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회사의 명운이 걸린 세가(Sega) 프로젝트
자신들을 향한 잔혹한 시장의 처형 선고와도 같았던 NV1 칩의 대실패 이후, 사방이 꽉 막힌 엔비디아(NVIDIA) 통장의 남은 잔고는 길어야 불과 30일(30 Days) 버틸 정도의 초라한 소액뿐이었다. 거대 투자자들의 외면 속에서 파산(Bankruptcy) 신고서를 만지작거리던 이 벤처 기업에게, 어느 날 태평양 너머 일본에서 동아줄보다 굵고 달콤한 구원의 기회가 거짓말처럼 찾아왔다. 당시 전 세계 아케이드 및 콘솔 게임(Console Game) 시장을 쥐락펴락하던 일본의 거대 공룡 세가(Sega) 가 젠슨 황(Jensen Huang)의 작은 사무실 문을 두드린 것이다.
3.2장에서는 절체절명의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에서 맞이한 이 아찔하고도 압도적인 ‘NV2’ 칩 수주 프로젝트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 희망의 순간을 조명한다. 하지만 이내 그 프로젝트가 엔비디아가 도저히 완성해 낼 수 없는 치명적인 기술적 딜레마(Dilemma) 속에 빠졌음을 가장 고통스럽게 깨닫게 되는 암흑의 시간을 다룬다.
더 나아가 젠슨 황이 프로젝트 실패를 사실상 시인하는 동시에, 이미 개발비로 소진된 막대한 금액을 세가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이리마지리 쇼이치(Irimajiri Shoichi)로부터 거꾸로 기적처럼 얻어내는, 그야말로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 역사상 가장 당돌하고 뻔뻔하리만치 무례하고 위대한 담판(Negotiation)의 순간을 가장 생동감 있게 복원한다. 이 극적인 협상 과정이 어떻게 훗날 엔비디아라는 싹수장군을 살려낸 가장 위대한 기사회생(Resuscitation)의 물결이 되었는지 밀착해 본다.
3.2.1 차세대 게임기 프로젝트(NV2) 수주와 희망
1995년 무렵, 글로벌 게임 시장의 영원한 라이벌인 닌텐도(Nintendo)와 피 튀기는 콘솔 전쟁을 벌이고 있던 세가(Sega)는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이라는 거대한 복병을 들고 새로 진입한 소니(Sony)에 맞서기 위해, 이전의 어떤 하드웨어도 범접할 수 없는 세계 최고 성능의 압도적인 차세대 3D 게임기 개발을 비밀리에 타진하고 있었다. 세가의 고위급 기술 임원들은 이 미친 듯한 차세대 그래픽 성능의 심장을 만들어 줄 파트너를 찾기 위해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를 샅샅이 뒤졌다.
그때 그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바로 엔비디아(NVIDIA)였다. 비록 NV1 칩은 PC 시장에서 처참하게 실패했지만, 쿼드래틱(Quadratic) 곡면 렌더링에 미쳐있던 엔비디아 엔지니어들의 순수한 하드웨어 아키텍처(Architecture) 설계 잠재력만큼은 당시 수많은 하드웨어 제조사 중에서도 가장 이단적이면서도 독보적인 괴력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가는 엔비디아의 이 잠재력을 높이 사며, 자신들의 차세대 극비 콘솔 게임기에 들어갈 그래픽 처리 칩 설계 임무를 전격적으로 맡기는 무려 7백만 달러(7 Million Dollars) 짜리 거대 계약을 체결했다.
파산(Bankruptcy)을 앞두고 직원들 월급조차 주지 못해 신용카드를 돌려막던 젠슨 황(Jensen Huang)과 창업자들에게, 세가와의 이른바 이 ‘NV2’ 프로젝트 수주는 그야말로 사막 한가운데서 쏟아진 기적의 단비이자 회사를 통째로 다시 살려낼 완벽한 구명정(Lifeboat)이었다. 전 회사의 인력은 오직 세가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모든 개발 역량을 이 거대한 NV2 아키텍처 하나에 남김없이 미친 듯이 쏟아붓기 시작했다.
3.2.2 잘못된 길임을 깨닫다: 기술적 딜레마와 용기 있는 인정
거대한 희망의 수주 자금을 받아 들고 수개월 동안 밤낮없이 NV2 프로젝트 설계에 매진하던 파운더들과 엔지니어들은, 프로젝트가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뼛속까지 소름 끼치는 끔찍한 진실(Terrible Truth) 하나를 본능적으로 감지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는 초기 기획부터 ’기하학적 오류’라는 무서운 폭탄을 품고 질주하는 완벽한 재앙 덩어리였다.
세가의 요구사항과 엔비디아의 파이프라인(Pipeline)은 여전히 그 실패했던 옛 쿼드래틱(Quadratic) 방식의 무거운 유산안에 갇혀 있었다. 반면 세상의 기준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다이렉트X(DirectX)는 이미 전례 없이 무서운 속도로 폴리곤(Polygon)을 전 세계 PC 시장의 유일무이한 표준(Standard Rule)으로 맹렬하게 굳혀버린 상태였다. 비록 세가의 콘솔(Console)이라는 닫힌 생태계용 칩이긴 했지만, 이대로 낡고 이질적인 방식으로 NV2 칩을 고집스럽게 깎아 내놓는다면, 게임 소프트웨어 제조사들의 외면을 사 단 한 대의 기기도 제대로 팔리지 않을 완전히 ’죽은 하드웨어(Dead Hardware)’가 될 것이 너무나 자명했다.
“이 거대한 NV2 아키텍처(Architecture) 구조로는 게임 시장의 표준 트렌드를 절대 이길 수 없다. 우리의 회로도는 이미 실패한 전략이다.”
보통의 이기적인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 외주 기업들이라면, 자신들의 기술적 오판을 철저하게 은폐한 채 계약된 서류의 스펙(Spec) 대로만 기계를 조잡하게 깎아 납품하고 거액의 잔금을 챙겨 달아나는 이른바 먹튀(Hit-and-run) 전략을 취했을 것이다. 하지만 젠슨 황(Jensen Huang)의 징그러운 야성과 집요한 책임감은 그 저열한 유혹을 완벽하게 거부했다. 그는 회사의 기술적 딜레마(Dilemma)와 처참한 실패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만이, 훗날 더 무서운 속도로 시장에 재진입할 유일한 진정성(Authenticity)의 사다리임을 가장 아프게 깨닫고 있었다.
3.2.3 세가 CEO와의 운명적 담판: “프로젝트는 실패했지만, 돈은 주셔야겠습니다”
기술적 딜레마를 뼈저리게 시인한 젠슨 황(Jensen Huang)은 비장한 각오로 태평양을 건너 일본의 세가(Sega) 본사를 찾아갔다. 당시 세가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이리마지리 쇼이치(Irimajiri Shoichi)와의 독대 자리에서, 젠슨 황은 그야말로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 외주 기업 역사상 전무후무하게 황당하면서도 기괴한, 그러나 지독하게 정직한 논리를 펼쳐 놓았다.
“이리마지리 회장님, 죄송하지만 우리는 완벽하게 틀렸습니다. 우리가 현재 설계하고 있는 이 NV2 구조로는 향후 세가가 꿈꾸는 파괴적인 콘솔(Console)의 수백만 스펙을 도저히 만족시킬 역량이 없습니다. 당신들의 차세대 게임기 미래를 위해서, 당장 우리 엔비디아(NVIDIA)가 아닌 다른 회사의 칩을 찾아서 쓰셔야만 합니다.”
경악스러운 자진 계약 파기 선언이었다. 하지만 이 당돌한 청년의 이어지는 두 번째 발언은 이리마지리 회장을 더 큰 혼란과 탄식에 빠뜨렸다.
“하지만 회장님, 우리는 이미 수개월 동안 귀사의 프로젝트에 우리의 모든 자금과 영혼을 쏟아부어 완전히 파산 직전입니다. 비록 이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나 우리의 칩을 쓰실 수 없게 되었지만, 우리가 계속 회사를 연명하여 다음 칩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약속하셨던 7백만 달러의 나머지 투자 대금 전체를 한 푼도 깎지 말고 모두 지급해 주셔야만 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엔비디아는 당장 다음 주에 완벽하게 파산(Bankruptcy)합니다.”
상식적으로 본다면 이것은 희대의 사기꾼이거나 정신이 나간 실성한 자의 궤변에 불과했다. 요구 조건조차 충족하지 못하고 계약을 파탄 낸 하청업체가 잔금을 모조리 내놓으라니! 그러나 이 미친듯한 배수진의 협상 안에는, 기술적 한계를 절대로 회피하지 않는 징그러울 정도의 투명성과, 어떻게든 반드시 끝까지 살아남고야 말겠다는 지독한 절박함의 에너지가 폭력적으로 끓어오르고 있었다.
3.2.4 기적적인 투자 유치와 엔비디아를 살린 세가의 결정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젠슨 황(Jensen Huang)의 거칠고 무례한 배수진(Last Stand) 앞에서, 세가(Sega)의 이리마지리(Irimajiri) CEO는 깊은 침묵에 잠겼다. 보통의 대형 클라이언트(Client)라면 그 자리에서 당장 서류를 찢어버리고 살벌한 법적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지시했을 것이다. 하지만 노련한 일본의 기술 경영자였던 이리마지리의 눈에는 이 미친 아시아계 청년이 내뿜는 서늘하고도 지독한 승부 근성, 그리고 자신들의 치명적 기술 한계를 투명하게 까발리는 놀라운 정직성(Integrity)이 무척 매력적으로 비쳤다.
며칠의 고심 끝에, 세가의 최고 경영진은 이리마지리의 설득 아래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 투자 역사상 가장 기괴하고도 전설적인 결정을 내린다. 그들은 결과물도 없는 허공의 NV2 프로젝트에 대한 7백만 달러의 잔금을 엔비디아(NVIDIA) 통장으로 고스란히 꽂아주는 데 전격 합의했다! 단순히 계약 대금을 던져주는 것을 넘어, 엔비디아가 이 차가운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무사히 통과해 미래를 도모할 수 있도록 일종의 벤처 캐피털(Venture Capital) 역할까지 대신해 준 셈이었다.
graph LR
A[파산 30일 전의 엔비디아<br>Bankruptcy Crisis] --> B{젠슨 황의 극단적 담판<br>Extreme Negotiation}
B --> C[세가의 잔금 전액 지급 결정<br>7 Million USD Funded]
B --> D[과거의 고집 완벽 폐기<br>Discard Quadratic]
C --> E[기적의 징벌적 속도전 준비<br>Speed War Preparation]
D --> E
E --> F[부활의 마스터피스: RIVA 128<br>The Resurgence]
만약 그날 세가와 이리마지리 회장의 막대한 관대함과 전략적 아량(Tolerance)이 없었더라면, 오늘날 인류의 방대한 데이터를 집어삼키는 시가총액 1위의 위대한 AI 제국 엔비디아는 1996년 캘리포니아의 이름 없는 작은 파산 벤처기업 명단(Obituary) 속에 영원히 파묻혔을 것이다.
이 극적인 자금 수혈을 통해 완전히 파산의 늪에서 기어 나온 젠슨 황과 파운더들은, 두 번 다시 낡고 고루했던 ‘쿼드래틱(Quadratic)’ 방식의 환상에 빠지지 않겠다고 피눈물을 흘리며 맹세했다. 그리고 남은 마지막 7백만 달러의 모든 자금을 오직 시장의 룰인 ’폴리곤(Polygon)’을 가장 폭력적인 속도로 렌더링하는 진정한 차세대 칩 개발에 미친 듯이 전면 베팅(All-in)하기 시작했다.