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기술적 한계와 독단적 선택

5.3 기술적 한계와 독단적 선택

완전 자율 주행(FSD)이라는 원대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글로벌 자동차 업계와 기술 진영이 쏟아부은 연구 방향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다. 하나는 수십 년의 검증을 거쳐 비용이 비싸더라도 모든 종류의 센서(LiDAR, 레이더, 초음파, 카메라)를 덕지덕지 달아 100퍼센트 무결점의 안전망을 구축하려는 웨이모(Waymo) 등 보수적 진영의 ‘물리적 센서 융합(Sensor Fusion)’ 방식이었다. 반면 다른 하나는 일론 머스크가 극단적으로 신봉하며 테슬라 제국 전체에 강압적으로 이식한 이른바 ‘순수 비전(Pure Vision)’ 방식이다.

머스크는 기존 자동차 공학자들이 목숨처럼 여기던 값비싼 라이다 센서와 레이더 장비들을 “비싸고 못생겼으며 불필요한 목발“이라며 공개적으로 조롱하고 쓰레기통에 내버렸다. 그는 인간이 오직 두 개의 눈과 뇌의 연산만으로 운전을 하듯, 자동차 역시 저렴한 카메라 렌즈 8개와 거대한 인공지능 신경망의 데이터 학습 능력만 있다면 완벽하게 세상을 비추고 달릴 수 있다는 소름 끼치도록 극단적이고 오만한 철학을 전 세계에 밀어붙였다. 이는 테슬라의 생산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춰 막대한 이익률을 안겨준 천재적인 하드웨어 다이어트 혁신이었지만, 동시에 악천후나 역광 속에서 카메라가 순간적으로 맹인이 될 때 탑승자를 끔찍한 죽음의 벼랑 끝으로 등 떠미는 치명적인 ’단일 고장점(SPOF)’을 의도적으로 방치한 범죄적 원가 절감의 이면이기도 했다.

이 5.3장에서는 자율 주행의 기술 기준을 스스로 재정의하려 한 머스크의 독단적인 ‘순수 비전’ 고집이 어떻게 자동차 공학계와의 치열한 파열음을 냈는지 집중 해부한다. 더불어 수백만 명의 소비자를 통해 무한히 긁어모으는 비정형 주행 데이터가 결국 카메라의 물리적 한계를 온전히 뛰어넘고 완벽한 자율 주행을 성취할 수 있는 마법의 은탄환인지, 아니면 그저 언제든 무선 소프트웨어(OTA) 변덕으로 결함을 덮고 책임을 전가하려 만든 허상에 불과한지 냉철하고 혹독하게 파헤칠 것이다.

1. 라이다(LiDAR) 배제와 순수 비전(Pure Vision) 방식의 논란

구글(Google)의 웨이모나 GM의 크루즈 등 자율주행 시장의 선두 주자들은 차량 지붕 위에 흉측하고 거대한 버섯 모양의 모듈을 얹고 다닌다. 이것이 바로 레이저 빛을 사방으로 쏘아 튕겨 돌아오는 시간을 계산해 도로의 형태와 장애물을 완벽한 3D 지도로 그려내는 궁극의 센서, ’라이다(LiDAR)’다. 라이다는 칠흑 같은 어둠이나 폭우, 눈보라 같은 최악의 시야 조건 속에서도 한 치의 오차 없이 물체의 존재를 완벽히 식별해 내는 막강한 정확도를 자랑한다. 그러나 이 압도적 성능 이면에는 초기 대당 수천만 원을 호가하던 끔찍하게 비싼 납품 단가와, 날렵한 자동차의 공기 역학적 아름다운 디자인을 흉측하게 파괴한다는 치명적 단점이 존재했다.

수백만 대의 대량 양산과 원가 절감을 종교처럼 신봉하던 일론 머스크에게, 차량 원가를 폭발시키는 이 라이다 센서는 무조건적으로 잘라내 폐기해야 할 혐오스러운 ’바보들의 장신구’에 불과했다. 머스크는 2019년 테슬라 자율주의 데이(Autonomy Day) 무대에서 “라이다에 의존하는 자율주행 회사는 모두 망할 것이다“라고 저주를 퍼부으며, 오로지 저렴한 소형 카메라 렌즈 8개로 들어오는 시각 데이터만을 활용하는 이른바 ‘순수 비전(Pure Vision)’ 방식으로 FSD의 진로를 극단적으로 틀어버렸다. 인간도 두 눈만 가지고 운전하는데 인공지능(AI)과 카메라 영상 신경망만으로 왜 못하겠느냐는, 대중을 현혹하기 딱 좋은 오만한 단순 논리였다. 나아가 머스크는 2021년부터는 그나마 마지막까지 안전망 역할을 하던 거물 레이더(Radar)와 초음파 센서(USS)마저 “소프트웨어로 다 해결할 수 있다“며 원가 절감을 위해 차체에서 잔인하게 전부 뜯어내 버렸다.

하지만 기계의 뇌와 인간의 뇌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아무리 슈퍼컴퓨터로 카메라 영상을 딥러닝(Deep Learning) 학습시킨다 한들, 쨍한 언덕길의 역광이 렌즈를 하얗게 블라인드 태우거나 눈비가 화면을 가리는 순간 카메라는 즉결 맹인이 되어버린다. 라이다가 쏘는 물리적인 레이저 빔이 없어 거리감을 완벽히 상실한 테슬라 시각 신경망은, 하얀색 대형 트레일러의 옆면을 그저 파란 하늘 백지장으로 착각해 브레이크 한 번 밟지 않고 최고 속도로 들이박거나 도로 방호벽을 무참히 들이받는 끔찍하고 참혹한 치명적 살상 사고들을 연이어 쏟아냈다.

라이다를 고집스레 배제한 ‘순수 비전’은 일론 머스크가 전기차 원가를 수백 달러씩 절감해 마진율을 극대화하게 만든 재무적 마법이었지만, 동시에 그 치명적인 시각적 사각지대 인식 불량의 결괏값은 온전히 테슬라 운전자들의 피와 참혹한 생명 담보로 치러지고 있는 극악무도하고 무책임한 도박이다. 스스로 자율 주행의 표준 지름길을 개척했다는 머스크의 혁신가적 아집은, 결국 안전을 담보하는 가장 기본적인 센서의 이중 다중화(Redundancy) 원칙마저 쓰레기통에 처박은 전대미문의 엔지니어링 횡포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2. 데이터 수집의 환상: 주행 데이터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인가?

라이다(LiDAR)와 레이더 같은 고가의 물리적 센서를 차체에서 잔혹하게 모조리 뜯어내 버린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순수 비전(Pure Vision)’ 시스템의 치명적 결함을 방어하고 투자자들을 최면 시키기 위해 무기처럼 휘두른 핵심 논리는 바로 ’압도적인 누적 주행 데이터’의 맹신이었다. 전 세계 도로를 돌아다니는 경쟁사 웨이모(Waymo)의 자율주행 테스트 차량이 기껏해야 수백, 수천 대에 불과한 반면, 테슬라는 이미 전 세계 고객들에게 돈을 받고 팔아치운 수백만 대의 전기차 무리를 보유하고 있다. 테슬라는 이 방대한 대중의 차량 번호판에 거미줄처럼 접속해, 그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매일같이 핸들을 꺾고 브레이크를 밟으며 수집하는 수조 킬로미터 규모의 영상 주행 기보 데이터를 본사 슈퍼컴퓨터 도조(Dojo)로 미친 듯이 실시간 무한 흡수하고 있다.

머스크는 이 거대한 데이터 폭포수가 언젠가 임계점을 돌파하는 마법의 순간이 오면, 인공지능 신경망이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예측 불허의 돌발 엣지 케이스(Edge Case)들을 스스로 깨우치고 완벽한 자율 주행의 신으로 각성할 것이라는 종교적 수준의 ‘데이터 지상주의’ 환상을 대중의 뇌리에 각인시켰다. “데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승리한다“는 실리콘밸리식 단순한 진리가 자율주행의 완성을 담보하는 무적의 치트키로 둔갑한 것이다. 이 서사가 구축되면서, 소비자는 목숨을 걸고 시스템의 버그를 찾아주는 무료 품질 임상 테스트 마루타 역할을 자처하면서도 오히려 테슬라의 AI 발전에 기여한다는 괴이한 집단 자부심에 취해 열광했다.

하지만 냉혹한 인공지능 공학계의 진실은 머스크의 그럴싸한 호언장담과 완전히 엇나간다. 수백만 대의 차량이 빨아들이는 테슬라의 영상 데이터 중 99% 이상은 맑은 날 곧게 뻗은 일직선 고속도로를 달리는 완벽히 무의미한 ’쓰레기 데이터’일 뿐이다. 자율 주행이 100% 생명을 보장하기 위해 진짜로 학습해야 하는 정보는 수만 번 중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앞차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매트리스, 눈보라 속에서 역주행하는 자전거, 교차로 구조물을 착각하는 극심한 변수의 ‘롱테일(Long Tail)’ 오류 데이터다.

문제는 이러한 치명적 오류의 변수들이 무한대로 증식하기 때문에, 아무리 딥러닝 슈퍼컴퓨터가 수조 킬로미터의 단순 주행 영상을 갈아 마신다고 한들 100% 완전한 안전 궤도에 다다를 수 없다는 태생적 알고리즘의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머스크는 이 불가능에 가까운 롱테일 해결의 절망감을 의도적으로 은폐한 채, 오직 “우리는 경쟁사보다 데이터가 1만 배 많다“는 거만한 물량 공세 프레임만으로 기술적 진보의 착시 현상을 만들어냈다. 주행 데이터만 무한정 들이부으면 언젠가 시스템의 맹점이 다 고쳐질 것이라는 맹신은, 기만적 소프트웨어 마케팅이 빚어낸 21세기 가장 거대하고 환상적인 허풍에 불과하다.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