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맺음말: 우리는 ’영웅’을 어떻게 소비해야 하는가
일론 머스크라는 거대하고 모순된 피사체를 추적해 온 이 책의 긴 여정은, 결국 우리 시대가 맹목적으로 받들어 온 ’기술 영웅’의 껍데기를 가차 없이 해부하는 잔혹한 부검 보고서였다. 그는 밤하늘의 로켓과 무음으로 질주하는 자동차를 통해 우리에게 혁신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했지만, 그 달콤한 마약의 대가로 인간의 존엄, 시장의 윤리, 진실에 대한 최소한의 이성적 필터마저 완벽하게 마비시키고 훼손해 버렸다.
우리가 이 혼돈스러운 거인을 통해 얻어야 할 최종적인 깨달음은 “머스크가 좋은 사람인가 나쁜 사람인가“라는 1차원적인 법정 다툼에 있지 않다. 핵심은 그토록 오만하고 기만적인 폭군을 무대 위에 올려놓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여준 채 이 끔찍한 팬덤의 제국을 완성하도록 동조한 우리 사회 내부의 비겁한 탐욕과 맹신론의 본질을 뼈아프게 직시하는 것이다. 기적적인 결과물만 손에 쥘 수 있다면 과정의 부도덕함과 희생은 얼마든지 조롱해도 좋다는 이 역겨운 시대적 침묵의 공모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 이 책의 궁극적인 존재 이유다.
이 책을 닫는 마지막 9.5장에서는 거짓된 신화에 포획된 대중들에게 엄중한 각성의 메시지를 던진다. 천재 구원자라는 사이비 신앙에서 벗어나, 기술 독재자의 폭언과 기만을 차갑고 매섭게 통제할 수 있는 ’비판적이고 냉철한 기술 소비자’로 진화해야만 하는 필연적 과제를 역설할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남긴 거대한 빛과 압도적인 어둠이라는 양날의 검을 딛고 넘어서는 혁신 생태계의 복구 방안을 제시하며, 이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향해 가장 날카로운 질문의 마침표를 던진다.
1. 천재 신화에서 벗어난 냉철한 기술 소비자로서의 자세
역사 속의 숱한 전제 군주들은 언제나 대중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신성한 영웅’의 서사를 조작하여 절대적인 복종을 강요해 왔다. 일론 머스크가 구사한 전략 역시 소름 끼치도록 이와 정확히 일치한다. 그는 혁신이라는 환각제로 대중의 눈가를 가리고, 맹목적인 팬덤의 광기를 조종하여 자신을 향한 그 어떤 합리적인 규제와 도덕적 비판마저 ’인류 진보를 가로막는 무지한 적폐’로 둔갑시키는 희대의 메시아적 사기극을 완성했다.
우리가 직면한 기술 사회의 가장 끔찍한 비극은 인공지능이나 기후 변화 자체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이성적 판단 능력을 쓰레기통에 내버리고 거짓말쟁이 억만장자 한 사람에게 문명의 운전대를 고스란히 헌납해 버린 그 한없는 비굴함에 있다. 이제 깨어있는 시민들과 기술 소비자들은, 실리콘밸리가 주입한 이 교활하고 폭력적인 ’천재 무결점 신화’의 단단한 껍질을 가차 없이 망치로 깨부숴야만 한다.
자동차 기업이 ’자율 주행’을 혁신이라 호언할 때 우리는 그 화려한 CG 영상에 환호할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의 결함 책임을 왜 선량한 백성(운전자)이 목숨으로 피 흘리며 대신 져야 하는지 가장 차가운 분노로 응징하고 소송해야 한다. 그가 우주선 발사의 성공을 자축할 때, 그 성과가 노동자들에 대한 살인적인 착취와 반노조 탄압 피바람 위에 어떻게 지어졌는지 집요하게 파헤치고 단죄해야 한다. 기술의 찬란한 결과물만 게걸스럽게 삼켜먹고 그 씁쓸하고 핏빛 가득한 희생의 과정을 묵인하는 한, 우리는 영원히 머스크 같은 거대한 자본가들의 교활한 속임수 장난감으로 전락할 뿐이다.
오직 철저한 데이터와 투명한 윤리적 척도로 거대 테크 기업의 독재를 물어뜯는 냉혹한 감시자로 각성해야 한다. 일론 머스크가 혁신의 영웅으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잘나서이기도 하지만, 세상이 그토록 바보같이 속아 넘어가 주기를 즐겼기 때문임을 뼈저리게 반성하라. 영웅은 숭배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차갑게 소비하고 철저히 감시하여 사회의 도구로 부리기 위해 대중이 고용한 일꾼에 불과하다. 이 매정하고 흔들림 없는 소비자 계급의 각성만이 머스크식 광기의 테크 파시즘으로부터 문명을 방어할 수 있는 유일하고 최후의 방어 사격이다.
2. 포스트 머스크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리더십의 조건
일론 머스크라는 변칙적이고 극단적인 폭풍 현상이 산업의 낡은 생태계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화려하게 퇴장해 가는 지금, 우리 사회가 목도해야 할 진정한 위기는 바로 그 잿더미 위에서 독버섯처럼 독을 뿜으려 준비하는 제2, 제3의 리틀 머스크 일당들의 뻔뻔한 조짐이다.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머스크의 성공을 벤치마킹한답시고, 어떻게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까 고민하는 대신 오직 그처럼 소셜 미디어에서 거짓 과장으로 주가를 조작하고 노동자를 합법적으로 착취하는 사악하고 병든 요령술만을 흉내 내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 부패한 모방 범죄의 악순환을 물리적으로 분쇄하고 일론 머스크가 난도질해 놓은 기술 윤리의 마지노선을 다시 복구하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직면한 벼랑 끝의 시대, 이른바 ’포스트 머스크(Post-Musk) 시대’가 절박하게 쟁취해야 할 본질적 구원이다. 미래의 기술 권력과 시장의 왕좌를 쥐게 될 새로운 리더십은 단언컨대, 머스크처럼 폰지 사기식 환상을 팔아 소수 엘리트 자본을 배 불리는 전체주의적 독재자가 결코 되어서는 안 된다.
포스트 머스크의 시대가 소환해야 할 리더는 가장 오만한 목적지(Ends)가 아니라, 가장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도덕적 수단(Means)을 기술 발전의 최우선 알고리즘으로 설계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만 한다. 기술적 파괴력(Disruption)을 무기 삼아 공공의 삶과 법질서를 유린하는 자들에게는 자본 시장에서 영원히 숨통을 끊어버리는 징벌적 페널티를 강제하라. 노동자의 정신줄을 갈아 넣어 얻은 혁신이라면 혁신의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춰서라도 인간을 먼저 구제하는 ’속도의 딜레마’를 감내할 줄 아는 포용의 공학자가 새로운 시대의 진짜 지배자로 추대되어야만 한다.
이 책 “일론 머스크: 두 얼굴의 혁신가“를 영원히 덮으며 우리는 차가운 선언문을 역사 앞에 못 박는다. 일론 머스크는 위대한 다이아몬드와 썩어빠진 쓰레기를 동시에 우리 시대에 내던진 위험한 과도기적 괴물이었다. 찬란했던 기술적 도그마는 철저하게 집어삼키되, 그가 뿜어냈던 오만과 기만의 핏빛 그림자는 역사의 가장 깊고 어두운 참호 속에 비참하게 매장해 버려라. 인간의 존엄을 쓰레기통에 처박은 테크놀로지는 결코 문명이 아니며, 우리는 그 어떤 천재 우상(Idol)의 화려한 사기극 앞에서도 더 이상 눈을 감고 맹종하는 노예로 뒷걸음질 치지 않을 권리가 있고 그럴 의무가 있음을 준엄하게 선고한다.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