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 Hatchling (BDH) 아키텍처 포스트-트랜스포머 패러다임
1. 포스트-트랜스포머 아키텍처의 당위성
인공지능(AI) 분야는 트랜스포머(Transformer) 아키텍처의 등장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경험했다. 대규모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s, LLMs)의 성공은 거의 전적으로 트랜스포머의 강력한 패턴 인식 및 생성 능력에 기반한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의 이면에는 아키텍처 자체의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하며, 이는 자율 AI(autonomous AI)로 나아가는 길에 중대한 장벽으로 작용한다. 본 안내서는 이러한 맥락에서 Pathway 연구진에 의해 개발된 새로운 AI 아키텍처인 ‘Dragon Hatchling’(이하 BDH)에 대한 심층 기술 분석을 제공한다. BDH는 단순한 성능 개선이 아닌, 트랜스포머가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한 대안적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1 트랜스포머의 성공과 근본적 한계
트랜스포머는 셀프 어텐션(self-attention) 메커니즘을 통해 시퀀스 내의 장거리 의존성을 효과적으로 포착함으로써 자연어 처리(NLP)를 포함한 여러 AI 분야에서 혁명을 일으켰다. 그러나 트랜스포머의 작동 방식은 본질적으로 정적인 데이터셋에 대한 통계적 패턴 학습에 의존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핵심적인 한계는 ‘시간에 따른 일반화(generalization over time)’ 능력의 부재이다.1
시간에 따른 일반화란, 동적으로 변화하는 환경과 새로운 정보에 직면했을 때, 재훈련 없이 지속적으로 추론하고, 경험으로부터 학습하며, 적응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는 인간 지능의 핵심적인 특성이지만, 현재의 트랜스포머 기반 모델들은 이러한 능력이 현저히 부족하다.1 이들은 과거 데이터의 패턴을 정교하게 모방하고 재현하는 데는 뛰어나지만, 훈련 데이터 분포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상황이나 장기적인 인과관계를 추론하는 데에는 본질적인 어려움을 겪는다. 즉, 이들은 정적인 ’패턴 매칭 시스템’에 가깝다.
더불어 트랜스포머의 또 다른 중대한 문제는 ‘블랙박스(black box)’ 특성이다. 모델의 의사결정 과정은 수십억 개의 파라미터를 포함하는 조밀한 행렬 곱셈(dense matrix multiplications) 내부에 숨겨져 있어 해석이 거의 불가능하다.1 이러한 불투명성은 모델의 예측을 신뢰하기 어렵게 만들며, 특히 금융, 의료, 국방과 같이 안전성과 예측 가능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분야에서 AI의 도입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장애물이 된다. 규제가 엄격한 산업에서는 모델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하고 통제할 수 없다면, 그 강력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실제 배포가 불가능할 수 있다.4
1.2 Pathway의 제언: 점진적 개선이 아닌 패러다임 전환
Pathway의 연구진은 이러한 문제들이 단순히 모델의 크기를 키우거나 더 많은 데이터를 투입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고 진단한다. 그들은 시간에 따른 일반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아키텍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1 Pathway의 공동 창립자이자 최고과학책임자(CSO)인 아드리안 코소프스키(Adrian Kosowski)는 BDH가 “트랜스포머 기반 아키텍처의 점진적 개선이 아니라,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명확히 선언했다.1 이는 AI 연구의 지배적인 패러다임, 즉 ’스케일이 전부(scaling is all you need)’라는 가설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탄생한 BDH는 ‘포스트-트랜스포머(post-Transformer)’ 아키텍처를 표방하며, 거대 언어 모델과 생물학적으로 타당한 뇌 모델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1 BDH는 기존의 접근법을 따르는 대신, 신경과학과 복잡계 과학의 원리에서 영감을 받아 AI가 어떻게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추론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이는 성능 지표 경쟁을 넘어, AI의 작동 원리 자체를 재정의하려는 시도이며, 자율 AI로 가는 길에 누락되었던 핵심적인 연결고리를 제공하려는 야심 찬 비전을 담고 있다.
1.3 안내서의 목표 및 구조
본 안내서는 BDH 아키텍처의 기술적, 전략적 측면을 총체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안내서는 다음과 같은 구조로 전개된다. 먼저 BDH의 기반이 되는 신경과학적, 이론적 원리를 탐구하고, 아키텍처의 구체적인 작동 메커니즘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이후, 트랜스포머와의 성능 비교 벤치마킹 결과를 제시하고, BDH가 제공하는 핵심적인 장점인 해석 가능성의 원리와 그 의미를 고찰한다. 마지막으로, 실제 산업 적용 사례를 통해 BDH의 전략적 역량을 평가하고, 자율 AI의 미래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조망하며 결론을 맺는다.
2. 기본 원리: 자연 지능의 모방
BDH 아키텍처의 설계 철학은 단순히 성능을 최적화하는 것을 넘어, 자연 지능, 특히 인간의 뇌가 정보를 처리하고 추론하는 방식을 근본 원리로 삼는 데 있다. 이는 시간에 따른 일반화라는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는 유일한 시스템인 뇌의 구조와 작동 방식에서 해답을 찾으려는 시도이다. 복잡계 과학과 신경과학의 통찰은 BDH의 핵심적인 구조적, 기능적 특징을 결정했다.
2.1 추론의 청사진으로서의 신피질
BDH 아키텍처는 포유류의 뇌에서 학습, 기억, 의사결정과 같은 고차원적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신피질(neocortex)의 구조와 동작을 모방하도록 설계되었다.1 신피질의 가장 놀라운 특징 중 하나는 기능적으로 전문화된 모듈 구조가 유전자에 의해 미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학습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형성된다는 점이다. Pathway는 이러한 ‘창발(emergence)’ 현상이야말로 지능의 핵심 열쇠라고 주장한다.1
이러한 철학에 따라, BDH의 모듈 구조는 설계자가 의도적으로 구획을 나눈 것이 아니라, 훈련 과정 중에 스스로 조직화되어 나타난다. 이는 복잡계 과학의 핵심 개념으로, CEO 주잔나 스타미로프스카(Zuzanna Stamirowska)의 학문적 배경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4 모델이 고정된 구조가 아닌, 데이터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스스로 기능적 구조를 만들어나간다는 것은 정적인 트랜스포머와 구별되는 BDH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점 중 하나이다. 이 창발적 모듈성은 시스템이 새로운 정보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기존 지식과 새로운 지식을 통합하여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의 기반이 된다.
2.2 정보 전파의 중추, 스케일 프리 네트워크
BDH는 ’스케일 프리(scale-free) 생물학적 영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구축되었다.2 스케일 프리 네트워크는 실제 세계의 많은 복잡계(인터넷, 소셜 네트워크, 생물학적 네트워크 등)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구조로, 두 가지 핵심적인 특징을 가진다. 첫째, 대부분의 노드(node)는 적은 수의 연결(link)만을 가지는 반면, 극소수의 노드는 엄청나게 많은 연결을 가지는 ‘허브(hub)’ 역할을 한다. 이를 ‘멱함수 법칙(power-law)’ 또는 ’긴 꼬리 분포(heavy-tailed degree distribution)’라고 한다.3 둘째, 이러한 구조는 네트워크에 안정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부여한다.
BDH에서 이 구조는 장기 추론(long time horizons)을 지속하고, 안정성과 새로운 지식 통합 능력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4 네트워크의 안정적인 허브들은 핵심적인 장기 기억이나 개념적 지식의 골격을 유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며(안정성), 상대적으로 연결이 적은 주변부 노드들은 새로운 정보에 맞춰 빠르게 연결을 바꾸며 적응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가소성). 이 구조는 AI 모델이 지속적인 학습 과정에서 새로운 정보를 배우면서도 과거의 중요한 지식을 잊어버리는 ‘파국적 망각(catastrophic forgetting)’ 문제를 구조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제공한다. 즉, 스케일 프리 네트워크라는 토폴로지 선택은 단지 생물학적 유사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학습이라는 기능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필연적인 구조적 해법인 것이다. 이는 AI 모델의 성능이 학습 알고리즘뿐만 아니라 그 기반이 되는 네트워크의 위상 기하학적 구조에 깊이 의존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네트워크 과학과 복잡계 이론이 미래 AI 연구의 핵심 분야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3 정적 파라미터에서 동적 학습으로
기존의 딥러닝 모델들은 ’훈련 후 배포(train-then-deploy)’라는 정적인 라이프사이클을 따른다. 모델은 한 번 훈련이 완료되면 그 파라미터가 고정되고, 추론 시에는 새로운 데이터를 처리할 뿐 모델 자체가 변하지는 않는다. 반면, BDH는 ‘실시간의, 적응적인(live, adaptive)’ 시스템으로 설계되어 실시간 데이터 스트림으로부터 직접 학습하고 진화한다.4
BDH의 핵심 아이디어는 어텐션(attention)과 모델 파라미터(model parameters)를 뇌와 같은 동적 시스템의 두 가지 다른 시간 척도(timescale)를 가진 반영으로 보는 것이다.4 추론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알려짐에 따라 어텐션은 빠른 속도로 변하며 단기적인 문맥을 처리하고, 시스템이 장기적인 습관을 바꾸면서 모델 파라미터는 더 느린 속도로 변한다. 이는 인간이 단기적인 작업 기억을 활용해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장기 기억을 서서히 형성해나가는 과정과 유사하다. 이 동적인 접근 방식은 모델이 재훈련 없이도 경험을 통해 개선되고, 작업 중간에도 추론하며, 상황에 맞게 지속적으로 적응하는 능력을 부여하는 핵심 메커니즘이다.
3. 아키텍처 심층 분석: 뇌 기반 모델의 메커니즘
BDH 아키텍처의 이론적 기반을 이해했다면, 이제 그 구체적인 작동 방식을 심층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BDH는 추상적인 그래프 모델에서부터 현대적인 하드웨어에서 효율적으로 구동되는 텐서(tensor) 기반의 구현체에 이르기까지 다층적인 구조를 가진다. 이 섹션에서는 BDH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들과 그 상호작용, 그리고 트랜스포머와의 근본적인 차이를 만드는 메커니즘을 상세히 분석한다.
3.1 BDH 모델: 국소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뉴런 입자 시스템
BDH 아키텍처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는 ’국소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뉴런 입자(locally-interacting neuron particles)’이다.3 이는 추상적인 수학적 연산자가 아니라, 서로 협력하는 뉴런 집단처럼 행동하는 개별적인 계산 단위들로 시스템을 모델링한 것이다.1 전체 시스템은 국소적인 동역학(local dynamics)에 의해 지배되는 그래프 기반 시스템으로 표현될 수 있다.3 외부로부터 데이터 입력이 주어지면, 이 입력은 뉴런 입자 집단을 조종(steer)하고, 입자들은 서로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지식을 구축하고 추론을 수행한다.1
이러한 뉴런 네트워크는 생물학적 뇌 회로를 모방하여, 신호를 증폭시키는 흥분성 회로(excitatory circuit)와 신호를 억제하는 억제성 회로(inhibitory circuit)로 조직화된다. 각 뉴런은 입력 신호가 특정 임계값(threshold)을 넘을 때만 활성화되는 ‘통합 후 발화(integrate-and-fire)’ 메커니즘을 사용하는데, 이는 실제 뉴런의 발화 방식을 단순화하여 모델링한 것이다.2 이처럼 국소적인 상호작용 규칙들이 모여 전체 시스템 수준에서 복잡하고 지능적인 행동이 창발되는 것이 BDH의 핵심 원리이다.
3.2 작업 기억: 헤비안 학습과 스파이킹 뉴런
BDH가 트랜스포머와 가장 급진적으로 다른 점은 작업 기억(working memory)을 처리하는 방식에 있다. 트랜스포머가 추론 중에 정적인 키-값 캐시(key-value cache)를 외부 메모리로 사용하는 반면, BDH의 작업 기억은 추론 과정 중에 전적으로 ’헤비안 학습(Hebbian learning)을 동반한 시냅스 가소성(synaptic plasticity)’에 의존한다.3
- 헤비안 학습: “함께 발화하는 뉴런은 함께 연결된다(Neurons that fire together, wire together)“는 원리로 요약되는 신경과학의 고전적인 학습 규칙이다. BDH는 이 원리를 계산 모델에 직접 적용한다. 모델이 특정 개념(concept)을 처리하거나 추론할 때, 그 개념과 관련된 뉴런 입자들이 동시에 활성화되고, 그 결과 이들 사이의 시냅스 연결(가중치)이 실시간으로 강화된다.7 이것이 바로 BDH가 문맥을 ’학습’하고 ’기억’하는 방식이다. 즉, 기억은 별도의 저장 공간에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 연결 구조 자체의 동적인 변화로 구현된다.
- 스파이킹 뉴런(Spiking Neurons): 전통적인 인공 신경망의 뉴런들이 연속적인 활성화 값을 출력하는 것과 달리, 스파이킹 뉴런은 불연속적인 이벤트, 즉 ’스파이크(spike)’를 통해 정보를 전달한다. 이는 생물학적 뉴런의 정보 처리 방식과 더 유사하며, 정보가 필요할 때만 신호를 보내므로 잠재적으로 에너지 효율이 매우 높다. BDH는 헤비안 학습 메커니즘에 이 스파이킹 뉴런을 결합하여, 생물학적으로 더 타당하고 효율적인 계산 모델을 구현한다.2
이러한 접근 방식은 AI 모델에서 메모리와 계산의 경계를 허문다. 트랜스포머에서는 메모리(문맥)와 계산(가중치)이 분리되어 있지만, BDH에서는 계산 과정(뉴런 상호작용)이 곧 메모리에 쓰는 행위(시냅스 강화)가 된다. 입력 데이터는 고정된 계산 그래프에 활성화 값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계산 그래프 자체를 국소적으로 직접 수정한다. 이는 모델이 정적인 인공물이 아니라,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자신의 내부 구조를 끊임없이 재구성하는 ‘살아있는’ 시스템에 한 걸음 더 다가섰음을 의미한다. “재훈련 없는 적응(adapt without retraining)“이라는 주장은 바로 이 메커니즘을 통해 실현된다.4
3.3 BDH-GPU 변형: 텐서 친화적 공식화
BDH의 기본 모델이 이론적으로 우아한 그래프 모델이지만, 실제 대규모 연산을 위해서는 현대의 병렬 컴퓨팅 하드웨어, 특히 GPU에 최적화된 형태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개발된 것이 BDH-GPU 변형이다.5 BDH-GPU는 그래프의 동적 상호작용을 ’상태 공간 시스템(state-space system)’으로 공식화하여, 텐서 연산에 친화적인 형태로 변환한다.3 이를 통해 그래프 모델의 이론적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GPU의 대규모 병렬 처리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실용적인 성능을 확보할 수 있다.
BDH-GPU의 구체적인 구현에는 순방향 신경망(feed-forward network)을 위한 ‘ReLU-lowrank’ 블록과 같은 요소들이 포함된다. 이러한 블록들은 신호 전파 동역학을 제어하고, 앞서 언급한 창발적 모듈성이 나타나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보인다.3 이처럼 BDH-GPU는 이론적 모델과 실제적 구현 사이의 간극을 잇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3.4 선형 어텐션과 문맥 관리
트랜스포머의 셀프 어텐션은 시퀀스 길이가 길어짐에 따라 연산량이 제곱(O(n2))으로 증가하는 계산 복잡도 문제를 안고 있다. 이는 처리할 수 있는 문맥(context)의 길이에 실질적인 제약을 가한다. BDH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형 어텐션(linear attention)’을 채택한다.4 선형 어텐션은 연산량이 시퀀스 길이에 선형적(O(n))으로 증가하므로, 이론적으로는 문맥 창 크기에 제한이 없다.4
또한 BDH는 ’양의 개념 공간(positive concept space)’에서의 어텐션을 구현하기 위해 독특한 기법을 사용한다. 이는 지역성 민감 해싱(Locality-Sensitive Hashing, LSH)을 이용하여 키(key) 벡터들을 양의 사분면(positive orthant)으로 이동시키는 과정을 포함한다.3 이는 모델의 활성화 값이 희소하고 양수(sparse and positive)여야 한다는 설계 원칙과도 일맥상통하며, 해석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또 다른 요소이다.
4. 해석 가능성이라는 지상 과제: 블랙박스에서 투명한 추론으로
BDH 아키텍처가 제시하는 가장 중요하고 잠재적으로 혁신적인 기여는 ’내재된 해석 가능성(inherent interpretability)’이다. 기존의 대규모 AI 모델들이 성능을 위해 해석 가능성을 희생해 온 반면, BDH는 해석 가능성을 사후 분석의 대상이 아닌, 아키텍처 설계의 핵심 목표로 삼았다. 이는 AI의 신뢰성, 안전성, 그리고 실질적인 산업 적용을 위한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4.1 해석 가능성을 위한 설계
BDH의 해석 가능성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몇 가지 핵심적인 설계 원칙의 필연적인 결과이다. 그 중심에는 모델의 ’활성 벡터(activation vectors)’가 “희소하고 양수(sparse and positive)“라는 특징이 있다.3 이는 트랜스포머의 조밀하고(dense), 양수와 음수 값을 모두 가지는 활성 벡터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트랜스포머의 활성 벡터에서 개별 차원은 여러 개념이 뒤섞인 채 표현되어 그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BDH의 희소하고 양수인 활성화는 특정 개념이 활성화될 때 소수의 특정 뉴런만이 양의 값으로 발화함을 의미한다. 이는 각 뉴런의 역할을 추적하고 이해하는 것을 훨씬 용이하게 만든다.
4.2 단일의미성: 하나의 시냅스, 하나의 의미
이러한 설계는 ’단일의미성(monosemanticity)’이라는 중요한 특성으로 이어진다. BDH는 언어 과제에서 단일의미성을 경험적으로 입증했는데, 이는 개별 시냅스나 뉴런이 여러 개념을 중첩하여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특정 개념에만 반응하는 경향이 있음을 의미한다.3 예를 들어, 모델이 ’사과’라는 단어를 듣거나 ’사과’에 대해 추론할 때, ’사과’라는 개념에 해당하는 특정 시냅스들의 연결 강도만이 선택적으로 강화된다.3
놀라운 점은 이러한 단일의미성이 1억 개 미만의 파라미터를 가진 작은 모델에서도 나타난다는 사실이다.2 이는 단일의미성이 모델의 크기나 데이터의 양에 따른 부수적인 현상이 아니라, BDH 아키텍처 자체가 가진 근본적인 속성임을 시사한다. 이 특성 덕분에 연구자나 개발자는 모델의 특정 뉴런이나 시냅스의 활동을 관찰함으로써 모델이 현재 어떤 개념을 처리하고 있는지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4.3 뉴런을 넘어: 상태의 해석 가능성
BDH의 해석 가능성은 개별 뉴런이나 파라미터를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Pathway는 BDH가 “뉴런과 모델 파라미터의 해석 가능성을 뛰어넘는 상태의 해석 가능성(interpretability of state)“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2 이는 매우 중요한 차이점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BDH의 작업 기억은 시냅스 가중치의 동적인 상태 그 자체이다. 따라서 특정 추론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어떤 시냅스들이 활성화되고 강화되는지를 추적하면, 이는 곧 모델의 ’사고의 연쇄(chain of thought)’를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것과 같다.
이는 마치 뇌 활동을 fMRI로 촬영하여 어떤 영역이 활성화되는지 보는 것처럼, AI의 내부 추론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전례 없는 창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모델이 복잡한 질문에 답을 할 때, 어떤 개념(시냅스)들이 순차적으로 활성화되어 최종 결론에 도달했는지 그 경로를 시각화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된다.
4.4 안전성, 예측 가능성, 그리고 규제 준수
이러한 내재된 해석 가능성은 AI 안전성 연구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잠재력을 지닌다. 현재의 AI 안전성 및 정렬(alignment) 연구는 대부분 ‘법의학적’ 접근법을 취한다. 즉, 이미 훈련된 블랙박스 모델을 사후에 분석하여 그 행동을 이해하고 제어하려는 시도이다. 이는 매우 어렵고 간접적인 방식이다. 반면 BDH는 ’예방적 안전 공학’으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한다.
모델의 내부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은, 단순히 문제를 사후에 분석하는 것을 넘어,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연다. 예를 들어, 특정 시냅스 경로의 활성화로 대표되는 바람직하지 않거나 위험한 ’사고 패턴’을 감지하고, 모델이 해당 상태로 진입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는 ’안전 거버너(safety governor)’를 구현할 수 있다. 이는 선호도 데이터에 기반한 미세조정(fine-tuning)과 같은 간접적인 정렬 방식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능동적인 통제 메커니즘을 제공한다.
이러한 투명성은 “증명 가능한 위험 수준(provable risk level)“을 보장하는 기반이 되며 1, 닉 보스트롬(Nick Bostrom)의 “클립 공장(Paperclip Factory)” 사고 실험과 같이 자율 AI가 장기적으로 작동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예측하고 통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1 또한,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기업 및 규제 기관의 요구사항을 충족시켜, 지금까지 AI 도입이 어려웠던 분야로의 확장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4
5. 성능 분석 및 비교 벤치마킹
새로운 아키텍처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이론적 우아함과 독창적인 기능뿐만 아니라, 기존의 지배적인 모델과 비교했을 때의 실질적인 성능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 섹션에서는 BDH의 성능에 대한 Pathway의 주장을 분석하고, 트랜스포머 아키텍처와의 비교를 통해 그 강점과 잠재적 한계를 평가한다.
5.1 트랜스포머와 유사한 스케일링 법칙 및 성능 동등성
BDH의 가장 핵심적인 성능 주장은 새로운 기능들을 위해 기존의 성능을 희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5 연구 결과에 따르면, BDH는 ’트랜스포머와 유사한 스케일링 법칙(Transformer-like scaling laws)’을 보이며, 동일한 파라미터 수(1,000만 ~ 10억 개)와 동일한 훈련 데이터를 사용했을 때, 언어 및 번역 과제에서 GPT-2의 성능과 필적하는 결과를 경험적으로 보여주었다.3
여기서 GPT-2를 비교 대상으로 선정한 것은 전략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이는 BDH가 현재 최첨단(state-of-the-art) 모델을 모든 표준 벤치마크에서 능가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검증된 강력한 기반 모델과 동등한 수준의 기본적인 언어 능력을 갖추었음을 입증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를 통해 ’기본 성능은 충분히 확보했으니, 이제 BDH만이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된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는 논리를 전개할 수 있다. 즉, 경쟁의 장을 전통적인 벤치마크 점수에서 시간에 따른 일반화, 해석 가능성, 실시간 적응성과 같은 새로운 차원으로 이동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는 AI 모델의 ’성능’이라는 개념 자체를 재정의하려는 시도이다. 미래의 AI 시장은 단일 지표로 평가되는 최고의 모델 하나가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정적인 대규모 패턴 매칭에 특화된 모델(예: 거대 트랜스포머)과 동적인 실시간 추론 엔진(예: BDH)으로 양분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5.2 장기 추론 및 소량 데이터 환경에서의 우월성
BDH가 트랜스포머를 능가한다고 주장하는 영역은 바로 장기 추론(long-horizon reasoning)과 소량의 데이터(scarce data) 환경이다. BDH는 트랜스포머보다 “더 긴 사고의 연쇄(increased length of the chain-of-thought)“를 가질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이를 통해 더 오랜 시간 동안 일관된 추론을 유지하고, 특히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더 나은 추론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1
이러한 능력은 장기적인 시간 지평에서 추론을 지속하도록 설계된 아키텍처의 본질적인 특성에서 비롯된다.4 또한, 사고의 연쇄(Chain-of-Thought, CoT) 감독(supervision)을 통해 더 어려운 문제로의 전이(transfer) 능력이 현저하게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5 이는 BDH가 단순히 정보를 기억하는 것을 넘어, 복잡한 문제 해결을 위한 알고리즘적 구조를 학습하고 일반화하는 데 강점을 가짐을 보여준다.
5.3 효율성 및 지연 시간
계산 효율성 측면에서도 BDH는 상당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선형 어텐션과 희소 활성화(sparse activations)의 채택은, 특히 단일 모델이 장시간 실행되는 시나리오에서 더 빠른 추론 속도와 토큰 생성 지연 시간(latency)의 극적인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1
또한, BDH 시스템의 ‘지역성(locality)’ 원리, 즉 데이터가 처리되는 물리적 위치 바로 옆에 관련 데이터가 위치하도록 하는 설계는 거대 트랜스포머 모델에서 주요 병목 현상 중 하나인 메모리와 코어 간의 대역폭(memory-to-core bandwidth) 문제를 최소화한다.4 이는 대규모 모델을 실제 서비스에 배포할 때 발생하는 비용과 지연 시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
5.4 아키텍처 및 기능 비교표
BDH와 표준 트랜스포머 아키텍처 간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 아래 표는 두 패러다임을 여러 핵심 차원에서 비교 분석한다. 이 표는 안내서 전체의 논의를 요약하고, BDH가 왜 ’패러다임 전환’으로 불리는지에 대한 개념적 근거를 시각적으로 제시한다.
표 1: 아키텍처 및 기능 비교: BDH-GPU 대 표준 트랜스포머
| 기능 차원 | 표준 트랜스포머 아키텍처 | Dragon Hatchling (BDH) 아키텍처 | 근거 / 출처 |
|---|---|---|---|
| 핵심 패러다임 | 정적 데이터에 대한 통계적 패턴 매칭 | 실시간 데이터에 대한 생물학적 타당성을 갖춘 추론 | 1 |
| 네트워크 토폴로지 | 조밀한(Dense), 완전 연결 계층 | 높은 모듈성을 지닌 스케일 프리 그래프 | 3 |
| 기본 단위 | 행렬 곱셈 / 어텐션 헤드 | 국소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뉴런 입자 | 3 |
| 작업 기억 | 외부 키-값 캐시 (추론 중 정적) | 내부 시냅스 가소성 (추론 중 동적) | 2 |
| 학습 메커니즘 | 고정된 가중치에 대한 역전파 | 스파이킹 뉴런을 이용한 헤비안 학습 | 3 |
| 어텐션 메커니즘 | 이차(Quadratic) 셀프 어텐션 | 선형(Linear) 어텐션 | 4 |
| 문맥 창 | 제한적이며, 계산 비용이 높음 | 이론적으로 무제한 | 4 |
| 활성화 | 조밀하며, 양수/음수 값을 가짐 | 희소하며(Sparse), 양수 값을 가짐 | 3 |
| 해석 가능성 | 낮음 (사후 분석 필요) | 높음 (단일의미성 시냅스 및 상태를 통해 내재됨) | 3 |
| 핵심 강점 | 대규모 데이터셋에 대한 거대 규모 패턴 인식 | 시간에 따른 일반화, 적응성, 장기 추론 | 1 |
| 주요 한계 | 시간에 따른 일반화, 해석 가능성, 정적인 특성 | 거대 규모 정적 벤치마크에서의 성능 (검증 필요) | 1 |
6. 전략적 역량 및 기업 적용 사례
BDH 아키텍처의 기술적 분석을 넘어, 그것이 가능하게 하는 전략적 역량과 실제 세계에서의 적용 사례를 살펴보는 것은 이 기술의 실질적인 가치를 평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BDH는 단순한 학문적 호기심의 산물이 아니라, 기존 AI 기술로는 해결하기 어려웠던 현실 세계의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특히 국방, 물류, 고성능 컴퓨팅과 같이 실시간성, 적응성, 신뢰성이 극도로 중요한 분야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6.1 구성 가능성: AI 시스템의 ‘접착’
BDH는 ’구성 가능성(Composability)’이라는 독특한 특징을 제공한다. 이는 여러 개의 BDH 기반 시스템을 마치 레고 블록처럼 ’접착(glued)’하여, 개별 시스템이 갖지 못했던 새로운 창발적 능력(emergent capabilities)을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1
Pathway는 이를 “마치 이중 언어를 구사하는 아이가 두 언어에 걸쳐 유창함을 발달시키는 방식과 유사하다“고 설명한다.1 이는 단순히 여러 모델의 출력을 앙상블하는 것과는 다른, 더 유기적이고 깊은 수준의 모델 통합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BDH 모델과 자연어 정보를 처리하는 BDH 모델을 결합하여, 두 영역에 걸쳐 더 깊은 이해와 추론이 가능한 새로운 멀티모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구성 가능성은 복잡하고 다면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화된 여러 AI 에이전트가 협력하는 미래의 분산형 AI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기반이 될 수 있다.
6.2 Pathway 생태계: 개발 및 파트너십
BDH 아키텍처는 Pathway라는 강력한 기술 기업의 지원을 받고 있다. Pathway의 창립자들은 복잡계 과학, 음성 인식 어텐션 메커니즘의 최초 적용, 이론 컴퓨터 과학 등 각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6 이러한 깊이 있는 학문적 배경은 BDH가 단순한 공학적 트릭이 아닌, 과학적 원리에 깊이 뿌리내린 기술임을 보증한다.
또한, Pathway는 NVIDIA 및 Amazon Web Services(AWS)와 같은 산업 리더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했다.1 NVIDIA와의 협력은 BDH 아키텍처가 최신 GPU 하드웨어에서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보장하며, AWS는 모델 개발 및 확장에 필요한 막대한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는 우선 클라우드 공급업체 역할을 한다. 이러한 파트너십은 BDH가 아이디어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산업 환경에 대규모로 배포될 수 있는 강력한 생태계를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불어, Pathway는 GitHub에 pathwaycom/bdh라는 오픈소스 저장소를 공개하여 논문에서 제시된 아키텍처와 코드를 제공하고 있다.2 비록 저장소는 아직 준비 단계에 있지만 2, 이는 학계 및 개발자 커뮤니티와의 투명한 소통과 협력을 통해 기술을 발전시키려는 의지를 나타낸다.
6.3 실제 적용 사례: 극한 환경에서의 AI
BDH의 진정한 잠재력은 실제 고위험(high-stakes) 환경에 적용된 사례들을 통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다. Pathway가 선정한 초기 고객들은 우연이 아니다. 이들은 모두 동적으로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지속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즉 ‘시간에 따른 일반화’ 능력이 가장 절실한 분야에 속한다.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NATO는 Pathway의 기술을 활용하여 실시간 군사 데이터와 소셜 미디어 경보, 민간 교통 정보와 같은 공개 소스 데이터를 통합 처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계획 시스템이 적응하고, 상황 인식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 2020년대의 복잡한 안보 환경에서 성공적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새로운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4
- 라 포스트(La Poste, 프랑스 우정 공사): 프랑스의 거대 물류 기업인 라 포스트는 운송 부문의 운영을 동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Pathway의 실시간 AI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운송 운영을 실시간으로 자동 예측하고 정성적 분석을 생성함으로써, 예상 도착 시간(ETA) 및 처리 시간을 단축하고 신뢰성을 높였다. 결과적으로 일부 사례에서는 총소유비용(TCO)을 50%까지 절감하는 등 상당한 운영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었다.4
- 포뮬러 1(Formula 1) 레이싱 팀: F1 레이싱은 매 순간이 예측 불가능한 극한의 환경이다. 한 F1 팀은 Pathway의 실시간 데이터 프레임워크를 활용하여, 극심한 압박 하에서 실시간으로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전보다 90배 빠른 데이터 처리 속도를 달성하며, 승패를 가르는 찰나의 순간에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4
이러한 적용 사례들은 BDH가 단순한 챗봇이나 콘텐츠 생성 모델의 경쟁자로 포지셔닝되고 있지 않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대신, BDH는 자율 드론, 지능형 공급망, 로봇 플랫폼 등 자율 시스템의 ‘두뇌’ 역할을 할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Pathway의 사업 전략은 기술의 고유한 강점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산업 및 국방 분야를 정조준하고 있으며, 이는 BDH가 소비자용 생성 AI 시장과는 다른,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7. 결론: 미래 전망과 자율 AI로의 길
본 안내서는 Dragon Hatchling(BDH) 아키텍처에 대한 심층적인 기술 분석을 통해, 이 새로운 패러다임이 인공지능 분야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다각도로 조명했다. BDH는 단순한 성능 개선을 넘어, 기존 트랜스포머 아키텍처의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자율 AI 시대를 열기 위한 대담하고 원칙적인 시도이다. 마지막으로, 안내서의 전체 내용을 종합하여 BDH의 현재 위치를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미래 AI 개발 경로에 대한 장기적인 함의를 고찰한다.
7.1 ’잃어버린 고리’로서의 BDH: 비판적 평가
“트랜스포머와 뇌 모델 사이의 잃어버린 고리(The Missing Link Between the Transformer and Models of the Brain)“라는 논문의 부제는 BDH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보여준다.1 이 주장은 BDH가 계산적 어텐션 메커니즘과 생물학적 주의 집중 과정을 형식적으로 연결하고, 더 나아가 뉴런과 시냅스 수준의 국소적 동역학이 어떻게 거시적인 추론 능력으로 수렴하는지에 대한 ’추론의 방정식(equations of reasoning)’을 제시하려는 시도에 근거한다.2
BDH는 헤비안 학습, 스파이킹 뉴런, 스케일 프리 네트워크 토폴로지 등 신경과학의 핵심 원리들을 계산 모델에 성공적으로 통합함으로써 이 주장에 대한 강력한 근거를 제시했다. 특히, 추론 과정에서 시냅스 가소성을 통해 작업 기억을 구현하는 방식은 기존 AI 모델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생물학적 학습 과정에 대한 매우 구체적이고 기능적인 모방이다. 이로써 BDH는 단순한 비유를 넘어, 뇌의 정보 처리 원리를 공학적으로 구현한 최초의 실용적인 대규모 모델 중 하나로 평가받을 자격이 있다.
7.2 새로운 AI 이론을 향하여: 열역학적 극한과 PAC 유사 경계
BDH 프로젝트의 가장 야심 찬 목표는 단순히 뛰어난 모델을 만드는 것을 넘어, AI에 대한 새로운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는 데 있다. 연구진은 BDH가 추론 모델의 ‘열역학적 극한(Thermodynamic Limit)’ 행동에 대한 새로운 이론의 문을 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2 이는 통계 물리학의 개념을 빌려, 무수히 많은 뉴런 입자들이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의 거시적 행동을 예측하고 설명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궁극적인 목표는 “시간에 따른 추론의 일반화에 대한 PAC 유사 경계(Probably Approximately Correct-like bounds for generalization of reasoning over time)“를 달성하는 것이다.2 PAC 학습 이론은 계산 학습 이론의 초석으로, 모델의 성능과 일반화 능력에 대한 수학적 보증을 제공한다. 이 개념을 ’시간에 따른 추론’이라는 동적이고 복잡한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는 전례가 없으며, 만약 성공한다면 AI 공학을 경험적인 기술의 영역에서 엄밀한 수학에 기반한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기념비적인 성과가 될 것이다. 이는 성능이 높은 모델을 만드는 것을 넘어, 그 행동을 수학적으로 예측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구축하는 길을 여는 것이다. 해석 가능성, 예측 가능한 동역학 등 BDH의 모든 설계 원칙은 이러한 수학적 보증을 시도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다.
7.3 남겨진 과제와 향후 연구 방향
BDH가 제시하는 비전은 혁신적이지만, 이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GitHub 저장소는 여전히 준비 중이며 2, 공개된 성능 비교는 GPT-2라는 구세대 트랜스포머 모델에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앞으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들이 남아있다.
첫째, 스케일링 문제가 있다. BDH가 수조 개의 파라미터 규모로 확장되었을 때에도 현재의 장점들을 유지할 수 있는가? 둘째, 훈련 효율성이다. 헤비안 학습과 같은 생물학적 학습 규칙이 대규모 병렬 컴퓨팅 환경에서 기존의 역전파 알고리즘만큼 효율적으로 구현될 수 있는가? 논문에서 언급된 ’시간에 따른 역전파 없는 훈련(training without backpropagation through time)’과 같은 새로운 방법론의 가능성을 검증해야 한다.3 셋째, 검증과 재현이다. 오픈소스 커뮤니티와 학계가 Pathway의 주장을 독립적으로 검증하고, 그 결과를 재현하며,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생태계가 성공적으로 구축되어야 한다.
7.4 최종 평가: 포스트-트랜스포머 시대의 서막인가?
결론적으로, Dragon Hatchling(BDH)은 현재 AI 패러다임에 대한 설득력 있고, 과학적 원리에 기반하며, 잠재적으로 혁명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장기적으로 BDH가 트랜스포머를 대체하고 지배적인 아키텍처가 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BDH는 신경과학과 복잡계 과학에 뿌리를 둔 강력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AI 분야의 중심에 성공적으로 소개했다. 이를 통해 전체 연구 커뮤니티가 기존 아키텍처의 한계를 재고하고, 자율적이고 일반적인 지능으로 가는 진정한 경로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는 이미 충분하다. BDH는 포스트-트랜스포머 시대의 확실한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이 아닐지라도, 그 시대를 향한 가장 의미 있는 첫걸음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8. 참고 자료
- Pathway Launches a New “Post-Transformer” Architecture That Paves the Way for Autonomous AI - Business Wire, https://www.businesswire.com/news/home/20251001665931/en/Pathway-Launches-a-New-Post-Transformer-Architecture-That-Paves-the-Way-for-Autonomous-AI
- pathwaycom/bdh: Baby Dragon Hatchling (BDH … - GitHub, https://github.com/pathwaycom/bdh
- The Dragon Hatchling: The Missing Link between the Transformer and Models of the Brain - arXiv, https://arxiv.org/html/2509.26507v1
- Zuzanna Stamirowska, Co-Founder and CEO of Pathway – Interview Series - Unite.AI, https://www.unite.ai/zuzanna-stamirowska-co-founder-and-ceo-of-pathway-interview-series/
- alphaXiv: Explore, https://www.alphaxiv.org/
- Pathway - Fundamentally changing the way models think, https://pathway.com/
- Trending Papers - Hugging Face, https://huggingface.co/papers/trending
- The Dragon Hatchling: The Missing Link between the Transformer and Models of the Brain, https://huggingface.co/papers/2509.26507
- NATO & Pathway success story, https://pathway.com/success-stories/nato/
- Parisian AI startup Pathway on moving to the US: ‘We need to be in the room where it happens, and it happens in the Bay Area’ | Sifted, https://sifted.eu/articles/pathway-10m-seed-round-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