와 결합된 것은 게임 중심의 물리(physics-second) 엔진 및 애셋 워크플로우이다. 이 근본적인 긴장 관계가 바로 UE가 로보틱스 커뮤니티에 가장 큰 매력을 제공하는 동시에 가장 큰 좌절감을 안겨주는 원인이다. 인식 시스템 개발자들은 UE의 시각적 충실도에 매료되지만, 제어 및 동역학 연구자들은 물리 엔진의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이로 인해 개발자들은 UE의 시각적 이점을 위해 물리적 부정확성을 감수하거나,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상당한 엔지니어링 노력을 투입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은 UE가 단일체 로봇 시뮬레이터가 되기보다는, 다른 전문 시스템을 위한 ‘시각화 프론트엔드(visualization front-end)’로 활용되는 하이브리드 생태계의 등장을 촉진했다. AirSim, CARLA, 그리고 MuJoCo를 통합한 Unreal Robotics Lab(URL)과 같은 프로젝트들은 단순히 UE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UE의 약점(기본 물리, 차량 모델 등)을 자체적인 솔루션으로 대체하거나 우회하면서 렌더링이라는 강점만을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경향을 보여준다.16 이는 고충실도 시뮬레이션의 미래가 ‘만능’ 도구가 아닌, 각 분야에 특화된 백엔드와 UE와 같은 최상급 시각화 계층이 결합된 모듈식 아키텍처로 나아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언리얼 엔진이 로보틱스 분야에서 실용적인 도구가 되기 위해서는 로보틱스 연구 및 개발의 사실상 표준(de facto standard) 프레임워크인 로봇 운영체제(Robot Operating System, ROS)와의 원활한 통신이 필수적이다. UE는 본질적으로 ROS를 지원하지 않으므로, 두 세계를 연결하기 위한 ‘브리지(bridge)’ 역할을 하는 플러그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오픈소스 솔루션은 독일 브레멘 대학의 지능형 시스템 연구소(code-iai)에서 개발한 ROSIntegration 플러그인이다.21 이 플러그인은 UE의 액터(Actor)나 컴포넌트(Component)가 ROS 네트워크와 통신할 수 있는 포괄적인 기능을 제공한다.
ROSIntegration은 UE가 ROS의 기본 통신 방식인 토픽(Topic) 발행(Publish) 및 구독(Subscribe), 서비스(Service) 호출, 그리고 액션(Action) 클라이언트/서버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한다.21 이를 통해 시뮬레이션 내의 가상 로봇이 ROS 노드와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실제 로봇처럼 작동할 수 있다.rosbridge_server를 매개로 이루어지며, TCP와 웹소켓(WebSocket) 프로토콜을 모두 지원한다.21 중요한 점은 ROS1과 ROS2를 모두 지원하여 최신 로보틱스 개발 환경과의 호환성을 확보했다는 것이다.21 또한, 이미지 스트림과 같이 용량이 큰 메시지의 전송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BSON(Binary JSON) 인코딩을 활용하며, 로봇의 각 파트 위치와 방향을 나타내는 TF(Transform) 프레임 발행도 지원한다.21ROSIntegration 외에도 다른 접근법을 시도하는 프로젝트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rclUE 프로젝트는 UE의 C++ 객체 모델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C++ 기반의 rclcpp 대신 C 기반의 rcl 라이브러리를 사용하여 ROS2와 더 긴밀하고 네이티브하게 통합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22 이러한 다양한 프로젝트의 존재는 이질적인 두 생태계를 연결하려는 지속적인 노력과 다양한 철학이 공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ROS 생태계에서 로봇의 기구학적, 동역학적 속성을 기술하는 표준 형식은 URDF(Unified Robot Description Format) 파일이다.23 로보틱스 개발자들은 URDF를 사용하여 로봇의 링크(link), 조인트(joint), 시각적 메시(visual mesh), 충돌 메시(collision mesh) 등을 정의한다. 따라서 시뮬레이터가 URDF 파일을 직접 불러와 가상 로봇을 생성하는 기능은 기본적인 요구사항에 해당한다.
하지만 언리얼 엔진은 URDF를 네이티브로 지원하지 않는다.25 이는 로보틱스 개발자들에게 매우 큰 워크플로우 장벽으로 작용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커뮤니티와 연구자들은 여러 우회적인 방법을 개발했다.
URoboSim과 같은 플러그인은 URDF나 SDF(Simulation Description Format) 파일을 파싱하여 UE 내에서 동적으로 로봇 액터를 생성하려고 시도한다.28 AGX Dynamics for Unreal과 같은 상용 물리 엔진 플러그인도 자체적인 URDF 임포터를 제공한다.31그러나 이러한 우회적인 방법들은 종종 불완전하며 여러 한계를 가진다.
결론적으로, 로보틱스 표준과의 연동은 UE를 로보틱스 시뮬레이션에 활용하기 위한 필수 관문이다. ROSIntegration과 같은 플러그인이 통신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해주지만, URDF 임포트 문제는 여전히 UE 생태계가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이러한 워크플로우의 마찰은 UE가 가진 강력한 렌더링 능력에도 불구하고 로보틱스 커뮤니티의 폭넓은 채택을 가로막는 주요 장벽 중 하나로 작용한다.
로보틱스 개발자가 UE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생태계의 파편화된 도구들을 이해하고 조합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다음 표는 UE를 로보틱스에 적용하는 데 필요한 핵심적인 플러그인과 도구들을 정리하여, 이 복잡한 환경을 탐색하는 데 지침을 제공한다.
| 도구/플러그인 | 주요 기능 | 개발 주체/기원 | 핵심 특징 | ROS 지원 (ROS1/ROS2) |
|---|---|---|---|---|
| ROSIntegration | 범용 ROS-UE 통신 브리지 | code-iai (브레멘 대학) | rosbridge를 통한 Pub/Sub, 서비스, 액션. TCP/웹소켓. BSON 압축. TF 지원. 21 |
ROS1 & ROS2 모두 지원 |
| AirSim | 자율주행차(드론, 자동차)용 고충실도 시뮬레이터 | Microsoft Research | 크로스플랫폼, PX4와 SITL/HITL 연동, 상세 센서 모델(라이다, 카메라), Python/C++ API. 19 | 래퍼 노드를 통해 연동 22 |
| CARLA | 자율주행 연구 특화 오픈소스 시뮬레이터 | CVC, Intel, Toyota Research | OpenDRIVE/OpenSCENARIO 지원, NPC용 트래픽 매니저, 대규모 애셋 라이브러리, 벤치마킹용 리더보드. 20 | ROS 브리지를 통해 연동 20 |
| URoboSim | URDF/SDF 로봇 임포터 및 ROS 제어 인터페이스 | urobosim (커뮤니티/연구) | 드래그 앤 드롭 방식의 URDF/SDF 임포트, ROS 제어 인터페이스, UROSBridge에 의존. 28 | 문서상 주로 ROS1 (Kinetic) 중심 30 |
| Unreal Robotics Lab (URL) | MuJoCo 물리 엔진과 UE 렌더링 통합 프레임워크 | 연구 프로젝트 (arXiv:2504.14135) | 고정밀 MuJoCo 물리, 포토리얼리스틱 UE 렌더링, 벤치마크 시스템, 동적 환경 효과. 16 | 표준 통합 방식을 통해 지원될 것으로 추정 |
언리얼 엔진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서는 로보틱스 시뮬레이션 분야의 다른 주요 플랫폼들과의 직접적인 비교가 필수적이다. 본 장에서는 UE를 전통적인 로보틱스 시뮬레이터인 Gazebo, 그리고 또 다른 고충실도 GPU 기반 시뮬레이터인 NVIDIA Isaac Sim과 비교 분석한다. 또한, UE를 기반으로 구축된 특수 목적 시뮬레이터인 AirSim과 CARLA의 사례를 통해 UE가 생태계 내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탐구한다.
UE와 Gazebo의 비교는 단순히 기능의 우열을 가리는 것을 넘어, ‘게임 개발 엔진’과 ‘로보틱스 네이티브 시뮬레이터’라는 근본적인 철학의 차이를 보여준다.
Gazebo의 강점은 로보틱스 커뮤니티를 위해, 로보틱스 커뮤니티에 의해 만들어진 오픈소스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출발한다.
언리얼 엔진의 강점은 게임 산업에서 축적된 압도적인 기술력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강점의 차이는 다음과 같은 핵심적인 트레이드오프를 낳는다.
결론적으로, 선택은 프로젝트의 우선순위에 따라 달라진다. 물리적 상호작용과 ROS 생태계와의 완벽한 통합이 최우선이라면 Gazebo가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반면, 인식 시스템의 훈련을 위한 시각적 충실도나 고품질 시각화가 핵심 요구사항이라면 UE가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UE와 NVIDIA Isaac Sim은 모두 고충실도 그래픽과 GPU 가속을 통해 AI 기반 로봇 훈련을 목표로 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그러나 두 플랫폼의 접근 방식과 철학에는 명확한 차이가 있다.
Isaac Sim의 강점은 처음부터 로보틱스를 위해 설계된 전문 플랫폼이라는 데 있다.
언리얼 엔진의 강점은 범용 콘텐츠 제작 엔진으로서의 성숙도와 방대한 생태계에 있다.
두 플랫폼의 핵심적인 차이는 ‘특화된 로보틱스 플랫폼(Isaac Sim)’ 대 ‘범용 콘텐츠 제작 엔진(UE)’으로 요약할 수 있다. Isaac Sim은 로보틱스 개발자에게 더 간결하고 통합된 경험을 제공하는 반면, UE는 더 큰 창의적 유연성과 방대한 애셋 라이브러리를 제공하지만 로보틱스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맞춤형 엔지니어링이 필요하다.
가장 성공적인 ‘언리얼 시뮬레이터’ 중 일부는 단순히 UE 프로젝트가 아니라, UE 위에 구축된 별개의 특수 목적 플랫폼이라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UE가 특정 전문 분야에 적용될 때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Microsoft AirSim:
CARLA (Car Learning to Act):
초점: 자율주행 연구를 위한 오픈소스 시뮬레이터로, 이 분야의 학술 및 산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20
아키텍처: CARLA는 수정된 버전의 UE 위에서 작동하는 클라이언트-서버 시스템이다.20 NPC(Non-Player Character) 차량을 제어하는 트래픽 매니저, 다양한 센서 제품군, 그리고 결정적으로 도로망 정의를 위한
OpenDRIVE와 시나리오 정의를 위한 OpenSCENARIO와 같은 산업 표준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35
시사점: CARLA는 UE를 특정 전문 분야에 맞는 강력한 도구로 만들기 위해 어느 정도의 커스터마이징이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단순한 플러그인을 넘어, 자체적인 데이터 표준과 제어 로직을 갖춘 포괄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UE를 그 시뮬레이션 및 렌더링 백본으로 활용한다.20
이러한 비교 분석을 통해 로보틱스 시뮬레이션 환경이 단일한 선택지가 아닌, 다양한 요구사항과 철학을 반영하는 스펙트럼 위에 존재함을 알 수 있다. 개발자는 ‘로보틱스 네이티브 플랫폼(Gazebo)’, ‘로보틱스 중심 개발 플랫폼(Isaac Sim)’, ‘적응이 필요한 범용 엔진(UE)’, 그리고 ‘엔진 기반의 특수 목적 시뮬레이터(CARLA, AirSim)’ 사이에서 자신의 프로젝트 목표와 가용 자원에 가장 적합한 위치를 선택해야 한다. CARLA와 AirSim의 성공은 고충실도 시뮬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큰 수요를 증명하는 동시에, 게임 엔진을 특정 로보틱스 분야에 적합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상당한 ‘활성화 에너지’를 보여준다. 이는 UE의 강력한 잠재력과 동시에 ‘즉시 사용 가능한’ 로보틱스 도구로서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내는 증거이기도 하다.
다음 표는 주요 로보틱스 시뮬레이터의 핵심적인 특징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정리한 것이다. 이는 기술적 의사결정자가 각 플랫폼의 장단점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전략적인 선택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 특징 | 언리얼 엔진 (기본) | Gazebo | NVIDIA Isaac Sim |
|---|---|---|---|
| 주요 강점 | 포토리얼리스틱 렌더링 및 월드 빌딩 | 깊은 ROS 통합 및 오픈소스 | GPU 가속 물리 및 AI 워크플로우 |
| 물리 엔진 | Chaos (게임 중심, 성능 이슈) 15 | 다중 지원 (ODE, Bullet 등), 로보틱스 중심 17 | PhysX 5 (GPU 가속, 고충실도) 40 |
| 렌더링 엔진 | Lumen & Nanite (최첨단) 10 | OGRE (기본적, 기능적) 17 | 실시간 레이 트레이싱 (고충실도) 40 |
| ROS 통합 | 서드파티 플러그인(예: ROSIntegration)을 통한 연동; 설정 필요 21 | 네이티브, 깊고 광범위함 32 | 네이티브, 일급 시민(ROS/ROS2 Bridge) 40 |
| URDF 지원 | 네이티브 미지원; 복잡한 우회(플러그인/변환) 필요 25 | 네이티브 및 원활함 23 | 네이티브 임포터 제공 47 |
| 하드웨어 요구사항 | 높음 (특히 UE5 기능 사용 시) 49 | 낮음 39 | 매우 높음 (최신 NVIDIA RTX GPU 필수) 39 |
| 비용 및 라이선스 | 다수 용도에 무료; 상용 제품에 로열티 | 오픈소스 (Apache 2.0) | 무료 (Omniverse의 일부) |
| 생태계 및 애셋 | 방대함 (마켓플레이스, Quixel) | 로보틱스 특화 모델 데이터베이스 보유 | 성장 중 (Omniverse Nucleus) |
| Sim-to-Real 초점 | 주로 시각적 충실도와 도메인 랜덤화에 의존 11 | 주로 물리 및 센서 모델 정확도에 의존 | Isaac Gym, Replicator 등을 통한 통합적 접근 40 |
언리얼 엔진은 단순한 로봇 시뮬레이션을 넘어, 디지털 트윈, 심투리얼 전이, 인간-로봇 상호작용 등 로보틱스 연구의 최전선에서 새로운 방법론을 개척하는 플랫폼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는 UE가 단순한 물리 시뮬레이터를 넘어, 복잡하고 사실적인 가상 세계를 구축하고 상호작용하는 강력한 ‘월드 빌딩’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를 증명하는 영역이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은 물리적 자산, 프로세스 또는 시스템을 가상 공간에 그대로 복제하되, 실제 세계의 사물인터넷(IoT) 센서 등으로부터 실시간 데이터를 받아 상태를 동기화하는 살아있는 모델을 의미한다.5 이는 정적인 3D 모델을 넘어, 현실의 변화를 즉각적으로 반영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며 운영을 최적화하는 강력한 도구다. UE는 방대하고 복잡한 환경을 실시간으로 렌더링하고 외부 데이터 소스와 연동하는 능력이 뛰어나 디지털 트윈의 시각화 계층을 구축하는 데 이상적인 플랫폼으로 평가받는다.5
공장 자동화 분야에서 디지털 트윈은 혁신적인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물류 자동화 기업 레스그린(ResGreen)은 UE를 사용하여 창고의 3D 디지털 트윈 ‘시뮤패스(SimuPath)’를 구축했다.53 이 가상 창고에서 자율 이동 로봇(AGV)의 최적 경로를 시뮬레이션하고, 새로운 설비 배치를 테스트하며, 재고 관리 AI 알고리즘을 검증한다. 이를 통해 실제 생산 라인을 멈추지 않고도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3 또한, 현대자동차그룹은 UE의 컨트롤 릭(Control Rig) 기능을 활용해 산업용 로봇의 움직임을 가상으로 ‘티칭’하고, 간섭이나 소요 시간을 사전에 검증한 후 그 경로를 실제 로봇에 이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54
스마트 시티 및 인프라 구축에도 UE 기반 디지털 트윈이 활발히 활용된다. 호주의 애들레이드 시와 서울시의 테헤란로 디지털 트윈 사례는 도시 전체를 가상 공간에 구현하여 도시 계획, 교통 흐름 분석, 일조권 시뮬레이션, 그리고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나 홍수와 같은 재난 시나리오를 검증하는 데 사용된다.5 이러한 대규모 디지털 트윈의 일반적인 기술 아키텍처는 현실 세계의 라이다 스캔 데이터 등으로 초기 모델을 구축하고, 실시간 IoT 센서 데이터를 클라우드 플랫폼(예: Microsoft Azure Digital Twins)으로 집계한 뒤, 커넥터 플러그인을 통해 UE로 전송하여 시각화하는 파이프라인을 따른다.51 UE의
픽셀 스트리밍(Pixel Streaming) 기술을 활용하면, 고사양의 연산은 서버에서 처리하고 그 결과 화면만 웹 브라우저나 모바일 기기로 스트리밍하여 다수의 사용자가 언제 어디서든 디지털 트윈과 상호작용할 수 있게 한다. 다만, 실시간 제어가 중요한 응용에서는 스트리밍으로 인한 지연 시간(latency)이 문제가 될 수 있다.25
시뮬레이션 기반 로보틱스의 가장 큰 난제는 ‘현실과의 격차(reality gap)’ 문제이다.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완벽하게 학습된 AI 정책이 실제 로봇에 적용되었을 때, 시뮬레이션과 현실의 미묘한 차이(예: 센서 노이즈, 마찰 계수, 조명 변화)로 인해 실패하는 현상을 말한다.57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강력한 기법이 바로 도메인 랜덤화(Domain Randomization, DR)이다.11
DR의 핵심 아이디어는 시뮬레이션 환경의 다양한 파라미터(조명, 텍스처, 물리 속성 등)를 의도적으로 무작위화하여 매우 다양한 형태의 학습 데이터를 생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AI 모델은 특정 시뮬레이션 환경에 과적합(overfitting)되지 않고, 변화에 강건한 본질적인 특징을 학습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모델의 관점에서는 실제 세계가 단지 또 하나의 ‘랜덤화된 변종’처럼 보이게 되어, 시뮬레이션에서 현실로의 전이(sim-to-real transfer) 성능이 향상된다.11
언리얼 엔진은 거의 모든 시각적, 물리적 파라미터를 프로그래밍적으로 제어할 수 있어 DR을 구현하기에 매우 이상적인 환경이다.
최근에는 단순한 무작위화를 넘어, 구조화된 도메인 랜덤화(Structured Domain Randomization, SDR) 기법이 주목받고 있다. SDR은 현실 세계의 문맥을 반영하여 랜덤화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예를 들어 자동차는 도로 위에, 보행자는 인도 위에 배치하는 등 더 그럴듯하고 유의미한 시나리오를 생성한다.58
이러한 기법의 효과는 정량적으로도 입증되었다. UE에서 DR을 적용하여 생성한 합성 데이터만으로 훈련된 객체 탐지 모델(YOLOv8)이 실제 로보틱스 데이터셋에서 96.4%의 높은 mAP@50 성능을 달성한 연구 결과는, UE가 심투리얼 문제 해결을 위한 강력한 데이터 생성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58
로봇이 인간과 함께 작업하고 생활하는 미래를 위해서는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언리얼 엔진은 이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도구를 제공한다.
메타휴먼(MetaHuman) 크리에이터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극사실적인 디지털 인간을 매우 쉽고 빠르게 제작할 수 있는 도구이다.60 이렇게 생성된 사실적인 아바타는 완전히 리깅(rigging)되어 있어 즉시 애니메이션을 적용할 수 있으며, UE 프로젝트로 손쉽게 가져올 수 있다. 이를 통해
인간-로봇 상호작용(Human-Robot Interaction, HRI) 연구를 위한 시뮬레이션 환경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 연구자들은 실제 사람을 동원하는 대신, 다양한 외모와 행동을 가진 메타휴먼 아바타를 가상 환경에 배치하여 로봇이 인간을 어떻게 인식하고 반응하는지, 보행자와 어떻게 안전하게 상호작용하는지 등을 안전하고 반복적으로 테스트할 수 있다.61
또한, UE의 강력한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지원은 몰입형 원격 조작(immersive teleoperation) 인터페이스 구축에 활용된다. 기존의 2D 화면 기반 원격 조작은 운용자에게 제한된 시야와 낮은 공간 인지 능력을 제공하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VR 헤드셋(HMD)을 착용한 운용자는 로봇이 있는 원격지에 실제로 ‘존재’하는 듯한 현장감(presence)을 느끼며, 3차원 공간을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로봇을 제어할 수 있다.63 대표적인 아키텍처는 운용자가 VR 환경에서 가상 로봇을 조작하면, 그 제어 명령이 네트워크를 통해 실제 로봇에게 전달되고, 동시에 실제 로봇의 카메라 영상이나 센서 데이터가 다시 VR 환경으로 스트리밍되어 가상 객체 위에 중첩되는 혼합현실(Mixed Reality) 인터페이스를 구축하는 방식이다.65 이는 수술 로봇, 재난 구조 로봇, 우주 탐사 로봇 등 정밀하고 직관적인 원격 조작이 필수적인 분야에서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AI 모델, 특히 강화학습 에이전트를 훈련시키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다양한 환경에서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수백, 수천 개의 테스트 환경을 아티스트가 수작업으로 만드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UE의 절차적 콘텐츠 생성(Procedural Content Generation, PCG) 프레임워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강력한 솔루션이다.67
PCG는 블루프린트나 머티리얼 에디터와 유사한 노드 기반 그래프 시스템을 사용하여, 알고리즘에 따라 콘텐츠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기술이다.67 로보틱스 시뮬레이션에서 PCG는 단일 그래프를 통해 무한에 가까운 변형을 가진 테스트 환경(예: 각기 다른 건물 배치와 도로망을 가진 도시, 나무와 바위의 밀도와 위치가 다른 숲, 장애물 배치가 다른 창고)을 생성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69
PCG는 앞서 논의된 도메인 랜덤화와 완벽한 시너지를 이룬다. PCG 그래프 자체에 객체의 위치, 크기, 밀도, 회전 등을 무작위화하는 로직을 내장함으로써, 대규모 DR을 체계적이고 자동화된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다.70 이는 강건한 AI 모델 훈련에 필요한 방대하고 다양한 데이터셋을 효율적으로 생성하는 핵심 기술이 된다.
이러한 첨단 응용 사례들을 종합해 보면, UE가 로보틱스 커뮤니티에 제공하는 핵심 가치는 물리 시뮬레이터로서의 역할보다는, AI를 위한 전례 없는 ‘프로그래밍 가능한 월드 빌딩 플랫폼’이라는 점이 명확해진다. 디지털 트윈은 데이터 기반의 거대하고 상세한 세계를, 도메인 랜덤화는 그 세계를 프로그래밍적으로 변화시키는 능력을, HRI는 그 세계에 사실적인 인간을 채워 넣는 기능을, 그리고 PCG는 이 모든 세계의 생성을 자동화하는 수단을 제공한다. 이 모든 것은 로봇의 조인트 토크를 정밀하게 계산하는 것보다, 로봇이 인식하고 행동할 ‘세계’ 자체를 시뮬레이션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로봇 중심적인 전통적 시뮬레이터와 대비되는, UE만의 세계 중심적 패러다임이며, 특히 인식 및 행동 AI 연구에 있어 UE를 대체 불가능한 도구로 만드는 핵심 요인이다.
다음 표는 도메인 랜덤화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UE 내에서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실용적인 프레임워크로 정리한 것이다. 이는 개발자가 심투리얼 전이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체계적으로 DR을 적용하는 데 유용한 지침이 될 것이다.
| 랜덤화 범주 | 언리얼 엔진 내 파라미터 | 적용 예시 | 관련 자료 |
|---|---|---|---|
| 조명 | 디렉셔널 라이트(강도, 색상, 회전), 스카이 애트모스피어 속성, 포스트 프로세스 볼륨(노출, 대비, 채도) | 자율주행차가 다양한 시간대와 날씨 조건에 강건하도록 훈련 | 11 |
| 객체 속성 (시각적) | 머티리얼 인스턴스(기본 색상, 거칠기, 금속성), 텍스처 뱅크를 이용한 텍스처 랜덤화 | 객체 탐지기가 다양한 색상, 마모, 재질을 가진 부품을 인식하도록 훈련 | 11 |
| 객체 속성 (물리적) | 스태틱 메시 물리 설정(질량, 마찰력, 댐핑), 피지컬 머티리얼 애셋 | 매니퓰레이션 로봇이 약간씩 다른 무게나 표면 특성을 가진 객체를 다루도록 훈련 | 14 |
| 카메라 | 카메라 액터/컴포넌트(시야각, 트랜스폼 - 위치/회전), 포스트 프로세스 효과(렌즈 플레어, 모션 블러) | 인식 시스템이 다양한 카메라 하드웨어 및 장착 위치에 강건하도록 제작 | 11 |
| 환경 및 배치 | 절차적 콘텐츠 생성(PCG) 그래프, 방해 객체(예: 보행자, 단순 도형)를 무작위 트랜스폼으로 스폰 | 내비게이션 로봇이 혼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 대처하도록 훈련 | 11 |
언리얼 엔진이 제공하는 강력한 기능과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이를 로보틱스 프로젝트에 실제로 도입하는 과정은 여러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힌다. 본 장에서는 UE를 활용하는 데 필요한 하드웨어 사양, 인적 자원의 문제, 그리고 엔진 자체가 가진 본질적인 한계들을 실용적인 관점에서 평가한다.
고충실도 시뮬레이션은 필연적으로 높은 컴퓨팅 자원을 요구하며, 언리얼 엔진 역시 예외는 아니다. 특히 UE5의 핵심 렌더링 기능인 루멘과 나나이트를 온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하드웨어 투자가 전제되어야 한다.
UE를 로보틱스 프로젝트에 도입하는 데 있어 기술적 장벽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사람’의 문제이다. 개발자의 학습 곡선, 필요한 기술을 갖춘 인재의 수급, 그리고 그에 따른 경제적 비용은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학습 곡선(Learning Curve): UE는 그 기능이 방대하고 복잡하여 전반적으로 학습 곡선이 가파르다.73 특히 ROS와 C++ 기반의 전통적인 로보틱스 개발 환경에 익숙한 엔지니어에게는 액터, 컴포넌트, 블루프린트와 같은 게임 개발 패러다임 자체가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75 다만, 블루프린트 비주얼 스크립팅 시스템은 코딩에 익숙하지 않은 연구자나 빠른 프로토타이핑을 원하는 개발자에게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76 에픽게임즈 또한 로보틱스 학습 키트와 같은 교육 자료를 제공하며 이러한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75
인재 시장(Talent Pool): 인재 시장은 이중적인 구조를 보인다. 게임 산업 덕분에 ‘언리얼 엔진 개발자’의 수는 상당히 많다.41 그러나
언리얼 엔진과 로보틱스(C++, ROS, 물리 시뮬레이션) 양쪽에 모두 전문성을 갖춘 하이브리드 인재는 매우 드물고 수요가 높다.78 최근 방위 산업체나 로보틱스 스타트업의 ‘로보틱스 시뮬레이션 엔지니어’ 채용 공고에서 UE 경험을 필수 또는 우대 조건으로 명시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이러한 융합 기술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음을 방증한다.78
경제적 측면(Salaries): 이러한 인재의 희소성은 연봉 수준에 직접적으로 반영된다. 여러 급여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일반적인 ‘시니어 언리얼 엔진 개발자’의 평균 연봉(미국 기준 약 $80,000, 상위 소득자 약 $141,000)에 비해, 전문 분야의 ‘시니어 로보틱스 엔지니어’는 더 높은 연봉을 받는다.81 특히 UE 기술을 보유한 시니어 로보틱스 엔지니어는 연간 $170,000에서 $250,000에 이르는 높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 하이브리드 기술 스택이 상당한 프리미엄을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83
UE의 강력한 기능에도 불구하고, 엄격한 과학적 연구 및 개발 도구로서 사용될 때에는 몇 가지 근본적인 한계를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RenderOffscreen과 같은 명령줄 인자를 통해 헤드리스 렌더링을 지원하지만, 이는 플랫폼별로 동작이 다르거나 완벽하게 지원되지 않는 등 불안정한 측면이 있다.88 이는 클라우드 기반의 대규모 시뮬레이션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제약 조건이다.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종합해 볼 때, UE를 로보틱스에 도입하는 ‘비용’은 단순히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나 하드웨어 구매 비용에 국한되지 않는다. 진정한 ‘숨겨진 비용’은 특화된 인적 자본, 막대한 엔지니어링 시간, 그리고 과학적 타당성에 대한 리스크에 있다. 하드웨어 비용은 명시적이지만, 희소한 하이브리드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데 드는 인건비, 그리고 URDF 임포트나 물리 엔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커스텀 플러그인과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데 소요되는 엔지니어링 시간은 막대한 프로젝트 비용으로 이어진다. 가장 심각한 숨겨진 비용은 과학적 타당성에 대한 위협이다. 만약 시뮬레이션의 물리적 정확도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로부터 얻어진 연구 결과(새로운 제어 알고리즘, 학습된 AI 정책 등)는 현실 세계에서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이 리스크는 정량화하기 어렵지만, 학술 및 R&D 사용자에게는 가장 치명적인 고려사항이다. 따라서 UE 도입 결정에는 하드웨어와 인력에 대한 예산뿐만 아니라, 엔진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광범위한 엔지니어링 작업과 프로젝트의 과학적/상업적 목표에 대한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엄격한 검증 계획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본 보고서는 언리얼 엔진이 로보틱스 시뮬레이션 분야에서 가지는 다층적인 역할과 위상을 비판적으로 고찰했다. UE는 압도적인 시각적 충실도를 바탕으로 인식 AI 훈련과 디지털 트윈 구축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동시에 게임 중심적 아키텍처에서 비롯된 물리적 정확성과 워크플로우의 한계라는 명확한 과제를 안고 있다. 본 장에서는 이러한 분석 결과를 종합하여, 로보틱스 프로젝트에 UE 도입을 고려하는 연구자 및 개발자를 위한 전략적 프레임워크와 구체적인 권장 사항을 제시하고자 한다.
UE 도입 결정의 핵심은 프로젝트의 요구사항이 UE의 강점과 약점 중 어느 쪽에 더 부합하는지를 명확히 판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핵심적인 판단 기준은 다음과 같다.
“물리적 상호작용의 충실도보다 시뮬레이션된 세계와 인식(perception)의 충실도가 더 중요한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의사결정 프레임워크를 제안할 수 있다.
이러한 프레임워크를 바탕으로 각 이해관계자에게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조언을 할 수 있다.
ROSIntegration과 같은 플러그인은 ‘바퀴를 재발명’하는 수고를 덜어준다.언리얼 엔진과 로보틱스의 만남은 이제 시작 단계에 있으며, 앞으로의 발전 방향은 매우 역동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에픽게임즈가 로보틱스 커뮤니티의 요구사항을 얼마나 수용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만약 네이티브 URDF 임포터나 더 정확한 물리 엔진 옵션(예: MuJoCo 플러그인 공식 지원)을 제공한다면, UE는 로보틱스 분야에서 훨씬 더 지배적인 플랫폼이 될 수 있다.
둘째, 현재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모듈화된 ‘최고 조합(best-of-breed)’ 시뮬레이션 스택이 대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즉, UE는 실시간 시각화 계층의 최강자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물리, AI, 제어 로직은 다른 전문 도구들이 담당하며 API를 통해 연동되는 방식이다. 이는 각 분야의 최고 기술을 조합하여 최적의 시뮬레이터를 구축하는 유연한 접근법이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트윈과 메타버스의 성장은 게임 엔진 기술과 로보틱스의 융합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현실 세계를 미러링하고 그 안에서 로봇과 인간이 상호작용하는 가상 공간의 필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이며, 이 두 세계를 잇는 기술을 가진 엔지니어와 연구자들의 가치는 계속해서 높아질 것이다. 언리얼 엔진은 이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의 중심에서, 로보틱스의 미래를 시각화하고 실현하는 핵심적인 캔버스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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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Y 4 | 언리얼 엔진을 활용한 디지털 트윈 구축 경험 사례 - YouTube, accessed July 11, 2025, https://www.youtube.com/watch?v=_U-Ut0sCjj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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