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2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과 공유 리더십(Shared Leadership)의 적용
1. 서번트 리더십의 이론적 토대
1.1 서번트 리더십의 기원과 개념적 정의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은 Greenleaf(1970)가 제시한 리더십 철학으로, 리더의 일차적 동기가 타인에 대한 봉사(service)이며, 봉사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리더십이 발현된다고 주장한다. Greenleaf는 서번트 리더를 “먼저 봉사하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감정에서 출발하여, 이후 의식적 선택을 통해 이끌고자 하는 열망을 갖게 되는 사람“으로 정의하였다. 이 정의는 전통적 리더십 관점, 즉 리더의 일차적 목적이 영향력 행사와 조직 목표 달성에 있다는 관점과 근본적으로 대립한다.
학술적 측면에서 서번트 리더십의 체계적 이론화는 Spears(1995)에 의해 진행되었다. Spears는 Greenleaf의 저술로부터 서번트 리더십의 열 가지 핵심 특성을 추출하였다: 경청(listening), 공감(empathy), 치유(healing), 인식(awareness), 설득(persuasion), 개념화(conceptualization), 선견지명(foresight), 청지기 정신(stewardship), 구성원 성장에 대한 헌신(commitment to the growth of people), 공동체 구축(building community).
이후 van Dierendonck(2011)은 서번트 리더십의 다양한 측정 도구와 이론적 모형을 통합적으로 검토하여 여섯 가지 핵심 행동 차원을 도출하였다: 구성원의 역량 강화(empowering and developing people), 겸손(humility), 진정성(authenticity), 대인적 수용(interpersonal acceptance), 방향 제시(providing direction), 청지기 정신(stewardship).
1.2 서번트 리더십의 과정 모형
Liden 등(2008)은 서번트 리더십의 측정과 과정 모형을 정교화하였다. 이들이 제시한 서번트 리더십의 일곱 가지 차원은 개념적 기술(conceptual skills), 역량 강화(empowering), 부하를 최우선에 두기(putting subordinates first), 부하의 성장과 성공 지원(helping subordinates grow and succeed), 윤리적 행동(behaving ethically), 정서적 치유(emotional healing), 공동체를 위한 가치 창출(creating value for the community)이다.
서번트 리더십의 과정 모형에 따르면, 서번트 리더의 행동은 구성원의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 자기 효능감(self-efficacy), 조직 몰입(organizational commitment)을 향상시키고, 이를 매개로 개인 및 팀 수준의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Eva 등(2019)의 메타 분석은 서번트 리더십이 개인 수준의 직무 만족, 조직 시민 행동(organizational citizenship behavior), 이직 의도 감소와 유의미한 관련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2. 다기능 팀에서의 서번트 리더십 적용
2.1 서번트 리더십과 다기능 팀의 적합성
서번트 리더십은 다기능 조직(Cross-functional Team)에서 높은 적합성을 나타내는 리더십 접근이다. 그 이론적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서번트 리더의 핵심 행동인 구성원의 역량 강화와 성장 지원은 다기능 팀 구성원의 전문적 자율성(professional autonomy)을 존중하는 리더십 양식이다. 각 기능 영역의 전문가가 자신의 전문적 판단을 자율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리더의 전문적 권위 한계로 인한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소한다.
둘째, 서번트 리더의 경청과 공감 행동은 기능적 다양성에서 비롯되는 관점 차이의 건설적 관리를 촉진한다. 서로 다른 기능적 관점을 리더가 진정으로 경청하고 공감적으로 이해하려는 태도는 구성원의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을 강화하고, 이견 표현의 심리적 장벽을 낮춘다.
셋째, 서번트 리더의 공동체 구축 행동은 기능적으로 분화된 구성원들 사이에 공유된 정체성(shared identity)과 상호 의존의 인식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2.2 서번트 리더십의 실천적 행동
다기능 팀의 맥락에서 서번트 리더십의 실천적 행동은 다음과 같이 구체화된다.
전문적 자율성의 존중과 지원: 리더는 각 기능 영역의 전문적 판단을 존중하고, 기술적 의사결정에 대한 불필요한 개입을 자제한다. 대신 전문가들이 최상의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환경적 조건, 즉 적절한 정보, 충분한 시간,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데 주력한다.
기능 간 이해의 촉진: 리더는 각 기능 영역의 제약과 우선순위를 팀 전체에 전달하고, 상호 이해의 기반을 확장하는 교량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위해 리더 자신이 각 기능 영역의 기본적 논리와 언어에 대한 학습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장애물의 제거: 서번트 리더는 구성원의 과업 수행을 방해하는 조직적·관료적 장애물을 파악하고 제거하는 것을 핵심 기능으로 수행한다. 다기능 팀에서 이러한 장애물에는 기능 부서와의 자원 배분 갈등, 이중 보고 체계에서의 역할 모호성, 조직 내 정치적 장벽 등이 포함된다.
3. 공유 리더십의 이론적 토대
3.1 공유 리더십의 개념과 정의
공유 리더십(shared leadership)이란 리더십 영향력이 단일한 공식 리더에게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팀 구성원들 사이에 분산되어 발현되는 동태적 상호 영향의 과정을 의미한다. Pearce와 Conger(2003)는 공유 리더십을 “팀의 목표 달성을 위해 팀 구성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동태적이고 상호적인 영향력 과정“으로 정의하였다.
Carson 등(2007)은 공유 리더십의 발현 조건으로 공유된 목적(shared purpose), 사회적 지지(social support), 발언(voice)이라는 세 가지 내부적 팀 환경(internal team environment) 요소를 제시하였다. 공유된 목적이 팀의 방향성에 대한 합의를 제공하고, 사회적 지지가 상호 간 리더십 행사의 정서적 기반을 형성하며, 발언이 모든 구성원의 의견이 존중받고 반영되는 참여적 환경을 보장할 때, 공유 리더십이 자연스럽게 발현된다.
3.2 수직적 리더십과 공유 리더십의 관계
공유 리더십은 수직적 리더십(vertical leadership), 즉 공식 리더에 의한 리더십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Pearce와 Sims(2002)는 수직적 리더십과 공유 리더십이 독립적으로 팀 성과에 기여하며, 두 유형이 동시에 작동할 때 가장 높은 팀 효과성이 달성됨을 실증하였다.
공식 리더는 공유 리더십의 발현을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DeRue와 Ashford(2010)의 리더십 정체성 구축 이론(leadership identity construction theory)에 따르면, 리더십은 리더십 주장(claiming)과 리더십 인정(granting)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적으로 구성된다. 공식 리더가 구성원의 리더십 주장을 인정하고, 리더십 기회를 의도적으로 배분할 때 공유 리더십이 촉진된다.
4. 다기능 팀에서의 공유 리더십 적용
4.1 공유 리더십과 다기능 팀의 구조적 적합성
다기능 팀은 공유 리더십이 발현되기에 구조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그 핵심적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다기능 팀에서는 각 기능 영역의 전문 지식이 서로 다른 구성원에게 분산되어 있으므로, 특정 과업이나 의사결정 영역에 따라 가장 적합한 전문가가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기술적 의사결정에서는 기술 전문가가, 고객 요구 분석에서는 기획자가, 시장 전략에서는 영업 전문가가 각각 해당 영역의 리더십을 수행하는 것이 팀 전체의 의사결정 질을 극대화한다.
둘째, 다기능 팀의 과업 복잡성은 단일 리더의 인지적 용량(cognitive capacity)을 초과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리더십 기능을 팀 전체에 분산함으로써 리더십의 인지적 부하(cognitive load)를 분담하고, 보다 포괄적인 환경 모니터링과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
셋째, 공유 리더십은 구성원의 주인 의식(ownership)과 책임감을 강화한다. 리더십 역할을 분담하는 구성원은 팀의 성과에 대해 보다 직접적인 책임 의식을 형성하며, 이는 참여 동기와 몰입 수준의 향상으로 이어진다.
4.2 기능 기반 리더십 순환
다기능 팀에서 공유 리더십의 구체적 형태 중 하나는 기능 기반 리더십 순환(function-based leadership rotation)이다. 이는 팀이 당면한 과제의 특성에 따라 해당 영역의 전문가가 일시적으로 리더십 역할을 수행하고, 과제가 전환되면 다른 전문가에게 리더십이 이동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제품 개발의 초기 단계에서 기술적 실현 가능성이 핵심 의제일 때는 기술 전문가가 리더십을 행사하고, 프로토타입 완성 후 시장 검증 단계에서는 마케팅 전문가가 리더십을 행사하며, 상용화 단계에서는 사업 개발 전문가가 리더십을 이끄는 방식이다.
이러한 리더십 순환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리더십 전환의 시점과 방식에 대한 팀 수준의 합의, 일시적 리더의 권한 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 리더십을 이양하는 행동에 대한 규범적 수용이 전제되어야 한다.
4.3 공유 리더십의 촉진 조건
D’Innocenzo 등(2016)의 메타 분석은 공유 리더십이 팀 성과에 유의미한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ρ = .34), 이 효과가 지식 집약적 과업에서 더 강하게 나타남을 확인하였다. 공유 리더십의 발현과 효과를 촉진하는 조건은 다음과 같다.
팀 자율성(team autonomy): 팀이 자체적으로 의사결정을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자율성이 부여되어야 한다. 상위 조직이 과도한 통제를 행사하면, 구성원들이 리더십 행동을 발휘할 여지가 축소된다.
상호 신뢰(mutual trust): 구성원들이 서로의 역량과 동기를 신뢰해야 타인의 리더십을 기꺼이 수용할 수 있다. 신뢰가 부재한 환경에서는 리더십 주장이 권력 다툼으로 해석될 위험이 있다.
팀 성숙도(team maturity): 공유 리더십은 팀의 발달 단계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형성 초기에는 공식 리더의 구조화 기능이 필수적이며, 팀이 규범기 이상으로 성숙한 이후에야 공유 리더십이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5. 서번트 리더십과 공유 리더십의 통합적 적용
5.1 두 접근의 상보적 관계
서번트 리더십과 공유 리더십은 상호 배타적 접근이 아니라 상보적 관계에 있다. 서번트 리더십은 공식 리더의 행동 양식에 초점을 맞추며, 공유 리더십은 팀 전체의 리더십 분포 구조에 초점을 맞춘다. 서번트 리더로서의 공식 리더가 구성원의 역량 강화와 자율성 지원에 주력할 때, 이는 자연스럽게 구성원들의 리더십 발현을 촉진하여 공유 리더십의 발현 조건을 형성한다.
Hoch(2013)의 연구는 서번트 리더십이 공유 리더십의 발현을 유의미하게 촉진하며, 공유 리더십이 서번트 리더십과 팀 성과 사이의 관계를 매개한다는 결과를 보고하였다. 이는 서번트 리더십이 공유 리더십의 선행 조건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5.2 통합 모형의 실천적 적용
다기능 팀에서 서번트 리더십과 공유 리더십의 통합적 적용은 다음과 같이 구체화된다.
공식 리더의 역할: 공식 리더는 서번트 리더십 원칙에 따라 구성원의 성장 지원, 장애물 제거, 자원 확보, 외부 이해관계자 관리에 주력한다. 과업 관련 의사결정에서는 해당 영역의 전문가에게 리더십을 위임하며, 자신은 프로세스의 촉진과 기능 간 통합의 역할을 수행한다.
구성원의 리더십 역할: 각 기능 영역의 전문가는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기술적 리더십을 발휘하며, 팀 전체의 의사결정에 기능적 관점을 대표하여 기여한다. 리더십 역할은 과업의 단계와 특성에 따라 유동적으로 전환된다.
팀 수준의 리더십 규범: 팀 전체가 리더십의 공유에 관한 명시적 규범을 수립한다. 누가 어떤 상황에서 리더십을 행사하는지, 리더십의 전환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의견 충돌 시 최종 결정 권한은 어디에 있는지에 관한 합의가 이에 포함된다.
6. 서번트 리더십과 공유 리더십의 한계 및 경계 조건
두 리더십 접근의 적용에는 한계와 경계 조건이 존재한다.
첫째, 위기 상황이나 시간적 압력이 극심한 상황에서는 서번트 리더십의 참여적·촉진적 접근이 의사결정 속도를 지나치게 저하시킬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일시적으로 보다 지시적인 리더십 양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둘째, 공유 리더십에서 책임의 분산(diffusion of responsibility)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모든 구성원이 리더십을 공유한다는 명분 하에 실질적으로 아무도 최종적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책임 영역의 명확한 배분이 동반되어야 한다.
셋째, Yoshida 등(2014)은 서번트 리더십의 효과가 구성원의 성격 특성에 의해 조절됨을 보고하였다. 높은 자기 주도성(proactive personality)을 보유한 구성원에게서 서번트 리더십의 긍정적 효과가 더 강하게 나타난 반면, 외적 동기에 의존하는 구성원에게서는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이는 서번트 리더십이 모든 구성원에게 동일하게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넷째, 문화적 맥락이 두 리더십 접근의 효과를 조절한다. 높은 권력 거리(power distance) 문화에서는 리더의 봉사적 행동이 리더의 약함으로 해석되거나, 공유 리더십이 위계적 질서의 훼손으로 인식될 수 있다. 따라서 문화적 맥락에 대한 민감한 고려가 적용의 전제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