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소결: 혁신의 촉매제인가, 무책임한 호언장담인가

5.6 소결: 혁신의 촉매제인가, 무책임한 호언장담인가

지금까지 5장에 걸쳐 추적해 온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의 ‘완전 자율 주행(FSD)’ 연대기는 인류의 자동차 공학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가장 극단적인 두 얼굴의 모순과 역설을 완벽하게 동시에 잉태하고 있다. 한편으로 머스크가 던진 무모하고도 매혹적인 자율 주행의 청사진은 거의 100년 동안 내연기관과 쇳덩어리 조립의 관성에 찌들어 화석화되어가던 보수적인 레거시 자동차 업계의 멱살을 사정없이 움켜쥐고 흔들어 깨우는 가장 강력한 ‘혁신의 촉매제(Catalyst)’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만약 일론 머스크가 “비싼 라이다 센서 없이, 당장 내년이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패치 한 방으로 차가 로봇 택시로 각성할 것“이라는 광적인 뻥튀기 채찍질을 전 세계 시장에 갈기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도요타나 폴크스바겐 같은 거대한 자동차 공룡들은 여전히 자율 주행 기술을 2040년에나 천천히 출시할 사치스러운 미래 엑스포용 장난감으로 치부하며 태만하게 서류 뭉치만 만지작거리고 있었을 것이다. 머스크의 돌관적인 속도전과 무자비한 애자일(Agile) 배포 방식은, 글로벌 경쟁차 업체들로 하여금 생존의 공포를 느끼게 만들었고 전 지구적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개발 전쟁의 시계를 최소 10년 이상 앞당긴 파괴적 공로를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눈부신 파괴적 혁신의 찬사 이면에는 인류 보편의 도덕률로는 결코 용납될 수 없고 씻을 수 없는 무겁고 끔찍한 핏자국이 처참하게 얼룩져 있다. “내년이면 완성된다“는 상습적이고 고의적인 거짓 약속은 1조 달러라는 기형적인 주가를 펌핑하기 위한 자본 권력의 극악한 사기극이었을 뿐만 아니라, 수백만 명의 소비자를 완벽하게 속여 넘긴 악질적인 기만행위였다. 더군다나 그 오류투성이의 살상 기계들을 수많은 대중이 걸어 다니는 횡단보도와 스쿨존 공공 도로 위에 여과 없이 풀어놓고 목숨을 건 로시안 룰렛 테스트를 강요한 행위는, 어떤 거창한 모빌리티 혁명이라는 숭고한 핑계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가장 파렴치하고 비인간적인 생명 경시의 폭주다.

결국 5장의 완전 자율 주행이라는 화두가 일론 머스크의 묘비명에 남기는 질문은 명확하고 가혹하다. 단기적인 주가 상승과 혁신가의 타이틀을 쟁취하기 위해 보편적인 안전 윤리와 대중의 목숨을 ’부수적 희생양(Collateral Damage)’으로 치부하는 오만한 CEO의 리더십을 우리 사회가 어디까지 용인해 주어야 하는가? 머스크의 자율주행 서사극은 인류의 미래를 앞당긴 천재의 불가피한 기행이 아니었다. 그것은 혁신의 이름표를 달면 어떤 도덕적 무책임과 치명적인 살상 결함도 합리화될 수 있다는, 21세기 테크놀로지 자본주의가 낳은 가장 어둡고 위태로우며 기형적인 괴물의 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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