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3D 그래픽 카드의 춘추전국시대와 생존 전략
RIVA 128의 파괴적인 등장은 분명 극적인 부활이었으나, 그렇다고 그들의 앞날에 곧바로 평화로운 꽃길이 열린 것은 결코 아니었다. 1990년대 후반의 3D 그래픽 가속기 시장 생태계야말로 무려 70여 개가 넘는 신흥 강호들과 기존 마이크로프로세서(Microprocessor)의 공룡들이 뒤엉켜 매달 피 터지게 싸우는 가장 잔혹하고 거친 ’춘추전국시대(Warring States Period)’의 한가운데였다.
이 지독한 혼돈의 전장 속에서, 3.4장은 가장 압도적인 점유율과 컬트적인 게이머 팬덤(Fandom)을 거느리고 있던 당시의 범접할 수 없던 제왕 기업, 3dfx와의 처절하고도 낭만 없는 살육전(Carnage)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나아가 인텔(Intel)이 제시했던 점진적인 성능 향상 사이클인 범용 무어의 법칙(Moore’s Law)과 당시의 느긋한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 칩 메이커들의 생산 관행을 통째로 찢어발기며, 젠슨 황(Jensen Huang)이 오직 경쟁자들을 말려 죽이기 위해 도입한 사악할 정도로 폭력적인 개발 템포, 이른바 ‘6개월 제품 출시 주기(6-month Product Cycle)’ 라는 징그러운 속도전(Speed War)의 무서운 전략적 내막을 상세히 파헤친다. 결국 이 광기 어린 속도의 폭력이 수많은 거성 경쟁자들의 목을 하나둘씩 차례로 조르며 독점적 지배자(Monopoly)로 엔비디아(NVIDIA)가 우뚝 서게 되는 피 묻은 승전보를 밀착해서 그려낸다.
3.4.1 당시의 절대 강자, 3dfx(Voodoo)와의 피 튀기는 격돌
1990년대 중후반, 전 세계 PC 게이머들의 영혼을 지배하는 절대적인 종교이자 흔들림 없는 우상의 이름은 바로 3dfx의 ‘부두(Voodoo)’ 그래픽 카드였다. 자체 개발한 화려한 3D 가속 전용 API인 글라이드(Glide)를 등에 업고 있던 부두 카드는, 당대 출시된 수백 개의 유명 3D 비디오 게임(Video Game)들을 가장 눈부시고 부드럽게 렌더링(Rendering)해 냄으로써 경쟁사들이 감히 쳐다보기조차 힘들 만큼 압도적인 독과점 시장 지배력(Market Dominance)을 완벽하게 자랑하고 있었다.
갓 파산의 늪에서 기어 나온 도전자 엔비디아(NVIDIA)가 RIVA 시리즈 칩을 들고 진입해야 할 가장 높고 두터운 장벽이 바로 이 무경쟁의 거인 3dfx였다. 젠슨 황(Jensen Huang)과 크리스 말라초스키(Chris Malachowsky)의 승부수는 철저히 야만적이고 계산된 정면 돌파였다. 그들은 다이렉트X(DirectX) 와 같은 거대하고 범용적인 오픈 구조(Open Architecture)의 거센 흐름이 밀려오면, 언젠가 자신이 쳐놓은 폐쇄적인 게임 생태계(Glide) 안에 오만하게 갇혀 방심하고 있는 3dfx의 거대한 철옹성이 차츰 무너질 것을 예리하게 통찰했다.
그 틈새를 날카롭게 파고들기 위해 엔비디아는 부두 시리즈보다 칩셋(Chipset) 성능은 훨씬 강력하게, 그러나 자체 팹리스(Fabless, 무공장) 라인의 유연한 강점을 살려 시장 출고가는 훨씬 파괴적으로 공격적인 덤핑(Dumping) 수준으로 낮춰 잡으며 게이머들의 지갑을 밑바닥부터 맹렬하게 잠식해 들어갔다. 그것은 단순히 더 좋은 기계를 파는 경쟁이 아니라,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 외곽에서 자라난 야생의 이단아가 화려했던 황제 3dfx의 목줄을 겨누고 서서히 숨통을 끊어버리는 길고 긴 피 튀기는 살육전(Bloody War)의 화려한 서막이었다.
3.4.2 무어의 법칙을 2배속으로 돌리다: ‘6개월 제품 출시 주기’ 전략
엔비디아(NVIDIA)가 수많은 거대 그래픽 회사들이 버티고 있던 춘추전국시대에서 최후의 유일한 생존 포식자(Apex Predator)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폭력적이고도 핵심적인 무기는 바로 자신들의 칩 설계 개발 속도를 통제 불능 수준으로 끌어올린 지독한 타임어택(Time Attack) 문화였다. 당대 컴퓨터 하드웨어 제왕인 인텔(Intel)이 세워놓은 ‘무어의 법칙(Moore’s Law)’ 즉, 18~24개월 주기로 성능이 2배씩 향상된다는 점진적인 속도에 모두가 안도하고 발맞춰 편안한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즐기고 있을 때였다.
젠슨 황(Jensen Huang)은 이 느긋한 업계의 암묵적 룰(Industry Rule) 자체를 산산조각 냈다. 그는 이 거대한 경쟁자들을 한 번에 말려 죽이기 위해서, 무어의 법칙을 강제로 3~4배속 배속으로 잔혹하게 돌려버리는 이른바 ‘6개월 제품 출시 주기(6-month Product Cycle)’ 라는 끔찍한 사내 비상계엄령(Martial Law)을 선포했다.
이는 오늘 신제품 가속 칩(Accelerator Chip)을 출시하자마자, 불과 6개월 뒤에는 구제품의 아키텍처(Architecture) 성능을 완벽히 압도하는 전혀 다른 차세대 괴물 신제품 칩을 연달아서 폭격기처럼 쏟아붓는 기형적인 렌더링(Rendering) 속도전 전략이었다.
graph LR
A[업계 표준 속도<br>Intel's Moore's Law] --> B[18~24개월 개발 주기<br>안정적이지만 느슨함]
B --> C(경쟁사 1세대 칩 발매)
C --> D(경쟁사 2세대 칩 발매<br>느린 아키텍처 진화)
E[엔비디아의 속도전<br>NVIDIA's Speed War] --> F[6개월 출시 주기<br>잔혹한 타임어택]
F --> G(NVIDIA 1세대 발매)
G --> H(6개월 후: 2세대 폭격)
H --> I(6개월 후: 3세대 폭격)
D --> J{기술 격차의 발생}
I --> J
J --> K[경쟁사 R&D 피로도 누적 및 파산 유도]
style E fill:#f9f,stroke:#333,stroke-width:2px,color:#fff
style K fill:#f55,stroke:#333,stroke-width:2px,color:#fff
이를 위해 엔비디아의 연구 개발 팀(R&D)은 항상 세 개의 독립된 설계 파이프라인(Pipeline) 부대로 쪼개져, 흡사 좀비처럼 교대로 밤을 지새우며 3교대로 차세대 칩을 미친 듯이 연이어 찍어냈다. 1년에 한 번꼴로 겨우 신제품 보드를 발표하던 경쟁사들은 이 압도적인 엔비디아의 무자비한 하드웨어 물량 공세의 템포(Tempo)를 도저히 견디지 못했다. 기술 우위를 따지기도 전에 R&D 피로도에서부터 스스로 목이 졸려 피를 토하고 하나둘 쓰러지게 만드는, 실로 가장 잔인하고 완벽한 시장 장악 매커니즘(Dominance Mechanism)이었다.
3.4.3 경쟁자들을 차례로 흡수하며 시장의 승자로 우뚝 서다
엔비디아(NVIDIA)가 잔혹하게 밀어붙인 ’6개월 제품 출시 주기’라는 무자비한 칩 설계 연발 사격은 당대 퍼스널 컴퓨터(PC) 외곽 시장 보드 제조업체 생태계 전체를 순식간에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그 압도적이고 폭력적인 기술 진화의 질주 속도를 조금이라도 따라잡으려다 다리가 풀린 수십 개의 크고 작은 그래픽 벤처 경쟁사들이 거대한 파산(Bankruptcy)의 제단 위에 무더기로 바쳐졌다.
가장 극적이고 상징적인 승전보(Triumph)는 바로, 1990년대 후반을 영원히 통치할 것만 같았던 무적의 업계 제국이자 이단아 엔비디아의 완벽한 롤모델(Role Model)이었던 3dfx의 초라하고 비참한 몰락이었다. 부두(Voodoo)의 영광에만 취해 폐쇄성(Closed Ecosystem)과 낡은 신제품 출시 템포를 버리지 못했던 3dfx의 거대한 성벽은, 유연한 데다 매일같이 괴물급 성능의 새 아키텍처(Architecture)를 연달아 폭격해 대는 엔비디아의 속도전(Speed War) 앞에 결국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결국 2000년 막바지에 이르러 젠슨 황(Jensen Huang)은 파산 직전에 내몰린 옛 제왕 3dfx의 모든 핵심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와 수백 명의 천재 하드웨어 엔지니어 파이프라인(Pipeline)을 단숨에 통째로 흡수 합병(M&A)해 버리는, 그야말로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 비즈니스 역사상 가장 충격적이고 짜릿한 최종 승리(Ultimate Victory)의 쐐기를 박았다.
단돈 1달러짜리 통장 잔고 밑바닥에서 시작해 NV1의 실패와 세가(Sega) 계약 파기라는 쓰라린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기어이 박박 기어 살아남은 세 명의 창업자는, 이 거친 춘추전국시대를 평정하고 경쟁자들의 모든 살점과 파편을 철저하게 집어삼켰다. 그리고 마침내 이 피로 얼룩진 그래픽 전장(Battlefield)의 위에, 전 세계 병렬 처리 컴퓨팅 황좌의 온전한 지배자로 찬란하게 우뚝 서며 새로운 제국의 위대한 출발선에 다시 세워지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