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벼랑 끝에서 쏘아 올린 부활의 신호탄: RIVA 128

3.3 벼랑 끝에서 쏘아 올린 부활의 신호탄: RIVA 128

세가(Sega)의 자비롭고 극적인 7백만 달러 현금 수혈로 간신히 호흡기만 달아둔 채, 엔비디아(NVIDIA)의 모든 임직원들은 회사 창립 이래 가장 처절하고 폭력적인 배수진을 쳤다. “이 다음 칩마저 시장의 외면을 받는다면, 우리의 내일은 완벽하게 사라진다.”

3.3장에서는 과거 그들이 맹신했던 독단적인 렌더링(Rendering) 도구의 오만을 쓰레기통에 영원히 처박고, 철저하게 대중적 시장 생태계(Market Ecosystem)의 규칙에 머리를 조아리며 개발해 낸 생존의 병기, RIVA 128 특수 가속 칩의 극적인 데뷔 스토리를 조명한다.

자신들의 아집이었던 쿼드래틱(Quadratic) 방식을 단숨에 끊어내고 다이렉트X(DirectX)가 요구하는 폴리곤(Polygon) 방식의 칩 아키텍처(Architecture)로 완벽하게 뼈대를 갈아 끼운 젠슨 황(Jensen Huang)과 엔지니어들의 징그러운 자기 부정(Self-Denial) 과정을 추적한다. 더불어 파산(Bankruptcy) 위기의 회사 금고에 남겨진 단 한 줌의 현금을 모조리 쓸어 담아, 그 어떤 시뮬레이션 반복이나 칩 수정(Revision)도 없이 단 한 번의 단일 공정 생산판에 회사의 명운 전체를 맹수처럼 밀어 넣어야만 했던 가장 잔혹무도한 벼랑 끝 칩 제조의 순간을 매우 손에 땀을 쥐게 상세히 재구성해 본다.

3.3.1 고집을 꺾고 시장의 룰을 받아들이다 (폴리곤 방식 채택)

세가(Sega)의 거액 구제 금융으로 간신히 숨을 돌린 엔비디아(NVIDIA) 내부에는, 여전히 과거의 기술적 영광과 완벽주의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일부 엘리트 공학자들의 그림자가 잔존하고 있었다. 그들은 여전히 사각 곡면 베이스의 쿼드래틱(Quadratic) 방식이 기하학적으로 폴리곤(Polygon)보다 훨씬 더 우월하고 아름답다는 미학적인 맹신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젠슨 황(Jensen Huang)은 이 숨 막히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 한가운데서 회사의 모든 직원들을 향해 가장 잔인하고 폭력적인 사상적 거세를 단행했다.

“세상에서 아무리 우아하고 완벽한 건축물이라도, 사람들이 다니지도 않는 허허벌판 외딴섬에 세워졌다면 그것은 미친 짓에 불과하다. 지금 시장(Market)의 거대한 룰은 단 하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다이렉트X(DirectX)와 폴리곤이다. 과거의 오만하고 쓰레기 같은 고집은 오늘부로 당장 변기에 처넣어라.”

그렇게 엔비디아는 과거 NV1과 NV2 프로젝트에 쏟아부었던 막대한 매몰 비용(Sunk Cost)과 수년 치의 수백만 줄짜리 쿼드래틱 코딩 아키텍처(Architecture)를 단숨에 휴지통에 폐기 처분했다. 그리고 남들이 이미 완벽하게 선점하여 맹렬하게 질주하고 있는 폴리곤(Polygon) 기반 3D 가속 프로세서라는 시장의 정면승부 지형도로 궤도를 180도 완전히 비틀어버렸다. 이는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의 자존심 높은 천재 엔지니어들에게는 뼈를 갈아 넣는 지독한 자기 부정(Self-Denial)이었지만, 동시에 엔비디아라는 야생의 맹수가 세상의 시스템에 완벽하게 적응하는 생존 유전자(Survival DNA)로 진화하게 된 가장 결정적이고 위대한 지성이었다.

3.3.2 남은 자금을 모두 쏟아부은 단 한 번의 기회

세가(Sega)로부터 받은 7백만 달러는 분명 기적 같은 구명줄이었지만, 최첨단 반도체 칩을 설계하고 생산하는 과정(Tape-out)을 끝까지 온전히 밟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얄팍한 예산이었다. 통상적인 칩 개발 생태계에서는 초기 설계본 모형을 먼저 만들어 오류를 테스트하고 수차례 수정(Revision)을 거쳐 완벽한 최종 완성본을 양산하는 것이 지극히 상식적인 루트였다. 그러나 엔비디아(NVIDIA) 통장 잔고의 시계는 너무나 촉박하게 줄어들고 있었다. 그들에겐 테스트 칩을 여러 번 찍어볼 돈도, 여유 시간도 단 하루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젠슨 황(Jensen Huang)은 여기서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미치광이 같은 결정을 내린다. 아키텍처(Architecture) 설계 테스트를 실제로 칩을 구워보며 수행하는 기존 방식을 전면 금지하고, 대신 세상에 갓 출시된 새로운 테스트 소프트웨어(Software)인 특수 시뮬레이터를 도입하여 컴퓨터 가상 화면 속에서만 끝도 없이 가혹한 논리 시뮬레이션(Logic Simulation)을 반복하도록 엔지니어들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였다.

그리고 마침내 설계가 끝났을 때, 남은 회사 자금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싹싹 긁어모아 오직 이 단 한 번의 생산 주사위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만약 이 단 한 번의 양산(Mass Production) 공정에서 단 하나의 미세한 물리적 버그(Bug)라도 튀어나온다면 그대로 회전목마는 멈추고 파산(Bankruptcy)하는 완벽한 게임 오버였다. 숨 막히는 침묵 속에서 대만 TSMC 공장에 하청(Outsourcing)을 준 RIVA 128 실리콘 웨이퍼의 첫 결과물이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 연구실에 도착했을 때, 떨리는 손으로 기판에 칩을 꽂아 전원을 올렸던 엔지니어들 사이로 터져 나온 함성은 그들의 치명적이고도 극단적인 베팅(All-in Betting)이 완벽하게 승리했음을 입증했다. 칩은 그 어떤 수정도 거치지 않고 단번에, 완벽히 정상적으로 깨끗하게 작동했다.

3.3.3 시장의 판도를 뒤집은 폭발적인 흥행과 흑자 전환

극단적인 배수진을 치고 탄생한 엔비디아(NVIDIA)의 세 번째 작품, ‘RIVA 128(리바 128)’ 이 1997년에 공식적으로 시장에 풀려나갔을 때, 전 세계 퍼스널 컴퓨터(PC) 3D 그래픽 보드 시장의 대기는 놀라움을 넘어선 충격으로 완전히 폭발해 버렸다.

이 칩은 기존의 고집이었던 쿼드래틱을 확실하게 내던지고 마이크로소프트의 다이렉트X(DirectX) 생태계가 요구하는 철저한 폴리곤(Polygon) 렌더링 방식의 표준에 100% 완벽하게 부합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단일 가속 칩에 미친 듯이 때려 박은 병렬(Parallel) 설계의 야성이 드디어 빛을 발하며 당시 주류 하드웨어들의 픽셀 처리 속도를 말 그대로 아득하게 찢어발기며 압도해 버린 것이다.

과거 NV1 칩 재고의 끔찍한 산더미에 질려 엔비디아 제품이라면 치를 떨던 수많은 글로벌 PC 제조사 파트너 회사들이, RIVA 128 칩의 경이로운 가속 성능(Accelerated Performance) 벤치마크 점수를 두 눈으로 목격하자마자 다투어 현금 가방을 싸 들고 젠슨 황(Jensen Huang)의 작은 본사 앞마당으로 미친 듯이 몰려들어 줄을 서기 시작했다.

파산(Bankruptcy) 30일 전까지 내몰렸던 초라한 벤처 기업 엔비디아는 이 단 하나의 신제품 RIVA 128이 단 넉 달 만에 무려 100만 개 이상 팔려나가는 전설적이고 폭발적인 흥행 잭팟(Jackpot)을 터뜨리며 지독한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마침내 탈출, 감격스러운 흑자 전환(Turnaround)의 극적인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 이것은 단순히 파산 위기를 넘긴 것이 아니라, 당대 3D 그래픽 카드 시장 전체의 룰을 재편할 가장 흉폭한 야성의 지배자가 깊은 잠에서 마침내 완벽히 깨어나 포효했음을 알리는 거대한 선전포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