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를 위한 열역학적 컴퓨팅 시스템
1. 서론
1.1 AI 시대의 ‘컴퓨팅 위기’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인류는 전례 없는 계산 능력의 수요 폭증에 직면했다. 그러나 반도체 기술 발전의 상징이었던 무어의 법칙(Moore’s Law)은 물리적 한계에 부딪히며 그 속도가 현저히 둔화되고 있다.1 트랜지스터가 원자 규모로 축소됨에 따라 양자 터널링(quantum tunneling)과 같은 양자 효과가 누설 전류와 오작동을 유발하며 예측 가능한 지수적 성능 향상의 시대를 마감하고 있다.1 이러한 기술적 정체는 AI 모델의 계산 요구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시점과 맞물려 심각한 ’컴퓨팅 위기(Compute Crisis)’를 초래한다. 최상위 AI 모델의 연산 수요는 약 100일마다 두 배씩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며, 이는 막대한 에너지 소비로 이어진다.1 현재 전 세계 전력의 5%에서 9%가 컴퓨팅 시스템에 사용되고 있으며, 이 추세가 계속될 경우 2030년에는 2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4 차세대 AI를 구동하기 위해 대도시 하나와 맞먹는 전력을 소비하는 기가와트(gigawatt)급 데이터센터를 건설해야 한다는 전망은 재정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경로임을 명백히 보여준다.1
1.2 새로운 패러다임의 필요성
이러한 위기는 단순히 에너지 효율성의 문제를 넘어, 근본적인 아키텍처의 부조화에서 기인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컴퓨팅 세계를 지배해 온 전통적인 컴퓨터는 결정론적(deterministic) 원리에 기반한다. 즉, 모든 연산은 예측 가능하고 명확한 0 또는 1의 세계를 구현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이를 위해 컴퓨터 시스템은 물리 세계에 내재된 혼돈스럽고 무질서하며 본질적으로 잡음이 많은 특성을 억제하는 데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한다.1 모든 트랜지스터는 완벽한 스위치로 작동해야 하며, 여기서 발생하는 모든 편차는 제거해야 할 오류로 간주된다.
그러나 현대 AI, 특히 가장 발전된 형태의 모델들은 본질적으로 확률론적(probabilistic)이다. 생성형 AI, 베이즈 추론 AI 등은 작동 원리의 핵심에 무작위성(randomness)을 필요로 한다.1 여기서 역설이 발생한다. 우리는 물리 법칙에 맞서 싸우며 완벽하게 결정론적인 기계를 만드는 데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붓고, 바로 그 기계를 사용하여 AI 알고리즘이 기능하는 데 필수적인 무작위성을 비싸게 ’시뮬레이션’하고 있는 것이다.1 이는 마치 완벽하게 통제된 무균실을 만든 뒤, 그 안에서 흙탕물을 만드는 실험을 하는 것과 같다. 이처럼 결정론적 하드웨어와 확률론적 AI 알고리즘 사이의 근본적인 철학적, 구조적 불일치는 엄청난 비효율을 낳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최적화를 넘어선 새로운 컴퓨팅 패러다임의 등장을 촉구한다.
1.3 열역학적 컴퓨팅(TC) 소개: ‘파도타기’ 접근법
이러한 컴퓨팅 위기에 대한 급진적인 해결책으로 열역학적 컴퓨팅(Thermodynamic Computing, TC)이 부상하고 있다. TC는 기존의 접근법을 완전히 뒤집어, 물리 법칙과 싸우는 대신 물리 법칙을 ‘이용하여’ 계산을 수행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1 TC의 핵심 철학은 자연에 존재하는 잡음(noise), 무작위적 요동(random fluctuation), 그리고 물리 시스템이 낮은 에너지 상태를 찾아가려는 경향성을 억제하거나 제거해야 할 대상이 아닌, 근본적인 계산 자원(computational resource)으로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1
이 접근법은 ‘파도타기(surfing)’ 비유를 통해 효과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1 전통적인 디지털 컴퓨터는 마치 거대한 댐을 건설하여 바다의 파도를 막으려는 엔지니어와 같다. 이는 엄청난 에너지를 들여 자연의 혼돈을 억누르고 질서정연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시도이다. 반면, 열역학적 컴퓨터는 파도타기 선수와 같다. 선수는 파도와 싸우는 대신, 파도에 내재된 에너지와 역학을 이용하여 복잡하고 우아한 동작을 수행한다. 이처럼 TC는 물질의 열역학적 현실을 계산의 동력으로 삼아, AI 시대가 요구하는 방대한 계산을 보다 자연스럽고 에너지 효율적인 방식으로 해결할 잠재력을 지닌다. 이는 단순히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 것을 넘어, 하드웨어의 물리적 동작과 알고리즘의 수학적 요구를 직접적으로 일치시키는 ’계산적 자연주의(computational naturalism)’로의 전환을 의미하며, 이것이 바로 TC가 기존 시스템 대비 수천에서 수백만 배에 달하는 혁신적인 성능 향상을 약속하는 근본적인 이유이다.7
2. 계산의 물리적 토대
2.1 정보, 엔트로피, 그리고 에너지
2.1.1 계산은 물리적 과정이다
모든 계산은 추상적인 논리 연산 이전에 근본적으로 물리적 과정이다. 실리콘 칩 내부의 전자 이동이든, 생물학적 세포 내의 분자 반응이든, 계산을 수행하는 모든 시스템은 열역학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8 컴퓨터는 본질적으로 수학적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에너지를 소모하는 엔진으로 간주될 수 있다.10 이러한 관점에서 자연계에 존재하는 계산 시스템, 특히 생물학적 시스템은 인공적인 시스템이 따라야 할 중요한 선례를 제시한다. 예를 들어, 리보핵산(RNA)이 아미노산으로 번역되는 과정과 같은 생물학적 정보 처리는 현재의 디지털 컴퓨터보다 훨씬 높은 열역학적 효율을 달성한다.4 이는 자연이 시끄럽고 비평형적인 환경 속에서 열역학적 원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도록 진화했음을 시사하며, 새로운 컴퓨팅 패러다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암시한다.
2.1.2 란다우어 원리 심층 분석
계산과 열역학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원리는 1961년 IBM의 연구원 롤프 란다우어(Rolf Landauer)가 제시한 란다우어 원리(Landauer’s principle)이다. 이 원리는 정보와 에너지 사이의 심오한 연결고리를 제공하며, 계산에 수반되는 최소한의 에너지 비용을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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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의 핵심: 란다우어 원리에 따르면, 비트의 삭제나 두 계산 경로의 병합과 같이 논리적으로 비가역적인(logically irreversible) 정보 조작은 반드시 시스템의 비정보적 자유도(non-information-bearing degrees of freedom)와 주변 환경에서 상응하는 엔트로피 증가를 동반해야 한다.11 정보의 삭제는 물리적 상태 공간의 축소를 의미하며, 이는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반드시 다른 곳에서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형태로 보상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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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에너지 비용: 이 엔트로피 증가는 필연적으로 열 방출로 이어진다. 1비트의 정보를 삭제하는 데 필요한 최소 에너지, 즉 ’란다우어 한계(Landauer bound)’는 다음과 같이 주어진다.10
코드 스니펫
W_{erase} \ge k_B T \ln(2)
여기서 $k_B$는 볼츠만 상수(Boltzmann constant)이고 $T$는 시스템의 절대 온도이다. 상온(약 300 K)에서 이 값은 약 $2.9 \times 10^{-21}$ 줄(Joule)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대 컴퓨터는 논리 연산당 이 이론적 한계보다 약 10억 배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어, 에너지 효율성 개선의 여지가 막대함을 보여준다.14 란다우어 원리는 단순한 이론적 추측이 아니며, 광학 기술, 이온 트랩, 초전도 기술 등 다양한 실험을 통해 그 타당성이 검증되었다.10
2.1.3 논리적 가역성과 열역학적 가역성
란다우어 원리는 ’논리적 가역성’과 ’열역학적 가역성’이라는 중요한 개념을 구분하게 한다. 이 둘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컴퓨팅 효율의 근원을 파악하는 데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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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적 비가역성: AND 게이트와 같은 연산은 논리적으로 비가역적이다. 출력값 ’0’만으로는 입력값이 ‘(0, 0)’, ‘(0, 1)’, ‘(1, 0)’ 중 무엇이었는지 유일하게 결정할 수 없기 때문에 정보가 손실된다. 란다우어 원리에 따라, 이러한 논리적으로 비가역적인 연산은 반드시 열역학적으로도 비가역적이어야 하며, 최소한의 에너지 소모를 수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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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적 가역성: 반면, CNOT(Controlled-NOT) 게이트와 같은 연산은 논리적으로 가역적이다. 출력값을 알면 입력값을 유일하게 복원할 수 있으므로 정보 손실이 없다. 이론적으로, 이러한 논리적으로 가역적인 변환은 열역학적으로 가역적인 물리적 메커니즘을 통해 수행될 수 있으며, 원리적으로는 에너지 소산 없이 계산을 완료할 수 있다.8
이러한 가역적 계산을 구현하기 위한 이론적 모델로 ’탄도 컴퓨터(ballistic computer)’와 ’브라운 컴퓨터(Brownian computer)’가 제안되었다.8 탄도 컴퓨터는 이상적인 조건에서 유한한 속도로 에너지 소산 없이 계산을 수행하는 모델이며, 브라운 컴퓨터는 열적 요동을 이용해 계산을 수행하며 속도가 0에 가까워질수록 에너지 소산이 0에 수렴하는 보다 현실적인 모델이다. 이러한 이론적 배경은 열역학적 컴퓨팅을 기존의 비가역적 계산과 이상적인 가역적 계산 사이의 실용적인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2.2 기존 컴퓨팅 아키텍처의 근본적 한계
2.2.1 폰 노이만 아키텍처
1945년 존 폰 노이만(John von Neumann)에 의해 제안된 이래, 폰 노이만 아키텍처는 현대 컴퓨팅의 근간을 이루어 왔다.15 이 구조의 핵심 특징과 내재된 한계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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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원칙: 폰 노이만 아키텍처는 중앙 처리 장치(CPU)와 주 기억 장치(RAM)가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으며, 데이터와 명령어는 동일한 메모리 공간에 저장된다. 모든 연산은 0과 1의 이진 비트를 사용하여 결정론적인 논리 연산을 통해 순차적으로 처리된다.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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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노이만 병목현상: CPU와 메모리의 물리적 분리는 필연적으로 데이터 전송 병목현상을 야기한다. CPU가 연산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메모리로부터 명령어와 데이터를 계속해서 가져와야 하는데, 이 데이터 전송 속도가 CPU의 연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바로 ’폰 노이만 병목현상(Von Neumann bottleneck)’이다.16 데이터가 CPU와 메모리 사이를 오가는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 지연과 에너지 소모가 발생하며, 이는 시스템 전체 성능을 저하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2.2.2 결정론의 대가
폰 노이만 아키텍처의 또 다른 근본적인 한계는 ’결정론’을 유지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막대한 열역학적 비용이다.
- CMOS 기술에 기반한 디지털 컴퓨터의 모든 트랜지스터는 완벽하고 예측 가능한 스위치로 작동하도록 설계되었다. 그러나 나노미터 스케일에서는 열적 잡음과 양자 효과로 인한 무작위적 요동이 불가피하다. 시스템이 이러한 본질적인 확률성을 억제하고 결정론적 상태(0 또는 1)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양의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1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 방출은 현대 컴퓨터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이며, 최고 클럭 속도는 트랜지스터의 스위칭 속도 자체가 아니라 누적된 열을 충분히 빠르게 방출할 수 있는 능력에 의해 제한된다.19 즉, 우리는 자연의 확률성과 싸우기 위해 막대한 에너지를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2.2.3 양자 컴퓨팅의 도전 과제
양자 컴퓨팅은 중첩과 얽힘이라는 양자역학적 원리를 이용하여 특정 문제에 대해 고전 컴퓨터를 능가하는 잠재력을 보여주지만, 이 역시 열역학적 관점에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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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컴퓨팅의 핵심은 큐비트(qubit)의 양자 결맞음(quantum coherence)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결맞음 상태는 주변 환경의 미세한 열적 잡음에도 매우 민감하여 쉽게 파괴된다(결어긋남, decoherence). 이를 방지하기 위해 양자 컴퓨터는 극저온 환경(절대 영도에 가깝게)에서 작동해야 하며, 이를 위한 냉각 시스템은 엄청난 에너지와 기반 시설 비용을 요구한다.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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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큐비트의 상태를 초기화하거나 측정하는 행위 자체가 정보를 파괴하는 비가역적 과정이며, 이는 필연적으로 열 방출을 수반한다.19 이처럼 양자 컴퓨팅 역시 열역학 법칙과의 끊임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으며, 잡음은 극복해야 할 가장 큰 장애물로 남아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기존 컴퓨팅 패러다임들의 근본적인 한계가 드러난다. 폰 노이만 아키텍처는 논리적 비가역성과 폰 노이만 병목현상으로 인해 효율성이 제한된다. 양자 컴퓨팅은 이론적으로 가역적인 연산을 추구하지만, 실제로는 결맞음 유지를 위해 잡음과 사투를 벌여야 하는 실용적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열역학적 컴퓨팅은 잡음을 적으로 간주하는 대신 계산의 동력으로 삼는 새로운 길을 제시하며, 이는 ‘브라운 컴퓨터’ 모델의 실용적 구현체로서 기존 패러다임들이 갖는 한계를 근본적으로 우회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3. 열역학적 컴퓨팅의 원리
3.1 무작위성의 수용: 계산 자원으로서의 잡음
3.1.1 핵심 철학
열역학적 컴퓨팅의 가장 근본적인 특징은 계산에 대한 관점을 180도 전환하는 데 있다. 기존 컴퓨팅이 잡음을 억제하고 제거해야 할 ’적’으로 간주했다면, 열역학적 컴퓨팅은 잡음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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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물질은 분자 수준에서 끊임없이 진동하며, 이러한 움직임은 필연적으로 열적, 전기적 잡음을 발생시킨다. 열역학적 컴퓨팅은 이처럼 어디에나 존재하며 별도의 비용 없이 얻을 수 있는 자연의 무작위성을 계산의 핵심 동력으로 삼는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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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접근법은 본질적으로 디지털 및 결정론적이 아닌, 아날로그 및 확률론적이다.6 계산은 시스템 내 에너지 흐름을 정교하게 조절하고, 그 결과 시스템이 도달하는 평형 상태의 확률 분포를 샘플링(sampling)함으로써 수행된다.21 이는 마치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가능성의 지형(에너지 지형)을 탐색하여 가장 가능성 높은 해답(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을 자연스럽게 찾아가는 과정과 같다.
3.1.2 자연 시스템과의 연결
열역학적 컴퓨팅은 인간의 뇌나 세포의 정보 처리 방식과 같이, 자연계에 존재하는 매우 효율적인 계산 시스템으로부터 깊은 영감을 받았다. 이러한 생물학적 시스템들은 시끄럽고 비평형적인 환경 속에서도 열역학적 원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복잡한 연산을 수행한다.4 예를 들어, 인간의 뇌는 신체 질량의 2%에 불과하지만 신진대사의 20%를 사용하며, 약 20와트(watt)라는 매우 낮은 전력으로 고도의 인지 기능을 수행한다.9 이는 자연이 잡음과 요동을 억제하는 대신, 정보 처리 과정에 통합하여 놀라운 에너지 효율을 달성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이다.
3.1.3 이론적 기반: 두 가지 계산 유형
열역학적 컴퓨팅의 이론적 토대는 ’구별 가능성(distinguishability)’과 ’인과성(causality)’이라는 두 가지 물리적 기본 공리로부터 구축될 수 있다.22 이 공리들은 두 가지 유형의 계산 과정을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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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유형 계산 (Type I Computation): 과거를 재구성하는 과정으로, 통신 시스템과 같이 소산적(dissipative)이고 발열(exothermic) 반응을 특징으로 한다. 이 과정은 엔트로피와 에너지를 환경으로 방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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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유형 계산 (Type II Computation): 미래를 제어하는 과정으로, 지능적(intelligent) 프로세스에 해당하며 흡열(endothermic) 반응을 특징으로 한다. 이 과정은 엔트로피를 감소시키기 위해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이 이론적 틀에 따르면, AI와 같은 지능적 프로세스는 제2유형 계산에 속한다. 열역학적 컴퓨팅은 바로 이러한 지능적 프로세스를 공학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안되며, 높은 지능 효율과 높은 에너지 효율이 동의어임을 시사한다.22 이는 TC가 왜 본질적으로 ‘지능적인’ 계산 작업에 적합한지에 대한 깊은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다.
3.2 요동의 하드웨어: 물리적 구현체
열역학적 컴퓨팅의 원리를 현실 세계에서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물리적 하드웨어 기술들이 연구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의 공통점은 제어 가능한 확률적 동역학을 보이는 물리 시스템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3.2.1 확률론적 비트 (p-bit)
열역학적 컴퓨팅의 기본 정보 단위는 ‘확률론적 비트(probabilistic bit)’, 즉 p-bi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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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it은 고전적인 비트(0 또는 1의 확정된 상태)나 양자 비트(큐비트, 중첩 상태)와는 구별된다. p-bit은 0과 1 사이를 무작위적으로 요동하는 견고한 단위로, 그 요동 확률을 외부에서 제어할 수 있다.23 이는 양자적 현상이 아닌 고전적 통계 현상에 기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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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p-bit들을 상호 연결하여 구성한 p-회로(p-circuit)는 전통적인 컴퓨터가 해결하기 어려운 조합 최적화 문제나 가역 논리(invertible logic) 문제 등을 효율적으로 푸는 데 매우 적합하다.25
3.2.2 p-bit 및 TC를 위한 물리적 기판
TC의 핵심 원리인 ’잡음 활용’은 특정 물질이나 기술에 국한되지 않으며, 다양한 물리 시스템에서 구현될 수 있다. 이는 TC 패러다임의 유연성과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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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도 회로 (Superconducting Circuits): 스타트업 엑스트로픽(Extropic)은 극저온으로 냉각된 칩에 조셉슨 접합(Josephson junction)을 활용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조셉슨 접합은 양자 터널링 효과를 통해 전자가 저항 없이 회로를 이동하게 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가우시안(non-Gaussian) 무작위성은 특정 AI 모델, 특히 에너지 기반 모델(EBM)에 이상적인 잡음 소스를 제공한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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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핀트로닉스와 자기 터널 접합 (Spintronics and Magnetic Tunnel Junctions, MTJs): MTJ는 p-bit를 구현하기 위한 유망한 기술이다. 에너지 장벽이 낮은 나노자석의 열적 요동을 저항 변화로 변환하는 ’확률론적 MTJ(stochastic MTJ, s-MTJ)’는 확률론적 이징 머신(probabilistic Ising machine)을 위한 조정 가능한 엔트로피 소스로 사용될 수 있다.10 이러한 s-MTJ를 CMOS 주문형 반도체(ASIC)와 통합하면 대규모의 에너지 효율적인 확률론적 컴퓨터를 구축할 수 있다.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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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론적 처리 장치 (Stochastic Processing Units, SPUs): 인쇄 회로 기판(PCB) 위에 상호 연결된 RLC 회로 배열로 구성된 초기 단계의 열역학적 컴퓨터 프로토타입이다. 이 시스템은 실험적으로 가우시안 분포 샘플링과 행렬 역산(matrix inversion)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간단한 전자 부품으로도 TC의 핵심 원리를 구현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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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접근법: 이 외에도 멤리스터(memristor)나 확률론적 발진기 네트워크(stochastic oscillator network)와 같은 소자들도 TC 하드웨어를 구현하기 위한 유망한 기술로 연구되고 있다.6
이처럼 다양한 하드웨어 구현 방식은 TC가 단일 기술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아키텍처 원리임을 보여준다. 고성능 데이터센터를 위한 이국적인 초전도 소자부터 엣지 컴퓨팅을 위한 저비용 소자에 이르기까지, 가용한 최상의 물리 기술에 맞춰 TC를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은 이 기술의 광범위한 채택 잠재력을 시사한다.
4. AI 응용을 위한 열역학적 컴퓨팅
4.1 확률론적 AI와의 자연스러운 공생
열역학적 컴퓨팅 하드웨어의 물리적 특성은 현대 인공지능, 특히 확률론적 AI의 알고리즘적 요구와 완벽하게 부합한다. 이는 단순한 성능 향상을 넘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간의 근본적인 시너지를 창출한다.
4.1.1 물리와 알고리즘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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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플링 문제의 자연스러운 해결: 베이즈 AI, 생성형 AI 등 많은 핵심 AI 작업은 본질적으로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확률 분포로부터 데이터를 샘플링하는 문제로 귀결된다.1 예를 들어, 텍스트나 이미지로부터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는 확산 모델(diffusion model)은 말 그대로 순수한 잡음에서 시작하여 이 잡음을 점차 구조화된 데이터로 변환하는 역방향 확산 과정을 학습한다.1 결정론적인 디지털 컴퓨터는 이러한 샘플링 작업을 수행하는 데 근본적으로 부자연스럽고 비효율적이다.32 반면, 내재된 물리적 잡음을 활용하는 열역학적 컴퓨팅 하드웨어는 이러한 초기 잡음을 에너지 소모 없이 자연스럽게 제공하며, 샘플링 과정을 물리적 현상 그 자체로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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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망 학습에서의 대칭성 파괴: 표준적인 심층 신경망(deep neural network) 학습 과정에서도 무작위성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학습 초기 단계에서 신경망의 가중치(weight)를 무작위로 설정해야만 각 뉴런이 서로 다른 특징을 학습하도록 하는 ’대칭성 파괴(symmetry breaking)’가 일어나 효율적인 학습이 가능하다. 현재 디지털 하드웨어에서는 비용이 많이 드는 의사 난수 생성 알고리즘을 통해 이 무작위성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낸다.7 열역학적 컴퓨터는 기반이 되는 물리 시스템의 고유한 열적 요동으로부터 이러한 무작위성을 ‘무료로’ 얻을 수 있어, 학습 과정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든다.
4.2 에너지 기반 모델과 물리적 문제 해결사
열역학적 컴퓨팅과 AI의 시너지는 에너지 기반 모델(Energy-Based Models, EBMs)이라는 공통 언어를 통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다. TC 하드웨어는 EBM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EBM의 물리적 구현체가 된다.
4.2.1 EBM: TC의 모국어
EBM은 변수들 간의 관계를 에너지 함수 또는 비용 함수를 통해 기술하는 모델이다. 시스템의 상태가 바람직할수록 낮은 에너지를, 그렇지 않을수록 높은 에너지를 갖도록 함수를 설계한다. 자연스럽게 포텐셜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상태가 변하는 열역학적 컴퓨팅 하드웨어는 EBM의 살아있는 물리적 화신이라 할 수 있다.7
4.2.2 이징 모델과 볼츠만 머신
이러한 원리는 이징 모델(Ising model)과 볼츠만 머신(Boltzmann machine)이라는 수학적 프레임워크를 통해 구체화되며, 복잡한 최적화 문제를 푸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 이징 모델: 외판원 문제(Traveling Salesman Problem)나 최대 컷(Max-Cut) 문제와 같은 수많은 조합 최적화 문제들은 이징 모델의 바닥 상태(ground state), 즉 가장 낮은 에너지 구성을 찾는 문제로 변환(mapping)될 수 있다.33 일반적인 이징 모델의 해밀토니안(Hamiltonian, 에너지 함수)은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코드 스니펫
H(\sigma) = -\sum_{\langle i,j \rangle} J_{ij} \sigma_i \sigma_j - \sum_i h_i \sigma_i
여기서 $\sigma_i \in \{-1, 1\}$은 스핀(이진 결정을 나타냄), $J_{ij}$는 스핀 간의 상호작용 강도, $h_i$는 외부 자기장(편향)을 나타낸다.
- 볼츠만 분포와 어닐링: 통계 역학에 따르면, 온도
$T$에 있는 물리 시스템은 각 상태$\sigma$에 대해 볼츠만 분포(Boltzmann distribution)에 비례하는 확률로 존재하게 되며, 이 분포는 에너지가 낮은 상태를 선호한다.37
코드 스니펫
P(\sigma) = \frac{1}{Z} e^{-H(\sigma)/k_B T}
여기서 $Z$는 모든 상태 확률의 합이 1이 되도록 하는 정규화 상수(분배 함수)이다. 열역학적 컴퓨터 하드웨어에 이징 해밀토니안 $H(\sigma)$를 물리적으로 구현하고(예: MTJ 배열의 결합 강도를 $J_{ij}$로 설정), 시스템의 유효 온도를 서서히 낮추는 과정, 즉 물리적 어닐링(physical annealing)을 수행하면, 시스템은 자연스럽게 에너지가 가장 낮은 상태로 수렴하게 된다. 이 최종 상태가 바로 원래 최적화 문제의 해답에 해당한다.1
4.2.3 볼츠만 머신 하드웨어
멤리스터나 MTJ를 이용한 열역학적 컴퓨팅 하드웨어는 볼츠만 머신의 대규모 병렬 하드웨어 가속기로 작동할 수 있다. 이는 GPU나 FPGA 구현에서 발생하는 통신 병목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여, 학습과 추론을 매우 효율적으로 수행할 잠재력을 가진다.39
4.3 실제 구현 사례 및 성능 분석
열역학적 컴퓨팅은 단순한 이론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하드웨어 프로토타입을 통해 그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4.3.1 확률론적 처리 장치(SPU) 실험
최초의 연속 변수(continuous-variable) 열역학적 컴퓨터로 알려진 SPU는 TC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다.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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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텍처: 8개의 RLC 회로가 완전 연결(all-to-all coupled)된 간단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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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연된 기능: 이 장치는 사용자가 지정한 가우시안 분포로부터 성공적으로 샘플링을 수행했으며, 또한 사용자가 지정한 행렬의 역행렬을 계산하는 데 성공했다. 후자는 열역학적 선형대수(thermodynamic linear algebra)의 최초 실험적 시연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29
이 실험은 TC 하드웨어가 단순히 최적화 문제뿐만 아니라, AI와 과학 계산의 핵심적인 수학적 연산(샘플링, 선형대수)을 물리적으로 직접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TC가 특정 알고리즘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계산 장치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드웨어의 물리적 동역학이 곧 알고리즘의 실행 과정이 되는 ‘네이티브 실행(native execution)’ 개념은 TC가 가진 혁신적 잠재력의 근원이다.
4.3.2 예측된 성능 향상
’열역학적 이점(thermodynamic advantage)’이라는 개념은 TC가 특정 문제 영역에서 기존 디지털 컴퓨터를 능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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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적 연구들은 점근적 속도 향상(asymptotic speedup)을 예측하는데, 이는 문제의 크기가 특정 임계점을 넘어서면 TC가 디지털 컴퓨터보다 필연적으로 더 빨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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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복잡한 확률 분포로부터의 샘플링과 같은 작업에서는 기존 시스템에 비해 속도와 에너지 효율 면에서 수천 배에서 수백만 배에 달하는 향상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7 일부 특정 응용 분야에서는 이미 100배에서 10,000배의 실질적인 성능 향상이 제안되기도 했다.6 이러한 예측은 TC가 단순한 점진적 개선이 아닌, 컴퓨팅 성능의 비약적인 도약을 이끌 수 있는 파괴적 기술임을 시사한다.
5. 기술 지형과 미래 전망
5.1 컴퓨팅 패러다임 비교 분석
열역학적 컴퓨팅의 독특한 위치와 잠재력을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폰 노이만 아키텍처는 물론, 함께 부상하고 있는 양자 컴퓨팅 및 뉴로모픽 컴퓨팅과의 다각적인 비교가 필수적이다. 아래 표는 네 가지 주요 컴퓨팅 패러다임의 핵심 특징을 요약하여 비교 분석한 것이다.
이 비교 분석을 통해 열역학적 컴퓨팅의 차별성이 명확해진다. TC는 폰 노이만 아키텍처의 결정론과 메모리-프로세서 분리 문제를 극복하고, 양자 컴퓨팅처럼 극단적인 환경 제어를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강력한 계산 능력을 제공한다. 또한, 뉴로모픽 컴퓨팅과 같이 자연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생물학적 구조의 모방을 넘어 보다 근본적인 물리 법칙인 열역학을 직접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모든 다른 패러다임이 억제하고자 하는 ’잡음’을 핵심 계산 자원으로 변환하는 철학적 전환은 TC를 가장 독보적인 위치에 놓이게 한다.
표 1: 컴퓨팅 패러다임 비교
| 특징 (Feature) | 폰 노이만 아키텍처 (Von Neumann) | 양자 컴퓨팅 (Quantum Computing) | 뉴로모픽 컴퓨팅 (Neuromorphic) | 열역학적 컴퓨팅 (Thermodynamic) |
|---|---|---|---|---|
| 기본 정보 단위 | 비트 (Bit) (0 또는 1) 15 | 큐비트 (Qubit) ($\alpha\vert0\rangle + \beta\vert1\rangle$) 19 | 스파이크 (Spike) [42] | 확률론적 비트 (p-bit) [6, 24] |
| 연산 방식 | 결정론적, 논리 게이트 15 | 양자 중첩, 얽힘, 간섭 43 | 이벤트 기반, 병렬적, 뇌 모방 15 | 확률론적, 물리적 평형 탐색 [6, 16] |
| 메모리와 프로세서 | 분리 (병목 현상 발생) [15, 17] | 통합 (큐비트 상태) 19 | 통합 (시냅스 가중치) 15 | 통합 (물리 시스템 상태) [15, 17] |
| 잡음(Noise) 처리 | 억제 (에너지 소모) 1 | 극저온 냉각으로 억제 (결맞음 유지) 19 | 내성 보유 또는 활용 [31] | 핵심 계산 자원으로 활용 1 |
| 주요 응용 분야 | 범용 계산 | 특정 알고리즘 (쇼어, 그로버) 43 | 패턴 인식, 저전력 센싱 15 | 확률론적 AI, 최적화, 샘플링 [16, 29] |
| 에너지 효율성 | 낮음 (열 방출 문제) [1, 19] | 매우 낮음 (냉각 시스템) 19 | 매우 높음 (뇌 모방) [9, 15] | 잠재적으로 매우 높음 6 |
5.2 도전 과제, 연구 동향 및 상용화
열역학적 컴퓨팅은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여러 기술적, 공학적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5.2.1 주요 연구 그룹 및 상용 플레이어
현재 TC 생태계는 선구적인 연구 기관과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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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및 연구 기관: 산타페 연구소(Santa Fe Institute)는 계산의 열역학에 대한 근본적인 이론 연구를 주도하고 있으며 4,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ETH Zurich) 등에서도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45 또한, 컴퓨팅 커뮤니티 컨소시엄(Computing Community Consortium)을 통해 여러 대학 연구 그룹들이 워크숍을 조직하며 이 분야의 연구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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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용 스타트업: 엑스트로픽 AI(Extropic AI)는 초전도 회로를 이용해 에너지 기반 모델에 특화된 TC 칩을 개발하고 있으며 7, 노멀 컴퓨팅(Normal Computing)은 열역학적 ASIC 개발에 주력하며 최근 세계 최초의 TC 칩 테이프아웃(tape-out)을 발표하는 등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6
5.2.2 주요 장애물과 도전 과제
TC 기술이 널리 채택되기까지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과제들을 극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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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 및 제조: SPU와 같은 소규모 개념 증명(proof-of-concept) 단계에서 벗어나, 대규모로 상업적으로 실행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고 막대한 자본과 자원을 필요로 한다.6 특히 s-MTJ 배열이나 초전도 칩을 대량으로, 균일한 품질로 제조하는 것은 주요한 공정상의 도전 과제이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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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및 소프트웨어 공동 설계: TC 하드웨어의 물리적 특성에 최적화된 새로운 종류의 휴리스틱, 알고리즘, 컴파일러 및 전체 소프트웨어 스택을 개발하는 것은 필수적이다.6 이는 기존의 프로그래밍 패러다임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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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독 및 입출력(Readout and I/O): 아날로그적인 열역학 시스템에서 얻어진 계산 결과를 정확도 손실이나 상당한 에너지 오버헤드 없이 고전적인 디지털 세계로 효율적으로 변환하는 것은 핵심적인 기술적 난제이다. 이는 양자 컴퓨팅의 판독 문제와 유사한 어려움을 가진다.32
5.2.3 미래 동향
이러한 도전에도 불구하고, TC와 더 넓은 의미의 확률론적 컴퓨팅의 미래는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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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시스템: 단기적으로 TC 하드웨어는 독립적인 범용 컴퓨터보다는, 기존의 고전 컴퓨터 시스템 내에서 특수한 작업을 가속하는 보조 프로세서(co-processor)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31 예를 들어, 저전력 TC 시스템이 방대한 해 공간을 확률적으로 탐색하여 유망한 후보 영역을 추려내면, 자원 집약적인 양자 컴퓨터가 그 좁혀진 영역에 대해 심층적인 탐색을 수행하는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를 구상할 수 있다.43 이러한 접근은 TC와 양자 컴퓨팅이 단순한 경쟁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강점을 보완하는 공생 관계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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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론적 컴퓨팅의 부상: AI의 미래가 확률론적이라는 공감대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49 이러한 거시적 흐름은 TC와 같이 본질적으로 확률론적인 새로운 하드웨어에 대한 수요를 촉진할 것이다. 이는 인프라, 미들웨어, 응용 프로그램 등 컴퓨팅 스택 전반에 걸쳐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50
6. 결론
6.1 패러다임 전환의 요약
열역학적 컴퓨팅은 AI 시대가 직면한 컴퓨팅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을 제시한다. 이는 물리 법칙에 맞서 싸우며 결정론적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자연에 내재된 확률성과 열역학적 경향성을 계산의 동력으로 적극 활용하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이다. 파도를 막기 위해 댐을 쌓는 대신, 파도의 힘을 이용해 서핑을 하는 것과 같은 이 발상의 전환은 계산을 더 이상 추상적인 논리 과정이 아닌, 제어되고 목적 지향적인 물리적 과정으로 재정의한다.
6.2 AI를 위한 변혁적 잠재력
하드웨어의 물리적 동작을 알고리즘의 수학적 요구와 직접적으로 일치시킴으로써, 열역학적 컴퓨팅은 AI 분야에 변혁적인 잠재력을 가진다. 특히 생성 모델링, 베이즈 추론, 대규모 최적화와 같이 확률적 샘플링이 핵심인 분야에서 기존 시스템을 압도하는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달성할 수 있다. 이는 AI 컴퓨팅의 에너지 위기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현재의 하드웨어 제약으로 인해 탐구되지 못했던 새로운 AI 알고리즘과 응용 분야의 문을 열어줄 것이다.
6.3 앞으로의 길
물론 열역학적 컴퓨팅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기술은 이제 막 초기 단계에 있으며, 트랜지스터의 발명에 비견될 만큼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한다.6 확장성, 제조,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 등 수많은 도전 과제가 남아있다. 그러나 TC는 컴퓨팅의 근본 원리로 돌아가, 무어의 법칙 이후 정체된 계산 능력의 발전 경로를 이어갈 새로운 ’S-커브(S-curve)’를 제시한다.51 이는 단순히 더 빠르고 효율적인 컴퓨터를 만드는 것을 넘어, 계산이라는 행위 자체를 이해하고 공학적으로 구현하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며, 제어된 열역학적 진화로서의 컴퓨팅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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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rmodynamic Computing - A New Paradigm - Deep Learning Partnership, https://deeplp.com/f/thermodynamic-computing—a-new-paradigm?blogcategory=AI+Saf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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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y Probabilistic Computing Is the Future - Generative AI Newsletter, https://newsletter.genai.works/p/why-probabilistic-computing-is-the-future
- Thermodynamic Computing: Better than Quantum? | Guillaume Verdon and Trevor McCourt, Extropic -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OwDWOtFNsK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