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 화면 너머의 연산: GPGPU로의 진화
3D 그래픽 카드의 거친 춘추전국시대를 피 튀기는 살육전 끝에 완벽하게 평정한 엔비디아(NVIDIA). 하지만 그들의 지독한 진화 본능은 고작 모니터 화면에 화려한 게임 픽셀(Pixel)을 뿌려대는 오락기 부품의 황제 자리에 만족할 수 없었다. 당시 전 세계의 컴퓨터 공학계는 중앙처리장치(CPU)의 성능 향상 속도가 한계에 다다르며 극심한 연산 갈증, 즉 끔찍한 병목 현상(Bottleneck)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었다. 이때 몇몇 천재적인 이단아 연구자들의 시선이 컴퓨터 구석에 처박혀 무식하게 병렬(Parallel)로 수백만 개의 점을 찍어대던 광기 어린 칩셋, 바로 ‘GPU(Graphics Processing Unit)’ 를 향하기 시작했다.
이 다섯 번째 챕터에서는 단순히 빛과 그림자를 그리기 위해 태어난 그래픽 가속기가 어떻게 세상의 모든 복잡한 수학과 과학 문제를 해결할 ’궁극의 범용 계산기’로 그 본질을 송두리째 탈바꿈하게 되는지, 이른바 ‘GPGPU(General-Purpose computing on Graphics Processing Units)’ 로의 경이롭고도 해적 같은 진화 과정을 추적한다.
대학 연구실에서 화면 출력용 API(다이렉트X, OpenGL)를 비틀어 복잡한 과학 공식을 픽셀 색상 데이터로 속여치던 초창기 해커(Hacker)들의 눈물겨운 꼼수 연산부터 시작하여, 이 변태적인 학계의 기현상 속에서 거대한 범용 컴퓨팅의 미래를 직감한 젠슨 황(Jensen Huang)의 매서운 통찰력을 상세히 조명한다. 나아가 선구적인 개발자 이안 벅(Ian Buck)의 영입과 함께, GPU라는 닫힌 감옥의 문을 부수고 세상의 모든 개발자에게 개방된 거대한 연산의 바다를 선사하게 될 위대한 나비효과(Butterfly Effect)의 서막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