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1 공식적 갈등 조정(Mediation) 절차와 중재(Arbitration) 메커니즘
1. 제3자 개입의 이론적 토대
1.1 제3자 개입의 필요성
직군 간 이해상충이 당사자 간 직접적 협상을 통해 해소되지 못할 때, 중립적 제3자(neutral third party)의 개입이 요구된다. Lewicki 등(2010)의 협상과 갈등 해결 이론에 따르면, 갈등이 교착 상태(deadlock)에 도달하거나, 당사자 간 의사소통이 단절되거나, 정서적 격화로 합리적 논의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제3자 개입은 갈등 해소의 핵심 메커니즘이 된다.
제3자 개입의 형태는 개입의 강도와 권한에 따라 알선(conciliation), 조정(mediation), 중재(arbitration), 판결(adjudication)의 연속선 상에 위치한다. 알선은 가장 약한 형태의 개입으로 단순히 양 당사자 간 의사소통을 촉진하며, 판결은 가장 강한 형태로 제3자가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린다. 조정과 중재는 그 중간에 위치한다.
1.2 조정과 중재의 구별
조정(mediation)과 중재(arbitration)는 모두 제3자 개입의 형태이나, 그 본질에서 근본적으로 구별된다.
조정에서 제3자(조정자, mediator)는 갈등 해결 과정을 촉진하나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조정자는 양 당사자가 스스로 합의에 도달할 수 있도록 의사소통을 개선하고, 이해관계의 탐색을 도우며, 창의적 옵션의 생성을 지원한다. 조정의 결과는 양 당사자의 합의에 의존하며, 조정자가 합의를 강요할 권한은 없다.
중재에서 제3자(중재자, arbitrator)는 양 당사자의 주장을 청취한 후 구속력 있는(binding) 또는 권고적(advisory) 결정을 내린다. 중재자는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적용 가능한 기준을 검토하며, 양 당사자에 대한 결정을 내릴 권한을 보유한다. 중재의 결과는 제3자의 판단에 의존하며, 양 당사자는 중재 결정을 수용해야 한다.
2. 조정의 절차와 기법
2.1 조정 절차의 단계
조정은 일반적으로 다음의 단계적 절차를 따른다.
1단계: 조정의 개시와 기본 규칙의 수립: 조정자가 자신을 소개하고, 조정의 목적과 절차를 설명하며, 양 당사자가 동의해야 하는 기본 규칙(상호 존중, 발언 시간의 균등성, 비밀 유지)을 수립한다.
2단계: 입장 진술과 정보 수집: 각 당사자가 갈등에 대한 자신의 관점, 입장, 근거를 진술한다. 조정자는 능동적 경청(active listening)을 통해 사실관계와 정서적 맥락을 파악한다.
3단계: 이해관계의 탐색: 조정자는 표면적 입장 이면의 진정한 이해관계를 탐색하기 위해 질문하고, 양 당사자가 서로의 이해관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4단계: 옵션의 생성과 평가: 조정자는 양 당사자가 함께 다양한 해결 옵션을 생성하고, 각 옵션의 장단점을 평가하도록 촉진한다.
5단계: 합의의 형성과 문서화: 양 당사자가 수용할 수 있는 합의에 도달하면, 조정자는 합의의 내용을 명확히 문서화하고, 실행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확인한다.
2.2 조정자의 역할과 기법
Moore(2014)는 조정자의 핵심 역할로 의사소통 촉진자(communication facilitator), 정당성 부여자(legitimizer), 과정 촉진자(process facilitator), 훈련 제공자(trainer), 자원 확장자(resource expander), 문제 탐색자(problem explorer), 현실 검증자(reality tester), 비난 흡수자(scapegoat), 지도자(leader)를 제시하였다.
효과적인 조정자가 활용하는 핵심 기법은 다음과 같다.
재구성(reframing): 부정적이거나 적대적인 진술을 중립적이고 건설적인 언어로 재진술하여, 갈등의 정서적 강도를 완화하고 협력적 분위기를 조성한다.
별개 회의(caucus): 양 당사자를 분리하여 개별적으로 만나는 회의이다. 별개 회의에서 조정자는 각 당사자의 진정한 이해관계, 우려, 양보 가능성을 더 솔직하게 탐색할 수 있다.
현실 검증(reality testing): 당사자의 비현실적 기대나 입장을 객관적 기준에 비추어 검토하도록 유도한다. “만약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와 같은 질문을 통해 당사자가 자신의 BATNA를 현실적으로 평가하도록 돕는다.
2.3 조정의 효과성 조건
조정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양 당사자가 갈등 해소에 대한 진정한 의지를 보유해야 한다. 둘째, 조정자의 중립성과 전문성이 양 당사자에게 인정받아야 한다. 셋째, 양 당사자 사이의 권력 불균형이 극심하지 않아야 한다. 권력 불균형이 심한 경우, 약자는 조정 과정에서 자신의 이해관계를 충분히 주장하지 못할 수 있다. 넷째, 조정에 충분한 시간과 자원이 투입되어야 한다.
3. 중재의 절차와 메커니즘
3.1 중재 절차의 단계
중재는 일반적으로 다음의 단계적 절차를 따른다.
1단계: 중재 신청과 중재자의 선정: 양 당사자(또는 한 당사자)가 중재를 신청하고, 중재자(또는 중재 위원회)가 선정된다. 중재자의 선정에는 양 당사자의 동의가 일반적으로 요구된다.
2단계: 사실관계의 조사: 중재자는 양 당사자로부터 사실관계에 관한 진술과 증거를 수집한다. 필요시 관련 인물의 인터뷰, 문서 검토, 현장 조사 등을 수행한다.
3단계: 양 당사자의 주장 청취: 양 당사자가 자신의 입장과 근거를 중재자에게 제시한다. 이 단계는 공식적 청문회(hearing)의 형태로 진행될 수 있다.
4단계: 중재 결정의 도출: 중재자는 사실관계와 적용 가능한 기준에 기반하여 중재 결정을 내린다. 결정의 근거가 양 당사자에게 명확히 전달된다.
5단계: 결정의 실행과 후속 점검: 중재 결정이 양 당사자에 의해 실행되며, 필요시 실행 과정을 모니터링한다.
3.2 중재자의 권한과 책임
중재자는 양 당사자에 대한 결정 권한을 보유하므로, 중재자의 자격(qualification), 중립성(neutrality), 절차적 공정성(procedural fairness)이 중재의 정당성을 결정한다.
중재자는 다음의 책임을 진다. 첫째, 양 당사자에게 자신의 주장을 충분히 표명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둘째, 사실관계를 객관적으로 조사하고, 증거에 기반하여 판단해야 한다. 셋째, 적용 가능한 기준(조직 규정, 산업 관행, 법적 원칙, 공정성 원리)을 일관되게 적용해야 한다. 넷째, 결정의 근거를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3.3 구속력 있는 중재와 권고적 중재
중재는 결정의 구속력에 따라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구속력 있는 중재(binding arbitration)에서는 양 당사자가 중재 결정을 수용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거부할 수 없다. 권고적 중재(advisory arbitration)에서는 중재 결정이 권고의 성격을 가지며, 양 당사자가 이를 수용할지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조직 내 직군 간 갈등의 중재에서는 일반적으로 구속력 있는 중재가 활용되며, 중재 결정의 권위는 중재자의 조직적 직위(예: 상위 경영층)에 의해 뒷받침된다.
4. 직군 간 갈등에서의 조정과 중재 활용
4.1 단계적 접근
조직 내 직군 간 갈등의 해소에서는 일반적으로 단계적 접근(stepped approach)이 권장된다. 먼저 당사자 간 직접 협상(direct negotiation)을 시도하고, 이것이 실패하면 조정으로, 조정이 실패하면 중재로 이행하는 점진적 접근이다.
이러한 단계적 접근의 이점은 갈등 해소 과정에서 당사자의 자율성과 책임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필요할 때만 더 강한 형태의 개입을 도입한다는 점이다. 또한 단계적 접근은 갈등 해소의 비용을 최소화하며, 양 당사자의 합의에 기반한 해결의 지속 가능성을 높인다.
4.2 제3자의 선정
조정자나 중재자의 선정은 직군 간 갈등 해소의 효과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다. 효과적인 제3자는 다음의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양 당사자에 대한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갈등의 사안에 관한 충분한 이해를 보유해야 한다. 셋째, 의사소통과 협상 기술을 보유해야 한다. 넷째, 양 당사자에게 신뢰와 정당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조직 내부에서 제3자를 선정하는 경우, 양 직군 모두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보유하고 어느 직군에도 편향되지 않은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 상위 경영층의 구성원, 인사 부서의 전문가, 또는 양 직군 모두와 협력 관계에 있는 통합 관리자(integrator)가 적합한 후보가 될 수 있다.
5. 조정과 중재의 한계
조정과 중재는 모든 직군 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만능 도구가 아니다. 첫째, 갈등의 근본 원인이 구조적 요인에 있는 경우, 개별 갈등 사례의 조정이나 중재로는 근본적 해소가 불가능하다. 둘째, 조정과 중재는 시간과 자원을 요구하므로, 모든 갈등에 적용하기에는 비효율적이다. 셋째, 빈번한 제3자 개입은 당사자 간 직접적 갈등 해소 역량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따라서 조정과 중재는 직군 간 갈등 관리의 보완적 메커니즘으로 활용되어야 하며, 갈등의 구조적 원인 해소, 당사자의 갈등 관리 역량 개발, 조직 문화의 개선과 같은 근본적 접근과 병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