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논증의 정의
1. 절의 학술적 목표
본 절의 학술적 목표는 논리학의 일차 분석 단위인 ‘논증(argument)’의 학술적 정의를 제시하는 것이다. 학습자는 본 절을 통하여 논증의 표준적 정의를 학술 용어로 진술할 수 있어야 하며, 이 정의가 일상적·비학술적 의미의 ‘말다툼(quarrel)’ 또는 ‘논쟁’과 구분되어야 함을 명료하게 식별할 수 있어야 한다.
2. 논증의 표준적 정의
논리학에서 ‘논증’은 일정한 명제(proposition)들이 다른 명제를 지지(support)하는 관계로 결합된 명제들의 집합을 가리킨다. 어빙 코피(Irving M. Copi)와 칼 코헨(Carl Cohen)의 『Introduction to Logic』은 논증을 ‘하나가 다른 것들로부터 따라 나온다고 주장되는, 그리고 그 다른 것들이 그 하나의 진리에 대한 근거 또는 이유를 제공한다고 주장되는 명제들의 집합(any group of propositions of which one is claimed to follow from the others, which are regarded as providing grounds for the truth of that one)’으로 정의한다. 패트릭 헐리(Patrick J. Hurley)의 『A Concise Introduction to Logic』은 논증을 ‘하나의 진술(결론)이 다른 진술들(전제)에 의해 지지되거나 함축된다고 주장되는 진술들의 집합(a group of statements, one or more of which (the premises) are claimed to provide support for, or reasons to believe, one of the others (the conclusion))’으로 정의한다. 이 두 정의는 표현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학술적 핵심을 공유한다.
본 절은 위 두 정의를 종합하여 다음과 같이 표준적 정의를 정식화한다.
논증이란 하나 이상의 명제(전제)가 다른 하나의 명제(결론)를 지지하는 이유 또는 근거로서 제시된, 명제들의 집합이다.
이 정의는 다음의 세 학술적 요소로 구성된다. 첫째, 논증은 명제들의 집합이다. 둘째, 그 명제들 가운데 일부는 ‘전제’의 역할을, 다른 하나는 ‘결론’의 역할을 한다. 셋째, 전제는 결론에 대해 ‘지지’의 관계에 있다고 주장된다.
3. 정의의 구성 요소 분석
3.1 명제의 집합
‘명제’는 참 또는 거짓 가운데 하나의 진리치(truth value)를 가지는 진술이다. 의문문, 명령문, 감탄문 등은 그 자체로는 진리치를 가지지 아니하므로 논증의 구성 요소가 되지 못한다. 따라서 ‘논증은 명제들의 집합’이라는 규정은 논증의 구성 단위를 진리치를 가지는 진술로 한정한다는 학술적 의미를 가진다.
3.2 전제와 결론의 역할 구분
논증을 구성하는 명제들은 그 안에서 두 가지 역할로 구분된다. ‘결론(conclusion)’은 논증 작성자가 수신자로 하여금 받아들이게 하려는 명제이다. ‘전제(premise)’는 그 결론을 지지하는 이유로 제시되는 명제이다. 전제와 결론은 명제 자체의 내용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논증의 맥락에서 그 명제가 수행하는 역할에 의해 결정된다. 동일한 명제가 어떤 논증에서는 결론으로, 다른 논증에서는 전제로 기능할 수 있다.
3.3 지지 관계의 주장
논증의 정의에서 가장 중요한 학술적 요소는 ‘전제가 결론을 지지한다고 주장된다’는 점이다. 이 ‘주장(claim)’은 객관적·형식적 사실이 아니라 논증 작성자의 의도적 행위이다. 따라서 어떤 명제 집합이 논증인가의 여부는, 그 안에서 일정한 지지 관계가 ‘주장되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실제로 그 지지 관계가 형식적으로 타당하거나 강한가의 여부는 별도의 평가 문제이다. 즉 어떤 명제 집합은 ‘논증’이지만 ‘나쁜 논증(bad argument)’일 수 있고, ‘좋은 논증(good argument)’일 수도 있다.
4. 일상적 의미와의 구분
‘논증’이라는 학술 용어는 일상 한국어에서 사용되는 ‘말다툼’, ‘다툼’, ‘논쟁’ 등의 의미와 구분되어야 한다. 일상 의미의 ‘논쟁’은 두 명 이상의 화자가 서로 다른 견해를 두고 언쟁을 벌이는 사회적 상호 작용을 가리킬 수 있다. 그러나 학술적 의미의 ‘논증’은 화자의 수나 사회적 상호 작용의 유무와 무관하게, 명제들 사이의 지지 관계라는 형식적·내용적 구조를 가리킨다. 단일 화자가 자기 자신만을 청자로 하여 제시한 명제 집합도 학술적 의미의 ‘논증’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구분은 학습자에게 매우 중요한 학술적 출발점이다. 어빙 코피와 칼 코헨은 그들의 입문서에서 이 구분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며, 학습자가 ‘논증’이라는 용어를 일상적 의미가 아니라 학술적 의미로 정확히 이해할 것을 요구한다.
5. 정의에 관한 학술적 유의점
본 절의 정의는 다음의 두 가지 점에서 학술적 유의가 필요하다.
첫째, 본 절의 정의는 ‘명제들의 집합’이라는 정태적 표현을 사용하지만, 논증은 종종 시간적 순서를 가지는 진술 행위로 제시되기도 한다. 학술적 정의에서는 그 시간적 순서나 발화 행위(speech act)의 측면이 아니라, 명제들 사이의 구조적 관계가 일차적 관심사이다.
둘째, 본 절의 정의는 ‘전제’와 ‘결론’이 단일 화자의 단일 발화 안에 모두 명시되어야 함을 요구하지 아니한다. 자연 언어 논증에서는 전제 가운데 일부가 명시되지 않은 채 ‘숨은 전제(suppressed premise)’로 남을 수 있다. 이러한 사례에 대한 학술적 처리는 본 부의 별도 장에서 다루어진다.
6. 본 절의 결론적 정리
본 절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첫째, 논증은 ‘하나 이상의 명제(전제)가 다른 하나의 명제(결론)를 지지하는 이유 또는 근거로서 제시된, 명제들의 집합’으로 정의된다. 둘째, 이 정의는 명제의 집합, 전제와 결론의 역할 구분, 지지 관계의 주장이라는 세 학술적 요소로 구성된다. 셋째, 학술적 의미의 ‘논증’은 일상적 의미의 ‘말다툼’이나 ‘논쟁’과 구분되어야 한다. 넷째, 본 절의 정의는 본 장의 후속 절에서 다루어질 논증과 비논증의 구분, 전제와 결론의 학술적 분석, 논증 구조의 분류 등 모든 후속 학술 작업의 출발점이 된다.
7. 출처
- Copi, I. M., Cohen, C., & McMahon, K. (2014). Introduction to Logic (14th ed.). London: Routledge.
- Hurley, P. J. (2014). A Concise Introduction to Logic (12th ed.). Boston: Cengage Learning.
- Govier, T. (2010). A Practical Study of Argument (7th ed.). Belmont: Wadsworth.
- Walton, D. N. (2006). Fundamentals of Critical Argumentation.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 Johnson, R. H., & Blair, J. A. (2006). Logical Self-Defense (United States ed.). New York: International Debate Education Association.
- van Eemeren, F. H., Garssen, B., Krabbe, E. C. W., Snoeck Henkemans, A. F., Verheij, B., & Wagemans, J. H. M. (2014). Handbook of Argumentation Theory. Dordrecht: Springer.
8. 버전
- 문서 버전: 1.0
- 작성 기준일: 2026-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