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보링 컴퍼니(The Boring Company): 교통 혁명의 구원자인가, 거대한 기만인가
“LA의 빌어먹을 교통 체증 때문에 미쳐버리겠다. 당장 터널 파는 기계를 사서 땅을 파기 시작해야겠다.” 2016년 말, 일론 머스크가 자신이 꽉 막힌 도로 위에서 느낀 개인적인 짜증을 트위터에 충동적으로 끄적인 이 한 문장은, 훗날 전 세계 수많은 도시 공학자들을 우롱하고 수억 달러의 투자금을 빨아들인 ’보링 컴퍼니(The Boring Company)’라는 희대의 대국민 교통 사기극의 알량한 시발점이었다.
머스크는 기존 2차원 지상 도로의 근본적인 수용 한계를 비웃으며, 지하 공간에 수십 겹으로 교차하는 3차원 초고속 터널망을 뚫어 미래 대도시의 교통 지옥을 완벽하게 구원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전기 썰매(Skate)에 자동차를 통째로 싣고 지하 진공 튜브 속을 마하의 속도로 쏘아 보내는 ’하이퍼루프(Hyperloop)’의 화려한 3D 렌더링 영상은 헐리우드 SF 영화의 최면술처럼 작용하여 전 세계 대중과 언론을 단숨에 열광케 했다.
하지만 수년이 흐른 지금, 그 눈부신 청사진의 뒤에 남겨진 보링 컴퍼니의 초라한 잿더미적 현실은 충격적일 만큼 형편없는 모순 덩어리다. 마하의 진공 튜브 고속 열차는 애초에 물리학적, 경제학적 실현 가능성을 철저히 무시한 억만장자의 백일몽에 불과했다. 이 8.3장에서는 화려한 영상 사기극으로 시작된 보링 컴퍼니가 라스베이거스에 남긴 초라한 ’테슬라 전용 1차선 지하도’의 실체를 해부하고, 시카고와 LA 등 수많은 대도시에서 요란하게 약속했다가 몰래 백지화시켜버린 무책임한 대형 프로젝트들의 흑역사를 낱낱이 파헤친다. 공공성을 지닌 대중교통망마저 자사 전기차를 팔아먹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도시의 장기 플랜을 황폐하게 훼손해 버린 머스크식 기만술의 본질을 가차 없이 심판한다.
1. 3차원 지하 교통망과 하이퍼루프(Hyperloop): 대중을 열광시킨 시나리오
일론 머스크가 ’교통지옥 구원’을 외치며 최초로 세상에 던진 보링 컴퍼니의 청사진은 그 자체로 마약을 맞은 듯한 아찔하고 환상적인 스펙터클 엔터테인먼트였다. 그는 기존의 꽉 막힌 거리를 돌아다니는 일반 자동차들이 길거리에 설치된 거대한 승강기(Elevator) 발판에 올라타기만 하면, 그대로 지하 수십 미터 아래 비밀 터널로 스며들어가는 헐리우드적인 비전을 화려한 3D 컴퓨터 그래픽(CG) 애니메이션으로 전 세계에 수백만 번 재생시켰다. 지하로 내려간 자동차는 초고속 전기 썰매 위에 고정되어 시속 240km의 폭발적인 속도로 도심 지하망을 종횡무진 관통하게 된다는 이 허풍 섞인 구상에 수많은 대중이 혼을 빼앗겼다.
여기에 더해 머스크는 도시와 도시 사이를 잇는 이른바 ’하이퍼루프(Hyperloop)’라는 궁극의 몽상까지 과시하며 대중의 이성을 완벽하게 마비시켰다. 거대한 진공 튜브 속에서 공기 저항을 없앤 캡슐형 자기부상열차를 쏘아 올려, 비행기보다 빠른 시속 1,200km의 마하 속도로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를 단 30분 만에 주파하겠다는 미친 소리였다. 이 과대망상적 시나리오 앞에 물리학자들과 기반 시설 공학자들은 “진공 튜브의 파손 시 발생하는 끔찍한 폭발 위험성과 천문학적인 토지 보상 비용을 무시한 코미디“라며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지만, 머스크 특유의 스티브 잡스급 언론 플레이 프레젠테이션과 그를 맹신하는 언론의 사이비성 찬양 기사 앞에서 그들의 이성적 경고는 맥없이 묻혀버렸다.
머스크가 퍼뜨린 이 과장된 시나리오의 핵심에는 철저하게 계산된 ’기만적 마케팅’이 도사리고 있었다. 엄청나게 값싸게 터널을 파낼 수 있는 획기적인 ’달팽이 로봇’을 자체 발명했다며 투자금을 끌어모았지만, 실상은 중고 시장에서 사들인 수십 년 된 낡은 구형 터널 굴착기(TBM)의 외관에 보링 컴퍼니 로고만 하얗게 페인트칠해 놓은 수준이었다. 머스크는 애초에 완성형 지하 터널망이나 마하의 하이퍼루프를 구현할 물리적 능력도 의지도 없었다. 그저 실리콘밸리식 벤처 자본주의 특유의 ’뻥튀기 비전’을 소셜 미디어 위에서 가장 자극적인 사이버펑크 애니메이션으로 포장하여 팔아치우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테슬라의 전기차 생태계로 결집시키려 한 영악하고 거대한 ’시선 돌리기 사기극(Bait-and-Switch)’의 첫 떡밥에 불과했던 것이다.
2. 라스베이거스 루프(Vegas Loop)의 실망스러운 실체: 자율주행 없는 ‘테슬라 지하도’
하이퍼루프의 마하 속도와 화려한 3D 승강기의 몽상으로 범지구적인 찬양을 받아먹은 머스크가, 수년 뒤 마침내 현실의 물리 세계에 낳은 첫 결과물인 ’라스베이거스 루프(Vegas Loop)’는 혁신이라는 단어가 수치스럽게 쪼그라들 만큼 어처구니없고 보잘것없는 초라한 기형아였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C) 지하를 연결해 엄청난 대중교통 혁신을 보여주겠다며 5천만 달러의 거액을 쏟아부어 야심 차게 공개한 이 프로젝트의 실체는, 그저 비좁은 지하 시멘트 구덩이 파이프라인에 불과했다.
초기 약속했던 시속 240km의 마하 속도를 내는 공상과학형 전기 자율 썰매(Skate)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미래형 다인승 셔틀버스는 취소되었고, 그 좁고 숨 막히는 시멘트 1차선 터널을 굴러다니는 것은 그저 시중에서 평범하게 팔리는 일반 ‘테슬라 모델 3’ 차량 몇 대가 전부였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완전 자율 주행(FSD)으로 시스템을 제어하여 운송 효율의 극치를 보여주겠다던 선언과 달리, 실제 터널 안에는 인간 운전사들이 직접 운전대를 잡고 브레이크를 밟아가며 겨우 시속 50km의 궁상맞은 속도로 느릿느릿 폐소공포증을 유발하는 동굴을 기어나가고 있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안전에 대한 대비책은 절망적인 수준이었다. 화재나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대피 통로나 소방 환기 시스템은 턱없이 부족했고, 차 한 대가 터널 안에서 고장 나 멈춰 서기라도 하면 뒤따르던 테슬라 차량들이 고스란히 갇혀 질식의 위험에 빠지는 아찔한 교통 체증(Traffic Jam) 현상이 이 ‘교통 정체 해결용’ 지하도 안에서 우스꽝스럽게 재현되었다. 혁신을 빙자한 이 한 편의 멍청한 블랙 코미디에 참관객들과 언론은 허탈함을 넘어 분노했다.
결국 라스베이거스 루프는 보링 컴퍼니가 원대한 대중교통의 패러다임을 바꿀 의지나 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껍데기임을 만천하에 자백한 치욕적인 고해성사다. 이는 교통 공학적 혁신이 아니라 그저 비싸게 땅을 파서 네온사인을 달아놓고 자사 전기차를 시승하게 만드는, 세상에서 가장 비효율적이고 비좁은 세계 최악의 ’테슬라 전용 지하 홍보관’에 다름 아니다. 머스크는 이 초라한 현실을 “일단은 이런 형태가 가장 단순하고 효율적“이라는 궤변으로 뻔뻔하게 둘러대며, 3D 영상으로 사로잡은 대중의 이성을 철저하게 기만하고 조롱했다.
3. 무산된 약속들: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등 조용히 백지화된 대형 프로젝트들
라스베이거스의 보잘것없는 테슬라 전용 동굴(Vegas Loop)이라는 형편없는 실체마저 공개하기 전, 일론 머스크는 마치 전 세계 지하 공간을 다 삼켜버릴 듯한 허세와 오만방자함으로 미국 주요 대도시 정부들을 홀리고 다니며 파괴적인 ‘먹튀’ 사기극을 광범위하게 벌여왔다. 보링 컴퍼니는 화려한 언론 플레이와 억만장자 CEO의 그림자를 무기 삼아 시카고, 로스앤젤레스(LA), 워싱턴 D.C.에서 메릴랜드로 이어지는 거대 하이퍼루프 프로젝트를 당장이라도 실현할 것처럼 지자체장들과 악수하며 MOU(양해각서)를 남발했다.
2018년, 일론 머스크는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과 도심을 잇는 고속 터널망 사업권을 따냈다며 대대적인 승전보를 울시켰다. 10억 달러 이상이 드는 공사 비용을 한 푼의 세금 지원 없이 스스로 조달하고, 공항 셔틀을 시속 240km로 강제로 쏘아 보내겠다는 마법 단지 같은 스웨그(Swag)에 정치인들은 환각에 빠져 동조했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홈구장인 다저스타디움까지 초고속 터널을 파서 야구 팬들의 교통 지옥을 구원해 주겠다며 이른바 ’더그아웃 루프(Dugout Loop)’라는 황당무계한 마케팅 쇼를 벌이며 헐리우드 스타들의 박수갈채까지 받아냈다.
하지만 이 화려하고 장엄했던 프로젝트들은, 마치 머스크의 트위터 타임라인에서 잡글이 쓸려 내려가듯 단 하나도 삽을 제대로 뜨지도 못한 채 모두 쥐도 새도 모르게 조용히 폐기 처리되고 무참히 백지화되었다. 실무적인 기초 토질 환경 평가나 소방 안전 규제 같은 가장 기본적인 공학적 허들 앞에서 머스크의 헛소리 구상은 여지없이 벽에 박혀 박살이 났고, 지하수 층위와 지반 침하 위험을 경고하는 지질학자들과의 충돌을 이기지 못한 보링 컴퍼니는 변명 한 줄 없이 야반도주하듯 사업들을 황급히 접어버렸다.
머스크는 언제나 거대한 약속의 폭죽을 허공에 쏘아 올려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미친 듯이 독식한 뒤, 막상 자신이 뿌린 허황된 공상과학의 약속을 물리적으로 증명해야 할 시점이 도래하면 철면피처럼 침묵하며 그림자 속으로 도망치는 최악의 사기 패턴을 반복했다. 수많은 대도시의 교통 인프라 책임자들은 헛된 혁신의 미라지에 현혹되어 수년간 행정력을 낭비하는 뼈아픈 농락을 당해야만 했다. 이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억만장자의 혀끝에서 나온 약속이, 실은 책임감이나 능력도 완벽하게 결여된 채 언론의 1면 장식용으로만 소모되는 가장 저열하고 뻔뻔스러운 정치적-자본적 기만술의 결정판임을 처참하게 폭로하는 무덤의 비석들이다.
4. 도시 공학자들의 비판: 대중교통의 훼손인가, 근본적 교통 체증의 해결인가
일론 머스크가 보링 컴퍼니라는 허상을 통해 전파한 가장 치명적이고 유해한 독소는 비단 기술 실패의 해프닝에 그치지 않는다. 그의 과대망상적인 1차선 지하 테슬라 전용 튜브라는 개념 자체가, 현대의 주류 선진 대중교통 철학과 도시 기반 공학의 근간을 정면으로 경멸하고 심각하게 훼손하는 반(反)공공적 파괴 행위였기 때문이다. 정통 도시 공학자들과 대중교통 마스터플래너들은 머스크의 무지몽매한 헛소리에 분노를 금치 못하며 보링 컴퍼니의 시나리오를 가장 극렬하고 철저하게 공격했다.
도시 교통 마비의 근원을 해결하는 진정한 해답은, 개인 차량의 진입을 억제하고 수백 명을 동시에 실어 나르는 거대한 버스-전철 중심의 고밀도 매스 트랜짓(Mass Transit) 체계를 촘촘하게 구축하여 1인당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머스크의 보링 컴퍼니는 이 수백 년 된 공학적 진리를 콧방귀 끼며 철저히 비웃었다. 타인과 부대끼기 싫어하는 부유한 엘리트들을 위해, 고작 3~4명이 타는 테슬라 승용차를 지하로 밀어 넣어 엄청난 사회적 자본과 공간을 독식하게 만들겠다는 극단적 형태의 이기주의적 공간 사유화 모델을 이른바 ’혁신’으로 포장한 것이다.
공학자들은 머스크의 계획이 수학적으로도 완벽한 넌센스라고 맹렬히 질타했다. 라스베이거스를 비롯해 그가 제안한 비좁은 1차선 분리 터널 시스템으로는 기껏해야 시간당 천여 명을 나르는 것이 한계이며, 이는 낡아빠진 지상의 시내버스 몇 대가 처리하는 수용량보다도 한참 뒤떨어지는 어처구니없는 비효율의 극치다. 억만장자 한 사람의 자가용 중심적이고 왜곡된 생활 방식이 낳은 폐소공포증적 동굴 망상증이, 본질적으로 도시 전체가 추구해야 할 열린 대중교통 환경과 보행자 중심의 공간 구성이라는 백 년 대계 정책을 극도로 퇴보시키는 멍청한 잡음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머스크는 복잡한 하위 규범을 지닌 도시 인프라라는 공공재를, 자신의 테슬라 차를 매끄럽게 달리게 하기 위한 사설 슬롯카 레이싱 트랙 정도로 얕잡아본 것이 명백하다. 근본적인 교통 체증 해결은 뒷전이고, 낡은 기술과 이기적 사상을 결합해 억만장자의 환상이라는 사이비 물감을 덧칠한 보링 컴퍼니의 궤변. 그것은 교통 혁명이기는 커녕 빈부 분리와 공공재 파괴를 가속화하려는 ’최악의 안티-대중교통 사기극’으로 현대 도시 공학의 역사에 가장 수치스러운 실패작으로 기록될 것이다.
참조
- 로이터(Reuters): 뉴럴링크의 불필요한 동물 실험과 동물 학대 혐의에 대한 연방 조사
-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링 컴퍼니 하이퍼루프(Hyperloop) 프로젝트의 실현 가능성 논란과 축소된 현실
- 로이터(Reuters): 미 국회의원들, 뉴럴링크 실험 중 발견된 불필요한 원숭이 폐사 은폐 관련 연방 조사 촉구
- 더 버지(The Verge): 보링 컴퍼니의 라스베이거스 루프, 혁신적 터널이 아닌 테슬라 전용 지하 좁은 도로에 불과하다는 비판
- 타임지(TIME): 뉴럴링크의 두뇌 칩 이식, 진정한 의학적 혁신인가 무책임한 인체 실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