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암 AI 로봇 현장실증 & 교육센터
2025-09-17, G25DR
1. 서론: 위기와 기회의 교차점, 조선업의 디지털 혁신 요구
대한민국 조선 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건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질적인 노동집약적 구조와 심화되는 인력난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1 특히 용접, 도장 등 고위험·고강도 공정에 대한 기피 현상과 숙련 인력의 고령화는 단순한 인력 부족 문제를 넘어, 산업 경쟁력의 근간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기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을 활용한 생산 공정의 자동화 및 지능화, 즉 ’스마트 조선소’로의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연적 과제가 되었다.3 이미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주요 경쟁사들 역시 디지털 전환(DX)을 통해 생산 효율성 증대와 안전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기술 혁신의 속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2
이러한 거시적 배경 하에, 전라남도 영암에 설립된 ’AI 로봇 현장실증 & 교육센터’는 대한민국 조선업이 직면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핵심적인 전략적 자산으로 평가된다. 본 보고서는 해당 센터를 대한민국 조선업 혁신의 선도적 사례로 선정하여, 그 설립 과정부터 핵심 기능, 도입 기술, 독특한 협력 모델에 이르기까지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분석을 수행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센터가 가지는 산업적 의미를 규명하고, 나아가 대한민국 제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 전략 수립에 필요한 핵심 통찰과 미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 AI 로봇 현장실증 & 교육센터의 설립과 전략적 목표
2.1 -1. 설립 개요: 민관 협력 모델의 구축
전남 영암 AI 로봇 현장실증 & 교육센터는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대기업, 그리고 중소 기술기업의 역량이 결집된 대표적인 민관 협력(Public-Private Partnership) 모델이다.5 구체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라남도가 공동으로 사업비를 지원하고, 기술 수요처인 HD현대삼호와 기술 공급처인 중소 협력업체들이 기술 협력을 통해 구축하였다.1
총사업비는 16억 7천만 원이 투입되었으며, 이 재원은 정부의 핵심 제조업 경쟁력 강화 정책인 ’뿌리산업 특화단지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확보되었다.5 이는 센터 설립이 개별 기업의 노력을 넘어 국가 제조업의 근간을 강화하려는 거시적 정책 목표와 맞닿아 있음을 시사한다. 센터는 전남 영암 HD현대삼호 사업장 내에 연면적 360㎡, 지상 2층 규모로 조성되었으며, 2025년 6월 18일 준공식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하였다.1
<표 1> AI 로봇 현장실증 & 교육센터 핵심 개요
| 항목 | 내용 |
|---|---|
| 공식 명칭 | AI 로봇 현장실증 & 교육센터 |
| 소재지 | 전라남도 영암군 HD현대삼호 사업장 내 |
| 설립 주체 | 산업통상자원부, 전라남도, HD현대삼호, 중소 협력업체 |
| 총사업비 | 16억 7천만 원 |
| 규모 | 연면적 360㎡ (지상 2층) |
| 준공일 | 2025년 6월 18일 |
| 핵심 기능 | 기술 개발, 현장 실증, 전문인력 교육, 유지보수 (원스톱 통합 플랫폼) |
| 주요 목표 | 조선업 자동화 혁신, 경쟁력 강화, 인력난 해소, 대·중소기업 상생 |
2.2 -2. 전략적 목표: ’원스톱 통합 플랫폼’의 의미
본 센터의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은 단순한 연구개발(R&D) 시설이나 교육장을 넘어선다는 점에 있다. 센터는 조선소 현장에 필요한 로봇 기술의 개발 단계부터, 개발된 기술을 실제 공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시험하는 현장 실증, 해당 기술을 운용할 전문인력 교육, 그리고 현장 도입 후 안정적인 운영을 지원하는 유지보수에 이르기까지, 기술 도입과 확산에 필요한 전 과정을 한 곳에서 포괄적으로 수행하는 ’원스톱 통합 플랫폼(One-stop Integrated Platform)’을 지향한다.5 이는 ‘로봇 토털 솔루션(Robot Total Solution)’ 공간으로서, 기술이 실험실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현장의 생산성 향상으로 직결되도록 설계되었음을 의미한다.8
궁극적으로 센터는 AI와 로봇 기술의 도입을 통해 전남 지역 조선 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고, 산업계가 공통으로 직면한 인력난 문제를 해결하며, 대기업과 중소 협력업체가 동반 성장하는 건강한 스마트 제조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1
2.3 -3. 지정학적 및 산업적 입지 분석: 왜 영암 HD현대삼호인가?
센터의 입지가 영암 HD현대삼호로 결정된 것은 필연적인 전략적 선택의 결과로 분석된다.
첫째, HD현대삼호는 국내 굴지의 조선사로서, 실제 선박 건조 공정이 24시간 이루어지는 최적의 테스트베드(Testbed)다. 센터에서 개발된 자동화 기술을 즉각적으로 실제 생산 라인과 유사한 환경에 적용하고, 현장 작업자로부터 실시간 피드백을 받아 기술을 개선할 수 있는 독보적인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는 기술 개발과 현장 적용 사이의 간극, 이른바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을 극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둘째, 전라남도는 조선업이 지역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기반 산업이며 1, 정부로부터 ’뿌리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되어 정책적, 재정적 지원을 이끌어내기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이는 지역 산업을 육성하려는 지방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생산성 혁신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기업의 기술적 수요가 정확히 일치한 결과물이다. 이처럼 센터는 중앙정부의 제조업 혁신 정책, 지방정부의 지역산업 육성 의지, 대기업의 생산성 향상 필요성, 그리고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의 시장 확보 요구라는 각기 다른 이해관계가 ’스마트 조선소 구축’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시너지를 창출한 전략적 결합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단발성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산업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장기적 포석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3. 센터의 핵심 기능과 운영 프레임워크 분석
3.1 -1. 기술 개발 및 현장 실증(Demonstration): 조선 공정 특화 기술의 산실
센터의 운영은 조선 공정의 특수성을 깊이 고려하여 설계되었다. 특히, 전체 공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작업으로 꼽히는 용접 공정의 자동화에 초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1 이는 가장 시급하고 기술적 파급효과가 큰 핵심 문제부터 해결함으로써,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의 효율을 추구하려는 실용적인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센터의 핵심적 역할은 개발된 AI 로봇 기술을 실제 조선소 현장과 거의 동일하게 구현된 실증 환경에서 즉시 시험하고 검증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실험실 수준의 연구가 실제 현장의 복잡하고 가변적인 환경(예: 온도, 습도, 분진, 공간 제약 등)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신속한 실증 과정은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고 현장 적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함으로써, 기술 상용화까지의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3.2 -2. 전문인력 양성(Education): 현장 맞춤형 기술 인력 공급
성공적인 기술 도입은 첨단 장비뿐만 아니라, 이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인력에 의해 완성된다. 센터는 이러한 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현장 맞춤형 기술 인력 양성을 핵심 기능으로 설정하였다. 교육 프로그램은 단순히 장비의 스위치를 켜고 끄는 수준의 매뉴얼 교육을 지양한다. 대신, 이론 교육과 실제 조선소 공정을 그대로 재현한 시나리오 기반의 실습 교육을 병행함으로써, 교육생들이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돌발 상황에 대한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실무형 인재로 성장하도록 지원한다.9
교육 대상은 일차적으로 HD현대삼호 소속 직원과 사내 협력사 작업자들이다.13 이는 새로운 자동화 장비 도입에 대한 현장의 심리적, 기술적 저항을 최소화하고 기술 수용성을 높이는 데 직접적인 효과를 가진다. 현장 작업자들이 로봇을 ’일자리를 위협하는 경쟁자’가 아닌, ’힘들고 위험한 작업을 돕는 파트너’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기술이 현장에 원활하게 안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3.3 -3. 기술 확산 및 유지보수(Support):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의 파급
센터의 비전은 HD현대삼호라는 단일 기업의 혁신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장기적으로는 자본과 정보가 부족하여 신기술 도입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의 중소 조선사 및 부품 협력업체들이 자동화·지능화 기술을 보다 쉽게 도입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기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5 이는 대기업의 기술 혁신 성과가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다.
더 나아가, 센터는 단순히 기술을 보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도입된 로봇이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최고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유지보수 및 기술 지원까지 포괄하는 ’토털 솔루션’을 지향한다.8 이는 중소기업이 고가의 자동화 설비를 도입한 후 사후 관리 문제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기술 도입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방지하는 중요한 안전장치다. 이처럼 센터의 기능은 ’개발-실증-교육-지원’이라는 유기적인 순환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이는 외부 기술을 단순히 구매하여 도입하는 차원을 넘어, 현장에서 직접 시험하고(실증), 사람을 가르쳐 기술에 익숙하게 만들고(교육),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 해결해주는(지원) 일련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조직과 산업 생태계의 고유 역량으로 완전히 흡수하고 체화(內在化)시키려는 정교한 전략으로 평가할 수 있다.
4. 도입 핵심 기술 및 인프라 상세 분석
4.1 -1. 하드웨어: 용접 자동화를 위한 협동 로봇
센터의 기술적 기반의 핵심은 국내 로봇 전문기업 뉴로메카(Neuromeka)가 개발하고 공급한 첨단 협동 로봇 시스템이다.9 조선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선정된 이 로봇들은 센터의 실증 및 교육 프로그램의 중추를 이룬다.
주요 도입 로봇 모델은 뉴로메카의 주력 범용 협동 로봇인 **‘인디(Indy) 시리즈’**와, 조선업에서 가장 수요가 높은 용접 공정에 특화된 **‘옵티(OPTi) 시리즈’**다.9 ‘인디’ 시리즈는 다양한 부품의 핸들링, 조립, 검사 등 범용적인 작업에 활용되어 로봇 자동화의 기초 원리를 교육하는 데 사용된다. 반면, ‘옵티’ 시리즈는 정밀하고 일관된 품질이 요구되는 용접 작업을 자동으로 수행하도록 최적화되어, 조선소의 핵심 공정 자동화를 직접적으로 실증하고 관련 오퍼레이터를 양성하는 데 집중적으로 활용된다. 이 로봇들과 함께 실제 현장의 용접 공정을 그대로 재현한 맞춤형 용접 시스템 및 다양한 실습 장비가 구축되어 교육의 현장감을 극대화하고 있다.9
<표 2> 도입 핵심 기술 및 장비 명세
| 분류 | 장비명/기술명 | 제조사/플랫폼 | 주요 특징 및 역할 |
|---|---|---|---|
| 하드웨어 (로봇) | 협동 로봇 ‘Indy’ 시리즈 | ㈜뉴로메카 | 범용 협업 작업용, 로봇 자동화 기초 교육 및 실습 |
| 용접 특화 협동 로봇 ‘OPTi’ 시리즈 | ㈜뉴로메카 | 용접 공정 자동화에 최적화, 전문 오퍼레이터 양성 | |
| 소프트웨어 | AI 기반 데이터 분석 및 로봇 제어 시스템 | 자체 개발/협력 | 용접 품질 실시간 분석, 최적 용접 경로 생성, 공정 최적화 |
| 교육 인프라 | VR 기반 로봇 조작 시스템 | HTC Vive | 비전문가 대상 가상 시뮬레이션 교육, 안전성 확보, 조작 숙련도 향상 |
4.2 -2. 소프트웨어: AI 기반 데이터 분석 및 로봇 제어
센터가 도입한 로봇 시스템은 사전에 입력된 경로를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그 핵심에는 인공지능(AI) 기반의 데이터 분석 및 로봇 제어 기술이 자리 잡고 있다.5 이 기술은 로봇에 장착된 비전 센서 등을 통해 용접 부위의 형태, 간격 등 작업 환경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분석한다. AI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용접 조건(전류, 전압, 속도 등)을 자동으로 설정하고, 미세한 오차까지 보정하며 로봇 팔의 움직임을 제어한다. 이는 작업자의 숙련도에 따라 품질이 좌우되던 기존 방식과 달리, 24시간 균일한 고품질의 용접을 가능하게 하여 생산성과 품질 안정성을 동시에 극대화한다. 나아가, 축적된 작업 데이터는 AI 모델을 지속적으로 학습시켜 더욱 정교하고 효율적인 작업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 활용될 것이다.3
4.3 -3. 교육 인프라: VR 시뮬레이션을 통한 접근성 강화
센터의 교육 인프라 중 가장 혁신적인 요소는 가상현실(VR) 기술의 도입이다. 세계적인 VR 플랫폼인 ’바이브(Vive)’를 기반으로 한 로봇 조작 시뮬레이션 시스템이 구축되어, 교육생들은 실제 로봇을 만지기 전에 가상 공간에서 로봇의 움직임을 제어하고 다양한 용접 시나리오를 경험할 수 있다.9
이 VR 시뮬레이션 교육은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첫째, 고가의 로봇 장비 파손이나 안전사고의 위험 없이 초보자도 안심하고 반복적인 연습을 할 수 있어 교육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비약적으로 높인다. 둘째, 로봇 조작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심리적 장벽을 낮추어, 비전문가나 고령 작업자도 새로운 기술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센터가 단순한 기술 전문가 양성을 넘어, 조선소 현장 인력 전체의 디지털 역량을 상향 평준화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센터는 용접 특화 로봇 ’옵티’를 통해 고된 작업을 직접 수행하는 ‘인력 대체’ 전략과, 협동 로봇 ‘인디’ 및 VR 교육을 통해 작업자가 로봇을 더 쉽고 안전하게 활용하도록 돕는 ‘인력 지원(증강)’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고 있다. 이는 급진적 자동화가 초래할 수 있는 현장의 혼란과 저항을 최소화하고, 인간과 로봇이 시너지를 창출하는 협업 모델을 점진적으로 구축해나가려는 매우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접근법이라 할 수 있다.
5. 거버넌스와 협력 생태계
5.1 -1. 민관 협력(Public-Private Partnership) 모델의 작동 방식
영암 AI 로봇 센터의 지속가능성은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정교한 협력 거버넌스에 기반한다. 이 모델은 신기술 도입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높은 위험을 분산시키고, 성공의 과실은 생태계 전체로 확산시키는 효과적인 메커니즘을 내포하고 있다.
-
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전라남도): 국가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지역 산업 육성이라는 거시적 목표 아래,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초기 설립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는 ‘마중물’ 역할을 수행한다. 정부의 참여는 프로젝트의 공공성과 신뢰도를 담보하며, 향후 규제 완화나 추가적인 정책 지원의 기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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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HD현대삼호): 명확한 기술 수요를 제기하고, 자사의 생산 현장을 테스트베드로 제공하는 ‘앵커 기업(Anchor Company)’ 의 역할을 한다. 개발된 기술의 최종 수요처로서 프로젝트의 방향이 산업 현장의 실제 문제 해결에 집중되도록 이끌며, 기술의 실효성을 최종적으로 검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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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기업 (㈜뉴로메카 등 중소 협력업체): AI, 로봇, 제어 시스템 등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솔루션 프로바이더(Solution Provider)’ 역할을 담당한다. 대기업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고, 조선업이라는 거대 시장에 대한 성공적인 레퍼런스를 확보함으로써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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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기관 (중소조선연구원 등): 준공식에 참석한 중소조선연구원과 같은 기관들은 산학연 연계의 구심점으로서, 중장기적인 기술 로드맵 수립, 기술 표준화 연구, 전문적 자문 등을 제공하는 ‘싱크탱크(Think Tank)’ 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5
이러한 민관 협력 모델의 핵심은 신기술 도입에 따르는 재정적, 기술적 ’위험’을 각 주체가 분담하는 구조에 있다. 정부는 예산 지원을 통해 재정적 위험을, HD현대삼호는 현장 제공을 통해 기술 적용의 위험을, 뉴로메카는 기술 개발의 위험을 나누어 부담한다. 반면,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그 ‘성과’(생산성 향상, 원가 절감, 기술 경쟁력 확보)는 HD현대삼호를 넘어 중소 협력사와 지역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는 위험은 최소화하고 성과는 극대화하는 매우 합리적인 거버넌스 모델이라 평가할 수 있다.
<표 3> 주요 참여 기관 및 역할(R&R)
| 구분 | 기관명 | 역할 및 책임 (Roles & Responsibilities) |
|---|---|---|
| 공공 부문 | 산업통상자원부, 전라남도 | 정책 방향 수립, 예산 지원, 사업 총괄 (‘뿌리산업 특화단지 지원’) |
| 수요 기업 (대기업) | HD현대삼호 | 현장(Testbed) 제공, 기술 수요 제기, 교육 인력 참여, 최종 기술 도입 및 확산 |
| 기술 기업 (중소기업) | ㈜뉴로메카, 중소 협력업체 | 핵심 로봇 및 AI 솔루션 개발·공급, 현장 설치 및 기술 지원 |
| 연구·지원 기관 | 중소조선연구원 | 연구개발 자문, 기술 표준화, 산학연 협력 프로그램 연계 |
5.2 -2. 대·중소기업 상생 모델로서의 가능성
본 센터의 협력 모델은 대한민국 제조업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온 수직적 하도급 관계를 극복하고, 수평적·개방형 협력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중요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대기업인 HD현대삼호는 중소기업의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자사의 생산성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한다. 동시에,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은 대기업이라는 안정적인 실증 환경과 초기 시장을 확보함으로써 기술 개발에 따르는 불확실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구매-공급 관계를 넘어, ’스마트 조선소 구축’이라는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기술을 함께 개발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함께 해결하며, 최종적인 성과를 공유하는 진정한 의미의 파트너십으로 발전할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다.1 이러한 상생 모델이 성공적으로 정착될 경우, 이는 조선업을 넘어 다른 제조업 분야에서도 대·중소기업 간의 새로운 협력 표준을 제시하는 선도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6. 산업적 파급효과와 미래 발전 방향
6.1 -1. 단기적 성과: 생산성 향상 및 인력난 해소
센터 운영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가장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는 생산성 향상과 인력난 해소다. 용접과 같이 위험하고 육체적 강도가 높은 반복 작업을 로봇이 대체함으로써, 직접적인 생산 속도 향상과 인건비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한, 24시간 일관된 품질로 작업을 수행하여 불량률을 감소시키고, 이는 곧 원가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
더 중요한 것은 인력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센터는 수십 년간 축적된 숙련공들의 암묵적인 노하우(know-how)를 AI와 로봇의 움직임 데이터로 변환하여 디지털화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전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15 이는 숙련공의 은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기술 단절의 위기를 극복하고, 젊은 인력들이 보다 안전하고 스마트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심각한 인력난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다.1
6.2 -2. 장기적 비전: ‘스마트 조선소’ 구축을 위한 교두보
영암 AI 로봇 센터는 단기적인 공정 개선을 넘어, HD현대가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미래형 조선소, 즉 ’FOS(Future of Shipyard) 프로젝트’의 실현을 위한 핵심 기술을 검증하고 구체화하는 전초기지로서의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있다.2 FOS 프로젝트는 설계부터 생산, 물류, 관리에 이르는 조선소의 모든 가치사슬을 디지털 데이터 기반으로 통합하고 자동화하여,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고 ’무인(unmanned) 조선소’에 가까운 형태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거대한 비전의 실현을 위해, 센터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용접 공정의 자동화에서부터 시작하여 데이터와 경험을 축적한다. 여기서 확보된 AI 기반 제어 기술, 로봇 운영 노하우, 데이터 분석 역량은 향후 도장, 블록 조립, 선체 검사, 자재 물류 등 조선소 내 다른 복잡한 공정으로 자동화를 확대 적용하는 데 결정적인 기술적 자산이 될 것이다.3
6.3 -3. 확장 전략 분석: 휴머노이드와 물류 자동화를 향한 진화
센터가 정적인 시설이 아니라 끊임없이 진화하는 플랫폼이라는 사실은 최근의 전략적 움직임을 통해 명확히 드러난다. 2025년 9월 15일, HD현대삼호는 LG CNS, HD현대로보틱스와 **‘안전한 공정 운영 및 효율화를 위한 휴머노이드 및 물류자동화 기술 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였다.16 이 MOU는 센터의 미래 발전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결정적인 이정표다.
이 협약의 핵심 기술 로드맵은 두 가지 방향으로 요약된다. 첫째, 기존 협동 로봇이 수행하기 어려웠던 복잡하고 비정형적인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개발이다. 이는 용접 외에도 측정, 성형, 관제 등 인간의 유연한 움직임과 판단력이 필요한 고난도 공정까지 자동화의 영역을 확장하려는 시도다.16 둘째, 자율이동로봇(AMR)을 활용하여 거대한 조선소 내의 자재와 부품을 자동으로 운반하는
물류 자동화 시스템 구축이다.16 이는 개별 공정의 자동화를 넘어, 공정과 공정 사이의 흐름까지 최적화하려는 시스템적 접근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HD현대삼호는 현장 데이터와 인프라를, LG CNS는 AI 및 데이터 융합 플랫폼을, HD현대로보틱스는 공정별 특화 AI 모션 제어 기술을 제공하는 등, 더욱 고도화된 역할 분담 체계를 구축했다.16
이러한 움직임은 센터가 ’용접’이라는 특정 공정, 즉 ’점(點)’의 자동화 문제 해결에서 시작하여, 이제는 공정을 연결하는 ’물류(線)’와 다양한 작업을 포괄하는 ’복합 공정(面)’을 포함하는 조선소 전체의 지능화를 목표로 진화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는 센터가 일회성 문제 해결을 위한 시설이 아니라, 미래 조선소의 최종 비전을 향해 단계적으로 기술을 실현해 나가는 ’살아있는 실험실(Living Lab)’로서 역동적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7. 결론: 지속 가능한 혁신을 위한 제언
본 보고서에서 심층 분석한 바와 같이, 전남 영암 AI 로봇 현장실증 & 교육센터의 성공적인 출범은 몇 가지 핵심 요인의 유기적 결합에 기인한다. ▲’조선업 공정 혁신’이라는 명확하고 실용적인 목표 설정, ▲정부-대기업-중소기업의 위험 분담 및 성과 공유에 기반한 효과적인 민관 협력 거버넌스, ▲협동 로봇과 VR 등 현장 수용성이 높은 실용적 기술의 우선 도입, 그리고 ▲용접 자동화에서 휴머노이드 및 물류 자동화로 나아가는 단계적 확장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이 센터는 대한민국 제조업이 직면한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혁신을 이루기 위한 중요한 선례를 제시한다.
이러한 성공 모델을 타 산업으로 확산하고 대한민국 조선업의 미래 경쟁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정책적 제언으로, 정부는 ’뿌리산업 특화단지 지원 사업’과 같은 성공적인 정책 모델을 섬유, 주조, 금형 등 유사한 어려움을 겪는 타 노동집약적 전통 산업에도 적극적으로 확대 적용해야 한다. 이때, 초기 설립 자금 지원에 그치지 않고, 센터의 장기적인 운영 안정성과 지속적인 기술 고도화를 지원할 수 있는 후속 R&D 및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연계하여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둘째, 전략적 제언으로, 디지털 전환을 고민하는 타 산업의 기업들은 영암 센터의 ‘점(點) → 선(線) → 면(面)’ 확장 전략을 적극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전사적인 혁신을 한 번에 추진하기보다는, 자사의 생산 공정 중 가장 시급하고 파급효과가 큰 핵심 문제부터 자동화를 시작하여 빠른 성공 사례(Quick-Win)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작은 성공 경험은 조직 내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점차 자동화의 범위를 넓혀가는 점진적 접근법이 전사적 디지털 전환의 성공 확률을 극대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조선업의 ‘초격차’ 경쟁력 유지를 위해, 영암 센터는 향후 개별 로봇 기술의 고도화를 넘어 조선소 전체를 하나의 유기체처럼 운영하는 통합 플랫폼 기술 확보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현실의 조선소를 가상 공간에 그대로 복제하여 공정 시뮬레이션과 최적화를 수행하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 생산 데이터 스스로 품질 저하 요인을 예측하고 제어하는 자율제조 AI(Autonomous Manufacturing AI), 그리고 모든 장비와 시스템이 소통할 수 있는 데이터 표준화 기술 확보가 향후 기술 로드맵의 핵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3 영암 AI 로봇 센터는 이러한 미래 기술을 현실로 만드는 대한민국 조선업 혁신의 심장부로서 그 역할을 계속해서 확장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8. 참고 자료
- 전남 조선업 AI로봇 현장실증교육센터 개소 - 지디넷코리아, https://zdnet.co.kr/view/?no=20250619150847
- 조선업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 국내 조선사들의 DX 현황 - 클루닉스, https://www.clunix.com/insight/it_trends.php?boardid=ittrend&mode=view&idx=804
- 조선업과 AI 자율제조 - INTERX, https://interxlab.com/industry/shipbuilding.php
- 조선업이 AI를 만나 똑똑해진다…‘스마트 조선소’ 경쟁 - 비즈한국, https://www.bizhankook.com/bk/article/27102
- 조선업의 미래, AI 로봇이 이끈다 - AI타임스, https://www.a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71464
- 전남도, 조선업 자동화위한 AI로봇 현장실증교육센터 개소 - 전남인뉴스, https://www.jnin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8639
- [보도뉴스닷컴] [전남도] 조선업 자동화 혁신위한 AI로봇 현장실증교육센터 개소, https://www.bodonews.com/627928
- HD현대삼호, AI로봇 현장실증 교육센터 출범…“스마트 조선소 디지털 전환 선도” - 해사신문, http://www.haes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38841
- 뉴로메카, ‘AI 협동 로봇 용접 인재’ 육성 본격화…HD현대삼호에 인프라 …, https://www.hellot.net/news/article.html?no=102538
- 조선업 자동화 혁신위한 AI로봇 현장실증교육센터 개소 - 빅터뉴스, https://www.bigtanews.co.kr/article/view/big202506190025
- ‘조선업 자동화 혁신’ AI로봇 현장실증교육센터 개소[목포MBC 뉴스데스크] -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FoJ8LpaLZgU
- HD현대삼호 ‘AI로봇 현장실증 교육센터’ 개소 - 호남매일, http://m.homae.co.kr/article.php?aid=1750345200855371003
- HD현대삼호, AI로봇 현장실증 교육센터 출범…스마트 조선소 구축 가속↑ - 더밸류뉴스, https://www.thevaluenews.co.kr/news/190925
- HD현대삼호, AI로봇 현장실증 교육센터 출범 - 라디오코리아, https://www.radiokorea.com/news/article.php?uid=476834
- 교육소개 - 한국로봇산업진흥원 학습관리시스템, https://www.kiria.org/el/info/info_form.acl?b=G05&t=1
- HD현대삼호,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동화 기술 개발 나선다 - Daum, https://v.daum.net/v/20250915141646507
- HD현대삼호,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동화 기술 개발로 미래 조선소 구축, https://www.hd.com/kr/newsroom/media-hub/press/view?detailsKey=3662
- HD현대삼호, 휴머노이드·자동화로 ‘미래형 조선소’ 구축 박차, https://www.38.co.kr/html/news/newsprint.php?m=&key=&no=1819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