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논리학과 언어학의 관계
1. 절의 학술적 목표
본 절의 학술적 목표는 논리학(logic)과 언어학(linguistics)이 학문 분과로서 맺어 온 관계를 학술적으로 정립하는 것이다. 학습자는 본 절을 통하여 두 학문의 공통 연구 대상과 분기점을 표준적 학술 견해 수준에서 진술할 수 있어야 하며, 형식 의미론(formal semantics)과 같은 두 학문의 결합 분과가 어떻게 성립하였는가를 학술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2. 두 학문의 공통 연구 대상
논리학과 언어학은 모두 ‘언어(language)’를 연구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그러나 두 학문이 ‘언어’라는 용어로 가리키는 대상은 동일하지 아니하다. 논리학은 형식 언어(formal language)를 일차 분석 대상으로 삼으며, 자연 언어(natural language)는 형식화의 출발점 또는 형식 체계의 적용 대상으로 다룬다. 반면 언어학은 자연 언어 자체의 음운(phonology), 형태(morphology), 통사(syntax), 의미(semantics), 화용(pragmatics)을 일차 연구 대상으로 삼는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학문은 ‘언어 표현이 어떻게 의미를 갖고, 어떻게 추론을 가능하게 하는가’라는 공통 물음을 공유한다.
3. 통사론과 의미론의 공유 어휘
논리학과 언어학은 ‘통사론(syntax)’과 ‘의미론(semantics)’이라는 학술 용어를 공유한다. 이 두 용어의 사용은 찰스 모리스(Charles W. Morris)의 「Foundations of the Theory of Signs」(1938)에서 통사론, 의미론, 화용론(pragmatics)의 삼분 체계로 정식화되었으며, 이후 양 학문에 공통으로 정착되었다. 다만 두 학문에서 이 용어들이 가리키는 대상은 부분적으로 다르다. 논리학에서 통사론은 형식 언어의 기호 규칙을, 의미론은 형식 언어의 해석을 다룬다. 언어학에서 통사론은 자연 언어 문장의 구조 규칙을, 의미론은 자연 언어 표현의 의미를 다룬다. 이러한 용어의 평행성과 비대칭성은 두 학문의 결합과 분기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 전제가 된다.
4. 형식 의미론의 성립
20세기 중반 이후 논리학과 언어학의 결합은 ‘형식 의미론(formal semantics)’이라는 결합 분과의 성립으로 이어졌다. 그 학술적 출발점은 알프레트 타르스키(Alfred Tarski)의 「Der Wahrheitsbegriff in den formalisierten Sprachen」(1933, 1935)에서 정식화된 형식 언어의 진리 정의이다. 타르스키의 진리 정의는 형식 언어에 한정되었으나, 이는 후속 연구자들에 의하여 자연 언어 의미론에 적용되었다.
리처드 몬터규(Richard Montague)는 「Universal Grammar」(1970), 「The Proper Treatment of Quantification in Ordinary English」(1973) 등 일련의 논문에서 자연 언어를 형식 언어와 동일한 학술적 엄밀성으로 다룰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하였다. 이 입장은 ‘몬터규 문법(Montague grammar)’으로 불리며, 자연 언어 의미를 양상 논리(modal logic)·집합론(set theory)·람다 계산(lambda calculus) 등의 형식 도구를 통해 분석하는 표준적 방법론을 정초하였다. 바버라 파티(Barbara H. Partee), 데이비드 다우티(David R. Dowty), 에반 바흐(Emmon Bach), 한스 캄프(Hans Kamp), 어빈 하임(Irene Heim), 안헬리카 크라처(Angelika Kratzer) 등은 몬터규 이후 형식 의미론을 학문 분과로 정착시킨 대표적 연구자들이다. 한스 캄프의 담화 표상 이론(discourse representation theory)을 정리한 「A Theory of Truth and Semantic Representation」(1981)과 어빈 하임·안헬리카 크라처의 『Semantics in Generative Grammar』(1998)는 이 분과의 표준 참고 문헌에 속한다.
5. 통사론과 생성 문법
논리학과 언어학의 결합은 의미론 영역에 한정되지 아니한다. 노엄 촘스키(Noam Chomsky)의 『Syntactic Structures』(1957)와 『Aspects of the Theory of Syntax』(1965)는 자연 언어의 통사 구조를 형식 문법(formal grammar)의 자원으로 분석하는 ‘생성 문법(generative grammar)’의 출발점이 되었다. 촘스키 위계(Chomsky hierarchy)는 형식 언어 이론(formal language theory)에서 형식 문법의 종류를 분류하는 표준 도식으로 사용된다. 이러한 작업은 형식 언어 이론과 자연 언어 통사론 사이의 결합을 학술적으로 정초하였다.
6. 화용론과 논리학
논리학은 화용론(pragmatics)과도 결합한다. 폴 그라이스(H. Paul Grice)의 「Logic and Conversation」(1975, 『Studies in the Way of Words』, 1989에 수록)은 자연 언어의 함축(implicature) 현상을 ‘협력 원리(cooperative principle)’와 격률(maxim)을 통해 분석함으로써, 형식 논리의 진리 함수적 의미와 자연 언어 사용의 의미 사이의 관계를 학술적으로 규명하였다. 이러한 분석은 논리학과 언어학의 화용론적 접점을 정초하였으며, 후속 연구를 통해 형식 화용론(formal pragmatics)과 같은 결합 분과로 발전하였다.
7. 두 학문의 분기점
논리학과 언어학은 다음의 점에서 학문적으로 분기한다. 첫째, 논리학은 자연 언어의 다양한 변이형을 정리·환원의 대상으로 삼는 데 비해, 언어학은 그 변이 자체를 기술적 분석의 일차 대상으로 삼는다. 둘째, 논리학은 형식적 타당성과 진리 보존을 평가 기준으로 삼는 데 비해, 언어학은 어떤 표현이 모국어 화자에게 수용 가능한가(acceptability)와 문법적인가(grammaticality)를 일차 기준으로 삼는다. 셋째, 논리학은 규범적 학문의 성격을 일부 보유하는 반면, 현대 언어학은 일차적으로 기술적(descriptive) 학문으로 분류된다.
8. 본 절의 결론적 정리
본 절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첫째, 논리학과 언어학은 ‘언어’를 공통 연구 대상으로 삼되, 그 ‘언어’의 외연이 다르다. 둘째, 두 학문은 ‘통사론’과 ‘의미론’이라는 학술 어휘를 공유하며, 20세기 중반 이후 형식 의미론과 형식 화용론이라는 결합 분과를 통해 본격적으로 결합되었다. 셋째, 생성 문법과 형식 언어 이론의 결합 또한 두 학문 관계의 중요한 사례를 제공한다. 넷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학문은 평가 기준과 학문적 성격에서 명확히 구분된다. 이러한 정리는 본 절 이후의 절에서 논리학이 인지 과학과 컴퓨터 과학과 맺는 관계를 검토할 때 중요한 비교 기준을 제공한다.
9. 출처
- Morris, C. W. (1938). Foundations of the Theory of Signs. In International Encyclopedia of Unified Science (Vol. 1, No. 2).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 Tarski, A. (1933, 1935). Der Wahrheitsbegriff in den formalisierten Sprachen. Studia Philosophica, 1, 261–405.
- Chomsky, N. (1957). Syntactic Structures. The Hague: Mouton.
- Chomsky, N. (1965). Aspects of the Theory of Syntax. Cambridge, MA: MIT Press.
- Montague, R. (1970). Universal Grammar. Theoria, 36(3), 373–398.
- Montague, R. (1973). The Proper Treatment of Quantification in Ordinary English. In J. Hintikka, J. Moravcsik, & P. Suppes (Eds.), Approaches to Natural Language (pp. 221–242). Dordrecht: Reidel.
- Grice, H. P. (1975). Logic and Conversation. In P. Cole & J. Morgan (Eds.), Syntax and Semantics 3: Speech Acts (pp. 41–58). New York: Academic Press.
- Kamp, H. (1981). A Theory of Truth and Semantic Representation. In J. Groenendijk, T. Janssen, & M. Stokhof (Eds.), Formal Methods in the Study of Language (pp. 277–322). Amsterdam: Mathematical Centre Tracts.
- Grice, H. P. (1989). Studies in the Way of Words.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ess.
- Heim, I., & Kratzer, A. (1998). Semantics in Generative Grammar. Oxford: Blackwell.
10.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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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 기준일: 2026-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