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8 이해관계 기반 협상(Interest-based Bargaining)의 실무 적용
1. 이해관계 기반 협상의 이론적 토대
1.1 입장 기반 협상의 한계
전통적인 입장 기반 협상(positional bargaining)은 양 당사자가 각자의 입장(position)을 표명하고, 점진적 양보를 통해 중간 지점에 도달하는 방식이다. 이 접근의 한계는 Fisher와 Ury(1981)의 분석에 의해 체계적으로 규명되었다.
첫째, 입장 기반 협상은 비효율적이다. 양 당사자가 자신의 입장을 옹호하고 양보를 최소화하려는 과정에서 시간과 자원이 낭비된다. 둘째, 관계를 손상시킨다. 입장의 충돌은 의지의 대결로 전환되어 양 당사자 간 적대감을 유발한다. 셋째, 차선의 결과를 초래한다. 입장의 중간 지점에서 합의가 이루어지면, 양 당사자의 진정한 이해관계가 충분히 충족되지 못한 절충에 그친다.
1.2 이해관계 기반 협상의 등장
이해관계 기반 협상(Interest-Based Bargaining, IBB)은 입장 기반 협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Fisher와 Ury(1981), Ury 등(1988)이 발전시킨 협상 접근이다. IBB의 핵심 가정은 표면적 입장이 아닌 그 이면의 이해관계가 협상의 진정한 대상이며, 이해관계의 분석과 통합을 통해 양 당사자 모두에게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해관계 기반 협상은 미국의 노사 관계 영역에서 처음 광범위하게 적용되었으며, 이후 조직 내 갈등, 국제 분쟁, 환경 분쟁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되었다. 특히 직군 간 이해상충의 관리에서 IBB는 표준적 접근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2. 이해관계의 분석
2.1 입장과 이해관계의 구분
입장(position)은 협상에서 당사자가 표명하는 구체적 요구나 결정이다. 이해관계(interest)는 그 입장의 근저에 있는 진정한 필요, 욕구, 우려, 가치이다. 동일한 이해관계가 상이한 입장으로 표현될 수 있으며, 동일한 입장이 상이한 이해관계를 반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술 직군이 “이번 출시를 2주 연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다면, 그 이면의 이해관계는 “심각한 기술적 결함의 발생을 방지하여 제품의 신뢰성을 유지하고 싶다“일 수 있다. 영업 직군이 “예정된 일정대로 출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다면, 그 이면의 이해관계는 “주요 고객의 약속을 지켜 신뢰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일 수 있다. 두 입장은 충돌하나, 두 이해관계는 양립 불가능하지 않을 수 있으며, 통합적 해결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2.2 이해관계의 다층적 구조
이해관계는 다층적 구조를 가진다. Lewicki 등(2010)은 이해관계를 본질적 이해관계(substantive interests), 과정적 이해관계(process interests), 관계적 이해관계(relationship interests), 원칙적 이해관계(principled interests)로 분류하였다.
본질적 이해관계는 협상의 구체적 결과에 관한 이해관계이다. 과정적 이해관계는 협상 과정의 공정성과 절차에 관한 이해관계이다. 관계적 이해관계는 협상 후 양 당사자 관계의 유지와 강화에 관한 이해관계이다. 원칙적 이해관계는 협상 결과가 자신의 가치관과 원칙에 부합해야 한다는 이해관계이다.
직군 간 협상에서 본질적 이해관계만 고려하면 합의의 가능성이 좁아질 수 있으나, 과정적·관계적·원칙적 이해관계를 함께 고려하면 통합적 해결의 가능성이 확대된다.
2.3 이해관계 발견의 기법
이해관계의 발견을 위한 핵심 기법은 “왜?(Why?)“와 “왜 안 되는가?(Why not?)“라는 질문의 활용이다. 상대방이 특정 입장을 취하는 이유를 거듭 묻고, 자신이 제안한 옵션이 거부되는 이유를 탐색함으로써, 표면적 입장 이면의 진정한 이해관계에 도달할 수 있다.
추가적으로 활용되는 기법은 다음과 같다.
적극적 경청: 상대방의 진술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고, 명시적 표현뿐 아니라 암시된 우려와 필요를 포착한다.
가설 검증: 상대방의 이해관계에 대한 자신의 추측을 명시적으로 표현하여 확인을 요청한다. “제가 보기에 이 결정이 당신에게 X 이유로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맞습니까?“와 같은 진술이다.
다중 옵션 제시: 단일 옵션이 아닌 복수의 대안을 제시하고, 상대방이 어느 옵션을 더 선호하는지를 관찰함으로써 그 이면의 이해관계를 추론한다.
3. 이해관계 기반 협상의 절차
3.1 단계적 절차
이해관계 기반 협상은 일반적으로 다음의 단계적 절차를 따른다.
1단계: 신뢰 구축과 협상 환경의 조성: 협상 시작 시점에서 양 당사자 간 최소한의 신뢰와 협력적 분위기를 조성한다. 협상의 목적, 절차, 기본 규칙에 대한 합의를 형성한다.
2단계: 이슈의 식별과 의제 설정: 협상의 대상이 되는 이슈를 명확히 식별하고, 어떤 순서로 다룰 것인지에 합의한다. 단일 이슈가 아닌 복수 이슈의 패키지로 구성하면 통합 가능성이 확대된다.
3단계: 이해관계의 공유: 양 당사자가 각 이슈에 대한 자신의 이해관계를 솔직하게 공유한다. 입장이 아닌 이해관계의 표현을 강조하며, 상대방의 이해관계에 대한 적극적 탐색이 이루어진다.
4단계: 옵션의 창의적 생성: 양 당사자의 이해관계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을 창의적으로 생성한다. 이 단계에서는 평가와 비판을 유보하고 발산적 사고(divergent thinking)를 촉진한다.
5단계: 객관적 기준의 합의: 생성된 옵션들을 평가할 기준에 대해 합의한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의 활용이 협상의 정당성과 결과의 수용성을 높인다.
6단계: 옵션의 평가와 선택: 합의된 기준에 따라 옵션들을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양 당사자가 수용할 수 있는 최선의 합의를 선택한다.
7단계: 합의의 문서화와 실행 계획 수립: 합의의 내용을 명확히 문서화하고, 실행에 관한 구체적 계획을 수립한다.
3.2 옵션 생성의 기법
옵션의 창의적 생성은 이해관계 기반 협상의 핵심 단계이다. 활용 가능한 기법은 다음과 같다.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 양 당사자가 함께 다양한 옵션을 발산적으로 생성한다. 비판과 평가를 유보하고 양적 풍부함을 추구한다.
파이의 확대(expanding the pie): 협상의 대상이 되는 자원이나 가치의 총량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추가적 자원의 도입, 새로운 이슈의 포함, 시간적 차원의 활용 등이 이에 해당한다.
비용 절감(cost cutting): 한 당사자가 다른 당사자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동시에 자신의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양보의 비대칭성을 활용한다.
보상(compensation): 한 당사자가 양보하는 대신 다른 영역에서 보상을 받는 교환 방식이다. 당사자들의 우선순위 차이를 활용한다.
연결(bridging): 양 당사자의 표면적 입장을 모두 충족하지 않으면서도 양자의 진정한 이해관계를 충족하는 새로운 옵션을 창출한다.
4. 직군 간 갈등에서의 실무 적용
4.1 적용 사례의 일반적 패턴
직군 간 이해상충에서 이해관계 기반 협상의 적용은 다음과 같은 일반적 패턴을 따른다. 첫째, 갈등의 표면적 입장을 식별한다. 둘째, 양 직군의 이면 이해관계를 탐색한다. 셋째, 양 직군의 이해관계를 공동으로 충족할 수 있는 옵션을 생성한다. 넷째, 객관적 기준에 따라 옵션을 평가하고 합의에 도달한다.
4.2 성공 조건
이해관계 기반 협상의 성공을 위한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양 당사자가 협력적 접근에 대한 진정한 의지를 보유해야 한다. 한 당사자만 IBB 접근을 추구하고 다른 당사자가 분배적 접근을 고수할 때, IBB는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둘째, 양 당사자 사이의 최소한의 신뢰가 확보되어야 한다. 신뢰가 부재한 환경에서는 이해관계의 솔직한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으며, 상대방이 정보를 악용할 위험이 있다.
셋째, 양 당사자가 IBB의 기법과 원리를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해야 한다. 충분한 훈련과 경험이 없으면 IBB는 형식적 절차에 그칠 수 있다.
넷째, 충분한 시간과 자원이 협상에 투입되어야 한다. IBB는 분배적 협상보다 더 많은 시간과 인지적 노력을 요구한다.
4.3 한계와 보완
이해관계 기반 협상이 모든 직군 간 갈등에 적용 가능한 만능 도구는 아니다. 진정으로 가치가 고정된 분배적 갈등(예: 한정된 예산의 배분)에서는 통합의 여지가 제한적이다. 또한 양 당사자의 가치관이나 원칙이 근본적으로 양립 불가능한 경우 통합적 해결이 곤란하다.
이러한 한계 상황에서는 IBB 접근과 분배적 접근을 결합하는 혼합 전략이 활용된다. 통합 가능성이 있는 영역에서는 IBB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고, 분배가 불가피한 영역에서는 객관적 기준에 따른 공정한 분배를 추구하는 이중적 접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