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젠슨 황의 통찰: 시장의 숨겨진 신호를 읽다
세상이 온통 비디오 게임(Video Game)의 화려한 3D 폴리곤(Polygon) 렌더링에 미쳐 자신들의 그래픽 카드(Graphic Card)를 장난감 부품처럼 쓸어 담으며 달콤한 호황(Boom)의 환호성에 젖어있을 무렵, 엔비디아(NVIDIA)의 수장 젠슨 황(Jensen Huang)은 결코 그 안일한 독점의 영광에 취해 마취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자신들이 만든 게임용 칩을 완벽히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뜯고 해체하며 억지로 의학 및 입자 물리학 시뮬레이션에 우겨넣고 있는 극소수의 괴짜 대학원생들의 기이한 보고서, 즉 ’변위의 변수(Variable of Anomaly)’를 가장 집요하고 서늘하게 관찰하고 있었다.
그는 픽셀(Pixel)이라는 편협한 오락거리 뒤에 감춰진 병렬 연산(Parallel Computing)이라는 짐승 같은 에너지의 징그러운 가능성을 본능적으로 포착했다. 5.4장에서는 오직 장난감이나 팔던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 외곽의 흔한 메이커(Maker)가 어떻게 “우리의 칩은 세상의 모든 어려운 미분 방정식을 푸는 범용 컴퓨터(General-Purpose Computer)의 제왕이 될 수 있다“는 폭력적이고 거대한 비전(Vision)을 조직 내에 심어 넣었는지 젠슨 황 특유의 본능적인 통찰력을 짚어본다.
나아가 스탠퍼드(Stanford)에서 브룩(Brook) 프로젝트를 이끌며 학계의 미치광이 해커들을 조직화하던 천재 개발자 이안 벅(Ian Buck) 을 어떻게 신들린 흡수력으로 본사에 수석 연구원으로 영입해 냈는지, 그리고 그 영입이 엔비디아의 연구 개발(R&D) 지형도를 기나긴 컴퓨팅(Computing) 전쟁의 선봉장으로 완전히 틀어버린 잔혹할 만큼 위대한 터닝포인트(Turning Point)였음을 밀착해서 기록한다.
5.4.1 학계의 이단적인 GPU 활용법을 예의주시한 엔비디아
2000년대 중반, 엔비디아(NVIDIA) 본사의 엔지니어링 리포트에는 종종 심각한 기현상들이 꼬리를 물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주 고객인 글로벌 게임 개발사들 외에, 이름만 대면 알만한 스탠퍼드(Stanford), MIT, 노스캐롤라이나 등 굴지의 대학 연구소 과학자들이 앞다투어 비싼 지포스(GeForce) 그래픽 카드들을 대량으로 무더기 매입하여 랩(Lab)실로 실어가고 있다는 괴상한 판매 동향 세일즈(Sales) 신호였다. 그들의 타깃은 절대 게임용이 아니었다.
연구자들은 단일 코어 중앙처리장치(CPU)의 느려터진 연산 체증에 완전히 미쳐버린 나머지, 엔비디아가 새롭게 열어젖힌 ‘프로그래머블 셰이더(Programmable Shader)’ 구조를 변태적으로 해킹(Hacking)하고 있었다. 유체 흐름이나 초음파 3D 복원, 복잡한 입자 운동량 등 도무지 화려한 그래픽 픽셀(Pixel) 출력과는 전혀 무관한 최고 난도의 수학(High-level Math) 논문 결괏값을 뽑아내기 위해, 지포스 GPU 내부의 병렬(Parallel) 코어 알맹이만 쪽쪽 빨아먹듯 도둑질해 쓰고 있었던 것이다.
보통의 오만한 하드웨어 제조사 CEO라면, 자신들이 치밀하게 세팅해 둔 그래픽 API 생태계를 불법적으로 꼼수로 우회하는 이런 변칙적인 해커 집단을 비웃고 무시했을 것이다. 게임 시장에서 이미 수조 원의 돈을 갈퀴로 쓸어 담고 있는데, 굳이 돈 안 되는 소수의 괴짜 너드(Nerd) 과학자들의 비명 따위에 귀를 기울일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유의 야만의 탐구 정신을 지닌 젠슨 황(Jensen Huang)의 시선은 정반대를 향했다. 그는 학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징그럽고도 이단적인 꼼수(Hack) 활용법이야말로, 엔비디아가 단순한 게임 산업의 감옥을 완벽하게 찢고 우주적인 스케일의 슈퍼컴퓨팅(Supercomputing) 시장으로 날아오를 수 있는 수십조 원짜리 황금빛 비상구의 예비 신호탑(Signal Tower)임을 가장 서늘하게 예감하고 있었다.
5.4.2 “그래픽 카드는 범용 컴퓨터가 될 수 있다“는 조직 내 비전 확립
대학 랩실에서 그래픽 API를 해킹해가며 미친 듯이 과학 연산을 욱여넣는 학계의 고군분투를 지켜보며, 젠슨 황(Jensen Huang)은 마침내 가장 본질적이고도 파괴적인 철학적 망치로 엔비디아(NVIDIA) 조직 전체의 오만한 관성을 산산조각 냈다. 그가 선포한 마스터플랜(Master Plan)의 핵심은 너무나 명료하면서도 무모했다.
“엔비디아가 수십 년간 깎아온 GPU는 단순한 픽셀(Pixel) 분사기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한 방에 처리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고효율 병렬 두뇌(Parallel Brain)다. 오직 비디오 게임만 바라보는 닫힌 시야를 버리고, 우리가 만든 카드를 인텔(Intel) CPU의 권위를 짓밟을 ‘궁극의 범용 컴퓨터(General-Purpose Computer)’ 로 완벽하게 재정의하라.”
이 선언은 수익률 그래프에 취해있던 내부 임원진(Executives)들에게조차 당혹스러운 급선회였다. 기존의 안정적인 마이크로소프트 다이렉트X(DirectX) 생태계 납품에 안주하면 현금이 매일 복사되듯 쏟아지는데, 무엇 하러 수천억 원의 R&D 비용을 제 살을 깎듯 퍼부어가며 저 극소수의 과학자들을 위한 낯설고 어려운 컴퓨팅 계산(GPGPU) 구조판을 새로 깔아야 하느냐는 격렬한 저항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젠슨 황의 집요함은 조직의 반발을 완전히 무자비하게 짓눌렀다. “인텔의 무어의 법칙(Moore’s Law)이 둔화하는 순간, 필연적으로 온 세상의 모든 산업 데이터는 연산 굶주림으로 미쳐 돌아갈 것이다. 그때 오직 우리 엔비디아 병렬 칩만이 그 병목(Bottleneck)을 뚫어낼 유일한 신성장 엔진(Growth Engine)이다.”
그는 그래픽 칩이라는 좁고 천박한 한계를 허물어버리는 이 웅대한 ‘범용(General-Purpose)’ 비전(Vision)을 기어이 조직의 척수 안에 완벽한 종교처럼 때려 박으며 차세대 연구 개발의 방향성을 폭풍처럼 선회시켰다.
5.4.3 이안 벅(Ian Buck)의 영입과 엔비디아 내부의 연구개발(R&D) 방향 전환
“그래픽 카드를 범용(General-Purpose) 슈퍼컴퓨터로 탈바꿈시킨다“는 거대하고 폭력적인 비전(Vision)을 확실하게 굳힌 젠슨 황(Jensen Huang)에게, 이제 시급한 과제는 이 막연한 이상향(Utopia)의 철학을 어지러운 현실의 실리콘 위에 완벽한 코드로 직조해 낼 최고의 영웅, 이른바 구원자(Skeptic)를 찾아내는 일이었다.
젠슨 황의 서늘한 레이더망에 완벽하게 포착된 사냥감은 바로 스탠퍼드 대학교(Stanford University) 그래픽 연구소의 초라한 랩실 모니터 뒤에서, GPU 전용 오픈소스 언어인 ’브룩(Brook)’을 묵묵히 빚어내고 있던 천재 대학원생 이안 벅(Ian Buck) 이었다. 세계의 유수 기업들이 그를 탐내기도 전인 2004년 무렵, 젠슨 황은 직접 이안 벅에게 가장 무자비하고도 매혹적인 백지수표급 러브콜(Love Call)을 날려 그를 엔비디아(NVIDIA)의 코어 수석 연구원(Lead Researcher)으로 단숨에 뽑아 채갔다.
이안 벅의 엔비디아 합류는 단순한 우수 인재 영입 수준의 가십(Gossip)이 아니었다. 그것은 엔비디아 내부의 폐쇄적인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생태계를 범용 소프트웨어 친화파 집단으로 완벽히 뜯어고치는 잔혹한 연구개발(R&D) 파동의 가장 거대한 특이점(Singularity)이었다.
“이안 벅, 다이렉트X 나 OpenGL 같은 끔찍한 게임용 통역기는 모두 쓰레기통에 박아버려라. 세상의 어떤 수학자나 생물학자라도 C언어(C Programming)만 할 줄 알면, 우리 엔비디아 GPU의 내장 코어 속에 직접 알고리즘을 때려 넣고 극한의 병렬 계산(Parallel Computing)을 다이렉트로 빨아먹을 수 있는 완벽하게 새로운 지배 언어(Dominant Language) 생태계를 바닥부터 다시 창조해 내라.”
이안 벅의 지휘 아래, 엔비디아 R&D 조직의 심장부는 그래픽 텍스처(Texture) 기술을 깎는 노동에서 벗어나 거대한 범용 병렬 언어 컴파일러(Compiler)라는 신대륙의 탐험선으로 개조되기 시작했다. 훗날 딥러닝(Deep Learning) 빅뱅(Big Bang)과 AI 시대를 완벽하게 집어삼킬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이고 위대한 소프트웨어 생태계, 쿠다(CUDA)의 태동이 비로소 이 작은 천재 해커의 영입과 조직의 폭력적인 결단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